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의 또래관계스트레스와 비자살적자해의 관계: 적응적 인지적 정서조절에 의해 조절된 자기비난의 매개효과
초록
본 연구에서는 또래관계스트레스가 자기비난을 통하여 비자살적자해에 이르는 매개효과를 적응적 인지적 정서조절이 조절할 것이라 가정하고, 조절된 매개효과 모형을 검증하고자 하였다. 이를 위해 B지역 6개 중고등학교 청소년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실시하였고, 한 번 이상 비자살적자해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288명의 자료를 가지고 SPSS와 Process macro를 활용하여 기초통계 및 조절된 매개효과 분석을 실행하였다. 주요 결과는 다음과 같다. 첫째, 변수 간 상관분석 결과 또래관계스트레스는 자기비난과 비자살적자해와는 유의한 정적상관을, 적응적 인지적정서조절과는 유의한 부적상관을 나타냈다. 둘째, 또래관계스트레스와 비자살적자해 간의 관계에 대한 자기비난의 매개효과는 유의하였으며, 자기비난은 이들의 관계를 완전매개 하였다. 셋째, 자기비난과 비자살적자해 간의 관계에서 나타낸 적응적 인지적 정서조절의 조절효과는 유의하였다. 넷째, 또래관계스트레스가 자기비난을 통해 비자살적자해에 이르는 매개효과는 적응적 인지적 정서조절의 수준에 따라 유의한 차이를 보였다. 즉 조절된 매개모형은 유의한 것으로 검증되었다. 이상의 결과를 바탕으로 비자살적자해 예방을 위한 상담개입의 함의를 논하였다.
Abstract
This study investigated whether self-criticism mediates the relationship between peer relationship stress and non-suicidal self-injury(NSSI), and examined the moderated mediation model of adaptive cognitive emotional regulation. For this, online survey was conducted on adolescents, and the data of 288 adolescents who responded that they had at least one non-suicidal self-injury experience were analyzed. The results were as follows. First, as a result of correlation analysis between variables, peer relationship stress showed a significant positive correlation with self-criticism and non-suicidal self-injury, and a significant negative correlation with adaptive cognitive emotional regulation. Second, the mediating effect of self-criticism on the relationship between peer relationship stress and non-suicidal self-injury was noted, and self-criticism completely mediated their relationship. Third, the moderating effect of adaptive cognitive emotional regulation in the relationship between self-criticism and non-suicidal self-injury was significant. Fourth, the mediating effect of peer relationship stress on non-suicidal self-injury through self-criticism showed a significant difference depending on the level of adaptive cognitive emotional regulation. In other words, the moderated mediating model was verified to be significant. Based on the above results, the implications of counseling interventions to prevent non-suicidal self-injury were discussed.
Keywords:
peer relationship stress, non-suicidal self-injury, self-criticism, cognitive emotional regulation, moderated mediating model키워드:
또래관계 스트레스, 비자살적 자해, 인지적 정서조절, 청소년, 조절된 매개효과Ⅰ. 서 론
청소년의 비자살적 자해는 최근 SNS(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를 타고 유행처럼 번지면서 사회적으로도 심각한 문제로 부상하고 있다. 친구들끼리 나눈 자해경험 이야기나 실제 자해하는 장면들이 SNS에 올라오기도 하고, ‘자해계’, ‘자해러’, ‘패션자해’ 등과 같은 신조어도 생겨나는 등 청소년의 자해 노출이 우려스러운 수준이며, 이뿐만 아니라 자해흔적 공유가 또 다른 청소년의 문화로 인식된다는 점은 문제의 심각성을 더한다 하겠다(365매거진, 2023. 06. 08.; Patchin & Hinduja, 2017).
비자살적 자해(Non-suicidal Self-Injury; NSSI)는 죽고자 하는 의도가 반드시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일부러 자신의 신체를 훼손하는 행위로, 이러한 행동이 의도적이고 반복적이라는 점에서 특정 기능을 갖는다(Bresin & Gordon, 2013). 비자살적 자해를 하는 이들은 자신의 신체를 칼로 베거나 불로 지지기, 때리거나 찌르기, 또는 머리 뜯기나 찧기 등의 다양한 방법을 사용한다(Klonsky, 2007; Nock, 2010). 특정 기능을 위해 일부러 자해를 하고, 그 일을 타인과 공유하는 현상은 특히 청소년에게서 높게 나타나며, 남자 청소년에 비해 여자 청소년의 비율이 높다(서미, 김은하, 이태영, 김지혜, 2018; 임수진, 최희빈, 2020; Swannell, 2014). 최근 보건복지부와 통계청의 조사에 의하면 청소년의 자해는 2017년에 비해 2021년에 2배 이상 급증하였으며, 급기야 자해로 인해 사망한 아동·청소년의 수는 2017년 255명에서 2021년 339명으로 56.5% 증가하였다(문화일보, 2023.05.10.). 비록 죽으려고 그렇게 한 것은 아니라도, 비자살적 자해가 자살을 예측하는 강력한 요인임을 고려할 때(Klonsky, May, & Glenn, 2013; Klonsky & Muehlenkamp, 2007), 청소년의 비자살적 자해는 절대 쉽게 보아 넘길 수 없으며, 관련 분야에 있는 많은 이들이 관심을 가져야 할 문제이다.
그렇다면 비자살적 자해의 특정 기능은 무엇인가? 왜 청소년들은 스스로를 아프게 하는 것일까? 안타깝게도 스트레스로 인해 유발되는 부정적인 정서를 해결하고 긴장을 완화하기 위한 방법으로, 그리고 자신의 고통을 알리거나 줄이기 위한 방법으로 ‘자해’를 선택하는 것으로 이해된다(성나경, 강이영, 2016; Walsh, 2012). 비자살적 자해를 설명하는 여러 이론적 모델에서도 비자살적 자해의 기제에서 갖는 정서의 역할을 강조한다(Slabbert, Hasking, & Boyes., 2018). 특히 4가지 기능모델에 따르면, 비자살적 자해는 정서조절의 기능을 갖는다(Nock & Prinstein, 2004). 이 연구자들은 비자살적 자해의 부적강화 기능을 주장하는데, 예컨대 스트레스가 유발하는 부정적 정서를 경험할 때 자해를 시도함으로써 생리적 변화가 일어나고, 그 과정에서 잠시나마 고통스러운 정서경험으로부터 주의가 전환되어 부적강화가 일어난다는 것이다. 또한 고통스럽고 혐오스러운 방법으로 자기 신체를 처벌하는 것과 같은 행동을 함으로써 부정적 정서를 회피하는 이득이 있다고 본다. 즉 청소년들이 스트레스와 부정정서를 조절하거나 회피하기 위한 전략의 하나로 비자살적 자해를 선택한다고 이해할 수 있겠다.
청소년 시기가 되어 증가하는 스트레스 요인의 하나로 그들의 또래관계가 주목을 받고 있다(위휘, 2005; 정의롬, 2015; 진혜민, 배성우, 2016). 청소년기가 되면 부모의 잔소리보다 또래의 평가와 또래 집단에 대한 소속감이 매우 중요해진다. 그렇기 때문에 또래의 부정적 평가나 험담, 이질적 느낌을 갖는 것, 집단으로부터의 따돌림과 소외 등은 어떻게 해서든 피하고 싶은 일이며, 그래서 이 시기 또래관계 문제는 학업, 행동, 정신건강 등 여러 부적응의 위험요인으로 평가된다(이경아, 이정윤, 양현정, 2005; 이난, 2011). 나아가 더 심각한 것은 이와 같은 사건으로 인해 유발되는 부정적 감정은 죽고 싶은 충동을 일으키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는 것이다(정의롬, 2015; 최원석, 강순화, 백승아, 2020).
청소년의 또래관계 스트레스는 비자살적자해의 위험요인으로 밝혀졌다. 스트레스에 직면하여 청소년이 도움을 요청했으나 그 방식이 서툴러 주변에서 알아차리지 못했거나, 마땅히 감정을 털어 놓고 도움을 청할 곳이 없어 자신의 상처와 아픔에 대한 수용 또는 공감을 얻지 못했다면, 그래서 부정적인 감정을 조절하지 못한다면 이는 자해 행동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김수진, 2017; Nock & Prinstein, 2004). 자해는 스트레스나 부정정서 같은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을 적절하게 대처하는 방법을 알지 못하고 이를 이겨나갈 힘이 부족하기 때문에, 통제할 수 있는 단 하나 자신의 신체를 훼손함으로써 심리적 고통으로부터 잠시나마 벗어나려는 병리적인 현상이다(Klonsky, 2007). 또래관계에 문제가 발생할 경우, 청소년은 정서적으로 불안정하고, 극심한 고통을 경험할 가능성이 일반인보다 높아 비자살적 자해의 충동을 강하게 느낄 수 있다(De Leo & Heller, 2004). 한 종단연구에서도 청소년의 또래관계 문제에서 오는 스트레스는 비자살적 자해를 촉발하는 것으로 드러났다(Hilt, Nock, Lloyd-Richardson, Prinstein, 2008). 한국 청소년을 대상으로 자해행동에 대한 원인을 조사한 결과에서 ‘스트레스’와 ‘부정정서’, ‘감정억제’가 비자살적 자해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나타났다(서미 등, 2018). 또한 박상미와 김정민(2021)이 청소년의 또래괴롭힘 피해경험과 감정표현불능증이 비자살적자해에 직간접적 영향을 미침을 확인하였다. 이렇듯 또래관계 스트레스는 비자살적자해의 위험요인이라 할 수 있다.
여기서 청소년은 왜 스트레스로 인한 부정정서를 조절하기 위해 자해와 같은 극단적인 방법을 택하는가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개인은 부정정서를 다루는 적응적인 조절방략이 빈약한 경우 정서조절전략으로 비자살적자해 행동을 선택하는데(Nock & Prinstein, 2004), 이때 자기비난과 같은 부적응적인 인지가 간접적으로 역할을 한다는 주장이 있다(김용희, 2020; 김재희, 서경현, 2021; 최우경, 김진숙, 2012). 자기비난은 개인의 부적절감이나 부정정서 경험에 대해 자기비판(self-criticising)과 자기공격(self-attacking)의 두 형태로 나타나는 부적응적 인지과정이며, 자기교정과 자기처벌의 기능을 갖는 것으로 개념화된다(Gilbert, Clarke, Hempel, Miles, & Irons, 2004). Gilbert 등(2004)은 자신의 실수와 실패, 부족함이나 부적절감에 대해 좌절하고 열등감을 갖는 것을 자기비판으로, 자기혐오와 분노를 느끼며 자신에게 고통이나 상처를 주고자 하는 마음을 갖는 것을 자기공격으로 설명하였다. 본 연구에서는 자기비판과 자기공격 모두를 자기비난의 형태로 본 Gilbert 등(2004)의 주장에 근거하여 이 두 개념을 사용하여 자기비난을 측정하였다.
Saldias와 동료들(2013)은 아동기 부모의 부적절한 양육태도에 의해 강화된 자기비난 전략이 자해를 예측하는 요인이라 하였다. 청소년의 경우 자기혐오감과 함께 밀려드는 부적절한 감정을 언어로 표현하기 어려워하며 자기처벌의 일환으로 자해를 한다는 주장 또한 있다(Zila & Kiselica, 2001). 또한 아동기 학대경험과 같은 심각한 외상스트레스나 자기체계손상은 자기비난을 매개로 자해 위험을 증가시키며, 자기비난을 많이 할수록 거칠게 자신을 처벌하려고 한다(권문희, 신효정, 2021; 김수진, 2017; 김재희, 서경현, 2021; Fliege, Lee, Grimm, & Klapp, 2009; Glassman, Weierich, Hooley, Deliberto, & Nock, 2007; Shahar et al., 2012). 즉 경험되는 부정적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 서툴거나 표현해도 소용없다고 지각하는 경우 스트레스에 대처하기 위해 자기비난과 같은 역기능적 전략을 사용할 가능성이 높은데, 자기비난의 증가는 자해와 같은 극단적 행동의 위험을 높인다 하겠다.
이상에서 살펴보았듯이, 스트레스를 경험할 때 자기비난을 많이 사용하게 되면 자해와 같은 자기 파괴적 행동을 할 가능성이 높다. 이는 부정정서 조절에 실패하거나 정서조절곤란을 겪기 때문인데(Gratz & Roemer, 2004), 달리 보면 스트레스 상황에서 적절한 방식으로 정서를 조절할 수 있는 전략이 중요함을 말해준다. 본 연구에서는 적응적 인지적 정서조절의 완충역할에 초점을 두었다. 여러 선행연구에서 스트레스와 자해의 관계를 적응적 인지적 정서조절이 조절한다는 것을 밝혀왔다(김수진, 2017; 성나경, 강이영, 2016; 최우경, 김진숙, 2012; Qian et al., 2022). 실증적으로도 적응적 인지적 정서조절은 많은 위험요인으로부터 개인을 보호하는 기능을 한다(김민아, 권경인, 2008; 박애실, 2016). 특히 박애실(2016)은 외상 후 일어나는 반추가 외상 후 성장에 미치는 매개효과를 적응적 인지적 정서조절이 조절함을 밝혔다. 하지만 적응적 인지적 정서조절이 자기비난의 영향을 완충하는 중재역할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스트레스를 강하게 지각할수록 자기비난, 반추와 파국화, 분노폭발 등의 부적응적 정서조절방략이 자주 보고되기도 하지만(송지원, 김현수, 2015; 이지영, 2009), 한편으로는 불쾌한 감정을 표현하거나 공감이나 위로를 구하는 방략, 긍정적 재평가나 문제해결 전략과 같은 적응적 인지적 전략의 사용이 보고되기도 하였다(성나경, 강이영, 2016; 최우경, 김진숙, 2012). 또한 부적응적 인지적 정서조절과 적응적 인지적 정서조절은 상호 독립적으로 작동한다(이지영, 2009; Garnefski, Kraaij, & Spinhoven, 2001). 따라서 스트레스가 자기비난을 통해 비자살적자해에 영향을 미칠 때, 적응적 인지적 정서조절이 부적응적 인지와는 별개로 보호기능을 할 것으로 예상할 수 있겠다.
종합하면, 청소년의 또래관계 스트레스는 자기비난을 증가시키고, 증가된 자기비난은 비자살적 자해로 이어질 위험이 높다. 그리고 적응적 인지적 정서조절의 수준은 자기비난이 비자살적 자해에 미치는 영향력을 완충할 것으로 예측할 수 있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그림 1>과 같이 조절된 매개효과 모형을 연구모형으로 , 자기비난의 매개효과, 적응적 인지적 정서조절의 조절효과, 그리고 매개효과와 조절효과를 한 모형에서 검증하는 조절된 매개효과를 순차대로 알아보고자 한다. 본 연구는 적응적 인지적 정서조절전략의 수준에 따라 자기비난이 비자살적 자해에 미치는 영향이 다름을 확인함으로써, 임상 장면의 내담자들과 상담자들에게 비자살적 자해 예방을 위한 개입의 함의를 제공할 것이다.
Ⅱ. 연구방법
1. 연구대상
본 연구에서는 B지역 소재 6개 중고등학교(3개 중학교, 3개 고등학교) 재학생을 대상으로 표집을 하였다. 먼저 본 연구자가 각 학교의 상담교사에게 도움을 요청하였으며, 상담교사와 담임교사의 협력아래 교실을 방문하여 연구의 취지와 목적, 수집되는 정보와 정보의 활용, 자료의 폐기, 설문조사 참여에 대한 동의와 온라인 설문지 수령 방법 등을 안내하는 안내문을 나눠주었다. 그리고 나눠준 안내문에 대해 재설명을 하였으며, 각자의 휴대폰 번호를 기재하고(동의하지 않는 경우 거짓 번호 기재 가능함도 알림) 동의 또는 미동의를 체크하게 하여 일괄 수거하였다. 이는 누가 동의 또는 미동의를 하였는지 인지하기 어렵게 하려는 취지였다. 다음 수거된 안내지에서 동의 칸에 체크를 한 청소년이 본 연구의 연구대상이 되었다. 이들에게 휴대폰 문자로 온라인 설문 링크를 전달하였으며, 전체 288명이 연구에 참여하였다. 연구대상의 분포를 살펴보면 여학생이 196명(68.1%)이며, 13세 23명(8.0%), 14세 46명(16.8%), 15세 94명(32.6%), 16세 75명(26.0%), 17세 35명(12.2%), 18세 15명(5.2%)으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성별에 따른 비자살적 자해 척도 점수의 평균차이를 알아보기 위해 독립표본 t검정을 실행한 결과 여자 청소년의 점수(M=1.30, SD=.92)와 남자 청소년의 점수(M=1.55, SD=1.22)는 유의한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t=1.92, p>.05). 따라서 여자 청소년과 남자 청소년의 점수를 합산하여 통계분석에 활용하였다. 한편 수거된 안내문 중에서 미동의 칸에 체크한 청소년의 안내문은 수거 후 즉시 폐기하였다.
2. 측정도구
청소년의 또래관계 스트레스를 측정하기 위해 김교헌과 전겸구(1993)가 개발하고 타당화한 청소년용 생활스트레스 척도를 사용하였다. 이 척도는 대인관계 영역 4개 하위척도와 당면과제 4개 하위척도로 구성되어 있으며, 본 연구에서는 청소년의 또래관계 스트레스와 비자살적 자해와의 연구를 실증하고 분석하고자 대인관계 중 또래관계 관련 18문항을 사용하였다. 이 척도는 자기보고식 검사의 3점 리커트(0=전혀 아니다, 2=자주 그렇다) 척도로 김교헌과 전겸구(1993)의 Cronbach ⍺는 .68, 본 연구에서의 Cronbach ⍺는 .89로 나타났다.
청소년의 비자살적자해를 측정하고자 Lloyd, Kelly와 Hope(1997)가 개발, 권혁진과 권석만(2017)이 번역․타당화한 자해기능평가지(The Functional Assessment of Self-Mutilation, FASM)를 사용하였다. 이 척도는 비자살적 자해의 방법과 빈도(11문항), 자해행동과 관련된 통증과 약물복용 등의 사항(6문항), 자해 이유 및 목적(22문항)의 세 영역으로 구성되어 있다. 본 연구에서는 청소년들의 자해행동의 정도를 분석하고자 자해 방법에 따른 빈도를 묻는 11문항을 사용하였다. 각 문항은 7점(0=전혀 없음, 6=6회 이상)으로 평정한다. 점수가 높을수록 비자살적 자해의 빈도가 높음을 의미한다.
자기비난을 측정하기 위해 Gilbert와 동료들(2004)이 개발한 자기비판/자기공격, 자기위안 척도(Form of Self-Criticizing/attacking and self-Reassurance Scale, FSCRS)를 조현주(2011)가 번안 및 타당화한 K-FSCRS 척도를 활용하였다. 이 척도는 자기비판/자기공격과 자기위안의 3요인으로 되어 있다. 본 연구에서는 자신에게 가혹하게 대하는 태도를 실증하고 분석하고자 하였기에 자기비판과 자기공격의 10문항을 사용하였다. 측정은 5점 Likert(1=전혀 아니다, 5=매우 그렇다)로 평정하도록 되어 있으며, 조현주(2011)의 Chronbach ⍺는 자기비판이 .82, 자기공격이 .66이었으며, 본 연구에서는 자기비판이 .88, 자기공격이 .75로 나타났다.
적응적 인지적 정서조절을 측정하기 위해 Garnefski 등(2001)이 개발한 인지적 정서조절전략질문지(Cognitive Emotion Regulation Questionnaire, CERQ)를 김소희(2008)가 번안 및 수정하여 사용한 것을 사용하였다. 척도는 적응적 인지적 정서조절(조망확대, 계획 다시 생각하기, 긍정적 초점변경, 긍정적 재평가, 수용)을 묻는 20문항과 부적응적 인지적 정서조절(자기비난, 타인비난, 반추, 파국화)을 묻는 16문항으로 구성되어 있다. 본 연구에서는 매개변수와의 다중공선성 문제를 우회하고 보호요인의 완충효과를 분석하고자 적응적 인지적 정서조절의 20문항을 사용하였다. 김소희(2004) 연구에서의 적응적 인지적 정서조절의 Chronbach ⍺는 .85, 본 연구에서는 .87로 나타났다.
3. 자료수집
본 연구를 위한 자료수집은 코로나19 상황으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되는 2023년 4월부터 4주간 이루어졌다. 먼저 연구대상은 사전에 연구 참여에 동의하였지만, 온라인 설문지에서 재차 동의를 확인하였으며, 비자살적 자해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경우에 한해 설문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였다. 본 연구의 계획서는 IRB 심의를 받지 않았으며, 이러한 까닭으로 자료수집에 신중을 기하였다. 본 연구에서는 연구대상으로부터 성별과 연령 외의 정보는 수집하지 않았으며, 특히 민감할 수 있는 가족관계 등의 사회경제학적 정보는 수집하지 않았다. 수집된 자료는 불성실 응답이나 무응답 문항이 확인되지 않아 전체가 분석에 사용되었다.
4. 자료 분석
본 연구의 목적을 위해 먼저, SPSS 통계프로그램을 활용하여 빈도 및 기술통계, 상관분석을 실시하였으며, 여자청소년과 남자청소년의 비자살적자해 경험이 차이를 보이는지 확인하기 위해 독립표본 t검정을 실행하였다. 다음으로 본 연구의 연구모형 검증을 위해 다음의 절차를 실행하였다. 첫째, SPSS Process macro v.4.2의 4번 모델을 적용하여 또래관계 스트레스와 비자살적자해 간의 관계를 자기비난이 매개하는지 확인하였으며, 부트스트래핑 결과를 통해 간접효과의 유의성을 살펴보았다. 둘째, Process macro 1번 모델을 적용하여 자기비난과 비자살적자해 관계에서 적응적 인지적 정서조절의 조절효과를 분석하였고, 조절효과를 시각적으로 분석하기 위해 그래프를 작성하여 제시하였다. 셋째, 자기비난의 매개효과를 적응적 인지적 정서조절이 조절하는지 검증하기 위해 Hayes(2013)가 제안한 Process macro 14번 모델을 활용하여 분석하였다. 조절된 매개효과란 매개변수의 간접효과가 조절변수에 의해 그 크기나 방향이 달라지는 것을 말한다(Hayes, 2013). 조절된 매개효과의 유의성 검증을 위해 조건부 매개효과 크기에 대한 부트스트래핑 결과를 확인하였다.
Ⅲ. 연구결과
1. 주요변인의 기술통계 및 상관관계
본 연구의 주요 변인인 또래관계 스트레스, 자기비난, 비자살적자해, 적응적 인지적 정서조절의 특성을 알아보기 위해 기술통계 분석을, 각 변인 간 관련성을 알아보기 위해 Pearson 상관분석을 실행하였다. 전체 변수에서 왜도의 절댓값이 ‘2’이하이고, 첨도의 절댓값이 ‘8’이하면 정규분포로 가정하므로(이일현, 2015) 모든 변수가 정규성 가정을 충족하는 것으로 판단하였다. 기술통계 및 상관분석 결과는 <표 1>과 같다. 상관분석 결과, 또래관계 스트레스는 자기비난, 비자살적자해와는 유의한 정적 상관을, 적응적 인지적정서조절과는 유의한 부적상관을 나타냈다. 이는 또래관계 스트레스가 높을수록 자기비난과 비자살적자해는 증가하는 반면, 적응적 인지적 정서조절은 감소함을 의미한다. 여기서 자기비난과 비자살적자해가 높은 상관을 보여 Durbin-Watson지수 및 VIF(분산팽창지수)를 확인하였다. 그 결과 Durbin-Watson 지수는 1.8로 2에 가깝게 나타났으며, VIF는 6.08로 나타나 10이하의 점수이므로 분석에는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판단하였다(이일현, 2015).
2. 또래관계 스트레스와 비자살적자해 관계에서 자기비난의 매개효과
또래관계 스트레스와 비자살적자해 간의 관계에서 자기비난의 매개효과 분석을 하였으며, 그 결과는 <표 2>에 제시하였다.
첫 번째 모형에서 독립변수인 또래관계 스트레스가 매개변수 자기비난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본 결과, 모형의 설명력은 4.9%로 나타났고(R2=.049), 연구모형은 적합한 것으로 확인되었다(F=4.867, p<.01). 즉 또래관계 스트레스는 자기비난에 유의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β=.196, p<.01). 두 번째 모형에서는 독립변수인 또래관계 스트레스와 매개변수인 자기비난이 종속변수인 비자살적자해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았다. 그 결과 종속변수인 비자살적자해에 대한 설명력은 82.0%로 나타났고(R2=.820), 모형의 적합도는 유의한 것으로 확인되었다(F=644.121, p<.001). 이때 또래관계 스트레스(β=.027, p>.05)는 비자살적자해에 유의한 영향을 미치지 않으나 매개변수인 자기비난(β=.897, p<.001)은 비자살적자해에 유의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자기비난이 또래관계스트레스와 비자살적자해 관계를 완전매개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음으로 매개변수인 자기비난의 간접효과 유의성 검증을 위해 부트스트래핑 5,000회를 지정하고 95%의 신뢰구간을 설정하여 분석을 실행하였다. <표 3>에 제시된 바와 같이 LLCI값과 ULCI값 ‘0’을 포함하지 않아 매개변수에 의한 간접효과는 유의하였다.
2. 자기비난과 비자살적자해 관계에서 적응적 인지적 정서조절의 조절효과
매개변수인 자기비난과 종속변수인 비자살적자해 간의 관계에서 적응적 인지적 정서조절의 조절효과 분석을 하였으며, 그 결과는 <표 4>에 제시하였다. 모형의 설명력은 85.5%로 나타났고(R2=.855), 연구모형은 적합한 것으로 확인되었다(F=333.274, p<.001). 독립변수인 자기비난(B=1.858, p<.001)과 조절변수인 적응적 인지적 정서조절(B=.868, p<.001)은 비자살적자해에 유의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음으로 상호작용변수인 자기비난×적응적 인지적 정서조절(B=-.343, p<.001)은 비자살적 자해에 유의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나 자기자비와 비자살적자해의 관계에서 적응적 인지적 정서조절의 조절효과는 유의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상호작용항이 추가됨에 따른 R2변화량은 .036(p<.001)로 나타나 적응적 인지적정서조절의 조절효과는 검증되었다. 이때 적응적 인지적 정서조절의 조건부 효과는 평균보다 작은 집단(M-1SD), 평균(M), 평균보다 큰 집단(M+1SD)에서 모두 유의한 것으로 나타났다<표 5>. 이를 <그림 2>에 제시하였으며, 자기비난의 비자살적자해에 미치는 영향은 적응적 인지적 정서조절의 수준이 높을수록 약해지는 것으로 드러났다. 즉 적응적 인지적 정서조절을 많이 할수록 자기비난이 비자살적자해로 이어질 가능성은 적다고 할 수 있다.
3. 또래관계스트레스, 자기비난, 비자살적자해 관계에서 적응적 인지적정서 조절의 조절된 매개효과
앞서 살펴보았듯이 청소년의 또래관계스트레스와 비자살적자해 간의 관계를 자기비난이 유의하게 매개하였으며, 자기비난과 비자살적자해 간의 관계에서 적응적 인지적 정서조절의 조절효과도 유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서 Process macro 14번을 적용하여 이 두 가지 효과를 결합한 조절된 매개효과 분석을 하였다. 적응적 인지적정서조절의 특정 값에 따른 조건부 매개효과는 <표 6>에 제시된 바와 같이 평균집단(M), 평균보다 작은 집단(M-1SD), 평균보다 큰 집단(M+1SD)에서 모두 LLCI값과 ULCI값 사이에 ‘0’을 포함하지 않아 조건부 매개효과는 유의하였다. 이때 적응적 인지적 정서조절의 조절된 매개지수(Index)는 -.007이고 95% 신뢰구간의 LLCI(-.012)와 ULCI(-.002) 사이에 ‘0’을 포함하지 않아 조절된 매개효과가 유의한 것으로 검증되었다. 즉 또래관계스트레스와 비자살적자해 관계에서 자기비난의 매개효과를 적응적 인지적 정서조절이 조절하는 조절된 매개모형은 검증되었다.
이상의 연구결과를 요약하면, 청소년의 또래관계 스트레스는 자기비난을 완전매개 하여 비자살적 자해에 유의한 영향을 미쳤다. 그리고 자기비난이 비자살적 자해에 미치는 영향을 적응적 인지적 정서조절이 유의하게 조절하였다. 그리고 자기비난의 매개효과는 적응적 인지적 정서조절의 수준에 따라 유의한 차이를 나타냈다. 즉 본 연구의 모형이 검증되었으며, 이를 그림으로 제시하면 <그림 3>과 같다.
Ⅳ. 논 의
본 연구는 청소년의 또래관계스트레스가 자기비난을 통해 비자살적자해에 미치는 매개효과를 확인하고, 이 매개효과에 대해 적응적 인지적 정서조절이 갖는 조절효과를 확인하는 데 그 목적을 두었다. 이를 위해 B광역시 소재 중고등학교 재학생 중 자해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13~18세 청소년 288명을 대상으로, 또래관계스트레스, 자기비난, 비자살적자해, 적응적 인지적 정서조절 설문지를 가지고 온라인 설문조사를 실시하였다. 수집된 자료를 가지고 SPSS와 Macro Process를 활용하여 기초통계분석 및 조절된 매개효과 모형을 분석하였다. 본 연구의 주요 결과를 요약하고 논의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연구모형 검증에 앞서 먼저 연구대상의 비자살적자해 경험의 남녀 차이를 확인하였다. 먼저 비자살적자해 경험이 있다고 응답하고 본 연구의 설문조사에 참여한 연구대상의 성별분포를 보면, 여자 청소년이 68.1%로 남자 청소년에 비해 그 비율이 높았다. 이는 비자살적 자해 행동을 하는 비율이 남자 청소년보다 여자 청소년에게서 더 높게 나타난 연구보고와 일치하는 것이다(서미 등, 2018, 임수진, 최희빈, 2020; Swannell, 2014). 예를 들어 임수진과 최희빈(2020)이 초․중․고등학교 청소년을 대상으로 비자살적자해 경험 유무를 조사한 결과 남자 청소년(20%)에 비해 여자 청소년(37%)이 높게 나타났는데, 이는 본 연구대상의 성별 분포가 보이는 차이와 같은 결과라 할 수 있다. 한편, 본 연구에서 비자살적자해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청소년 사이에서 비자살적경험 빈도에 있어서는 남녀 차이를 확인한 바는 유의하지 않았다. 즉 비자살적자해 행동은 남자 청소년에 비해 여자 청소년에게서 더 많이 보이나, 비자살적자해 행동을 하는 청소년들의 자해행동 빈도에서의 성별의 차이가 없었다. 일단 비자살적자해 행동을 시작하면 얼마나 그러한 행동을 자주 하는가는 성별에 무관하다 할 수 있다.
둘째, 본 연구의 변인 간 상관관계 분석을 실행한 결과, 변인 간에는 모두 유의한 상관관계를 나타냈다. 특히 본 연구에서 측정한 자기비난은 비자살적자해와 비교적 높은 정적상관을 나타냈는데, 이는 자기비난을 많이 할수록 비자살적자해를 더 많이 한다는 것으로 이해될 수 있으며, 비자살적자해를 하는 청소년의 인지적 특성을 의미하기도 한다. 이러한 결과는 자기비난과 같은 부적절한 인지과정이 비자살적 자해와 밀접한 관련이 있음을 주장한 연구들과도 일치하는 결과이다(권문희, 신효정, 2021; 김수진, 2017; 김재희, 서경현, 2021; Saldias et al., 2013). 자기비난은 초기 부모양육태도에 의해 내재화되는 역기능적 인지과정이라 할 수 있다(Saldias et al., 2013). 따라서 본 연구의 결과를 통해 부모의 방임이나 학대, 비난과 멸시와 같은 부정적 양육환경이 청소년의 비자살적자해에 대한 생태학적 위험요인임을 알 수 있다.
셋째, 청소년의 또래관계스트레스가 자기비난을 매개하여 비자살적자해에 영향을 주는지 확인한 결과 자기비난은 이들의 관계를 완전매개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또래관계스트레스는 비자살적자해에 영향을 미치지 않지만 자기비난을 매개로 비자살적자해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말한다. 이러한 결과는 또래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 자체 보다는 스트레스가 유발하는 부정정서에 대처하는 정서조절전략이 빈약하고, 자신을 혐오하고 처벌하려는 잘못된 인지과정 때문에 비자살적자해 위험이 높아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비자살적자해가 부적강화를 통한 정서조절의 목적으로 행해진다는 Nock와 Prinstein(2004)의 주장과 상통하는 것이며, 자기비난이 비자살적자해의 직간접적 예측요인임을 확인한 연구들과도 일치하는 결과라 할 수 있다(권문희, 신효정, 2021; 김수진, 2017; 김용희, 2020; 김재희, 서경현, 2021; 최우경, 김진숙, 2012; Fliege et al., 2009; Glassman et al., 2007; Shahar et al., 2012). 또한 내재화된 자기비난 전략은 자기혐오와 자기처벌을 위해 비자살적자해 행동을 선택할 가능성을 높인다는 주장과도 같은 맥락으로 이해된다(Saldias et al., 2013; Zila et al., 2001). 이러한 결과는 청소년의 비자살적자해에 대한 배경요인은 스트레스와 이로 인한 부정정서이지만(진혜민, 배성우, 2016), 보다 근접요인은 자기에 대한 부적절감과 비합리적 평가라는 점을 재차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김재희, 서경현, 2021; 서미 등, 2018; Hilt et al., 2008). 청소년은 높은 스트레스로 인해 유발되는 부정정서를 회피하거나 조절하는 부적강화를 얻기 위해 비자살적자해를 선택하기도 하는데, 이는 부정정서를 경험하는 자신을 혐오하고 분노를 느끼며, 자신에게 고통과 상처를 주고자 하는 마음을 갖기 때문인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이러한 해석에 기초할 때 또래의 괴롭힘이나 따돌림 등의 심한 스트레스를 겪는 경우 무엇보다 자기비난과 같은 부적응적 인지를 사용하지 않도록 개입하는 것은 비자살적자해 예방에 중요하다 하겠다.
넷째, 자기비난과 비자살적자해 간의 관계를 인지적 정서조절이 조절하는지 분석한 결과, 인지적 정서조절은 자기비난이 비자살적자해로 이어지는 위험을 완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는 자기비난과 같은 부적응적 인지를 많이 사용하더라도 보다 상황을 재평가하거나 보다 좋은 쪽으로 시선을 돌리려고 애쓰는 등의 적응적이고 효과적인 정서조절전략을 사용한다면 비자살적자해를 할 가능성이 낮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부적응적 인지적 방략과 적응적 인지적 방략은 상호 독립적으로 나타난다는 선행연구와 같은 맥락으로(이지영, 2009; Garnefski et al., 2001), 비록 자기비난과 같은 부적응적 인지를 사용하는 과정에서도 조망을 확대하고 상황을 좋은 쪽으로 생각하는 등의 긍정적 인지적 방략 사용이 가능함을 보여준다. 또한 적응적 인지적 정서조절의 수준이 높을수록 자기비난과 같은 부적응적 인지과정이 미치는 영향을 줄일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비록 실패와 좌절로 인해 실망감, 열등감, 혐오감을 느끼고 자신을 고통스럽게 처벌하고 싶은 충동이 일어도 다른 좋은 쪽으로 시선을 돌리고 상황을 긍정적으로 재평가하는 등의 적응적 인지과정을 사용한다면 비자살적자해와 같은 역기능적인 정서조절의 방식은 사용할 필요가 없어진다는 주장과도 일치하는 결과이다(Garnefski et al., 2001). 또한 외상 후에 일어나는 반추와 같은 부적응적 인지의 매개효과를 적응적 인지적정서조절이 조절하는 것과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박애실, 2016). 많은 선행연구에서 적응적 인지적 정서조절이 외상이나 스트레스 등의 부정적 사건의 영향을 조절하는 것으로 밝혀왔으나, 본 연구에서는 상황이나 사건에 의해 유발되는 인지적 기제에서 적응적 인지적정서조절의 중재역할을 밝혔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 하겠다.
다섯째, 또래관계스트레스와 비자살적자해 간의 관계에서 자기비난의 매개효과는 적응적 인지적 정서조절에 의해 의미 있게 조절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또래관계로 인해 스트레스가 높고 자기비난을 많이 할 때, 청소년이 비자살적자해 행동의 위험은 적응적 인지적 정서조절의 높고 낮음에 따라 다름을 보여주는 것이다. 즉, 또래문제로 스트레스가 높고 자기비난도 높아져 비자살적 자해에 취약하지만, 적응적 인지적 정서조절을 많이 사용하는 청소년은 비자살적자해에 덜 노출된다고 해석할 수 있다. 이는 또한 비록 자기비난 방식의 정서조절을 모델링하였거나 경험하는 스트레스 수준이 심각하다 하더라도 적응적 정서조절 방략을 배양함으로써 비자살적자해와 같은 위험한 선택을 예방할 수 있음을 함의하는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인지행동치료 프로그램을 활용하여 조망수용과 긍정적 재초점화 등의 기술을 직접 가르치거나 단기 호흡명상 훈련을 통해 공감과 마음챙김의 기술을 증진시킬 수 있겠다(김창환, 박중규, 2019; 이지영, 2009).
청소년 상담에 대한 본 연구 결과가 갖는 시사점은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겠다. 청소년이 다양한 이유로 스트레스 상황에 직면한다면, 이는 부정정서를 유발할 가능성이 높은바, 청소년이 부정정서 정서조절을 위해 어떠한 인지적 전략을 사용하고 있는지 먼저 살펴봐야 할 것이다. 그리고 만약 자기비난에 익숙하다면 그에 따른 위험을 인식하고, 상황을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거나 다르게 해석하는 등의 보다 기능적인 전략을 구현할 수 있도록 개입하는 것이 유효할 것이다(육성필, 조윤정, 임영진, 지성미, 2021). 또한 부정정서를 경험할 때 그러한 경험 자체를 부정적으로 바라보기 보다는 경험하는 정서를 그때 거기서 타당화하는 전략과 함께 지금 여기서 다른 대안적 선택을 할 수 있도록 개입하는 것이 유효할 것으로 보인다(이지영, 권석만, 2010). 청소년을 상담하는 장면에서 청소년의 역기능적 인지활동이나 부적응적 인지도식을 확인하고 수정하도록 접근하는 것은 이들이 비록 부정정서에 취약한 상태라 하더라도 자기비난을 덜하게 되고, 목숨을 위험하게 하는 행동을 덜 사용하도록 도울 수 있을 것이다(곽영희, 정현희, 2011).
본 연구의 결과가 청소년의 비자살적자해 위험과 예방에 있어 큰 의의를 가짐에도 불구하고 몇 가지 제한점이 있다. 본 연구의 제한점을 토대로 후속연구에 관한 제언을 하자면 다음과 같다. 첫째, 본 연구의 대상은 다양한 이유로 비자살적자해 경험이 있는 청소년이었다. 따라서 이들은 비교적 정서문제에 취약하고, 사용하는 정서조절전략은 덜 기능적인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따라서 본 연구의 결과를 일반 청소년 모집단으로 확대하여 해석하는 데에는 주의가 필요하다. 둘째, 본 연구에서는 청소년의 또래관계스트레스에 초점을 두었으나 이를 모든 스트레스 상황에 확대해서 해석하는 데에는 무리가 있다. 청소년은 가족관계, 학업문제, 가정폭력 및 학대 등 다양한 이유로 스트레스에 노출될 위험이 있다. 따라서 후속 연구에서는 청소년의 다양한 생태적 위험요인에 기초하여 비자살적자해 위험 경로를 확인할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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