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search Center for Korean Youth Culture
[ Article ]
Forum for youth culture - Vol. 0, No. 75, pp.137-174
ISSN: 1975-2733 (Print) 2713-797X (Online)
Print publication date 31 Jul 2023
Received 31 May 2023 Revised 19 Jun 2023 Accepted 26 Jun 2023
DOI: https://doi.org/10.17854/ffyc.2023.07.75.137

청소년 메타버스 크리에이터의 다중정체성에 대한 질적 사례연구

허지은1) ; 남지은2)
1)이화여자대학교 교육대학원 상담심리전공 석사
2)이화여자대학교 상담심리 조교수, 교신저자
A Qualitative Case Study on Multiple Identities of Adolescent Metaverse Creators
Heo, Jieun1) ; Nam, JeeEun2)
1)Ewha Womans University Graduate School of Education, Counseling Psychology, Master’s Program
2)Ewha Womans University, Counseling Psychology, Assistant professor, corresponding author.

초록

본 연구는 메타버스 청소년 크리에이터의 다중정체성을 이해하기 위한 사례연구이다.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와 ‘로블록스’에서 크리에이터로 활동하고 있는 청소년 3명과의 심층면담, 메타버스 플랫폼 내 참여관찰, 그리고 현지 자료 조사를 통해 연구를 진행하였다. 수집된 자료는 질적 사례연구 방법을 활용하여 기술하고 분석한 뒤, 해석하였다. 그 결과 도출된 시사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현실 세계에서 연구 참여자들은 보통의 학생과 같은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이들은 해야 하는 일을 모두 마치고 난 뒤, 예술가로 전환되어 창작 활동을 한다는 점에서 보통 청소년들과 차이를 보였다. 둘째, 가상 세계에서 이들은 수많은 사람들과 연결되어 관계를 맺으면서 적극적인 창조자로서 새로운 정체성을 형성해갔다. 즉, 확장된 관계망 안에서 크리에이터들은 다양한 역할을 시도해보며, 자신에 대한 또 다른 모습을 발견하고 발전시켰다. 셋째, 현실 세계 내 정체성과 가상 세계에서의 새로운 정체성의 상호작용을 통해 크리에이터들은 개성화의 과정을 거치는 것으로 보였다. 이러한 연구 결과를 토대로 청소년의 긍정적인 메타버스 활용을 위한 제언을 하였다.

Abstract

This qualitative case study sought to understand the multiple identities of adolescent metaverse creators. In-depth interviews with three teenagers who work as creators on the metaverse platforms "Zepeto" and "Roblox," participant observation in those metaverse platforms, and field work were conducted. The collected data was described, analyzed, and interpreted using a qualitative case study method. The following are the implications of the findings. First, the study participants appeared to be ordinary students in the real world. However, they differed from ordinary teenagers in that they engaged in creative activities during their break time after completing all of their assigned work. Second, they created new identities as active creators in the virtual world by connecting and forming relationships with numerous people there. They experimented with different roles within the expanded network to discover and develop other aspects of themselves. Third, creators went through the process of individualization as their real world identities interacted with their new virtual identities. Based on the study's findings, suggestions were made regarding ways to promote positive uses of metaverse for adolescents.

Keywords:

Youth creators, Metaverse, Case studies, Multi identities

키워드:

청소년 크리에이터, 메타버스, 사례연구, 다중정체성

Ⅰ. 서 론

현실 같은 가상현실이 등장하면서 현실의 경계가 확장되고 있다. 이제는 가상현실이 단지 현실을 보완하는 공간으로 쓰이는 대신, 현실을 대체할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전준현, 2021). 기술의 발전에 따라 현실감 있는 가상공간이 등장하였고, 사용자들은 그 안에서 현실에서와 같이 생활을 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메타버스(Metaverse)란 가상현실뿐만 아니라 SNS와 물리적 현실 등을 포함하는 개념으로, 여러 개의 현실을 모두 포함하는 상위의 세계라는 의미이다. 메타버스는 ‘실재성’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Heim, M., 1993). 현실과 유사하게 구성된 가상공간은 실재와 현실, 공간에 대한 사람들의 감각을 실험해 볼 수 있게 한다. 예를 들어, 가상현실의 사용자들이 자신을 어떻게 가상공간 안에 드러내는지, 드러난 신체는 사용자와 거리를 두고 있는지, 또는 사람이 단지 하나의 실재에만 충성해야 하는지 등의 질문이 생길 수 있다.

기실 지금의 청소년들에게는 여러 개의 가상현실을 돌아다니며, 여러 개의 이름을 사용하는 것이 익숙할 수 있다. 2022년 한국언론진흥재단에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국내 청소년의 지난 일주일 간 SNS 이용률은 78.1%, 메타버스 플랫폼 이용률은 52.1%로 나타났다. 각 플랫폼마다 새로운 계정을 쉽게 만들 수 있기에, 가상현실 안에서 다양한 모습으로 활동하며 오래 머무는 것이 이제는 자연스럽다(최보미, 박민정, 채상미, 2016).

메타버스 플랫폼 내 새로운 계정을 생성할 때, 이용자는 자신을 대신할 수 있는 인물을 만들어 새로운 이름을 지어주게 된다. ‘또 다른 나’로 대표되는 ‘아바타(Avatar)’를 만들어 가상현실 속 사회에 참여할 인물을 구성하는 것이다. 이임복(2021)은 메타버스 안에서 현실의 자신과는 다른 이름, 현실에서의 나를 짐작하기 어려울 만큼 새로운 정체성 및 ID로 활동한다면 모두 ‘또 다른 자아’라고 설명한다. 이렇게 생성된 자아는 현실에서의 정체성과 전혀 다른 모습으로 구성되기도 한다.

이때 가상공간에서의 다중정체성이 가지는 특징이 드러난다. 여러 개의 정체성을 갖는 것과 관련한 기존 연구에서는 다문화와 관련된 주제들이 많이 있다. 모국과 거주국이 다른 상황으로 인해 다중정체성을 형성하게 되는 것이다. 다문화연구에서 다중정체성은 “한 개인이 여러 개의 공동체로부터 중층적으로 부여되는 구성원으로서의 지위와 역할을 갖는 것”을 의미한다(김민호 외, 2015). 즉, 개인의 입장에서는 공동체 안에서 정체성을 부여받는다. 하지만 메타버스 혹은 현대 사회에서의 다중정체성은 대부분 개인이 능동적으로 자신의 정체성들을 구성해간다는 특징을 보인다. 현실의 맥락과 크게 관련 없이 개인이 원하는 모습을 주체적으로 선택해서 자신의 정체성을 직접 만들어갈 수 있다. 즉, 가상공간에서 개인은 정체성에 대한 선택권을 부여받는다.

디지털 환경이 익숙한 청소년들은 현실 공간에서만 살고 있는 것이 아니라 이미 삶 전반에 깊게 자리 잡은 온라인 가상현실 안에서도 살고 있기 때문에, 이 두 공간에서의 자아정체감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임호용, 2006). 이에 본 연구는 가상세계를 통해 다양한 정체성을 시도해 보며 많은 시간을 온라인 안에서 살아가고 있는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고, 어떤 정체성 체험을 하는지에 대한 심층 면담과 참여 관찰, 현지 자료 조사를 통해 질적 사례연구를 수행하고자 하였다.

다양한 관점에서 메타버스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지만, 메타버스 플랫폼 사용자의 체험을 이해하기 위한 연구는 아직 부족하다(주수완, 2022). 특히 메타버스에서 활동하는 청소년에 대한 연구는 거의 없다(송원일, 2022). 이에 따라 본 연구는 메타버스 안에서 유명 크리에이터로 활동하며 가상 세계의 문화를 이끌어가면서도, 현실 세계를 충실히 살아가는 세 명의 청소년들을 만나 다음과 같은 연구 문제를 탐색하였다. 첫째, 메타버스 청소년 크리에이터의 현실 세계 정체성 경험은 어떠한가? 둘째, 메타버스 청소년 크리에이터의 가상 세계 정체성 경험은 어떠한가? 셋째, 메타버스 청소년 크리에이터의 현실 세계 정체성과 가상 세계 정체성 간 관계는 어떠한가?


Ⅱ. 이론적 배경

1. 메타버스

1) 메타버스 개념 및 특징

메타버스란 ‘가상’, ‘초월’을 의미하는 Meta와 ‘우주’, ‘세계’를 의미하는 Universe가 합성된 단어이다. 이는 단지 가상현실만을 가리키는 단어가 아니라, 개별적 현실들을 초월하여 여러 개의 현실을 모두 포함하는 상위 개념으로의 세계(이시한, 2021)를 의미하는 단어이다. 즉, 메타버스란 모든 가상현실을 포함한 공간을 의미하며, 물리적 현실 역시 메타버스 중 하나의 세계로 이해할 수 있다. 2006년, 미국 미래가속화연구재단(ASF: Acceleration Studies Foundation)에서 주최한 메타버스 로드맵에서는 메타버스를 “가상적으로 확장된 물리적 현실과 물리적으로 영구화된 가상공간의 융합”이라고 정의하였다(서성은, 2008). ASF는 메타버스 구현 기술과 내재적 특성 및 외재적 특성의 차이를 기준으로 하여 메타버스를 4개의 유형으로 구분한다.

<그림 1>

메타버스의 4가지 유형

내재적 특성은 개인이 정체성을 가진 아바타를 만들거나 개인적 생활을 공개하는 행위를 의미한다. 반면, 외재적 특성은 외적인 세계와 환경을 구현하는 것을 의미한다(이시한, 2021). 이를 현실 위에 가상을 덧씌워서 가상공간을 구현한다면 증강 기술이고, 모든 공간을 가상으로 구현한다면 시뮬레이션이다. 현실을 바탕으로 외적인 세계를 구현하는 증강 현실의 가장 대표적인 예는 HUD(Head Up Display, 전방표시장치)다. 운전할 때 필요한 정보를 자동차 전면 유리에 표시해주는 전방표시장치는 현실의 길 위에 가상 이미지를 구현한다. 거울 세계는 실제 현실을 거울처럼 그대로 가상 공간에 구현하여, 정보를 강화한 가상 공간 혹은 물리적 세계의 반영을 의미한다(Smart J. et al, 2007). ‘구글어스(Google Earth)’와 같이, 현실을 모델로 하여 3차원 그래픽 기술을 통해 가상 공간을 구성한 것이다. 라이프로깅은 현실을 기반으로 한 내재적 특성을 가진 메타버스로, 일상적 경험을 기록하고 공유하는 기술을 의미한다(서성은, 2008). 개인이 직접 자신의 삶을 기록하는 페이스북, 인스타그램과 같은 SNS가 라이프로깅에 포함된다. 가상 세계는 구성된 가상 환경을 기반으로 하며, 내재적 특성을 가진 메타버스이다. 3차원 그래픽 환경을 바탕으로 현실과 유사한, 혹은 대안적 세계를 구현한 곳이다.

이시한(2021)은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네 유형의 메타버스가 점차 통합되어 가며, 결국 유형 간 경계가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지적한다. 이미 ‘네이버(Naver)’에서 제공하는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는 증강 현실과 라이프로깅, 가상 세계가 모두 복합적으로 이루어져 있다(이시한, 2021). 이처럼 분리되어 있던 각 기술들이 한 공간으로 통합되면서 메타버스는 사용자들에게 무한한 자유를 제공하면서도 뚜렷한 목적이 있는 완전한 스토리를 체험할 수 있는 세계가 되어가고 있다(서성은, 2008).

이와같이, 통합된 디지털 공간을 제공하는 곳이 메타버스 플랫폼이다. 플랫폼이란 구획된 땅이라는 의미의 ‘Plat’과 형태라는 의미의 ‘Form’의 합성어로 구획된 땅의 형태를 의미한다. 즉, 원래는 경계가 없던 땅을 용도에 따라 구획하여 활용할 수 있게 된 공간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단어이다(윤상진, 2012). 주로 대중교통을 타는 승강장이라는 의미로 사용되었지만, 사용자가 활동하는 기반이 되는 컴퓨터 시스템 및 소프트웨어 등에도 사용되고 있다. 이에 따라, 메타버스 플랫폼은 초월현실의 공간을 제공하는 거점이라고 볼 수 있다.

김대식(2022)은 현실 또한 일종의 플랫폼이라고 설명하며, 사람들이 수십만 년 이상 아날로그 플랫폼인 문명에서만 살아와서 가능한 현실이 아날로그 세계만 유일하다고 여기는 경향이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제 많은 사람들이 메타버스 플랫폼을 사용하며 현실의 새로운 공간으로 이동하고 있다. 현재 대표적인 메타버스 플랫폼인 ‘포트나이트’의 전체 이용자 수는 22년 기준 3억 5000만 명(장희수, 2022)이고, 2018년부터 서비스를 시작한 제페토의 이용자 수는 3억명이다.

메타버스는 기존 인터넷과 달리 체화된, 즉 몸을 지닌 인터넷이다(김대식, 2022). 사람들이 정보를 찾아 접할 수 있었던 인터넷과 달리, 메타버스에서는 사람들이 정보 안으로 직접 들어갈 수 있다. 정보로 구성된 공간 안으로 들어가 자신과 세상에 대한 정보를 직접 생성하여 자신의 정체성과 공간을 새로 구성하고 타인과 공유하는 활동이 가능해진 것이다. 백영균(2010)은 가상 세계로 몰입하여 들어가는 것은 실제 세계와 같은 상호작용 경험을 하게 하며, 그 안에서 강한 존재감을 느끼게 한다고 말한다. 가상공간은 ‘다감각적 경험’을 제공하기 때문에, 메타버스는 사용자들을 공간 안으로 몰입시켜 지각적 및 신체적으로 자신이 그 공간 안에 있다고 믿게 한다고 설명한다(백영균, 2010). 심재국(2022)은 메타버스를 통해 현실이 확장되어, 가상공간 안에서도 사회·경제적 활동을 포함한 모든 활동을 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이 활동의 범위는 기존의 시·공간을 초월한다. 즉 사람들은 가상 세계를 통해 활동 반경을 넓힐 수 있고, 삶의 경험을 확장할 수 있다.

이제 대부분의 사람들은 스마트폰을 자신의 일부처럼 사용하며, 특히 청소년들은 온라인 공간에서의 활동을 익숙하게 여긴다. 코로나로 인해 가상현실과 온라인 활동이 더 활성화되며 인간 삶의 많은 활동들이 메타버스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이러한 이동과 가상세계에서의 활동을 통해, 인간의 생활 방식과 관계의 양식, 그리고 존재 양태가 바뀌어 가고 있다.

2) 메타버스 크리에이터

크리에이터(Creator)는 창조자라는 의미이다. 기존에는 주로 창작활동을 하는 예술가, PD, 기업가와 같은 직업군에 크리에이터라는 이름을 사용하였다. 하지만 이제는 누구나 크리에이터가 될 수 있는 시대이다. 1인 미디어가 등장하면서 개인이 직접 콘텐츠를 구상하고 기획하여, 제작할 수 있게 되었다. 각 개인은 단순히 대형 미디어가 제공하는 콘텐츠를 소비하는 주체에서 벗어나, 직접 콘텐츠를 창조하며 문화를 생산하는 주체로 변모하였다. 이러한 창작활동을 하는 사람들을 모두 크리에이터라 부른다.

그중 가상 세계 안에서 아이템과 공간 등을 포함한 콘텐츠를 창작하여 메타버스 플랫폼에 공유하는 사람을 ‘메타버스 크리에이터’라고 한다. 메타버스 크리에이터는 21년 12월 정부로부터 신직업군으로 발표되었다. 크리에이터는 자신이 만든 콘텐츠를 바탕으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고, 메타버스 내 수익은 현금으로 환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제페토 내 유명 크리에이터 ‘렌지’는 제페토 내에서 약 1500벌의 옷을 제작하여, 월 순수익 1500만원을 버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안유리, 2021). 또한 아이템을 직접 만들지 않더라도, 제페토 내 ‘아바타 성형’이라고 불리는 ‘대리 커스텀(댈컴)’을 하며 건당 돈을 받는 ‘제페토 성형외과 의사’도 있다.

2. 다중정체성

1) 정체성

정체성이란 ‘나는 어떤 사람이다’라는 인식을 바탕으로 자신에게 중요하고 의미 있는 것이 무엇인지 이해하고, 이를 통해 삶의 방향과 목적을 결정한 정도이다(박선웅, 2020). Erikson E.(1956)에 따르면, 정체성이란 개인 안에서의 지속적인 동일성과 다른 사람들과 지속적으로 공유하는 본성 사이의 관계를 표현하고, 이러한 내적 연속성과 사회적 동일성에 대한 감각은 청소년기에 발전하기 시작한다.

사람들은 청소년기에 과거 자신이 어떤 사람이었는지, 지금은 어떤 사람인지, 미래에는 어떤 사람이 될 것인지를 연결하며 자신에 대한 개념과 타인이 자신을 인식하는 방식을 조화시키게 된다. 즉 청소년기는 자아정체감을 형성하며 자신이 누구인지에 대해 알아가는 시기이다. 이때 청소년들은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자신과 사회에 대해 검토하는 시간을 갖게 된다. Erikson은 이러한 청소년기를 ‘심리사회적 유예기’라고 정의하여, 청소년들은 이 시기에 정체감 확립을 위해 다양한 역할을 실험해보며 자신에 대해 탐색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다고 설명한다(이미리, 김춘경, 여종일, 2019).

하지만 박아청(2010)은 정체성이란 한번 확립되면 고정되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변화하며 움직이는 과정이라고 설명한다. 즉, 정체성은 자신을 일관되게 유지하는 하나의 고정된 개념이 아니라 새로운 자신을 계속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새로운 자신으로 재생해가는 것과 과거의 자신을 유지하려는 것 사이의 불일치에 의해, 그리고 그 불일치를 만들어나가는 삶의 과정 안에서 균형을 이루어가는 과정이자 운동으로 이해할 수 있다. 사람들은 기존에 이어오던 자기를 유지하고 싶은 연속성에 대한 희망과 새로운 자기를 만들어가고 싶은 희망 사이의 균형을 이루면서, 새로움을 바탕으로 정체성을 변화해간다.

2) 다중정체성

이러한 정체성 개념은 다중적인 모습으로 사용될 수 있다. 박아청(2010)은 개인을 둘러싸고 있는 국가, 문화 등과 같이 주변 환경의 수준에 따라 개인의 정체성을 각각 다르게 표현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그리고 이러한 각각의 정체성들은 하나로 통합되지 않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자신이 태어나고 자란 나라와 다른 국가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두 개, 또는 그 이상의 문화를 각각 갖고 생활할 수 있으며, 여러 개의 문화가 개인 안에서 하나로 통합되지 않고 불연속하게 그대로 혼재할 수 있다. 개인 안에서 하나의 통합된 본질적 정체감을 확립할 수 없는 것이다.

박아청(2010)은 온라인 기술의 발달로 인해 다양화된 사회 안에서는 개인이 하나의 정체성을 유지하는 것이 더 이상 가능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도 지적한다. 새로운 미디어 사회는 무한한 다양성의 잠재력-“다중성(Multiphrenia)”-을 가진 자아를 유도한다(Wexler Philip, 1992). 여러 개의 세계와 다양한 관계적 맥락 안에서 형성한 각각의 정체성들이 하나의 정체감으로 통합될 수 없는 것이다. 이러한 개념을 다중정체성(Multi identity)이라고 한다.

다중정체성은 개인이 식별하거나 성별, 성적, 성향, 직업 등에 따라 분류할 수 있는 정체성의 집합(Kang S. & Bodenhausen G. 2015)으로 정의된다. 다중정체성 개념은 한 개인이 여러 정체성을 동시에 가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김소영, 2016). 2개 이상의 직업이나 국적을 가진 사람들이 증가하면서 다중정체성을 가진 사람들도 많아지고 있다. Kang S. & Bodenhausen G.(2015)는 인류 역사상 자기 정의의 기회가 이렇게 방대했던 적은 없었다고 지적하며 현대 생활은 자연스럽게 다중정체성의 중요성을 강조한다고 설명 한다.

3) 가상 세계에서의 다중정체성

가상 세계는 현실 세계와 달리 구현된 현실이라는 특성으로 인하여, 사람들로 하여금 새로운 정체성을 만들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메타버스 내 생활에서 사용자들이 갖는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익명성이다. 개인이 원한다면 현실 세계 혹은 다른 가상 세계에서의 정체성을 드러내지 않은 채 새로운 정체성을 가진 아바타를 쉽게 만들어 낼 수 있다. 현실 속 자신의 성별이나 나이, 직업이나 소속 등 인적 사항을 포함한 개인정보에 구애받지 않고 사용자가 보이고 싶은 방식대로 만들어 낸 모습만으로 가상 세계 안에서 활동할 수 있다.

안미효(2005)는 온라인 상호소통의 익명적이고 비공개적인 특성으로 인하여 가상 세계에서 사용자는 자신에 대해 선택적으로 노출할 수 있게 되고, 상대방과도 그들이 전달하는 단서로만 만나기 때문에, 이 과정에서 다중정체성을 형성하게 된다고 설명한다. 가상현실에서는 기존 개념으로의 자아정체성이 유지되지 않으며(안미효, 2005), 누구나 새로운 정체성을 만들 수 있다. 즉, 같은 시간 안에 물리적인 현실 세계에 존재하며 모니터를 보고 있는 자신과 가상 세계에 투영시킨 또 하나의 자신이 공존할 수 있는 것이다(윤소영, 2014).

메타버스 안에서 다중정체성을 형성하며 나 대신 존재하는 인물을 총칭하여 ‘아바타’라고 부른다. 아바타란 원래 화신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는 산스크리트어로, 화신이란 보이지 않는 신이 사람들 눈에 보일 수 있도록 만든 가상의 몸을 의미한다. 이제는 사람들이 또 다른 현실들에 자신의 모습을 보여야 할 때 이 개념을 적용하여, 메타버스 내 인물에 대해서도 아바타라고 명명한다. 아바타를 통해 사람들은 메타버스 안에 존재하며 나를 표현하고 다른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게 된다. 아바타는 또한 메타버스의 무한한 상상력과 자유로움을 표현할 수 있다는 점에서 메타버스의 가장 중요한 특징을 반영한다(이재원, 2021).

아바타로의 경험은 몸의 경험과도 일치하며, 몸을 여러 개 가지도록 하는 것도 가능하게 한다(김대식, 2022). 백영균(2010)은 아바타를 제2의 자아라고 부르며, 메타버스 사용자가 아바타의 감각 채널에 의존하여 가상공간에서의 경험을 실제의 것으로 여기는 원격 현존감을 갖게 된다고 설명한다. 아바타는 가상현실에서의 경험을 직접 체험하는 주인이고, 사용자는 이를 간접적으로 체험하는 주인이지만 정신적 활동과 구현을 통해 가상공간의 문화를 직접 만드는 주인공으로 기능하게 된다.

또한 메타버스 내 아바타를 통한 사람들 사이의 교류는 기본적으로 육체를 통해 만났던 기존의 인간관계와는 달리 육체는 분리하여 정신을 통해서만 만나는 방식으로 관계의 양식을 바꾸고 있다(이시한, 2021). 관계에 있어 기본이 되었던 육체와 신원 등이 배제되고 직접 창조한 아바타를 통해 정신적으로만 소통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인간관계에 있어서 물리적인 한계와 배경을 뛰어넘어 다른 사람들과 연결되고 상호작용 할 수 있게 되었다.

선행연구에 따르면, 가상 세계에서의 익명성은 상호 간의 의사소통과 교류를 촉진시킨다(안미효, 2005). 예를 들어, 현실에서는 자신의 외모에 대해 열등감을 갖고 있어서 사람들과 대화를 잘 나누지 못할 수도 있지만 가상 공간 안에서는 현실의 외모로부터 자유롭게 다른 사람들과 관계를 맺을 수 있다. 또한 상대방과의 나이 차이나 사회적 지위로부터 오는 위계질서 등과 관계없이 동등한 위치에서 평등하게 관계를 맺을 수 있도록 한다. 이처럼 가상 현실에서는 현실의 모습과 신원으로부터 벗어나 솔직하고 적극적으로 자신을 표현할 수 있다는 특징을 가진다. 표현의 자유가 높아지는 만큼 소통을 활발하게 할 수도 있다.

익명성을 바탕으로 하는 소통은 또한 대화의 내용에만 집중할 수 있게 한다(임은미, 2006). 가상 공간에서의 익명성은 자신의 신원뿐만 아니라 상대방이 어떠한 사람인지에 대해서도 알기 어렵게 한다. 이를 통해 상대방과 대화를 할 때 주의를 분산시킬 수 있는 상대방의 사회적 지위나 재산, 외모와 같은 대화의 외적인 요인들을 배제하여 오로지 대화의 내용에만 초점을 두고 소통할 수 있다는 특징을 가진다.

그리고 아바타를 통한 의사소통은 자신감 있게 적극적인 소통을 가능하게 하지만 자신과 연결되어 있다는 생각을 바탕으로 서로에 대한 예의를 지키게 하기도 한다(이재원, 2021). 실제로 코로나로 인해 국내의 한 대기업에서 메타버스에서 채용설명회를 개최하였을 때, 인사담당자는 대면 설명회 때와 달리 지원자들이 부담없이 적극적이고 과감하게 질문을 던지는 것에 놀랐다고 한다. 반면, 무례한 태도를 보이는 지원자는 거의 없었다. 이처럼 아바타를 매개로 하는 소통은 자신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도록 허용하면서도, 자신을 반영하고 있다는 느낌을 바탕으로 서로를 존중하는 모습을 보이게도 한다.

아바타에 대해 나를 반영하는 인물이라는 인식이 생기면서(이재원, 2021), 가상 현실에서의 정체성도 개인의 정체성 감각과 연결될 수 있다. 에릭슨은 이 자리에 살아있는 감각이 바로 정체성이라고 말한다(Erikson, 1980; 박아청, 2010 재인용). ‘나’라는 단어는 모든 사람들에게 서로 소통할 수 있는 경험의 우주 안에서, 살아 있다는 감각 나아가 존재의 필수 조건이라는 인식의 중심에 있다는 단순한 언어적 확신의 근거가 된다(Erikson, E. H., Erikson, J. M., 1997).

정체성 감각은 내면에서 경험하는 존재감과 유사하다. 가상현실 속에서 형성된 정체성도 개인에게 존재감을 부여한다. 이향재(2004)는 가상 현실 사용자가 자신의 아바타로 활동을 하는 동안 아바타와 동일시를 경험한다는 보고에서, 사용자들이 “아바타를 통해 가상 세계 안에 존재하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그리고 심박변이도(HRV) 반응 측정을 통해 가상현실 사용자의 심박수, 교감신경, 부교감신경의 신체적 변화를 분석한 결과 아바타로 활동을 하는 동안에도 사용자들은 아바타 자아와 신체적, 정신적, 심리적으로 융합을 이루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였다. 즉, 현실 세계에 대한 익명성을 바탕으로 메타버스 사용자는 자신과 연결되어 있는 또 다른 자아를 만들어간다.

Markham(1998)은 온라인 사용자들의 가상현실에 대한 경험을 세 개의 개념적 수준으로 구분한다. 가상현실 사용자들은 가상현실에 대해 도구에서 장소, 존재 방식으로 이어지는 연속체 위에서 정의한다. 자아와 인터넷의 연결성이 높아질수록 존재 방식의 수준으로 옮겨가게 된다.

첫 번째 단계는 도구 단계로 온라인 기술을 단지 소통을 위한 매체로 보는 단계이다. 이 단계에서 사용자들은 현실 세계의 친구와 소통하기 위해, 혹은 다른 사람들과 비대면으로 연락하기 위한 연결 통로로 가상공간을 사용한다. 그들에게 가상공간은 수단일 뿐이며, 가상 세계에서의 경험도 현실 세계의 자아에 의존한다.

두 번째 단계는 장소 단계로 사용자들이 가상공간에 대해 다른 사람들과 만날 수 있는 장소로 여기는 단계이다. 이 단계에서 사용자들은 가상현실에 대해 물리적인 실체는 없지만 진짜 결과를 야기할 수 있는 의미있는 장소로 인식하며, 온라인 공간을 가상 공동체 혹은 “집”이라고도 부른다. 이들이 가상공간에 있는 동안, 현실 세계의 자아는 가면 뒤의 연기자로 존재하면서도 물리적 현실에 안정적으로 뿌리를 두고 있다.

세 번째 단계는 존재 방식 단계로 가상현실에 대해 존재 방식 자체로 인식하는 단계이다. 이 단계에서 사용자들은 가상현실에서 자신과 타인을 표현하는 것에 집중하며, 온라인 기술을 자신의 삶에 높은 수준으로 통합한다. 주로 텍스트로 가상공간이 이루어진 시기에도 그들은 텍스트를 통해 자신을 표현하고, 자신의 경험에 대해 이야기하며 온라인 기술을 자신의 삶의 방식으로 가져왔다. 이들의 가상현실에서의 경험은 그들의 정체감과 통합적으로 연결되어 있으며, 이들이 가상현실에 있을 때는 현실 세계의 자아를 망각하기도 한다.

이를 바탕으로 이영균(2001)은 가상 세계에서의 사용자 삶의 발달 단계와 각 단계에서의 정체성 경험을 설명한다. 도구 단계에서 사용자들은 현실 세계의 정체성과 동일한 자아로 가상 세계를 경험하게 된다. 다음으로 장소 단계에서 사용자들은 현실 세계의 정체성과 완전히 똑같지는 않지만, 현실의 정체성에서만 일방적으로 영향을 받는 자아로 가상 세계를 경험하게 된다. 마지막으로 존재 방식의 단계에서 사용자는 독립적이면서도 하나로 통합된 가상 세계에서의 정체성으로 가상 세계를 경험하며, 가상 세계에서의 정체성과 현실 세계의 정체성은 서로 영향을 주고받게 된다.

2차원으로 배열된 텍스트로 이루어진 공간에서도 현실 세계에서의 정체성과 구분된, 가상현실에서의 자아로 활동을 할 수 있었다. 3차원 디지털 공간에서 구현된 아바타는 자신과의 연결감을 더 강화하고, 현실 세계의 정체성과 영향을 주고받는다. 이 과정에서 ‘자신을 편집하는 것’과 같이 자신이 원하는 모습으로 다양한 정체성을 만들어가는 과정에 대해 “자신의 재창조”라고도 표현(Sempsey, 1997; 최보미 외, 2016 재인용)할 수 있다.

이처럼 메타버스 안에서 자신이 재창조한 정체성으로 새로운 인간관계를 맺게 되면서 개인의 사회적 관계는 다양한 맥락을 갖게 될 수 있다. Pew Research Center에서 미국의 10대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2015의 설문에 의하면, 이들 중 57%는 SNS와 게임, 메신저 앱 등을 통해 새로운 친구를 사귀어 보았다고 응답했다. 특히 남학생들은 온라인 게임을 하는 동안 다른 플레이어들과 친구가 된 적이 많다고 응답했고, 소셜미디어를 이용한다고 응답한 76%의 청소년들 중 64%는 온라인을 통해 적어도 한 명의 새로운 친구를 만났다고 응답했다.

온라인을 통해 대인관계를 형성하는 것에 대해 최보미 외(2016)는, 이제 청소년들에게는 오프라인 상의 ‘자신’을 벗어나 온라인상의 ‘자신’도 대인관계의 중요한 문제가 되었다고 설명한다. 오프라인 상의 자신과는 또 다른 새로운 모습으로 온라인에서 활동하며, 다양한 사회적 관계를 맺을 수 있다. 정체성은 개인 내적인 동일성과 사회적 연속성을 모두 포함하는 개념(Erickson E., 1956)이기에 각 세계 안에서 맺는 사회적 관계는 개인의 정체성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Ⅲ. 연구 방법

1. 질적 사례연구

본 연구에서는 청소년들이 현실 세계와 가상 세계 안에서 각각 어떠한 정체성으로 살아가고, 어떠한 체험을 하는지 생생하게 이해하기 위하여 질적 사례연구를 사용하였다. 질적 사례연구는 개별적 사례에 대한 관심을 바탕으로 사례를 이해하기 위한 질적 연구방법의 한 유형이다. 사례 연구는 참여관찰과 심층면담 등을 통하여 질적 자료를 수집하고 분석한다는 질적 연구방법의 일반적 특성을 공유한다(이원석, 2020). 하지만 풍부한 자료를 제공해줄 수 있는 사례를 의도적으로 선정하는 것과 사례에 대한 맥락을 강조한다는 점에서 다른 질적 연구방법과 차이를 갖는다.

질적 사례연구는 경계 지어진 체계, 즉 사례 안에서 어떤 현상이 나타나는지 이해하는 데 유용한 연구방법이다(Creswell, 2007; 김영순 김진희, 강진숙, 정경희, 정소민, 조진경, 조현영, 최승은, 정지현, 오세경, 김창아, 김민규, 김기화, 임한나, 2018 재인용). Stake(1995)는 연구자의 관심에 따라 사례연구를 본질적 사례연구와 도구적 사례연구로 구분한다(Stake, 1995; 이원석, 2020 재인용). 본질적 사례연구에서는 특정 사례에 대해 본질적인 흥미를 갖고 사례에 대한 학습의 필요성을 발견한다. 이와 달리 도구적 사례연구는 사례의 본질을 연구하기보다 어떤 쟁점이나 문제를 규명하고 통찰을 얻기 위해 실시한다.

도구적 사례연구 중 여러 사례 간의 중요한 일치점이 있어서 사례를 여러 개로 확장할 수 있는 사례연구를 집합적 사례연구라고 한다. 집합적 사례연구는 어떤 현상이 보편적이지 않거나 아직 잘 알려지지 않았을 때 유용하다(김영순 외, 2018). Creswell(2010)은 집합적 사례연구에 대해 특정 이슈에 대한 상이한 관점을 제시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한다(Creswell, 2010; 유기웅, 정종원, 김영석, 김한별, 2018 재인용). 본 연구는 집합적 사례연구로, ‘메타버스 청소년 크리에이터’로 경계 지어진 사례들의 다중정체성을 살펴보기 위해 3개의 사례에 대해 연구하고자 한다.

2. 연구 절차

1) 연구 참여자 선정

본 연구를 위하여, 다음 조건에 부합하는 메타버스 청소년 크리에이터 3명을 연구 참여자로 선정하였다. 해당 조건은 기존 메타버스 및 디지털 청소년 사용자와 관련한 선행연구를 참고하여 기준을 마련하였다.

첫째, 2022년을 기준으로 13세 이상 18세 이하인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였다. 이들은 2002년에서 2010년 사이에 태어난 후기 Z세대로, ‘완전한 디지털 네이티브(Digital Native)’의 1세대이다(임은비, 2022). 디지털 네이티브란 태어날 때부터 디지털 환경에서 성장한 세대로, 스마트폰과 컴퓨터를 포함한 디지털 기기를 마치 모국어처럼 사용하는 디지털 환경의 원주민 같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둘째, 메타버스 플랫폼 이용 기간이 1년 이상이고, 주 1회 이상 주기적으로 메타버스에 접속하는 청소년 크리에이터를 대상으로 하였다. 주수완(2022)은 메타버스 사용자 경험 특성에 관해 연구하기 위해 “제페토에서 제공하는 콘텐츠를 전반적으로 경험해 본 적이 있으며 제페토 조작에 능숙한 사람”을 심층 인터뷰 참여자로 선정하였다. 또한 이영균(2001)은 가상공간에서의 자아정체성 형성에 대한 연구에서 온라인 이용 경험이 1년 이상인 10대~40대를 연구 대상으로 설정하였다. 이와 같이, 선행연구에서는 플랫폼 이용 경험의 기간과 익숙함을 기준으로 하였기에, 본 연구의 참여자 기준에도 이용 기간을 적용하였다.

셋째, ‘크리에이터’라는 경계를 위하여 현재 주요 메타버스 플랫폼인 로블록스와 제페토에서 실제로 아이템이나 월드 혹은 콘텐츠를 1회 이상 제작한 경험이 있는 청소년 사용자를 대상으로 하였다. 그중에서도 이미 플랫폼 내에서 유명하여, 팔로워 혹은 구독자 수가 1,000명 이상에서 4만명에 이르는 크리에이터를 대상으로 하였다.

이 세 가지 조건에 부합하는 참여자를 모집하기 위해, 연구자가 직접 메타버스 플랫폼에 지속적으로 참여하며 적합한 사용자를 모색하였다. 1년 이상 활발하게 활동을 이어온 크리에이터들을 대상으로 메시지를 전송하거나 그들의 라이브에 참여하여 나이에 대해 질문하기도 하였다. 그중 청소년에 해당하는 사용자들에게 연구에 대해 설명하며 참여 의향을 묻고, 응답한 사용자 가운데 기꺼이 참여하고자 하는 분들을 대상으로 메시지를 통해 상세한 안내문을 전달하였다.

이 과정을 통해 메타버스 플랫폼인 제페토에서 활동하는 2명의 참여자를 모집하였다. 이들은 제페토 안에서 잘 알려져 있던 유명 크리에이터로, 연구자가 전송한 제페토 내 메시지에 대해 긍정적으로 응답하며 관심을 보였다. 이후 부모님의 동의까지 구할 수 있었기에 크리에이터 한아린과 이다영을 사례로 선정할 수 있었다. 또한 연구자가 교육대학원 과정 중 교육실습으로 간 학교에서 메타버스 및 유튜브 크리에이터로 이미 잘 알려져있던 1명의 참여자, 정시우를 선정하였다. 그를 참여자로 모집하기 위해, 먼저 학교 측의 동의를 구한 뒤 참여자에게 직접 의사를 물었고, 부모님의 동의를 구했다. 이들은 모두 2002년에서 2010년 사이에 태어난 완전한 디지털 네이티브 1세대이다.

연구 참여자 정보1)

2) 자료 수집

질적연구를 위해서는 일반적으로 참여관찰(Experiencing)과 심층면담(Enquiring), 현지자료의 조사분석(Examining)의 3E를 통해 자료를 수집하는 것이 권장된다. 그중 질적 사례연구는 어떤 사례에 대해 종합적으로 이해하기 위해 시도하는 방법으로, 사례가 가진 모든 특징을 총체적이고 종합적으로 분석하기 위해 여러 형태와 내용의 자료를 수집하는 것이 강조된다(Schwandt, 2007; 유기웅 외, 2018 재인용). 이에 따라, 본 연구에서는 연구 주제와 관련된 다양한 많은 자료를 수집하기 위해 3E 유형에 담긴 심층 면담과 참여관찰, 문서 및 기록물을 포함한 현지 자료 조사를 통해 여러 자료를 수집하였다.

먼저 면담 자료의 수집을 위해 연구 참여자들과 다섯 차례에 걸쳐 인터뷰를 진행하였다. 연구 참여자는 2022년 4월부터 모집하기 시작하였다. 정시우와의 면담은 5월 15일부터 6월 26일까지 진행하였다. 제페토 내 참여자 모집은 어려웠기에, 다영과 아린의 인터뷰는 시우보다 늦게 시작하였다. 이다영과의 면담은 6월 17일부터 7월 15일까지 진행하였고, 한아린과의 면담은 8월 25일부터 9월 22일까지 진행하였다.

메타버스를 통해 모집하게 된 아린과 다영의 심층 면담은 ZOOM으로 진행하였고, 오프라인에서 만나게 된 시우의 심층 면담은 시우가 거주하는 지역 내 카페에서 진행하였다. 자료 수집을 위한 면담은 각 참여자별로 주 1회, 총 5회씩 진행하였으며, 연구 자료 분석 과정에서 추가 자료 수집과 연구 참여자의 확인을 위해 1회씩 추가 면담을 진행하였다. 면담 이외의 연락은 카카오톡 메신저 혹은 메타버스 내 메시지를 통해 주고받았다.

인터뷰는 반구조화된 질문을 중심으로 진행되었다. 연구자는 선행연구 고찰을 통해 먼저 반구조화된 질문지를 작성하였다. 특히, 김태희, 김종백(2016)이 자아정체감에 접근하는 기존의 측정학적 방식에 대한 대안이 될 수 있도록, 자아정체감을 질적으로 연구하는 것의 내적타당성을 높이기 위해 실시한 서술적 정체성 연구를 참고하였다. 이들은 6번의 면담과 참여자의 에세이를 통해, 참여자들이 삶의 어떤 경험으로부터 지금의 자신을 인식하는지, 그 경험과 자신의 관련성을 어떻게 이해하고 해석하는지, 그리고 과거, 현재, 미래의 시간적 연속선 상에서 자신을 어떻게 이해하는지 확인하였다.

이를 바탕으로 본 연구에서는 메타버스 청소년 크리에이터의 다중정체성, 즉 현실세계의 정체성과 가상세계에서의 정체성을 탐색하기 위하여 <표 2>와 같이 인터뷰를 구성하였다.

회차별 면담 주제

질적 사례연구는 모든 참여자에게 똑같은 질문을 던지는 표본 조사와 달리, 각 참여자에게는 독특한 경험과 특별한 이야기가 있는 것으로 기대하여 쟁점 중심의 짧은 질문 목록을 준비하여 면담을 진행하게 된다(Stake, 1995). 그래서 각 면담의 진행을 위해, 회차별 면담의 주제를 바탕으로 연구 참여자들의 크리에이터 활동 내역과 창작물을 참고하여, 연구주제와 관련된 5-6개 정도의 질문을 미리 준비하였다.

다음으로, 참여관찰의 경우 연구 참여자들과 면담을 진행하며 함께 메타버스 내 월드를 체험하고, 이후 연구자 스스로 여러 개의 월드에 참여하여 그 안에서의 활동들을 체험하며 진행하였다. 로블록스는 2022년 5월 28일부터 참여관찰을 시작하였고, 제페토는 5월 30일부터 시작하였다. 연구 기간 동안 일주일에 최소 1회 이상 참여하여 관찰하였고, 누적 출석일을 볼 수 있는 제페토를 통해 방문일을 확인한 결과 총 57회 참여하였다.

마지막으로 현지 자료 조사는 참여관찰 및 심층면담의 한계를 보완할 수 있는 반면, 국내의 질적 연구에서는 경시되어 온 경향이 있다(조용환, 2022). 이에 본 연구는 현장의 자료를 최대한 수집하기 위해 노력하며, 메타버스 플랫폼 및 창작 스튜디오 관련 홈페이지와 연구 참여자들의 여러 SNS 채널 등을 참고하였다. 또한 한아린의 드라마 제작과 관련하여 제공 비공개 문서인 작업 일지를 포함할 수 있었다. 드라마를 제작하기 위해 대본을 쓴다는 아린의 말을 통해 혹시 연구를 위해 제공해줄 수 있는지 부탁하였고, 이에 참여자의 동의를 구하여 대본 및 작업 일지를 제공 받을 수 있었다.

3) 자료 기술, 분석 및 해석

본 연구는 자료의 기술과 분석, 해석을 구분하는 Wolcott(1994)의 연구 방법을 따르고자 하였다. 자료 기술은 독자가 현장에 직접 있는 것처럼 체험할 수 있도록 생생하게 전달하는 일이고, 분석은 수집된 자료를 해체하고 다시 구조화하여 “연구자가 안 것을 독자가 알게하는 일(Wolcott, 1994; 조용환, 1999 재인용)”이며, 해석은 현상의 의미가 명료하게 드러나도록 하는 일이다(조용환, 1999).

이에 따라 본 연구에서는 참여자들과의 인터뷰를 모두 전사한 뒤, 전사본을 읽으며 분석 메모를 작성하고, 여러 사례에서 드러나는 공통성과 차이성을 바탕으로 주된 주제를 찾아 자료를 분석하였다. 자료를 분석하기 위해 추가적인 자료 및 설명이 필요하다면 다시 현장으로 들어가 자료를 수집하며 자료를 제대로 이해하고자 노력하였다. 또한 기술과 분석의 과정을 거치며 연구자가 이해한 내용을 바탕으로 현상의 의미를 적절하게 해석하기 위해 명료화하며 이해하는 과정을 거쳤다.

3. 연구의 타당성과 신뢰성

Creswell(2010)은 질적 연구의 타당성을 “연구자와 연구 참여자가 기술한 연구 결과가 얼마나 정확한지를 파악하려는 정도”(Creswell, 2010; 유기웅 외, 2018 재인용)라고 설명하며,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연구 현장에 얼마나 오래 있는지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즉, 연구 현장에서 많은 시간을 들여 얻을 수 있는 정확성이 연구의 가치와 타당성을 높일 수 있는 것이다. 또한 타당도가 높으면 신뢰도도 높아지기에, 타당성을 높이기 위한 전략은 질적연구의 신뢰성과도 연결된다(이미나, 김동일, 김병남. 이은경, 조미정, 주은하, 추양, 2022).

이를 바탕으로, 본 연구에서는 연구의 타당도와 신뢰도를 높이기 위하여 다음 세 가지 전략을 사용하였다. 첫째, 3E 방법을 활용하여, 다양한 자료 수집 방법을 활용하여 풍부한 자료를 수집하였다. 둘째, ‘장시간 관찰법’을 위해, 연구 현장에 오랜 시간 참여하며 끊임없이 관찰함으로써 최대한 현장과 비슷한 자료를 수집하였다. 셋째, ‘연구 참여자 확인법’을 통해, 연구 자료가 얼마나 정확하게 수집되었는지 연구 참여자와 확인하였다.

본 연구에서는, 풍부한 자료를 수집하기 위해 연구자가 22년 4월부터 11월까지 오랜 기간 메타버스 플랫폼에 참여하여 관찰함으로써 연구 현장에 대해 이해하고자 노력하였고, 연구 참여자들과 각각 5주 이상 면담을 진행함으로써 최대한 정확하고 생생한 자료를 수집하기 위해 노력하였다. 또한 연구 현장과 관련된 문서와 참여자들의 기록물을 살펴보며 현지 자료를 수집할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연구 참여자와의 자료 확인을 위해 추가 면담 시간을 확보하여 연구 자료를 함께 검토하였다.

4. 윤리적 고려

질적 연구에서는 연구의 모든 과정에서 윤리를 고려해야 한다. 본 연구는 다음의 과정을 통해 연구 윤리를 준수하고자 하였다. 첫째, 연구 참여자의 보호를 위해 면담 전 연구에 대한 정보를 충분히 제공한 뒤, 참여자들과 그들 보호자의 자발적인 동의를 구하였다. 둘째, 연구 참여자의 개인정보와 비밀을 보호하기 위해 인터뷰 전사본을 제외한 모든 자료에서 연구 참여자의 정보는 모두 익명으로 처리하였다. 셋째, 연구 참여자들에게 연구에 참여하여 면담을 진행하고, 자료를 제공해준 것에 대하여 금전적 보상을 지급하였다.


Ⅳ. 연구 결과

4장에서는 메타버스 크리에이터로 활동하는 청소년들의 다중정체성을 이해하기 위하여 연구 현장과 연구 참여자들로부터 수집한 자료를 기술하며, 이를 바탕으로 분석한 결과를 제시한다. 첫째 절에서는 메타버스 청소년 크리에이터의 현실 세계 정체성 경험을 살펴보고, 둘째 절에서는 그들의 가상 세계 정체성 경험을 살펴본다. 마지막으로 셋째 절에서는 그들의 현실 세계 정체성과 가상 세계 정체성 간의 관계를 살펴본다.

연구 결과들을 기술하고 정리하기 위하여, 수집된 자료를 반복해서 읽고 살펴보며 주제를 선정하였다. 그 과정에서 전체적인 맥락을 파악하고, 중복되는 부분을 줄이면서 그들의 정체성이 잘 드러나도록 재구성하는 과정을 거치게 되었다. 정체성은 선행연구 분석으로 도출한 자신에 대한 이해, 미래에 대한 방향성, 사회적 관계의 측면으로 유목화 하였다. 또한 정체성 간 관계는 ‘존재 방식 단계’의 관점에서 구조화하였다. 최종적으로 메타버스 청소년 크리에이터의 다중정체성에 대해 3개의 범주와 5개의 본질적 주제, 9개의 하위 주제를 도출하였다.

1. 현실 세계의 정체성

1) 보통의 학생

(1) 학교생활에 충실함

연구에 참여한 세 명의 크리에이터는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보통의 학생들 같았다. 메타버스 내 수많은 팬을 이끌며 활동하는 크리에이터라기보다는, 학교생활을 중심으로 일상을 보내는 평범한 학생과 같았다.

공부 때문에 많이 바빴던 것 같아요. (학교 공부요?) 학교도 있고, 학원도 있어요. (중략) 고등학교 들어간 때, 긴장감이 있어서 조금 (행복감이) 떨어진 것 같아요.(이다영)
평일에는 계속 학원 가요. (중략) 학교생활은 좋은 친구들 많으니까 재밌는 것 같아요. 체육 시간에 같이 운동하면서 친해졌는데. 좀 밝게 하다 보니까 친구들이 먼저 다가와 준 것 같아요. (정시우)
학교에서 생활을 많이 하다 보니까 학교에서 좀 많이 일어나는 것 같아요. (중략) 5학년 2학기 때인가 제가 이사를 하면서 전학을 한번 갔어요. 그때 조금 적응하는데 힘들었던 것 같아요. 근데 6학년 때부터 좋은 친구들을 더 많이 만나서 계속 (삶이) 좋아졌죠. (한아린)

(2) 진로 고민

이처럼 인기 크리에이터지만 학교생활도 열심히 하는 이들에게, 현실에서의 진로는 중요한 문제였다. 그만큼 평소에도 계속 고민하며 어떤 진로를 선택해야 할지 생각하고 있었다. 연구 참여자들은 이미 하나의 직업으로 불리는 크리에이터 활동을 잘 해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이는 가상세계 안에서만 국한된 활동인 것처럼 분리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크리에이터를 하나의 선택 가능한 직업으로 고려하는 대신, 현실 세계에서 갖고자 하는 자신의 진로에 대해 계속 탐색하였다.

정신과 의사 한 번 도전해 보고 싶어요. 사실 원래는 그냥 상담사나 그런 직업을 갖고 싶었는데, 여러 활동들을 통해서 정신과 의사가 굉장히 좋아보이기도 하고, 사람들에게 크게 도움이 되는 것 같아서 한 번 해 보고 싶게 됐던 것 같아요. (이다영)
야구 선수 해보고 싶기는 했는데, 야구 선수 하면 뭔가 인생이 계속 힘들어질 것 같아서, 차라리 공부를 하는게 낫죠. (중략) 방송 관련된 일이요.. (중략) MCN. 그 소속사 같은거 만들고 싶어요. (정시우)
(나중에 갖고 싶은 직장이나 하고 싶은 일이 있어요?) 그거는 아직 고민 중이에요. (그럼 전공은 심리학과로 정한거에요?) 아직 탐색 중이에요. 제가 아직 좀 하고 싶은 게 여러 가지 있어서 탐색을 더 해야 될 것 같아요. 우선은 제일 먼저 심리 쪽이나 아니면 제가 지금 드라마를 하고 있으니까 감독, 방송국도 생각해봤고, 유치원 교사. 이렇게 크게 세 가지를 생각하고 있어요. (한아린)

(3) 관계의 중요성

이들에게는 현실 세계에서의 관계 역시 중요했다. 타인과의 관계는 정체성에 있어서 중요한 영역이다. Erikson의 정체감 이론에서 정체감 형성은 “그 자체가 광의의 ‘사회화 과정’”(김근영, 2012)이라는 점에서, 사회적 요소는 정체성에 핵심적인 부분이기 때문이다.

청소년들은 자신이 맺고 있는 사회문화적 맥락 안에서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에 대한 본질적 물음을 던지게 되고(김근영, 2012), 부모 및 친구 등과의 사회적 관계를 통해 자신에 대한 긍정성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김태희, 김종백, 2016). 또한 친밀감을 가진 관계적 맥락은 자아정체감의 긍정적 의미를 발견하도록 돕는다(김현주, 이선이, 이여봉, 2013; 김태희, 김종백, 2016 재인용). 이와 관련하여, 김태희, 김종백(2016)의 정체감 연구에서도 자신에 대해 긍정적으로 보고하는 대학생들은 자신의 삶을 이야기하며 부모와 친구와의 친밀감을 자주 언급함을 밝혔다.

본 연구의 참여자들 또한 가족들과의 시간을 자주 언급하였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인상 깊었던 경험은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에서 세 참여자 모두 가족들과 함께 시간을 보냈던 기억을 이야기하였다.

이제 지금은 학업 때문에 바빠서 못 가지만 옛날에는 가족들이랑 해외 여행을 자주 갔었는데, 여행 간 게 인상 깊은 것 같아요. (이다영)
가족 안에서.. 함께 캠핑갔을 때 즐거웠어요. 그리고 가족들이랑 해외 여행 갔을 때가 기억에 남아요. 필리핀도 가봤고. 그리고 태국인가. 중국 가봤을 때. 제주도도. 이렇게 좋았던 것 같아요. (정시우)
어렸을 때, 그때가 확실히 자주 놀러 다니고 그래서 그런지 어렸을 때가 좀 기억에 남는 것 같아요. (중략) 저는 가족들이랑 보낼 때 제일 즐거운 것 같아요. (중략) 제가 어떤 일인지는 기억들이 안 나는데, 어렸을 때 떠올려보면은 뭔가 제가 웃고 있는 얼굴이 떠오르는 것 같아요. 음. 가족들이랑 놀러 갔을 때인 것 같아요. 바다나 할머니 할아버지 댁이나 아니면 놀이공원 같은 데도 많이 놀러 갔었으니까. (한아린)

가족과의 관계만큼 그들에게는 친구 관계도 중요했다. 청소년 시기는 가족관계뿐 아니라 또래 관계도 중요한 시기이다. 학교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는 만큼, 청소년기에는 가족과 있는 시간보다 친구들과 있는 시간이 더 많아질 수 있기에 이 시기에 어떠한 또래 집단에 소속되는지는 청소년들에게 중요한 문제이다.

청소년기에 소속되는 또래 집단은 청소년들이 정체감을 형성하는 데 영향을 미치기도 하고, 더 성숙한 인간관계를 배우면서 좋은 관계를 형성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정옥분, 2015; 이미리 외, 2019 재인용). 이렇게 형성된 교우 관계 안에서 청소년들은 어떤 새로운 시도를 해보며 자신의 긍정적인 자아상을 발견하게 되기도 한다.

유치원 때 서로 친하다 보니까 부모님들끼리도 서로 친해지셔서 오랫동안 지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중략) 저는 한 명이랑 노는 것보다는 여러 명이서 다 같이 노는 걸 좋아하는 편이어서 여러 성격의 친구들이 있는 것 같아요. 친구들이랑 어울리면서도 행복한 것 같아요. (이다영)
에버랜드.. 작년에 친구들이랑 에버랜드 가서 놀이기구도 많이 타고 맛있는 것도 많이 먹고 하니까 재밌었어요. 그 360도 도는 롤러코스터 처음 탄 건데, 그게 제일 재밌었어요. (중략) 친구랑 짚라인 도전한거? (중략) 친구들이 하는 모습을 보고 멋있으니까 저도 따라 하게 되었어요. (정시우)
친구들이랑 재밌게 놀았었던 것도 있어서 그런 것 같아요. 그런 게 제일 마음에 남는 것 같아요. 졸업식 끝나고 저희가 친구 집에 가서 같이 음식을 만들어 먹고 사진도 찍고, 여러 가지 얘기도 했었어요. (한아린)

1항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연구 참여자들은 보통의 학생들과 거의 다를 바 없는 생활을 영위하고 있다. 학교생활과 가족 및 친구들과의 시간이 그들 자신의 현재 일상에 큰 비중을 차지한다. 가족을 아끼고 친구와의 우정을 소중히 여긴다. 또한 앞으로 어떠한 삶을 살아가야 하는지 고민하며 자신의 미래를 탐색해나간다. 어떤 진로를 선택할지 아직 확실하게 결정한 것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 공부를 열심히 하고 있다. 이들은 ‘학생’이라는 정체성을 바탕으로 현실세계의 삶을 살아가고 있었다.

2) 예술가로의 전환

(1) 해야 하는 일을 다 하면

그러나 이들 청소년 크리에이터가 보통의 학생과 다른 점이 있다면 쉬는 시간을 창작의 시간으로 활용한다는 것이다. 학교와 학원을 다녀와서 현실에서 해야 할 일들을 다 하고 나면, 이제 그들은 예술가가 되어 창작 활동을 시작한다.

(언제 주로 만들어요?) 그냥 정말 정해진 거 없이 일단 시간이 좀 있고, 약간 영감이 오면 그냥 바로 만드는 것 같아요. (이다영)
(어떻게 이렇게 자주 올려요?) 게임 할 게 없어서. 그래서 차라리 그 시간에 녹화를 하고 편집을 하는 게 더 시간을 잘 쓰는 것 같아요. (정시우)
(오늘 이제 인터뷰 끝나면 뭐 해요?) 이제 끝나면은 제가 편집할 것 같아요. (한아린)

이에 따라, 현실에서의 일이 많아지면 창작 활동이 줄어들기도 했다.

(어쩐지 ‘왜 요즘 영상 잘 안 올리지’했어요.) 공부.. 공부 때문에 그랬어요. (정시우)
할 게 또 많아지면, 영상도 늦어져요. (한아린)
그래도 바빠지면 제페토에 소원해지는 것 같아요. (이다영)

(2) 나를 표현하는 창작 활동

메타버스 안에서 이들은 자신의 생각을 자유롭게 표현한다. 그림 2는 메타버스 플랫폼인 제페토와 로블록스 스튜디오의 홈페이지이다. 스튜디오는 메타버스 안에서 사용되는 아이템과 월드 및 게임 등을 제작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곳이다. 두 홈페이지는 공통적으로 메타버스 안에서 자신의 상상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다는 점을 첫 화면에서부터 강조한다.

<그림 2>

메타버스 스튜디오 홈페이지 첫 화면

이 안에서 크리에이터들은 실제로 자신의 관심사에 따라 자신의 창의성을 발휘해간다. 이들은 메타버스를 하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경험으로 창작 활동을 선택하기도 할 만큼, 창작 과정은 이들에게 있어서 중요한 체험이다.

저는 개인적으로 아이템 만드는 게 가장 인상 깊었던 것 같아요. (이다영)
제가 멋진 놀이공원 만들어서 인상 깊었어요. (정시우)

또한 이들에게 창작 활동은 자신을 표현하고 무언가 만들어내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예술가적인 태도를 갖고 하나의 작품을 만들어 공개한다는 의미까지 담고 있었다.

저는 우선 퀄리티에 가장 비중을 두는 것 같아요. 만약에 아이템이든 월드든 만들었을 때 퀄리티가 낮다고 생각하면 아예 출시를 하지 않고, 영상 편집의 경우에도 퀄리티가 낮아 보이면 바로 삭제하는 경우도 많아요. (이다영)
(놀이공원 만들었을 때는 어땠어요?) 그때 완성된 작품. 놀이공원을 보고 되게 뿌듯했죠. (중략) (피라미드도 작품이었어요?) 그거는 이제 콘텐츠죠. (콘텐츠. 뭐가 달라요? 콘텐츠랑 작품이랑) 피라미드는 이제 제가 해보고 싶었던 건데. 건축을 게임 속에서 해보고 싶었는데. 그냥 제가 건축을 하고 영상을 제작하는 의미에서 한 거지 작품까지는 아니에요. (잘 만들었던데, 작품까지는 아니다. 놀이공원은 작품이다. 그럼 뭐가 다를까요?) 콘텐츠는 이제 사람들에게 보여주기 위한거고. 작품은 제가 직접 제작을 해서 그 다음에 뿌듯한 느낌이 드는 것이 작품이에요. (정시우)
제가 생각하는 이미지를 최대한 표현하려고 해요. 그래서 마음에 안 들면 계속 해야 돼요. 마음에 들 때까지. (한아린)

(3) 표현의 정점, 아바타

가상세계 내 아바타를 만드는 과정은 창작물을 만드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입력해야 하는 기본적인 개인정보를 입력하고 나면, 계정이 생성되고 기본 아바타가 주어진다. 이때 개인이 조합할 수 있는 아바타의 모습은 거의 무한하다. 이 선택지들을 조합하는 과정에서 개인의 개성이 드러난다. 현실과 달리,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자신이 표현하고 싶은 대로 옷과 외모를 선택할 수 있기에 취향에 따라 자유롭게 아바타를 만들 수 있다.

가상세계가 현실이랑 다르게 느껴지는 거는 아무래도 제가 원하는 모습으로 좀 더 표현할 수 있으니까. 현실과 그런 면에서 좀 다른 것 같아요. 아바타도 그렇고 코디하는 것도 그렇고. 여러 가지 저의 나타나는 모습들에서도 변화를 줄 수 있으니까 다른 것 같아요. (이다영)
현실에서는 되게 사람들이 이상하게 볼 수 있는 그런 옷들을 입어보지 못하는데. 가상 속에서는 다른 사람들이 만약에 공룡 옷을 입고 돌아다닌다 해도 이상하게 느끼지 않고 각자의 개성을 드러낼 수 있는 옷을 입어볼 수 있으니까. (정시우)

이렇게 아바타의 외적인 부분에 대한 선택을 마치면, 사람이 태어나는 순간과 같이 아바타가 완성되게 된다. 그리고 이 아바타의 몸을 가지고 가상세계 안으로 들어갈 수 있게 된다. 세상에 처음 태어나면 개인에게 넓은 세상이 새롭게 펼쳐지듯, 가상세계로 들어간 아바타에게도 다양한 체험과 활동의 기회가 열린다. 즉, 표현과 창작의 시간은 크리에이터들이 예술가로서의 정체성을 경험하게 하면서도, 가상세계로 이동하도록 연결한다.

2. 가상 세계의 정체성

1) 적극적인 창조자

(1) 분명한 목표

디지털 네이티브인 연구 참여자들에게 메타버스를 시작하게 된 특별한 계기는 없다.

(제페토는 언제부터 시작했어요?) 중 2때 시작한 것 같아요. (2년이나 됐네. 어쩌다가 시작하게 됐어요?) 코로나 때문에 심심해서 할 것도 없기도 했고, 그때 마침 메타버스가 뜨고 있다는 소식도 접하고, 메타버스 중에서도 제페토가 제일 잘 되고 있다고 해서 시작해보게 되었어요. (이다영)
(로블록스는 언제부터 했어요?) 기억이 잘 안나요. (그럼 어쩌다 시작했어요?) 유튜브에서 로블록스 영상 보다가 해보고 싶어서 시작했어요. (정시우)
(제페토는 언제부터 시작했어요?) 제가 정확하게는 기억이 안 나는데, 한 2~3년 사이 정도 되는 것 같아요. 아 잠시만요. 2~3년이 아닐 것 같아요. 5~6학년 때쯤 했으니까, 5년쯤 일거에요. (오. 꽤 오래됐네요.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어요?) 정확하게 기억은 안 나는데, 동생이 자기 하는 거 보고서 저도 했다고 그러더라고요. (한아린)

지금까지 사용하고 있는 아바타 이름을 정할 때도 별 생각없이 지었다고 한다.

그냥 이름은 처음부터 딱히 생각은 없이 지은 거고, 저도 그 이름을 쭉 사용하게 될 줄은 몰랐는데, 그 야미라는 캐릭터를 많은 분들이 좋아해주시니까 계속 사용하게 된 것 같아요. (이다영)
(사과 아이디 전에 이름은 뭐였어요?) swoo89요. (그건 무슨 뜻이에요?) 제 이름에 시우의 i를 빼고 의미없는 숫자를 붙였어요. (정시우)
이름은 제 이름이랑 비슷해서 정하다 보니까 그렇게 나왔어요. (한아린)

하지만 메타버스에서 활동을 해오면서, 점점 이들의 목표와 방향성이 분명해지기 시작하였다. 아바타의 성향이나 방향성, 목표를 비롯하여 작품을 만들 때 고려하는 것과, 작품을 만드는 이유도 점차 뚜렷해졌다. 즉, 가상세계의 삶에서도 목적을 가지게 된 것이다. 그리고 모든 연구 참여자들에게 공통적으로 ‘유명해지는 것’이라는 목표가 있었다. 이들은 사람들이 많이 알아보고, 내가 만드는 작품을 더 많은 사람에 공유하면서, 이를 바탕으로 타인과 소통하고자 하는 열망을 갖고 있었다.

아이템이나 월드 제작으로 인정받고 싶어요. 사람들이 월드 잘 만드는 사람, 아니면 아이템 잘 만드는 사람 하면 떠올릴 수 있을 정도로 되었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저의 능력으로 많은 사람들이 즐거워했으면 좋겠어요. (그럼 야미의 목적은 어떤 걸까요?) 가장 큰 목적은 많은 분들과 소통하면서 많은 분들에게 메타버스의 즐거움을 알려주고 싶은 것 같아요. 저는 야미로 활동하면서 많은 분들과 같이 어울렸던게 많이 즐거웠어요. (중략) 다른 분들에게 좋은 콘텐츠를 제공해 재미를 준다거나, 메타버스라는 공간이 즐겁다고 느낄 수 있게 도와주는 것에 목표가 있는 것 같아요. (이다영)
유명해져서 로블록스 안에서도 볼 때마다 알아보는 그런거. 게임에서 그냥 유튜브로 유명해져서. 이제 모두가 로블록스 하는 사람들이 제 영상을 볼테니까. 그 게임에서 만나게 되면 알아볼 수 있는 그런. (아 이렇게 지나가면 ‘사과맨이다!’이러면 좋을 것 같은거에요?) 네. 그럼 알아볼 수 있으니까. 그래도 인싸 체험을 해볼 수 있는 것. (중략) 사과는요. 메타버스 안에만 들어가도 사람들이 알아주는 그런 유명 인플루언서. 만들고 유명해지면은 좀 멋있잖아요. (정시우)
제가 계속 인기가 있어야 하다보니까. 계속해서 제페토가 유행했으면 좋겠어요. (인기를 유지한다는 건 아린씨한테 어떤게 좋아요?) 유명한 것보다는 다른 분들이랑 더 많이 소통할 수 있으니까. 그게 더 좋은 것 같아요. 확실히 현실에서는 집에만 거의 있으니까. 제페토에서는 월드도 다른 데 갈 수 있고 하니까. 여러 사람들을 진짜 더 많이 만나는 것 같아요. 훨씬. (한아린)

그리고 이들은 이 목표를 이루기 위해, 자신이 원하는 그 일에 전념하고 있었다.

만드는 것마다 너무 다 다르기는 하는데, 빨리 영감이 오고 좀 잘 만들어질 때는, 월드 같은 경우 제가 좀 크게 만드는 편은 아니어서, 몇 시간이면 다 만드는 것 같아요. (이다영)
영상을 찍고 편집을 하면 보통 4일? 영상 하나 만드는 데 그 정도 걸리고, 아니면 편집만 하루 동안 완전 빡시게 한다고 하면 이틀이나 하루? (중략) 저도 (게임 만드는 것) 해보고 싶어서 요즘 만들어보고 있어요. 근데 너무 어려워요. 그 스크립트 짜야 되니까. (정시우)
한 기기 안에서 계정이랑 비밀번호만 로그아웃 해가지고 계속해서 바꿀 수 있어요. 그게 살짝 조금 힘들긴 해요. (중략) 한 개 영상을 만들려면 한 3~4시간 정도는 하는 것 같아요. 길면 네 다섯 시간까지 걸려요. (한아린)

(2) 하고 싶은 대로

메타버스 플랫폼은 자신을 솔직하게 표현할 수 있는 장을 만들어주면서도, 하고 싶은 활동도 자유롭게 하도록 구성되어 있다. 가상세계 안에서의 활동은 하고 싶은 일들을 대부분 쉽게 시도해 볼 수 있다는 특징을 가진다. 가고 싶은 곳을 자유롭게 방문할 수 있고, 하고 싶은 활동을 쉽게 할 수 있다. 이를 통해 크리에이터들은 자신이 원하는 것을 발견하고 직접 시도해 본다. 그리고 그 활동을 기록하고 콘텐츠로 제작하며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간다.

일단은 자기가 원하는 대로 움직일 수 있고, 원하는 포즈를 취할 수도 있다 보니까 좀 예쁘게 사진 찍을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인 것 같아요. (중략) 메타버스가 나름 좋은 공간이라고 생각해요. 현실에서는 솔직히 불가능한 것들도 할 수 있고, 또 그러면서 여러 사람들도 만날 수 있으니까. 사실 아이템이나 월드를 만드는 것도 현실에서는 실제로 옷을 만드는 것이 솔직히 좀 많이 불가능하니까. 그리고 예쁜 곳에 가는 것도 여기서는 바로바로 갈 수 있지만 현실에서는 오랜 시간 찾아서 또 그만큼 돈도 들고 시간도 드니까 어려운데. 여기서는 가능하니까. (이다영)
제가 드라마 만드는 것처럼 현실에서 좀 일어나기 힘든 일 같은 거를 제페토에서는 이룰 수 있다는 게 다른 것 같아요. (그럼 현실에서도 뭔가를 만들어내거나, 창작 활동을 하면서 의미 있는 경험을 했던 적이 있어요?) 없는 것 같아요. (아 그럼 영상을 만드는 것은 아린씨한테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제가 이루고 싶은 꿈들을 표현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예를 들어서, 드라마 만드는 것으로 얘기를 하자면, 아이돌이 되는 이야기를 했다면은 제가 실제로 아이돌이 될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르니까, 제페토 드라마로 그걸 표현할 수 있어서 좋은 것 같아요. 뭔가 직접 경험한 것처럼. (한아린)

(3) 관계의 확장

팬들의 응원도 이들의 ‘크리에이터, 창조자’라는 정체성 형성에 큰 영향을 미쳤다. 자신이 활동을 하는 동안 많은 분들의 응원과 지지, 칭찬을 받게 되면서 제페토 내 정체성은 긍정적으로 형성되어 올 수 있었다. 현실 세계에서의 정체성과 같이 가상 세계의 정체성에 있어서도 사람과의 관계는 중요한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제가 만약에 제페토 안했다면 이렇게 잘 알지 못하는 많은 분들한테 많은 관심을 받을 수 없었을 텐데, 이렇게 많은 관심을 주시니 너무 감사하고 더 열심히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그리고 많은 팬분들 덕분에 제가 좀 더 가치있다고 느껴지게 되었어요. (이다영)
언제 한 번 든 생각인데 제가 라이브를 하잖아요. 근데 라이브를 하다 보니까 칭찬해 주시는 분들이 엄청 많더라고요. 저는 저에 대해 잘 몰랐었는데, 솔직히 제 목소리도 제 마음에 안들었었어요. 근데 목소리가 좋다고 해주신 분들이 엄청 많더라고요. 그때부터 더 자신감을 가진 것 같아요. (중략) 말을 하는 거에 대해서는 라이브를 시작하면서 조금 많이 좋아진 것 같아요. 말을 하는 것도 그렇고, 약간 내향적인 성격이 예전보다는 그래도 많이 좋아지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지금은 아린씨가 생각하기에도 말을 잘해요?) 네. 조금 느껴요. 아직 조금 버벅거리거나 그런 게 있긴 한데 또 많이 괜찮아진 것 같아요. (한아린)

메타버스 안에서는 공간의 물리적 한계를 뛰어넘어 더 많은 사람들과 만날 수 있다. 또한 아바타를 통해 다른 사람들과 자유롭고 솔직하게 소통할 수도 있다. 이러한 특징은 이들이 사람들과의 관계를 배우도록 돕기도 한다.

제페토 크루 활동에서 영상 편집 방법이나 소식도 많이 알 수 있고, 제페토에 대해서도 많이 배울 수 있지만, 사람을 대하는 것에 대해서도 많이 배울 수 있는 것 같아요. (중략) 현실에서는 그래도 좀 더 인간관계가 복잡한데 그래도 제페토에서는 현실보다는 덜 복잡하고 좀 더 편하게 대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아무래도 현실에서는 저에 대해 더 잘 알고 있고, 개인적으로도 잘 알고 있는데, 그러다 보니까 제가 누구랑 친한지, 어떻게 지금 살고 있는지도 잘 알다 보니까 좀 복잡해지는데, 가상 세계에서는 어쨌든 저에 대한 자세한 개인정보는 모르다 보니까 훨씬 더 편하게 대화할 수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좀 더 즐거운 것 같아요. (이다영)
전 세계 사람들과 만나서 같이 게임을 할 수 있고, 여러 사람들하고 같이 소통할 수 있다는 것이요. (중략) 한국에 사는데도 여러 나라 사람들이 만나서 대화도 해볼 수 있고, 온라인에서 소통할 수 있고 만나볼 수 있는 것이 장점이에요. (정시우)
아리로 활동하면 어린 친구들도 많다보니까, 그 친구들을 대하는 게 조금 어렵더라고요. 다 받아줘야 한다고 해야 하나? 그런 느낌이 있어서 말도 쉽게 못하고, 되게 조심조심스러울 때가 있어요. ‘반말 모드’라는 게 있는데, 반말을 사용하자고 그런 연락이 제페토에서는 엄청 많이 와요. 그래서 그런 메시지가 왔을 때, 뭐라고 해야 될지 어렵더라고요. (그럼 그런 어려웠던 일을 어떻게 극복해 왔는지 얘기해 줄 수 있어요?) 저는 크게 방법은 없고, 그냥 어린 친구들이니까 ‘내가 이해하자’ 이런 마음 갖고서 넘어가요. 이제 좀 익숙해진 것 같아요. (한아린)

또한 같은 목표를 공유하는 크리에이터들끼리 더 좋은 콘텐츠를 제작하기 위해 서로 정보를 공유하거나, 크리에이터가 진행하는 멘토링에 참여하는 경우도 많이 있다. 혹은 서로의 유튜브 영상을 보며 새로운 기술을 익히기도 한다. 이처럼 메타버스 크리에이터들 사이에서는 창작 활동에 대해 서로 배움을 주고 받는 관계와 문화가 잘 형성되어 있었다.

여러 가지 멘토링을 다 참여했었는데, 사실 혼자서 하면 그렇게까지 의욕도 없고,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기도 하고, 조언해주시는 사람도 없으니까 뭐가 부족한지 모르고 그냥 할텐데, 멘토링을 통해서 더 나은 작품을 만들어가고, 좋은 조언도 받고, 또 여러 사람들과 같은 것들을 배우다 보니까 더 흥미 있게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만약 멘토링이 없었다면 제가 지금까지 제페토를 더 열심히 못 해왔을 것 같아요. (이다영)
유튜브 영상 보고 배웠어요. 그리고 도와주는 큰 유튜버분들도 있으세요. 그분이랑 온라인으로 만났는데, 유튜브에 ㅁㅁ월드 치면 나오는데, (정시우)
이게 또 유튜브에 올라 있어서, 그거 보고 했더니 제한은 없더라고요. (한아린)

이들은 청소년기의 여느 또래 집단처럼 메타버스 안에서도 서로를 통해 삶을 배우고 있었다. 다만, 훨씬 더 폭넓은 체험들을 하면서 서로의 경험을 지지했고,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나며 관계를 확장할 수 있었다. 이들은 같은 길을 함께 가며 잘 갈 수 있도록 서로를 촉진하기도 하고,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를 통해 사람을 대하는 방식을 배우기도 한다.

이와 같이 다양한 관계를 경험해보는 것은 청소년기에 필요한 과정 중 하나이다. 청소년은 사회에 있는 친구 집단, 취업 관련 집단 등 여러 집단을 경험하며 자신에게 적합한 역할을 시도해보고, 이 과정에서 자신의 정체감을 발달시키는 것이 필요하다(김영화, 김계현, 2011; 이미리 외, 2019 재인용). 이러한 역할 실험은 청소년들이 사회에 진입하기 전, 정체성을 탐색하기 위한 중요한 과정이다. 그리고 크리에이터들은 확장된 관계 안에서 현실세계보다는 더 많은 역할을 시도하며, 가상 세계 내 문화를 이끌어가고 있었다.

3. 현실 세계 정체성과 가상 세계 정체성 간의 관계

이렇게 메타버스 안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다가도 크리에이터들은 다시 현실세계로 이동한다. 현실에서의 삶을 충실히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 과정에서 이들은 가상과 현실의 간극에서 오는 어려움을 경험하기도 하고, 오히려 각 세계에서의 장점을 극대화하기도 하면서 자신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 즉, 가상 세계를 “존재 방식 자체로 인식(Markham, 1998)”하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이들이 가진 각 세계 내 정체성 간의 관계를 분리와 연결이라는 측면에서 살펴보고자 한다.

1) 분리를 통한 현실 보호

우선 그 과정에서 이들은 가상세계의 삶과 현실세계의 삶을 분리하고 싶어 했다.

제 생활과 가상 세계는 따로 두고 싶어서 그런 것 같아요. 너무 둘을 같이 두게 되면 제 생활을 방해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좀 들었어요. (같이 두면 생활을 방해할 수 있겠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좀 더 들어볼 수 있을까요?) 같은 세계라고 하면 제 현실 세계에서 하는 공부나 생활에 지장이 있을 수 있고, 또 어쨌든 가상세계에서랑 현실 세계에서는 다른 면도 있는데, 그걸 똑같이 대하면 저의 원래 자신의 본연의 모습을 잃을 수도 있을 것 같아서 방해가 된다고 표현한 것 같아요. (중략) (현실이 제페토 창작 활동에서도 뭔가 방해가 될 수 있을까요?) 그럴 것 같아요. (이다영)
요즘은 사과맨을 더 많이 들어요. 학교 애들이 제 이름보다 사과맨으로 더 많이 불러요. (아 그래요?) 네. 단점이에요. 제 이름을 기억하지 못하고 사과맨으로 부르니까 다. (중략) 다른 친구들은 만약에 친구들 이름을 하나씩 다 부르다 보면 재석이, 세호 이러다가 갑자기 ‘사과맨아’ 저만 그런 식으로 되면 좀.. 유튜브 괜히 했나. 그런 마음이 들긴 들죠. (유튜브를 괜히 했나 하는 마음까지 들어요?) 조금씩? 현실에선 시우라고 알아줬으면 좋겠어요. (정시우)

그래서인지, 이미 학교에서 크리에이터로 잘 알려진 시우 외의 참가자들은 현실의 친구들에게 크리에이터로 활동한다는 것을 알리지 않았다. 다른 지역으로 전학을 가게 된 시우 역시 새로운 학교에서는 자신이 크리에이터라는 사실을 말하지 않았다.

(지금 학교 친구나 다영씨 친한 친구들이 다영씨가 제페토 활동하는 거 알고 있어요?) 그건 모르고 있어요. (이다영)
(지금 학교에서는 사과맨이라는걸 아는 친구는 있어요?) 절대 얘기하면 안돼요. (아 진짜요? 왜요?) 안 돼요. 부담스러운 면이 있어요. 거기는 뭐 반이 4개여서 상관없지만, 여기는 반이 생각보다 많고 학생 수도 훨씬 많으니까 이곳저곳에서 사과맨으로 불리고 다니면 조금 부담스러운 면이 없지 않겠죠. (아 사람이 많아서? 인싸체험 하고 싶어 했잖아요.) 알려지면 좋긴 좋은데, 굳이 저를 알리고 싶지, 사과맨을 알리고 싶진 않아요. (나를 알리고 싶지, 사과맨을 알리고 싶진 않다. 어떤 의미에요?) 제가 이곳에 전학을 와서, 많은 친구들이 알아주고 친구들 막 지나갈 때 인사도 해주고, ‘네가 시우구나’ 이러면 되게 기분이 좋은데, ‘네가 사과구나’ 그러면 저보다 뭔가 이 사과라는 캐릭터를 먼저 알아주는 느낌. 사과는 그냥 단지 유튜브 캐릭터인데. (뭔가 내가 만들어 놓은 게 나보다 커지는 느낌일까요?) 현실과 게임 속이 뭔가 구분이 안 되는 느낌이어가지고. 친구들한테도 계속 사과맨으로 불릴 테니까. 뭔가 내가 계속 게임 속에서 벗어 나오지 못하는 그런 느낌이다 보니까. (정시우)
(지금 아린씨가 아리로 활동하고 있는 걸 현실 친구들이 알고 있어요?) 아니요. 몰라요. (한 명도?) 네. (한아린)

가상 세계의 친구들끼리도 서로 현실의 이름이나 개인정보를 말하지 않는다.

가상 세계에서는 저의 또 다른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기 때문에. 음. 그냥 제 현실을 다 알려드리면 제 가상 세계 아바타로 봤을 때 이질적인 사람이라고 보일 수도 있고 하기 때문에 그냥 오히려 가상 아바타는 아바타고 현실은 현실로 구분하는 것 같아요. 겹치지 않게. (이다영)
(그러면 이 안에서만 알고 있는 친구들도 있어요?) 네 있어요. 현실에서 모르는.. 친구 추가 되어 있는 사람들 거의 다 실제로는 모르는 사람이에요. (중략) 잘 몰라요. 나이는 아는 사람도 있긴 한데, 본명은 모르죠. 거의. (정시우)
확실히 이름은 조금 물어보기가 조심스럽더라고요. 자기 개인정보 중에 그나마 제일 큰 개인정보라고 저는 생각해서요. 제페토는 주로 활동명을 사용하니까 그런 것 같아요. (그러면 만약에 메타버스 안에서 누가 아린씨 본명 물어보면 어떨 것 같아요?) 저는 말 안 하는 편이에요. (한아린)

이와 같이 이들은 가상 세계와 현실 세계의 차이를 명확하게 인식하며, 각각은 다른 세계임을 체감하고 있었다. 이를 바탕으로, 이들은 각 세계에서의 정체성과 생활이 서로 방해받지 않도록 분리하여 보호하고 있었다.

2) 연결을 통한 확장과 변화

그러나 두 세계는 분리되어 있으면서도, 연결되어 있기도 하다. Markham(1998)이 제시한 존재 방식 단계에서와 같이, 이들은 온라인 기술 및 가상 세계를 자신의 삶에 높은 수준으로 통합한다.

제페토가 제 일상의 한 부분이 되었다는 것을 (인터뷰 하면서) 느낄 수 있었어요. (이다영)
인생을 멋있게 살아온 것 같아요. 그래도 스스로 노력을 많이 한 것 같고. 유튜브에 도전을 했다는 게 좀 대단한 것 같아요. (정시우)
지금은 공부가 너무 힘들지만, 지금 제가 하고 싶은 일도 하면서 살고 있어서 괜찮은 것 같아요. (하고 싶은 일이 뭐에요?) 제가 제일 좋아하는게 제페토 활동이어서 그런지, 제페토도 하면서 그냥 일상생활도 크게 문제없이 평범하게 잘 지내고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지금이 딱 만족스러운 것 같아요. (한아린)

이처럼 메타버스 플랫폼을 자신의 삶에 통합하여, 이들은 삶의 장을 메타버스로 확장하였다. 가상 세계에서 체험한 자신의 새로운 모습과 경험들을 현실 세계로 가져옴으로써 현실의 정체성과 삶의 양식을 변화시키기도 하였다. 이를 통해 그들은 자신의 개성을 찾아가고 있었다.

저 스스로를 많이 발전시킨 것 같아요. 평소에 쉬고 있을 때 그냥 시간만 보내고 했는데, 메타버스를 통해서 여러 컴퓨터 프로그램도 접해볼 수 있어서 굉장히 많이 발전할 수 있었어요. 컴퓨터 관련한 지식도 많이 얻게 되어서 굉장히 유익하기도 했고, 3D 모델링 디자이너 같은 컴퓨터 관련 직업에도 관심을 가지게 된 것 같아요. 사실 제가 컴퓨터 프로그램을 딱히 다룰 기회도 없었고, 관심도 없었는데, 옷이나 월드를 만드려면 여러 프로그램도 다룰 줄 알아야 되니까 그런 면에서 좀 더 컴퓨터에 관심을 가질 수 있었고, 그런 면에서 많이 변했어요. (이다영)
좋은 경험을 쌓을 수 있어요. 다른 여러 사람들 만나서 같이 게임 해보면서. 여러 가지 경험을 해볼 수 있으니까. 그리고 로블록스를 통해 연예인처럼 인기 많은 기분을 느낄 수 있어요. 사람들이 알아보니까 친구들한테 인기도 많고, 인싸가 될 수 있겠죠. (정시우)
친구마다 조금 다르긴 하지만 어떤 친구랑은 더 편하게 대화를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제가 평소에 고민이 많은데, 고민을 좀 덜어놓고 얘기를 할 수 있다고 해야 되나. 그런 느낌이 있는 것 같아요. 예를 들어, 제가 어떤 말을 했는데 이 친구가 혹시라도 상처를 받으면 어쩌지 이런 고민을 진짜 많이 해요. 그런데 이제 그런 고민을 덜어놓고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그럼 친구 관계에서도 뭔가 변화가 있을까요?) 대하기가 좀 편한 것 같아요. (중략) (메타버스 활동은) 행복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제가 (행복을) 만들 수 있게도 하고, 제가 행복을 느끼게도 해서 행복이라고 할게요. 사람들이랑 소통할 때나 월드를 갔을 때도 저에게 행복을 줘요. (한아린)

Ⅴ. 결 론

본 연구는 메타버스에서 크리에이터로 활동하고 있는 청소년들의 다중정체성을 이해하고자 하는 목적으로 사례연구를 실시하였다. 이를 위해 메타버스 플랫폼 이용 기간이 1년 이상이고, 주 1회 이상 주기적으로 메타버스에 접속하는 사용자 중, 실제로 아이템이나 월드 혹은 콘텐츠를 1회 이상 제작한 경험이 있는 청소년 3명을 연구 참여자로 선정하여 심층면담을 진행하였다. 또한 메타버스 플랫폼 내 참여관찰과 현지자료조사를 실시하였다.

그 결과 이 연구에서 청소년들의 메타버스에서의 삶을 살펴보며 발견하게 된 다중정체성은 한마디로 ‘삶의 경계 확장’이었다. 메타버스로의 진입은 새로운 사회와 공간을 만나는 것과 같다. 김대식(2022)은 과거 신대륙을 발견했던 시대와 같이, 메타버스의 등장 또한 사회 구조의 큰 변화를 일으키며 인류는 대항해 시대를 맞이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한다. 먼 지구 어딘가에서 새로운 땅을 발견했던 과거 대항해시대와 달리, 메타버스 기술의 발전은 각 개인의 삶의 터전을 확장시킨다. 공간의 물리적 한계를 넘어, 가상으로 이루어진 지구를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게 된 것이다. 그 안에서 살아가는 청소년 메타버스 크리에이터의 다중정체성 대한 결론은 다음과 같다.

첫째, 현실 세계에서 연구 참여자들은 국내 대다수의 청소년들과 같이 주로 학교생활을 중심으로, 과중한 학업부담을 갖고 많은 시간을 학업에 전념(한영민, 2007)하고 있었다. 그 과정에서 자신의 진로에 대해 고민하며, 어떤 전공을 선택해야 할지 탐색하는 모습을 보였다. 또한 주변 관계를 중요하게 생각하며, 가족과 친구와 보내는 일상을 소중하게 여기고 있었다. 하지만 이들은 해야 하는 일을 모두 마치고 난 뒤, 예술가가 되어 창작 활동을 시작한다는 점에서 보통의 학생들과 차이를 보인다. 자신만의 창작물과 작품을 만들면서 자신의 생각을 반영하고, 자신을 표현해낸다. 이 표현의 정점에는 아바타가 있다. 아바타를 만들 수 있는 무한한 조합 가운데 크리에이터들은 자신이 드러내고자 하는 바를 담아내며 원하는 모습으로 아바타를 빚는다.

둘째, 완성된 아바타와 작품을 통해 가상세계로 들어가면, 이들은 수많은 사람들과 연결되어 관계를 맺으면서 적극적인 창조자로서 새로운 정체성을 형성해간다. 각자의 개성이 오롯이 표현된 많은 아바타들과 소통하며 자신만의 정체성을 구성하고, 가상세계 내 목표를 갖게 되기도 한다. 하고 싶은 활동을 자유롭게 하고, 개방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분위기 안에서 이들은 자신의 목표를 추구하기 위해 전념하는 모습을 보인다. 또한 크루를 이루거나, 자신의 작품을 좋아하는 팬 무리를 이끌어가며 자신의 관계망을 확장하고, 그 안에서 다양한 역할을 새롭게 시도해 본다. 그러면서 가상 세계 내 문화에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셋째, 현실세계 내 기존 정체성과 가상세계에서의 새로운 정체성의 상호작용을 통해 크리에이터들은 개성화의 과정을 가게 된다. 이들은 현실세계와 가상세계에서 다양한 활동을 경험하며 자신에 대한 여러 가지 모습을 발견한다. 특히 가상세계 안에서 크리에이터들은 작품을 통해 자신의 내면을 투영하는 과정을 겪게 된다(윤소영, 2014). 이렇게 드러난 자신의 다양한 모습을 현실과 분리하기도 하고 통합하기도 하면서, 크리에이터들은 자신만의 개성을 실현해 간다.

앞서 도출된 결론을 바탕으로 청소년들의 긍정적인 메타버스 활용을 위한 제언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메타버스 청소년 사용자들에게 각각의 세계에 대한 이해와 차이점 인식이 필요하다. 메타버스를 긍정적으로 잘 활용하고 있는 연구 참여자들은 현실세계와 가상세계가 다르다는 것을 명확하게 이해하고 있었다. 또한 각 세계를 분리해두고, 그 안에서의 생활도 분리하였다. 이에 따라, 청소년들이 현실과 가상을 혼동하여 일으킬 수 있는 부정적 문제들을 줄이기 위해서는, 현실세계와 가상세계는 서로 다른 세계임을 교육할 필요가 있다.

둘째, 다중정체성을 조화시킬 수 있는 방안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다. Brook, Garcia, Fleming(2008)의 다중정체성 연구는 적은 수의 정체성을 가진 것보다 조화로운 여러 개의 정체성을 가지고 있을 때 심리적 안녕감이 더 크다는 것을 보여준다. 반면, 중요한 정체성들 사이의 갈등이 증가하는 것은 자기불일치에서 오는 부정적 감정을 증가시켜 낮은 안녕감과 상관을 보인다. 이에 따라 메타버스 사용자들이 각각의 세계에서 형성한 정체성들을 조화시킬 수 있도록 한다면, 이들의 심리적 안녕감 향상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셋째, 인성교육의 장으로 메타버스 플랫폼을 활용할 수 있다. 자발적으로 예술활동을 할 수 있는 허용하는 사회 문화적 환경을 제공하는 것은 아이들로 하여금 인간성을 회복할 수 있도록 돕는 인성교육의 한 방편이 된다(정길영, 2013). 가상세계 안에서 청소년 크리에이터들은 이미 자유롭고 솔직하게 자신을 표현하고, 이를 예술적 작품으로 승화시키는 문화를 갖고 있다. 이러한 가상세계 내 문화와 공간을 활용한다면 예술적 표현활동이 지닌 인간형성적 가치(정길영, 2013)를 담은 인성교육이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

본 연구는 메타버스 청소년 크리에이터의 다중정체성을 이해하는데 기초자료로써 연구의 의의를 갖는다. 그러나 본 연구의 제한점을 토대로 한 후속 연구를 위한 제언은 다음과 같다. 첫째, 본 연구에서는 가상세계에서의 삶이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고려하지 못했다. 후속 연구에서는 메타버스 청소년 크리에이터가 겪는 부정적인 영향을 살펴본다면 청소년들이 메타버스를 건강하게 이용하기 위한 균형 잡힌 방안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둘째, 청소년 크리에이터를 중심으로 연구를 진행하여 다른 연령대의 크리에이터 경험을 살펴보지 못하였다. 청소년기를 지나 새로운 정체성을 형성하게 된 성인 크리에이터 혹은 정체성 형성 이전에 크리에이터 활동을 하는 경우를 살펴본다면 더욱 풍부한 다중정체성 연구가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 셋째, 본 연구는 질적 연구의 특성상 일반화되기는 어렵다. 특히 연구참여자가 총 3명으로, 제페토 크리에이터 2명과 로블록스 크리에이터 1명으로 구성되어 있어서 여러 플랫폼의 크리에이터들을 전반적으로 살피지 못하였다. 그렇기에 메타버스 크리에이터의 다중정체성을 면밀히 살피기 위한 양적 연구 및 종단적 연구가 실시된다면 객관성을 확보하여 이해를 더할 수 있을 것이다.

Acknowledgments

본 연구는 제1저자의 석사학위 논문의 일부를 수정한 것임.

Notes

1) 본 연구에 사용된 연구 참여자 및 아바타의 이름, 채널명 등은 모두 가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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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

<그림 1>
메타버스의 4가지 유형

<그림 2>

<그림 2>
메타버스 스튜디오 홈페이지 첫 화면

<표 1>

연구 참여자 정보1)

이름 아바타 이름 성별 출생 연도 크리에이터 활동
시작년월
팔로워
(명)
한아린 류아리 2006년 2020년 3월 25,600
이다영 야미 2006년 2020년 11월 37,300
정시우 사과맨 2009년 2020년 12월 1,800

<표 2>

회차별 면담 주제

회차 시간 공간 내용
OT 5~10분 - 연구 목적 및 인터뷰 진행 설명, 연구 참여 동기 확인
1회차 30~50분 현실 세계 - 자기의 생애에 대하여 말로 표현하기
- 자기에 대한 인식, 평가 등을 살펴보기
- 나와 타인의 관계 살펴보기
2회차 30~50분 - 현실 세계 삶의 방향성과 목적 살펴보기
- 현실 세계 삶의 어려움 표현하기
3회차 30~50분 - 메타버스 내 삶에 대해 말로 표현하기
- 메타버스 내 아바타에 대한 인식, 평가 등을 살펴보기
- 메타버스 내 관계 살펴보기
4회차 20~40분 가상 세계 - 가상 세계 삶의 방향성과 목적 살펴보기
- 가상 세계 삶의 어려움 표현하기
5회차 20~40분 현실 세계 - 연구 참여 후 변화한 것에 대해 살펴보기
- 연구 참여가 참여자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검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