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rrent Issue

Forum for youth culture - Vol. 80

[ Article ]
Forum for youth culture - Vol. 0, No. 80, pp. 13-48
Abbreviation: RCKYC
ISSN: 1975-2733 (Print) 2713-797X (Online)
Print publication date 31 Oct 2024
Received 08 Aug 2024 Revised 19 Sep 2024 Accepted 23 Sep 2024
DOI: https://doi.org/10.17854/ffyc.2024.10.80.13

자녀의 성장에 따른 프로야구 가족팬덤 변화에 관한 문화기술지 연구
정선희1)
1)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 학예연구관

An Ethnographic Study on the Evolution of Family Fandom in Professional Baseball in Relation to Children's Development
Jung, Sunhee1)
1)Chief Curator at National Museum Complex Team, National Agency for Administrative City Construction of Korea

초록

스포츠 가족팬덤은 단순히 스포츠를 좋아하는 활동을 넘어, 가족 구성원 간의 정서적 유대, 가치 공유, 그리고 사회적 역할 수행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본 연구의 목적은 자녀가 성장하면서 이미 형성된 프로야구 가족팬덤의 변화과정을 분석하여 가족팬덤의 사회문화적 의미를 찾는 것이다. 이를 위해 자녀의 성장에 따른 프로야구 가족팬덤의 변화를 문화기술지방법론(ethnographic)으로 수행하였다. 아울러 이 연구는 2019년에 발표한 초등저학년 자녀를 둔 가정의 가족팬덤 형성과정에 관한 연구의 후속연구라는 점을 밝힌다.

연구결과를 정리하면, ① 가족팬덤은 청소년 자녀와 중년 부모 사이의 연결고리 역할을 한다. ② 가족팬덤은 가족 구성원의 성장, 변화, 의지 등을 통해 지속되는 유기체이다. ③ 가족팬덤에서 나타나는 문화적 역전이(逆轉移) 현상을 수용하는 것은 사회문화적 역동성을 강화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본 연구는 프로야구를 비롯해 관심이 증대되고 있는 스포츠 팬덤 분야에 청소년을 포함한 가족 단위의 연구가 미흡한 국내 실정에서 가족팬덤의 변화를 심층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시도라는 점에서 연구의 의의가 있다. 본 연구를 통해 국내의 환경적 특성이 반영된 가족팬덤에 대한 연구가 다양한 관점에서 지속되길 바란다.

Abstract

The purpose of this study is to analyze the evolution of family fandom in professional baseball in relation to children's development, in order to explore the sociocultural significance of family fandom. This research investigates the evolution of professional baseball family fandom in relation to children's development, using an ethnographic study methodology. Ajzen's Extended Theory of Planned Behavior serves as the analytical framework, focusing on key constructs such as attitude toward the behavior, subjective norms, perceived behavioral control, and environmental conditions. This study is a qualitative follow-up to the 2019 research on the process of family fandom formation in households with young elementary school children.

The findings can be summarized as follows: ① Family fandom serves as a link between adolescent children and middle-aged parents. ② Family fandom is an organism that continues through the development, change, and will of family members. ③ Acceptance of the cultural countertransference phenomenon that appears in family fandom strengthens sociocultural dynamics.

This study is significant in its attempt to provide an in-depth understanding of changes in family fandom, particularly within the context of domestic research, where studies on family units, including adolescents, remain limited in the growing field of sports fandom, such as professional baseball. It is hoped that this study will encourage further research on family fandom that reflects the unique environmental characteristics of the domestic context from various perspectives.


Keywords: Family fandom, professional baseball, ethnography, extended theory of planned behavior
키워드: 가족팬덤, 프로야구, 문화기술지, 확장된 계획행동이론

Ⅰ. 서 론
“여러분 야구 좋아하세요?”
요즘 많은 분이 야구를 참 많이 좋아하십니다. 비록 스트레스를 푸는 것보다는
쌓일 때가 훨씬 더 많지만 끊을 수 없는 매력에 결국 여기까지 와버렸습니다.
이번 시즌 치열한 순위 경쟁 속 리그는 천만 관중을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여러분에게 야구는 어떤 의미인가요?
 
               (2024 .8. 23. LG:키움 / 권성욱 캐스터 오프닝)

2024년 프로야구는 KBO가 출범한 이래 최다 관중을 기록할 만큼 인기가 높다. 선수들도 신진, 중견 할 것 없이 고르게 활약하고 있으며, SNS 등 디지털 플랫폼의 영향으로 MZ세대를 비롯해 다양한 계층이 즐기고 있다. 가족 단위 관람객도 늘어나 야구경기장 내 어린이 수영장 운영 등 가족 친화적인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이처럼 최근의 프로야구 관람은 부모세대와 자녀세대가 함께 즐기는 여가로 자리 잡고 있다. 2023 프로야구 관람객 수치 중 가족동반 유형을 살펴보면, 전체 10개 구단 중 8개 구단이 50% 이상을 차지하고, KIA와 KT 등 2개 구단은 가족동반 비율이 친구나 연인동반 비율보다 높게 나타났다(한국프로스포츠협회, 2024). 이처럼 가족동반이 차지하는 비중만 보더라도 관람객의 절반 이상은 가족과 함께 야구장을 찾고 있으며, 이미 가족의 여가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본 연구는 프로야구 가족 단위 관람이 늘어나고 있는 사회적 현상을 스포츠 가족팬덤의 관점에서 진행하고자 한다. 가족팬덤은 단순히 스포츠를 좋아하는 활동을 넘어, 가족 구성원 간의 유대감을 강화하고, 공통된 관심사를 통해 소통의 기회를 제공하며, 네트워크 내에서 상호작용으로 공동의 가치를 공유하는 등 사회적 역할 수행과도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Watts, 2017; Tinson et al., 2017). 그러나 이러한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국내 실정에 맞는 가족팬덤에 관한 연구는 찾아보기 어렵다.

국내의 스포츠팬덤 연구는 주로 스포츠산업적 관점에서 이루어졌다. 관람객의 유형과 관람행동을 분석하고, 이를 관람객 유입 강화, 마케팅 활성화로 제안하는 경영학적인 접근이 다수였다. 이에 대해 최근 학계에서는 팬덤의 형성과정을 이해하고 특정한 문화적 현상으로서 스포츠 참여 정책이나 관련 이론 수립에 유용할 사회학적 접근의 필요성을 논의하게 되었다. 스포츠팬덤 연구도 기존의 양적 연구 중심에서 전환하여 사회문화적 관점의 깊이 있는 질적 연구에 대한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연구자 자신이 연구의 도구로서 현장에 들어가 직접 경험한 것을 바탕으로 하는 연구방법의 도입을 주장하기도 한다(남상우, 2023). 또한, 관람객이 어떻게 프로스포츠를 즐기고 있는지 구체적이고 세밀하게 살펴볼 수 있도록 질적 연구를 통해 심도 있는 정책적 방안 제공의 필요성(김현정, 이정은, 2023)을 강조한다. 아울러 연구자 본인이 스포츠에 대해 지니는 주관적 애정과 경험을 개념화하고 이론화하려 노력해야 한다(남상우, 2023)고 제언하고 있다. 국내와 달리 해외의 선행연구는 축구나 야구 등 프로스포츠의 역사가 긴 특징이 있어, 부모역할에 미치는 영향, 가족팬덤으로 인한 세대 간 갈등의 원인과 사회적 의미, 출산과 육아에 따른 팬덤 유지, 자녀가 부모의 팬덤에 영향을 주는 사례 등 다양한 주제로 개인적, 사회적 관점 등 다각도에서 심층적으로 연구되고 있다(Tinson, Sinclair, Kolyperas, 2017; Watts, 2017; Mansfield, 2020; Tamir, 2019).

이렇듯 스포츠 팬덤 연구는 사회문화적 관점에서 접근의 필요성과 양적 연구에 치중된 현실에서 심층적인 이해를 돕기 위해 질적연구방법론 도입 등 새로운 연구의 방향이 검토되고 있다. 또한, 가족팬덤의 선행연구가 다층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해외의 경우, 가족팬덤으로 인해 나타날 수 있는 다양한 갈등과 현상까지 연구의 주제로 면밀하게 살펴봄으로써 산업적 효과뿐 아니라 사회문화적 의미와 영향도 도출해내고 있다.

국내의 스포츠 팬덤 현상도 많은 변화 속에 있다. KBO가 1982년에 출범하여 국내 프로야구의 역사도 40년 이상 되면서 부모에서 자녀세대로 전승이 시작되었다. 프로야구 관람은 전반적인 인기상승에 힘입어 가족단위 관람객이 다수를 차지하고, 자녀를 동반한 가족의 관람환경도 친화적으로 변화하면서 가족의 여가로 자리 잡고 있다. 이렇게 가족팬덤이 자생하게 된 국내 환경변화와 국내외 연구의 흐름에 따라 사회문화적 관점에서 스포츠 가족팬덤에 대한 심층적인 연구의 필요성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본 연구자는 2018년에 초등저학년 자녀를 둔 가정의 프로야구 가족팬덤에 관한 연구1)(이하 1차 연구)를 동료연구자들과 함께 진행하였다. 1차 연구 당시, 가족 구성원의 엄마이자 연구자로서 정체성을 동시에 가지고 있던 본 연구자는 프로야구에 대해 부정적인 시선을 가지고 있었으나 가족의 일상을 관찰하고 분석해 가는 과정에서 변화하여 가족팬덤의 완성으로 귀결되었다. 이 과정에서 동료연구자와 함께 문화기술지적 연구방법으로 가족팬덤이 단순한 대중문화의 소비자가 아닌 자생적 문화실천으로서 가지는 사회문화적 의미를 확인하였다(정선희, 이오현, 김인설, 2019).

본 연구는 1차 연구 당시, 초등학교 1학년이었던 자녀들이 중학교 1학년이 된 2024년 시점에서 기존 연구 이후 변화에 대한 궁금증에서 출발하였다. 이에 본 연구의 연구질문은 “프로야구 가족팬덤이 형성된 가정의 자녀가 성장함에 따라 기존의 가족팬덤은 어떻게 되었는가?”로 설정하였다. 가족팬덤 형성 이후 6년여 시간이 흐르는 동안, 연구참여가정은 가족팬덤을 유지하고 있는지, 혹은 어떠한 변화를 맞았는지, 변화가 있었다면 어떠한 양상을 나타내는지를 살펴보고 이에 영향을 주는 원인을 찾고자 하였다.

가족팬덤에 대한 국내외 선행연구에서 연구자가 현장에 들어가 직접 경험하고, 연구도구로서 역할과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듯이, 본 연구는 연구자가 포함된 연구참여가정의 가족팬덤의 변화를 다루는 문화기술지방법론(ethnography)으로 접근하였다. 본 연구의 목적은 이미 형성된 프로야구 가족팬덤이 자녀가 성장하면서 거치는 변화과정을 분석하고, 이를 통해 가족팬덤이 지니는 사회문화적 의미를 밝히는 것이다. 이를 위해 연구자 자신을 포함하여 가족구성원의 변화를 심도 있게 살펴보는 자문화기술지(autoethnography)의 특징도 지니고 있다. 따라서 자료의 분석 과정 전반에서 연구참여자와 성원검증기법(member check)을 사용하는 등 과학적 엄중함(scientific rigor)을 지키면서 심층적으로 이해하고 분석하고자 노력하였다. 이 연구는 1차 연구에 이은 후속연구로 이어지는 일련의 과정을 통해 가족팬덤의 변화과정을 학술적으로 면밀히 살펴볼 기회를 제공한다는 데 이전 연구와 차별성을 갖는다.


Ⅱ. 연구의 배경과 분석틀
1. 팬덤문화연구의 흐름과 스포츠 팬덤에 관한 선행연구 분석

팬덤(fandom)은 교회에 속해 있거나 헌신적인 봉사자나 열성가를 의미하는 라틴어 ‘파나티쿠스(fanaticus)’에 집단이나 세력범위를 의미하는 –dom이 결합된 것으로 특정한 인물이나 분야를 열정적으로 좋아하는 사람들 또는 문화현상을 지칭하는 용어이다(Jenkins, 1992). 그러나 사회 일부에서는 상업적 오락에 대한 열성적인 현상으로 인해 ‘팬(fan)’의 의미는 일반적으로 ‘지나치고 오도된 열정’을 지칭하는 부정적인 의미를 지닌 용어로 사용되어 왔다(이연희, 2012). 특정 대상에 대한 지나친 관심과 열정 등으로 사회의 문제적 요소로 여겨졌던 팬덤은 오늘날 Fiske(1992)의 능동적 소비자 관점을 바탕으로 팬덤 대상과 팬 간의 일방적인 관계에서 벗어나 팬의 주체적인 참여로 주목받고 있으며, 적극적인 대중문화 수용자층과 평범한 수용자층을 구분하기 위한 의미로 적용된다(오혜라, 정윤재, 2023).

이러한 팬덤에 대한 사회적 인식의 변화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팬덤연구의 이론적 흐름을 먼저 살펴볼 필요가 있다. 대중문화연구에서 소비자에 대한 새로운 시각은 1980년대 영국의 미디어의 수용자에 관한 연구에서 출발한다. Hall(1980)은 기존 학계의 지배적이었던 ‘미디어 수용자는 미디어가 전달하는 메시지를 수동적으로 수용한다’는 의견을 비판하였다. 그는 대중문화와 미디어연구에서 수용자의 능동적 역할을 강조하며, 미디어 메시지가 일방적으로 전달되는 것이 아니라 수용자의 해석에 따라 다양한 의미로 해석될 수 있음을 주장하였다(조일동, 2024).

1990년대에 들어 Fiske는 팬덤의 생산성을 연구하여 팬덤을 단순한 소비자 집단이 아닌, 의미를 창출하고 재생산하는 능동적인 주체로 보았다. Fiske는 대중이 미디어나 소비재를 단순히 수동적으로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들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재해석하고 활용한다고 주장하였다. 이러한 능동적 소비는 일상의 문화적 실천으로서 이를 통해 자신들만의 문화를 형성하고 공유한다고 보았다. Fisk의 이론을 비판적으로 수용한 Jenkins는 팬덤을 대중문화에 새로운 기호적 의미를 부여하는 역할을 넘어 단순한 소비자가 아닌 공동생산자(prosumer)로 보았다. 그는 팬들이 미디어 텍스트를 수동적으로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능동적으로 재해석하고, 재창조하며, 콘텐츠의 생산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된다고 주장하였다(Jenkins, 2013). 이러한 팬덤연구의 흐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팬덤에 대한 사회적 시선은 몰지각하고 비이성적이며 광적이거나 조롱의 대상이 되는 소비자 개인에서 능동성을 갖춘 하나의 사회문화적 집단으로 인식이 전환되었다.

팬덤에 대한 사회적 인식의 변화 속에서 스포츠 팬덤 연구의 흐름도 스포츠산업, 마케팅 등 경영적 관점에서 연구가 확산되고 양적인 증가가 이루어졌다. 스포츠 팬덤은 스포츠 팬들이 특정 팀, 선수, 스포츠 종목에 대한 강한 애정과 충성심을 나타내며 형성되는 문화적 현상으로 단순한 취미나 관심을 넘어서, 깊이 있는 정체성 일부로 자리 잡고 있다. 스포츠 팬덤은 자발적인 즐거움을 목표로 기존에 존재하지 않았던 스포츠 팬덤 문화를 만들어 가고 있으며, 사회구조를 튼튼하게 해 줄 뿐만 아니라 개인의 감성적 질을 풍부하게 한다(Washington, Karen, 2010). 또한, 소비자들에게 다양한 참여 기회를 제공하며, 네트워크와 상호작용을 통해 가치를 공동 창출하고, 사회적 웰빙과 사회적 통합을 향상시킬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Tinson et al., 2017)는 점에서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우리나라의 스포츠 팬덤은 1980년대 이후 시작된 프로스포츠를 계기로 자발적으로 시작되었다. 최근에는 스포츠팬들이 선호하는 특정한 대상에 대해 정보를 수집하고 열광적인 애정 표시를 통해 자기의 취향을 보다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표현하면서 급속도로 보편화 되었다(김석기, 서경화, 2011). 이러한 스포츠 팬덤은 다양한 사회적, 문화적, 심리적 요소가 결합된 복합적인 현상으로 이와 관련한 선행연구도 여러 분야에서 진행되고 있다.

스포츠산업적 측면에서 스포츠 팬덤은 경기, 선수, 구단 등에 대한 인식, 흥미, 관심을 내면화하고(McPherson, 2008), 직⋅간접적인 경기 관람, 경기장 방문 및 응원, 굿즈 구매, 팬미팅 참석, 다른 팬들과의 교류, 구단의 의사결정과정에 관여 등과 같이 대내외적으로 지속적이며 능동적으로 활동하는 것을 의미한다(오혜라, 정원재, 2023). 따라서 기업은 팬덤을 구단의 동반자이자 파트너로 역할을 인식하고, 마케팅이나 사업전략 등에 유의한 영향을 지니는 경제적 효과를 창출하는 팬덤 경제(Fandom Economy)로서 접근한다. 따라서 팬들의 의사결정과정을 이해하고 팬덤을 유지하는 방안을 탐색하는 것을 스포츠산업의 성공을 위한 필수요소로 인식하고 적극적인 마케팅과 다양한 스포츠 팬덤 관련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주요한 연구사례를 보면, 팬덤을 생산적인 주체로서 새로운 사회문화적 취향으로 기업문화를 전환하는 역할이 가능하다고 본 연구(김광민, 양재범, 2021)와 팬덤의 신뢰도, 동일시 및 충성도가 광고 태도, 브랜드 태도, 구매 의도 등에 유의한 영향을 미친다고 보는 연구(이치형, 2022; 조영, 심성욱, 2022; 이승목, 신재권, 이상우, 2014) 등이 있다.

프로야구 팬덤 중 관람경험을 주제로 한 연구를 살펴보면, 관람객의 관람경험이 지각된 가치와 플로우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MZ세대의 유입을 통해 프로야구의 호황 가능성을 강조(정건하, 전익기, 정권혁, 2023)하고, 확장된 계획행동이론을 적용하여 관람의도와 관람행동을 예측하고, 관람행동 지속성 간의 관계를 검증한 연구도 있다(김동규, 한진욱, 2017). 또한, 자발적 구전 마케팅을 하는 중국 팬덤에 대한 연구(가천혜, 고정민, 2021)는 팬덤활동이 구전 마케팅의 주체 역할을 하며 개인의 사회성과 심리만족도를 높이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보고, 기업이 마케팅 예산을 들이지 않고 커뮤니케이션 수행이 가능한 전략으로 제안하고 있다.

국내연구에서 드물게 스포츠 팬덤을 스포츠사회학적으로 접근해야한다는 연구(남상우, 2023)도 찾아볼 수 있다. Duffett(2013)는 스포츠는 산업이나 경영적 측면만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소비되고 생산되는 양상의 또 다른 측면을 설명하고 이론화할 수 있다고 보았다. 연구자는 스포츠 팬덤의 변화 과정을 이론화함으로써 특정 집단과 그 집단이 지닌 실천과 상징 등 문화의 변화 기제를 체계화할 수 있다(Gantz, Lewis, 2023; Tamir, 2022)고 보고, 사회학적인 접근을 통해 개념이나 이론의 정리를 강조하였다(남상우, 2023). 그는 기존의 연구에서 이미 팬이 ‘존재하고 있다’고 가정하기 때문에 팬이 어떻게 형성되고, 그들의 세계인 ‘팬덤’이 어떤 맥락과 기제에 의존하여 형성되는지를 이해할 수 없다고 주장하였다. 또한, 팬덤이 시간변화에 고정적이지 않고 유동적이며 변화하는 성질을 인정하고, 스포츠 팬덤의 변화과정에 대한 탐색연구의 필요성을 피력하고 있다.

2. 스포츠를 매개로 한 가족팬덤 선행연구

스포츠 가족팬덤에 관한 해외 선행연구는 질적연구방법론이나 설문조사와 심층인터뷰를 병행한 혼합연구방법론을 적용한 사례가 많다. 질적연구방법론을 주로 적용한 이유는 양적인 설문조사에서 드러나지 않는 가족팬덤이 갖는 개인적 경험과 의미를 탐구하고 복잡한 사회문화적 현상을 분석하기에 적합하기 때문이다. 특히 가족의 특성과 스포츠 분야에 따라 유연한 연구를 설계할 수 있고 심층적인 이해가 가능하다. 풍부한 자료를 수집하여 연구참여자의 서사, 상호작용, 문화적 맥락을 분석하기에 유용하기 때문에 연구방법론으로서 장점이 크다. 가족팬덤 사례를 찾기 어려운 국내와 달리 해외는 다양한 주제로 연구가 진행되고 있으며, 프로스포츠의 역사가 오래되어 세대 간의 전승이 나타나고 있다. 따라서 해외를 중심으로 선행연구를 살펴보았다.

프리미어 리그 등 축구의 인기가 높은 영국의 경우, 스포츠 팬덤이 부모역할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Tinson et al., 2017)를 찾아볼 수 있다. 부모의 스포츠에 대한 열정을 자녀에게 어떻게 전수하는지, 이것이 자녀의 스포츠 경험과 발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설문조사와 심층인터뷰를 통해 혼합연구방법론으로 탐구하였다. 연구결과, 부모의 스포츠 팬덤은 부모가 스포츠를 자주 관람하고 참여할수록 자녀도 자연스럽게 관심을 끌게 되어 스포츠에 대한 흥미와 관심을 효과적으로 전달한다고 본다. 다만, 부모의 기대와 지원은 자녀의 스포츠 참여를 증진하고 긍정적인 경험을 유발할 수 있으나 지나친 압박은 스트레스를 유발하고 스포츠를 부담스럽게 인지할 수 있다고 주장하였다. 스포츠 팬덤이 부모와 자녀 간의 유대감을 강화하는 기회를 제공하나 이를 긍정적으로 형성하기 위해서는 부모의 균형 잡힌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미국의 프로야구인 MLB를 중심으로 여러 세대에 걸쳐 형성된 프로야구 가족팬덤에 대한 연구가 있다. 팬덤이 가족 내에서 어떻게 전승되며, 이러한 전승이 세대 간의 관계와 개인의 팬 정체성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분석한 질적연구(Watts, 2017)이다. 연구참여자는 MLB 팀에 대한 열정이 세대 간에 전해지는 조부모, 부모, 자녀 등 다양한 세대가 포함된 가족들이다. 연구를 통해 MLB 팀 팬덤이 가족 내에서 자연스럽게 전승되며, 이 과정이 가족 간의 관계와 팬 정체성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밝혀냈다. 연구자는 팬덤을 ‘전통을 통해 전승되는 가족의 문화적 유산’으로서 가치를 인정하고, 가족 간의 정서적 연결과 지속성을 제공하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고 주장한다. 즉, 가족팬덤이 가족 간의 유대감을 강화하고 세대 간의 소통을 증진하며, 가족 구성원들은 팬이 되는 것을 당연히 여기고, 개인의 정체성 형성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스포츠산업과 팬 관계의 이해를 돕고, 팬층 확대를 위한 전략적 접근을 제안하고 있다.

스포츠 팬의 출산과 육아가 팬덤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질적연구(Mansfield, 2020)도 있다. 연구참여자는 기존 스포츠 팬덤 활동을 하고 있으나 자녀의 출산으로 새롭게 부모가 된 스포츠 팬이다. 0~6세 미만의 자녀를 양육하는 27명의 스포츠 팬을 대상으로 자녀 양육과정에서 발생한 새로운 역할과 책임이 스포츠 팬덤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였다. 자녀가 생긴 부모들의 팬덤 유형은 두 가지 주요 그룹으로 나타났다. 먼저, 유지자 그룹으로 팬으로서 정체성을 유지하며 팬덤활동을 자녀와 공유하거나 육아와 병행한다. 다른 하나는 팬덤활동을 축소하거나 조정하는 조정자 그룹이다. 이들은 자녀 양육과 팬으로서 정체성 사이에서 다양한 도전에 직면하고, 이 과정은 팬덤의 성격과 방식 및 개인의 사회적, 심리적 측면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보았다. 이를 통해 연구자는 스포츠산업이 이들을 위한 맞춤형 마케팅 전략 개발이 필요하며, 팬덤활동을 계속할 수 있는 조정 방안을 마련하여 팬층을 유지하거나 확대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이스라엘에서 세대 간의 축구 팬덤에서 발생하는 갈등에 관한 질적연구사례(Tamir, 2019)가 있다. 아버지와 아들이 서로 다른 구단을 지지하는 비전형적인 사례로, 연구참여자는 이스라엘의 다양한 지역에 거주하고 있는 아버지와 아들이 최소 10년 이상 다른 클럽의 팬이었던 가족을 대상으로 한다. 이 연구는 스포츠 팬덤이 가지는 가족 관계의 복잡성을 이해할 수 있는 틀을 제공한다. 세대 간 축구 팬덤 갈등이 어떻게 발생하고, 이로 인해 가족 내에서 어떤 변화와 도전이 생기는지를 분석하고, 스포츠 팬덤이 가족 내에서 단순한 오락 이상의 사회적, 문화적 의미를 지닌다는 점을 상세히 보여준다. 스포츠 팬덤이 가족 간의 유대를 강화하기도 하지만 동시에 갈등의 원인이 되기도 하며, 사회적 정체성과 가족 내의 권력 구조, 가치관의 차이, 자녀의 자율성까지 복잡한 사회적 요인들이 얽혀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부모세대에서 전승되어 자녀의 팬덤이 형성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자녀가 부모에게 영향을 미치는 사례를 통해 자녀의 스포츠 참여와 부모의 팬덤 변화의 관계를 탐색한 연구(Hyatt, Kerwin, Hoeber, Sveinson, Katie, 2018)도 있다. 최근에는 자녀들이 다양한 미디어를 통해 새로운 스포츠에 접근할 수 있게 되어 부모의 영향을 받지 않고 독립적으로 팬이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 연구에서는 자녀의 활동에 영향을 받아 부모도 새로운 스포츠에 관심이 증가하고 팬덤의 변화가 발생하는 것을 확인하였다. 이 과정에서 부모는 자녀와의 유대감을 강화하고, 스포츠를 가족 활동의 중요한 부분으로 인식하여 스포츠를 통해 가족이 함께 소통할 기회를 제공한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프로스포츠의 역사가 긴 해외의 가족팬덤 선행연구는 부모역할에 미치는 영향, 가족팬덤으로 인한 세대갈등의 원인과 사회적 의미, 출산과 육아에 따른 팬덤 유지, 자녀가 부모의 팬덤에 영향을 주는 사례 등 다양한 주제로 다각도에서 심층적으로 연구되고 있다.

3. 분석틀: 확장된 계획행동이론

가족팬덤 형성 이후 자녀의 성장에 따른 가족팬덤의 변화를 살펴보기 위한 분석틀로 Ajzen의 확장된 계획행동이론(Extended Theory of Planned Behavior)을 사용하였다. 자녀가 초등저학년이었던 가족팬덤 형성 당시와 비교하여 시간의 흐름과 함께 가족팬덤은 고정되지 않고 다양한 변화가 일어났다. 이 과정에서 나타난 변화된 행동과 그 요인들을 체계적인 분석과 일관성을 갖추기 위해 이론적 틀로서 확장된 계획행동이론을 적용하였다.

이 이론은 계획행동이론(Theory of Planned Behavior)의 설명력을 높이기 위해 행동의도(Intention)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독립된 결정요인을 연구자가 개별적으로 추가하여 분석하는 이론이다. 계획행동이론은 특정 행동을 수행하기 위한 의도가 어떻게 형성되며, 그 의도가 실제 행동(Behavior)으로 이어지기까지의 과정을 설명한다(Ajzen, 1991). 태도(Attitude toward the Behavior), 주관적 규범(Subjective Norms), 지각된 행동통제(Perceived Behavioral Control) 세 가지 요소를 주요개념으로 보고, 이 요소가 행동의도(Intention)에 영향을 주며, 이는 다시 행동(Behavior)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Ajzen, 1991).

<표 1> 
확장된 계획행동이론(Extended Theory of Planning Behavior: ETPB)에 근거한 분석틀
구 분 의 미
태도
Attitude toward the Behavior
• 개인이 어떠한 행동을 하는 것에 있어 좋을 것인지 나쁠 것인지, 그리고 그 행동을 좋아하는지, 싫어하는지를 나타내는 판단을 의미
• 개인의 신념에 따라 나타나며 결국 행동에 영향을 주는 원리
주관적 규범
Subjective Norm
• 특정 행동에 대해 주변 사람들(가족, 친구, 사회 등)의 기대를 인식하는 정도
• 한 개인에게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타인의 의견에 대해 행동으로 옮길 것인가 아니면 하지 않을 것인가에 대한 사회적 압박감의 정도 혹은 인지
지각된 행동통제
Perceived Behavior Control
• 개인이 특정 행동을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이나 자원을 얼마나 갖추고 있다고 느끼는지에 대한 인식으로 자기 자신감이나 가용자원
• 특정 행동을 수행할 때 쉽거나 어렵다고 느끼는 행동에 대한 지각된 감정
환경여건
Environmental Conditions
• 행동을 수행할 때 개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행동에 영향을 주는 외적인 요인
• 시간적, 물리적, 정서적인 상황 등 개인의 의지와 조절로 통제할 수 있지 않은 사회적 요인

자녀의 성장에 따른 가족팬덤의 변화과정은 세 가지 요소 이외에도 사회적, 문화적, 지리적으로 많은 영향을 받는다. 따라서 가족팬덤의 변화과정을 보다 명확하게 드러내고 내재 되어 있는 주요 요인과 의미를 심층적으로 분석할 수 있도록 분석틀의 주요개념을 확장된 계획행동이론에 따라 환경여건(Environmental Conditions)을 추가하였다. 즉, 태도, 주관적 규범, 지각된 행동통제, 환경여건, 이 네 가지를 주요한 결정요인으로 사용하고, 가족팬덤의 변화과정을 분석하기 위해 1차 연구와 현재 시점을 비교하여 분석하였다.

주요개념의 의미를 살펴보면, 태도는 특정 행동에 대해 개인이 가지는 긍정적 또는 부정적인 평가로 가족 구성원이 프로야구 가족팬덤에 대한 변화된 태도를 분석한다. 주관적 규범은 프로야구 가족팬덤에 대한 주변 사람들의 기대를 인식하는 정도로 가족, 또래, 사회 안에서의 변화를 분석한다. 지각된 행동통제는 특정 행동을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이나 자원을 갖추고 있다고 느끼는 인식으로 가족 내에서 의지 때문에 행동이 나타나는 현상을 분석한다. 마지막으로 연구자가 확장된 개념으로 추가한 환경여건은 가족팬덤의 변화에 영향을 주는 가족을 둘러싼 환경적인 요인이다. 이는 지각된 행동통제와 달리 개인의 의지로 통제할 수 있지 않은 것들로, 가족 구성원의 팬덤활동에 영향을 주는 다양한 사회적, 문화적인 가족 구성원의 외적인 요인이 해당한다. 이 네 가지 결정요인은 단계적으로 적용되거나 일방향적이지 않고, 각 요인 간에 상호적이며 선순환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가족팬덤의 변화과정을 분석하는데 한 가지 요소가 아니라 다양한 맥락에서 접근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에 자녀가 초등저학년이었던 2018년과 현재 중학교 1학년이 된 2024년을 동시에 분석하여 시간적 변화 안에서 가족팬덤의 변화과정을 명료하게 드러낼 수 있다.


Ⅲ. 연구 설계
1. 문화기술지 연구(ethnography)

문화기술지방법론(ethnography)은 특정 문화나 사회 집단의 생활방식, 가치관, 신념, 행동 양식 등을 심층적으로 탐구하고 기록하는 질적연구방법론이다. 연구자가 사람들의 일상생활 속으로 들어가 가능한 한 자연스러운 상황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를 관찰하고, 말하는 것을 듣고, 질문하면서 얻은 자료를 바탕으로 그들의 문화를 깊이 있게 이해하고 설명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Hammersley, Atkinson, 1995). 이를 통해 연구자는 단순한 자료수집을 넘어, 연구참여자의 문화적 맥락을 이해하고, 그들의 삶을 보다 풍부하게 해석할 수 있다.

문화기술지는 인류학에서 유래되었지만, 현재는 사회학, 교육학, 마케팅 등 다양한 학문 분야에서 널리 사용된다. 아울러 가족팬덤 변화연구를 문화기술지방법론을 통해 접근하는 것은 가족 내에서 팬덤이 형성되고 변화하는 과정을 깊이 이해하는 데 효과적일 수 있다. 따라서 이 연구방법론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가족 구성원들이 공동으로 열광하거나 지지하는 프로야구 팬덤이 가족 내에서 어떻게 형성되고 유지되며 변화하는지를 탐구하는 것에 적합하다고 할 수 있다.

선행연구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스포츠 팬덤에 대한 사회적, 문화적 접근을 위해서는 질적방법론을 통한 연구가 그 의미와 요인을 분석하는데 효율적이다. 특히 가족팬덤과 같이 지극히 개인적인 영역에 관한 연구는 연구자 자신이 연구의 도구로서 적극적으로 활용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Cavicchi(1998)는 팬덤을 ‘발견되고 논평 될 수 있는 정해진 실체가 아닌, 질문을 던지고 답해야 할 하나의 문제’로 보고, 복잡하고 사적이지만 공유되며 지속되는 경험이라고 했다. 즉, 스포츠 팬덤은 사적인 감정에서 시작된 호감이 집단적으로 진화하는 일련의 사회적 과정을 보여주는 것이다. 따라서 팬덤의 특성에 적합한 연구를 위해서 실제 연구자 본인이 스포츠에 대한 주관적 애정과 경험을 개념화하고 이론화하려는 노력이 요구된다(남상우, 2023).

본 연구는 1차 연구에 이어 연구자와 연구자의 가족 구성원이 연구참여자로 참여하고 있어 자문화기술지(autoethnography)의 특성을 동시에 지니고 있다. 자문화기술지는 연구자 개인의 주관적 체험을 깊이 성찰하고, 사회 안에서 타인과 밀접하게 관계를 맺고 영향을 주고받는 자기에 대한 사회, 문화, 정치적 이해를 글로 풀어내는 작업이다. 연구자의 개인적 경험을 더 넓은 사회적, 문화적 맥락과 연결하는 것이 자문화기술지의 중요한 목표라고 할 수 있다. 자문화기술지는 정체성 연구, 교육, 트라우마와 치유연구에서 많이 사용되고 있으며 팬덤연구에도 유용하다고 할 수 있다. 연구자가 특정 팬덤 문화에 참여하면서 겪은 개인적 경험을 자문화기술지로 분석함으로써, 그 팬덤의 구조, 가치, 사회적 의미 등을 탐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팬덤이 개인과 집단에 미치는 영향을 심층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본 연구자는 가족과의 관계에서 자신의 역할과 경험이 연구에 미치는 영향을 인식하고, 이를 연구 과정에 반영하고자 하였다. 따라서 가족 구성원의 팬덤 변화와 함께 연구자 자신의 변화도 자료로 수집되고 분석되어 진다. 연구자는 연구자인 동시에 가족 구성원인 정체성을 유지하기 위해 편견 또는 가치판단을 연구에서 분리하고자 노력하였으며, 끊임없는 자기성찰을 통해 주관적 해석이 과도하게 반영되지 않도록 하였다. 또한, 연구과정에서 명확한 기록을 토대로 분석을 반복하여 일관된 결과가 나올 수 있도록 노력하였으며, 참여자들로부터 결과분석에 대한 피드백을 받아 해석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확보하고, 연구자의 편향을 최소화하여 질적 연구의 신뢰성(trust-worthiness)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였다.

2. 연구방법과 연구참여자

연구방법은 다양한 자료수집을 위해 참여관찰, 개인심층인터뷰 및 연구자의 반추노트를 비롯하여 SNS 자료, 온라인 대화, 사진, 동영상 등 활용하여 자료의 삼각화기법(triangulation)을 적용하였다. 연구를 위한 자료의 수집 기간은 2023년 4월부터 연구종료 시점까지 약 1년 남짓 동안 진행됐다.

참여관찰은 경기장 직관, TV 중계시청, SNS 활동 등 프로야구 관람 이외에도 다양하게 일상생활에서 관찰할 수 있는 상황에 맞춰 지속적으로 진행하였다. 자료수집 기간 중 경기장 가족동반 직관은 2회(2023.4 / 2024.5), 부모가 동행하지 않은 자녀의 친구동반 경기 직관은 2회(2024.7 / 2024.8)였다. 참여관찰은 가족동반에 한해 이루어졌으며 그 외의 경기장 직관은 심층인터뷰를 통해 자료를 수집하였다. 경기장 직관의 횟수가 적은 이유는 장기화된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경기장 직관 문화가 변화하였기 때문이다. 2020년과 2021년에 무관중 경기 및 제한적으로 관중이 입장하고 경기장 내 서비스를 제한하면서 관중은 큰 폭으로 감소하였고, 그 결과 팬데믹 이후 스포츠 관람 행동은 TV나 온라인 스트리밍을 통해 경기를 시청하는 것을 선호하게 되었다. 관중들은 직관의 재미가 줄어들었지만 직접 관람하지 않아도 집에서 관람하면서도 충분히 재미를 느낄 수 있다는 인식변화를 가져왔으며 생활화가 되었다(김현정, 이정은, 2023). 이러한 현상은 연구참여가정에도 영향을 미쳤다.

이와 함께 2024년 프로야구 시즌의 인기가 급상승하여 야구장 관람 예매가 힘들어진 것도 요인이라고 할 수 있다. 연구참여가정은 여러 차례 예매를 시도하였으나 순식간에 매진되어 매번 실패하였다. 다만, 자녀 중 한 명은 구단 회원인 친구의 발권으로 직관할 기회가 있었다. 이러한 요인들로 인해 연구참여가정의 경기관람은 경기장 직관보다는 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주 6회 진행되는 TV 중계시청이 주가 되었다.

자료수집에 사용된 SNS 활동과 온라인 대화 역시 이번 야구시즌의 특성을 반영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스타 선수나 구단의 인기로 스포츠 브랜드의 위상이 급상승했고, 구단의 입장에서 SNS 등 디지털 공간에서 스포츠 팬을 관리하는 중요성도 높아졌다. 팬들은 원하는 스포츠 종목과 관련된 국내외 경기 영상과 기사를 SNS에서 손쉽게 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스포츠 팬들끼리 정보와 의견을 언제, 어디서든 쉽게 공유할 수 있는 팬을 위한 플랫폼도 활발히 나타나고 있다(오혜라, 정윤재, 2023).

2024년에 SNS 활동이 더욱 활성화된 요인으로 온라인상의 프로야구 중계권이 바뀐 영향도 있다. 프로야구 중계가 포털 네이버에서 OTT 채널인 티빙으로 넘어가면서 이전과 달리 2차 가공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팬들은 MZ세대의 온라인 놀이터인 SNS 등에 경기 영상을 자유롭게 올리고 급속히 퍼져나갔다. TV 중계에서 송출되지 않았던 덕아웃의 분위기, 선수들의 개인적인 모습까지 경기 이외에 흥미로운 장면이 공개되면서 팬들의 관심을 더욱 유발하게 되었다. 이는 구단의 관람객 관리 전략이기도 하지만 일상의 자생적 문화실천으로 SNS에서 콘텐츠를 자유롭게 생산하고 유통하는 팬덤의 역할이 더욱 적극적으로 나타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연구참여가정의 구성원들도 SNS를 활용한 관람행동이나 소통이 관찰되어 이 연구의 자료로 활용되었다.

심층인터뷰는 반구조화된 질문으로 2명의 자녀와 아빠 모두 각각 개별적으로 50분 이내로 진행하였다. 연구참여자가 엄마 또는 아내인 연구자 본인의 역할과 연구자로서 역할에 거부감과 혼선을 느끼지 않도록 사전에 연구의 필요성과 목적 및 개인의 익명성 보장 등을 충분히 설명하여 연구에 대한 동의를 구한 후 편안한 분위기에서 이루어졌다. 연구자 본인 또한 연구자이자 가족으로서 균형을 유지할 수 있도록 노력하였으며, 인터뷰, 녹취, 전사, 분석 과정에서 연구참여자에게 성원검증(member check)을 통해 연구의 타당성(validity)과 신뢰성(reliability)을 높이고자 하였다.

<표 2> 
연구참여가정 구성원 (N=4, 2024년 기준 만 나이)
관계 연령 직업 주요특성 연구방법
아빠 53 공공기관 2023 김포 거주(직장 김포)
2024 세종 거주(직장 대전)
참여관찰
심층인터뷰
엄마 51 공무원 2021 세종 이주(직장 세종)
연구자인 동시에 가족 구성원
인스타그램 활동
반추노트
SNS 자료
아들 1 13 중학교 1학년 2021 세종 전학(초4)
영수학원, 주 1회 농구교실, 학교 배구 동아리 활동
참여관찰
심층인터뷰
아들 2 13 중학교 1학년 2021 세종 전학(초4)
영수학원, 주 1회 농구교실
인스타그램 활동
참여관찰
심층인터뷰
SNS 자료

연구참여자 선정은 연구의 지속성을 확보하고 가족팬덤의 변화와 추이를 살펴보기 위해 1차 연구 당시 참여했던 기존 참여가정을 대상으로 하는 유의표집방법(purposive sampling)을 사용하였다. 다만 연구참여가정은 1차 연구와 비교하여 몇 가지 차이점이 있었다. 1차 연구의 연구참여자는 부모와 자녀 3인 등 가족 구성원 전원이었으나 성인이 된 딸의 경제적 독립으로 개별 세대를 구성하여 생활하고 있어 이번 연구에 포함하지 않았다. 연구참여자의 거주형태도 이전에는 구성원이 분거 형태를 띠었으나 2차 연구가 시작된 2024년은 성인이 된 자녀를 제외하고 6년 만에 가족 구성원이 함께 거주하고 있다. 거주지도 부모의 직장 이동으로 인해 2021년 초에 KIA의 연고지였던 광주에서 세종으로 이주하였고, 자녀도 초등학교 4학년 학기 초에 전학하였다.

수집된 질적 자료의 분석은 Marshall & Rossman(1999)이 제시한 6단계의 질적분석 절차를 참고하였다. 자료 정리하고 친숙해지기, 범주(category)·주제(theme)·유형(pattern) 만들기, 자료 코딩하기, 자료에 대한 초기의 이해 및 해석 점검하기, 대안적 해석 및 설명 찾기, 보고서 작성하기를 기초로 하여, 자료의 정리와 읽기, 자료의 범주화, 해석과 설명 및 주장 구축이라는 3단계로 구분하여 정리 및 분석하였다.


Ⅳ. 자료의 분석

자녀의 성장에 따라 프로야구 가족팬덤의 변화를 분석하기 위해 확장된 계획행동이론을 분석틀로 적용하였다. 계획행동이론의 주요 개념인 태도, 주관적 규범, 지각된 행동통제에 확장된 개념으로 환경여건을 추가하여 4개의 상위범주를 중심으로 분석하였다. <표 3>은 1차 연구의 결과와 본 연구의 분석결과를 비교하여 정리한 것이다. 본 연구의 시간적 범위는 현재이지만 자녀의 성장과 가족팬덤의 변화가 이루어지는 시기는 1차 연구의 시간적 범위였던 2018년에서 시작한다. 따라서 두 시기의 가족팬덤을 비교하여 정리하는 것이 자료의 분석결과를 효과적으로 나타낼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였다.

<표 3> 
확장된 계획행동이론(ETPB)에 근거한 프로야구 가족팬덤 변화분석
상위범주 하위범주 2018년 (자녀 초1) 2024년 (자녀 중1)
태도
Attitude toward the Behavior
경기관람 • 야구장 직관
• 경기장 응원문화
• TV 중계시청(캐스터, 해설자 선호여부)
• 배달음식, 개별응원
자녀 • 열성적인 지지
• 팀동일시
• 응원 구단 변경
• 다른 운동 및 게임 등으로 관심사 변경
아빠 • 주말 육아 수단, 교육적 활용 • 건강과 관련한 활동 증가
• 야구는 이전보다 관심 증대
엄마 • 3S정책 등으로 부정적 인식
• 인식 전환, 야구문화 존중 시작
• KIA 적극적 지지, 보상심리
• 엄마를 바라보는 자녀의 시선
주관적 규범
Subjective Norm
또래문화 • 자녀 또래의 야구 응원문화
• 지역민들의 야구 관람문화
• 자녀 또래의 다양한 운동하기, 관심 스포츠 팬덤(해외축구 등)
• 엄마의 또래문화(지인과 SNS 소통)
주변시선 • 응원하는 자녀를 바라보는 관람객의 따스한 시선(지지, 동질감) • 야구를 좋아하는 엄마에 대한 자녀 친구들의 시선(신기함, 특이함)
우승기대 KIA의 전년도 우승으로 분위기 고조 • KIA의 각종 기록달성 등 전력 우세로 우승 기대감 상승
상위범주 하위범주 2018년 (자녀 초1) 2024년 (자녀 중1)
지각된 행동통제
Perceived Behavioral Control
공동 관심사 유지 • 자녀의 의사 지지 및 동반 관람 • 경기결과, 승패예측 등 가족의 공동관심 지속
존중과 인정 • 아빠의 교육적 활용
• 엄마의 가족팬덤 수용
• 자녀 관심 변화, 엄마 팬덤활동 존중
• 세대 간 선호도, 관심도 차이 인정을 위한 노력
• 야구관람을 매개로 공감대 형성
환경여건
Environmental Conditions
(확장된 개념)
거주환경 • KIA 연고지 광주 거주
• 분거가족(아빠:경기도, 가족:광주)
• 남녀노소 지역민 모두가 KIA 팬
• 여가시간 주종목이 야구경기
• 야구 연고지가 없는 세종(2021 이주)
• 여러지역 출신들이 모여 사는 신도시
• 야구 구장 및 특정 연고지 구단 없음(대전 한화 영향권)
• 야구 이외에 자녀의 다양한 운동활동(축구, 농구, 배구 등)
학습환경 • 초등 1학년
• 시험이 없고 부담없는 학교생활
• 예체능 사교육(피아노, 태권도)
• 중학교 1학년
• 1학기 2회 시험(2학기 자유학기제)
• 오후 3시 하교, 오후 5:30~8:30/9:30
• 사교육(영수), 토요일 포함
• 주1회 농구교실
성장발달
(신체‧정서)
• 또래문화 시작
• 부모와 애착관계
• 급격한 신체 성장(키, 어깨 등)
• 사춘기, 또래집단 중요
• 부모와 정서적 분리 욕구
상위범주 하위범주 2024년 (자녀 중1)
행동의도
(Intention)
가족 간 유대
• 자녀의 소개로 아빠의 모바일 게임 시작, 아빠와 자녀의 대화 가능
• 아빠의 높은 실력으로 친구에게 자랑거리로 부러움을 삼
• 자신이 재밌는 것을 엄마에게 추천, 대화를 나누면 뿌듯
세대 간 차이
• 아빠는 모바일 게임 고수가 되었으나 자녀는 PC게임으로 전환
• 엄마가 게임을 시작하더라도 어느 정도 실력이 될 때 자녀는 다른 게임이나 관심으로 전환 예상
상호이해 기대
• 부모가 게임을 하면 자녀는 자신들의 심정을 이해하고 공감해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
• 엄마가 게임에 푹 빠질까 걱정이 되기도 하지만 엄마를 믿음
• 엄마랑 PC방 가면 창피할 것 같지만 엄마와 게임을 하고 싶음
• 시간이 갈수록 가족간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활동과 노력 필요
새로운 가족팬덤 가능성
• 자녀가 결혼한 이후에도 가족팬덤 기대
• 게임, 골프, 여행, 음악 등 다양한 주제 가능

가족팬덤의 변화를 살펴보기 위해 분석틀의 주요개념을 상위범주로 설정하고 이를 토대로 각각 하위범주의 주제를 도출하였다. 태도는 경기관람, 자녀, 아빠, 엄마의 변화로, 주관적 규범은 또래문화, 주변시선, 우승기대 3가지 주제로 도출하였다. 지각된 행동통제는 공동관심사 유지, 상호이해 노력 2가지 주제로 범주화하였으며, 환경여건은 거주환경, 학습환경, 성장발달로 범주화하고 1차 연구와 관련하여 비교 분석하였다.

본 연구설계 당시 분석틀은 Ajzen의 확장된 계획행동이론 중 태도, 주관적 규범, 지각된 행동통제, 환경여건 4가지 주요개념이었다. 그러나 연구결과 확장된 계획행동이론의 주요개념인 행동의도(Intention)가 관찰되고 다음 행동에 대한 가능성이 도출되었다. 따라서 당초 연구모형에는 설정하지 않았으나 연구결과에 분석한 내용을 확장된 계획행동이론의 행동의도라는 주요개념을 사용하여 추가 정리하였다. 행동의도란 행동을 결정하는 결정요인으로써 자신이 하고자 하는 행동에 대한 의지의 표명을 의미하며, 행동에 영향을 주는 동기과정에 해당한다(Ajzen, 1991). 본 연구에서는 연구과정에서 나타난 가까운 미래에 ‘새로운 가족팬덤 형성’이라는 새로운 행동(Behavior)을 가늠해볼 수 있는 의미작용으로 조작적 정의하고자 한다.

1. 태도: 경기관람, 자녀, 아빠, 엄마

태도는 특정 행동에 대해 개인이 가지는 긍정적 또는 부정적인 평가로 프로야구 가족팬덤에 대한 가족 구성원의 경기관람 방식과 변화된 태도를 분석하였다. 가족 구성원의 프로야구 경기관람의 변화를 살펴보면, 1차 연구 시기인 2018년은 경기장 직관과 경기장에서 응원문화가 주가 되었다면 본 연구의 시점인 2024년은 TV 중계시청이 주가 되었다. 이는 코로나 팬데믹의 영향으로 경기관람 문화가 직접 관람하지 않아도 집에서 관람하면서도 충분히 재미를 느낄 수 있다는 인식변화를 가져왔고(김현정, 이정은, 2023), 프로야구의 인기가 급증하면서 예매가 힘들어진 영향도 크다고 할 수 있다. 연구참여가정도 2회는 경기장 직관을 하였지만, 그 외에는 TV 중계시청이 주가 되어 경기관람 방식이 변화한 것을 알 수 있다. 다만, 2018년에는 자발적으로 TV 중계시청을 하지 않아 2024년의 전체 경기관람 횟수는 훨씬 늘었다. 프로야구는 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주 6일 동안 경기를 진행하기 때문에 참여가정은 가족 행사 등 부득이한 경우를 제외하고 주말과 평일 대부분 야구 중계를 시청하였다. 이러한 현상은 프로야구 가족팬덤 활동이 일상화된 것으로 분석된다. 가정에서 나타난 주요 관람행동은 경기장 직관 시 주로 즐겼던 치킨 같은 배달음식을 먹으며 각자 편한 방식으로 응원하고, 야구선수뿐만 아니라 방송 채널마다 다른 캐스터와 해설자에 대한 선호와 비선호 등 취향이 나타났다.

자녀의 태도는 관심 정도, 응원구단, 야구 이외에 관심사 변경 등으로 분석되었다. 이는 1차 연구 당시 응원구단에 대한 애정 정도에 비하면 큰 변화라고 할 수 있다. 아들 2는 KIA 이외에 응원하는 새로운 구단이 생겼으며, 다른 운동에도 관심이 생겨 친구들과 직접 운동을 하거나 유튜브를 통해 경기를 관람하기도 한다. 운동 이외에 PC 게임과 같은 새로운 관심이 생겨 야구경기를 직접 하거나 경기관람 등 외부활동은 소극적으로 변화하였다.

친구들과 야구장 가는데 친구들이 다 한화 팬이어서 말이 잘 통해서 요즘은 한화 팬도 하고, KIA 팬도 하고 있긴 한데... 한화가 맨날맨날 지니까 조금만 잘해도 너무 기뻐하게 되고, 그냥 KIA는 잘하니까 약간 거의 정반대인 것도 좋아하는... (아들 2. 심층인터뷰, 2024. 8. 6)

세종에 이사 와서 바뀐 것 중 하나는 아이들이 학년이 올라가면서 오히려 야구보다는 축구, 배구, 농구도 하고, 야구는 경기 보러 가는 기회도 줄어들고 옛날보다 관심도는 많이 떨어진 것 같긴 한데 그게 이제 다른 운동 쪽으로 많이 분산된 듯한 느낌이에요 (아빠. 심층인터뷰, 2024. 8. 19)

지금 내 머릿속에는 솔직히 공부는 없고 게임하고 운동밖에 없어요, 게임이란 게 완전 큰 반환점이었죠. PC 게임이라는 걸 하나도 몰랐는데 중학교 가서는 게임 안 하는 애들이 거의 없고 특히나 내 친구들은 게임을 다 하니까... (아들 2. 심층인터뷰, 2024. 8. 6)

아빠의 프로야구 가족팬덤에 대한 변화를 살펴보면, 자녀들에 반해 야구에 관한 관심은 더 커진 것으로 관찰되었다. 1차 연구에서 자녀의 주말 육아를 위한 수단으로 자녀가 관심 있는 야구경기장을 찾는 것이 주목적이었다면, 현재는 아빠 스스로 야구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고 자녀와 대화의 소재로 활용하거나 지인과 여가를 보내기 위한 선택으로 고려하는 등 일상생활에서 가족팬덤이 다양하게 작용하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야구 이외에 건강에 관한 관심과 활동도 늘어났다. 이는 자녀는 성장하지만, 부모는 나이 듦에 따라 나타나는 부모세대의 자연스러운 변화라고 볼 수 있다.

예전보다는 관심은 더 생겼죠. 일부러 경기 결과를 찾아보기도 하고, 어제 기록이 있었다거나 이런 것들을 한번 찾아보기도... 그런 것들이 있으면 가족들과 이야기할 수 있는 게 있어 예전보다는 관심은 더 생긴 것 같아요... (중략) ... 광주에 가면 대학 친구들에게 ‘다음에는 야구장을 한번 가보자! 이렇게 먼저 이야기를 한 적도 있고, 미리 야구경기가 있는지 확인해서 광주에 간 김에 한번 가서 야구보고 그러면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아빠. 심층인터뷰, 2024. 8. 19)

나이가 50 전후로 몸의 면역력이나 저항력이 떨어지면서 여기저기 아픈 부위도 생기는 것 같고 신경 써야될 부분들이 많이 좀 생기는 것 같아서 몸이나 건강을 신경 써야겠다. 이런 생각이 들어서 요가도 하고요. 걷기 운동을 좀 해요. (아빠. 심층인터뷰, 2024. 8. 19)

1차 연구 당시 프로야구에 부정적인 인식이 전환되어 가족팬덤을 완성하게 되었던 엄마이자 본 연구자는 가족 구성원 중 가장 적극적인 팬덤활동을 나타내고 있다. 이는 자녀와 달리 엄마의 관심과 지지는 반대로 커지고 있는 현상으로, 엄마는 응원하는 팀을 통해 대리보상을 받는 보상심리가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러한 엄마의 행동변화를 일상에서 접하는 자녀들에게서 엄마에 대한 애정 어린 해석이 관찰된다.

선수와 코치가 작년과 동일한데 갑자기 KIA가 잘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올해 초 코치였던 이범호가 감독이 되면서 분위기가 달라졌기 때문이다. 감독 하나 바뀌었을 뿐인데 승률도 좋고, 선수 간에 서로 응원하고... 감독이 타율이 낮은 소크라테스에게 안타기원 부두술을 하는 모습은 정말 감동이었다. 그런 리더와 함께 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부럽다. 올해 우승간다! (엄마. 반추노트, 2024. 4. 25)

엄마가 야구를 한 1년 전부터 본 것 같긴 한데, 매일 챙겨보고 이러는 거는 올해 이번 시즌부터인 것 같아요. KIA가 엄청 잘하는 것도 있고, 요즘은 집에 와서 우리가 학원도 늦게 오고 이러니까 시간이 비어서 엄마가 야구를 더 많이 보는 것 같은 느낌. (아들 2. 심층인터뷰, 2024. 8. 6)

야구를 옛날에는 약간 보는 정도였다면 지금은 그냥 사랑하는 정도, 엄마 인스타그램 알고리즘에 야구가 많이 뜨고, 엄마 계정에서 야구를 맨날 챙겨보고, 야구에 대해서 위안을 받고... 야구경기 외에 선수들의 사생활까지 다 알고 있어요... (중략) ... 엄마가 퇴근하고 야구보면서 스트레스도 풀고, 야구를 볼 때마다 웃고 좋아해서 야구에 위로받는 것 같아요. 엄마가 야구 볼 때 미소가 제일 큰 것 같기도 하고, 엄마의 가장 큰 취미가 야구 보는 것 같고... (아들 1. 심층인터뷰, 2024. 8. 6.)

2. 주관적 규범: 또래문화, 주변시선, 우승기대

주관적 규범은 프로야구 가족팬덤에 대한 주변 사람들의 기대를 인식하는 정도로 가족, 또래, 사회 안에서의 변화를 분석한다. 주요 주제는 또래문화, 주변시선, 우승기대, 3가지로 도출되었다. 자녀들은 중학생이 되면서 자신을 둘러싼 친구들과 또래문화가 더욱 강화되었다. 1차 연구 당시에도 가족팬덤의 형성동기는 자녀들의 유치원에서 초등학교까지 연결되는 야구에 대한 또래문화의 영향이었다. 이는 일반적으로 가족 스포츠 팬덤이 부모에게서 전승된다는 선행연구(Tinson et al., 2017; Watts, 2017)와 달리 자녀가 부모의 스포츠 팬덤에 영향을 미치는 사례에 해당한다. 최근에는 자녀들이 다양한 미디어를 통해 새로운 스포츠에 접근할 수 있게 되어 부모의 영향을 받지 않고 독립적으로 팬이 되는 경우가 많아졌기 때문이다(Hyatt et al., 2018). 그러나 연구참여가정 자녀의 스포츠 팬덤에 대한 관심사가 변경되는 가장 큰 요인은 새로운 미디어보다는 친구들의 또래문화에 가장 큰 영향을 받는 것을 알 수 있다.

친구들 흥미가 축구였다가, 배구였다가, 야구였다가, 농구였다가 막 이런 식으로 바뀌다 보니까 지금은 흥미가 아예 다른 데로 바뀌어서 야구하자고 하면 두세 명도 안 나오지만, 축구 같은 경우는 좋아하는 애들이 확실히 더 많기도 하고, 풋살이라고 축소형 축구 그런 것도 있기 때문에 몇 명만 모여도 할 수 있고... (아들 1. 심층인터뷰, 2024. 8. 6)

친구들이 다 해외 축구를 보기도 하고, 해외 축구가 팀이 한 20개 정도로 팀도 많고, 팀마다 개성이 달라서 좋아하는 팀 고르는 맛도 있고, 시즌에 경기도 많이 하고 그러니까 국내 축구보다는 해외 축구가 훨씬 엄청 익숙하죠! (아들 2. 심층인터뷰, 2024. 8. 6)

자녀뿐만 아니라 부모인 엄마에게도 또래문화가 관찰된다. 엄마는 프로야구 팬덤이 생기면서 경기마다 지인들과 온라인으로 소통하고 있다. 엄마의 지인들은 KIA의 오랜 팬이었으나 엄마의 프로야구 팬덤이 형성되기 전에는 프로야구가 온라인 대화의 소재가 아니었다. 엄마의 팬덤이 생긴 후, 지인들은 각각 다른 장소에서 동시에 TV 중계를 시청하면서 온라인 대화로 또 다른 관람문화를 만들고 있다.

가족팬덤에 대한 주변 시선은 1차 연구에서는 경기장에서 직관하는 어린 자녀들의 응원을 보고 흐뭇해하는 관람객들의 따스한 시선이 주가 되었다면, 이번 연구에서는 프로야구 팬인 엄마에 대한 자녀 친구들의 시선으로 분석할 수 있다. 야구팬덤이 남성(아빠) 위주로 인식되어 자녀의 친구들은 엄마의 야구 팬덤활동을 신기해하고, 가족 내 관람 분위기를 부러워한다. 자녀 또한 가족팬덤으로 인한 연구 참여가정의 특성이 친구들에게 선망의 대상으로 인식되는 것을 긍정적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엄마)
      김도영 진짜 대리만족 끝판왕
      힘들었던 오늘 하루를 시원하게 날려주네
(엄마지인1)
난 일찌감치 밥 먹고 야구봄
찬호야 오늘은 쳐라
이순철 해설 맘에 안들어
(엄마지인 1)
요즘은 야구보는 맛에 살아~~
도영이 미쳤어
홈런이 저렿게 쉬운거임?
        (엄마)
        스윕가자!! 나도 싫어해
(엄마지인1)
김호령, 김태군 너무 까
       (엄마)
       그니께... 나 눈물흘림
       완전 대애박
      (엄마)
      우리 찬호가 드디어 치셨네요
(엄마지인1)
김도영 미쳤다~~~
(엄마지인 1)
양현종 8회도 올라오네
        (엄마)
        완봉승 노림
       (엄마)
       10-10
       진짜 괴물이닷
       이범호가 선수들에게 기운
       빌어주는 거 넘좋아~
       정말 훌륭한 감독이야
(엄마지인 1)
제발!!!
감동이야
이겼어
현종이 완봉승
도영이 사이클링 히트
(엄마지인1)
그거 넘 귀여웠어~~
기아는 그냥 뭘해도 되는 집 분위기~~
넘 재밌어~~
이 분위기는 전국 어딜가도 기아 홈구장!
(엄마지인 2)
야구는 두 사람하고 봐야 잼나
난 하이라이트 보겠어
온라인 대화(7. 23, KIA-NC) 온라인 대화(4. 25, KIA-키움)

아빠가 야구를 좋아하는 경우는 많은데 엄마가 야구를 좋아하는 건 많이 못 봐서 친구들도 엄청 신기해하기도 하고 좋죠. 보통 집에서 엄마가 야구를 틀어 놓고 보는 것 자체가 좀 흔한 상황은 아니어서... 친구들이 ‘어머니가 야구에 진심이냐’고 그래서 ‘엄청 진심이다’고 그러니까 애들이 ‘엄마가 그러는 경우는 많이 없다’고 그랬어요. 친구들도 야구 좋아하니까 엄마가 야구 좋아하는 것도 부러워할걸요. (아들 2. 심층인터뷰, 2024. 8. 6)

2024년 프로야구는 연구참여가정 만이 아니라 전체적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KBO 출범 43년 만에 맞는 인기로 이전 시즌과는 다른 몇 가지 특징이 있다. 먼저, 전력이 평준화되어 선두 KIA부터 10위 키움까지 10개 팀이 치열하게 경쟁하면서 인기가 급격히 상승하였다. 이전까지 KBO리그 역대 최다 관중은 2017년 기록한 840만688명이었으나 8월에 역대 최다 관중기록을 경신하였고, KBO리그 시즌 최초로 100경기가 매진되었다(KBO). 6월 기준, 경기당 평균 관람 인원도 2023년 1만1121명에서 2024년 1만 4565명으로 29% 증가하였다(일간스포츠, 2024.6.15). 이렇게 관중이 큰 폭으로 증가한 이유는 구단 간 순위 경쟁이 계속되면서 10개 팀의 모든 팬이 야구장을 찾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시즌의 또 다른 특징으로 AI가 스트라이크와 볼을 판정하는 자동볼판정시스템(ABS)이 도입되어 공정성을 확보하게 된 점이다(OSEN, 2024.7.29). 경기가 공정해지면서 경기 전후로 스트라이크 존에 대한 잡음이 없어지고 팬들도 공정성에 대한 신뢰가 높아졌다. 아울러 MZ세대 여성팬이 급증해 아이돌 팬덤과 유사한 경향을 띠고 있는 것도 주요 특징이다. 야구선수의 스타성과 소비문화가 맞물려 각 구단은 소비에 적극적인 MZ 팬들의 감성에 맞는 다양한 굿즈와 패션아이템을 개발하여 판매하고 있으며 다양한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오마이뉴스, 24.6.28). 또한, 프로야구의 각종 신기록이 경신되고 있다. 두산과 KIA전(24.7.31)에서 30:6으로 역대 한 경기 최다득점이면서 한 경기 최다득점 차 승리 신기록이 나오고, 5개 구장에서 총 109점의 일일 최다득점이 경신되기도 했다. KIA의 3년 차 선수인 김도영은 전반기에 20(홈런)-20(도루)을 달성하고, 7월에 역대 9번째 최연소 30(홈런)-30(도루)을 달성하였다.

연구참여가정이 응원하는 KIA는 이번 시즌 동안 1위 자리를 지키고 있어 우승 후보로 예측되고 있다. 시즌 시작 직전, 전임감독의 불명예 퇴진 후 타격코치였던 이범호가 감독으로 선임되었다. 이범호 감독은 1980년대생 MZ 감독이라는 수식어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으며, KIA는 전년도와 비교해 중심타선 등 선수의 변화는 거의 없으나 감독의 리더십으로 각종 기록을 달성하고 시즌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이러한 이번 시즌의 분위기는 가족팬덤에도 영향을 미친다. 1차 연구 당시 2018년에는 전년도 시즌에 KIA가 우승하면서 상승 분위기가 고조되었던 가운데 프로야구 가족팬덤이 형성된 상황과 유사하다. 이러한 분위기에서 연구참여가정의 가족팬덤이 형성된 이후 한 번도 없었던 KIA의 우승에 대한 자녀의 기대감이 높다.

KIA는 이번 시즌만큼은 실력으로 압도해버리니까 우승은 거의 확정이라고 생각하는데, KIA가 좋은 것도 2~3위 팀한테는 쉽게 이기는데도 하위 팀한테는 지고... 오히려 잘하는 팀한테 이기니까 1위를 몇 달 정도 계속 유지하고 있기도 하고... 우승을 바라죠! 우승했을 때 그 분위기가 좀 궁금해요. KIA 팬들의 분위기가 궁금하기도 한데 엄마, 아빠 반응도 궁금하고, 우승했을 때 내 기분이 어떨지도 궁금하고... 우승하면 진짜 TV에 막 불꽃 터지면서 그러는데, 지금까지 살면서 KIA 우승을 본 적이 한 번도 없으니까 훨씬 더 궁금하죠. (아들 2. 심층인터뷰, 2024. 8. 6)

3. 지각된 행동통제: 공동관심사 유지, 존중과 인정

지각된 행동통제는 특정 행동을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이나 자원을 얼마나 갖추고 있다고 느끼는지에 대한 인식으로, 가족 내에서 구성원 간의 의지로 행동이 나타나는 현상을 분석하였다. 분석결과, 공동관심사 유지와 상호이해 노력으로 주제가 도출되었다. 프로야구 가족팬덤에 대한 태도가 자녀와 부모가 일정 정도 변화하였으나 프로야구에 관한 관심은 지속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승부 결과, 선수 등판, 기록 달성 등은 개인의 관심인 동시에 가족 모두의 공동관심사이기도 하다. 이는 가족팬덤에서 나타나는 특성이라고 할 수 있다.

원래 우리집은 평일에 TV도 안 보고 그랬는데 요즘은 집에 오면 야구가 틀어져 있다는 것 자체가 좋고, 야구는 거의 맨날 하니까 집에서 야구를 본다는 것도 좋고, 내가 좋아하는 걸 보는 게 엄청 좋죠. 가족들하고 같이 주말에 야구 구장에 가서 보기도 하고 TV로 야구 보면서 치킨을 먹기도 하고, 홈런 치면 같이 기뻐하고 그런 게 좀 좋아요. (아들 2. 심층인터뷰, 2024. 8. 6)

경기를 보지는 못하더라도 경기 결과나 이런 게 궁금하면 대부분 집에서 야구를 많이 보는 엄마나 아빠한테 물어보죠. 가족들한테 물어보면 그냥 바로 딱 확인할 수 있어 좋아요. SNS 들어가려면 휴대폰을 만지고 사용해야 되니까 귀찮잖아요. (아들 1. 심층인터뷰, 2024. 8. 6)

프로야구 가족팬덤을 매개로 가족 구성원 간의 존중과 인정을 통한 상호이해와 이를 지속하기 위한 노력 의지도 관찰된다. 엄마의 야구팬덤에 관한 존중과 세대 간의 선호도와 관심의 차이를 인정하고, 야구관람을 통해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는 점들을 확인할 수 있다.

엄마가 이범호를 믿고 좋아했는데 감독이 되어서 KIA 성적이 많이 올랐고 그래서 엄마가 뿌듯해하는 것 같아요. 내 친구 엄마들은 야구를 안 보는데, 엄마는 그냥 남이 뭐라 하든 엄마가 재미있어서 보는 게 신기해요. 야구를 몰랐던 엄마보다는 야구를 즐기는 엄마가 더 낫죠... (중략)... 엄마 나이에 새로운 취미가 생겼는데 그걸 또 많이 알아보고 이러는 게 엄청 대단하고 신기하죠. 야구를 통해서 가족들이랑 말을 할 수 있다는 게 좋기도 하고 엄마가 오히려 나보다 야구를 많이 아는 것도 있어서 그런 걸 알려주기도 하고 이런게 유익하죠. (아들 1. 심층인터뷰, 2024. 8. 6)

옛날엔 거의 좋아하는 게 겹치는 게 많이 없어서 공감대가 별로 없었죠. 회사 얘기 이런 거 하면 내가 공감을 해줄 수가 없잖아요. 아는 얘기가 아니니까. 근데 야구 얘기 같은 거 하면 공감이 잘 되기도 하고 약간 더 많이 친해진 것 같기도 하고 그래서 좋죠. (아들 2. 심층인터뷰, 2024. 8. 6)

4. 환경여건: 거주환경, 학습환경, 성장발달

연구자가 확장된 개념으로 추가된 환경여건은 가족팬덤의 변화에 영향을 주는 가족을 둘러싼 환경적인 요인이다. 이는 지각된 행동통제와 달리 개인의 의지로 통제할 수 있지 않은 것들로, 가족 구성원의 팬덤활동에 영향을 주는 다양한 사회적, 문화적인 외적 요인이 해당한다. 거주환경, 학습환경, 성장발달 3가지 범주로 각각 분석, 정리하였다.

1) 거주환경

연구참여가정은 엄마의 직장 이동으로 인해 자녀가 초등학교 4학년 초에 광주에서 세종으로 이주하였다. 이전 거주지역인 광주는 KIA의 연고지이면서 지역 팬덤이 매우 강한 곳으로 자녀들에 의한 가족팬덤 형성에 영향을 크게 끼쳤던 곳이다. 세종은 지역균형발전을 위해 정부청사를 이전한 신도시로 주요 인구는 여러 지역에서 이주한 사람들이 다수이다. 그러나 지리적으로 충청지역에 위치해 사회문화적으로 대전, 충청지역의 영향을 받고 있기도 하다.

세종 자체가 애들이 여러 곳에서 모여서 다양한 분야의 운동을 하고, 광주는 웬만하면 야구 하는 애들이 대다수였는데, 세종은 오히려 야구 하는 애들이 많지도 않고, 좋아하는 운동이 여러 가지로 선택지가 많아서 신세대답다 그런 느낌도 들고... (아들 2. 심층인터뷰, 2024. 8. 6)

좋아하는 홈구장이 멀기도 하고, 주말이나 이런 때 시간이 안 나면 못 보기도 하고, 표도 예매하기 되게 힘드니까... 대전이 가깝긴 한데 가는 것 자체가 좀 많이 버겁기도 하고, 홈구장은 팬들이 많은데 다른 구장에서는 다른 팬들이 더 많기도 하고, KIA 구장이 시설이 좋기도 하고 차이가 있어서 대전은 안 가게 되드라구요. (아들 1. 심층인터뷰, 2024. 8. 6)

2) 학습환경

연구과정에서 중학생이 된 자녀들의 학습환경에 대한 인식과 부담을 관찰할 수 있었다. 자녀에 따라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궁극적으로 가족팬덤에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을 확인하였다. 초등학생 때는 방과 후에 예체능 사교육이 주가 되었지만, 중학생이 되면서 영어, 수학 등 학업과 관련된 사교육이 많은 시간을 차지하고 있다. 따라서 좋아하는 운동을 직접 할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게 되고, 이러한 상황을 스스로 인식하고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위한 노력도 시도되고 있었다.

중간고사와 기말고사라는 지옥이 생겨서 시간이 빨리 갑니다. 입학해서 공부 준비하고, 중간고사 보고 좀 쉬었다가 또 공부 준비하고, 기말고사하고 좀 쉬면 끝나 있어요. 공부를 계속하기 때문에 취미 생활이 사라졌어요. 내가 뭘 좋아하는지 잊었어요. 학교 끝나고 숙제하고 학원 가서 끝나면 9시 되고 더 늦을 때도 있고 이러다 보니까 더 즐길 수 있는 게 사라지니까 안타깝기도 하고 이렇죠. 초등학교에 비하면 학업의 양은 늘고 행복은 줄어드는 느낌 (아들 1. 심층인터뷰, 2024. 8. 6)

성적이 ABC로 아예 나와버리니까 초등학교 때보다 좀 더 무섭죠. 학원은 영어, 수학이 다 같은 학원이고 같은 시간대니까 좀 적응도 빨리했고, 스트레스받거나 하진 않아요. 학원을 안 가면 너무 인생을 대충 사는 느낌, 오늘 하루를 낭비한 느낌, 안가면 행복하긴 해요. 스트레스 없고 이런 건 좋은데 학원까지 안 가버리면 너무 인생이 망해가는 느낌이 들어서 학원 가면 친구들도 있고 그래서 오히려 학원 가는 게 의외로 좋아요. (아들 2. 심층인터뷰, 2024. 8. 6)

소소한 거에 그냥 만족만 되어도, 행복이라는 거에 대해서 너무 기대를 높게 하지 말고 이 시간도 행복하다라고만 생각해서 스스로 행복의 기준을 낮춰요. 그러면 그냥 친구들끼리 모여 있어도 행복하다! 애들도 좋고 이러니까 축구하고 그러면 행복하다! PC 게임 애들이랑 하다가 뭐 승급을 했다면 또 행복하다! 이런 식으로 해서 그냥 소확행을 찾아야지 내가 좀 더 마음이 좀 안정되서... 지금 내가 처한 상황에서도 자잘한 행복들은 있다는 정도만 느껴요. (아들 1. 심층인터뷰, 2024. 8. 6)

3) 성장발달

연구참여가정의 자녀들은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중학생이 되면서 청소년기에 접어들었다. 청소년기는 급격한 신체적 변화와 함께 정서적, 인지적, 사회적으로 많은 부분에서 변화가 일어난다. 이 시기는 자아 중심적 사고가 생기고, 부모 의존도를 줄이고 자율성과 독립성을 추구하려는 경향이 커진다. 참여가정의 자녀들도 신체적 변화와 함께 감정 기복이 심해지고, 친구 관계가 가장 중요해지고 있다. 자녀들은 친구가 있는 또래 집단의 영향을 많이 받고 가족보다는 친구와의 관계에서 더 많은 정서적 지지를 찾고 있다. 또한, 스스로 부모로부터 정서적 독립과 물리적 거리를 의도적으로 두고자 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신체의 변화도 많이 있고, 키도 크고, 친구들이랑 노는 거 자체가 일단 친구들이랑 공통점이 많고, 취향도 겹치는 게 아주 많아서 같이 있기만 해도 재밌어요. 서로 가고 싶은 곳이나 게임이나 취향이 다 비슷하니까 PC방에 가자고 하면 바로 가서 게임하고 이런 느낌인데 가족들이랑 있으면 나이 차이도 나고 그러다 보니까 내가 하고 싶은 대로 못하는 거죠. 그리고 엄마 아빠 앞이니까 그렇게 마음이 편한 상태로 말을 하거나 하진 않고... (아들 2. 심층인터뷰, 2024. 8. 6)

요즘 사춘기여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엄마 아빠도 좋긴 하지만 세대 차이도 있고, 친구들이랑 있으면 훨씬 더 재밌고, 말을 많이 하진 않아도 말도 잘 통하고, 그냥 애들 보고만 있어도 웃기는 그런 느낌이 있어서 부모님이랑은 좀 다르죠... (중략) ... 엄마랑 있을 때는 이야기 하고 이런 건 좋은데 가끔은 질리기도 하고, 가끔은 멀어지고 싶을 때도 있고. 그러다 엄마한테 위로받기도 하고, 깨달음을 얻기도 하고 약간 감정의 비즈니스 관계 그런 느낌... (아들 1. 심층인터뷰, 2024. 8 .6)

성장 과정에서 반드시 겪게 되는 이러한 생애주기적 변화는 초등학교 저학년 때 형성되었던 가족팬덤의 변화에 큰 영향을 끼친다. 이렇게 자녀의 성장발달단계에서 오는 변화를 수용한 가족팬덤은 계속 지속될 수 있을까? 이에 대한 분석은 다음 절에서 더욱 상세히 서술하고자 한다.

5. 행동의도: 가족간 유대, 세대간 차이, 상호이해 기대, 새로운 가족팬덤 가능성

행동의도는 태도, 주관적 규범, 지각된 행동통제와 확장된 요인에 영향을 받는다. 이는 행동을 결정하는 결정요인으로써 자신이 하고자 하는 행동에 대한 의지의 표명을 의미하며, 행동에 영향을 주는 동기과정에 해당한다(Ajzen, 1991). 특정 행동을 실행하겠다는 개인의 의지나 신념의 크기를 측정하면, 관련 행동이 실제로 이루어질 가능성을 예측할 수 있다. 본 연구에서는 태도, 주관적 규범, 지각된 행동통제, 환경여건에 의해 영향을 받은 행동의도로 가족 간 유대, 세대 간 차이, 상호이해 기대, 새로운 가족팬덤 가능성 4개의 주제가 도출되었다. 이 4개의 주제를 통해 향후 가까운 미래에 ‘새로운 가족팬덤 형성’이라는 행동(Behavior)을 가늠해볼 수 있게 되었다.

첫 번째 주제인 가족 간 유대를 살펴보면, 자녀가 추천한 게임을 하는 아빠, 흥미로운 주제로 대화가 가능한 엄마와 관계 등을 통해 프로야구 가족팬덤 이후 새로운 팬덤 형성을 기대할 수 있다. 자료의 분석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성장한 자녀의 가장 큰 관심사는 게임이다. 연구참여가정의 자녀들은 초등학교 때는 지역사회, 또래문화의 영향을 받아 프로야구와 응원문화에 관심이 컸지만, 중학생이 된 후로는 학습에 대한 부담과 여가시간 부족 등으로 친구들이 주로 하는 게임을 접하게 되었다. 자녀 중 한 명은 아빠에게 모바일게임을 권유하여 함께 하는 아빠에 대한 자부심과 자랑스러움을 느끼고 있었다. 게임을 소재로 아빠와 대화를 할 수 있고, 실력이 급성장한 아빠가 상위에 랭크되면서 친구들의 부러움을 샀다. 이 과정에서 가족 간 유대는 더 강화된 것으로 분석된다.

애들이 자꾸 게임 이야기를 하니까 같이 이야기를 하려면 나도 알아야 되는데 게임을 해봐야 아는 거고, 애들이 또 아빠 해보라고 하니깐 그래서 게임을 시작했는데 원래 제가 하던 게임이 있었는데 그 게임은 제쳐두고 새로 시작하게 되었죠. (아빠. 심층인터뷰, 2024. 8. 19)

아빠가 모바일게임을 같이 하면서 우리들만의 대화도 나누고, 게임 세상 속에서 아빠도 잘하니까 친구들한테 자랑도 하고, 아빠를 엄청 부러워해요. 친구들이 아빠보다 좋은 덱을 본 적이 없어서 애들한테 보여주면 놀라고 아빠가 게임을 하는 것도 신기해하고... (아들 2. 심층인터뷰, 2024. 8. 6)

재미있는 게 있으면 이야기하는 걸 좋아하는데 나 혼자 재미있으면 좀 아깝잖아요. 내가 추천해서 누군가 그걸 재미있어하면 뿌듯해져요. 엄마는 내가 그런 거 추천하면 이야기를 많이 하려고 하고, 이야기가 잘 돼요. 이야기를 나눌 확률이 가장 큰 사람이 가족 중에서는 엄마고, 친구들에게도 많이 추천하긴 하지만 가장 편히 추천할 수 있는 사람이 엄마니까 (아들 1. 심층인터뷰, 2024. 8. 6)

자녀의 관심사에 대한 엄마의 이해를 통해 자녀는 엄마에게 유대감을 느끼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는 연구참여가정의 가족팬덤 경험이 부모와 자녀가 동등한 관계에서 상호작용을 할 수 있는 프로야구와 같은 소재에서 출발하여 지속하는 점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자녀의 관심도 변화에 따라 프로야구에서 게임으로 가족의 공동관심사가 전환 가능하며, 어떠한 관심사가 새롭게 생기더라도 가족 간의 유대를 통해 공유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상호 기대가 기저에 깔려있음을 알 수 있다.

애들 때문에 시작한 게임인데 가만히 보고 있으면 저 혼자 하고 있어요. 내가 늦게 시작을 했는데 열심히 해서 업그레이드가 되는데, 어느 순간 보면 애들은 그 게임 안 해요. 옛날에 애들하고 이야기했을 때 막 좋아하고 그랬는데 지금은 별로 시큰둥하고 관심도 없고, 이미 애들한테는 한 번 간 게임이라 이야기를 해도 리액션이 형식적이고, 재미가 없죠. 이제 갈아탈 때가 되지 않았나... (아빠. 심층인터뷰, 2024. 8. 19)

피파(모바일 축구 게임)도 아빠가 저희랑 같이 하려고 깔았는데 저희는 요즘 아예 안 해요. 흥미를 훨씬 더 느낄 수 있는 PC게임이 훨씬 재미있다 보니까 모바일게임은 거의 안 하고... (중략) ... 만약 엄마가 나를 따라간다는 생각으로 고수가 되려고 한다면 2년은 더 걸릴 수 있어요. 그 안에 우리는 중3이 돼 있을거고, 중3이면 고입도 생각해야 되고, 진로도 생각을 해야되잖아요. 그리고 취미가 내 친구들도 많이 바뀌어 있을 건데요. 2년 후면 엄마는 고수가 되더라도 우리는 다른 게임을 하고 있을 수 있죠. (아들 1. 심층인터뷰, 2024. 8. 6)

자녀의 관심사는 끊임없이 바뀐다. 특히 게임은 취향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종류도 다양하고, 같은 게임에서도 실력 차이가 크게 날 수 있다. 자녀들도 부모가 게임을 해보는 것에 대해서 긍정적이긴 하나 세대 간의 차이가 있어 친구들처럼 동시간에 같은 수준으로 즐기기는 어렵다고 본다. 그럼에도 자녀들은 부모가 게임을 하면 자신들을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영역이 커질 것이라는 긍정적인 기대가 있다. 반면에 엄마가 프로야구 팬덤처럼 게임에 빠져버리지 않을까 걱정도 하고, 같이 PC방 가면 부끄럽지만 그래도 함께 게임을 하고 싶은 엄마에 대한 복잡한 감정이 교차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부모도 자녀와 차이를 인정하면서 지속해서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가족팬덤과 유사한 활동에 대한 노력의 의지를 가지면서 가족 간에 상호이해와 기대가 나타난다.

예쁜 스킨들도 많이 나오니까 현질을 하고 싶기도 한데 엄마 아빠가 현질을 안 좋아해서... 엄마 아빠가 해보면 게임에 왜 돈을 쓰는지 이해하면 좋을 것 같은 느낌. 엄마도 게임을 하고 이러면 좋긴 할거 같아... (중략) ... 좀 걱정되는 것도 있는 게 야구는 시간이 지나면 끝이 나잖아. 게임 같은 거는 시간만 있으면 계속 할 수 있는 거여서. 야구 정도로만 좋아하면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지, 엄마가 완전 푹 빠지면 무섭지... 근데 엄마 안 그럴 것 같아 (아들 2. 심층인터뷰, 2024. 8. 6)

엄마가 이런 느낌만 딱 체험만 해봐도 왜 우리가 게임을 하는지, 왜 10대 청소년들이 PC방에 갇혀서 사는지 우리의 마음을 이해하면 좋을 것 같은데 지금은 엄마가 그게 왜 재밌는지도 솔직히 모를 거고, 엄마도 한번 경험해보면 알고 인정을 하면 훨씬 더 좀 자비로워질 수 있는데... (중략) ... 엄마랑 나랑 PC방 가서 친구들을 마주친다면 좀 창피할 것 같아요. 솔직히 부끄러울 수밖에 없어요. 하지만 난 엄마랑 발로란테 하고 싶어! 그 말을 마음속에서 묵혀두고 안하고 있었는데 정확히 엄마랑 하고 싶어! 그래도 엄마 실력은 좀 있어야지 같이 하지.... (아들 1. 심층인터뷰, 2024. 8. 6)

아이들에게 게임을 이겨야 되겠다가 아니고 그냥 같이 하고 싶은 거죠. 나중에 나이를 먹더라도 같이 놀거나 같이 여행도 다니고 이런 모습이 저는 좋다고 생각을 해서, 공감대 형성하는 것들은 있어야 된다고 생각을 하고 운동이 됐든, 여행이 됐든, 게임이 됐든 이런 부분들은 노력을 해야 같이 할 수 있다고 생각을 하는 거죠. (아빠. 심층인터뷰, 2024. 8. 19)

가족에 대한 이해를 기반으로 기대와 노력이 수반된 연구참여가정은 미래의 가족팬덤에 대한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부모는 자녀와 공감대 형성과 함께 즐길 수 있는 가족팬덤의 형태를 확장해나가고자 한다. 자녀가 성인이 되고 결혼을 하여 새로운 세대를 이루고 확대가족이 되어서도 지속적으로 공동의 가족팬덤을 형성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다. 그리고 가족팬덤의 소재가 프로야구에서 시작하여 게임까지 고려하고 있듯이 가족 구성원 누구라도 선호하는 것을 수용하면서 세대 간에 화목한 가족팬덤을 지향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처음에 제가 골프를 배울 때도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나중에 애들이 골프를 배울텐데 결혼을 하면 며느리도 데리고 오고, 아내도 골프를 좀 배우고 해서 같이 골프장에 가서 한번씩 함께 하면 좋겠다. 클래식도 괜찮고 그런 음악 듣는 것도 좋아요. 뭔가 그런 것들에 대한 공감대가 있고 같이 할 수 있다면 좋을 것 같아요. 어떤 주제든, 그게 자녀가 추천을 하든, 아내가 추천을 하든, 아니면 미래의 며느리들이 추천을 하든 충분히 다 열려 있어요. (아빠. 심층인터뷰, 2024. 8. 19)

자녀의 성장에 따라 관심사가 변하면서 프로야구에 관한 관심과 애정의 정도는 가족 구성원에 따라 편차는 있지만 유지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게임과 같이 자녀가 관심이 있는 소재에 대해 새로운 가족팬덤으로 생성될 가능성도 동시에 존재한다. 그러나 가족 구성원들은 가족팬덤의 새로운 소재로써 게임을 선택할지에 대해서 긍정적 기대와 부정적 우려까지 자녀, 부모 모두에게서 나타난다. 다만, 어떤 소재든 가족 구성원이 관심이 있다면 새로운 가족팬덤의 소재로서 고려할 수 있다는 점이 특성으로 보인다. 이는 프로야구를 통해 가족팬덤을 형성하고, 공동의 관심사로 가족 간의 유대감과 공감대를 형성했던 경험이 자녀와 부모 모두에게서 체화되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자료의 분석을 통해 살펴본 가족팬덤은 단순히 스포츠를 좋아하는 활동을 넘어, 가족 구성원 간의 정서적 유대, 가치 공유, 그리고 사회적 역할 수행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림 1>은 이론적 배경인 분석틀을 적용하여 수집한 자료를 분석하고 구조화한 의미를 토대로 도출한 연구결과를 도식화한 것이다.


<그림 1> 
자녀의 성장에 따른 프로야구 가족팬덤 변화 분석결과


Ⅴ. 결 론

본 연구는 자녀의 성장에 따른 프로야구 가족팬덤의 변화를 확장된 계획행동이론을 분석틀로 적용하여 파악하였다. 1차 연구 당시 연구참여가정은 아빠와 주말에만 만나는 분거가족으로 자녀들은 초등학교 1학년에 재학 중이었다. 본 연구 시에는 새로운 도시로 거주지를 옮겨 부모와 자녀가 함께 거주하게 되었으며, 자녀들도 중학교 1학년이 되었다. 이러한 시간과 환경의 변화 속에서 가족 구성원의 프로야구 팬덤의 변화를 Ajzen의 확장된 계획행동이론의 주요개념인 태도, 주관적 규범, 지각된 행동통제, 환경여건을 상위범주로 설정하고 분석하였다.

연구결과, 연구참여가정을 둘러싼 물리적 환경변화와 함께 프로야구 가족팬덤도 유동적으로 변화하고 있음을 확인하였다. 가족 구성원 모두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프로야구에 대한 가족팬덤은 유지되고 있으며, 공동관심사와 상호이해를 통해 가족 간의 유대감이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가족 구성원들은 평소 드러내지는 않지만 가족팬덤 속에서 서로에 대한 이해와 공감대 형성을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지금까지 살펴본 연구의 결과를 바탕으로 연구참여가정의 가족팬덤 변화분석을 통해 나타난 특징을 정리해보면 크게 두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가족팬덤이 지속되는 과정에서 가족 구성원 간에 개인의 차이를 인정하고 상호 존중과 이해가 수반되는 점이다. 자료분석에서 살펴 봤듯이 1차 연구 당시에는 부정적이었던 엄마가 본 연구에서는 가장 열성적인 팬이 되었지만, 이와 반대로 자녀들은 다른 구단을 응원하거나 관심사가 변하였다. 그럼에도 가족 구성원들은 여전히 가족팬덤을 유지하면서 각각의 표현 방식을 존중하고 이해하면서 유대가 강해진 것을 확인하였다.

둘째, 프로야구 가족팬덤의 경험이 기반이 되어 프로야구 이외의 새로운 주제로도 가족팬덤의 확장 가능성이 열리게 된 점이다. 자녀의 유년기부터 함께 해온 가족 공동의 팬덤 활동과 경험이 축적되어 가족 구성원 중 일부가 다른 소재를 선호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자녀의 새로운 관심사에 대해 가족 모두가 관심을 가지고 새로운 가족팬덤으로 전환을 검토하는 수용하려는 태도를 보인다. 이러한 부모의 수용적 태도는 자녀에게 심리적 안정을 제공한다. 부모는 자녀가 청소년기를 거쳐 성인이 된 후에도 세대를 확장하여 공동의 가족팬덤을 통해 가족 간의 화목을 지향하고, 유지하고자 하는 의지를 보인다.

본 연구에서 연구자 스스로 연구의 도구로서 가족팬덤의 현장에서 직접 경험하고, 연구자가 포함된 연구참여가정의 가족팬덤의 변화를 면밀히 심층적으로 분석한 결과, 확인된 가족팬덤이 지니는 사회문화적 의미는 다음 세 가지로 정리하였다.

첫째, 가족팬덤은 청소년 자녀와 중년 부모 사이의 연결고리 역할을 한다. 자녀는 성장하지만, 부모는 노화되어 간다. 시간의 변화는 각 세대에게 서로 다른 의미가 있다. 청소년기에 접어든 자녀는 부모로부터 독립성과 자율성을 갖고자 노력한다. 점점 간극이 벌어질 수 있는 시기에 자녀와 부모세대가 함께하는 가족팬덤은 공동 활동으로서 가족 내에서 서로를 잇고 소통할 수 있는 매개 역할을 한다.

둘째, 가족팬덤은 가족 구성원의 성장, 변화, 의지 등을 통해 지속되는 유기체이다. 자녀의 성장에 따른 가족팬덤은 사회문화적 환경여건의 영향 속에서 나타나며, 부모의 수용성과 자녀를 이해하려는 노력에 따라 변화한다. 유기체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변화하고 발전하는 것과 같이 가족팬덤도 가족 구성원과 함께 서로 의지하고, 함께 성장하며 변화하는 유기체로 볼 수 있다. 본 연구를 통해 가족팬덤이 생동감, 성장성, 변화가능성을 가지고 있으며 단순한 집단이 아닌 사회문화적으로 가족 구성원들이 함께 만들어 가는 공동체적인 삶의 일부임을 확인하였다.

셋째, 가족팬덤에서 나타나는 문화적 역전이(逆轉移, countertransference) 현상을 수용하는 것은 사회문화적 역동성(sociocultural dynamics)을 강화한다. 전통적인 가족팬덤은 부모세대에서 자녀세대로 전달되었지만 본 연구와 같이 자녀세대가 부모세대에게 새로운 문화적 요소를 소개하고, 부모세대가 이를 수용하는 역전이 현상이 늘어나고 있다. 이는 가족팬덤이 서로 다른 세대의 문화를 수용하면서 사회문화적으로 항상 변화하고 발전하는 역동성을 지니고 있으며, 이를 강화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본 연구는 가족팬덤이 어떻게 형성되고 변화하는지를 지속적으로 탐구하고, 가족팬덤의 변화를 심층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시도라는 점에서 연구의 의의가 있다. 스포츠 팬덤 분야에 청소년을 포함한 가족 단위의 연구가 미흡한 실정에서 가족팬덤을 사회문화적 맥락에서 연구의 필요성과 그 의미를 학술적으로 도출한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본 연구에서는 관찰되지 않았지만, 자녀들이 이제 막 사춘기에 접어든 시기여서 앞으로 점차 가족팬덤으로 인한 갈등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이런 점에서 향후 가족팬덤으로 인해 나타날 수 있는 가족 간 갈등과 해결 등 다양한 현상에 관해 연구를 지속해볼 필요가 있다. 아울러 스포츠 가족팬덤에 대한 질적 연구가 제한적인 실정에서 본 연구를 통해 국내의 환경적 특성이 반영된 가족팬덤을 연구하는 데 이바지할 수 있기를 바란다.


Note
1) 「자생적 문화실천으로서 가족팬덤 형성과정에 대한 문화기술지 연구: 초등 저학년 자녀를 둔 가정의 프로야구 관람행동을 중심으로」( 정선희, 이오현, 김인설, 2019). 청소년문화포럼에 발표된 연구자가 제1저자로 참여한 질적 연구로, 분거가족인 동시에 2018년 당시 초등학교 1학년 자녀가 있는 가족 구성원의 야구와 관련된 일상에 초점을 맞추어 가족팬덤 형성과정을 문화기술지방법론으로 수행하였다.

References
1. 가천혜, 고정민 (2021). 자발적 구전 마케팅 주체로서의 팬덤에 관한 연구: 엔플라잉 중국 팬덤을 중심으로. 문화산업연구, 21(1), 79-88.
2. 김광민, 양재범 (2021). 팬덤마케팅에 의한 소비자의 증식군중화에 관한 연구. 한국디자인리서치, 6(2), 282-297.
3. 김동규, 한진욱 (2017). 확장된 계획행동이론을 통한 프로야구 관람소비자의 소비행동 예측. 한국체육학회지, 56(2), 321-338.
4. 김석기, 서경화 (2011). 스포츠 팬덤문화의 여성화. 움직임의 철학: 한국체육철학회지, 19(1), 61-75.
5. 김현정, 이정은 (2023). 빅데이터 분석을 활용한 프로스포츠 관람 인식 변화분석: 코로나19를 기준으로, 한국체육학회지, 62(3), 325-342.
6. 남상우 (2023). 스포츠 팬덤의 사회학적 이해: 연구 분석 틀 및 아젠다 수행을 위한 제언. 한국스포츠사회학회지, 36(1), 115-133.
7. 오혜라, 정윤재 (2023). 토픽 모델링을 활용한 오프라인 vs 온라인 스포츠 팬덤 활동 동기에 관한 탐색적 연구. 광고학연구, 34(5), 1-29.
8. 이승목, 신재권, 이상우 (2014). 아이돌 우상화의 요인 및 아이돌 우상화가 아이돌 광고 상품 구매의도에 미치는 매개효과 분석 - 10대와 20대 여성을 중심으로. 한국콘텐츠학회 논문지, 14(6), 328-338.
9. 이연희 (2012). 한국프로야구 팬덤문화연구. 이화여자대학교 대학원, 국내박사학위논문.
10. 이치형 (2022). 팬덤 기반 굿즈 시장의 참여자, 상품 공급 방식, 미충족 욕구 분석. 혁신기업연구, 7(2), 37-51.
11. 정건하, 전익기, 정권혁 (2023). 체험경제이론을 적용한 MZ세대의 프로야구 관람경험과 관람행동의 관계. 한국체육학회지, 62(3), 189-205.
12. 정선희, 이오현, 김인설 (2019). 자생적 문화실천으로서 가족팬덤 형성과정에 대한 문화기술지 연구: 초등 저학년 자녀를 둔 가정의 프로야구 관람행동을 중심으로. 청소년문화포럼, 59, 81-123.
13. 조영, 심성욱 (2022). 아이돌 팬덤의 심리적 특성이 제품 광고효과에 미치는 영향. 커뮤니케이션학연구, 30(2), 161-191.
14. 조일동 (2024). 팬덤의 시대, 대중문화에서 정치까지. 한국교육논총, 45(1), 135-164.
15. 한국프로스포츠협회 (2024). 2023 프로스포츠 관람객 성향조사 프로야구 보고서, 한국프로스포츠협회.
16. 한국야구위원회 홈페이지 https://www.koreabaseball.com
17. 일간스포츠 (2024. 6. 15). "약팀도 없고 강팀도 없다" 프로야구, 벌써 100번째 매진” https://isplus.com/article/view/isp202406150003, (2024. 8. 7)
18. OSEN (2024. 7. 29).“올림픽 열기 속에서도 선전하는 한국프로야구(KBO리그), 앞으로도 인기 유지의 길은”, https://www.osen.co.kr/article/G1112385521 (2024. 8. 10)
19. 오마이뉴스 (2024. 6. 28). “신흥강자' MZ 야구팬, 기성세대와의 결정적 차이”, https://star.ohmynews.com/NWS_Web/OhmyStar/at_pg.aspx?CNTN_CD=A0003041950&CMPT_CD=P0010&utm_source=naver&utm_medium=newsearch&utm_campaign=naver_news, (2024. 8. 13)
20. Ajzen, I, (1991). The theory of planned behavior. Organizational Behavior and Human Decision Processes, 50(2), 179-211.
21. Cavicchi, D. (1998). Tramps like us: Music and meaning among Springsteen fans. Oxford: Oxford University Press.
22. Duffett, M. (2013). Understanding fandom: An introduction to the study of media fan culture. New York, NY: Bloomsbury.
23. Fiske, J. (1992). “The Cultural Economy of Fandom”, in Lewis, L., ed., The Adoring Audiences: Fan Culture and Popular Media. New York: Routledge.
24. Gantz, W., & Lewis, N. (2023). Sports fanship changes across the lifespan. Communication & Sport, 11(1), 8-27.
25. Hammersley, M. & Atkinson, P. (1995). Ethonography: Principles in practice. London and New York: Routledge.
26. Hyatt, Craig & Kerwin, Shannon & Hoeber, Larena & Sveinson, Katie. (2018). The Reverse Socialization of Sport Fans: How Children Impact Their Parents’ Sport Fandom. Journal of Sport Management. 32. 1-13.
27. Jenkins, H. (1992). The Cultural Economy of Fandom. The Adoring Audience. Routledge. New York.
28. Jenkins, H. (2013). Textual Poachers Television Fans and Participatory Culture. Routledge. New York.
29. Mansfield, A. C. (2020). “Count the ways that it impacts your life”: New parenthood and sport fandom. Journal of Sport Management, 34(5), 462-474.
30. Marshall, C. & Rossman, G. (1999). Designing qualitative research. Thousand Oaks: Sage.
31. McPherson, B. D. (2008). Socialization into the role of sport consumer: A theory and causal model. Canadian Review of Sociology/Revue Canadienne de Sociologie, 13(2), 165-177.
32. Tamir, I. (2019). I Love You Kid, But⋯: Intergenerational Soccer Fandom Conflict. Men and Masculinities, 22(5), 893-904. https://doi.org/10.1177/1097184X19859393
33. Tinson, J., Sinclair, G., & Kolyperas, D. (2017). Sport fandom and parenthood. European Sport Management Quarterly, 17(3), 370-391.
34. Washington, R. E. & Karen, D. (2010). Sport, Power and Society: institutions and practices: a reader. Philadelphia: Westview Press. 278.
35. Watts, Lauren Leigh, (2017). It Wasn't Even a Question If I Would Be a Fan: Major League Baseball Team Fandom and Intergenerational Relationships. All Theses. 2683. Clemson Universit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