청소년 집단비행 경험에 대한 질적 연구
초록
본 연구의 목적은 청소년의 또래와의 집단비행 경험에 대한 의미를 탐색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집단비행으로 인해 경찰에 사건이 접수된 9명의 청소년을 대상으로 심층 면담을 실시하였다. 분석한 결과, 3개의 상위 구성요소와 10개의 하위 구성요소로 도출되었다. 상위 구성요소는 ‘친구가 있어 시작할 수 있었던 비행’, ‘비행을 함께한 친구는 진정한 친구’, ‘비행을 함께 한 친구는 원망스러운 친구’이다. 연구 참여자들은 힘든 일상에서 쉬어가는 의미로 친구와 비행을 시작하였음을 알 수 있었다. 이 비행 과정에서 친구와의 관계는 상반된 두 가지 의미로 나타났는데, 우선 비행은 친구와의 우정을 확인하고 우정이 더욱 돈독해지는 경험으로 나타났다. 다른 한편으로는 친구 때문에 비행을 저지르게 되었다고 생각되어 친구에 대한 큰 원망과 관계 단절로 나타나기도 하였다.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청소년 또래 집단비행 예방을 위한 정책적, 실천적 방안을 논의하였다.
Abstract
The purposes of this study are to explore adolescents' experiences of jevenile gang activies and examine their friendship experiences. For the purposes, in-depth interviews were conducted with nine teenagers who had been reported to the police for delinquent behavior.
As a result of the analysis, three overarching categories and ten sub-categories were derived. The three overarching categories include ‘Able to Delinquency with Friends,’ ‘Delinquency Only with a True Friend,’ and ‘Feeling Resentful and Regretful Towards Friends.’ The research participants found their own happiness and satisfaction in their otherwise mundane daily school lives while engaging in delinquency within peer relationships. In this experiences, they affirmed their friendships with peers and found stronger bonds. However, it was also discovered that they harbored significant resentment toward their friends, believing that they engaged in delinquent activities because of their friends. This indicates that they underwent both positive and negative emotions, sharing all experiences with their friends through delinquency encounters within peer groups.
Based on the study results, we concludes by proposing practical implications to prevent delinquency within adolescents' peer groups.
Keywords:
juvenile delinquency, juvenile gang activity, peer group, delinquent behavior with friends, qualitative research키워드:
청소년 비행, 집단비행, 또래 집단, 친구와의 비행 행동, 질적 연구Ⅰ. 서 론
청소년 비행은 청소년 개인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한국 사회의 미래를 나타내는 국가적인 문제이다. 그러한 이유로 많은 연구자들은 청소년 비행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였다. 청소년 비행은 일탈이나 범죄와 같은 용어와 혼용되기도 하는데, 사회적 차원에서는 사회적 규범을 위반한 행위를 포괄적으로 의미한다(정익중 외, 2022). 특히 청소년기는 친구들에게 많은 영향을 받게 되는 시기로 친한 친구가 어떤 비행 행동이나 규범적 행동을 하는지에 따라 청소년의 행동은 달라질 수 있다(정익중 외, 2010). 특히 청소년들은 비행 초기에는 주변의 가까운 이들과 함께 비행을 저지르게 되며 이후에는 단독으로 저지르는 경향을 보이기도 한다(Bernard, Snipes, & Gerould, 2010).
이처럼 청소년 비행에 있어 주변 친구들과의 관계나 영향이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국내 많은 선행연구들(김태량, 김경화, 2017; 장시온, 김민선, 2023; 조영오, 2023)은 주로 청소년들의 심리적 특성 혹은 가정환경이나 부모양육 특성에 초점을 두어 연구해왔다. 비행 경험 속에서 청소년 또래와의 관계나 비행 또래 집단과의 경험을 탐색한 연구는 매우 적은 실정이다. 특히 청소년의 또래 관계에서 나타나는 비행 경험을 탐색한 질적 연구는 거의 없다. 따라서 청소년 비행을 이해하는 데 있어 청소년 당사자들의 목소리를 통해 또래 집단과의 비행 경험을 탐색할 필요가 있다.
본 연구는 청소년들의 또래 집단과의 비행 경험에 초점을 두었다. 즉, 비행 경험 속에서 또래 집단과의 관계 및 경험을 질적 연구를 통해 탐색하였다. 이를 바탕으로 청소년기 비행 경험에 밀접하게 관련이 있는 또래 집단의 특성을 이해하고 더불어 청소년이 생각하는 또래 집단의 의미는 무엇이며 이들이 함께 공유하는 또래의 특성을 통해 청소년의 삶 속에서 추구하는 경험과 감정을 면밀하게 확인하고자 하였다.
정리하면, 본 연구의 목적은 청소년의 또래와의 집단비행 경험에 대한 의미를 파악하는 것이다. 본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청소년 비행을 예방하고 개입하기 위한 정책적, 실천적 함의를 논하였다.
Ⅱ. 선행연구 고찰
1. 청소년의 또래 집단 특성과 문제행동
일반적으로 청소년기는 성인이 되기 위해 준비되는 시기로 볼 수 있으며 특히 자아를 형성해 나가는 동시에 신체적인 발달도 함께 이루어지는 시기로, 발달과정에서 중요한 시기이다. 청소년기는 가족과의 관계보다는 대등한 위치를 가진 또래 관계에서의 영향력이 커지게 된다(박성미 외, 2020). 또래란, 동등한 위치를 가진 사회적 동반자 또는 일시적으로 행위의 복잡성 정도가 비슷한 사람이라고 정의할 수 있으며(김상범 외, 2022) 보편적이면서 가까운 관계라는 의미로 친구라고 할 수 있다(김연서 외, 2021).
청소년기는 또래 집단을 형성하는 시기로 다양한 친구들로 이루어진 또래 집단에 소속하고 그 집단 내에서 인정받으려는 욕구가 강한 시기이다. 인간의 생애주기에서 청소년기는 또래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시기로 특별성이 있다(오윤선, 황인숙, 2016). 또래 관계를 통해 사회성 발달의 기초이자 가장 중요한 상호성을 습득하기도 한다. 또래와의 친밀한 관계를 통해서 대인관계에서 갈등을 해결하는 과정을 겪으며 정의와 공정성, 공평성, 협동성을 배우기도 하며 이를 통해 원만한 대인관계가 형성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기도 한다(김상범 외, 2022; 박성미 외, 2020). 또한 또래와 함께 있으므로 인해 소속감을 경험할 수 있으며 나아가 부모님이나 성인에게 이야기할 수 없는 자신의 어려움 등 속마음을 이야기하면서 청소년기 정서적 경험을 공유하거나 또래 애착을 형성하기도 한다(허묘연, 2008). 또래는 청소년의 삶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하는 존재이다(Csikszentmihalyi & Larson, 1984). 반면, 이러한 관계 속에서 또래 집단의 영향은 의사결정과정에서 동조 현상으로 나타나기도 하는데, 이는 또래 집단의 특성과 추구하는 가치에 따라 긍정적 혹은 부정적 결과로 나타날 수 있다.
청소년기 또래 집단과의 관계 속에서 나타나는 대표적인 문제행동은 비행일 것이다. 청소년기 또래 집단에 속한 비행 친구들과의 접촉은 반사회적 행동에 일찍 가담하게 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비행 친구들과 어울리다 보면 다소 미숙한 사고로 인해 직면한 갈등 문제해결 상황에서 긍정적인 방법보다는 비교적 쉽고 부정적인 방법으로 해결하고 하는 경향이 크게 나타날 수 있는데 이는 또래 집단이 비행을 촉진하는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또한 즉각적인 만족감을 추구하고 자기중심적 사고를 통해 타인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거나 공격적이고 충동적으로 행동할 수도 있다(강혜자, 2011). 그런 이유로 또래 집단의 관계가 잘못 연결될 경우 문제행동이나 비행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어떤 또래 집단에 속해 있는가에 따라서 장래가 달라질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오윤선 외, 2016). 청소년기 특정 또래 집단에 대한 소속 욕구는 집단의 행동적 특성을 따르게 하는 경향을 높여 비행의 가능성 또한 높일 수 있다(윤혜미, 남영옥, 2007). 청소년기 비행을 설명하거나 예측하는 요인으로 비행 친구의 존재가 지속적으로 논의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이윤영, 2019).
2. 또래와의 집단비행
청소년 비행은 청소년 범죄나 일탈이라는 용어와 혼용되고 있는데(장석헌, 2015), 일반적으로는 청소년이 사회적 규범을 어기거나 법적 처벌을 받을 수 있을 정도의 행위를 한 경우를 말한다(정익중 외, 2022; 천정웅 외, 2017). 즉 청소년 비행은 반사회적 행동 및 흡연, 음주와 같은 일탈행동에서부터 강력범죄까지의 다양한 범위를 내포하고 있다(김지윤, 강현아, 2017). 결론적으로 본 연구에서 청소년 비행은 형벌에 저촉되는 행위는 물론 그들이 속한 사회에서 청소년에게 요구하는 기대와 규범에서 벗어난 일탈행동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청소년들의 비행 현황을 최근 통계를 통해 살펴보면 흡연 경험의 경우 남녀 모두 전년 대비 처음 경험한 연령이 낮아졌으며 음주율은 남자집단에서 전년대비 증가한 추세를 보였다(여성가족부, 2023). 절도, 사기 등 재산범죄 발생비의 경우는 2021년까지는 꾸준히 감소하는 경향을 보이다가 2022년에는 전년대비 증가하였다(대검찰청, 2023). 성별로 보면 남자가 83%, 여자가 17%로 나타나 남자 청소년의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범죄유형별로 살펴보면 2021년도 범죄소년이 저지른 범죄 중 기타 범죄가 24.4%로 가장 높은 비율을 보였으며 그 다음 절도 23.5%, 폭력·상해 10.9%, 사기 12.7%의 순으로 나타났다(여성가족부, 2023). 대표적인 범행동기는‘우발성’ 27.6%, ‘호기심’ 13.3%, 기타 23.3%의 순으로 나타나 주로 청소년 비행에 대한 충동성과 우발성의 특성을 시사하였다(대검찰청, 2022). 청소년들의 범죄유형 중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는 절도, 사기를 포함한 재산범죄의 경우 단독범행(44%)보다 집단형태의 공범 범행 비율(49.5%)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대검찰청, 2022). 특히 청소년들의 공범과의 관계는 동네 친구가 28.4%로 가장 높았고 그 다음 학교 동창 11.5%의 순으로 나타나 대부분 또래 관계임을 알 수 있다(대검찰청, 2022).
위와 같은 통계 추이에서도 볼 수 있듯이 청소년기에는 친구의 영향이 크고 정서적, 심리적으로 불안정한 경향이 있어 혼자 있기보다는 또래 친구들과 함께 어울리기를 선호하기 때문에 청소년 비행도 집단으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강혜자, 2011; 이철웅, 전혜경, 2018; 조성연 외, 2016). 또한 아동기부터 문제행동의 특성을 보인 청소년의 경우 비행 친구와 사귀게 됨으로써 비행을 저지르게 되는 경향을 보이기도 한다(이성식, 2007). 이처럼 비행 친구와의 친분이 재비행으로 이어지는 주요 경로라고 밝혀졌으며(Simons et al., 1994), Vásquez와 Zimmerman (2014)은 실증적 분석을 통해 청소년 비행의 본질은 또래와의 사회활동임을 입증하면서 청소년 형사사건의 90% 이상이 친구와의 집단비행으로 인한 것이라고 설명하였다. 청소년들은 비행 친구의 행동을 관찰하면서 비행방법을 배우고 강화하기도 한다(Bernard et al., 2010). 더불어 또래 집단을 통한 비행은 반사회적 행동을 보상하고 강화하며 범죄 행동을 지속시키는 경향성을 나타낸다(Vásquez & Zimmerman, 2014).
한편, 청소년들은 자신의 비행단계와 일치하는 또래가 있는 경우 빠르게 친밀한 관계를 형성하지만 그렇게 형성된 친밀감은 빠르게 사라지거나 관계를 유지하는 어려움을 겪는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Parker & Seal, 1996). 이처럼 선행연구에서는 비행을 함께하는 또래 관계에서 서로 간의 학습을 통해 역할 모델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고 비행을 통해 상호 보완적으로 보상하며 비행의 정도를 간접적으로 강화시킬 수 있다고 설명하였다. 따라서 또래 집단 내에서 이루어진 비행의 경험이 실제 어떠하였는지, 또한 그 경험 속에서 형성된 친구 관계는 어떠하였는지, 그 경험에 대한 의미를 청소년들의 목소리를 통해 탐색해볼 필요가 있다.
Ⅲ. 연구 방법
1. 연구 참여자 선정
본 연구는 청소년기 또래 집단 속에서 이루어진 비행 경험에 초점을 두었으므로 2인 이상이 함께 비행을 저지른 경험을 이야기할 수 있는 연구 참여자를 찾는 과정이 중요하였다. 이를 위해 본 연구의 참여자는 2인 이상이 함께 비행을 저질러 경찰서에 입건되어 선도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청소년들을 포함하였다. 연구자는 연구 참여자 모집을 위해 00도 00지역의 경찰서에서 연구목적과 취지를 설명하고 협조를 구하였다. 이후 연구 참여의사를 밝힌 청소년들이 있는 경우 선도프로그램 참여를 위해 내방한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연구자가 청소년들을 만나 직접 연구목적과 취지를 설명하고 연구 참여 중에도 언제든지 참여 의사를 중도 철회할 수 있음을 안내하였다. 최종적으로 연구에 참여한 청소년들은 9명으로 일반적인 특성은 <표 1>과 같다.
2. 자료수집 및 분석
본 연구의 자료수집은 연구자와 참여자와의 심층 개별 면담을 통해 이루어졌으며 기간은 2023년 7월부터 10월까지 진행되었다. 면담은 라포형성을 위해 비구조화된 개방형 질문으로 시작하여 참여 청소년이 또래와 함께 비행에 이르게 된 경험을 듣고 또래와의 관계에서부터 비행에 이르게 된 전체의 경험을 자유롭게 이야기하는 방법으로 진행하였다. 특히 청소년이 단답형으로 간단하게 대답할 경우, 연구자가 추가적인 질문을 통해 자연스럽게 연구의 목적과 관련된 이야기가 연결될 수 있도록 하였다. 개별 면담은 참여자 별로 각 1회 평균 약 60-80분 정도로 진행되었다.
면담 시작 전, 자료수집에 대한 연구 윤리를 고려하여 연구 참여 동의서를 마련하여 설명하였고 연구 참여에 대한 소정의 참가비를 지급하였다. 면담 내용은 연구 참여자의 동의를 얻어 음성녹음 프로그램을 활용하여 녹음하였다. 참여자에게 면담 과정 중 심리적인 불편감이 나타날 경우 면담을 즉시 중단할 수 있음을 사전에 안내하였다. 또한 면담 내용은 연구의 목적으로만 사용되며 연구 분석내용에서 연구 참여자들에 대한 개인정보는 모두 기호 처리하여 참여자를 특정할만한 내용은 기술하지 않음을 안내하였다.
면담 과정에서 연구자가 느끼는 감정과 참여자의 행동적 반응을 연구노트에 기록하여 자료 분석에 활용하였다. 면담 후 녹음된 내용은 축어록으로 전사한 뒤, 연구자들이 반복적으로 읽으며 경험의 의미에 초점을 두어 분석하였으며 이후 의미 단위가 묶어지는 주제를 분석하였다.
질적 연구(Qualitative research)는 연구자가 밝혀내고자 하는 사회적 현상에 대한 경험의 의미를 밝혀내는 방법으로 의미 탐구를 목적으로 한다(이미나 외, 2022). 질적 연구는 평소 접근하기 어려운 특성, 사회적 문제 등에 대한 현장에서 일어난 과정에 중점을 두고 의미를 탐구한다(유기웅 외, 2021). 질적 연구의 문제는‘왜’ 혹은 ‘어떻게’로 시작하는 것이 일반적이다(이미나 외, 2022). 특히 인간의 경험과 의미에 대해 주목하고 그 과정에서 나타나는 인간의 사고와 행동은 무엇을 지향하고자 하는지 파악하는 것이다. 이처럼 연구자가 연구하고자 하는 현상과 관련된 연구 참여자들의 경험을 담는 것이다(이정빈, 2018).
본 연구에서는 계량적 자료수집을 통해 탐색하기 어려운 주제인 청소년들의 또래 관계에서 비행 경험에 대한 의미를 질적 연구를 통해 알아보고자 하였다. 따라서 본 연구는 청소년의 내면과 타인과 함께하는 관계에 초점을 두며 연구자들은 참여자들의 삶에서 나타나는 상호작용에 관심을 가지고 그들의 삶을 이해할 수 있도록 자료수집 하였다. 심층 면담을 통해 수집된 자료에 대해 의미를 분석하였으며 이를 통해 핵심 주제를 탐색하였다.
Ⅳ. 연구 결과
본 연구는 청소년들의 또래 관계에서 집단비행 경험의 의미를 탐구하였다. 자료를 분석한 결과, 청소년들의 집단비행 경험은 3개의 상위 구성요소와 10개의 하위 구성요소로 나타났다(<표 2> 참조).
1. 친구가 있어 시작할 수 있었던 비행
연구 참여자들은 공통적으로 학업문제, 교우관계 문제 등 내적인 문제를 호소하였다. 이러한 어려움 속에서 또래 관계는 비행을 시작할 수 있게 한, 일종의 도화선으로 작용했음을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친구들과 함께 스트레스 해소 과정으로 음주, 흡연과 같은 지위비행으로 시작하면서 자신이 겪고 있는 내적 갈등과 고통 그리고 어려움에서 벗어나고자 어울리는 경우가 많았다.
연구 참여자들 중 1명을 제외한 연구 참여자들은 학교에 재학 중으로 하루일과의 대부분을 학교에서 보내고 있는 청소년들이었다. 그들에게 학교생활은 학업태도와 학업성적의 평가로 이어지는 매일 똑같은 따분한 일상이었다. 이들은 친구와의 비행 경험을 따분한 학교생활을 참아내게 해주는 일종의 보상이자 탈출구로 경험하였다. 한국 사회의 학교 교육은 입시 위주로 경쟁적이고 학업중심의 교육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학업 수행 정도가 상대적으로 낮아 가정과 학교에서 인정받지 못할 때 매일 똑같은 생활 속에서 다른 것을 경험하고 싶었던 욕구가 비행으로 이어진 것이다. 또한 연구 참여자들은 방과 후 시간은 사교육으로 학원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기 때문에 자신의 정체성을 찾거나 진로를 고민하는 취미활동을 할 수 있는 시간을 갖기 어려움을 이야기하였다. 혹은 가정의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학교를 마치고 마땅히 할 활동을 찾지 못해 또래들과 어울리며 다양한 지역을 돌아다닌 경험을 이야기하기도 하였다.
- "(친구와의 비행 경험의 의미는) ‘보상’이요. 매일 학원가고 공부하고 학교 가고 똑같잖아요. 그냥 한번은 다른 것 해보고 싶다는 마음을 느낄 수 있잖아요."(참여자 1)
- "이렇게 지내다 보면 약간 답답할 때가 있잖아요. 그런 답답한 것을 거의 한 번에 확 날려주게 만드는 것 같아요."(참여자 3)
연구 참여자 대부분은 계획적으로 비행을 저질렀기보다는 또래와의 상호작용 속에서 충동적으로 비행에 가담하게 된 경우가 많았다. 그들이 속한 또래 집단 내에서 동조하기 위한 수단으로 비행을 저지른 경우가 많았고 비행의 과정에서 적응적인 행동을 나타냄으로써 그들의 욕구나 태도가 비행 또래 집단 속에서 인정받고 지지받는 방식으로 표현되고 있었다. 그런 과정 속에서 경험하지 못하는 자기 효능감과 우월감, 소속감을 비행이라는 반사회적인 행동과 일탈을 통해 경험하고 있었다. 또한 비행을 부정적 행동이라기보다는 자신감 형성의 과정으로 생각하기도 하였다.
- "나 혼자는 할 수 없을 때 친구랑 같이 했을 때 약간 뭐라고 해야되나...어... 자신감을 얻는 것 같아요."(참여자 3)
- "둘이 하니까 할 수 있겠다는 마음이 있었어요. 둘이 하면 뭐든 해도 될 것 같고 그래서 좋았어요."(참여자 6)
2. 비행을 함께 한 친구는 진정한 친구
연구 참여자들은 또래들과 함께한 비행의 경험을 친구와의 추억으로 생각하면서 자신들만의 우정의 경험으로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청소년들은 또래와의 집단비행 경험 속에서 친구를 내가 원하고 필요할 때 언제나 함께해주는 긍정적인 동반자이자 다양한 경험을 함께하면서 서로에게 만족감을 주는 진정한 친구로 여긴다는 것이 분석을 통해 드러났다.
많은 연구 참여자들은 비행을 저지르는 위기상황에서 비행이 발각되거나 처벌받을 수 있다는 불안함을 느낀 경험을 이야기하였다. 한 연구 참여자는 훔칠 때 걸릴까봐 마음이 조마조마했던 상황을 설명하면서 옆에 친구가 있어 무엇이든지 해도 될 것 같았다고 이야기하였다. 또 다른 연구 참여자는 친구와 함께하게 되어 심리적 안정감을 얻어 좋았음을 이야기하였다. 친구와 함께 비행을 저지르고 난 후에 발각될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있었지만 함께 비행을 저지른 친구를 매일 만나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서 불안감이 낮아지는 경험한다는 것이 분석을 통해 드러났다.
- "그런 친구들하고 같이 있으면 마음이 안정되고 스트레스도 풀리고 그래요. 걔네들은 꼭 필요한 존재예요"(참여자 7)
- "아무래도 제일 편한 친구다 보니까 함께 이런 일(비행)도 했고 또 같이 놀러가고...(중략) (참여자 1)
연구 참여자들은 친한 친구와 함께하는 비행 경험을 통해 비행의 책임을 함께 나누어 갖는 느낌을 느꼈다고 이야기하였다. 예를 들어, 한 연구 참여자는 평소 전자담배를 피워보고는 싶었지만 살 수 없었던 물건이었는데, 친한 친구와 함께하는 경험 속에서 책임감을 나눠가질 수 있다는 심리로 전자담배를 훔치게 된 경험을 이야기하였다. 또 다른 연구 참여자는 친구와 함께하게 되니 심리적 안정감을 얻어 좋았음을 이야기하였다. 이는 친구들과 함께 비행 현장에 있었을 당시, 모두에게 그 책임이 있다는 책임 전가의 마음과 낮은 자기 통제력이 결합되어 비행에 이르게 된 것으로 볼 수 있다.
- "여럿이 하면 책임을 나눌 수 있고 조금 처벌이나 이런 거 덜 받을 것 같아요. 그래서 여럿이서 같이 그런 게(책임) 있으니까 약간 덜 무섭고 그런 느낌이 들어요."(참여자 4)
- “나 혼자 책임지는 것이 아니라 같이 책임을 짐으로써 그 어떤 행동에 대한 책임감...이런 것들을 나눠서 같이 얻을 수 있는 것 같다고 저는 생각이 들어요."(참여자 3)
분석 결과, 연구 참여자들은 비행을 함께 한 또래들을 자신이 힘들고 지칠 때 옆에서 함께 있어 주었던 ‘진정한 친구’로 의미를 부여한다는 점이 드러났다. 또래 관계 속에서 이루어진 비행은 그들의 관계를 더욱 친밀하고 돈독하게 할 수 있는 과정이며 친구를 위해서 한 일로 경험하였음을 알 수 있었다. 특히 참여자들은 친한 친구와 친밀한 관계를 유지해 나가기 위해서 비행을 저지른 것으로 시사하였다. 대부분의 연구 참여자들은 학업 수행이나 부모님과의 사이에서 또는 학교 내 대인관계에서 심리적인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었다. 학교생활이 힘들거나, 교우관계의 어려움을 이야기하며 스트레스가 있음을 이야기하면서 힘들 때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친구들과 함께했던 일이었다. 연구 참여자 9는 비행을 함께 한 친구들이 과거에도 자신의 곁에 있었기 때문에 도움이 되었고 그런 친구들은 삶에 중요한 의미라고 이야기하였다. 즉, 비행은 친밀한 친구와 함께하는 행동이자 그들을 위한 행동으로 경험하였음을 알 수 있다.
- "그런 친구들(비행을 함께 한 친구들)하고 같이 있으면 마음이 안정되고 스트레스도 풀리고 그래요. 걔네들은 꼭 필요한 존재예요."(참여자 7)
- "(비행을 함께 한 친구는) 힘들 때 같이 있어 주고 내가 도움이 필요할 때 도움을 주었어요."(참여자 8)
본 연구 결과에서 연구 참여자들의 또래 집단화 현상은 비행의 집단화에 영향을 주고 혼자가 아닌 2-3명의 또래 집단과 함께 비행에 가담하는 경향성을 나타내고 있었는데, 특히 비행은 그 친구들에게 고마움을 표시하기 위한 행동으로 의미를 부여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한 연구 참여자의 경우 자신에게 문제가 돌발적으로 발생할 때 자신의 대처 능력 부족으로 자해와 자살 충동까지 느꼈던 상황을 이야기하면서 그 당시 친구들이 자신의 위험 행동을 제지해줘서 도움이 되었고 결국 그 친구를 위하는 마음으로 비행을 저지르게 되었다고 이야기하였다.
- "그 친구(비행을 함께 한 친구)가 저 공부 같은 거 모를 때 알려주고 부모님한테 혼나서 힘들어할 때 재밌게 해주고 했어요."(참여자 6)
- "유치원 때부터 친구 사이예요. 어릴 때 학교 생활할 때 어려울 때 도와줬어요. 그래서 같이 00지구에 놀러 가고 (그 친구를 위해) 그런 것도(자전거 절도) 한 것 같아요."(참여자 1)
- "제가 힘들 때나 약간 충동적으로 자해나 자살 시도하려고 할 때 많이 애들이 하지 말라고 저지해주니까 그때 마음에 안정감도 있었고 (친구를 위해) 뭐라도 주고 싶은 마음에 아이스크림을 훔치게 되었어요."(참여자 9)
3. 비행을 함께 한 친구는 원망스러운 친구
앞서 분석 결과에서 설명한 것처럼 비행은 친구와의 친밀한 경험 혹은 소중한 추억, 고마움의 표현이라는 의미가 드러났다. 그러나 상반된 경험과 의미도 드러났다. 즉, 비행은 친구와의 긍정적 관계로 경험되기보다는 비행으로 인해 친구와의 관계가 틀어지고 멀어지는 경험도 나타났다. 구체적으로는 본인은 원치 않았으나 또래의 지속적인 권유로 인해 또는 집단의 상호작용 속에서 또래 압력으로 인해 비행에 연루되었으며 이러한 경험을 매우 부정적이고 고통스러웠던 경험으로 의미를 부여하고 있었다.
한 연구 참여자는 친구들과 함께 편의점에서 물건을 고르던 중 함께 있던 한 친구가 전자담배를 훔치는 바람에 공범으로 조사받게 되었다고 설명하였다. 연구 참여자는 그 당시 자신은 절도할 의도가 전혀 없었고 절도행위를 하지도 않았는데 일행이라는 이유만으로 공범으로 조사받게 된 것에 대한 억울함을 호소하였다. 또 다른 연구 참여자는 버스비가 없어 집까지 걸어가야 할 것을 걱정하고 있었던 상황을 설명하면서 친구가 자전거를 훔쳐 같이 타고 가자고 권유하여 충동적으로 훔치게 되어 그 친구에 대한 원망의 감정을 표현하였다. 또 다른 연구 참여자는 새벽시간 친한 친구들과 무인 당구장에서 내기당구를 친 뒤, 친구들이 당구 요금을 결제하지 않아 사기죄로 고소되었다고 설명하였다. 이 참여자는 비행의 책임은 자신보다는 함께 있었던 친구들에게 있는데 자신도 책임을 지게 된 억울함을 표현하였다. 결론적으로 당시 또래와의 비행은 친구로 인한 것인데도 불구하고 자신이 비행의 책임을 지게 된 억울함으로 경험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 "제가 직접 한게 아닌데 (비행을 저지른 친구와) 같이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공범이 돼서 억울해요. 일탈을 하는데 나도 내 옆에 있는 친구와 똑같은 사람이 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참여자 5)
- "그 친구 때문에 그래요. (오토바이를) 훔치자고 한 친구가 있는데 (중략) 이거 훔쳐도 안 걸리니까 훔치자 만약에 걸린다 해도 괜찮다. 그런식으로 말하는 거에요."(참여자 3)
연구 참여자들은 친구들과 단순한 호기심으로 시작했던 비행 경험으로 인해 경찰서에서 조사받게 된 부담감을 호소하였다. 특히 이러한 결과는 친구들 때문이며 함께 비행했던 친구와 더 이상 친하게 지내고 싶지 않다는 마음을 드러냈다. 예를 들어, 한 연구 참여자는 같이 비행(절도, 무면허운전)을 하자고 유혹한 친구가 또다시 비행을 함께 하자고 한다면 그 친구를 자신이 경찰에 신고하고 싶다고 말하면서 친구와의 관계가 더이상은 지속될 수 없음을 시사하였다.
또 다른 연구 참여자는 친구와 함께 자전거를 훔쳐 타고 온 뒤, 자신의 주거지에 있는 자전거 주차장에 보관하고 있었는데 그 자전거를 다시 친구가 훔쳐 간 사실을 알고 친구에 대한 적대감과 분노로 그 친구에게 폭력을 가하게 된 경험을 이야기하였다. 그 결과 특수절도뿐만 아니라 폭행으로 조사를 받게 되었다. 이러한 집단비행 경험은 친한 친구와의 상호작용으로 시작된 경험이었으나 비행 이후 또래와의 관계가 긍정적 관계가 아니라 부정적인 관계로 바뀌게 됨을 보여준다.
- "한 명은 그냥 아예 말도 안 섞는 사이가 되었고 한 명은 조금 살짝 멀어져 서먹한 사이가 되었어요. 그 친구들하고 거리를 둬야겠어요."(참여자 8)
- "네...(친구와) 싸워서 이제 친구와 멀어져서요. 이제 친구 관계를 더 이어 나갈 수 없는 상황이에요. 다시는 잘 지내고 싶지 않아요."(참여자 6)
- "걔는 신경 쓰고 싶지 않아요. 이제 제발 좀 착하게 생각하고 행동해라...했는데 (그 친구가) 알았다고 해서 안심했거든요. 그런데 얘가 갑자기 또 변하고 이상해져가지고...얘는 길어도 몇 주면 끝나는가 보다 했어요."(참여자 3)
- "자꾸 새벽에 전화하면서 계속 자기 범죄하는거랑 저랑 엮으려고 하는 거예요. 그래서 다시 경찰서 오기 싫으니까 이제 피하고 있어요."(참여자 4)
연구 참여자들은 비행으로 인해 경찰서에 온 경험을 ‘좋지 않은 경험’, ‘쓸데없는 짓’으로 이야기하며 두 번 다시는 경찰서에 오고 싶지 않은 감정을 호소하였다. 한 연구 참여자는 부모님이 재비행 발생을 염려하여 자신의 모든 행동을 물어보고 파악하고 있음을 토로하였다. 그런 이유로 일상생활 전부를 감시받고 있다는 생각에 짜증 나고 죄책감을 느끼고 비행에 관련되게 하는 친구와의 관계나 상호작용은 단절하겠다는 의지를 표현하였다. 다른 연구 참여자 역시 비행 후 또래와 비행에 더이상 연루되지 않도록 비행을 권유하는 친구들에 대한 경계심을 표현하였다.
- "저에게 담배 피우라고 권유하거나 술 먹자고 하거나 그런 애들이 있는데 이제는 단번에 거절해요. 몸에 나쁘니까요. 나이가 어려가지고 아직 제대로 된 몸이 아니잖아요. 그걸 말하는 거예요." (참여자 6)
- "그냥 그 친구를 버릴 것 같아요. 저는 이제 범죄나 비행행위는 한 번 했고 그래서 여기(경찰서)왔으니까 옳지 않은 거니까 거부하거나 제가 그런 친구한테 제 경험을 일단 말해줄 것 같아요. 그런데도 꼭 하고 싶냐? 이렇게 그러고 나서 그래도 하겠다. 하면은 이제 그 친구는 버리고 아웃인거죠."(참여자 3)
Ⅴ. 결론 및 논의
본 연구는 청소년이 속한 또래 집단에서의 비행 경험에 대해 탐색해보고자 질적 연구를 통해 자료를 수집하였다. 연구에 참여한 총 9명과의 심층 면접을 통해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집단 경험의 구조를 분석하였다. 그 결과, 연구 참여자들에 대한 비행 경험의 구조는 3개의 상위요소와 10개의 하위요소로 구성되었으며 주요 결과를 논의하면 다음과 같다.
우선, 연구 참여자들은 자신의 내적인 문제에 대한 스트레스 해소 방안으로 친구와의 비행을 시작하게 되었다. 또한 반복되는 일상에 대한 따분함을 또래와 함께 비행 행동을 함으로써 해소하고 있었고 그들에게 있어 비행 행동은 일종의 보상으로 느끼고 있었다. 또래와의 집단 관계 속에서 자신감을 얻어 비행으로 이어지기도 하였다. 충동적으로 또래 집단과 어울리면서 처음 맛보게 된 비행 경험에서의 긍정적 경험이 비행을 계속하도록 유인하는 계기가 된 것이다.
특히 본 연구 결과에서 주목할 점은 친구와의 집단비행 경험은 연구 참여자들에게 친구에 대한 기존의 생각을 강화하거나 변화하도록 만드는 경험이 되었다는 점이다. 분석 결과, 경험 구조는 긍정적 그리고 부정적 친구 관계 경험으로 나눠볼 수 있었다. 친했던 친구와 시작한 비행이 그 이후 더욱 그들에게 친구와의 우정 혹은 추억이라는 의미로 구성된 경우가 있었다. 한편, 이와는 상반된 경험 구조로는 비록 친한 친구와의 경험 속에서 시작된 비행이었지만 이후 처벌 결과에 대한 억울함이나 앞으로의 비행을 피하고자 하는 마음이 친구와의 관계를 부정적으로 만들거나 단절되게 만들었다.
친구와의 긍정적 관계를 기반으로 하는 경험 구조는 특히 ‘비행을 함께 한 친구는 진정한 친구’를 들 수 있다. 예를 들어, 참여자 1과 2는 유치원 때부터 친구였고, 참여자 3과 4는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친구였으며 참여자 6도 공범 친구와 초등학교 때부터 친밀한 친구 사이었다. 함께 비행을 저지른 친구들은 오랜 기간 서로 힘들고 지칠 때 옆에 있으면서 의지해주는 사이로 지내왔다. 이처럼 친한 친구나 평소 자주 어울렸던 친구들과 보내는 시간이 많고 그들과 대인관계를 유지해 나가기 위해서 함께 비행을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평소 친한 친구로 생각했던 친구와 비행을 함께하는 비행 집단이 만들어지게 되고 함께 하면서 더 돈독한 사이로 발전하게 되는 것이다.
친구와의 부정적 관계를 기반으로 하는 경험 구조는 ‘비행을 함께 한 친구는 원망스러운 친구’라는 하위 구조에서 잘 나타나고 있다. 연구 참여자 대부분은 호기심에 충동적으로 시작한 행동들이 비행으로 이어져 경찰서에 오게 되었다. 특히 친구의 지속적인 권유로 비행에 가담한 연구 참여자는 친구에 대한 분노 감정을 드러내며 다시는 만나고 싶지 않음을 표현하였다. 한편, 친구들과 어울리다가 또 비행에 연루되어 오게 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으로 인해 앞으로는 함께 비행했던 친구와 관계를 지속하고 싶지 않다는 마음을 드러냈다. 또한 비행 사실로 경찰서에 오게 된 것을 부모님이 알고 화를 많이 내시거나 용돈이 축소되는 처벌을 받게 되었다는 것을 이야기하는 모습을 보았을 때 심리적으로 부정적인 감정들이 많이 내재 되어 있는 것으로 보였다.
본 연구를 통해 청소년들의 또래와의 비행 경험에 대한 의미를 알아보았다. 종합적으로 살펴보면 청소년기 또래 집단의 영향은 중요하다. 다만 그들이 소속된 또래 집단의 특성이 어떠한가에 따라 청소년이 받는 영향도 다르게 나타났다. 또래 집단 구성원들과 정서적 지지를 통해 애착을 형성하고 긍정적인 소속감을 경험하기도 하지만, 또 다른 또래 집단을 통해서는 비행을 통해 친밀한 관계가 단절되는 경험을 하기도 했다. 이는 청소년이 어떤 또래 집단에 속해 있는가에 따라 장래가 달라질 수 있다는 선행연구를 지지하는 연구 결과이기도 하다. 이처럼 청소년에게 또래 집단에서의 경험은 다양한 결과로 나타날 수 있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또래 집단에서 친구들과의 관계가 비행에 어떠한 영향을 주는가에 대한 연구 결과를 통해 이후 비행 예방대책이 수립되어야 할 것이다. 청소년 비행에 대한 대책으로는 또래 집단에 대한 선도적 개입방법을 통해 재비행에 참여할 기회를 사전에 막는 예방적인 측면과 경미한 비행을 저질렀을 때, 재범을 방지하기 위한 교정적인 측면을 동시에 고려해야 할 것이다. 이에 청소년의 또래 집단에 대한 비행을 예방하기 위한 정책적, 실천적 방안을 제시해 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청소년들이 소속감과 자기 정체감을 느끼고 또래 집단에서 긍정적인 지지체계를 형성해 갈 수 있는 지역사회 프로그램 적용이 필요하다. 연구 참여자들은 대부분은 같은 행정구역에 거주하는 친구들과 자주 어울리고 있었다. 청소년들에게 있어 지역사회는 가장 밀접한 생활현장이라 할 수 있다. 또래 친구들을 만나 활동하고 일정한 그들만의 문화를 공유할 수 있는 공간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이에 청소년상담복지센터 등 지역사회에 있는 관련기관을 통해 청소년들이 가지고 있는 창의적인 능력과 기량을 발휘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 이곳에서 자신의 기술과 능력을 또래 친구들에게 자발적으로 참여할 기회가 주어지거나 교육 기회 제공을 통해 재능을 발견하는 과정을 경험하는 긍정적 기회를 갖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이를 위해 지역사회가 청소년을 위해 충분한 예산을 투자하여 관련분야 전공자에 의해 구성된 프로그램에 참여함으로써 청소년에게 비행과 일탈을 촉진시키는 부정적 요인을 낮추고 자신의 재능과 역량을 펼쳐 그 과정에서 긍정적인 성장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따라서 지역사회를 중심으로 한 또래 집중개입프로그램은 청소년이 또래 집단에 의해 나타날 청소년 문제를 예방하는데 기여할 것이다.
둘째, 경찰서에서 이루어지는 비행 청소년들을 위한 프로그램에 집단상담프로그램 도입이 필요하다. 이들을 위한 프로그램은 참여 청소년들의 상호작용 방식이나 의사소통 방식, 갈등을 해결하는 의사결정 방식에 영향을 주는 일련의 과정적 활동이 되어야 한다. 그런 경험을 통해 참여자 개인의 부정적인 감정이 긍정적인 방법으로 표출될 수 있도록 안내하는 것이다. 분노의 감정은 고통스러운 자극이나 좌절된 상황에서 나타나는데 이런 감정의 에너지 소모가 비행 행동으로 욕구 충족되는 것이 아니라 다른 방향으로 성취되어 습득 방법을 배울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즉, 집단상담프로그램을 통해 비슷한 또래와의 상호작용과 그들과의 경험 공유를 통해 자신의 지위나 행동이 긍정적으로 나타날 수 있도록 인식시키고 경험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그렇게 된다면 자신의 사고, 정서, 행동의 변화 등 내면적 요인과 대인 관계적 행동패턴의 변화를 일으킬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또래와 비행의 방법이 아닌 내면의 감정이나 경험 공유를 통한 긍정적인 방법으로 자신을 인정받고 자기 정체감을 확립시킬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
그동안의 선행연구들은 비행 청소년이 속한 또래 집단의 특성보다는 그들이 속한 가정 환경과 개인적 특성에 초점을 맞춰 진행된 양적 연구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본 연구에서는 기존 선행연구들의 한계점을 보완하면서 집단으로 비행을 저지른 청소년들과의 심층 면접을 통해 그들의 비행 경험에 대한 진솔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는 것에 의미가 있다. 하지만 본 연구는 몇 가지 한계점이 있다. 우선 특정 지역의 특정 경찰서 선도프로그램에 참여한 청소년들을 중심으로 연구가 진행되었다는 한계가 있다. 또한 연구 참여자 모집 과정에서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남자로만 연구 참여자가 구성되어 연구 결과 해석에 있어 유의가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본 연구는 주로 경범죄를 저지른 연구 참여자들만을 포함하였다는 점도 밝힌다. 이러한 연구의 한계점은 후속 연구를 통해 보완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한계에도 불구하고 본 연구는 질적 연구를 통해 청소년의 언어로 또래와의 집단비행 경험을 탐색함으로써 또래들과 함께하는 청소년들의 삶을 한층 더 이해할 수 있는 자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청소년기에 친구와의 우정, 관계, 함께하는 활동은 매우 중요하다. 이것이 비행이라는 일탈행동으로 친구 관계가 왜곡되지 않도록 친구와의 집단활동을 다양하게 경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통해 친구와 함께 할 수 있는 자연스럽고 긍정적인 기회가 제공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Acknowledgments
이 논문은 2023년 한국청소년문화연구소의 청소년문화포럼 연구비지원 논문공모에서 특별연구비를 지원받아 수행된 연구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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