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춘기 성숙시기에 따른 여자청소년들의 적응에 관한 연구 : 공격성과 학교규칙 준수를 중심으로
초록
본 연구는 사춘기 성적인 성숙 시기가 여자 청소년들의 적응상태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게 되는지 검증하는 것을 목적으로 이루어졌으며, 이를 위해 한국아동·청소년패널조사(KCYPS) 중1 패널의 2~3차년도 자료 중 여아들의 자료를 사용하였다. 여아들의 평균 초경 연령을 기준으로 정상집단, 조숙집단, 만숙집단을 구분하였으며, 선행연구에 기반을 두어 사춘기 성적인 성숙 시기에 따라 공격성과 학교규범준수 정도에 차이가 있고 이러한 차이가 다음해까지 지속될 것을 가정하는 연구모형을 설정하였다. 구조방정식을 통한 분석결과, 사춘기 성숙 시기가 이를수록 공격적 성향이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러한 효과는 종단적으로 지속되어 학교규범 준수에도 영향을 미치게 되는 교차지연효과를 확인할 수 있었다. 연구결과에 기반을 두어 발달 시기에 적절한 성교육의 필요성, 개인별 성숙시기를 고려한 관심과 개입의 필요성에 대해 논의하였다.
Abstract
The purpose of this study is to investigate the effect of pubertal timing on the psychosocial and school adjustment of adolescent girls. The Korean Children and Youth Panel Survey(KCYPS) Data was used for analysis. The theoretical model was established based on previous research related to pubertal timing and adjustment of adolescents. It was hypothesized that the level of aggression and school rule compliance would be different depending on the level of pubertal maturation and the difference would persist until next year. The structural equational model was employed for analysis.
The results are as follows. Earlier pubertal timing increases the level of aggression, but has no effect on school compliance. The cross-lagged effect was found between aggression and school rule compliance for two years. In conclusion, the necessity of appropriate sex education in accordance with development stages and the necessity of attention and intervention in regard with individual maturation phase was suggested
Keywords:
pubertal maturation, adjustment of adolescents, pubertal timing, cross-lagged effect키워드:
성적 성숙, 사춘기, 적응, 교차지연효과Ⅰ. 서 론
사춘기(puberty)란 아동기에서 성인기로 옮겨가는 중간 과정이자 청년기 전반에 해당하는 시기로, 성적인 성숙 및 신체적 성장과 관련된 생물학적 의미를 나타내기 위해 사용되는 개념이다. 사춘기 발달은 출생 이후 인간이 겪게 되는 가장 광범위하고 급속한 발달로, 이 시기 청소년들은 신장과 체중이 급격히 증가하고 신체 형상이 변화하며 성호르몬의 분비와 2차 성징의 발현에 따른 성적인 성숙을 겪게 된다. 이와 같은 신체적 생물학적 변화는 내적 심리현상에도 영향을 미치게 되며, 신체적 변화 그 자체뿐만 아니라 변화에 대한 그 자신과 타인의 심리사회적 반응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Petersen, 1988). 사춘기의 신체변화는 누구에게나 일어나는 보편적인 현상이지만, 이러한 변화의 속도가 너무나 빠르고 개인 간 남녀 간 나타나는 차이가 크기 때문에 변화를 경험하는 과정에서 청소년들은 매우 당황하거나 심리사회적 적응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이춘재, 오가실, 정옥분, 1991). 이들은 성숙해지는 몸의 변화와 함께 불안, 반항, 독립심, 이성에 대한 호기심이 뒤얽힌 사춘기를 맞이하게 되면서 사회로부터 성숙해진 신체와 걸맞는 대접을 받기를 원하고 규제, 간섭, 금기에서 벗어나려 한다. 반면 학교나 사회는 여전히 이들을 청소년기 학생으로만 대우하려 하기 때문에 심리적으로 또는 학교생활에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조민희, 2010).
사춘기 시작 연령은 개인에 따라 차이를 보이며 성숙 속도에 따라 심리사회적 경험과 적응 정도에 차이를 나타낸다. 빠른 신체 변화에 적응할 준비가 되어있지 않은 청소년의 경우, 자신의 신체변화가 정상적인지 아닌지에 대해 불안해하거나 남들과 비교하여 자신이 어떠한 위치에 있는지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기도 한다. 인지적 사회적 발달 속도가 신체 발달 속도와 조화를 이루지 못할 경우 우울이나 불안 등의 심리적 부적응, 학교생활이나 대인관계에서의 부적응, 문제행동 등을 야기할 수 있는 것으로 보고되며, 그런 이유로 사춘기 성숙시기는 청소년기 발달에 있어 중요한 부분으로 간주되고 있다(김명숙, 2004).
성숙시기란 개인이 동일한 성별, 동일한 연령 집단에 비교하여 어느 정도의 성숙 수준에 이르러 있는지를 나타내는 상대적인 개념으로 이 시기의 아동들은 조숙(early maturation), 보통성숙(on-time maturation), 만숙(late maturation) 집단으로 구분될 수 있다. 이들 집단간 차이를 검토한 선행연구들을 살펴보면, 조숙과 만숙이 남아 또는 여아들에게 전적으로 긍정적이거나 전적으로 부정적이라는 결과를 제시해 주지는 않는다. 다만 일반적으로 남아들에게는 조숙이 만숙보다 사회적 정서적 기능을 발휘하는 여러 측면에서 이점이 있는 것으로 나타나는 반면, 여아들의 경우 조숙, 만숙의 영향이 더 다양하고 결과가 불일치하는 가운데 조숙한 여아의 경우 가장 부정적 특성을 나타내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보고된다(Brooks-Gunn, Petersen & Eichorn, 1985; 이혜련, 1999; Mendle, Turkheimer & Emery, 2007). 청년기 일찍 성숙하는 남자는 신체적으로 더 매력 있고 침착하며 여유 있어 보이는 것으로 평가받기 때문에 자신을 보다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교우관계에서도 성공적인 경향이 있다. 반면 여아들의 경우 성숙시기의 영향이 남자만큼 명료하지 않지만 전반적으로 일찍 성숙하는 여아가 심리적 사회적 적응 측면에서 좀 더 어려움을 겪는다는 연구결과들을 볼 수 있다. 이는 성적 성숙이 일찍 나타나는 여아들의 경우 또래 내에서 가장 이질적인 특성을 띠게 됨으로써 집단에 받아들여지지 못하고 심리적으로 위축되거나 일탈의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점에서 일부 원인을 찾을 수 있다. 하지만 조숙한 여아들이 사회적응을 더 잘하고 자신에 대해 좀 더 안정된 견해를 갖는다는 연구결과 또한 존재하는 만큼, 사춘기 성숙 정도가 여아들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해 보다 주의를 기울이고 심도 있는 분석을 진행할 필요성이 높다(이춘재 외, 1991).
여아들에게 있어 사춘기 성숙시기를 범주화하기 위해 사용되는 특정 준거로서 가장 선호되는 것은 초경 연령이다. 여성이 최초로 경험하는 월경인 초경의 연령은 여러 선행연구를 통해 여아 개인이나 집단의 성 성숙도를 비교하는 데에 활용되어 왔다. 2010년 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 여아의 평균 초경연령은 11.98세로 초등학교시기에 해당한다(보건교육포럼, 2010). 초경의 나이는 시대적 사회문화적으로 변화하면서 지속적으로 낮아지는 추세를 보이는데 이러한 점을 볼 때, 변화의 기준에 맞추어 성숙시기의 영향을 지속적으로 검토해야 할 필요가 높다.
선행연구들을 살펴보면, 사춘기와 관련된 연구들은 주로 의학이나 신체발달 관점에서 다루어져 왔으며, 사춘기 성적성숙이 청소년들의 심리사회적 발달이나 생활적응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수행된 연구들이 미약함을 확인할 수 있다. 1990년도 초반 사춘기 신체적 성숙에 대한 연구를 시작으로 사춘기 시기와 심리사회적 발달, 학교적응, 부모자녀 관계 등에 관한 연구가 진행된 바가 있으나 그 수가 손에 꼽을 정도이며, 대부분 연구대상을 몇 개 학교 학생들로 제한하고 있기 때문에 연구결과가 일관되지 않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
본 연구는 전국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조사를 실시한 한국아동·청소년패널(KCYPS) 데이터를 활용하여 사춘기의 성숙정도가 여자 청소년의 공격성과 학교규칙 준수정도에 미치는 영향을 검토하고자 하였다. 이는 사춘기 시기의 영향력이 가장 뚜렷하게 나타나는 집단이 여자 청소년이며 공격성과 학교규칙 준수는 청소년 시기 나타날 수 있는 여러 가지 문제행동의 개인적 사회적 특성을 설명해주는 변인이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아동·청소년패널(KCYPS) 2,3차년도 데이터를 통해 중학교 2학년과 3학년 시기 성적성숙 시기의 영향력이 어떠한지에 대해 다룸으로써 서로 다른 발달단계 상에서 혼란과 적응 문제를 겪고 있는 초기 청소년들의 특성을 이해하고 이들에게 적절한 교육과 복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기본적인 데이터를 도출하고자 하였다.
이에 본 연구의 연구문제는 다음과 같이 설정하였다.
“여자청소년들의 사춘기 성숙 시기는 공격성 및 학교규칙 준수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게 되는가?”
Ⅱ. 이론적 배경
1. 사춘기와 신체적 성숙
사춘기는 주로 제2차 성징에서 나타나는 생식기관을 중심으로 한 생물학적 성숙을 가리키는 것으로 ‘새로운 성적 신체’로의 변화를 갖는 시기를 의미한다. 사춘기 청소년들은 신체적 생리적 변화를 겪으며 성인을 지향하지만 성인일 수 없는 과도기에 처해 있음으로 인해 심리적 정서적 혼돈을 경험하게 된다. 사춘기가 언제 시작해서 언제 끝나게 되는지 정확히 말하기는 어렵지만 겉모습을 관찰하면 대체로 12~16세 사이에 사춘기의 변화가 진행됨을 알 수 있다(안은미, 2008).
사춘기의 두드러진 특성으로는 호르몬 영향에 의한 급격한 신체적 성장과 성적 성숙을 들 수 있다. 사춘기에는 신장과 체중이 급격히 증가하게 되는데, 이와 더불어 여성다운 혹은 남성다운 신체 특성과 함께 성적인 기능을 획득하게 된다. 청소년 초기는 다른 어느 시기보다도 자신의 신체발달에 관심이 높은 시기로, 자신의 신체발달이 동료집단과 비교하여 어느 위치에 있는지에 대해 매우 민감하게 반응한다. 즉 개인의 사춘기 성숙 정도는 이 시기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정경아, 1992). 사춘기에 이루어지는 성적 발달의 정도는 개인마다 차이가 있기 때문에, 한 개인의 사춘기 성숙수준을 동일성별, 동일연령 집단에 비교하여 구분하는 상대적인 개념인 성숙시기(pubertal timing)가 중요하게 다루어진다(Brooks-Gunn & Warren, 1985). 성숙시기의 효과는 같은 연령 또래들과 관련되는 것으로 직접적인 생물학적 기원을 가질 수 있을지라도 또래들의 사춘기 시기와의 상대적 비교나 그 개인과 타인의 심리적 사회적 반응사이의 상호작용으로 인해 야기되는 성격이 강하며 청소년기 겪게 되는 심리사회적 변화들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Petersen, 1988).
사춘기 성숙시기를 측정하기 위해 사용하는 방법으로는 청소년 자신이 신체발달의 상대적 빠르기에 대해 어떻게 지각하고 있는지 응답하도록 하거나, 그림이나 사진을 제공하여 신체발달 단계를 선택하게 하는 방법 등이 있으나 일반적으로 여아들에게 있어 가장 선호되는 사춘기 범주화 준거는 생리연령이다(Brooks-Gunn & Warren, 1985). 성적 발달을 알려주는 가장 대표적인 사건으로 최초로 경험하게 되는 월경인 초경은 여아의 성 발달을 나타내는 가장 뚜렷한 징표가 되며, 많은 연구들이 초경 연령을 성숙시기를 구분하는 지표로 사용하고 있다. 선행연구들을 살펴보면 통상적으로 만 12세(Magnusson, Stattin & Allen, 1985) 또는 만 11.5세(Brooks-Gunn & Warren, 1985), 최근에는 만 11세(Stattin, Kerr & Skoog, 2011; Kaltiala-Heino, Koivisto, Marttunen & Frojd, 2011)를 기준으로 그 이전에 초경을 경험한 여아들을 조숙집단으로 규정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처럼 연구에 따라 기준이 달라지는 이유는 시대에 따라 또는 사회 환경에 따라 초경의 나이가 변화하기 때문이다. 초경연령은 종족, 유전적 요인, 기후, 계절, 가족 수, 교육수준, 생활상태, 영양상태, 체격 및 질병유무, 사회문화적 수준 및 과학의 발전 등 다양한 요인의 영향을 받아 달라질 수 있는 것으로 보고되는데(Chang, Chan & Valsik, 1976; 백선화, 2004),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여아들의 평균 초경 연령은 1962년 14.8세, 1986년 13.9세, 1992년 13.04세, 1995년 12.5세로 점차 빨라지고 있으며, 최근 조사에 의하면 평균 11.98세까지 낮아진 것을 확인할 수 있다(송명자, 2001; 보건교육포럼, 2010).
2. 사춘기 성숙시기가 적응에 미치는 영향
사춘기에는 ‘질풍노도의 시기’라 불릴 정도로 심리적인 혼란과 변화가 크게 나타난다. 이 시기 청소년들의 정서가 급변하는 것은 내분비선이나 신체구조의 변화, 사회적 요인 변화 등의 영향으로 설명할 수 있다. 내분비선의 발달과 함께 호르몬의 급격한 증가는 청소년들에게 민감하고 감상적이면서도 통제 불가능한 성적 감정을 불러일으키며, 2차 성징의 출현과 신체적 급성장이 그들의 신체적 자아에 대한 불안감과 긴장감 나아가 정서적 불안정을 심화시키고 사회적 가치의 변화와 자아의식의 발달이 기성세대와 기존사회에 대한 반발심과 욕구불만을 증가시키는 등 정서적 변화를 불러일으키게 된다. 이러한 심리적 갈등과 욕구불만, 정서적 불안정은 나아가 학습과 학교생활 적응, 대인관계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안은미, 2008).
사춘기 시작 연령은 개인에 따라 상당한 차이가 있는데, 사춘기 시작 시기가 빠르거나 늦음에 따라 각 개인의 정서적 체험은 다양하게 나타나며, 자신들의 신체 및 성적 발육이 또래집단과 다르거나 바람직하지 않다고 느낄 때 적응상의 문제는 더 커지게 된다(Petersen, 1988). 즉 또래와 비교하여 성숙 정도에 있어 일탈 정도가 심한 집단의 경우 스스로 강한 이질감을 느끼게 되어 심리사회적 적응에 부정적인 영향을 입게 될 수 있다. 특히 남아에 비해 일찍 성적 성숙을 경험하게 되는 여아들의 경우 또래 중 가장 이질적인 집단으로 분류되어 조숙의 부정적 영향을 가장 크게 경험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신체적으로 크고 강한 것을 매력으로 간주하는 남성들에게 있어서는 조숙이 유리한 의미를 지니지만, 여성들에게 있어 성장급등으로 덩치가 커지는 것은 날씬함을 추구하는 사회문화적 가치에 어긋날 뿐 아니라 성적인 조숙함은 부적절한 성행동의 위험이 높은 것으로 여겨져 또래들로부터 따돌림을 받는 결과를 낳기도 한다. 조숙한 여아들의 경우 변화에 대처하기 위해 필요한 인지 사회적 기술을 습득할 시간이 상대적으로 부족하여 적응 능력이 떨어지게 되며, 성인 남성에게 우월적 지위가 주어지는 사회 분위기에서 일찍 성인 여성이 되는 것은 유리하지 못하다는 점도 조숙한 여아의 낮은 적응수준을 설명하는 요인이 된다(현영미, 2000; Negriff, Ji & Trickett, 2011).
그밖에도 여아들은 두드러진 생리적 현상인 월경을 경험하기 때문에 남아에 비해 사춘기에 대한 적응에 있어 어려움의 정도가 큰 것으로 보고된다. 여아들은 초경을 경험할 때 성숙하고 여성다워진다는 긍정적인 느낌과 함께 불편함과 당황스러움 같은 부정적 느낌을 함께 가지게 되는데, 이는 자연적인 생리현상이지만 출혈을 동반함으로 인해 연상되는 상처, 질병, 죽음 등 부정적인 느낌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Brooks-Gunn & Ruble, 1980; 양동옥, 2002). 또한 초경 시기가 빠르고 사전적 지식이나 의미 있는 타자의 지지가 없을 경우 월경에 대해 더욱 부정적인 태도를 보이고 감정적인 동요를 경험하게 되어 초경을 빨리 경험한 여아들이 그렇지 않은 여아들에 비해 더 많은 행동문제를 보이고 우울이나 불안 같은 정서적 문제 또한 더 많이 경험하는 것으로 보고된다(Caspi & Moffitt, 1991).
사춘기 생리적 신체적 변화가 심리, 정서적 측면에 미치는 영향은 직간접적인 현상으로 설명될 수 있다. 우선 직접적으로 사춘기의 성호르몬 분비의 증가는 남아에게는 충동성, 여아에게는 우울 정서를 증가시키는 것으로 보고되며, 남녀 공히 공격성과 문제행동의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으로 보고된다(Najman, Hayatbakhsh, McGee, Bor, O'Callaghan & Williams, 2009). 여기에는 뇌신경세포 변화에 의해 부정적인 정서 상태가 유발된다는 연구결과들이 포함된다(Nelson, Leibenluft, McClure & Pine, 2005). 반면 성호르몬 분비나 뇌신경세포의 변화가 직접적으로 부정적 정서를 유발하는 것이 아니라 사춘기에 발생 또는 증가하는 가족 및 친구 관련 스트레스가 부정적 정서 유발에 영향을 주게 되며, 이러한 스트레스의 많고 적음이 사춘기에 일어나는 성호르몬 분비 증가나 뇌신경세포의 변화와 상호작용의 효과를 일으킨다는 연구도 있다(Brooks-Gunn, Graber & Paikoff, 1994). 이러한 관점에서는 사춘기 진입 자체가 정서적 부적응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기보다는 또래와의 비교를 통해 받게 되는 스트레스가 사춘기의 심리적 변화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는 간접적 효과를 주장한다(Natsuaki, Biehl & Ge, 2009).
조숙한 여아들의 경우 자기 내면을 많이 성찰하는 경향이 있고 자의식이 강하여 확신이 부족하고 자기표현에 소극적이며, 사회관계에 서툴고 부모와의 갈등이 높아지는 특성을 보이는 반면, 평균보다 늦게 성숙하는 여학생은 자기표현이 적극적이고 사교적, 활동적이며 리더십이 있어 인기를 얻는 것으로 나타난다(Caspi, Lynam, Moffitt & Silva, 1993). 늦게 성숙한 여학생이 일찍 성숙한 여학생에 비해 보다 긍정적인 신체 자아상을 나타내는 경향이 있는데, 종단적 연구에 의하면 조숙한 여아들은 아직 성숙하지 않은 또래 여아들과 다르다고 느끼기 때문에 또래 여학생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고 손위 선배들이나 일탈 청소년들과 어울릴 가능성이 커지며 그 결과 문제행동이나 일탈행동을 경험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으로 설명된다. 이들은 또래와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일찍부터 심리사회적 스트레스에 노출되며 그로 인해 정서적인 문제에 대응하는 능력이 상대적으로 약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지적된다(Ge, Conger & Eldel, 1996; 이숙희, 2009).
실제 Cavanagh, Riegel-Crumb과 Crosnoe(2007)의 연구에 의하면 성적으로 조숙한 청소년일수록 자신의 신체상을 부정적으로 인식하게 되어 우울과 스트레스, 높은 공격성을 겪게 될 가능성이 높으며, 또래친구들과의 관계에도 영향을 미치게 되어 흡연, 음주, 성관계와 같은 문제행동을 경험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난다. Mendle 등(2007)의 연구에서도 조숙한 여아들은 공격성, 우울, 불안, 섭식장애 같은 심리적응의 문제뿐만 아니라 학습 성취도가 낮고 공부에 흥미가 없으며 결석이나 규칙위반, 흡연, 음주 등 학교생활에서의 문제행동, 성행위, 비행의 가능성이 높음을 설명하고 있다. 특히 조숙한 여아들의 공격성과 문제행동은 조숙한 남아들의 특성과 거의 유사한 수준이며, 스트레스적인 환경이나 사건을 겪을 경우 그 영향력이 장기적으로 진행될 수 있다는 연구결과도 있다(Najman et al., 2009).
국내의 선행연구들을 살펴보면 여아들의 2차성징 및 성숙시기와 심리사회적 발달의 관계를 분석한 안영태(2000)의 연구에서는 중학교 1학년 중 조숙집단의 정서상태가 만숙집단에 비해 불안정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초경에 대한 심리적 반응을 조사한 자료에서도 ‘불안했다’는 응답이 60%로 나타나 초경이 빠른 조숙집단이 더 부정적인 반응을 보인다는 결과를 제시하였다. 초등학교 6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초경 여부와 일상생활경험을 다룬 이미리(2012)의 연구에서도 초경을 경험한 집단이 초경을 경험하기 전 집단에 비해 일상생활에서 학업활동, 여가활동, 생활유지활동 중 부정적인 정서를 더 많이 느끼고 인지 수준이 낮으며 적극적 여가활동과 생활유지활동 중에서도 긍정적 정서가 낮은 것으로 나타나, 조숙한 여아들이 상대적으로 더 많은 행동 정서적 문제를 경험한다는 결과를 지지한 바 있다.
이처럼 외국의 많은 선행연구들에서는 사춘기 성숙시기가 청소년의 여러 정서행동문제(우울, 스트레스, 공격성, 비행, 성행위 등) 뿐 아니라 학교생활적응(낮은 학업성취도, 결석, 규칙위반 등) 등 적응의 다양한 측면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국내 선행연구에서는 지금까지 사춘기 성숙시기가 여자청소년들의 부정적 정서에 미치는 영향만이 일부 검증되었을 뿐, 겉으로 드러나는 외현화 문제나 학교생활적응에 미치는 영향력은 밝혀진 바 없다.
이에 본 연구에서는 사춘기 성숙시기가 청소년들의 적응에 영향을 미친다는 보다 광범위한 선행연구 결과를 토대로 국내의 선행연구에서 그 영향력이 아직까지 검증되지 않은 외현화 문제와 학교생활적응을 나타내는 대표적인 지표인 공격성과 학교규칙 준수에 대하여 사춘기 성숙시기의 영향력을 검증하고자 시도하였다. 공격성과 학교규칙 준수를 대표변인으로 선정한 이유는 비행이나 성행위, 무단결석 등 일부 청소년들이 경험하는 일탈행동에 비해 공격성과 학교규칙 준수는 보다 광범위한 학생들이 경험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Ⅲ. 연구방법
1. 연구대상
본 연구에서는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에서 실시한 한국아동·청소년패널조사(KCYPS) 중1 패널의 2~3차년도 자료 중 여아들의 자료를 사용하였다. 한국아동·청소년패널조사(KCYPS) 중1 패널은 2009년 4월 기준 전국의 중학교 1학년 청소년들을 층화다단계집락표집을 통해 78개 학교 각 1개 학급의 총 2,351명의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조사되었으며, 이 중 여아에 해당하는 1,128명의 자료를 분석에 사용하였다.
2. 연구모형
여아들의 사춘기 성숙시기에 따라 공격성과 학교규칙 준수에 차이가 있다는 선행연구 결과에 비추어, 본 연구의 연구모형을 다음 <그림 1>과 같이 구성하였다. 먼저 2차년도에 조사한 사춘기 성숙시기에 따라 아동의 2차년도 공격성과 학교규칙 준수에 차이가 있고, 이러한 차이는 3차년도까지 지속될 것이라고 가정하였으며, 공격성과 학교규칙 준수는 상호간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관계를 설정하였다. 아동의 공격성은 2차년도부터 조사가 되었기 때문에 본 연구에서는 2차년도와 3차년도 자료를 활용하여 공격성과 학교규칙 준수 변인의 관계에 대한 분석을 실시하였다.
3. 주요변수의 측정
사춘기 성숙시기를 측정하는 데에는 다양한 방식이 사용되고 있으나 여아의 경우 초경 연령을 사용하는 방식이 보편적으로 사용된다. 본 연구에서는 초경시기에 대한 여아의 2차년도 응답에 기반을 두어 도출한 초경연령을 통해 추정하였다. 선행연구의 사례에 근거하여 아동이 태어난 연월과 응답한 초경시기와의 차이를 통해 초경연령을 추정함으로써 성숙시기에 따라 집단을 구분하였다(Williams & Currie, 2000). 최근 조사에 의하면 여아들의 초경 연령은 평균 11.98세이다(보건교육포럼, 2010).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약 12세를 기준으로 6개월 전후에 초경을 한 여아들을 평균적인 사춘기 성숙시기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고, 만 11.5세 이전에 초경을 경험한 경우 조숙으로, 만 12.5세 이후에 초경을 경험하였거나 아직 초경을 경험하기 전인 경우를 만숙으로 구분하였다3). 조숙=1, 정상=2, 만숙=3으로 구분하여 숫자가 커질수록 사춘기 시기가 늦어지는 것을 의미한다.
공격성은 조붕환·임경희(2003)의 문항을 사용하여 2차년도와 3차년도에 동일하게 6개 문항으로 측정되었으며 응답범주는 매우 그렇다(1)에서 전혀 그렇지 않다(4)의 4점 리커트 척도로 측정되었다. 따라서 점수가 높을수록 공격성이 낮은 것을 의미한다. 공격성 척도의 문항과 각 년도에 관찰된 신뢰도 값은 다음 <표 1>과 같다. 신뢰도 값은 .80 이상으로 양호한 수준이다.
3. 분석방법
분석방법으로 기술통계분석을 위해서는 SPSS 19.0을 사용하였고, 여아들의 사춘기 시기에 따른 공격성 및 학교규칙 준수의 관계를 살펴보기 위한 구조방정식 모형분석은 Mplus 6.01을 사용하여 실시하였다. 구조방정식 모형의 적합도를 확인하는 경우4) 일반적으로 χ2과 TLI(Turker-Louis Index), CFI(Comparative Fit Index), RMSEA(Root Mean Square Error of Approximation), SRMR(Standardized Root Mean Square Residual) 등이 보고되고 해석되는 주요 지수들이다(홍세희, 2000; Kline, 2005). χ2값은 표본크기에 민감하기 때문에 χ2를 자유도(df)로 나눈 NC(normed chi-square)값을 이용하여 모형의 적합도를 판단하기도 하는데, NC값이 3 이하일 때 모형이 양호하다고 평가한다(홍세희, 2000). RMSEA값은 .05 이하는 적합, .05∼.08 사이의 값일 때 적합한 편이라고 판단하며, .10 이상인 경우 모형적합도가 나쁜 것으로 해석한다(Browne & Cudeck, 1993; Kline, 2005에서 재인용). 한편, CFI와 TLI 같은 상대적 적합도 지수는 .90 이상일 때 상대적으로 좋은 모형적합도로 평가되며(Hu & Bentler, 1999), SRMR 값은 .10 이하일 때 모형적합도가 좋은 것으로 해석된다(Kline, 2005).
Ⅳ. 연구결과
1. 조사대상의 일반적 특성
조사대상의 일반적 특성은 <표 3>과 같다. 먼저 가족구조를 보면 양부모와 함께 살고 있는 사례가 전체의 89.5%로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으며, 편모가정의 아동이 5.8%, 편부가정의 아동이 3.7%를 차지했다. 조사대상자의 0.9%는 부모님이 모두 계시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의 학력은 고졸 이하가 43.1%이고 나머지는 초대졸 이상이었으며, 모의 학력은 고졸 이하가 56.4%로 나타났다. 연간 가구소득은 평균 4,574만원 정도였으며, 중위소득은 4,000만원이었다. 사춘기 성숙시기에 따라 집단을 구분해보면, 조숙집단의 여아가 116명으로 전체의 10.3%를 차지했으며 정상집단이 690명(61.2%), 만숙집단이 322명(28.5%)이었다. 즉, 조숙집단에 비해 만숙집단에 속하는 여아가 훨씬 더 많은 것을 알 수 있다. 한편, 사춘기 성숙시기에 따른 집단별로 평균 키와 몸무게를 살펴보면, 조숙집단의 여아들이 키와 몸무게 모두 다른 집단에 비해 큰 것을 알 수 있다. 정상집단과 만숙집단의 경우 평균 키는 유사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몸무게에 있어서는 정상집단의 여아들이 3kg 가량 무거운 것으로 나타났다. 즉 사춘기 도래시기에 따라 여아들의 신체적 성장에 차이가 나타나는 것을 알 수 있다.
2. 주요 변수들의 기술 통계치
다음은 본 연구모형에 포함된 주요변수들의 평균과 표준편차이다. 공격성 척도는 6문항의 평균값을, 학교규칙 척도는 5문항의 평균값을 산출하였다. 모두 4점으로 평정된 리커트 척도로 점수가 높을수록 해당변인의 수준이 낮다는 점을 감안할 경우, 공격성의 경우 ‘그런 편이다’(2점)보다는 ‘그렇지 않은 편이다’(3점)에 가깝고, 학교규칙 준수는 ‘그런 편이다’(2점)에 더 가깝다는 것을 알 수 있다.
3. 연구모형 분석결과
먼저 2차년도와 3차년도에 반복 사용 된 척도가 시간에 따른 측정동일성(metric invariance across time)을 갖는지 평가하기 위해 동일한 측정변수의 요인계수를 두 시점에 동일하게 제약하여 비제약모형과 비교를 실시하였다.
이는 해당변수의 개념이 시간에 따라 변하지 않는지 검증하기 위한 것으로, 시간에 따른 측정동일성은 시간에 따라 측정변수 내용에 대한 해석이 응답자들에 의해 동일하게 이루어졌음을 의미한다(홍세희·박민선·김원정, 2007).
모형 1은 요인계수에 아무런 제약도 가하지 않은 모형이고, 모형 2는 공격성을 측정한 6개 문항의 요인계수를 두 시점에서 동일하게 제약한 모형이며, 모형 3은 공격성 뿐만 아니라 학교규칙 측정변수의 요인계수를 두 시점에서 동일하게 제약한 모형이다. 이러한 동일성 제약을 가한 연구모형은 <그림 2>와 같다.
세 모형은 내포모형이기 때문에 측정동일성을 검증하기 위하여 χ2 차이검증을 실시하였다. 그 결과 모형 1과 모형 2 간의 △χ2= 6.474(△df=5)로 통계적으로 유의미하지 않았으며, 모형 2와 모형 3간에도 △χ2= 8.586(△df=4)로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다. 따라서 두 척도의 시간에 따른 측정동일성이 확립되었다고 볼 수 있다.
두 척도의 시점에 따른 측정동일성이 확립되었으므로, 시점 간 경로계수에 동일화 제약을 가한 상태에서 연구모형을 분석하였다. 따라서 연구모형의 적합도는 위 모형 3의 분석결과와 같다. 모형의 적합도 지수를 살펴보면 NC=3.11로 좋은 적합도의 기준인 3에 약간 미치지 못하지만, CFI=.935, TLI=.927로 상대적으로 좋은 적합도 지수의 조건을 만족시키며, RMSEA도 .05 이하이고, SRMR 값도 .10 이하로 좋은 적합도 지수의 조건을 대부분 충족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종모형의 요인계수 및 경로계수는 다음 <표 6>에 제시되어 있다.
먼저 공격성과 학교규칙의 각 문항들의 요인계수는 모두 유의수준 .001에서 통계적으로 유의미하였으며, 이는 각 척도의 문항들이 척도가 측정하고자 하는 잠재변인을 잘 반영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다음으로 변수 간의 관계를 나타내는 경로계수를 살펴보면, 먼저 여자 청소년의 사춘기 성숙 시기는 2차년도(중2 시기) 공격성에는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지만(C.R.=2.102), 2차년도 학교규칙 준수 정도에는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C.R.=.303). 즉, 사춘기 성숙시기가 늦은 아이들이 2차년도의 공격성 수준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으나, 학교규칙 준수 여부에는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다.
한편, 중2 때의 공격성 수준은 중3 때의 공격성 수준과 정적 상관관계를 나타냈으며, 중3 때의 학교규칙 준수와 부적인 관계를 보였다. 즉, 2차년도에 공격성 수준이 높은 여아들은 3차년도에도 공격성 수준은 높게 나타나고, 학교규칙은 잘 따르지 않는 경향을 보였다. 또한, 2차년도의 학교규칙 준수 정도는 3차년도의 학교규칙 준수 정도와 정적 관계를 보였고, 3차년도 공격성과는 부적인 관계를 보였는데, 이는 중2 때 학교규칙을 잘 따르는 여아는 중3 때에도 그러한 경향이 지속되고, 또한 중3 때의 공격성 수준은 낮아지는 경향을 지니게 됨을 의미한다.
이러한 변인들의 관계를 종합해보면, 여아가 지각하는 공격성과 학교규칙 준수 정도는 중2에서 중3까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안정적인 것으로 나타났으며, 공격성과 학교규칙 준수는 상호간에 영향을 주고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사춘기 성숙시기가 빠른 것이 아동의 공격성 발달에는 정적인 영향을 미치지만 2차년도의 학교규칙 준수에는 직접적인 영향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2차년도의 공격성은 3차년도의 학교규칙 준수와 부적인 관계를 갖는 것으로 나타나 사춘기 성숙시기가 2차년도의 공격성을 매개로 간접적으로 3차년도 학교규칙 준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에 매개변수에 대한 간접효과의 유의성 검증 결과, 사춘기 성숙시기가 2차년도의 공격성을 매개로 3차년도 학교규칙 준수에 미치는 영향은 단지 한계적으로 유의미한(p<.10)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표 7 참조).
Ⅴ. 논의 및 결론
본 연구에서는 선행연구에 기반하여 사춘기 성숙시기에 따라 여자청소년들의 심리적 발달과 학교생활 적응에 차이가 있을 것을 가정하고 공격성과 학교규칙 준수 정도의 차이를 살펴보는 한편, 두개 시점에서 각 변인들의 상호교차 및 지연효과를 살펴봄으로써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인들 간의 관계가 어떻게 영향력을 주고받는지 검증하고자 하였다.
분석 결과, 사춘기 성숙 시기는 2차년도 여아의 공격성에는 유의미한 영향을 미쳤으나 학교규칙 준수에는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지 않아 선행연구와 차이가 나는 연구결과를 보여주었다. 하지만 사춘기 성숙시기가 빠른 여자청소년들이 공격성 수준이 높은 것으로 나타난 점은 조숙이 아동의 심리정서발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선행연구 결과와 일치하는 결과이다(Caspi & Moffitt, 1991; 이숙희, 2009).
한편, 2차년도와 3차년도 2개 시점에서 시간의 흐름에 따른 변인들의 관계를 살펴본 결과, 여자청소년들이 2차년도에 보인 공격성과 학교규칙에 대한 순응 정도는 3차년도에도 지속되는 경향을 보였으며, 2차년도의 공격성은 3차년도의 학교규칙에 대한 순응 정도에, 그리고 2차년도의 학교규칙에 대한 순응 정도는 3차년도의 공격성에 각각 유의미한 부적 영향을 미치고 있어서 두 변인 간의 시간의 흐름에 따른 교차지연효과를 살펴볼 수 있었다. 즉, 두 변인은 상호 인과적 관계에 있음을 알 수 있다. Najman 등(2008)의 연구에서도 사춘기 성숙이 빠른 아동들은 남녀 모두 공격 성향과 문제행동 성향이 높게 나타나고 여아들의 문제행동 수준도 남아들과 유사함을 보고하고 있다. 또한 공격성과 문제행동 성향은 청소년기 이후 성인초기까지 이어질 수 있는 종단효과를 지니는 것으로 나타나 본 연구와 유사한 결과를 보여준다.
이러한 연구결과는 사춘기가 빨리 찾아온 여자청소년의 경우, 심리정서발달상 어려움을 경험할 가능성이 높으며, 이러한 문제는 사춘기가 도래한 직후 일시적으로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이후 성장과정에서도 지속되는 경향이 있음을 보여준다. 또한 조숙으로 인해 발생한 심리정서 문제는 이후의 학교적응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이를 통해 여아들에게 있어 조숙이 성장에 결코 유리하지 않다는 선행연구의 결과를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다.
이와 같은 연구결과에 비추어 다음과 같은 실천적 함의를 제시할 수 있다.
첫째, 여아들을 대상으로 이른 시기 월경과 성에 관한 교육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 이옥선(1998)은 초경에 대해 충분히 준비되지 않은 여아들의 경우 강렬하고 불쾌한 정서적 충동을 받아 성에 관한 문제에 대해 폐쇄적 부정적 태도를 지닐 수 있음을 지적하면서 이러한 신체적 성숙 현상에 대해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일찍부터 교육이 이루어질 필요가 있음을 설명한 바 있다. Short와 Rosenthal(2008)은 부모가 초경에 대해 미리 설명해주고 성적 성숙과 변화에 대해 긍정적인 태도로 다루어줄 경우 여아들은 사춘기에 대해 보다 긍정적으로 반응하고 자연스럽게 건강한 현상으로 받아들이게 될 수 있으며, 가정에서 성과 신체이미지의 변화에 대해 직접적으로 대화하고 끊임없이 관심을 보여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이숙희(2009)의 연구에 의하면 국내에서 초경 전 초경에 대한 사전지식을 전혀 가지고 있지 못한 아동들이 연구대상의 33.5%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난 바 있다. 이처럼 초경에 대한 사전지식이나 의미 있는 타인의 지지를 경험하지 못한 여아들의 경우 심리정서적인 충격과 함께 월경에 대해 더욱 부정적인 태도와 감정적 동요를 경험하는 것으로 보고된다(Ruble & Brooks-Gunn, 1982). 학교와 가정에서 여아들을 대상으로 2차 성징 발달의 단계를 잘 파악하여 시기에 맞는 효과적인 성교육을 실시하고 월경에 대한 정확한 정보와 대처방안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둘째, 사춘기 여아들이 성숙으로 인한 신체상의 변화와 성숙시기의 차이로 인해 심리적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가정과 학교에서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Cavanagh 등(2007)은 12세 이전 초경을 경험한 조숙한 여아의 경우 부정적인 자아상을 지니는 경향이 있으며, 이로 인해 우울, 스트레스를 겪고 또래 친구들과의 관계에서도 부정적 영향이 나타날 수 있음을 설명한 바 있다. 본 연구의 결과에서도 조숙한 여아일수록 높은 공격성이나 학교규칙 위반과 같은 부정적인 특성을 나타내었으며, 상대적으로 큰 키나 무거운 몸무게와 같은 성장급등 현상을 나타내어 이들이 또래 집단 내에서 이질감이나 당황스러움을 느낄 가능성을 높음을 제시하였다. Negriff 등(2011)의 연구에서도 조숙한 여아들은 일반집단에서 벗어나 있다는 스트레스로 인해 문제행동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으며, 손위 집단들과 어울리게 됨으로써 비행에 노출될 기회가 많은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Short와 Rosenthal(2008)은 여아들에게 있어 이른 성적 성숙이 유전적 특성 및 환경적 영향과 상호작용하여 공격성과 문제행동의 위험이 높아짐을 설명한 바 있다. 즉 조숙집단의 경우 만숙집단에 비해 공격적 성향이 보다 가속화되는 특성을 보이며, 비행성향의 친구, 빈곤한 지역사회환경, 부모의 부정적 양육태도와 같은 환경상의 부정적 변인들의 영향도 조숙한 여아들의 집단에서 보다 강하게 나타남을 보고하고 있다. 이를 볼 때 조숙한 여아들의 심리상태에 대해 유의하고 이들이 심리정서적 안정을 찾을 수 있도록 학교와 가정의 적절한 관심과 개입이 필요함을 알 수 있다. 부모는 여아들의 조숙현상에 대한 관심 및 이에 따른 심리, 행동상의 변화에 관심을 기울이고, 이후 비행적인 또래관계나 문제행동 등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필요한 경우 상담 등 전문적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특히 성숙시기에 있어 큰 차이를 지니는 학생들이 한 학급에 소속되어 생활하게 되는 중학교 시기, 교사들은 학생 개개인의 발달 상태에 대한 개별적 관심을 기울이고 이들의 욕구를 적절히 다룰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외모지상주의와 날씬한 몸을 이상적인 신체상으로 강조하고, 여아들을 성적 대상으로 상업화하는 사회분위기를 개선하고 이러한 왜곡된 사회문화적 가치로부터 여아들을 보호할 필요가 있다. 조숙한 여아들이 성인과 유사한 신체를 갖는다고 해서 성적으로 대상화되어서는 안 되며, 아직 가치판단의 기준이 확립되지 않은 어린 시기에 ‘날씬함’에 대한 강박으로 인해 스스로 부정적인 신체상을 형성하도록 해서는 안 된다. 이를 위해서는 날씬함보다는 건강함을 추구하는 사회적 기준을 확립하고, 대중매체에서 빈번하게 발생하는 여성청소년의 노출을 금지하는 등 사회문화 개선을 위한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한편 본 연구는 전국의 청소년들을 표본으로 한 종단데이터를 통해 사춘기 성숙시기가 심리적응 및 학교적응에 미치는 영향을 다루었다는 점에서 의미를 지니지만, 다음과 같은 연구의 한계 또한 존재한다. 이에 기반을 두어 향후 연구를 위한 제언을 하고자 한다.
첫째, 본 연구에서는 성숙시기를 판단하는 기준으로 초경연령이라는 단일한 기준을 사용하였으나, 그 외에도 성숙시기를 측정하는 다양한 방식이 존재하고 있다. 향후 이러한 방안들을 고려하여 좀 더 세심하게 성숙시기 집단을 구분하여 분석을 수행할 필요가 있다.
둘째, 본 연구에서는 사춘기 성숙시기가 공격성과 학교규칙 준수에 영향을 미치는 경로를 분석하였으나, 그 외에 다양한 변인들에 대한 영향을 고려해 볼 수 있다. 특히 사춘기 갈등은 가족관계에 많은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이러한 부분에 대해서도 좀 더 심도 있는 분석이 필요하다. 셋째, 본 연구에서는 사춘기 성숙이 적응에 미치는 영향을 주제로 다루었으나, 근래 들어 스트레스나 부정적 심리경험이 성조숙을 일으키는 원인이 된다는 견해도 제시되고 있다(이미리, 2012). 이와 같은 인과관계 방향의 모호성을 명확히 하기 위해서는 한국아동·청소년패널(KCYPS)과 같은 종단적 데이터가 중요하게 활용될 수 있다. 단 한국아동·청소년패널에서는 중학교 2학년부터 초경에 관해 질문하고 있기 때문에 실제 초경이 시작되는 시기와 그러한 경험이 미치는 영향력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데에 제한점이 있다. 실제 초경이 시작되는 지점으로 질문의 시기를 앞당길 경우 보다 명확한 자료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청소년기에 있어 성적 성숙은 매우 중요한 사건임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들이 매우 부족한 실정이다. 향후 청소년들의 성숙 시기 및 신체상과 연관된 적응 문제에 대해 양적 질적으로 보다 깊이 있는 연구들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Not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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