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search Center for Korean Youth Culture
[ Article ]
Forum for youth culture - Vol. 0, No. 65, pp.129-168
ISSN: 1975-2733 (Print) 2713-797X (Online)
Print publication date 31 Jan 2021
Received 24 Aug 2020 Revised 17 Dec 2020 Accepted 24 Dec 2020
DOI: https://doi.org/10.17854/ffyc.2021.01.65.129

시설퇴소 청년의 인간관계에 관한 질적 연구

이용교1) ; 안희란2)
1)광주대학교 사회복지학부 교수
2)송원대학교 자율전공학과 조교수, 교신저자
Qualitative Study on Interpersonal Relationships of the Youth Who Aged Out of Institutional Care
Lee, Yonggyo1) ; An, Heelan2)
1)Gwangju University, Dept. of Social Welfare, Professor
2)Songwon University, Dept. of Interdisciplinary Studies, Assistant Professor, Corresponding Author

초록

본 연구는 시설퇴소 청년의 인간관계(원가족관계 제외)가 어떠한 양상으로 이루어지는지 탐색하고자 하였다. 이를 위해 심층면접을 활용한 질적 연구방법을 사용하였다. 연구참여자는 아동양육시설 퇴소자 총 25명이었다. 자료 분석 결과, 연구참여자에 따라 시설에서 만난 어른들에 대해‘퇴소해서도 정서적 지지가 되는 상담자 VS 퇴소해서 계속 의지하기에 미안한 마음이 드는 사람’,‘퇴소해서도 도구적 지지를 주는 해결자 VS 퇴소 후에는 받을 수 있는 지원에 대한 안내자일 뿐’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시설에서 만난 친구, 선·후배들에 대해서는 참여자에 따라 ‘원에서 때리고 맞던 사이로 퇴소 후에는 피하는 사람’,‘퇴소해서는 경제적·정보적으로 의지하는 사람’,‘어려우면 도미노처럼 함께 무너지는 사람’, ‘퇴소해서도 정서적으로 의지되는 사람’으로 여기고 있었다. 사회에서 만난 이들에 대해서는 참여자에 따라 ‘나를 있는 그대로 보여줄 수 없는 사람’으로 인식하거나 ‘있는 그대로 보여줄 수 있는 사람’으로 대하고 있었다. ‘나를 있는 그대로 보여줄 수 없는 사람’의 구체적인 표상으로는 ‘나를 편견을 가지고 대하는 사람’,‘원치 않는 동정심을 표하는 사람’, 위축감이 들게 하는 사람’이 나타났다.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퇴소청년들의 바람직한 인간관계를 위한 정책적·실천적·상담적 시사점을 제시하였다.

Abstract

This study aimed to explore the interpersonal relationships (excluding relationships with immediate family members) of the youth who aged out of institutional care. In-depth interviews were conducted as a qualitative research method. Participants were 25 youth discharged from the children care institutions. The data analysis revealed that the participants categorized the adults they had met in the institutions as ‘counselors I can emotionally rely on after being released from the institutions vs. people I feel sorry for relying on after being released from the institutions,’ or ‘people who provide instrumental support after being released from the institutions vs. people who only provide guidance on the support I can receive after being released from the institutions.’ The participants also considered friends they had met in the institutions as ‘people I want to avoid after being released from the institutions because they used to quarrel with them in the institutions,’ ‘people I rely on for reasons regarding finances and information,’ ‘people who struggle with me when in trouble due to the domino effect,’ and ‘people I can emotionally rely on after being released from the institutions.’ The participants considered those whom they meet in the society as ‘people to whom I cannot show the real me’ or ‘people to whom I can show the real me.’ The participants added that ‘people to whom I cannot show the real me’ include ‘people who treat me with prejudice,’ ‘people who express unwanted sympathy,’ and ‘people who give me withering looks.’ Based on the results of this study, implications on policy, practice, and counseling regarding interpersonal relationships of the youth who aged out of institutional care were proposed.

Keywords:

The youth who aged out from institutional care, interpersonal relationship, social support, prejudice, qualitative study

키워드:

퇴소청년, 인간관계, 사회적 지지, 편견, 질적 연구

I. 서 론

인간은 혼자서 살아가는 것이 불가능하며, 타인과 더불어 각자가 소속한 집단에 의존하며 살아간다. 인간은 사회생활 안에서 상호자극으로 서로를 알리고, 다른 사람과 어느 정도 지속성을 갖는 상호작용을 통해 일정한 심리적인 결속을 형성한다. 이러한 인간 대 인간의 심리적 연결을 인간관계(human relations)라 한다(김종운, 2017). 인간은 타인과의 만족스럽고 효과적인 관계 경험을 통해 보다 완성된 인간으로 성장·발달하게 된다(김종운, 2017). 반대로 대인관계가 불만족스럽고 비효과적일 경우, 인간의 성장·발달은 방해받게 된다. 이처럼 개인이 맺고 있는 인간관계는 삶의 현실인 동시에 삶의 질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이다. 특히 공동체의 양육방식은 인간의 사회성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윤기영, 박상님, 2000). 이러한 점은 일반가정과 다른 양육환경에서 생활한 시설퇴소 청년의 사회적 영역을 탐색할 필요성을 제기한다. 이들은 영·유아기부터 청소년기 중 어느 시기에 부모와 분리되어 타인과 신뢰에 기초한 경험의 박탈이라는 정서적 요인을 가진 채, 대규모 집단생활이라는 구조적 요인 하에서 양육되기 때문이다. 아동양육시설 또는 위탁가정에서 보호받던 아동은 만 18세가 되면 자신을 보호해 준 사람과 익숙한 환경에서 떠나 독립적으로 살도록 요구받는데(아동복지법 제15조), 이렇게 시설을 퇴소하여 생활하고 있는 성인에 대한 누적 통계는 알기 어렵지만, 아동양육시설, 공동생활가정, 가정위탁 후 보호가 종료되어 자립적인 생활을 하는 성인은 2016년 한 해에만 4,774명이다(보건복지부, 2017).

시설아동 대부분은 부모의 이혼이나 학대를 겪었기에 사람에 대한 불신이 생겨 대인관계에 대한 불안을 나타낸다(이슬기, 양성은, 2019; Höjer & Sjöblom, 2010). 하지만 부모를 대신한 대리양육자(보육사)와의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애착관계를 통해 긍정적인 자아상을 형성하고 다른 사람과 세상에 대한 관심을 가지게 됨으로써 대인관계능력을 향상시킬 수도 있다(Tizard & Hodges, 1978). 그러나 현실은 대리양육자가 자주 바뀌어 보호의 연속성을 확보하기 어렵고, 대규모 집단보호로 대리양육자와의 반응적인 관계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에 있다(김미성, 2001). 보육사의 빈번한 교체는 아동이 새로운 애착관계를 형성하는데 부정적 영향을 주는데(Dontas, Maratos, Fafoutis & Karangelis, 1985), 이는 이후 아동의 적응과도 관련이 깊다(Tizard & Rees, 1975). 이와 같이 시설보호 아동은 가장 기본적이며 친밀한 원가족 관계, 그리고 대리양육자와의 관계에서 일반아동과는 다른 경험을 하기에, 이들의 심리사회적 적응에서 사회적 관계의 양태를 살펴보는 것이 필요하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애착관계인 부모-자녀관계의 단절을 경험한 시설보호 아동에게는 타인과의 관계 경험이 이들의 복지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시설퇴소 청년의 사회적 영역에 주목해야 할 또 다른 이유는 이들이 또래관계에서 어려움을 겪었을 것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청소년기 사회성 발달의 가장 큰 특성은 또래집단의 중요성이 증가한다는 점이다(Buhrmester, 1996). 청소년기에 친구들은 지지와 충고의 근원으로부모와 동등하거나 부모를 능가하는 존재로 인식된다(Furman & Buhrmester, 1992). 청소년기 우정은 아동기의 우정에 비해 더 높은 수준의 친밀감이 보고되며, 친밀한 자기노출은 청소년들 간의 상호작용에서 현저하게 나타난다(Buhrmester, 1996). 하지만 시설청소년들은 소속집단으로 인한 ‘낙인’을 두려워하여 또래관계에서 폐쇄적인 태도를 취한다고 보고된다(최나야, 유안진, 한유진, 2002). 자신에 대한 개인적 정보, 관념, 정서 등을 타인과 소통하는 행동을 의미하는 자기노출(self-disclosure)은 대인관계 형성·유지에 기여하고 심리적 안녕감을 증진시킨다(김교헌, 1995). 하지만 퇴소청소년은 사회문화적 편견으로 인한 심리적 위축의 문제를 아동기부터 가지고 있다(강현아, 이종은, 2018; Clemens, Helm, Thomas & Tis, 2017), 또래관계가 원만하지 않은 청소년은 성인기에 사회부적응을 나타낼 위험이 높고(Parker & Asher, 1987). 청소년기 또래관계 경험은 성인기의 대인관계에 영향을 미치기에(송영혜, 2012), 퇴소청년의 인간관계 양태에 대한 탐색은 그들의 복지에 기여할 수 있는 기초자료를 제공하는 중요한 작업이 될 수 있다.

애착형성 및 유지는 아동기 내지 청소년기에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성인기에도 여전히 중요한 이슈이다(Hazan & Shaver, 1987). 성인기에도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관계, 민감하고 반응적인 관계 형성은 여전히 필요하다. 특히 퇴소청년들에게 이러한 관계의 의미는 더 크다. 시설 퇴소청년의 자립은 대인관계와 지역사회 자원을 잘 활용하여 스스로 살아나갈 수 있는 심리·사회적 영역의 독립 상태를 의미하기 때문이다(보건복지부, 아동자립지원단, 2016). 시설퇴소 청년의 자립을 지원하기 위해 정부에서는 전국 12개의 자립생활관과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정부전세지원사업을 시행하고 있으며, 지방정부재원에 의해 퇴소 시 300만원에서 500만원까지의 자립지원금이 지급되고 있다(보건복지부·아동자립지원단, 2016). 그러나 퇴소청년의 경우, 2016년 기준 약 27.6%가 대학에 진학한 것으로 나타나4) 일반가정 청년 대학진학률인 69.8%와 비교하면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국외의 연구결과도 비슷한데, 퇴소청년의 경우 낮은 학업성취도, 높은 고교중퇴율, 낮은 대학진학률, 학교부적응을 보였다(Trout, Hagaman, Casey, Reid, & Epstein, 2008). 고졸 취업자들은 대졸자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고용불안, 낮은 임금, 일자리 질 저하 등 더 많은 어려움을 경험하게 된다(강순희, 2013; 박진희, 2012; Naccarato, Brophy, & Courtney, 2010). 고등학교 졸업 후 취업한 청년은 서비스업과 판매업에 종사하는 비율이 높아 임금 수준과 경력개발 기회가 낮은 것으로 보고된다(통계청, 2014). 퇴소청년들의 취업 유형을 보면 서비스 종사자(25%)와 기계 조작․조립(14.9%), 단순노무(11%) 등 임시·비정규직의 비중이 크다(한국보건복지인력개발원 아동자립지원단, 2017). 더 나아가 취업한 퇴소청년 상당수가 1인 가구 최저생계비 이하의 급여를 받아 빈곤층으로 진입할 위험 또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한국보건복지인력개발원 아동자립지원단, 2015).

이상과 같은 열악한 상황에 있는 퇴소청년은 부모와의 애정관계 결핍에 대한 보상적인 사회적 지원체계로 작동해오던 대체가족들(시설종사자 및 함께 생활했던 시설 내 청소년)로부터 독립하여 새로운 인간관계 형성하고, 자신의 가정을 꾸려나가야 할 발달과업을 가진다. 취업과 연애, 결혼, 출산으로 이어지는 삶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에릭 에릭슨이 청년기의 발달과업으로 제안했던 ‘친밀감(intimacy)’5)이라는 점(Erikson, 1995)에서 퇴소청년의 인간관계 양상에 대한 탐색의 필요성이 제기된다. 하지만 퇴소청년이 만족스러운 진로를 찾는 데 작용하는 맥락에 대한 연구는 수행된 바 있으나(안희란, 이용교, 2020), 대인관계 양태에 특수성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퇴소청년들의 인간관계 경험을 탐색한 연구는 찾아보기 어렵다. 기존의 연구들은 시설보호 영유아, 아동, 청소년의 안정적인 애착형성 내지 인간관계만을 다루었기 때문이다. 이에 시설 퇴소청년의 원가족과의 관계 이외의 인간관계 경험을 살펴보고자 한다. 원가족과의 관계를 제외하는 이유는 근래 5년간 한국연구재단에 등재된 원가족과의 관계를 다룬 연구논문이 6편인 데 비해, 기타의 인간관계에 대한 연구는 찾아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퇴소청년의 원가족 이외의 인간관계 경험에 대하여는 그들의 자립경험을 주제로 다루는 연구들에서 퇴소 후에도 아동양육시설 생활지도원으로부터 도움을 받거나 갈등을 겪은 진술문, 원 선배나 동기에게 정서적으로 의지하는 진술문이 소개되는 정도이다(강현아, 신혜령, 박은미, 2009; 권지성, 2007; 장혜림, 이정애, 강지연, 정익중, 2017; 황수연, 2018). 즉, 기존 시설 퇴소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는 퇴소자의 인간관계를 전반적으로 연구하기보다는 자립경험의 내용 중 한 부분으로 다루어 왔을 뿐이다. 본 연구에서 시설 퇴소 청년의 원가족과의 관계 이외의 인간관계 경험을 살펴보고자 하는 또 다른 이유는 원가족과의 관계는 숙명적이기에 자유의지가 발현되는 기타의 인간관계 경험을 탐색하는 것이 그들에게 보다 실천적인 시사점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이에 본 연구에서는 퇴소청년들에게 원가족을 제외한 중요한 타인이 누구이고, 그 사람들과의 관계에 대해 어떻게 지각하고 있는지, 그리고 관계상의 특징은 무엇인지 밝혀내고자 한다. 퇴소청년들은 아동양육시설에서 중·고등학교시기를 보냈기에 시설 생활은 이들에게 퇴소 후에도 영향을 미친다. 특히, 시설종사자와의 관계와 시설 내 선·후배, 친구들과의 관계, 그리고 학교 친구들과 형성했던 인간관계 양상이 퇴소 후 자립과정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본 연구에서는 시설퇴소 청년의 퇴소 전 형성된 지인관계(원가족관계 제외)가 퇴소 이후 어떠한 양상으로 이루어지는지, 그리고 사회에서 만난 사람들과의 관계 양상을 탐색하고자 한다. 이러한 탐색을 통해 퇴소청년의 인간관계를 이해하고 개선할 수 있는 단초를 발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Ⅱ. 선행연구 고찰

‘퇴소청년들의 퇴소 전 형성된 지인관계가 퇴소 후에는 어떠한 양상인가? 그리고 퇴소청년은 사회에서 만난 사람들에 대해 어떠한 표상을 가지고 있는가?’라는 본 연구주제와 관련하여 살펴볼 관련 선행연구로는 첫째, 시설 내 영·유아기부터 청소년기 동안의 애착6) 내지 인간관계에 관한 연구와 둘째, 시설종사자와 시설 선·후배, 동기와의 퇴소 후의 관계에 대한 진술문이 담긴 퇴소청년의 자립경험을 주제로 다루는 연구들이다. 시설 내 영·유아기부터 청소년기의 애착 내지 인간관계에 관한 연구에 대하여는 영·유아기와 아동기 및 청소년기로 구분하여 살펴보고자 한다. 애착에 관한 연구를 살펴보는 이유는 생애 초기에 형성된 양육자에 대한 애착은 내적 실행모델로 전 생애에 걸쳐 비교적 유지되는 성향이 있고, 정서적 안정성과 대인관계에 기초가 되는 것으로 보고되기 때문이다(정선욱, 2004). 시설 영아들은 공동양육으로 인해 일반가정의 영아보다 안정된 애착관계를 발달시키는 데 많은 어려움이 있다(Zaccagnino, Cussino, Preziosa, Veglia & Carassa, 2015). 시설 영아는 부모와의 불안정한 애착이나 부적절하고 비일관적인 양육태도 등 주양육자로부터 정서적 지지를 얻지 못하는 경험을 갖기 때문이다(O´Connor, Moynihan & Caserta, 2014;Shin, Chung & Kwon, 2011). 또한 시설보육사의 잦은 이동으로 영아들은 보육사와의 분리감, 정서적 철회를 경험하게 된다(보건복지부, 2005a, b). 한편, 1984년부터 2010년까지 발표된 애착 관련 논문 8907편 중 46편을 메타 분석한 연구에 따르면, 불안정애착이 불안을 일으키는 주요인이며 생후 초기 불안정애착 경험으로 형성된 불안은 성인기까지 영향을 준다고 하였다Colonnesi, Draijer, Jan, Stams, Bruggen, Bögels, & Noom, 2011). 반면, 영아기 안정애착은 불안을 통제하고 조절하는데 효과가 있었다.

시설아동 및 청소년의 대리양육자, 시설친구, 학교친구와의 관계에 관한 선행연구들을 살펴보면, 먼저 시설아동 및 청소년의 대리양육자와의 관계에 관한 선행연구들은 애착유형에 주목하고 있는데 그 이유는 애착유형이 사회적 관계의 원형으로 작용하고, 대리양육자와의 애착관계는 아동의 심리적응과 사회적응에 영향을 미치며(정선욱, 2004), 청소년의 애착유형은 그들의 사회적·정서적 발달과 적응을 예측하는 주요요인이기 때문이다(이수천, 김형태, 2012). 시설청소년과 일반청소년의 애착유형은 시설청소년이 일반청소년에 비해 안정형 애착비율이 낮고, 회피형 애착이 양가형 애착보다 높게 나타나 애착유형에 차이가 있다는 연구(정선욱, 2002)와 집단 간 유의미한 차이가 없다는 상반된 연구결과(최은경, 오수성, 2006)가 보고되고 있다. 이러한 연구결과의 상반성은 기존 연구들이 시설아동 내지 청소년들의 경험적 세계를 반영하지 아니하고 외부자적 관점에서 접근하였기 때문으로 보인다. 내부자적 관점에 근거하여 유사한 환경이라도 시설아동 내지 청소년에게 동일하게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분석하는 부분을 줄여야 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한편, 시설아동 및 청소년의 대리양육자에 대한 표상을 살펴보면, 최나야 외(2002)는 아동양육시설에서 살고 있는 중학생 9명과의 심층면접을 통해 보육사에 대해서는 보살핌에 대한 만족감, 대체가족원으로서의 기대심리 및 규제·폭력·비양육적 태도에 대한 부정적 지각이 함께 존재한다고 보고하였다.

시설청소년에게 같은 시설에서 생활하는 또래와의 애착은 시설 생활의 안정감을 도모하고 서로 의지하게 함으로써 좌절하지 않도록 지탱해주는 요인으로 나타났다(강명진, 2010). 최나야 외(2002) 역시 시설 내 동거하는 다른 청소년들과는 시설 내외에서 공유하는 경험이 많아 적응과정에 서로 도움을 주며, 매우 긴밀한 관계를 형성하는 한편, 때때로 크고 작은 갈등이 발생하기도 한다고 하였다. 하지만 시설보호아동은 일반가정아동에 비해 학교또래 사이에서 위축을 경험한다고 보고된다(권세은, 이순형, 2002). 성미영(2006)도 시설보호아동이 학교친구와 피해의식으로 사회적 관계를 잘 맺지 못하지만, 시설 친구들과는 밖에서 더욱 결속력을 보인다고 하였다. 시설아동 및 청소년은 학교친구들과 가까운 사이인 것처럼 느끼게 되어도 자신이 시설 출신임을 알게 되면 자신을 기피하거나 악의적 소문을 내거나 동정하게 되어 그들과 멀어지는 경험을 하게 되면서, 특정 개인과 깊이 있는 관계를 유지하기보다는 집단적인 상호작용 속에서 관계를 유지하는 것에 더 익숙함과 편안함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강현아, 이종은, 2018). 이들은 시설 소속이라는 점에 대한 ‘낙인’을 두려워하며, 또래관계에서 개방적이지 못한 특징을 보이는 것이다. 반면 학교에서 관계하는 또래들과의 긍정적인 교류가 시설보호아동의 탄력성을 증진시키는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연구결과도 보고된다(김형태, 2012).

다음으로 시설종사자(원장, 생활지도원, 자립지원전담요원), 시설 선·후배, 동기와의 퇴소 후 관계에 관한 진술문이 담긴 퇴소청년의 자립경험을 주제로 다루는 연구들을 살펴보겠다. 강현아 외(2009)에 의하면 퇴소 청년들의 주요 사회적 지지7) 체계는 보육교사, 시설 선배, 동기들로 나타났다. 이에 반해 퇴소청년의 성공적 적응을 대학진학, 취업, 임신이나 부모 되기 피하기, 노숙경험 피하기, 범죄연루 피하기, 복지의존 피하기 등으로 구성한 강현아(2010)에 의하면 시설종사자의 지지만이 퇴소청년의 성공적 적응에 유의미한 효과를 나타냈고, 시설 선배, 동기들의 지지는 유의미하지 않다고 하였다. 이와 같은 상반된 연구 결과는 퇴소청년들의 퇴소 후 시설 선·후배, 동기간 관계의 양상에 대한 질적 연구의 필요성을 제기한다. 장혜림 외(2017)에 따르면, 퇴소청년에게 시설직원과의 연락이 큰 힘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시설 직원의 지지는 정서적 지지만이 아닌 정보적 지지의 성격도 가지는 것으로 드러났다. 퇴소청년들은 시설 직원으로부터 취업이나 자격증 취득 등의 정보를 얻거나 정기적으로 만나 격려와 지지를 받고 있었다. 퇴소청년의 시설직원과의 관계에 대한 내용은 외국 연구결과도 마찬가지인데, 가정위탁출신 청소년의 레질리언스 원천으로 양육자와의 친밀한 관계가 도출되었다(Hass & Graydon, 2009). 대학을 졸업하고 최소 3년 이상의 취업경력이 있는 퇴소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도 시설교사와의 관계와 안정된 취업을 위한 학습지원을 퇴소 청년의 성공적 자립 요인으로 보고하고 있다(Nho, Park & McCarthy, 2017)퇴소청년의 시설친구, 선·후배와의 관계와 관련된 진술문을 살펴보면, 시설에서는 때리고 맞던 사이였지만 퇴소 후에는 챙김을 주고받으며 의지하는 관계가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장혜림 외, 2017) 시설에서 살 때는 때리고 맞는 것을 전수했지만 퇴소 후에는 돌봄을 전수하는 것이다(권지성, 2007). 먼저 퇴소한 원 선배들은 갓 퇴소한 후배에게 그동안 생활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유익한 지식과 기술, 교훈을 주는 것이다(권지성, 2007).

마지막으로 퇴소청년의 사회에서 만난 이들과의 관계에 대한 진술문들을 살펴보면, 퇴소청년들은 자신이 시설에서 성장했다는 사실을 숨기는데, 이는 타인의 동정심과 같이 주변 시선이 달라짐을 경험하기 싫기 때문이다(장혜림, 정익중, 2017). 자신의 역사를 밝힌 퇴소자들은 타인으로부터 우호적 반응보다는 부정적인 반응을 더 많이 경험한 것으로 드러났다(Fluke, Goldman, Shriberg, Hillis, Yun, Allison & Light, 2012; Gray, Pence, Ostermann, Whetten, O’Donnell, Thielman & Whetten, 2015). 또는 자신의 역사를 알게 된 타인이 특별히 자신을 다르게 대우하지는 않지만 스스로 위축되는 마음을 피할 수 없는 것이다(장혜림, 정익중, 2017). 특히 이성관계와 관련하여 강현아 외(2009)는 퇴소청년 상당수(46.6%)가 시설에 대한 편견, 거절에 대한 두려움, 혹은 자신감 부족으로 인해 이성관계에서 심리적 어려움을 느낀다고 보고하였다. 장혜림 외(2017)에서는 ‘시설에서 살면 못 살았을 것 같고 못 배웠을 것 같다’는 남자친구 부모의 편견으로 이성관계에서 피해를 입은 경험이 드러나기도 하였다. 한편, 직장생활에서 경험한 편견의 내용으로는 직접적으로 돈을 만지는 경리 분야에서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 등의 불이익을 경험함(정익중 외, 2015)이 보고된다.

이상으로 퇴소청년의 자립경험을 주제로 한 연구에서 나타난 인간관계와 관련된 진술문들을 살펴보았다. 본 연구에서는 기존 연구에서 분절적으로 드러난 퇴소청년의 인간관계 내용에서 더 나아가 퇴소청년들에게 ‘퇴소 전 형성된 (원가족 이외의) 인간관계가 퇴소 후에는 어떠한 양상인가? 사회에서 만난 이들에 대한 표상은 어떠한가?’를 연구질문으로 던지고, 이와 관련된 그들의 경험을 깊이 있게 탐색하고자 한다. 이를 통해 퇴소청년들의 바람직한 인간관계를 위한 실천적·상담적 시사점을 도출, 그들의 발달은 물론 소속되었던 집단인 아동양육시설 내 아동, 청소년의 발달에도 기여하고자 한다.


Ⅲ. 연구 방법

본 연구에서는 퇴소청년들에게 시설에서 만난 어른, 친구와 선·후배, 그리고 사회에서 만난 이들과 어떤 관계를 맺는지, 그들로부터 받는 지지는 무엇인지, 그들과의 유대감은 어느 정도인지를 질문하고 ‘그들의 목소리’를 들어보았다. 분석방법은 질적 연구방법을 선택하였는데, 그 이유는 특수한 환경에 속하는 대상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특히 사회적 교환 속에서 이루어지는 행동의 집합인 타인과의 상호작용을 살펴보기 위해서는 ‘자연적 맥락’ 안에서의 접근인 질적 연구방법이 유용하기 때문이다(Hinde, 1995). 심층면접 후, 연구참여자들의 진술 내용에서 시설에서 만난 어른, 친구와 선·후배, 그리고 사회에서 만난 이들과의 관계에서 느꼈던 표상과 의미에 대해 추출하였다. 이를 통해 퇴소청년의 인간관계에 대한 이해와 그들의 원만하고 건강한 인간관계 유지를 위한 실천적·상담적 시사점을 도출하였다.

1. 연구참여자

본 연구는 연구참여자와 접촉하기 어려운 현실을 감안, 세평(世評)적 사례선택(reputational case selection)전략을 활용하였다. 세평적 사례선택이란 특정분야에 오랫동안 종사하여 경험이 풍부한 전문가에게 연구참여자 소개를 의뢰하는 것이다(이혁구, 김진숙, 이근무, 2011). A시에 소재한 8개 아동양육시설을 통해 연구참여자를 소개받았다. 이 중 1개 시설을 제외한 7개 시설의 자립지원전담요원들이 5년 이상 근무하고 있었는데, 이는 연구참여자들이 본 연구에 신뢰를 가지고 참여하는데 도움을 준 요인이었다. 연구참여자 선정에 성별, 연령, 입소시 연령, 시설 거주기간, 부모 생존 여부 및 연락 유무, 결혼 여부 및 이성교제 경험 유무를 고려하는 준거적 선택(조용환, 2001)을 병행하였다. 그 결과 총 25명이 선정되었는데, 여성이 11명, 남성은 14명이었었다. 연령별로는 만 20세~24세가 15명, 만 25세 이상이 10명이었다. 면접 장소는 연구참여자가 편안하게 진술할 수 있도록 출신 아동양육시설 상담실 또는 카페로 하였고, 면접 기간은 2018년 10월 22일 ~ 2018월 12월 27일이었으며, 면접 소요시간은 연구참여자 별로 1~2회에 걸쳐 32분~1시간 32분이었다. 표1에서 연구참여자의 성별, 연령, 입소시 연령, 시설 거주기간, 부모 생존 여부 및 연락 유무, 결혼 여부 및 이성교제 경험 유무, 직업을 제시하였으며, 개인정보 보호를 위하여 연구참여자의 성명은 가명처리 하였다.

연구참여자 특성

2. 연구절차

본 연구에서는 퇴소청년들이 시설에서 만난 어른, 친구와 선·후배, 그리고 사회에서 만난 이들과의 관계에 대해 어떻게 지각하고 있는지, 그리고 관계상의 특징은 어떠한지를 기술하고 분석하기 위하여 이들을 심층면접하여 자료를 수집하였다. 연구 전 참여자들에게 연구의 목적, 내용과 방법에 대하여 설명하였다. 면접한 내용을 녹음하겠다는 것과 녹취된 내용은 연구 목적 이외에 다른 용도로 사용히지 않을 것이며, 비밀보장과 익명처리에 대해 연구참여동의서 작성을 통해 알려주고 확인하였다. 연구참여 동의서에는 원하지 않을 경우 연구참여를 언제든지 철회할 수 있다는 점도 포함되었다. 면접과정은 1단계로 최대한 폭넓은 자료를 수집하고자 ①원가족을 제외한 중요한 타인이 누구인지요? ②그들과의 관계는 어떻습니까? ③시설에서 만난 어른들과의 관계, 그들로부터 받는 지지, 그들과의 유대감은 퇴소 전에는 어떻고, 퇴소 후는 어떻습니까? ④시설에서 만난 친구와 선·후배와의 관계, 그들로부터 받는 지지, 그들과의 유대감은 퇴소 전에는 어떻고, 퇴소 후는 어떻습니까? ⑤퇴소 후 사회에서 만난 이들과의 관계, 그들로부터 받는 지지, 그들과의 유대감 어떻습니까? 라는 개방형의 질문을 사용하였다. 2단계로는 구조화된 질문지를 사용하여 연구참여자의 연령, 입소시 연령, 시설 거주기간, 부모 생존 여부 및 연락 유무, 결혼 여부 및 이성교제 경험 유무, 직업을 질문하였다.

질적 연구에서 비롯될 수 있는 오류를 최소화하기 위해 링컨(Lincoln)과 구바(Guba)의 평가기준(1985)인 일관성, 사실적인 가치, 중립성, 적용성을 활용하여 연구의 질을 검증하였다. 일관성과 사실적 가치를 보존하고자 면접가이드를 통해 면접의 일관성을 유지하고자 하였으며, 전사자료 세그멘팅 및 코딩에서 동료검증을 실시하였다. 본 연구자는 청소년 관련 연구 경험이 많은 사회복지학 박사이고, 동료 검증자는 질적 연구를 다수 수행한 사회복지학 박사이다. 중립성을 지키기 위해 퇴소청년의 인간관계에 대한 선이해, 가정들로부터 영향을 받지 않도록 의식적으로 노력하였다. 적용성을 위해 연구의 깊이를 보장해 줄 수 있는 다양한 맥락의 연구참여자를 최대한 확보하고자 노력하였고, 연구참여자의 진술이 반복되면서 더 이상 새로운 자료가 나오지 않을 때까지 자료를 수집하였다. 또한 인터뷰를 마무리할 때 본 연구주제와 관련하여 추가적으로 진술하고 싶은 내용이 있는지 질문함으로써 자료의 포화 여부를 점검하였다. 마지막으로 분석과정에서 선행연구와 비교함으로써 잠정적 오류(Lincoln & Guba, 1985)를 수정하고자 하였다. 면접내용에서 ‘퇴소 후 인간관계’로 판단되는 진술을 찾아내어 의미단위(meaning units)로 묶어서 축코딩하였다. 그 후에는 의미단위 속에서 인식의 패턴을 찾는 과정을 통해 주요 주제를 도출하였다.


Ⅳ. 연구 결과

연구참여자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통해 그들이 퇴소 전 관계를 맺었던 중요 타인인 시설에서 만난 어른들, 시설 친구·선·후배와 퇴소 후에는 어떠한 상호작용을 하고 있는지, 사회에서 만난 이들과의 관계는 어떠한지를 살펴본 결과, 이들과의 관계양상은 연구참여자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고 있었다.

연구결과 개요

1. 시설에서 만난 어른들: 퇴소 후에도 의지할 수 있는 VS 퇴소 후에는 의지할 수 없는

시설아동 및 청소년들은 친부모와의 애착과 지지적 관계가 부족하므로 시설에서 만난 성인이 주는 영향은 매우 클 것으로 예상된다. 연구참여자들은 시설에서 만난 어른들에 대한 표상으로 ① ’퇴소해서도 정서적 지지가 되는 상담자 VS 퇴소해서 계속 의지하기에 미안한 마음이 드는 사람’, ② ’퇴소해서도 도구적 지지를 주는 해결자 VS 퇴소 후에는 받을 수 있는 지원에 대한 안내자일 뿐’ 을 꼽았다. 연구참여자마다 이상의 상반된 표상을 가지는 것은 해당 시설 인력(생활지도원, 자립지원전담요원) 배치 상황과 그에 따른 직원의 시설아동과의 친밀한 관계 형성 및 유지의 가능성에서 비롯되고 있었다.

1) 퇴소해서도 정서적 지지가 되는 상담자

연구참여자에 따라서는 퇴소 후 힘들거나 어려운 일이 생겼을 때 의지하고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곳으로 ‘나의 집’이었던 시설을 꼽았다. “퇴소 후 시설은 어떤 의미이냐?”는 연구자의 질문에 연구참여자 이주훈, 유은우, 오상호는 ‘갑자기 연락하거나 놀러 가도, 그리고 힘들 때 도움을 요청하면 흔쾌히 받아주시는 선생님이 있는 곳’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지금도 의지할 수 있는 사람으로는 학교나 사회에서 만난 사람들보다는 원에서 만난 사람들이 많죠. 여기(보육원과 자립생활관)는 저에게 집이니까요. 여기는 편한 곳이고 아직까지도(자립생활관에서 퇴소한지 4년째) 고민 있으면 시설 이모들에게 전화해요. (이주훈)
여기(자립생활관) 나간 지 2년이 되었어도 고민이 생기면 상의하는 사람은 어머니와 여기 사무국장 이모예요. (중략) 가족보다 더 돈독한 가족이라고 할까요? 서로 대화 안 하는 가족도 많잖아요. (유은우)
명절 되면 퇴소한 형들이 원으로 와요. 저도 오고요. 고민 있으면 제 방 담당했던 이모나 방 친구들에게 이야기해요. (오상호)

연구참여자에 따라 시설선생님은 ‘언제나 나의 편인 고마운 존재이자 의지가 되는 존재’로 남아 있었다.

2) 퇴소해서 계속 의지하기엔 미안한 마음이 드는 사람

연구참여자 김소영, 윤세윤은 아동양육시설에서 퇴소한 이상 자신들은 시설의 ‘외부인’이라고 진술하였다. ‘시설아동의 자립지원을 담당하는 것만으로도 벅찬’ 생활지도원이나 자립지원전담요원에게 퇴소 후에도 의지하는 것은 ‘미안한 일’이라고 여기고 있었다.

일단 퇴소하고 나니까 이모한테 찾아가거나 전화 걸기는 미안하고 뭐 물어보고 싶은 게 있으면 문자 주고받는 정도예요. 전 퇴소했으니까 외부인이잖아요. (김소영)
퇴소하고 나면 이모들한테 전화하거나 원이나 자립생활관에 가는 게 망설여지기는 해요. 자립생활관에서 사는 동안에 밥 먹었던 식당을 퇴소하고 나서 온 적이 몇 번 있었는데 밥 먹으려면 눈치를 살짝 보게 되더라고요. 이제는 여기에서 저를 볼 때 외부인이잖아요. (윤세윤)

연구참여자 조성윤, 임주빈, 이건희, 오상호는 “퇴소해서도 원에 있을 때처럼 당당히 물어보고 상담할 수 있는 체계”가 필요하다고 역설하였다.

일단 퇴소해버리면 이모들(생활지도원, 자립지원전담요원)한테 전화하기가 좀 그렇잖아요. 퇴소해서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를 때 원에 있을 때 이모들에게 당당하게 물어볼 수 있었던 것처럼 그런 체계가 있으면 좋겠어요. (조성윤)
퇴소한 애들한테 특히 부모가 완전히 없는 애들한테는 퇴소해서도 꾸준히 관리해주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직장생활을 꾸준하게 안정적으로 할 때까지는 연락해서 힘든 점은 없는지 물어봐 주고 정보도 알려주는 게 필요하다고 봐요. (임주빈)
퇴소해서도 궁금한 거나 필요한 정보를 알려주는 멘토가 있으면 좋겠어요. 퇴소하고 1년 동안 1달 내지 2달 간격으로 만날 수 있는 멘토가 있으면 집중관리가 될 수 있겠죠. 그리고 퇴소 후 1년이 지난 다음 적응 정도를 파악해서 멘토를 종료할 것인지 결정하면 되죠. 퇴소 전에 애들이 잘 듣지도 않는 자립교육에 집중하는 것보다 퇴소 후 관리에 힘을 기울였으면 좋겠어요. (이건희)
모르는 게 있는데 자문해 줄 사람이 없다는 게 문제예요. 퇴소해서도 이모들한테 의지하는 것이 폐를 끼친다고 생각하는 친구들도 있어요. 퇴소한 사람들이 지원받을 수 있는 정보를 물어보거나 상담할 수 있는 어플이 있으면 좋겠어요. 어플이 LH 신청, 장학금 신청, 취업 알선 그런 것들을 종합적으로 담고 있으면 좋겠어요. (오상호)

청소년은 가족 구성원과 친밀한 애착을 유지하면서 점진적으로 자율성을 획득할 때 심리적 적응 수준이 가장 높다(Lamborn & Steinberg, 1993), 퇴소청년에게는 시설에서 만난 어른들이 부모와 다름없다는 점, 성인기에도 지속적인 정서적 애착은 중요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퇴소해서도 정서적 지지를 받을 수 있는 체계구축이 필요하다.

3) 퇴소해서도 도구적 지지를 주는 해결자

연구참여자에 따라 시설에서 만난 어른들은 퇴소 후에도 겪게 되는 여러 가지 어려움을 해결해주는 ‘고마운 존재’였다. 연구참여자 조보상은 퇴소해서도 자발적으로 통장을 생활지도원에게 맡기고, 재정 관리를 받고 있었다. 이러한 점은 퇴소청년들이 돈 관리를 의존하게 되는 주 대상은 시설 관계자라는 연구결과(장혜림, 정익중, 2017)와 일치한다.

월 초에 용돈으로 10~20만원 정도 들어와요. 용돈은 제가 직장생활하면서 모아둔 돈을 보육원 이모가 관리하면서 출금해서 주시는 거예요. (조보상)

뒤의 2) (3)에서 살펴보겠지만, 퇴소해서 의지가 되는 시설 동기들은 때로는 ‘그들이 처해 있는 상황에 따라 나를 무너뜨리는 사람’이 되기도 한다. 무너져 있을 때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주변 정리를 해 주는 사람은 아동양육시설 생활지도원 또는 자립지원전담요원이었다.

원 동기 중 하나가 LH지원 집에서 살았는데 사회에서 만난 사람이 그 집에 드나들더니 그 사람이 집을 차지하고 그 친구는 집에 못 들어가고 떠도는 상황이 되었어요. 어쩌다가 자립정착금, CDA까지 그 사람한테 털렸나 봐요. 그 친구가 핸드폰 요금을 못 내서 정지당하자 제 주민번호를 어떻게 알았는지, 핸드폰 대리점 하는 원 친구랑 제 명의로 핸드폰을 개통을 해서 소액결제로 돈을 써서 저한테 200만원이 청구되었어요. 다행히 원 선생님(자립지원전담요원)이 개입하셔서 두 친구로부터 월 5만원씩 받아내고는 있어요. (조보상)

연구참여자 기민아는 퇴소한지 2년이 지났음에도 희귀질환으로 인한 병원비를 후원 연계해 준 시설 관계자에게 깊은 감사를 표하였다.

대학에 진학하면 원에 있을 수 있는 게 연장될 수 있지만 저는 대학 입학하면서 후원자 집으로 들어가 이미 퇴소한 상태였어요. 그러다 2학년 때 희귀질환으로 병원에 자주 입원하게 되었는데 여기 시설에서 병원비 후원 연계를 해주셨어요. (기민아)

연구참여자 조민주는 친모로부터 경제적 지원을 전혀 받지 않고 있음에도 친모가 존재한다는 사유로 퇴소 후 기초수급에서 탈락되었다. 하지만 자립지원전담요원의 적극적인 노력으로 다시 수급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제가 (대학) 4학년 때 수급을 다시 인정받은 것도 이모(자립지원전담요원)가 동사무소 담당 직원과 이야기 해 주셔서 된 거예요. 서류도 이모가 해 주셔서 공문을 ○○(지역도시)에서 서울로 발송해주셨어요. 그래서 수급도 다시 받게 되고 LH전세도 얻게 되었어요. (조민주)

연구참여자 이수라는 ‘고졸로서는 좋은 직업을 갖기 힘들다는 현실의 벽’을 실감하고 낙담하던 차에 자립지원전담요원의 대학진학 권유와 ‘비용이 들지 않는 대학, 학과, 전형에 대한 소개’로 다시 일어설 수 있었다.

사회적 배려대상으로 합격하면 등록금, 기숙사비, 근로장학생 생활비까지 지원된다고 해서 결심했어요. (중략) 이모(자립지원전담요원)의 적극적인 권유가 있었어요. 저도 이런 똑같은 패턴의 생산직 일이 싫기도 하고 기회가 있을 때 뭔가를 배우고 싶기도 해서요. (이수라)

연구참여자 이유정, 김남원은 시설 어른들의 소개로 현재의 직장을 잡게 되었다.

시민단체 간사로 일하게 된 데에는 여기 이모님(자립생활관 사무국장) 추천이 있었고요. (이유정) (시설) 원장님의 소개로 동사무소 장애인 행정도우미로 일하고 있습니다. (김남원)

시설에서 만난 어른들을 퇴소 후에도 도구적 지지를 제공해주는 존재로 인식하고 있는 이상의 연구참여자들은 이러한 도움을 당연시하지 않고 ‘고맙게’ 여기고 있었다. 즉, 퇴소 후에도 이어지는 이러한 도구적 지지는 시설에서 만난 어른들의 특별한 관심과 수고로움이 있기에 가능하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었다. 이러한 점은 관심과 수고로움을 쏟기 어렵거나 그럴 의사가 약한 시설 어른들도 있을 수 있고, 그러한 시설의 퇴소청년들은 도구적 지지체계가 약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4) 퇴소 후 받을 수 있는 지원에 대한 안내자일 뿐

연구참여자에 따라서는 시설에서 만난 어른들은 ‘퇴소해서도 도구적 지지를 주는 해결자’가 아닌 ‘퇴소 후 받을 수 있는 지원에 대한 안내자’일 뿐이었다. 연구참여자 왕정일은 ‘퇴소 후 가장 큰 문제인 주거’에 관하여 단순히 지원받을 수 있는 제도 소개 뿐만 아니라 제도 활용을 도와주는 손길의 아쉬움에 대해 다음과 같이 진술하였다.

퇴소하면 주거가 가장 문제죠. 퇴소 전에 원에서 LH전세지원이 있다는 것만 알려주고, 그것을 어떻게 신청해야 하는지는 알려주지 않거든요. 내가 직접 발로 뛰어야 하는 거고, 그걸 귓등으로 들은 얘들은 그냥 월세 살면서 자립정착금, CDA 다 써버리고 돈이 다 떨어지니까 내가 원하는 직업에 대한 생각 없이 되는대로 알바를 뛰는 생활을 하게 되요. 급하니까 일용직에 들어가게 되고 그러다 보면 인생이 무너지게 되죠. (왕정일)

왕정일의 진술은 퇴소청년에 대한 지원이 실효적이기 위해서는 정비된 제도 소개뿐만 아니라 제도 활용에 대해서도 도와주어야 함을 보여준다. 원에서 보호받던 상태에 있다가 사회에 나가 다방면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퇴소청년들이 자신들이 받을 수 있는 지원을 잘 활용할 것이라고 처음부터 기대하기는 무리이다. 퇴소청년에게는 ‘단순한 안내자’ 보다 ‘지지자’, ‘해결자’가 절실한 것이다.

2. 시설에서 만난 친구, 선·후배: 밀접하고 집약적인 관계

연구참여자들에게 시설에서 만난 친구, 선·후배는 오랜 세월 함께 자라다 보니 사이가 좋던 나쁘던 ‘밀접하고 집약적’ 인 관계였다. 그러나 바람직한 관계가 형성되지 못할 경우, 큰 타격을 입게 되는 관계이기도 하였다. 본 연구참여자들은 시설에서 만난 친구, 선·후배들에 대한 표상으로 ①‘원에서 때리고 맞던 사이로 퇴소 후에는 피하는 사람’, ②‘퇴소해서는 경제적·정보적으로 의지하는 사람’, ③‘어려우면 도미노처럼 함께 무너지는 사람’, ④‘퇴소해서도 정서적으로 의지되는 사람’을 꼽았다. 연구참여자마다 이상의 상반된 표상을 가지는 것은 시설에서 생활하는 동안 폭력과 관련된 경험의 내용과 그에 대한 시설 직원의 대응(적극적 개입/방치), 그리고 퇴소 후 경제적 문제로 얽혀 피해를 주고받은 경험 유무와 그에 대한 시설 직원의 개입 또는 본인의 대처방식의 상이함에서 비롯되고 있었다.

1) 원에서 때리고 맞던 사이로 퇴소 후에는 피하는 사람

연구참여자 기민아와 어재형은 시설에 있는 동안 선배들로부터 많이 맞아서 퇴소 후에도 선배들을 만나지 않고 있었다.

원에 있을 때 선배들한테 많이 맞고 살아서 퇴소한 선배들이 명절 때 만나자고 해도 한 번도 안 나갔어요. (기민아) 퇴소한 형들이 명절 때 오기는 하는데 많이 맞았던 기억이 있어서 만나기 싫어요. 뭐 사준다고 해도 제가 안 만나고 있어요. (어재형)

반면, 연구참여자 하윤수는 시설에 있는 동안 ‘별생각 없이’ 후배들을 때렸는데 지금 와서는 잘못된 행동이라는 것을 알기에 후배들을 만나기가 두렵다고 하였다.

제가 원에 있을 때 후배들 좀 때렸거든요. 그때는 아무 생각 없이 때렸던 거예요. 저도 형들한테 맞고 그걸 동생들 때리면서 풀었거든요. 그 때에는 때리고 맞는 것이 당연시되는 분위기였어요. 하지만 지금은 그게 잘못된 행동이었다는 것을 깨달아 후배들 만나기 두려워요. 리벤지 당할까 봐요. (웃음) (하윤수)

연구참여자 기민아, 어재형, 하윤수의 진술은 시설 내 바람직한 또래 관계 증진을 위한 환경구성의 중요성을 시사한다.

2) 퇴소해서는 경제적·정보적으로 의지하는 사람

시설에서 만난 친구, 선·후배는 퇴소 후 경제적·정보적 지지를 주고받는 사이가 된다. 연구참여자 이미려와 김남원은 퇴소 후 가장 큰 문제인 주거를 시설 후배와 동기들의 도움으로 해결할 수 있었다.

퇴소해서 저한테 연락하는 원 후배들이 3명 정도 있어요. LH지원이 되는 오피스텔도 그 후배가 알려주어서 신청할 수 있었어요. (이미려)

연구참여자 김남원은 퇴소 후 LH(소년소녀가정 등) 전세지원을 받을 때까지 2년 동안 먼저 퇴소한 동기들의 원룸에서 지냈다. 동기들과의 동거는 비용 경제적이었기에 연고자가 없는 이들에게 자립정착금이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는 유일한 선택지였다.

먼저 퇴소한 친구들이 원룸을 구해두었었어요. (중략) 자립정착금을 신청해도 바로 나오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원에서 모아둔 돈이 다거든요. 그러니까 누가 월세보증금을 납부하면 누구는 식비를 부담하고, 누구는 의류를 사서 나눠 입고 그런 식으로 다 분담해서 살았어요. (김남원)

연구참여자 이진영은 실직 당시 원 선배로부터 직업적·경제적으로 도움을 받았다. 이진영은 특성화고 졸업 후 통신 관련 생산직으로 근무하였는데, 회사가 새로운 아이템을 시도하다 파산하였다. 실직한 그는 누나가 있는 ○○로 내려가 쉬던 중 평소 원을 후원하던 퇴소 선배로부터 입사 제안을 받게 된다. 알고 보니 그 선배는 통신 관련업체 사장이었다. 원 선배로부터 도움을 받은 그는 자신도 원 후배들에게 도움을 주는 선배로 자리매김하길 소망한다.

5년 뒤쯤 제가 이 회사에 더 자리를 잡아서 사장님이 저한테 해 주셨듯이 여기 원에서 퇴소하는 아이들이 자리를 못 잡고 있으면 우리 회사에 데려와 일도 가르치면서 정착하게끔 도와주고 싶어요. 지금 원 후배 하나를 데려와서 같이 일하고 있는데 6개월째 잘 적응하고 있어요. (중략) 제가 여기 6살짜리 꼬맹이 한 명 후원하고 있어요. 저 퇴소하고 와서 보니까 와 있더라고요. 예뻐서 후원하게 되었어요. 저도 어릴 때 후원받았잖아요. 이제는 나도 누구를 도와야 할 것 같아서요. (이진영)

부모나 가족의 지원이 부족한 시설퇴소 청년에게 시설 선·후배, 친구는 안정적인 지원망으로서 중요한 자원을 제공해주고 있었다. 시설 선·후배, 친구 관계가 퇴소 후 사회적 자립에 긍정적인 자원으로 작용하고 있었다.

3) 어려우면 도미노처럼 함께 무너지는 사람

위에서 살펴보듯이 퇴소해서 의지가 되는 시설 선·후배, 동기들은 때로는 그들이 처해 있는 상황에 따라 나를 무너뜨리는 사람이 되기도 한다. 연구참여자 조보상은 그러한 경험을 하였고, 왕정일과 오상호는 주위에서 그러한 사례를 목격하였다.

원 동기 중 하나가 LH지원 집에서 살았는데 사회에서 만난 사람이 그 집에 드나들더니 그 사람이 집을 차지하고 그 친구는 집에 못 들어가고 떠도는 상황이 되었어요. 어쩌다가 자립정착금, CDA까지 그 사람한테 털렸나 봐요. 그 친구가 핸드폰 요금을 못 내서 정지당하자 제 주민번호를 어떻게 알았는지, 핸드폰 대리점 하는 원 친구랑 제 명의로 핸드폰을 개통해서 소액결제로 돈을 써서 저한테 200만원이 청구되었어요. 다행히 자립지원전담 선생님이 개입하셔서 두 친구로부터 월 5만원씩 받아내고는 있어요. (조보상)
퇴소하면 주거가 가장 문제죠. 퇴소 전 원에서 LH전세지원이 있다는 것만 알려주고, 그것을 어떻게 신청해야 하는지는 알려주지 않거든요. 내가 직접 발로 뛰어야 하는 거고, 그걸 귓등으로 들은 얘들은 그냥 월세 살면서 자립정착금, CDA 다 써버리고 돈이 다 떨어지니까 내가 원하는 직업에 대한 생각 없이 되는대로 알바 뛰는 생활을 하게 되요. 급하니까 일용직에 들어가게 되고 무너지게 되죠. 그 시작이 주거문제라고 생각해요. 그러다 보니 먼저 퇴소해서 나온 친구들과 살림을 합치게 되는데 그렇게 되면 혼자 사는 것보다 뭉쳐 다니면서 돈도 더 쓰게 되고... 잘 살고 있는 사람들과 win-win해야 하는데 같이 편안하게 무너지는 거죠. (중략) 처음에 퇴소해서 혼자 나와 살면 외롭잖아요. 그러면 원 동기, 선후배를 집으로 불러요. 아니면 사회에서 알게 된 사람과 같이 살던가요. 같이 사는데 돈을 빌려달라거나 뭐 사달라고 하면 거절하기 그렇잖아요. 해 줘요. 나중에 나도 도움 받겠지 이런 마음으로. 그러다 돈이 다 떨어져요. 그러면 자립정착금이나 디딤씨앗 아직 안 깬 애들한테 가서 붙는 거죠. 그러면 안 깬 얘도 깨게 되요. 그러면 이번에 깬 얘가 아직 안 깬 얘를 찾아서 또 붙게 되는 악순환이 일어나죠. 그런 식으로 망해간 애들만 제 주위에 10명도 넘어요. 심한 경우는 사회에서 붙은 사람이 원래 주인인 얘의 집과 살림을 다 차지하고 때려서 쫓아낸 경우도 있어요. 그래서 저도 퇴소한 애들한테 “혼자서 생활하도록 노력해라. 남에게 의지하려 하지 마라”고 만날 때마다 말해주고 있어요. (왕정일)
퇴소한 선배나 동기들 보면 퇴소 후 1~2년이면 망하는 경우가 많이 있어요. 퇴소했다, 갑자기 돈(자립정착금, 디딤씨앗통장) 생겼다, 그러면 주변에서 퇴소한 선배나 동기들이 달려들죠. 자기들 돈을 다 써버렸으니까예요. (오상호)

연구참여자 왕정일은 이러한 불상사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퇴소자 간의 모임이나 연합회 구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사전에 “서로 힘든 점을 공유하고 같이 해결방안을 찾아보는 것”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한편, 오상호는 퇴소자를 추적 관리해 줄 수 있는 기관과 관리자가 필요하다고 역설하였다.

그런데 그런 것을 터치해 줄 사람도 없어요. 퇴소했으니까. 이건 진정한 퇴소자 정책이 아니에요. 돈(자립정착금) 주고 땡인 거잖아요. 퇴소자를 위한다면 이런 부분까지 관리해주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퇴소한 애들을 내버려 둘 것이 아니라 추적관리를 해야 해요. (오상호)

연구참여자 왕정일과 오상호의 제안처럼 퇴소자 간의 모임이나 연합회가 구성되어 지역 자립지원전담기관 및 사례관리자와 연계된다면 퇴소 후 생활·재정 관리가 되지 않아 동기들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는 것을 방지하는데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

4) 퇴소해서도 정서적으로 의지하는 사람

시설에서 만난 친구, 선·후배는 퇴소해서도 가족처럼 정서적으로 의지할 수 있는 존재이다. 그들은 “나와 같은 입장이라 무슨 말을 해도 통하기” 때문이다. 이미 비슷한 경험을 지닌 채 시설에 들어와 일과를 공유하며 살았기에 퇴소 후에도 서로 긴밀한 관계가 유지하게 되는 것이다.

시설 동기, 동생들 8명 하고는 두 달에 한 번씩 하는 모임이 있어요. 나와 같은 입장인 친구들이라 많이 의지가 되죠. 내가 무슨 말을 해도 통하니까. (임소이)
제가 여기(자립생활관) 나간 지 2년이 되었어도 퇴소한 형들하고 만남이 유지되고 있고요. 그 형들이 있어서 든든함을 느껴요. 가족보다 더 돈독한 가족이랄까요? 서로 대화 안 하는 가족도 많잖아요. (유은우)
힘들 때 의지가 되는 사람은 아무래도 시설 동기, 선배들이죠. 도움이 필요하면 요청도 하고요. 명절 때 되면 여기 원에 다들 모여요. (이건희) 고민 있으면 같이 퇴소한 친구들과 이야기해요. 명절 되면 퇴소 동기들 다 같이 모이고요. (오주영) 여기 ○○방 친구들과는 설, 추석 일 년에 두 번은 모여요. (중략) 고민 있을 때에는 원 친구들과 상의하죠. (이수라) 원 동기들과는 자주 만나고 원장님이나 선생님들하고는 명절하고 원 축제 때 뵈요. (나성은)
설, 추석 되면 동기들 다 같이 모여 여기(원) 오죠. 시설 동기들 단톡방이 있고 누구 생일이면 또 모여서 축하해주죠. 같이 살아왔고 의지할 수 있는 친구들이죠. (장하윤)
명절 되면 퇴소한 형들이 원으로 와요. 저도 오고요. 고민 있으면 제 방 담당했던 이모나 방 친구들에게 이야기해요. (오상호)

이상과 같이 퇴소청년에게 시설 선·후배나 동기들은 가장 긴밀한 관계를 통해 다양한 면에서 서로 의존하는 집단이었다. 가장 친밀하여 자신의 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고 좌절을 극복하게 하는 중요한 지지 자원이라는 점에서 시설선·후배나 동기들과의 관계는 그 중요성이 크다고 할 수 있다.

3. 사회에서 만난 사람들: 나를 있는 그대로 보여줄 수 없는 VS 그대로 보여줄 수 있는

본 연구결과 시설에서 만난 어른들이나 시설에서 만난 친구, 선·후배와의 관계는 특정 개인과의 지속적인 관계 특성을 띄었다, 반면, 사회에서 만난 사람들과의 관계는 특정 개인과의 관계 특성이라기보다는 시설 출신이라는 점에 대한 시설 밖 사람들의 인식과 태도와 관련한 부정적 경험의 내용과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대처하는지에 따라 관계 ‘양식’으로나타났다. 또한 연구참여자들의 진술에서 사회에서 만난 사람들과의 관계에 내적작동모델(Rothbard & Shaver, 1994)이 작용하고 있음이 드러났는데, 이것은 어느 정도 지속적인 특성을 보이고 있었다. 사회에서 만난 사람들과의 관계양상이나 질은 연구참여자에 따라 다르게 나타났다. 참여자에 따라 사회에서 만난 이들에 대해 ‘나를 있는 그대로 보여줄 수 없는 사람’으로 인식하거나 ‘있는 그대로 보여줄 수 있는 사람’으로 대하고 있었다. ‘나를 있는 그대로 보여줄 수 없는 사람’의 구체적인 표상으로는 ‘나를 편견을 가지고 대하는 사람’, ‘원치 않는 동정심을 표하는 사람’, ‘위축감이 들게 하는 사람’이 나타났다.

1) 나를 편견을 가지고 대하는 사람

시설 청소년들은 자신의 시설 거주 사실에 대해 또래가 민감하게 반응하거나 차별적 행동을 함으로 인한 어려움을 경험하기도 한다. 이러한 종류의 경험은 퇴소청년들에게 대인관계에서 자신의 배경을 숨겨야 함을 학습시킬 수 있다. 연구참여자 조민주는 자신이 시설에 산다는 이유로 급우가 짝하기를 거부한 경험을 하고 이후 점점 내성적으로 변하였다.

저에게 오는 칭찬과 비난은 항상 2배였어요. 잘하면 “어쩜 보육원에서 사는 아이가 이렇게 잘할까?” 였고, 못 하면 “보육원에서 산다더니 역시...” 였죠. (조민주)

연구참여자 이미려, 오주영, 정윤지는 ‘보육원에서 사는 아이’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 두려워 ‘믿을 수 있는 사람’ 이외에는 자신의 사정을 숨긴다고 진술하였다. 특히 오주영은 결혼 상대가 아닌 남자친구에게는 자신의 사정을 밝힐 의사가 없다고 하였고, 정윤지는 장래의 배우자에게도 시설에서 살았다는 것은 말하지 않을 생각이라고 밝혔다.

부모님 안 계신다는 이야기를 해 봤자 이득 보는 게 없잖아요. 듣는 사람이 불편해하거나 제 처지를 악용하려는 사람도 있고. 그래서 저도 이야기 안 하거나 거짓말했죠. (이미려)
(2개월 사귄) 남자친구에게 원에서 자란 사실 말 안 했고, 앞으로도 말 할 생각 없어요. 결혼할 상대 아니면 굳이 말할 필요 없죠.(오주영)
저는 남자친구에게 원에서 자란 것 말 안 할 거예요. 결혼하게 되어도 안 할 거예요. 처음에는 저를 좋아하니까 이해를 해 주겠죠. 그런데 계속 사이가 좋을 수는 없잖아요. 괜히 제 사정을 이야기했다가 나중에 이 사람이 저에 대한 생각이 변할 것 같아요. (정윤지)

이와 같이 시설청소년은 사회적 낙인감과 거부감을 경험할 위험이 높은데(안은미, 조수민, 정익중, 2017), 특히 이는 학교 친구들과의 관계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Clemens et al., 2017). 이에 대한 시설아동 내지 청소년들의 유일한 대처는 ‘시설아동임을 절대 들키지 않기’ 였는데(강현아, 이종은, 2018) 이미 시설을 퇴소한 본 연구참여자들의 진술에서도 여전히 이러한 낙인과 대처가 모두 나타났다.

2) 원치 않는 동정심을 표하는 사람

연구참여자 임소이, 윤세윤, 하윤수는 ‘시설에서 자란 아이=불쌍한 아이’ 라는 사람들의 동정 어린 시선이 불편하고 싫었음을 고백하였다.

신랑 측 친척들이 제가 보육원에서 자랐다고 하면 가엾이 보는 눈빛, 동정심 보일 때가 싫었어요. 나는 아무렇지도 않은데 불쌍하다, 짠하다며 보는 시선들이 싫었어요. (임소이)
전에 사귀었다가 지금은 헤어진 여자 친구 부모님하고 같이 여행을 갈 기회가 생겼어요. 여자 친구는 제가 원에서 자란 사실을 알고 있고, 제가 부모님이 없다는 것도 알고 있는 상태였는데, 제 환경을 제 의견도 묻지 않고 자기 부모님께 이야기했나 봐요. 그 상태에서 여행을 가게 되었는데 안 그래도 불편한 자리일 것 아니에요? 부모님들하고 대화를 하는데 저를 불쌍한 아이로 보는 시선이 느껴지는 거예요. 결혼은 가족과 가족의 만남인데 그래서 현재 저는 결혼할 생각이 없어요. (윤세윤)
대학교 와서 교회 숙소에서 살다 보니, 교회 선후배 동기들은 자연히 알게 되었지만 그 외의 친구들에게는 말 안했어요. 말하면 불쌍하다는 눈빛으로 절 쳐다보거든요. 그런 게 되게 싫었어요. (하윤수)

이상과 같이 본 연구참여자들이 경험한 시설아동 내지 청소년은 ‘부모 없는 아이’라 ‘불쌍한 아이’라는 차별적 시선은 퇴소 후 사회에서 만난 사람들과의 인간관계를 제한하는데 작용하고 있었다.

3) 위축감이 들게 하는 사람

연구참여자 기민아, 임소이, 김남원은 외부의 편견을 경험한 적은 없지만 자기 스스로 부여한 ‘시설 아이 또는 고아’라는 낙인감을 내재하고 있었다. 이러한 낙인감은 다른 사람을 대할 때 위축되게 만들었다.

사회에 나가보니까 열등감이 많다고 해야 하나? 자존감이 많이 떨어지는 그런 것이 심리적으로 있는 것 같아요. 내 스스로 그런 것도 있고 다른 사람들이 나를 편견이나 선입견을 가지고 볼까봐. ‘시설에서 자라서 성격이 안 좋고 못 배웠을 것이다’ 그런 편견 있잖아요. 그래서 나도 모르게 그게 내재되어 있는 상태에서 그 사람이 그런 말을 직접적으로 안 해도 나한테 잘 못 대해주면 그렇게 생각되어지죠. 그런 부분이 나도 모르게 의식이 되면서 많이 위축되는 거죠. 그런 느낌이 드는 날에는 집에 가서 엄청 울죠. 다독인다고 다독여지는 것이 아니니까. 처음에는 굉장히 힘들고 상처였죠. 근데 그게 나이가 먹으니까 무뎌지기는 해요. 그건 어쩔 수 없는 것이라고 받아들인 거죠. (기민아)
어떤 사람과 트러블이 있게 되면 저 사람이 내가 부모가 없다고 무시하나 하는 생각이 가끔가다 들 때가 있어요. 자격지심이죠. 그 사람은 그런 마음이 아닐 수도 있는데...요즘에는 덜 하는데 예전에는 많이 그랬죠. (임소이)

이와 같이 연구참여자에 따라서는 타인의 선입견이 어느새 진실이 되어 모호한 상황에서 타인의 의도를 부정적으로 해석하는 경향을 보임으로써 조기 인지구속(Corrigan, Larson, Sells, Niessen & Watson, 2007)의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4) 있는 그대로의 나로 받아주는 사람

자신의 문제는 “낮은 자존감”이라고 진술한 연구참여자 유은우는 자립생활관에서 사는 것을 대학친구들이 알까 봐 전전긍긍하였던 적이 있다. 그러나 친구들은 겉으로 내색을 안 했을 뿐, 이미 알고 있었고 그럼에도 변함없이 자신을 친구로 여기고 있었음을 나중에 알게 된다.

대학 때 사귄 친구들이 잘 사는 애들이었어요. 아버지가 한국◇◇공사 사장이고, 또 한 친구는 ○○대 입학처에서 근무하시고. 당시에 저는 자존감이 매우 낮았는데 그걸 올리는 방법은 남들에게 좋은 모습만 보여주는 것이라 생각했어요. 그리고 이 친구들과 관계를 유지하려면 그 친구들의 수준에 맞추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그 친구들이 스타벅스에 가면 저도 가야 했고, 친구들이 쓰면 저도 써야 했던 것 같고 그 관계를 유지하려고 돈을 썼어요. (중략) 지금 생각해보면 그 친구들의 수준에 맞추지 않았어도 관계가 유지되었을 것 같아요. 왜냐면 이 친구들이 제가 여기서 살았던 것을 아는 눈치예요. 그냥 서로가 말을 안 할 뿐이죠. 그 친구들은 저의 과거에 관심이 없고 현재와 미래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니까 저에 대한 태도가 달라지지 않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제가 지금까지도 그 애들을 좋아하는 거고요. 하지만 당시에는 관계를 유지하려면 그 애들의 수준에 맞추어야 한다고만 생각했어요. (유은우)

시설보호아동은 어린 시절 부모와의 분리로 애착외상을 경험하면서 타인에 대한 불신과 대인관계의 어려움을 겪기 쉽지만(정선욱, 2004), 청소년기와 성인기에 사회적 지지를 통한 안정적인 애착을 경험하면 긍정적인 자아상을 가질 수 있다(황수연, 2018). 자신의 ‘출신’을 알게 된 친구들이 여전히 전과 다름없이 자신을 대하고 있다는 자각은 유은우가 고백하는 자신의 문제, 즉 “낮은 자존감”을 회복하는 계기가 된다. 이러한 점은 시설아동 및 청소년과 퇴소청년에 대한 상담의 지침을 시사한다. 즉, ‘있는 그대로의 나’를 보여주었을 때 남아 있는 친구가 진정한 친구이기에, 진정한 친구를 얻기 위해서는 진정한 나의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는 점이다.8) 연구참여자 왕정일은 위의 유은우와 달리 자신의 처지를 친구들에게 숨기지 않았다. 그는 자신의 이러한 태도가 시설출신자들 중에는 흔하지 않은 행동양식이라고 하였다. 그는 대학 때 사귄 여자친구와 4년 넘게 진지하게 교제하고 있었는데, 이러한 점은 자신의 생각이 틀리지 않았다는 확신으로 이어지고 있었다.

저는 ‘떠날 사람은 떠나라. 남아 있는 사람이 진짜 내 친구이다’라는 마음으로 대처했어요. “너네 집 어디야?” 그러면 “나 어디 시설에서 살아”라고 답했어요. 그런데 저 같은 마음을 가지고 있는 애들이 드물더라고요. 대부분 시설에서 자랐다는 것을 숨겨요. (왕정일)

연구참여자 이성훈도 대학 친구들에게 자신의 사정을 “오픈”하였는데 그 이유는 ‘친구들이 자신의 거짓말을 나중에 알고 실망할까봐’ 였다. 이성훈은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서로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대학 친구들에게는 제가 여기서 산 것 다 이야기했어요. 처음에 오픈 하는 것은 힘들었지만 그래야 그 친구들이 나중에 저에게 실망하지 않을 것 같아서 이야기했어요. (이성훈)

연구참여자 오상호도 ‘친하던 친하지 않던’ 나를 알고 있는 사람들이 나의 환경을 알아도 개의치 않는다고 진술하였다.

저 사실 초등학교, 중학교 때까지는 여기서 산다는 것에 대해 엄청 쪽팔려 했었어요. 심지어 국사시간에 전쟁고아 이야기만 나와도 얼굴 빨개져서 어쩔 줄 몰라 했었어요. 그러다가 고등학교 무렵에는 ‘여기 너무 좋다. 내가 부모님하고 살았으면 이런 것 못 누리면서 살았을 텐데’로 생각이 바뀌었어요. 친구들도 눈치를 챘어도 모른 척 해주었고 알아도 저를 있는 그대로 받아주면서 태도에 변함이 없었어요. 군인지원 자소서하고 어디 회사지원 자소서에 제가 여기서 살았다는 것도 썼었어요. 그 자소서를 학교 컴퓨터로 썼었는데 제가 그걸 안 지우고 군대에 간 거예요. 애들이 그거 돌려봤다고 하더라고요. 저는 차라리 잘 된 것 같아요. (오상호)

편견에 직면한 사람은 자신을 부정적으로 인식하여 사회적 기회를 스스로 포기할 가능성이 높다(Roe, Weishut, Daniel, Jaglom & Rabinowitz, 2009). 하지만 연구참여자 유은우, 왕정일, 이성훈, 오상호의 사례는 시설출신 청(소)년이 위축감을 가지고 타인을 대하다가 자존감을 회복하고 ‘있는 그대로의 자신’으로 타인과 소통하게 되는 변화의 과정과 맥락을 보여준다. 변화의 계기는 ‘시설 생활에 대한 감사함’과 ‘나의 사정을 알게 되었어도 변함없는 친구들을 경험함’이다. 이 두 가지 맥락은 시설청소년 내지 퇴소청년의 대인관계 상담 시 상담의 지침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


Ⅴ. 결론 및 제언

본 연구는 퇴소청년에게 ‘의미 있는 사람들이 누구인지, 그들과 형성하고 있는 관계의 양상은 어떠한지’를 구체적으로 분석하였다. 그 결과 퇴소청년이 맺고 있는 인간관계는 특수한 거주공간이었던 시설이 갖는 의미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었다. 본 연구참여자들은 시설에서 만난 어른들에 대한 표상으로 ① ‘퇴소해서도 정서적 지지가 되는 상담자 VS 퇴소해서 계속 의지하기에 미안한 마음이 드는 사람’, ② ‘퇴소해서도 도구적 지지를 주는 해결자 VS 퇴소 후에는 받을 수 있는 지원에 대한 안내자일 뿐’ 을 꼽았다. 이 중 ‘퇴소해서도 정서적 지지가 되는 상담자’는 관련 선행연구(강현아 외, 2009; 강현아, 2010; 장혜림 외, 2017; Hass & Graydon, 2009; Nho et al., 2017)에서 나타난 표상이지만 ‘퇴소해서도 도구적 지지를 주는 해결자’, ‘퇴소해서 계속 의지하기에 미안한 마음이 드는 사람’, ‘퇴소 후에는 받을 수 있는 지원에 대한 안내자일 뿐’은 본 연구결과 드러난 관계 특성이라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본 연구참여자들은 시설에서 만난 친구, 선·후배들에 대한 표상으로 ① ‘원에서 때리고 맞던 사이로 퇴소 후에는 피하는 사람’, ② ‘퇴소해서는 경제적·정보적으로 의지하는 사람’, ③ ‘어려우면 도미노처럼 함께 무너지는 사람’, ④‘퇴소해서도 정서적으로 의지되는 사람’을 꼽았다. 이 중 ‘퇴소해서도 정서적으로 의지되는 사람’과 ‘퇴소해서는 정보적으로 의지하는 사람’이라는 특성은 관련 선행연구(권지성, 2007; 박지윤, 2017; 장혜림 외, 2017)에서도 나타났지만, ‘퇴소해서는 경제적으로 의지하는 사람’, ‘어려우면 도미노처럼 함께 무너지는 사람’은 본 연구결과 나타난 관계양상이라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특히, ‘원에서 때리고 맞던 사이로 퇴소 후에는 피하는 사람’이라는 양상은 기존의 관련 선행연구(권지성, 2007; 장혜림 외, 2017)에서 시설에서는 때리고 맞던 사이였지만 퇴소 후에는 챙김을 주고받으며 의지하는 관계로 변화된다고 보고한 것과 결은 달리한다. 이는 시설 아동 내지 청소년 간 폭력행위에 대해 ‘그 시기 아이들이 하는 행동’으로 간과하지 아니하고 퇴소 후에도 남을 상처가 될 수 있음을 인식하여 폭력행위가 일어나지 않도록 환경 조성에 노력해야 함을 시사한다. 한편 박지윤(2017)에서는 시설또래가 퇴소 후에는 심리·사회적 자립의 긍정적 자원으로 작용한다고 보고하였지만 본 연구에서는 ‘어려우면 도미노처럼 함께 무너지는 사람’이라는 연구결과를 도출함으로써, 시설 또래관계가 퇴소청년의 심리·사회적 자립에 긍정적, 부정적 맥락으로 모두 작용할 수 있음을 보여주어, 보다 현실적인 면을 드러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사회에서 만난 이들에 대해 연구참여자에 따라 ‘나를 있는 그대로 보여줄 수 없는 사람’으로 인식하거나 ‘그대로 보여줄 수 있는 사람’으로 대하고 있었다. ‘나를 있는 그대로 보여줄 수 없는 사람’이라는 표상의 구체적 양태로는 ‘나를 편견을 가지고 대하는 사람’, ‘원치 않는 동정심을 표하는 사람’, ‘위축감이 들게 하는 사람’이 나타났는데, 이 중 ‘나를 편견을 가지고 대하는 사람’, ‘원치 않는 동정심을 표하는 사람’, ‘위축감이 들게 하는 사람’이라는 인식은 관련 선행연구에서도 보고된 내용들이다. 강현아와 이종은(2018)에 의하면 시설아동 및 청소년들은 학교생활 속에서 시설아동이라는 사회적 편견을 인식하며 상처받은 경험을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었다. 학교는 ‘부모 없는 아이’라 가정교육을 받지 못했다든지 불쌍한 아이라든지 등의 차별적 시선을 처음 접하게 된 곳이자, 남과 다른 취급을 받게 됨을 경험하게 된 곳인 것이다. 그리고 이에 대한 그들의 유일한 대처는 ‘시설아동임을 절대 들키지 않기’였다(강현아, 이종은, 2018). 하지만 본 연구에서는 연구참여자에 따라 학교와 사회에서 만난 이들에 대해 ‘있는 그대로의 나로 받아주는 사람’이라는 표상을 가지고 있었고, 시설청소년 및 퇴소청년이 사회에서 만난 이들에 대해 ‘나를 있는 그대로 보여줄 수 없는 사람’에서 ‘나를 있는 그대로 보여줄 수 있는 사람’으로 인식이 변화하는 과정 또한 드러났다. 이는 기존 선행연구와의 다른 점으로 본 연구결과 중 의미 있는 부분이라 할 수 있다.

이상의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퇴소청년들의 바람직한 인간관계를 위한 실천적·상담적 제언을 하자면 다음과 같다. 첫째, 원에서 보호받던 상태에 있다가 사회로 나가 다방면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퇴소청년들이 처음부터 받을 수 있는 지원을 잘 활용할 것이라고 기대하기는 무리이다. 퇴소청년에게는 단순한 ‘안내자’ 보다 ‘지지자’, ‘해결자’가 필요한 것이다. 하지만 연구참여자에 따라 시설에서 만난 어른들은 단순한 안내자 역할만 하는 경우도 있었다. 현재의 자립지원전담요원의 배치기준을 고려할 때 자립지원전담요원의 ‘열의’만을 강조할 수는 없다. 자립지원전담요원은 시설 당 1명이 배치되고 아동 100명이 넘어야 1명을 추가할 수 있기에(아동복지법 시행령 별표 14), 자립지원전담요원에게 퇴소자에 대한 해결자 역할까지 기대하는 것은 무리일 것이다. 연구참여자들도 ‘원 내 아동의 자립지원을 담당하는 것만으로도 벅찬’ 생활지도원이나 자립지원전담요원에게 퇴소해서도 의지하는 것은 ‘미안한 일’이라고 여기고 있었다. 하지만 퇴소청년들은 “퇴소해서도 원에 있을 때처럼 당당히 물어보고 상담할 수 있는 체계”가 필요하다고 역설하였다. 이에 퇴소자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자원을 연결하며 상담을 제공하는 지역자립지원전담기관이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자립지원전담기관은 퇴소자의 주거와 취업, 기타 사회생활 전반에 대한 집중관리 역할을 담당해야 할 것이다. 둘째, 시설 동기들은 때로는 그들이 어려움에 처하면 서로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기도 하였다. 퇴소 후 스스로의 생활·재정 관리가 되지 않아 동기들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퇴소자 간의 모임이나 연합회가 구성되어 지역자립지원전담기관 및 사례관리자와 연계될 필요가 있다. 지역자립지원전담기관의 필수적 설립과 퇴소자 간 네트워킹을 강화를 통해 퇴소 초기까지라도 원 선·후배나 동기간에 긍정적인 관계를 형성하며 사회적 지지를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해주는 프로그램 제공이 요망된다. 셋째, 시설아동, 청소년과 퇴소청년이 자신의 사정을 개방하는 문제로 고민하면, ‘있는 그대로의 나’를 보여주었을 때 남아 있는 이가 진정한 친구이기에, 진정한 친구를 얻기 위해서는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는 점을 인식시킬 필요가 있다. 아울러 시설아동 및 청소년, 퇴소청년을 고정된 시각으로 유형화하고 이들에 대한 부정적 편견을 조장, 사회적 낙인을 가하는 것은 ‘피해자 비난하기(victim blaming)’의 일종이라는 것을 학교 교사 및 학생들에게 일깨워주는 시설아동에 대한 이해와 민감성을 제고하는 교육의 필요성이 제기된다. 이러한 교육을 통해 학교 친구들 사이에서 시설아동에 대한 차별이 발생하였을 때 교사와 타 학생들이 적절하고 적극적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본 연구 결과는 25명의 사례만을 분석하였기에, 모든 퇴소청년들이 인간관계로 일반화하기에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퇴소 청년의 인간관계의 특성과 그에 대한 이들의 지각 내용을 구체적으로 담아내었다는 점, 퇴소청년의 인간관계에 대한 사실적인 정보의 제공을 통해 프로그램 실시와 행정적 개선에 대한 시사점을 제시하였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후속연구에서는 장기적인 추적연구를 통하여 30~40대 퇴소자들의 결혼관계를 포함한 인간관계 관련 경험으로 연구의 폭을 넓혀 시설에서 살았다는 점이 인생 후기에 어떠한 맥락으로 작용하는지에 대한 심층적 정보를 제공하기를 기대한다.

Acknowledgments

이 논문은 ‘광주광역시 시설퇴소 청년 자립기반 지원방안 연구’에서 수집된 자료를 바탕으로 쓴 것임.

Notes
4) 2017년 10월 16일 보건복지부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김승희 의원(자유한국당)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16년 만 18세가 지난 퇴소청년 중 대학에 진학한 경우는 27.6%에 그쳤다. 반면 곧바로 취업전선에 뛰어든 경우는 50.3%, 군 입대 및 진학․취업준비 등 기타는 22.1%를 각각 차지했다.
5) 에릭슨이 말한 친밀감 형성은 연애와 결혼을 하는 것만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에릭슨이 말한 친밀감은 ‘성인기 초기의 젊은이들이 자신의 정체성을 다른 사람의 정체성에 용해시키려는 열망과 의지를 갖는 것’이다(Erikson, 1995).
6) 애착이란 한 개인이 자신과 가장 가까운 사람에 대하여 느끼는 강렬하고 지속적인 정서적 유대관계를 뜻한다(Bowlby, 1969; Ainsworth et al., 1978).
7) 사회적 지지란 사회적 관계를 통해 타인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사랑, 존중, 인정, 상징적 또는 물질적 원조 등 모든 긍정적 자원을 의미한다(Cohen & Hoberman, 1983).
8) 물론 시설아동, 청소년이나 퇴소청년이 자신의 사정을 ‘오픈’하는 것은 3) (1)의 연구참여자 이미려, 오주영, 정윤지처럼 어디까지나 개인의 결정이다. 따라서 여기에서 말하는 상담의 지침은 자기개방을 ‘고민’하는 사람에 대한 개별적인 조언이라고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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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 1>

연구참여자 특성

연번 성명 성별 연령 입소시 연령 시설 거주 기간 부모생존 여부 및 연락유무 결혼 여부 및 이성교제 경험 유무 직업
*성명은 가명처리함
*연령은 만 나이임
*위의 사항은 인터뷰 당시를 기준으로 함
1 기민아 35세 0세 19년 미혼/무 보육교사
2 임소이 35세 3세 15년 기혼 보육원 생활지도원
3 이주훈 28세 10세 9년 생존/유 미혼/유 임상병리사 →사회복지사
4 유은우 26세 8세 10년 생존/유 미혼/유 특성화고 기간제 교사
5 정윤지 26세 9세 10년 생존/유 미혼/유 세무사무소 회계사무원
6 나성은 26세 6세 13년 생존/유 미혼/유 보육원 사무원→학생
7 왕정일 25세 6세 13년 미혼/유 시 지원기관 사회복지사
8 김남원 25세 6세 13년 미혼/유 동사무소 행정도우미
9 이건희 25세 6세 13년 미혼/유 반도체 생산직
10 조민주 25세 7세 12년 생존/유 미혼/유 국제구호개발 NGO 사회복지사
11 이성훈 24세 0세 19년 미혼/유 자동차부품 생산 → 학생
12 하윤수 24세 6세 13년 미혼/무 학생
13 이유정 24세 6세 13년 생존/유 미혼/유 시민단체 간사
14 이수라 24세 5세 14년 생존/유 미혼/무 중소기업 생산직 →대학입학예정
15 윤세윤 23세 5세 14년 미혼/유 건축설계 사무소 직원→무직
16 임주빈 23세 7세 12년 생존/유 미혼/유 유통업체 경리
17 조성윤 22세 0세 19년 미혼/무 가전 AS 고객상담원
18 조보상 21세 11세 8년 미혼/무 중소기업 제품검사원 → 학생
19 오상호 21세 3세 16년 생존/유 미혼/무 직업군인
20 이진영 21세 4세 15년 미혼/무 전기공사 업체 기사
21 이미려 21세 4세 15년 미혼/유 백화점 의류매장 직원 → 학생
22 어재형 20세 9세 10년 생존/무 미혼/무 생산직
23 장하윤 20세 0세 19년 미혼/무 학생
24 오주영 20세 0세 19년 미혼/유 텔레마케터
25 김소영 20세 7세 12년 생존/유 미혼/유 학생

<표 2>

연구결과 개요

개념 범주 주제
- 퇴소해서도 정서적 지지가 되는 상담자
- 퇴소해서도 도구적 지지를 주는 해결자
퇴소 후에도 의지할 수 있는 사람 시설에서 만난 어른들과의 퇴소 후 관계
- 퇴소해서 계속 의지하기에 미안한 마음이 드는 사람
- 퇴소 후에는 받을 수 있는 지원에 대한 안내자일 뿐
퇴소 후에는 의지할 수 없는 사람
- 원에서 때리고 맞던 사이로 퇴소 후에는 피하는 사람
- 퇴소해서는 경제적·정보적으로 의지하는 사람
- 어려우면 도미노처럼 함께 무너지는 사람
- 퇴소해서도 정서적으로 의지되는 사람
밀접하고 집약적인 관계 시설에서 만난 친구, 선·후배와의 퇴소 후 관계
- 나를 편견을 가지고 대하는 사람
- 원치 않는 동정심을 표하는 사람
- 위축감이 들게 하는 사람
- 나를 있는 그대로 보여줄 수 없는 사람 퇴소 후 사회에서 만난 이들과의 관계
- 나를 있는 그대로 보여줄 수 있는 사람 - 나를 있는 그대로 보여줄 수 있는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