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대생들의 연애에 대한 의미화: “썸”의 역설적 기능에 대한 서사 연구
초록
본 연구에서는 여대생들에 대한 심층인터뷰를 바탕으로 청년 여대생들이 썸의 행위를 의미화하는 방식이 무엇인지 밝히고자 하였다. 연구 결과 여대생들은 썸의 행위를 감정적 상처를 최소화하기 위해 서로 잘 맞는 호환성을 가진 잠재적인 연애 상대를 검토하는 유연한 기간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한편 썸의 다른 목적은 설렘, 스릴의 감정과 함께 친밀감을 공유하는 상대와 연결되어 있다는 안정감을 가질 수 있는 대안적 관계라는 것이다. 이러한 결과를 바탕으로 볼 때, 썸의 실천은 여전히 한국 사회 내 낭만적 사랑 관념의 일부가 잔존하며, 이러한 신화에 대한 개인의 바람이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하지만, 신자유주의적 경제 전환과 개인화의 영향으로 호환성을 담보한 상대를 만나는 것이 어려워진 시기에, 여대생들은 낭만적 사랑의 서사보다 썸의 관행 그 자체를 목적으로 하는 대안적 서사를 선택하며 낭만적 사랑 관념을 협상하였다. 결과적으로 본 연구는 신자유주의적 전환과 개인화라는 이행기적 상황 에서 여성들이 감정적 합일이라는 낭만적 사랑 관념을 추구하는 가운데, 그러한 문화에 단순히 종속되기보다 문화적 서사를 적극적으로 선택, 해체, 균열시키며 주체적 행위를 선택함을 보여준다. 이러한 행위는 썸이 이중적(daul)이며 역설적인(paradoxical) 기능을 가지는 결과로 나타났다.
Abstract
Drawing on in-depth interviews with 40 college women, this study aims to examine what young female college students perceive as the meaning of dating, especially the practice of sseom. The findings of this research showed that female college students perceived the practice of "sseom” as a flexible period for evaluating a potential romantic partner for compatibility, aiming to minimize emotional wounds. On the other hand, another function of sseom was seen as an alternative relationship where individuals could experience a sense of stability by sharing intimacy, along with excitement and thrill. Based on these results, it is evident that the practice of sseom still reflects remnants of romantic love in Korean society, indicating the existence of individual desires for such romantic myths. In a time when meeting a compatible partner has become more challenging due to the influence of neoliberal economic transition and individualization, female college students have chosen an alternative narrative. They focus on the practice of sseom itself rather than the traditional romantic love narrative, negotiating the concept of romantic love. Ultimately, this study demonstrates that within the context of neoliberal transition and individualization, women actively choose, deconstruct, and disrupt cultural narratives instead of simply conforming to the framework of romantic love while pursuing the ideal of romantic emotional harmony. Their decisions resulted in the enactment of dual and paradoxical functions of sseom.
Keywords:
College students, Sseom, Dating, Romantic Love, Neoliberalism키워드:
대학생, 썸, 연애, 낭만적 사랑, 신자유주의I. 서 론
최근 국내 미혼인구 비율은 급격히 증가하였다.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한 ‘삼포세대’담론이 부상한 이래, 90년대생 청년들은 ‘연애하지 않는 세대’로 표상되어왔다(이승연, 2022). 2018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20-44세 연령대에서 연애 중인 남성이 26.8%, 여성이 31.8%로 10명 중 7명은 연애를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러한 추세와 다르게 연애프로그램(e.g. SBSPlus ‘나는 솔로’, 넷플릭스 ‘솔로지옥’, MBN ‘돌싱글즈’)의 인기와 데이팅 앱의 활성화는 청년들의 연애에 대한 관심이 변동하고 있으며, 구조적으로 분석 되어야 할 실체임을 보여준다(이승연, 2022). 자연스러운 만남이 제한된 팬데믹 상황에서 청년들은 틴더, 글램 등 데이팅앱으로 매개된 연애시장에 진입하기도 하고, 커리어의 불안정(precariaty)속에서 시간과 감정을 유동적으로 투자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개인주의가 부상한 이래로 청년들에게 연애는 설렘의 감정소비와 ‘나(self)의 성장’에 중요한 과업 (김정영, 이성민, 이소은, 2014: 72)으로 인지되거나, 신자유주의적 전환과 저성장시대의 불안 속에서 개인이 자발적으로 선택하는 것으로 여겨지기도 하였다(안혜상, 2017).
청년세대가 경험하는 연애와 사랑에 관한 기존연구들은 이성교제를(이하 연애로 통칭) 주로 저성장시대, 신자유주의 경제구조라는 경제적 관점에서 분석해왔다(박은지, 2021; 안혜상, 2017; 한금윤, 2015). 먼저 이성교제 감소 현상은 노동시장의 불안정성, 지연된 취업준비 등으로 설명될 수 있다(양난미, 이선민, 문희운, 2020). 더 나아가 청년세대는 단순히 ‘경제적 문제’ 그 자체로 연애, 결혼, 출산을 회피하는 것이 아니라, ‘일자리 문제’해결을 위한 감정 관리 차원에서 포기한다는 주장이 제기되었다(한금윤, 2015). 이러한 이유로 삼포세대라 불리우는 청년들의 사랑법은 ‘낭만적, 우발적, 이상향적이기보다는 합리적, 공리주의적, 교환가치중심적인 것’으로 그려져 왔다(박은지, 2021: 307-308). 한편, 연애의 시작과 유지에는 다양한 사회문화적, 심리적 요소가 결부되어 있는데, 자아실현을 위한 직장 내 생존경쟁(박은지, 2021), 나르시시즘적 개인성의 실천(양난미, 이선민, 문희운, 2020), 소비자본주의에 따른 데이트 비용 지출(오세일, 박태진, 2016), 성역할 고정관념과 양성평등의 갈등(박은지, 2021; 양난미, 이선민, 문희운, 2020)과 같은 요소가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같이 지금까지 청년과 대학생들의 연애에 대한 관점은 신자유주의적 전환에 따른 감정관리 차원에서 연애를 선택하거나 회피한다는 연구가 주를 이루어왔다. 이러한 설명은 감정을 교환 가능한 자원이자 재화로 간주하는 교환론적 합리적 접근에 터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관점은 감정을 시간, 물적자원 등에 더하여 신자유주의적 주체가 관리해야 하는 대상의 하나로 포함 시켰을 뿐, 주체가 관리하는 감정의 특징이 무엇이고 이들이 부여하는 의미가 어떠한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부족하였다.
한편, 후기근대사회로의 전환과 함께 등장한 합류적 사랑(confluent love)은 전통적 의미의 낭만적 사랑(romantic love)을 대체하는 것으로 이해되어 왔다(Giddens, 1992/2003). 개인의 정체성, 취향, 선호가 다양화되는 가운데 개인들이 서로의 취향을 인정한 채 관계를 이루어가는 합류적 사랑이 보편화될 것이라는 추축이 주를 이루었다. 또한 서구사회에서 회자되는 대학생들의 연애는 캐쥬얼한 연애(casual dating)나 가벼운 만남(hook-up) (Bogle, 2008; Hamilton and Armstrong, 2009)으로 청년들은 연애 상대를 발견하기 위해 온라인 데이팅 앱을 사용하는 등 연애 시장이 변화되었다는 연구들도 등장하였다(Dalessandro, 2018; Illouz, 2013). 한국사회 내에도 청년들의 연애풍경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데, 최근 관찰되는 현상 중 하나는 “썸”이다(김정영, 이정민, 이소은, 2014; 박소정, 2016; 양난미, 이선민, 문희운, 2020; 안혜상, 2017). 기존 연구들에 따르면, 썸은 호감은 분명하나 표현하지 못하는 마음의 단계(김정영, 이정민, 이소은, 2014), 관계의 지속성을 전제하지 않아 단절이 쉬우면서도 책임이 없는 관계(양난미, 이선민, 문희운, 2020), 연인 관계를 선언하지 않은 상태에서 만남을 지속하는 관계, 장기적인 책임이 탈각된 관계(박소정, 2016)로 정의되었다. 특히 썸에 대한 철학적 연구들은 썸이 가지는 불확정성과 불확실성에 주목하며 연인관계로 진입하기 전 서로에 대한 정보를 확인하고 무지를 불식시키는 과정으로 보았다(이정규, 2019; 최성호, 2020). 이러한 연구들은 썸의 특징이 연인관계로 규정하기 어려운 모호함, 불확실성, 불확정성에 있다고 분석하고 그것이 지속성, 책임감, 장기적 관계성이 탈각된 유동적 친밀성의 관계라고 분석하였다. 한편 이러한 썸의 행위가 등장하게 된 배경에는 감정까지도 투자의 대상으로 보는 신자유주의체제의 전면화(박소정, 2016; 안혜상, 2017), 감정 표현을 부담 없이 할 수 있게 하는 온라인 테크놀로지의 등장(안혜상, 2017)이 제시되었다.
하지만 이러한 기존 연구들은 썸을 연애를 포기당한 세대의 어쩔 수 없는 선택으로 간주하거나 이들의 행위성을 이기적이고 기만적인 것으로 묘사하면서 그들의 문화가 가진 특성을 단선적으로 파악할 가능성이 존재한다. 더욱이 기존 연구들은 썸의 모호성과 불확실성에 주목함으로써 낭만적 사랑과 결별하거나 그것의 균열이 발생한 현실에 주목하고 있다. 본 연구에서는 이러한 접근에 한계가 있음을 지적하고 썸을 통해 낭만적 사랑 관념의 일부가 여전히 추구되고 협상되는 현실을 보여주고자 한다. 이를 위해 본 연구에서는 문화사회학적 관점(Cultural Sociological Approach)을 바탕으로 청년 여대생들이 썸의 행위를 어떠한 방식으로 의미화하는지 밝히고자 한다. 문화사회학자인 Ann Swidler(2013)에 따르면 개인 행위자 들은 사랑에 관한 다양한 문화적 서사1)와 레퍼토리를 연장통(toolkits) 삼아 자신의 행위를 설명하고 정당화한다. 본 연구에서는 40명의 여대생에 대한 심층인터뷰를 바탕으로 썸이라는 사회적 현상이 사회적으로 구성되고 호명된 과정을 분석하고, 썸이 가지는 이중적이고 역설적인 목적을 드러낼 것이다. 오늘날 청년 여성들은 노동시장으로의 이행을 우선시하며 “비연애”담론을 담지하는 것으로 분석된다(임국희, 2020). 개인의 삶을 구성하는 것이 우선시되고(김은정, 2011; 임국희, 2020), 연애의 대체제로 썸이 기능하고 있는 상황 속에서(양동옥, 김경례, 2017), 청년 여대생들이 구성하는 썸의 의미가 무엇인지 살펴보는 것은 친밀성에 대한 남성과 여성의 서로 다른 기대를 살펴보고 한국사회 내 친밀성이 변동하는 양상을 파악하는데 의미있는 작업이 될 것이다.
II. 선행연구 검토 및 분석틀
1. 낭만적 사랑 개념의 출현
먼저, 연애를 사적인 행위(private behaviors)가 아닌 사회적 산물(social products)로 보는 구조주의적 관점은 연애가 “다양한 권력의 장안에서 개인들이 주체화되는 과정 속에서 만들어진 것”임을 주지한다(김정영, 이성민, 이소은, 2014: 47). 계몽주의와 산업화의 결과로 개인들은 근대사회에서 자유롭게 연애 및 결혼 상대를 선택할 수 있는 것으로 여겨졌다. 결혼이 각 사회의 관습에 의한 계약으로 사랑과는 관련이 없었던 근대 이전과는 달리, “첫눈에 이끌리는 강렬한 경험으로서의 사랑”이나 “사랑의 완성으로서 결혼”은 18세기 이후에 등장한 개념이다(Fromm, 1956/2009: 14-15). 투사적 동일시(projective identification)를 통해 형성되는 ‘낭만적 사랑’ 개념은 개인 서사(narratives)의 탄생을 가져왔으며 육체적 결합과 정신적 친밀성을 바탕으로 한 가족과 자아의 출현을 가져왔다(Giddens, 1992/2003: 78-79). Giddens(1992)에 따르면 낭만적 사랑은 “amour passion의 투사적 동일시를 기반으로 하여, 잠재적 파트너들이 서로에게 끌리고, 서로에게 묶이며, 온전한 감정을 경험하는 것”이다. 따라서 낭만적 사랑의 이상은 한 사람과의 관계에 집중하고, 이성애적 결혼 관계를 통한 헌신 및 신뢰와 관련된다(Giddens, 1992). 이러한 낭만적 사랑 개념은 미국사회에서도 여전히 영향력 있는 내러티브로 작동하고 있다. Swidler(2013)에 따르면, 미국 중산층 부부들은 낭만적 사랑을 열정적 감정의 출현, 인생을 바꾸는 결정, 영구적인 신뢰로 이해하고, 낭만적 사랑을 이상적인 것으로 간주하는 사랑의 신화를 구사한다.
최근 서구사회의 연애와 사랑에 관한 연구들은 온라인 연애 시장의 부상과 함께 변화하는 연애의 관행에 집중해왔다. 서구 대학생들의 연애는 캐쥬얼한 연애(casual dating)나 가벼운 만남(hook-up)(Bogle, 2008; Hamilton and Armstrong, 2009)으로 청년들은 연애 상대를 발견하기 위해 온라인 데이팅 플랫폼을 이용하거나 가벼운 성관계를 맺는다는 분석이다(Dalessandro, 2018; Illouz, 2013). 이와 같이 자유로운 연애 관행의 등장과 온라인 시장의 부상에도 불구하고, 많은 연구자들은 청년 대학생들이 여전히 헌신적이고 지속적인 관계를 선호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주장한다(Lamont, 2014; Swidler, 2013; Ji, 2018; Shen and Qian, 2023; Yu and Hertog, 2018). 예컨대 미국 여성들은 연애 상대를 찾는 과정에서 남성들의 전통적인 구애(courtship)를 여성에 대한 지속적인 헌신으로 이해하고 전통적인 관계성을 협상(negotiation)한다는 것이다(Lamont, 2014). 이와 같이 신뢰에 기반한 장기적 관계에 대한 희구는 동아시아 지역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난다. 예를 들어, Ji(2018)의 연구는 교육받은 중국인 독신 여성에 대한 것으로 여성들은 가사 노동의 부담이 여전히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낭만적 사랑 관념에 기반한 장기적인 가족 관계를 우선시한다. Shen과 Qian(2023)의 연구 또한 일부 중국 청년들이 온라인 데이팅 플랫폼을 사용하지만, 장기적인 관계를 형성하기 위해 현대적 기술을 수단적으로 사용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와 같이 일부 청년들은 평등성에 대한 추구와 함께 전통적 낭만적 연애 개념을 일부 수용함으로써 상호 존중을 바탕으로 한 장기적인 연애 관계를 선호하는 모습을 보였다(Lamont, 2014; Ji, 2018; Shen and Qian, 2023; Yu and Hertog, 2018).
2. 한국 사회 내 사랑과 연애 관념의 변화
이성애적 낭만적 사랑 관념은 한국의 연애, 관계와 실천을 이해하는데 중요한 역사 문화적 틀을 이룬다. 유교 관념이 통치하던 고대 조선 왕조(1392-1910)에서는 성과 감정에 대한 언급이 금기시되었으나, 1900년대 초, 연애에 대한 잡지와 소설이 출판되면서 연애와 결혼에 대한 개념은 새롭게 부상하였다. 이러한 출판물들은 낭만적 열정이 연애 상대의 선택에 중요한 덕목이라고 명시하였고, ‘연애’는 새로운 사회적 행위로 인식되었다(김지영, 2012). 새롭게 출현한 용어로서 '연애'는 남녀 간의 사랑을 개인의 형성에 중요한 과정으로 보았으며, 개인이 가족과 국가의 영향력에서 벗어나 자신의 목적을 이루는 과정의 하나로 간주하였다(Kwon, 2005). 근대 한국 사회에서 낭만적 감정은 개인이 가족 관계에서 벗어나 자율적 선택을 할 수 있는 근간이 되었다. 즉 중매결혼이 아닌 자유결혼을 선택하는 것은 개인이 주체적 존재가 되었음을 알리는 것이었다(김지영, 2012; 김주은, 2014; Kwon, 2005).
1970-1980년대 산업화 시기에도 낭만적 연애 관념은 한국사회 내 공고히 작동하며 한국 대학생들은 연애를 일종의 통과 의례로 여기는 경향을 보였다(Lee, 2005). 대학의 다양한 학과와 동아리에서 남녀 대학생들은 함께 식사를 하고 만남을 가졌으며, 이러한 문화적 만남은 대학생들이 연애 상대를 만날 수 있는 중요한 기회로 여겨졌다(Lee, 2005). 1970년대와 1980년대 청년들은 다방에서 커피를 마시거나, 극장에서 영화를 관람하고, 캠퍼스에서 편지를 주고받으며 낭만적 사랑에 대한 찬양을 이어나갔다. 낭만적 시를 읽고 외우거나, 자신의 시를 창작하여 연애 편지를 쓰는 등 낭만적 사랑의 실천은 젊은 대학생들 사이에서 인기 있는 행동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자신의 연애 상대를 공개적으로 드러내는 것은 긍정적으로 여겨지지 않았기 때문에, 대학생들은 자신들이 연인 관계임을 확인하지 않은채 한 달에서 일 년 동안 데이트를 지속하기도 하였다(Lee, 2005). 이러한 과거의 관행은 최근 대학생들 사이에서 회자되는 “썸”과 비슷한 모습을 띠기도 한다.
이처럼 산업화시대 한국사회에서는 사랑/연애, 성, 결혼이 일치되는 ‘낭만적 사랑’개념이 중요하게 여겨졌으나(김주은, 2014), 최근 사랑/연애, 성, 결혼은 자율적으로 분리되거나(백진아, 2009; 신혜림, 주수산나, 2016), 연애 비선택의 흐름이 가시화되고 있다. 끊임없는 자기계발과 통치(서동진 2009)를 수행해야 하는 청년들에게 연애는 일종의 기회비용으로 여겨지고, 결혼은 개인의 스펙과 계층상승을 위한 전략적 실천으로 이해되기도 한다(김정영, 이성민, 이소은, 2014). 연애에 대한 최근의 한국적 논의는 신자유주의 노동시장 구조 속에서 감정을 관리하는 “자기계발 주체”(서동진, 2009) 개념에 주목하여, 친밀성이 변동하는 양상을 살펴보고 있다(안혜상, 2017: 10-11).
썸을 신자유주의적 관점에서 접근하는 기존 연구들과 비슷하게, 연애에 관한 연구들은 현대화 이후 한국 사회에서 낭만적 사랑의 중요성이 희석되었다고 분석한다(박수현, 2013). 성에 대한 사회적 태도가 더욱 자유로워지면서, 연애는 탈낭만화되었고(박수현, 2013), 썸을 통해 온전히 한 사람과의 관계를 맺기보다 나의 짝으로 선정할 최고의 이성을 찾는 모습이 나타난다는 것이다(안혜상, 2017). 즉 썸에서 주요한 논의는 낭만적 사랑 관념과 배치되는 자기감정과 효용을 우선시하는 투자자로서의 개인의 모습이라는 것이다(안혜상, 2017). 하지만, 사랑과 연애에 대한 기존 규범 – 성역할규범, 연애각본- 은 여전히 통용되고 있으며 개인들은 기존 규칙에 수동적으로 순응하기보다 주체적, 전략적으로 이를 선택하고 협상해나가는 모습을 보인다(양동옥, 김경례 2017; 오세일, 박태진, 2016). 본 연구에서는 낭만적 사랑 관념이 여전히 잔존하고 영향력을 발휘하는 맥락을 바탕으로 여대생들의 “썸”에 대한 서사가 어떻게 나타나는지 파악하고자 한다.
3. 낭만적 사랑 관념의 협상
연애와 친밀성에 대한 연구들은 남성과 여성이 낭만적 사랑의 이상을 그대로 전시하거나 수용하기보다 그러한 문화적 관념을 협상하는 방식에 주목해왔다(Lamont, 2014; Swidler, 2013). 예컨대, Swidler(2013)는 낭만적 사랑의 이상이 미디어를 통해 재생산되고 사회 내에서 확산되어 왔음에도 불구하고, 중산층 미국인들이 사랑을 현실적인 관점에서 파악한다고 분석하였다. 그에 따르면, 개인들은 자신의 행위를 설명하기 위해 다양한 문화적 레퍼토리를 선택하는데 이러한 선택은 불확실한 시기에 더욱 중요해진다. 개인들은 불확실한 시기에 다양한 문화적 레퍼토리와 습관을 결합시킴으로써 새로운 전략을 선택하고 이를 정당화해야할 필요에 놓이게 된다는 것이다(Swidler, 1986: 280). Swidler(2013)는 이러한 이유로 불확실한 시기에 개인들이 더 많은 문화적 상징과 의미를 소비하고 창조한다고 주장하였다.
이러한 시기를 한국적 맥락에 적용해보면, 신자유주의적 전환을 그 배경으로 생각해 볼 수 있다. 불확실성으로 표상되는 신자유주의적 전환기에 청년들은 취업 등에서 생존의 위기를 담지하게 되고, 이러한 위기감은 연애나 결혼에 대한 태도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 안혜상(2017)에 따르면 청년들은 학교와 직장에서 성공적인 성인기 이행을 도모하기 위해 자신들의 능력과 감정을 조정하고 규제해야 할 필요를 경험하게 된다. 이러한 맥락에서 연애를 선택하는 것은 정신적, 시간적, 물질적 투자를 포함한 거래의 과정으로 인식되고, 청년들은 연애가 투자할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인지 그 비용에 대한 결과를 예측하며 선택을 결정하게 된다는 것이다.
연애는 하나의 사회적 현상으로 다양한 자원 - 재정적 수단, 정서적 투자, 시간 - 을 할애해야 하는 것이며 이것은 연애가 “소비각본”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한국사회의 구조와도 연관되어 있다(오세일, 박태진, 2016). 오늘날 연애나 결혼에 대해 투자는 청년들에게 물질적 자원을 소비해야만 획득할 수 있는 것으로 여겨질 수 있다(김정영, 이성민, 이소은, 2014). 안혜상(2017)에 따르면, 감정의 자원 또한 상품으로 변모하였기에 개인들은 감정이 가져올 결과를 예측하며 자신의 계획에 따라 투자를 선택하게 된다. 이러한 감정의 자본화, 상품화는 썸을 이해하는데 중요한 배경으로, 개인들은 썸을 통해 모호하고 유동적인 친밀감을 형성하게 된다(안혜상, 2017). 궁극적으로 청년들은 노동시장으로의 진입에 방해가 되는 감정적 타격과 좌절, 실망, 상처를 최소화하기 위해 연애와 친밀성을 조정하는 썸의 시간을 가진다는 것이다(안혜상, 2017; 양난미, 이선민, 문희운, 2022). 소비각본에 따라 실천되는 연애가 부담스러운 청년들에게 썸은 연애와 비슷한 것으로 그들이 선택할 수 있는 관계 형성의 한 방식이다. 또한 썸은 사랑에 대한 전통적 규범 내에서 상대적으로 불리한 위치를 차지하였던 여성들에게 일종의 ‘안전장치’로 기능하며, 연애와 결혼을 유예당한 청년들에게 유사감정을 제공하는 장으로 작동하기도 한다(양동옥, 김경례, 2017).
이러한 논의를 바탕으로 본 연구에서는 한국의 청년 여대생들이 썸이라는 행위를 어떻게 의미화하고 해석하는지 분석하였다. 특별히 본 연구에서는 여대생들이 발화하는 썸이 무엇인지에 주목하고, 이것을 한국사회 내 잔존하는 낭만적 사랑 관념과 연관시켜 설명하고자 한다. 신자유주의적 전환과 개인화라는 거시적 배경 속에서 청년 여대생들이 어떠한 방식으로 썸을 이야기하며 낭만적 사랑 관념의 추구를 드러내고 그것의 한계를 논의하는지 살펴보는 것이 본 연구의 목적이다. 연구 참여자들의 서사는 낭만적 사랑 관념을 일괄적으로 거부하거나 새로운 사랑 관념을 전면적으로 수용하기보다, 복잡한 메커니즘을 구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낭만적 사랑 관념의 일부를 추구하면서도 그것에 완전히 도달할 수 없을 때 이를 협상하는 모습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이러한 행위자들의 모습은 개인들이 기존의 문화에 종속되기보다 문화적 서사를 적극적으로 선택, 해체, 균열시키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본 연구에서는 이러한 과정을 구조적으로 드러내고자 한다.
III. 연구 자료와 방법
본 연구에서는 연애와 결혼에 대한 청년들의 인식을 살펴볼 수 있는 40명의 여대생들에 대한 인터뷰 자료 중, 썸의 경험이 있거나 실천 중이어서 이를 구체적으로 논의할 수 있는 응답자 26명의 자료를 기반으로 분석하였다. 개인 심층 인터뷰(individual in-depth interview)는 개인이 행위에 부여하는 의미를 밝혀내고 사회적 구조의 힘을 이해하기에 유리한 질적방법의 하나이다. 청년 여대생들이 담지하는 연애가 무엇인지 이해하기 위해 본 연구는 2020년 6월부터 2020년 10월까지 비대면으로 심층 인터뷰를 진행하였다. 해당기간이 COVID-19의 발발과 함께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행되었다는 점에서 대안적 방법으로 줌(zoom)을 통한 비대면 인터뷰를 진행하였다. 연구참여자의 모집을 위해서는 눈덩이 표집(snowball sampling) 방법이 사용되었으며, 연구참여자는 다양한 방식으로 모집되었다. 인터뷰 초기에는 인터넷 커뮤니티에 전단지를 게시하거나 동료 교수들의 추천으로 참여자를 모집할 수 있었고, 이후에는 비공식 네트워크를 통해 참여자들이 모집되었다. 인터뷰 결과가 반복적인 패턴을 가져오는 이론적 포화(saturation)상태에 이르렀을 때 모든 인터뷰는 종료되었다.
인터뷰는 모두 줌(zoom)으로 실시되었으며, 평균 1시간 30분에서 2시간 정도 소요되었다. 인터뷰 가이드(interview guide)는 다음과 같은 주제를 포함하였는데, 1) 연애 및 결혼에 대한 태도 및 인식, 2) 연애 관계의 실천과 경험, 3) 결혼에 대한 계획 및 가족과 주변인의 사회적 압력, 4) 한국 사회 내 젠더 평등에 대한 인식, 5) 썸에 대한 경험과 인식2)(썸의 기간, 실천 방식, 썸의 대한 주관적 정의, 썸이 필요한 이유, 썸이라는 개념이 등장한 배경)이다. 인터뷰 참여자들은 인터뷰 내용의 비밀 보장과 익명성에 대한 사항을 모두 고지받았으며, 모든 인터뷰 내용은 녹음된 후 녹취되었다. 본 연구에서는 참가자의 익명성을 보장하기 위해 가명을 사용하였다. 또한, 인터뷰에 참가한 모든 참가자들은 감사의 표시로 소정의 현금을 지급받았다.
연구 참여자들의 사회경제적, 인구학적 배경을 살펴보면, 모든 참여자들은 서울 수도권 대학에 재학중인 대학생들로 대부분 자신의 부모가 중산층에 속한다고 응답하였다. 또한 이들은 졸업 후 취업을 통해 자신의 커리어를 유지하려는 열망을 가지고 있었으며 중산층적 지위를 유지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또한 참여자들은 1990년대 후반에 출생한 세대로 서울 수도권 대학에 재학 중인 여학생들이라는 점에서 상대적으로 동질적인 구성을 보이고 있었다. 썸과 관련해서 행위자 간 역동성과 이질성을 살펴보기 위해서는 젠더(남성과 여성), 계층(교육, 소득, 자산이 다른 집단)에 따라 서로 상이한 집단을 비교하는 연구가 더욱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본 연구의 자료 분석은 근거이론적(grounded theory) 접근을 통해 진행되었다. 근거 이론은 "사회적 연구에서 체계적으로 얻어진 자료로부터 이론을 발견하는 것"(Glaser and Strauss, 1967: 2)으로 개념과 개념 간의 관련성을 살펴보고 이를 바탕으로 이론을 생성 및 발전시키는 것을 목표로 한다. 근거 이론은 사회적 편견을 넘어 사회적 행위와 그 구조적 원인을 분석하는데 유용한 접근법이다. 본 연구의 분석을 위해 연구자는 먼저 전사된 인터뷰 자료를 정독하고 연애, 특히 썸이라는 사회적 현상에 대한 참여자들의 의미부여를 코드(code)화하는 1차코딩을 진행하였다. 이후, 인터뷰 참여자들 사이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코드(code)를 묶어 상위 범주(category)로 범주화(categorization)하고 추상화하는 과정을 진행하였다. 구체적 분석을 위해서는 질적연구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인 NVivo Pro 12를 사용하였으며, 본 연구에 사용된 상위범주인 “썸의 사회적 구성”, “잘 맞는 호환 가능한 상대를 찾는 관계”, 그리고 “설렘과 안정을 제공하는 대안적 관계”라는 분석은 다음과 같은 하위범주를 바탕으로 추출되었다. 먼저 “썸의 사회적 구성”은 “과거에도 비슷한 기간이 존재”, “전 세대보다 캐주얼해진 관계”, “과거보다 상호적이어진 관계”라는 하위코드를 가지고 있었으며, “잘 맞는 호환 가능한 상대를 찾는 관계”는 “상처받지 않도록 알아보는 기간”, “연애각본에 따라 서로 알아가는 것”, “고백하기 전에 감정을 예열하는 것”, “서로 취향을 맞추어가는 단계”, “의무감 없이 상대방을 알아보는 기간”, “지향점과 취향을 맞춰보는 사이”, “리스크를 줄이는 시간”, “내 시간과 자원을 투자할만한 사람인지 알아보는 시간”, “연애의 위험을 감수하지 않는 것”, “돈, 시간 낭비하지 않기 위해 검증하는 것”을 하위코드로 가지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설렘과 안정을 제공하는 대안적 관계”라는 상위코드는 “썸의 긍정적 측면”, “설렘을 주는 관계”, “누군가와 썸타고 있다는 표식”, “썸의 매력”, “가볍게 여길 수 있는 사이”라는 하위코드를 바탕으로 범주화되었다. 이러한 범주 외에 맥락을 보여주는 범주로 “신자유주의적 전환”과 “개인화”가 상위코드로 분석되었고, 그 하위코드로 “신자유주의적 전환”은 “자기계발의 시간”, “책읽기, 공부, 진로찾아보기 등 자기관리”, “경제적 비용 등 비용 고려”, “자기 일에 집중하고 싶은데 감정소모”, “자기 관리”를 가지고 있었다. 또한 “개인화”는 “취향이 달라 선택이 중요”, “성향이 모두 다름”, “자기랑 성향이 안맞는 사람인지 알아봄”의 하위코드를 가지고 있었다.
이러한 1차 코딩을 진행한 후, 썸에 대한 여대생들의 의미부여가 기존의 선행연구 및 낭만적 사랑(romantic love) 관념과 조응되는 지점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본 연구의 독특한 발견을 추적하고자 하였다. 이후 여대생들의 연애 및 썸에 대한 내러티브를 낭만적 사랑, 신자유주의적 시대 속에서의 감정관리, 친밀성 연구 등의 이론적 지형도 속에서 파악하고자 하였다. 마지막으로 연구결과에 대한 타당도와 신뢰도를 확보하기 위해 연구자는 썸에 대한 선행연구를 면밀히 분석하여 연구참여자들의 실천이 어떠한 측면에서 기존연구와 유사하고 실제 생활세계에서 관찰될만한 것인지 검토하고자 하였다. 또한 본 연구의 분석에 실제로 사용되지는 않았지만 신문자료 및 기타 언론보도를 검토하며 미디어에서 독해되는 썸의 의미를 파악하고자 하였고, 학술대회 발표를 통해 동료학자들로부터 본 연구의 타당도를 재확인하고자 하였다.
IV. 분석 결과
본 연구에 참여한 여대생들 대부분은 감정적으로 지속 가능한 헌신적 관계를 선호하였는데, 이러한 바람과 달리 안정적인 연애관계로의 이행은 상당히 복잡하고 성취되기 어려운 것으로 인지되고 있었다. 연애의 불확정성과 불가능성으로 인해 여대생들은 “썸”이라는 행위가 실천되는 방식을 논의하며 그것의 목적에 대한 다면적인 서사를 구성하였다. 먼저 여대생들의 내러티브에서 주목할만한 점은 썸의 실천을 비교적 최근에 호명된 사회적 현상으로 인식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뒤이어 여대생들의 서사는 썸이 낭만적 사랑으로서의 의미를 가짐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가져올 수밖에 없는 사랑의 상처(emotional wounds)와 관계의 종료가 가져올 감정적 취약성(emotional vulnerability)에 대한 방어의 전략으로 썸을 의미화한다는 것이다. 또한 여대생들은 연애 행위를 이질적 정체성을 가진 개인 간의 존중과 평등에 기반한 것으로 인식하기보다, 두 개인 간의 완전한 감정적 일체에 바탕을 둔 낭만적 사랑 관념의 일부로 이해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러한 과정에서 썸의 실천은 연애 상대가 자신과 잘 맞는 사람인지 호환성(compatibility)을 평가하는 시기로 인식되었다. 한편, 이러한 호환성이 보장된 연애 상대를 발견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여대생들은 낭만적 사랑 이데올로기를 일부 협상(negotiation)하며 썸의 기간 자체를 일종의 설렘과 흥분을 제공하는 대안적 연애관계로 인식하고 있었다. 이러한 썸의 목적에 대한 여대생들의 상반된 내러티브는 썸이라는 사회적 행위가 신자유주의시대에 등장한 연애와 친밀성에 대한 합리적 감정관리라는 해석(안혜상, 2017)을 넘어, 여전히 낭만적 사랑(romantic love) 개념의 일부가 파편적으로 개인들의 관념에 잔존하며 개인들이 이러한 레퍼토리를 선택적으로 활용하고 있음을 보여 준다.
1. 썸의 사회적 구성: 최근에 호명된 사회적 실천
미디어에서 보도되고 있는 청년들의 비연애현상과 달리, 본 연구에 참여한 여대생 절반은 연애에 관심이 있다고 응답하였는데 이들은 비공식적 관계나 일시적 관계보다 감정적으로 지속가능하며 신뢰에 기반한 관계를 선호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들의 응답은 캐쥬얼한 연애(casual dating)나 가벼운 만남(hook-up)이 대학생들 사이에 보편적 관계 맺기 방식이라는 서구의 발견(Bogle, 2008; Hamilton and Armstrong, 2009)과 상이한 모습을 보였다. 연구 참여자 다수는 연애 상대를 발견하기 위해 온라인 데이팅 앱이나 플랫폼을 사용하지 않는다고 하였는데, 이는 온라인 연애시장(online dating market)이 보편화 된 서구의 연애 풍경(Dalessandro, 2018; Illouz, 2013)과 다른 친밀성의 지형을 보여준다. 대신 여대생들은 소개팅을 비롯한 주변의 소개, 그리고 캠퍼스 환경에서의 자연스러운 만남을 선호하였다. 한편, 서구사회의 비공식적이거나 가벼운 연애 방식과 일정 부분 조응하는 관계의 하나로 여대생들은 썸에 대해 소개하였다. 연구 참여자들은 대부분 썸을 시도하거나 실천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하였는데 썸의 기간이 개인에 따라 모두 다름에도 불구하고, 평균 2주에서 1개월, 예외적인 경우 6개월에까지 이를 수 있다고 응답하였다. 최하윤3)은 “저는 썸이라는 기간이 길진 않은 거 같아요. 한 달도 안 되게⋯”라고 대답하였고, 최지현4)의 경우 “음 한 보통은 한달 정도 하는 거 같은 데 또 신중한 애들은 오래 가기도 하더라구요”. 이시연5)의 경우 “빠르면 2주 뭔가 그 진짜 사귀고 싶어서 둘이 만나는 경우에는 2주 정도면 만나는 거 같고요. 아니면은 그냥 진짜 둘 다 사귀고 싶은 마음도 없고 그냥 친구로 지내다가 어느정도 설렘이 있어서 사귄다 그러면 한 달, 두 달 정도 걸리는 거 같아요.” 이진주6)의 경우 “애초에 소개팅, 미팅으로 이성적 관계를 전제 하고 만났으면 2~3주 안에 결판이 나는 경우가 많은 거 같고 100프로는 아니지만... 친구 같은 관계에서 시작했으면 서로 굉장히 애매하니까 넘어가는 시기가. 썸을 굉장히 오래 타게 되는 경우도 있는 거 같고”라고 응답하였고, 주선아7)의 경우, “저는 한달 이내인 거 같아요. 왜냐면 한 달 이상 가면 좀 안 좋게 끝난다 그냥 별로 성과가 안난다 이런 의미도 많아가지고 너무 질질 끄는 느낌이니까⋯”라고 응답하며 대부분의 여대생들이 평균 1개월 이내로 썸의 시간을 가진다고 응답하였다.
하지만 주선아의 응답에서도 알 수 있듯 대부분의 여대생들은 썸이 지나치게 길어질 경우, 양자간에 감정적 불안(emotional anxiety)이 초래될 수 있다고 응답하였다. 예컨대 썸 기간이 한 달을 넘어가면 감정적으로 피곤해지는 경우가 많다라는 응답이 주를 차지하였다. 연구 참여자들에 따르면 썸은 애초에 남녀 간 이성적 관계 발전을 전제하고 있기 때문에, 연애관계로의 진입을 공식적으로 공표하지 않는 이상, 소위 어장관리(fishing)로 간주 될 수 있다. 또한 썸을 실천하는 방식으로 대부분 학생들은 번호를 알아내 연락을 하고 식사를 하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예컨대 정세윤8)은 “번호를 따서 한 명이 일방적으로 연락을 한다든지 식사를 한다든지 하는 식으로..”라고 응답하였고, 최하윤의 경우 “실제 연락하고 데이트를 하는 게 썸인 것 같아요”라고 말하였으며, 김하나9)의 경우 “카톡이나 이런걸로 연락하고”라고 응답하여 카카오톡과 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와 온라인플랫폼의 등장이 썸의 실천에 중요한 물적조건으로 나타났다(안혜상, 2017).
썸의 실천과 관행을 논의하며, 많은 참여자들은 썸의 실천이 행위론적으로 새로운 것은 아니며 과거에 존재해 왔던 행위가 최근에 호명(labeling)된 것이라는 데에 동의하였다. 다시 말해, 썸은 일종의 유행처럼 청년들 사이에 인기를 얻어 붙여진 이름으로, 진지한 연애 관계에 진입하기 전 상대를 알아가는 자연스러운 이행기는 과거에도 존재하였다는 것이다. 예컨대 박현아10)는 “그게 옛날에도 그런 게 있었을텐데, 사귀기 전에. 요즘 들어서 썸이란 단어가 생긴지는 좀 됐지만 옛날에 비해서 그 단계를 강조하는 것 같아요”라고 언급하였다. 인터뷰 참여자 중 한 명 또한 아래와 같이 응답하였다.
좀 이게 세대를 구분하는 말이 될 순 있는데 옛날 어른들은 좀 좋으면 사귀어야겠다 이 생각을 좀 빨리한 것 같은데 요즈음은 썸이라는 단어를 거치면서 좀 더 검증을 하려고 하는 거 같아요(박현아).
이러한 응답에서 알 수 있듯, 최근 대학생들은 구애(courtship)의 관행이 변화되었다는 데 동의하였다. 가장 크게 담지 되는 변화는 이들이 파악하려는 연애 상대의 수와 파악하는데 소요되는 시간이다. 신뢰를 바탕으로 관계를 형성하는데 대학생들은 과거보다 훨씬 더 오랜 시간이 걸리며 그 과정이 복잡하다고 보았다. 여대생들은 썸의 관행을 1970-1980년대의 관행과 비교하며 전체적으로 연애 상대의 선택이 더욱 신중하고 세심해졌음을 이야기하였다. 한 사람을 급히 선택함으로써 헌신적이고 독점적인 관계를 맺기보다, 시간관리, 재정 습관, 취미, 가치관, 그리고 의사소통 기술 등 다양한 기준을 들어 연애상대를 평가한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청년 대학생들이 독점적인 연애관계를 형성하는 데 그 과정이 복잡해진 것은 온라인 연애시장의 확산(Illouz, 2013)과 관련되어 있다는 것이 지배적인 설명이었다. 하지만 한국 여대생들의 서사는 청년들이 독점적 연애관계를 형성하기까지 조금 더 복잡한 요소가 작동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한편 썸에 대한 여대생들의 서사는 낭만적 사랑개념이 어느 정도 잔존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 예로 대학생들은 남녀 간 만남을 친구 관계나 인간 간 자연스러운 만남으로 인식하기보다, 낭만적 연애 관계나 그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인식하는 이분법적 태도를 보이고 있었다. 예를 들어, 이영경11)은 “한국 사회가 너무 이성애 중심주의여서 더 연애를 강조하는 사회인 것 같아요. 솔직히 여자 둘이 손잡고 다니거나 남자 둘이 그렇게 다니면 의심 안 하잖아요. 여자끼리는 팔짱끼거나 손잡고 다녀도 아 쟤네 사귀는구나 이런 생각 절대 안 하는데, 여자랑 남자랑 밥만 몇 번 먹으면 ‘어 쟤네 썸타나’ 이런 소문이 학교에 다 나니까. 저도 남자인 이성친구가 오해한 적이 있었어요”라고 응답하였다. 또한 신주연12)은 “썸이라는 과정이 인간과 인간이 가까워지는 관계에 굉장히 자연스러운 것인데도 여기에도 연애각본이 많이 작용하고 있다 그 정도의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여기에 다른 이성과의 만남이 암묵적으로 금기시된다거나...썸으로 만날 때에는 친구 관계가 아닌 이성간으로 이해된다거나...”라고 응답하며 남녀 간의 만남을 인간 간 관계라기보다 이성애적 관계로 규정하는 문화적 맥락이 작동함을 이야기했다. 영경의 예와 같이, 대학생 남녀가 식사를 하거나 술을 마시는 것, 그리고 연락을 지속하는 것은 잠재적인 연인관계로의 이행기로 인식되고 로맨스의 시작을 알리는 사회적 사건으로 간주된다. 한국에서 흔히 통용되는 관념은 남녀 간에 우정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으로, 남성과 여성은 서로 독점적 연애관계의 잠재적 대상으로 인식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인식은 성적으로 보수적이었던 한국 사회에서 남녀 간 만남을 이성애적 연애관계로만 허용하였던 역사와도 관련되어 있다. 이와 같이 한국사회에 역사적으로 구성되어온 이성애적 낭만적 사랑 개념은 일부 잔존하거나 변형되어 존재할 수도 있고, 이러한 맥락에서 썸이 출현한 것이라고 이해할 수 있다.
2. 서로 잘 맞는 호환 가능한 상대를 찾는 관계
먼저 여대생들의 서사 중 지배적인 것은 썸이 사랑의 상처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시간이라는 것이다. 여대생들은 썸의 기간을 통해 독점적이고 헌신적인 관계가 종료된 후 마주하게 될 감정적 상처를 피하고 청년으로 성취해야 할 생애 과업에 방해가 되지 않는 감정관리를 위해 썸이라는 기간이 필요하다고 논의하였다. 안혜상(2017)에 따르면 신자유주의시대 청년들의 감정관리는 연애라는 행위에까지 적용될 수 있다. 대학생들은 감정적 손상을 피하고 자신의 감정적 에너지를 보호하는 것이 청년의 성인기 이행에 중요한 조건이라는 것을 인지하고 있었다. 이러한 맥락에서 연애는 조심스럽게 접근해야하는 것으로 의미화된다. 이는 한국 사회에서 연애가 상당한 감정적, 시간적, 재정적 투자를 필요로 하는 배경과도 관련되어 있다. 한국 대학생들에게 연애는 레스토랑을 방문하고, 선물을 교환하고, 다른 자원을 함께 소비하는 것으로 이해되는데, 이는 일종의 “소비각본(consumption script)”을 따를 때 이루어짐을 의미한다(오세일, 박태진, 2016). 인터뷰 참여자인 강해리는 썸의 목적이 연애가 종료 후 경험하게 될 감정적 비용(emotional cost)을 사전에 평가하기 위한 기간이라고 설명했다. 진영 또한 다음과 같은 설명을 이어나갔다.
저는 사귄 그런 관계가 확정이 되면 어쨌든 둘 사이에 무언에 약속 같은 게 생긴 거 잖아요. 근데 거기서 상처를 주면은, 저는 그게 훨씬 더 크다고 생각해서. 그 전에 뭔가 맞는지도 알아보고 이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도 알아야 내가 과연 만났을 때 과연 어떤 관계를 기대할 수 있을까. 좀 생각을. 할 수 있는 시간이 있으니까요.. 상처도 있고.. 그거는 감정적인 거, 실망감. 왜냐면, 잘 알지 못하기 때문에 기대하는 것들이 생기는데, 그 기대감을 충족시키지 못했을 때 실망감이 더 크고 근데 이미 관계가 형성된 뒤에는 그걸 막 되돌리거나 하는 게 쉽지 않잖아요.(김진영13))
진영의 설명에서 알 수 있듯 불확실하고 모호한 썸의 단계는 개인이 잠재적인 상처를 예방하며 상대를 지켜보기 위한 기간임을 알 수 있다. 이와 마찬가지로 많은 젊은 여대생들은 연인 관계 이후에 경험할 감정적 고통을 예상하고 연애의 상처가 가져올 도미노효과에 대해 우려하였다. 많은 여대생들은 이별 후 감정적 손상으로 인해 자아의 해체와 일상생활의 붕괴를 경험했던 일화를 소개하였고, 일상적 대학생활로서 학업, 과제, 또는 다른 개인적 문제에 집중하기 어려워졌던 경험을 언급하였다. 이러한 경험은 다양한 성인기 이행을 모색하고 성취해야만 하는 대학생들에게 연애에 대해 조심스러운 접근을 하게 만든다. 여대생들은 연애가 많은 감정소모와 자기 변화를 요하는 것으로 자기계발하는 시간과 배치되는 것으로 이해하였다. 최지현은 “제가 연애를 했을 때 얼마만큼의 감정을 들이고 힘들어할지 아니까... 더 조심하게 되는 거 같아요. 내가 좀 뭔가 그런 거에 대해서 리스크가 더 있는 때에는 되도록 안 하려고 하고...”라고 응답하였으며, 이시연은 “보통 자기계발하는 시간이 있잖아요. 책 읽거나 운동을 하거나 이런...자기 진로에 대해서 찾아보거나 이런 시간이 (연애를 하면) 많이 부족했고..”, 김태주14)의 경우 “(연애를 하면) 경제적 비용도 분명히 있고 식단도 연애를 하면 굉장히 많이 바꿔야 하고, 저는 연락같은 거 좀 귀찮아하는 편인데...연애를 한다고 하면은 무슨 진짜 자는 시간까지 ‘나 잔다’라고 말을 하고 자야 되고”라고 응답하며 연애가 가져오는 감정소모와 그것과 맞바꾸어야 하는 자기관리 및 일상의 소중함을 논의하였다. 끊임없이 자기계발을 하며 커리어의 불안정성을 감소시켜 나가야하는 청년들에게 연애는 부차적인 것, 리스크 관리의 대상으로 간주되고(안혜상, 2017), 썸은 만에 하나 마주하게 될 부정적 감정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는 장치로 여겨졌다. 다시 말해 썸은 낭만적 사랑을 추구하지만 역설적으로 이것이 가져올 고통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한 기제인 것이다.
감정을 보호하는 것의 중요성에 대해 또 다른 참여자는 아이돌의 사례를 들어 설명하였다. 예컨대, 박준하15)는 “저는 연애를 안 하는 친구들이 주변에 많은 데 그런 친구들 보면 저처럼 다 아이돌을 좋아하거든요. 그럼 공통적으로 나오는 말이 연애할 필요가 없다 이런 말들 좀 하거든요. 연애를 했을 때 제가 감수해야 하는 위험이 있잖아요. 저는 그게 관계 맺는 거에 대한 그런 뭐라 해야 하지 약간 연애를 하게 되면 어찌되었든 헤어지면 관계를 끊게 되는 거 잖아요. 그래서 저는 사귀었을 때 깊게 좋아하고 헤어지고 나서 그 관계를 끊는 와중에 힘든 게 있었어 가지고. 근데 아이돌은 그냥 내가 좋아하다가 말아버리면 되는 거 잖아요...”아이돌을 좋아하는 것은 관계를 끊을 일이 없는 것이기에 상처를 입거나 입힐 가능성이 없고 따라서 서로 간에 소위 ‘타격감’이 적다는 것이다. 연애의 결과가 어떻게 끝나든, 사귀는 동안 만큼은 상대는 적어도 자신의 편이고, 그것의 부재는 일상의 변화에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게 된다. 여대생들은 이별 후 대상 부재가 자신의 일상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인지하면서 쉬운 이별을 방지할 수 있는 버퍼 단계로 썸의 기간을 이해한다. 준하가 “애정이 주는 긍정적인 큰 힘이 있고 이를 주고받지만, 이별 후 힘에 부치는 많은 일들이 다가왔다”라고 말했던 것처럼, 관계의 단절은 개인에게 낯설고 힘든 감정의 연속을 안겨준다. 연인 관계에서 애정을 나눈다는 것은 정체성을 발견하고 강화하는데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지만 동시에 급작스러운 종료는 자신을 취약하게 만들 가능성 또한 존재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감정적 상처와 취약성에 대한 서사는 이전 연구들과 일부 일치하면서도 차별점을 갖고 있다. Illouz(2013)는 온라인 연애 시장의 등장과 이로 인한 연애 후보자의 범람이 감정적 상처(emotional wounds)를 가져온다고 보았다. 하지만 본 연구의 참여자들은 연애 후보자의 범람과 연애 쇼핑화로 인한 상처 보다, 신뢰와 독점에 기반한 낭만적 사랑의 해체가 가져올 부정적 결과를 걱정하며 감정적 서사를 펼친다. 즉, 자기노출로 인한 피로감과 연애 종료 후의 고통이 가져올 결과를 예측하고(안혜상, 2017), 이로 인한 신자유주의적 자기 관리 주체의 불가능성을 회피하기 위해 썸을 선택하는 것이다. 썸은 연애에서 요구되는 감정부담, 즉 상대에게 자신의 모든 것을 노출시켜 공유해야한다는 피로감과 헤어질 경우의 감정소모를 처음부터 피할 수 있는 선택지이다(안혜상, 2017). 생존주의적 감정을 가진 한국 대학생들(김홍중, 2015) 에게 연애 감정은 이점과 단점을 동시에 가져다줄 수 있는 것으로 이는 감정을 상품이자 투자의 개념으로 접근하게 된 신자유주의 맥락과 연관되어 있다(안혜상, 2017). 취업 자체가 어려워졌지만, 취업 이후의 불안감이 지속되고, 전통적 의미의 성인기 이정표인 고등교육, 취업, 결혼, 출산이라는 생애 기획이 어려워진 시기에 청년들은 사랑이 사치스러운 목표라고 여긴다. 이와같이 불확실성으로 특징지어지는 신자유주의 체제 속에서 신뢰와 독점에 기반한 낭만적 연애는 사치스러운 목표이며, 썸은 불확실성을 헤쳐나가는 대학생들에게 현실적 접근이라고 여겨진다.
썸의 또 다른 목적은 자신과 잘 맞는 상대를 찾을 수 있는 기간으로 기능한다는 점이다. 즉, 상대와 취향, 성격 등 다양한 요소를 비교하고 잘 맞는지 확인하는 호환성(compatibility)점검의 기간이 된다. 한 참여자인 서민지16)는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소개하였다.
조금 연애할 때도 사람마다 가치관이 진짜 다른 거 같긴 한데 저는 확실할 때 연애를 하는 걸 좋아해서 사람 간 마음이 있는 게 확실하고 좀 그러니까 약간 연애라는 것도 그냥 둘이 계속 만나는 게 아니라 희생하고 그런 부분이 많다보니까 최소한 그런 준비가 됐는지 보는 것 같아요.⋯ 특히 맞춰가야 되는 부분이 너무 많다보니까 그런 부분이 있었던 거 같아요. 제가 맞춘 거는 음⋯ 저는 예를 들어 밥 뭐 그 사람이 어떤 밥을 좋아하면 반주를 하는 걸 좋아하면 저도 그걸 맞췄던 거 같고 대화하는 방식에서 사소한 걸 많이 맞추게 되는 거 같아요. 사실 여자애들이 맞추는 거는 좀 제 생각일 수 있는데 좀 세심한 걸 많이 맞추다 보니까 알아채기 힘든 게 많지 않나하는 생각이⋯(서민지)
민지의 사례와 같이 여대생들은 서로의 소통 방식, 식습관, 시간 관리 등에 견해의 차이가 있었던 경험을 들으며, 상대의 기준에 따라 자신을 바꾸는 것을 일종의 “희생”으로 보았다. 이러한 희생을 피하기 위해, 그리고 이로 인한 연애의 실패를 최소화하기 위해 여대생들은 상대방과 취향을 맞추어 보고 이를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보았다. 민지와 비슷하게, 이영경은 “너무 급하게 사귀면...결국 연인 관계도 하나의 감정을 교류하고 추억을 쌓는 건데 나랑 맞는지 안 맞는지도 모르는 상태에서...상처랑 경험보다는 시간을 잘못 썼다는 생각이 크게 들 것 같아서요⋯”라고 하였고, 김진영은 “저는 사귀는 관계는... 둘 사이에 무언의 약속 같은 게 생긴 거 잖아요. 근데 거기서 상처를 주면 저는 그게 훨씬 더(타격감이) 크다고 생각해서. 그 전에 뭔가 맞는지도 알아보고 이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도 알아야 내가 과연 만났을 때 어떤 관계를 기대할 수 있을까 생각해볼 수도 있고..”라고 응답하였다. 진영이 “연인관계는 둘 사이에 거부할 수 없는 약속이 생긴 것”이라고 표현한 것과 같이 여대생들은 낭만적 사랑 개념의 일부로 두 사람의 완전한 감정적 일치와 소통을 강조하는 서사를 펼쳤다(Giddens, 1992). 이는 유사한 취향을 가진 사람들과 더 긴밀하고 완전한 감정적 일치를 이룰 수 있다는 믿음에서 비롯된 것으로, 여대생들은 음식 취향, 소통 방식, 시간 관리, 취미, 정치적 및 종교적 관점 등 다양한 방면에서 서로를‘잘 맞추어야할 필요’를 강하게 인식하고 있었다. 서구에서는 이러한 다양한 정체성과 선호를 가진 개인들의 출현이 합류적 사랑(confluent love)을 가져온다고 여겨졌지만(Giddens, 1992), 한국 사회에서는 다양한 취향과 정체성을 가진 개인들이 서로의 다름을 그 자체로 존중하기보다 이를 ‘맞추어’ 합일에 이룰 필요가 있다는 서사가 나타났다.
여대생들은 각 개인들이 서로 다른 가치관과 정체성을 발전시키기 때문에, 새로운 사람을 만나 그것들을 맞추어 보고 적응하는 과정이 상당한 시간적, 감정적 투자가 필요한 것이라고 보았다. 이러한 것을 바탕으로 볼 때 현재 한국 사회에서는 첫눈에 반함으로서 상대에게 맞추고 적응하려는 전통적 개념의 낭만적 사랑이 점차 의문시되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청년들은 여전히 완전한 감정적 일치를 이루는 것을 바람직한 사랑으로 의미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여전히 낭만적 사랑 관념의 일부가 잔존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청년들의 연애에 대한 연구는 신성하고 순수한 감정을 바탕으로 두 사람만의 소우주를 만드는 것을 절대시하는 청년들의 사랑법을 보여준다(김정영, 이성민, 이소은, 2014). 심리적 연결에 기반해 두 사람 간의 일치를 열망하는 이러한 태도는 이성애적 낭만적 사랑 관념과 잇닿아 있고, 낭만적 사랑 관념이 그 자체로 신화화되어 사회적 구속력을 가지고 있음을 보여준다(Swidler, 2013). 따라서 썸이라는 행위는 여대생들이 낭만적 사랑의 추구와 함께 그것이 성취되지 못할 때 마주하게 될 감정적 취약성을 최소화하기 위해 상대방과의 호환성을 평가하고 점검하는 시기로 이해될 수 있다.
3. 감정적 설렘과 안정을 제공하는 대안적 관계
마지막으로 여대생들은 썸의 목적이 일시적으로 즐거운, 설렘과 스릴을 주는 관계라고 인식했는데 썸의 관계가 그 모호함과 달리 역설적으로 안정감을 제공한다고 보았다. 썸은 여대생들이 적어도 누군가와 소통하고 있으며 친밀감을 형성하고 있다는 것을 사회적으로 공표하는 대안적 형태의 연애(quasi romantic relationship)라는 것이다. 개인 간의 취향과 선호가 다변화되고 신자유주의적 압력이 거세지며 대부분의 청년들은 ‘서로 잘 맞는’ 연애상대를 찾는 일이 어렵다고 느끼고 있었다. 이러한 가운데 여대생들은 장기적이고 독점적인 연애 관계를 시작하려는 동기 자체가 부재하며 대신 썸이 제공하는 흥분, 설렘, 스릴이 존재한다고 이야기하였다. 예를 들어, 최파랑17)은 “썸을 통해서 돌처럼 굳어 있던 내 심장이 움직이는 걸 느꼈다고 할까요. 물론 썸은 아주 잠깐으로 끝났지만... 아직 내가 살아있구나 라는 걸 느꼈어요”라고 이야기하였다. 파랑의 인터뷰 내용은 단기적인 관계 자체가 제공하는 흥분, 스릴, 즐거움의 감정을 높이 평가하는 모습이다. 또 다른 참가자는 다음과 같이 썸의 매력을 소개하였다.
어 저는 썸이 막 싫고, 길고, 짜증나고 그렇다기 보다는 그것만의 매력도 있는 것 같아요. 뭐 불안하다는 그런 점도 있지만, 뭔가 약간 서로 마음을 약간 주고 그런 거니까. 그것만의 매력도 있어서, 그런 거 같아요.(한민경18))
썸의 시간이 청년들에게 불안정함 등 부정적인 감정을 제공할 것이라는 가정과 달리, 본 연구에 참여한 일부 여성들은 썸의 긍정적 기능을 이야기하였다. 이들은 낭만적 사랑의 이상을 포기하지는 않지만, 동시에 이를 협상(negotiation)하는 과정으로서 썸이 대안적 관계를 제공해준다고 인지하고 있었다. 즉, 이들은 썸이 서구 사회의 캐주얼한 연애(casual dating)나 가벼운 만남(hook-up)과 유사한 관행으로 흥분, 모험, 스릴, 즐거움의 감정을 제공한다고 응답하였다. 흥미로운 점은 연애와 같이 상대방에게 완전히 밀착되어 일체의 생활을 보고하고 헌신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썸을 통해 기분을 전환하고 긍정적인 무드를 형성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는 점이다. 진영은 "썸 기간 동안 너무 많은 감정을 표현하고 헌신을 하고 하는 건..좋지 않은 것 같아요... 가볍고 즐거운 관계가 되는 게 좋은 것 같아요”라고 응답하였고, 현서인19)은 “썸은 설렘인 거 같아요. 날 좋아하는지, 그렇다면 그 마음의 크기가 얼마나 되는지 그 어떤 것도 확실하게 알 수 없는 관계에서 썸이... 일단 썸 타기 시작하면 받은 메시지, 이모티콘 하나에서도 숨은 의미를 찾고 보고 그러는 거 같아요”라고 응답하였다. 이러한 응답에서 알 수 있듯, 여대생들은 썸의 짜릿함과 흥분, 설렘 자체가 반드시 부정적인 감정으로 전환된다고 보지 않았다.
일부 학생들은 신뢰와 독점에 기반한 연애가 유지에 많은 비용을 요구하기 때문에 오히려 피로를 가져올 수 있다고 지적하였다. 예를 들어 김진영은 공식적인 연애관계에서 개인들이 상대에게 높은 수준의 감정 투자를 해야하고 그러한 투자가 지속되어야 하기 때문에, 연애는 소위 ‘가성비’가 떨어지는 것이라고 인식하였다. 다른 참여자인 하연정20)도 “연애라는 거는 이제 아무래도 애인으로서 지정이 되잖아요. 남자친구, 여자친구 그렇게 되면 이제 관계 맺어서 뭔가 서로에게 큰 의지를 하는 게 어떻게 보면은 조금 중요시되는 관계인데 반해서 이제 썸이라고 하는 그런 관계는 그런 느낌이 아니다 보니까 이 사람이 맞는지, 내가 이 사람을 정말 좋아하는 지 확신을 할 수 있는 과정이 그 과정이라고 생각을 해요, 저는. 뭔가 의무랑 부담은 없으면서도 상대방에 대해서 알아갈 수 있는 기간인 거잖아요”라고 언급하였다. 즉, 공식적인 연인 관계는 지속적인 소통과 감정적 연결 그리고 일상적인 문제에 대한 공유라는 양자간의 약속이 의미화된 관계이고, 이것의 미충족은 다시 감정적 피로와 상처로 이어지기 쉽다는 것이다. 일상을 공유해야하는 기대감이 만족되지 않을 경우 개인들은 감정적 상처와 피로를 경험한다. 따라서 일부 여대생들은 이러한 헌신적인 관계가 높은 수준의 헌신도를 요구하기 때문에 역설적으로 감정적 피로를 쉽게 가져올 수 있다고 보았다. 기존 연구에 따르면 썸은 사랑과 연애에 대한 전통적 젠더 규범 내에서 상대적으로 불리했던 여성들에게 전략적인 ‘안전장치’로 기능하기도 한다 (양동옥, 김경례, 2017). 즉, 연인 간에 성적인 관계에서 상대적으로 불리한 위치에 놓여있었던 여성들은 썸이 가벼운 친밀감을 주고받거나 성적자기결정권을 주장할 수 있는 울타리와 같다고 인식하고 있었다(양동옥, 김경례, 2017).
이러한 심리적 무게의 차이로 인해 청년들은 썸을 더 손쉬운 것으로 간주하고, 언제든 실현 가능한 것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예를 들어, 해리는 “네 근데 썸이라는 기간과 그 후에 기간은 심적으로도 무게가 다르니까. 뭐 그럴 때는 뭔가 썸일 때는 좀 더 가볍게 생각할 수 있는..거 같아요”라고 응답하였다. 연정 또한 “뭔가 사귀는 기간일 때 보다는 심정적으로 부담이 덜해서 문제를 잘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그게 다른 거 같아요.”라고 응답하였다. 해리와 연정의 응답을 통해서도 알 수 있는 것처럼, 여대생들은 썸의 실천을 더 가벼운 것으로 접근하고, 타인과 짧지만 의미 있는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것으로 보았다. 이러한 이유로 여대생들은 썸의 관행이 역설적으로 현재 누군가와 연결되어 있다는 사회적 표식이며, 이러한 표식 자체가 일정한 안정감을 제공한다고 말하였다. 예컨대 선아는 "[썸의 관행은] 그냥 예전부터 있었던 분위기와 상황들인데 그냥 거기에 말을 붙인 거 같아요. 그냥 그 단계에 대해서도 뭔가 자격을 부여하고 싶어서? 그냥 그런 말을 안 붙이면 남남인데 썸녀, 썸남 이러면 자기 사람처럼 되잖아요.”라고 응답하였다. 썸을 통해 대학생들은 누군가와 연결되어 있고 관계 맺기에 동참하고 있다고 인지하며 안도감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 참여자들은 썸의 또 다른 기능이 일시적으로 즐겁지만 역설적으로 안전한 감정을 제공하는 대안적 관계라고 보았으며, 이는 낭만적 사랑의 성취가 어려운 현실속에서 개인들이 이에 대한 협상(negotiation)으로 썸의 기간을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V. 결 론
본 연구는 한국 여대생들이 썸의 목적에 대해 의미화하는 방식을 연구하였다. 신자유주의적 전환과 낭만적 사랑 개념이 잔존하는 한국사회에서 여대생들은 자신의 목소리로 썸의 목적이 무엇인지를 이야기하였다. 연구결과, 인터뷰 참여자 대다수는 서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캐주얼한 연애(casual dating)나 가벼운 만남(hook-up)(Bogle 2008; Hamilton and Armstrong 2009)보다는 감정적으로 지속가능하고 장기적이며 독점적인 관계에 관심이 있었다. 많은 여대생들은 서구의 청년들과 달리 연애 상대를 찾기 위해 온라인 연애 시장이나 온라인 데이팅 앱(online dating application)에 의존하지 않는다고 언급하였다(Dalessandro, 2018; Illouz, 2013). 온라인 연애시장이 보편화 된 서구와 달리, 본 연구의 결과는 낭만적 사랑개념의 일부가 신화화되어 개인의 마음속에 잔존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그러한 가운데 여대생들이 신자유주의적 맥락에서 새로운 연애 관행을 통해 사랑을 협상해나가는 과정을 보여주었다. Swidler(1986; 2013)에 따르면 개인은 다양한 문화적 프레임을 도구상자(cultural toolkits)삼아 자신의 행위와 실천을 설명하고, 정당화한다. 이러한 기존 연구를 바탕으로 본 연구는 청년 여대생들이 신자유주의적 전환의 불확실성, 자기 정체성과 선호를 중시하는 개인화된 배경, 그리고 낭만적 연애 관념이 잔존하는 상황 속에서 어떻게 썸의 실천을 정당화하고 이해하는지 분석하였다. 연구의 결과 썸은 사회적으로 구성된 현상으로, 썸의 목적을 위해 여대생들은 다양한 서사를 통해 자신의 행위를 설명하고 있었다.
먼저 여대생들은 썸이 연애관계 해체 이후 자신이 경험할 상처를 예방하는 단계로, 이를 위해 자신과 잘 맞는 상대를 찾는 과정이라고 의미화하였다. 대학생들에게 감정적 상처를 피하고 자신을 보존하는 것은 중요하게 여겨졌는데 이는 연애가 대학 교육의 성취, 아르바이트, 봉사활동, 대외활동을 포함한 다양한 경험을 축적하는데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여대생들은 썸의 실천이 잠재적인 연애 상대로서의 적합성을 평가하는 과정으로 음식 취향, 의사소통 방식, 시간 관리, 가치관, 정치적 종교적 신념 등 개인적 취향을 평가하는 시간이라고 보았다. 이러한 호환성은 두 사람이 감정적 합일과 일치라는 낭만적 연애 관계의 성취를 이루는데 필요한 조건이라고 여겨졌다. 한편, 호환성이 보장된 연애상대를 찾는 것은 쉽지 않기 때문에 여대생들은 썸 그 자체를 흥미, 스릴, 즐거움을 누릴 수 있는 대안적 연애관계로 인식하고 있었다. 신자유주의적 전환과 함께 개인적 선호가 다양해지면서, 개인들은 장기적인 관계를 맺는 것이 어렵다고 느끼게 되었고 이러한 맥락 속에서 썸은 그 자체로 어떠한 의미의 안정감을 주는 관계로 인식 되고 있는 것이다.
본 연구는 신자유주의 경제의 불안정성 속에서 연애와 낭만적 관계가 변화하는 모습에 대한 다면적인 접근이 필요함을 시사한다. 이전 연구들은 청년들의 비연애 의향과 썸의 실천이 감정적, 물질적 손실을 최소화하려는 욕구에서 비롯되었다고 분석한다. 특히 점점 더 불안정해지는 신자유주의적 경제 상황 속에서 취업과 같은 삶의 목표를 우선시 할 수 밖에 없는 시대적 전환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안혜상, 2013). 감정적 상처를 최소화하려는 여대생들의 서사는 본 연구의 결과가 이러한 연구결과와 일정 부분 일치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하지만 본 연구의 결과는 여전히 낭만적 사랑 관념의 작동이 대학생들의 사랑을 이해하는데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개인의 정체성과 취향이 다양해진 가운데, 이를 조정하기보다는 일치하는 상대와 연애관계를 시작함으로써 감정적 합일과 낭만적 사랑을 수월하게 성취하려는 선호가 나타나기 때문이다. 한편 신자유주의적 전환과 개인화로 낭만적 사랑의 성취가 불가능해지는 순간 여대생들은 썸 그 자체를 의미있는 대안관계로 인식하며 다양한 의미의 사랑을 선택하고 낭만적 사랑을 협상하고자 하는 모습을 보였다.
썸에 관한 기존 연구들은 그것이 장기적 신뢰에 기반한 연인관계로 규정하기 어려운 모호함, 불확실성을 가진다고 논의하며 그것이 서로에 대한 책임감과 장기적 관계성을 탈각한 유동적 관계라고 분석한다(김정영, 이정민, 이소은, 2014; 박소정, 2016; 양난미, 이선민, 문희운, 2020; 안혜상, 2017; 이정규, 2019; 최성호, 2020). 하지만 이러한 기존 연구들은 썸의 모호함과 애매함, 가변성에 주목함으로써 썸 그 자체가 낭만적 사랑과 결별한 것으로 특징짓고, 그안에 내재 된 낭만적 사랑 관념을 포착하지 못하는 한계를 도정하고 있다. Swidler(2013)가 그의 책에서 낭만적 사랑 관념이 미디어를 통해 재생산되고 낭만적 사랑 내러티브가 개인들에게 남아있는 것을 보여준 것처럼, 사랑 관념은 실제로 복잡한 지형을 이루며 혼종적으로 존재한다. 따라서 썸과 같은 새로운 친밀성의 실천 방식이 하나의 관념이나 이데올로기로의 단선적 전환을 의미하지는 않으며, 썸이라는 실천을 통해 전통적, 낭만적 사랑 관념이 어떻게 협상되며 일부 잔존하는지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 후속연구로는 랜선연애, 동거 등과 같은 현상에 주목하며 그것이 전통적 관념을 얼마나 반영하고 어떠한 협상의 전략이 동원되는지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최근 청년세대는 저성장시대의 일자리 감소, 청년 실업률 증가, 주택가격 상승이라는 구조적 조건 속에서 과거와 같이 가족구성을 필수적이거나 성인됨의 이정표로 인식하지 않게 되었다. 담론적인 차원에서, 청년 남성과 여성들은 결혼이 필수가 아닌 선택이라고 여기며, 자녀 출산과 양육은 자기실현에 절대적 요소가 아닌 것으로 간주한다. 하지만 썸을 비롯한 연애와 친밀성의 추구는 하나의 사회적 관계맺기와 상호작용의 실천이라고 볼 수 있으며 개인에게 의미있는 생애 사건(life event)으로 타인과 소통하는 관계 형성의 하나라고 볼 수 있다. 이는 현대의 불안과 불확실성 속에서 자신의 정체성과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는 장치로 기능할 수도 있다. 신자유주의적 경쟁과 피로감이 높아진 현대인들에게 친밀성을 제공하는 연인과 자신에게 의미를 제공하는 타인은 역설적으로 더욱 중요해질 수 있으나, 본 연구의 결과는 이것의 실현이 현실적으로 녹록지 않음을 보여준다. 본 연구의 결과는 청년세대, 특히 여대생, 의 시각을 바탕으로 썸의 의미와 목적이 무엇인지 조망하였으며 이는 한국사회가 다양한 관계 맺기와 공동체의 확장을 위해 필요한 조건이 무엇인지 살펴보는 기회를 제공한다.
마지막으로, 본 연구는 몇 가지의 한계점을 가진다. 본 연구는 대학생을 그 표본으로 선정함으로써 전문대학 졸업생 및 고등학교 졸업생을 포함한 다양한 여성들의 연애 및 사랑에 대한 태도와 실천을 포착하지 못하였다. 다양한 배경을 가진 여성들의 연애, 성관계, 동거, 그리고 결혼에 대한 인식과 실천을 살펴보는 것은 낭만적 사랑개념의 변동과 신자유주의적 전환의 영향력, 그리고 개인화의 정도를 파악하는데 중요한 근거를 제공할 것으로 생각된다. 또한, 본 연구는 여대생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로 남성 대학생들은 또 다른 맥락에서 연애와 썸의 의미를 구성할 것이라 생각된다. 추후 남성집단에 대한 연구를 통해 썸에 대한 서사가 남성과 여성 간에, 그리고 다양한 교육, 계층, 지역 집단 간에 어떠한 유사성과 차이를 바탕으로 이루어지는지 비교해 보는 것도 의미 있는 작업이 될 것이라 생각된다.
Acknowledgments
이 연구는 2022학년도 경희대학교 연구비 지원에 의한 결과임. (KHU-20220709)
Not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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