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젠더평등문화 확산을 위한 지역사회의 역할: 젠더거버넌스에 참여한 시민활동가의 젠더감수성 발달 경험을 중심으로
초록
본 논문은 젠더거버넌스에 참여하고 있는 시민활동가의 젠더감수성 개발 경험에 대한 심층면접을 바탕으로, 청소년들의 젠더감수성 개발과 젠더평등문화 확산을 위해 지역사회가 해야 할 역할에 대해 모색하고자 하였다. 연구방법으로는 ‘체험의 본질’을 탐구하는 데 적합한 현상학적 연구방법을 사용하였다. 연구 결과, 시민활동가의 젠더감수성 발달과 젠더거버넌스 참여 경험에 대한 주제와 의미는 5가지 본질적 주제와 14개의 주제묶음으로 도출되었다. 5가지 본질적 주제는 ‘자각:성인지감수성 개발’, ‘시작:젠더활동의 첫걸음’, ‘전개:젠더거버넌스활동으로 확장’, ‘성장:젠더거버넌스를 방해하는 장애물 대응’, ‘기대:젠더평등사회 실현을 위한 지속적 노력’이다. 이상의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본 논문은 청소년들의 젠더감수성을 강화하기 위한 지역사회의 역할을 청소년 개인에 대한 지원과 청소년을 둘러싼 환경에 대한 지원 등 두 가지 차원에서 제안하였다.
Abstract
This study seeks to explore the role of local communities for the development of gender sensibility and spreading a gender equality culture of youth based on in-depth interviews with civic activists who participated in gender governance. As a research method for this, a phenomenological research method suitable for exploring the 'essence of experience' was used. As a result of the study, the themes and meanings of the development of gender sensitivity and participation in gender governance by civic activists were drawn into five essential themes and 14 themes. The five essential themes are 'Awareness: Development of Gender Sensibility', 'Start: First Step in Gender Activities', 'Increase: Expansion into Gender Governance Activities', 'Growth: Face obstacles that hinder gender governance', 'Expectation: Continuous efforts to realize gender equality society'. Based on the above research results, this study proposed the role of the community to strengthen the gender sensitivity of adolescents in two dimensions: support for individual adolescents and support for the environment surrounding adolescents.
Keywords:
Youth Gender Awareness, Gender Equality Culture, Gender Sensitivity, Civic Activist, Gender Governance키워드:
청소년 젠더의식, 젠더평등문화, 젠더감수성, 시민활동가, 젠더거버넌스Ⅰ. 서 론
한 사회의 구성원이 가지고 있는 가치체계와 생활양식을 문화라고 할 때, 청소년문화는 청소년시기에 형성되는 고유한 가치체계와 생활양식으로 정의될 수 있다. 청소년들은 가정, 학교, 사회에서 다양한 사람들과 상호작용하는 과정에서 기성세대의 문화에 저항하기도 하고 기성세대의 삶의 양식을 따라가기도 하면서 그들 고유의 정체성과 문화를 만들어 가고 있다(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2015).
원칙적으로 바람직한 청소년문화는 사회적 요구와 개인적 요구가 서로 조화될 때 발전할 수 있다. 기성세대문화가 청소년문화를 강제적으로 압도·비난하거나 청소년문화가 기성세대문화를 일방적으로 거부한다면 사회적 혼란과 갈등만을 가중시킬 뿐 기성세대문화와 청소년문화 모두에게 긍정적인 결과를 안겨줄 수 없다. 다양한 문화들이 고유의 모습으로 존중받고 서로 조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사회구성원 간에 상호존중의 태도를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 성별, 인종, 생활양식, 규범, 제도, 가치관이 나와 다르다고 해서 타인을 거부하거나 배제한다면 문화 나아가 인류의 발전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문화를 조형하는 이상의 다양한 요소들 중에서 본 연구는 젠더 이슈에 특정하여 청소년문화 발전 방안을 찾아보고자 한다.
미투운동에서 n번방 사건까지3) 젠더불감증으로 인해 발생된 최근의 사회문제들은 더 이상 성인들만의 이슈가 아니다. 온라인에서 사용되는 성에 대한 혐오 표현은 교실 내에서 동일하게 유통되고 있으며 이것이 청소년의 또래문화를 형성, 재생산되고 있다(최윤정·박성정·장희영·김효정, 2019). 어머니를 비하하는 용어가 학교 글짓기에서 등장하기도 하고 여교사와 또래 여학생에 대한 희롱이 온라인 채팅방에 서슴없이 올라오기도 한다. 미투운동은 초중고에서 교내 성폭력을 고발하는 스쿨미투로 확산되었고 가장 최근 이슈가 되었던 n번방 사건은 범죄 피해자의 상당수와 가해자 일부가 청소년이어서 사회적 충격을 안겨주었다. 청소년들이 하루의 대부분을 보내는 학교뿐 아니라 사회 곳곳에서 시시각각 모습을 드러내던 젠더불감증이 결국 청소년을,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협박과 성폭력을 자행하는 중범죄의 가해자로 만들어버렸다.
이에 본 연구는 청소년들의 젠더불감증을 불식시키고 젠더감수성 개발을 통해 젠더평등문화를 확산시키는 것이 절실하다는 문제의식 하에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지역사회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탐색해보고자 한다. 특히 본 연구는 성 주류화(gender mainstreaming)라는, 젠더평등이슈와 관련해 새롭게 시도되고 있는 거버넌스(governance)가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주요 키(key)가 될 수 있다는 판단 하에 다양한 방식으로 지자체의 거버넌스 과정에 참여하고 있는 시민활동가들의 경험 분석을 바탕으로 청소년들의 젠더감수성 개발 방안을 모색해보고자 한다. 젠더거버넌스에 참여하고 있는 시민활동가들의 경험은 일차적으로 개인의 젠더감수성 발달의 과정에 대한 추적을 통해 청소년들의 젠더감수성 개발 방안에 대한 시사점을 제안해줄 수 있을 것이며, 더불어 젠더거버넌스라는 정책결정과정이 갖는 의미와 한계, 이에 대한 시민활동가들의 대응과 요구에 대한 확인을 통해 청소년을 둘러싸고 있는 젠더불평등한 문화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우리 사회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Ⅱ. 이론적 배경
1. 젠더평등문화와 젠더감수성
성인지감수성이라 칭하기도 하는 젠더감수성(gender sensitivity)은 서로 다른 성별 입장과 차이를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능력으로, 생활 속에서 젠더 차별적 요소를 감지해내는 민감성을 말한다4). 젠더감수성은 성별에 따라 자신의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사회적 요인에 대해 비판적으로 성찰할 수 있게 만든다. 따라서 젠더감수성은 젠더평등문화 실현을 위해 필수적이다. 이에 UNESCO(United Nations Educational, Scientific and Cultural Organization: 유엔 교육 과학 문화 기구)는 1990년대 초부터 다국적으로 젠더감수성 개발을 위한 워크샵을 개최하고 이를 기반으로 젠더감수성 훈련을 위한 매뉴얼을 개발하여 보급하는 등 젠더감수성 제고를 위해 다각도로 노력하고 있다.
젠더감수성에 대한 가장 일반적인 오해는 젠더감수성이 성별에 따라 집단을 단순화시켜 구분하고 서로 대치시키는 것이라고 간주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 UNESCO(2004)는 젠더감수성은 여성과 남성을 대항시키는 것이 아니라고 단언한다. 성차별은 여성뿐만 아니라 남성에게도 존재하는 것으로, 개인의 욕구·잠재력·능력에 대한 존중 없이 전 세계 수많은 사람들의 삶에 명백하고 미묘한 방법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성차별에 의해 만들어진 개인적·사회적 장벽을 줄이기 위한 방법으로 향상시켜야 하는 것이 바로 젠더감수성이다. 젠더감수성은 성별에 관계없이 개인을 존중할 수 있게 하여 남녀의 삶에 많은 가능성을 제공하며, 따라서 남녀 모두에게 유익하다.
한국사회에서는 젠더감수성 제고를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가5). 1983년 정부에 여성정책 심의위원회가 설립되고 ‘제6차 경제사회발전 5개년 계획(1987~1991)’에 여성개발부문이 포함되기 시작하면서 정부 차원에서 젠더 정책이 시작되었지만 당시는 여성인력 활용 및 능력개발이라는 가시적인 목표를 수립하는 수준에 그쳤다. 이후 1995년 「여성발전기본법」이 제정되고 1998년부터 독자적으로 ‘여성정책기본계획’이 발표되기 시작하였고 2015년에는 「여성발전기본법」이 「양성평등기본법」으로 전면 개정되면서 ‘양성평등기본계획’이 수립되기 시작하여 현재 ‘제2차 양성평등 기본계획(2018~2022)’에 따라 다양한 방식으로 젠더평등을 위한 정책적 과제를 수행하고 있다. 초반 가시적 성과 확인이 가능한 부분에 집중하여 수립되던 젠더 정책은 시간이 흐르면서 젠더평등문화 구축이라는, 보다 근본적인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한 정책으로 확대되었다. ‘제2차 양성평등 기본계획’은 ‘양성평등 문화의 확산’과 ‘양성평등정책 추진체계 강화’를 주요정책과제로 내세우고 구체적 추진계획으로 각각 대중매체의 성차별 개선, 학교에서의 양성평등교육 강화, 생활 속 시민교육의 실효성 제고, 양성평등 시민교육의 실효성 제고(이상 ‘양성평등문화의 확산’)와 성주류화 정책 추진기반 정비, 성인지적 정책 역량 강화, 시민사회와의 협력체계 구축 및 강화, 평화·통일 활동 및 국제협력 증진(이상 ‘양성평등정책 추진체계 강화’) 등을 내세웠다. 이 중 양성평등정책 추진체계 강화에 대해서는 뒷 절에서 다루도록 하고, 본 절에서는 양성평등 문화의 확산에 대해 좀 더 논의해보도록 하겠다.
정부가 공식적으로 양성평등교육이라고 명명하고 있는 젠더평등교육은 사회제도와 삶의 다양한 영역에서 만나게 되는 성별고정관념과 성역할 분업을 해소하고 젠더평등을 지향하는 교육이다. 「여성발전기본법」에 근거하여 수립된 ‘제2차 여성정책기본계획(2003~2007)’에 ‘정책에 양성평등관점 통합’이 주요정책과제로 채택되면서 정부 주도 하에 양성평등교육이 실시되기 시작하였다. 당시는 정책을 설계하고 시행하는 공무원들이 교육의 주 대상이었으나 대상이 일반시민에게까지 확대되어 현재는 그 대상이 유아부터 성인까지 전 생애주기과정에 걸쳐져 있다. 그러나 일반 시민들 중 청소년은 공식적 교육제도 하에 있기 때문에 학교를 통해 교육을 진행하기 수월하고 교육적 효과도 성인에 비해 높기 때문에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양성평등교육에 대한 정부의 관심이 높다.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양성평등교육은 1997년 제정된 「교육기본법」에 근간해 필수적으로 실시되고 있다. 청소년기 여성성과 남성성의 분리가 극대화되기 쉬운 이성 관계에서의 평등, 성별에 따라 분리되기 쉬운 가족생활에서의 가사·양육 및 경제활동의 공유, 교과와 진로 선택에서의 성별고정관념 해소뿐만 아니라 문화·미디어·학교생활 등 일상생활에서 무의식적으로 영향을 행사하는 성별고정관념 문제를 학생들이 인식하도록 하는 것이 주요 교육 내용이다(정해숙 외, 2013). 하지만 현재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양성평등교육에 대해서는 담당공무원을 비롯해 학생들도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2019년 4,217명의 학생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의 결과에 따르면, 성평등교육을 통해 우리 사회의 성차별적 모습에 대해 생각해 보는 것에 대해서는 효과가 높았으나 성평등 의식이 향상되거나 성역할고정관념을 변화시키는 것에 대해서는 효과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최윤정 외, 2019). 이는 현재 학교에서 실시하고 있는 양성평등교육이 성인지감수성 제고에 한계를 가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라 할 수 있다.
2. 성 주류화와 젠더거버넌스
앞서 언급하였듯, 현 정부는 젠더감수성 제고를 위해 ‘제2차 양성평등기본계획(2018~2022)’에 따라 ‘양성평등문화의 확산’과‘ 양성평등정책 추진체계 강화’라는 주요 정책과제 달성을 목표로 다양한 정책을 수행하고 있다. 이 중 ‘양성평등문화 확산’의 대표적 수행과제인 ‘양성평등교육’에 대해서는 앞 절에서 살펴보았고, 본 절에서는 ‘양성평등정책 추진체계 강화’의 대표적 수행과제라 할 수 있는 젠더정책 추진체계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양성평등기본계획에 따르면 ‘양성평등정책 추진체계 강화’의 세부과제는 성 주류화 정책 추진기반 정비, 성인지적 정책 역량 강화, 시민사회와의 협력체계 구축 및 강화, 평화·통일 활동 및 국제협력 증진 등이다. 즉, 양성평등정책 추진체계 강화를 위한 전체 구상은 정책 추진체계의 기본틀인 성 주류화 기조를 바탕으로 성인지적 정책 역량을 강화할 것이며 이는 시민사회와의 협력체계 구축, 국제협력 증진 등으로 통해 가능할 것이라는 것이다. 이에 본 절에서는 정책 추진체계의 기본 가정인 성 주류화가 한국사회에서 현재 어느 정도 진척되었는지 살펴보고, 현재 성 주류화 전략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방안 중 하나로서 시민사회와의 협력체계를 공고히 할 수 있는 젠더거버넌스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성 주류화(gender mainstreaming)는 1995년 북경에서 개최된 제4차 세계여성대회에서 189개 UN회원국들이 북경행동강령으로 선택한 전략으로, 모든 정책의 결정과 실행, 평가 수준에 성차별과 성별영향을 분석해 이를 반영함으로써 성평등을 달성함을 목적으로 한다(UN Fourth World Conference on Women. Platform for Action. Beijing: Sept. 1995). UN회원국인 한국은 1995년 북경행동강령인 성 주류화 전략을 채택한 이래 정책 행위자를 중심으로 성별분리통계·성인지예산·성별분석 같은 도구를 사용하는 것을 성 주류화로 간주하고 이를 정책적으로 시행하는 것에 집중해 왔다. 성평등에 대한 사회적 소통이 미약한 상황에서 성인지력이 부족한 행정공무원에 의해 성 주류화 정책이 시행되다보니 이 제도가 단순한 성별수혜자 분석 정도로 축소·이해된 것이다. 하지만 한국의 이와 같은 선택, 즉 성 주류화 전략의 추진 과정에서 실천 주체들 간의 소통을 중시하기보다 정책 분석의 결과와 가시적 효과성을 중시하는 전문가-관료주의 모델의 채택이 오히려 성 주류화의 전환적 성격과 시민사회와의 협력체계 구축 상황을 약화시켰다(이재경, 김경희, 2012; Rees, 2005).
성 주류화는 사회활동을 하는 여성의 수가 늘어난다고 해서 달성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여성참여 자체가 성별화된 모집단 구성의 변화나 구조의 전환을 이뤄낼 수는 없다. 오히려 적극적 조치나 할당제·자격요건의 완화 등을 통해 여성의 참여를 높이고 여성에 대한 수혜율을 높이는 양적 축적이 장기적으로는 질적 저하를 가져올 수 있다.(안경주, 2013; 이은아, 2016). 성 주류화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사회구조의 변화를 가져올 조직과 제도문화의 변화가 필요하다(Verloo, 2005). 그런 면에서 젠더감수성을 가진 시민들이 정책결정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장인 젠더거버넌스를 통해 시민사회와의 협력체계를 구축하고 강화하는 것은 성 주류화 전략으로 적절하다.
학자에 따라 다소간 차이는 있지만, 일반적으로 거버넌스(governance)란 다양한 주체들 간의 역할 분담체계와 협력을 기반으로 하는 수평적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응집적이고 자율적인 조정을 통해 결정에 이르는 정책 결정 및 운영 방식을 의미한다(서창록, 이연호, 곽진영, 2000). 20세기 후반 이후 선진국을 중심으로 국가 경쟁력 제고를 위한 새로운 공공관리 전략으로 도입되기 시작한 거버넌스라는 틀에 내용적으로 젠더(평등) 의제를 담아내게 되면 젠더거버넌스가 완성된다. 젠더거버넌스는 정부 중심의 정책운영체계를 넘어서 다양한 행위자들의 능동적 참여를 통해 국가주도 행정의 한계를 극복하고 젠더평등이라는 보편적 가치에 도달하기에 적합한 개념이라 할 수 있다. 거버넌스 행위자는 공무원, 전문가, 시민활동가, 정치인, 언론인 등 다양하지만, 특히 원활한 젠더거버넌스를 위해서는 젠더감수성을 지닌 공무원, 젠더 전문가, 젠더활동가의 참여가 전제되어야 한다. 그 중에서도 젠더활동가는 성 주류화 의제 설정 및 비판 기능, 젠더 정책 모니터링 역할 수행이 가능하여 젠더거버넌스 운영과 실질적 방향 조정에 핵심 역할을 할 수 있다(안경주, 2013).
그런 점에서 젠더거버넌스에 참여하고 있는 시민활동가들의 경험은 일차적으로 개인의 젠더감수성 발달의 과정에 대한 추적을 통해 청소년들의 젠더감수성 개발 방안에 대한 시사점을 제안해줄 수 있으며 더불어 젠더거버넌스라는 정책결정과정이 갖는 의미와 한계를 확인시켜주어 청소년을 둘러싸고 있는 젠더불평등한 문화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우리 사회가 해야할 일이 무엇인지 보여줄 수 있다. 이에 본 연구는 젠더거버넌스에 참여하고 있는 시민활동가들의 경험 분석을 통해 청소년들의 젠더평등문화 확산에 기여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보고자 한다.
Ⅲ. 연구 방법
1. 연구참여자 선정 및 자료수집
본 연구는 2018년 2월부터 자료가 포화상태에 이른 4월까지 눈덩이표집방법을 통해 선정된 시민활동가 11명을 대상으로 심층면담을 실시하였다. 이들은 모두 젠더거버넌스 관련 사업 참여 경험이 있는 시민활동가들이다. 본 연구가 젠더거버넌스 경험을 가진 시민활동가로 연구대상을 한정하게 된 과정은 다음과 같다. 우선 현재 시점에서 젠더감수성이 민감한 사람이어야 젠더감수성이 발달하게 된 과정을 살펴볼 수 있기 때문에 시민활동가 중 젠더감수성이 민감한 연구참여자를 물색하게 되었다. 그렇게 다양한 시민활동가들을 만나던 와중 젠더거버넌스 참여라는 경험이 특히 시민활동가들의 젠더감수성 개발에 크게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되었고 이에 젠더감수성 발달에 있어 사회의 역할을 보여줄 수 있는 경험이 젠더거버넌스라고 판단하여 젠더거버넌스 경험을 가진 시민활동가로 그 대상을 한정하게 되었다. 연구를 위한 면담은 연구 참여자에 따라 1회 1시간에서 3시간, 1회 혹은 2회 이루어졌으며, 면담장소는 참여자의 의사에 따라 개인사무실, 연구실, 회의실 등에서 진행하였다.
연구를 진행하기 전 IRB심사 승인을 받았으며(2-1040966-AB-N-01-20-1803-HSR-100-2), 연구참여자들에게 연구참여동의를 구하고 연구를 진행하였다. 또한 연구 참여에 동의하였다하더라도 향후 원한다면 언제든 이를 철회할 수 있음을 고지하였다. 면담 시 연구참여자의 동의를 얻어 녹음 및 녹취를 수행하였으며 연구참여자가 녹음중단 의사를 밝히는 경우에는 해당부분 녹음을 중단하였다. 개인정보보호를 위해 연구참여자 이름은 코드화하였으며, 진술에서 개인정보를 유추할 수 있는 내용은 기호로 처리하거나 삭제하였다. 연구참여자의 인구사회학적 특성과 시민단체 활동 내용은 다음의 <표 1>과 같다.
2. 분석방법
수집한 자료는 체험의 본질을 탐구하는데 적합한 현상학적 연구방법으로 분석하였다. 현상학적 연구는 연구 참여자들이 현상을 경험하면서 공통적으로 갖게 된 것을 기술하는 데 초점을 두는 연구로, 현상에 대한 개인들의 경험을 보편적 본질에 대한 기술로 축소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Creswell, 2007).
현상학적 연구는 접근방법에 따라 두 가지로 나뉜다(Creswell, 2007). 그 중 한 가지는 ‘해석학적 현상학’으로, 이는 체험을 지향하며 생활의 ‘텍스트’를 해석하는 연구 방법이다. 해석학적 현상학 연구자는 하나의 현상을 항해 지속적 관심을 가지고 진지하게 살피면서 체험의 특성을 구성하는 본질적 주제를 찾는다. 본 접근법은 연구주제와의 긴밀한 관계 속에서 현상에 대해 기술하되 연구자는 체험의 의미에 대해 해석하는 과정을 보여주기도 한다. 밴 매넌(van Manen)이 해석학적 현상학의 대표적 연구자이다.
나머지 한 가지는 ‘경험적(초월론적 또는 심리학적) 현상학’이다. 이 접근법은 연구자의 해석보다 연구참여자의 경험에 대한 기술에 초점을 맞춘다. 이를 위해 무스타카스(Moustakas, 1994)는 후설(Husserl)의 개념인 현상학적 환원(Phenomenological reduction), 판단중지(에포케 epoche)와 괄호치기(bracketing)를 강조한다. 현상학적 환원이란 어떤 대상을 바라보는 데 있어 연구자의 판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일체의 선입견에 대해 판단을 보류하는 것이다. 연구자는 에포케(판단중지)를 통해 연구자의 선개념, 선지식, 선이해 등이 연구자의 의식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거리를 두어야 한다. 괄호치기는 에포케를 위해 연구자가 가지고 있는 모든 믿음을 괄호 안에 넣는 것이다. 이와 같은 접근법을 통해 연구자는 자신의 경험을 가두고 일체의 선입견 없이 현상을 처음 만나는 것처럼 인지하면서 사태 그 자체로 귀환하게 된다(김영천, 2013, 94-95).
본 연구는 위의 두 가지 현상학적 연구방법 중 후자, 즉 경험적 현상학 연구방법을 취한다. 무스타카스(Moustakas, 1994)에 의하면 경험적 현상학 연구 절차는 다음과 같다. 연구자는 연구할 현상을 확인하되 에포케를 위해 자신의 경험을 괄호치기 하고 현상을 경험해 온 여러 사람들로부터 객관적 사실과 의식 작용을 있는 그대로 보고 기술한다. 이후 수집된 자료의 다양한 이미지들 속에 공통적으로 내재되어 있는 본질적 구조를 찾아 의미와 합성시킨다. 의미와 본질의 합성은 자료를 의미있는 진술이나 인용문으로 줄이고 이런 진술들을 주제로 결합하는 분석방법을 통해 도달한다(Creswell, 2007; 김영천, 2013).
본 연구는 경험적 현상학 연구방법 절차에 따라 연구과정 중 연구자의 어떤 판단도 개입시키지 않으려 하였다. 연구자의 판단과 연구 참여자로부터 얻은 데이터를 구분하기 위해 연구자가 젠더거버넌스 경험을 가진 시민활동가들에 대해 갖고 있던 선 이해와 가정은 다음과 같다: 젠더거버넌스에 관심을 가지고 참여한 시민활동가라면 젠더거버넌스 참여하기 전부터 젠더감수성이 상당 수준 발달해있었을 것이다, 젠더거버넌스 경험은 젠더감수성 개발에긍정적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연구 참여자들에게 제시한 질문은 크게 두 가지이다. 하나는 “본인의 젠더감수성 발달에 영향을 준 맥락과 상황은 무엇인가”, “젠더거버넌스와 관련해 경험한 것이 무엇인가”이다. 심층면담을 통해 연구 참여자들이 진술한 내용과 의식작용을 있는 그대로 기술하였으며, 이후 전사한 자료를 반복해 읽으면서 현상을 확인하고 의미있는 진술을 찾아 개념을 도출하고 주제로 결합시켰다. 이후 도출된 연구결과에 대해 젠더 및 거버넌스, 청소년 관련 연구 경험이 풍부한 전문가들에게 자문을 구하고 논의를 거쳐 검토 받았다.
Ⅳ. 연구 결과
1. 시민활동가의 젠더감수성 발달과 젠더거버넌스 참여 경험의 본질적 구조
연구참여자들의 경험에 대한 분석 결과, 시민활동가의 젠더감수성 발달과 젠더거버넌스 참여 경험에 대한 주제와 의미는 다음의 <표 2>와 같이 5가지 본질적 주제와 14개의 주제묶음으로 도출되었다. 첫 번째 본질적 주제인 ‘자각: 성인지감수성 개발’은 길들여져 몰랐던 불평등, 막연한 불편함, 언어를 만나 드러난 실체 등 3가지 주제묶음으로, 두 번째 본질적 주제인 ‘시작: 젠더활동의 첫걸음’은 좋은 나 되기, 더 나은 세상을 위한 행동 등 2가지 주제묶음으로, 세 번째 본질적 주제인 ‘전개: 젠더거버넌스활동으로 확장’은 더 큰 변화를 위한 시도, 지식, 확장하고 공유하기, 조직하고 연대하기 등 3가지 주제묶음으로, 네 번째 본질적 주제인 ‘성장: 젠더거버넌스를 방해하는 장애물 대응’은 관성에 젖은 공무원, 탁상공론하는 전문가, 공공성이 부족한 시민 등 3가지 주제묶음으로, 마지막 다섯 번째 본질적 주제인 ‘기대: 젠더평등사회 실현을 위한 지속적 노력’은 젠더거버넌스는 시대적 요구, 한걸음만 더, 씨앗 키우기 등 3가지 주제묶음으로 도출되었다.
2. 시민활동가의 젠더감수성 발달과 젠더거버넌스 참여 경험의 탐구
시민활동가들이 처음부터 젠더감수성을 가졌던 것은 아니다. 일상 속에서 너무 익숙해 당연하다고 생각해왔던 일들이 때로는 불편하기도 하고, 억울한 마음이 들게도 했지만 주변에서 다들 그랬기 때문에 문제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그러다 학교에서 수업을 들으면서,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시민단체활동을 하면서, 선명한 성차별 문제를 직접 경험하면서 젠더불평등에 대해 자각하기 시작했다.
(1) 길들여져 몰랐던 불평등
젠더감수성이 생기기 이전, 차별받는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주변에서 다들 그러니까 그저 당연한 일인 줄로만 알았다. 남녀가 다른 대우를 받는 상황이 문제이고 바꿀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해보지 못했고 여자로 태어난 이상 당연하게 받아들어야 하는 운명이라고 생각했다.
성폭력상담원, 가정폭력상담원 과정 등 많은 교육을 받는데, 처음에는 여성이라서 차별받은 경험이 있느냐, 여성과 남성이 다른 점이 있느냐, 자꾸 찾아내라는 거예요. 아우, 나는 차별 받은 게 없는데. 여성이라서 딸이라서 차별받은 걸 찾아내라는데, 그런데 그거야 엄마아빠가 아들 중요하다고 아들만 공부시키려고 한거고, 언니랑 나는 시집가면 되는 거고. (참여자 6)
(2) 막연한 불편함
그러나 익숙해서, 주변에서 다들 그러니까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것이라 생각했던 불평등이 불쑥불쑥 불편하게 느껴졌다.
제가 오빠가 두 명 있거든요, 근데 오빠는 늦게 들어와도 뭐라 안하고 나만 뭐라고 하고. 왜 나한테만 그러냐고 그러면 기지배가 까분다고 무지하게 혼나고. 학교에서 여자는 성적이 좋아도 예비역 남자 선배가 먼저 취업 추천을 받고. 일상에서 여자라서 불편한 일이 다반사로 벌어졌어요. (참여자 10)
학과는 여자가 많아서 문제가 없는 것 같았지만 사실 소수의 남자들과 대우가 달랐어요. 학생회 내에서 남자가 항상 장이고 여자는 부회장이고. (참여자 1)
어린 시절 너무나 가부장적인 경상도 제사문화를 보면서. 엄마, 큰엄마들이 한밤중에 마련하는 제사음식과 뒷수발 드는 것을 보고 자라면서 남자로 태어나지 않은 걸 원망했던 적이 있었어요. 그런데 고작 권력이나 경제력이 있는 집으로 시집가는 걸로 성공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참여자 2)
(3) 언어를 만나 드러난 실체
연구참여자들은 청소년기에 젠더평등교육을 받은 경험이 없었을 뿐만 아니라 학교 선생님으로부터 오히려 젠더편견적인 지도를 받기도 했다. 젠더불평등에 대한 그들의 각성은 대부분 대학 진학 이후 혹은 사회생활을 하면서 이루어졌다. 대학 내 동아리 활동이나 학생운동, 수업을 통해 혹은 사회생활 중 관련 교육을 받으면서 그간 막연하게 느껴왔던 불편함을 명명할 수 있게 되었고 그렇게 언어를 만나 실체화된 젠더 불평등을 확인하면서 젠더감수성을 발달시키게 되었다. 청소년기에 이들을 둘러싸고 있었던 젠더불감적 환경은 이후 젠더감수성을 발달시키는데 장애가 되었다.
중고등학교 다니면서 젠더교육을 받은 적은 없었어요. 대학에 입학하고 학생운동하면서 문제의식을 갖게 됐죠. 되돌아보면 그 때가 페미니즘 제2물결이었던 것 같아요. 담론들이 많았죠. 학생회실에서 언니들이 보던 책들을 보면서, 운동의 언어를 알게 되면서 일상과 맞물려 찾아보게 되고 관심을 갖게 됐죠. (참여자 3)
입학 당시 5천명 공대 정원 중 800명이 여학생이었고, 2학년이 되면서 공과대학 학생회의 여성학생들 의견 수렵 창구역할을 하는 부서원이 됐어요. 그리고 당시 여성부가 신설되면서 여대생들의 리더십을 증진시키고 여성학을 보다 체계적인 학제로 만드는 작업이 추진되면서 여성학특별전공이 시작되었거든요. 학생회 내 활동하고 특별전공 수업을 들으면서 일상에서 불편했던 것들을 표현할 수 있는 언어를 가지게 되었죠. 언어를 가지게 되면서 부당함에 대해 설명도 할 수 있게 되었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과 자원을 얻기 위해 고민하면서 젠더의식이 확장되었던 것 같아요. (참여자 10)
저희 고등학교 선생님이 ○○이를 가르쳐서 대학에 보내고 돈을 벌어서 동생을 공부시키게 해라 그랬는데 그 시기가 8년, 9년 정도 지나버리고. 그럼에도 저한테 남아있던 생각이 그때는 엄마아빠도 어쩔 수 없이 원래 그런 거야 했는데.. 교육을 받으면서 원래가 아니라 길들여져 있었고 남아선호라는 것도 명명을 해서, 그렇게 길들여져 있었다는 걸 찾아내는 데 시간이 많이 걸렸어요, 힘들었어요. (참여자 6)
대학에서, 사회에서 교육을 통해 젠더감수성을 갖게된 참여자들이 더 나은 개인이 되기 위해,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시민활동에 발을 디뎠던 것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1) 좋은 나 되기
사회문제에 별다른 관심이 없었던 연구참여자들은 젠더감수성을 가지게 되면서 더 나은 내가 되기 위해 그리고 내 주변 사람을 위해 자신을 헌신하기로 결정하였다. 시민활동은 학생회운동, 여성단체 활동, 지역사회 문제 해결을 위한 소모임 조직 등 마을공동체운동 등으로 시작하였다.
지역에서 소모임을 의외로 많이 하고 있어요. 저도 그렇게 시작했지만 여성들이 자기 아이 문제, 환경, 급식 이런 건 굉장히 민감하거든요. 내 아이에게 좋은 음식, 건강한 음식을 먹이고싶은 마음은 대부분의 엄마들이 하잖아요. 그래서 조그맣게 조그맣게 모임을 하고 있어요 (참여자 9)
제가 아이들이 둘 있는데 엄마로서 뭔가를 해줄 수 있을까 고민을 했어요. 제가 학교 다닐 때 제 고민을 보면, 초등학교 5학년 때 초경을 했어요. 언니도 초경 전이었고 어머니도 아직 안내를 안해주셨어요. 자고 일어나니까 이불은 이렇게 됐지요. 지금처럼 난방이 잘되는 게 아니었기 때문에 찬물로 씻고 학교를 갔는데, 두려운 마음에 가위로 이불호청을 뜯어가지고 가방에 넣어서 갔어요.. (중략) 몸에 대한 이해라든지 이런 안내가 없었던 초등학교 때 초경에 대한 기억이 저를 중학교에 들어가기 전에 빨간책에 관심을 갖게 만들고 몸에 대한 관심이.. 지금 아마 공부를 해서 성장하지 않았으면 저도 어디서 포르노 보는 아줌마가 되어 있을 수도 있어요. 몸에 대한 이야기를 내가 제대로 해주는 엄마가 되어야겠다 생각한 거죠. 그래서 ○○(여성단체) 문을 두드린 거고. (참여자 6)
그리고 이들은 개인적 차원에서 행동하지 않았고 여럿이 함께 했다. 나와 같은 문제를 가진 사람들을 만나면서 두려움이 사라졌고 한걸음 더 성장할 수 있었다.
더 당당한 내가 되고 싶었어요. 사람들의 시선, 비난이 두려워서 할 말을, 해야할 말을 못하고 찌그러져있고 싶지 않았어요. 내가 경험한 불평등이 내 잘못이 아니듯이 니가 경험하고 있는 불평등도 니 잘못이 아니라고 알려주고 싶었어요. 그런데 혼자 하기에는 무섭더라구요. 나랑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과 함께 하면 덜 무섭지 않을까, 덜 외롭지 않을까, 함께 하면 내가 더 성장할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여성단체)에 들어갔어요.(참여자 10)
(2) 더 나은 세상을 위한 행동
개인적 성장이나 주변인의 삶 개선을 위해 시민활동을 시작했다고 했으나 결국 이들의 활동은 지금보다 나은 사회 건설에 일조하고 싶은 마음에서 시작되었다. 지금 개인이 경험하고 있는 불평등, 부당함이 사회구조적 문제에서 발생한 것이라는 문제의식이 있었기에 궁극적으로 이들은 시민행동을 통해 사회를 변화시켜야 한다고 생각했다.
어떤 걸 기획하고 거기에 사람들을 참여시키고 사람들과 내가 성장하는 게 보이고, 그런 성과들이 재미있었어요. 재미있어서 한 일이죠. 그리고 그것이 옳은 일이기 때문에. 처음에는 작은 이슈, 작은 주제들을 가지고 일하면서 같이 일하는 사람들이 성장하고 연대하는 게 재미있었고, 연차가 지나면서 구조가 보이니까. (참여자 1)
젠더에 대해 공부하면 할수록 지극히 개인의 문제, 사적인 문제로 보이는 게 사실은 매우 정치적이고 사회구조적 문제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어요. 초기 여성운동이 개인적인 것은 정치적인 것이다라고 선언했잖아요. 그걸 머리로, 마음으로 이해하게 되었죠. 그리고 단체활동을 시작하면서는 몸으로 체감했어요. 젠더문제가 얼마나 뿌리깊은 사회구조적, 조직적 문제인지. (참여자 10)
10여년 전에 텔레비전모니터링 운동을 했던 비교적 규모가 큰 시민단체, 그것도 회비를 내는 여성의 비율이 60%를 넘는 단체에서 여성회원들의 총회참석을 막고 지도자를 뽑을 수 있는 참정권을 부여하지 않고 제약하는 사건이 있었어요. 그 때까지 (우리나라가) 한번도 남녀평등을 지향하는 사회라는 걸 믿어의심치 않았었는데 직접 여성차별을 당하면서 젠더의식에 적극적인 관심을 가지게 되었어요. 모여서 공부하고 토론하고. 그러면서 여성에 대한 차별과 폭력을 넘어서 가자는 의미로 ○○(여성단체)를 만들게 되었고, 현재는 ○○구를 기반으로 생활 속의 젠더 찾기, 협동과 공동체성을 기반으로 하는 주체적 삶 찾기에 의미를 둔 활동을 하고 있어요. (참여자 2)
옳다고 생각하는 일을 하기 위해 시작한 시민활동은 사업의 효과성과 체감도를 높이기 위해 거버넌스 활동방식을 선택하면서 그 영역이 확장되었다. 젠더의식화 된 시민들을 조직하여 시민활동을 활성화시키는 것에 전념하던 연구참여자들은 민선 지방자치 시행 이후 거버넌스를 강조하는 지자체들이 늘어나면서 정책결정 과정에 직접 참여하는 거버넌스 활동으로 그 영역을 확장해 나가게 되었다.
(1) 더 큰 변화를 위한 시도
옳다고 생각하는 일을 하려고 시작한 시민활동은 나 자신뿐 아니라 주변인을 성장시켰다. 그리고 이런 성장을 경험한 연구참여자들은 사회문제를 개선하여 더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활동 영역을 확장해나갔다. 정책 결정 및 집행 과정에 직접 참여하면서 이전보다 시민들의 요구가 정책으로 훨씬 더 많이 구현될 수 있었다. 거버넌스 활동을 통해 일정의 결정권을 행사하면서 시민활동가들은 지역사회에 더 큰 관심과 책임감을 갖게 되었다. 특히 본인이 참여했던 사업에 대한 애착이 높아 사업이 종료된 이후에도 계속 팔로업(follow-up)하면서 사업이 지속적으로 효과를 가지는지 예의주시하고 있었다. 젠더거버넌스 활동은 시민활동가들이 적극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고 있었다.
여성단체활동을 하면서 다른 시에 여성친화도시가 있다는 걸 알고 있었어요. 우리 ○○시에도 이런 게 있으면 좋겠다 생각을 했었고. 그러던 중에 여성가족부에서 저희 단체로 여성친화도시 서포터즈 안내문이 왔어요. 저와 더불어 같이 활동하는 봉사자, 활동가들 11명이 바로 지원을 했죠. (참여자 6-1)
저는 ○○(여성단체)에서 활동가로 시작했어요. 이 단체는 여성활동가와 연구자들이 모여 환경운동의 가부장성을 문제제기하고 여성운동에 생태적 가치를 말하는 네트워크였어요. 당시 여성부 신설 등 여성단체와 협력이 강화될 때였고, 그래서 정부차원의 여성정책이 강화되는 듯했지만 실제로 현실에서 여성들이 체감하는 여성문제는 달랐거든요. 성폭력이나 일상의 성별분업, 생명공학에서 여성의 지위 등 젠더불평등에 관한 고민을 하면서 지역에서 여성들을 조직하는 풀뿌리 운동에 주력하게 되었어요. 지역에 풀뿌리여성주의 관점의 단체나 모임이 거의 없었거든요. 제가 사는 ○○구에서 여성들을 조직하는 활동을 하면서 한편으로는 다른 지역에서 활동하는 풀뿌리여성조직과 관계를 맺으며 서로 격려하고 배우기 시작했죠. (참여자 11)
편의점에 여성안심 설치를 해놓았는데 편의점에 그렇게 다 설치가 되어 있다는 걸 많은 분들이 모르고 계셨기 때문에 같이 활동하시는 분들한테 안내를 하고 2인1조로 전수조사하고 그거에 대해서 다음에 경찰서, 유관기관과 협의 거쳐서 시정해야 할 것 하고. 그 때 성과가 좋았던 게 보이기 시작한 거죠, 활동하는 분들한테. 지금도 안내문 붙어있는 편의점에 들어가서 알바생이 있으면 “그게 뭔지 알아요?”하고 물어봐요. “발 밑에 있는 그 거, 손님이 태도가 이상하다 그러면 표시 안나게 3초 이상 꾹 밟고 있으면 경찰한테 연락이 돼서 경찰이 출동해요”하고 오히려 제가 알려주게 되더라구요. 그리고 점장님이나 아르바이트생이 알고 있으면 “정말 잘 알고 계신다”고 말하게 돼요. (참여자 6-2)
2014년부터 ○○구 화장실을 모니터했는데, 남녀 성비를 맞춰 같은 개수로 만들기보다 성별에 따라, 화장실 사용시간에 따라 개수를 정하는 게 좋다는 식의 설명은 공무원들에게 설명하기 좋은 모델이죠. 최근에는 확실히 정책으로 수렴되어 시행되고 있는 게 보여요. 올해 새로 설치되는 화장실에는 남성화장실에도 기저귀 거치대를 설치하고 남성이 기저귀를 갈아주는 이미지가 들어가요. 남성도 육아의 담당자라는 성인지 확산을 줄 수 있죠. (참여자 2)
(2) 지식, 확장하고 공유하기
본인들은 젠더관점을 가지고 있더라도 함께 젠더거버넌스를 수행해야하는 참여자들이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 그러면 이들은 본인의 경험을 나누었고 함께 교육을 받으면서 젠더감수성을 강화하고 거버넌스에 대한 이해를 높여나갔다.
저희가 모니터링 활동, 처음에는 여성친화도시 이해를 돕는 교육, 젠더에 대한 이야기들이 나왔는데, 저는 젠더에 대한 인식이라든지 문화에 대한 이해를 하고 있지만 다들 젠더에 대해 처음 듣는, 생소한 개념이라 거의 비슷한 교육을 몇 차에 걸쳐 받았어요. 대부분 주부로 계시다가 오신 분들이 많거든요. 용어도 생소한데 우리가 해야 될 일이 뭔지 잘 모르겠다 하시거든요. 우리가 느끼게 해 줄 필요가 있다는 이야기가 회의에서 많이 오고 갔어요. 한 5년 정도 넘어가자. 그러면 주도적으로 할 수 있고 역할 뿐만 아니라 역할을 공유물에 대해, 또 다른 것들을 포착할 수 있는 이야기들이 나오는데 5년 차는 가야되지 않겠냐. (참여자 6)
젠더의식을 가지고 있다 보니 교육을 진행하면서도 젠더관점에서의 실행이 가능했다. 육아를 전담하고 있는 여성들의 특성을 감안해 교육하는 동안 교육 참여자들의 자녀를 돌봐주어 교육 참여자가 부담 없이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하게 했던 일은 젠더관점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시도였다.
지역 내 여성을 찾아내고 발굴해 역량을 키우는 활동을 하고 있는데, 포럼을 꾸리면서 자유로운 참여를 위해 아이돌봄을 시행해본 것이 지금은 많은 기관, 단체에서 당연한 과정으로 자리매김하는 것 같아 뿌듯해요. (참여자 2)
(3) 조직하고 연계하기
젠더거버넌스 실현의 핵심에 지역주민들의 실질적 참여가 있다는 것을 간파한 젠더활동가들은 지역주민들의 역량을 강화시키고 이들을 조직하여 지역 활동가로 활약하게 하는 것에 주력하게 된다.
지역모임을 만들고 한편으로는 지역의 여성들과 아토피, 여성건강, 어린이 생태교육, 인문학독서모임 등을 하면서 여성들을 조직해 여성주의리더십이나 여성주의 강좌 등을 조금씩 시도했어요. (참여자 11)
모니터링 과정 참여를 통해서 지역여성들이 성인지 관점과 정책역량을 갖춘 활동가로 성장했어요. 지역 정책의 성주류화를 위한 적극적 시민참여 활동을 수행하고 성평등이란 가치로 정책, 사업을 분석하고 개선안을 제시하고 행정과의 논의자리를 만들고. 젠더거버넌스 활동을 통해서 거버넌스의 주체로서 지역여성집단 형성이 가시화되고 지역연계를 통한 네트워크 형성의 성과도 만들어냈죠.(참여자 7)
하지만 젠더거버넌스를 실천하는 과정이 매끄럽지만은 않았다. 거버넌스는 참여자들 간의 동등한 파트너십을 전제로 하지만 관은 민이나 전문가들을 동원의 대상, 형식적 참여자로 대하는 경우가 많았으며 거버넌스라는 새로운 운영방식을 수용하는 걸 두려워하기도 했다. 정부의 성향이나 리더의 의지에 따라 관이 거버넌스를 주도하기도 했고 민이 거버넌스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기도 해 거버넌스에 호의적인 환경이 조성되기도 했지만 이는 달리 말하면 정부가 바뀌면, 리더가 바뀌면 거버넌스에 호의적이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했다. 내용적으로는 젠더관점에 대한 이해와 실천이 없는 참여자들로 인해 젠더거버넌스 사업의 내용에서뿐 아니라 운영과정에서도 젠더평등을 구현하기 어려운 상황이 펼쳐지기도 했다.
(1) 관성에 젖은 공무원
현재의 상황에서 거버넌스가 가능하려면 정책 결정과 실현에서 힘을 가지고 있는 관이 그 힘을 다양한 행위자들(민, 전문가 등)과 나눠야한다. 하지만 관의 입장에서는 그간 익숙했던 업무와 전혀 다르기 때문에 관련해 공부도 해야 하고 새로운 시도도 해봐야하는데 그렇게 해도 성과를 보장할 수 없는 거버넌스를 굳이 하고 싶어 하지 않았다. 많은 공무원들이 수장의 의지, 민의 요구에 따라 어쩔 수 없이 거버넌스를 하고 있었기 때문에 젠더거버넌스를 활성화를 기대하기 힘들었다. 더군다나 젠더관점은 성평등교육 몇 시간으로 길러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젠더감수성을 갖추지 못한 공무원에게 젠더거버넌스는 기피하는 사업으로 여겨졌다.
○○시는 성평등위원회가 있지만 분기별 한 번씩 모여 보고받고 두어 시간 회의하고 끝나요. 현재 한국사회에 진정한 의미의 젠더거버넌스는 없다고 봐야죠. 여전히 여성들이 국정운영과 지방자치의 의사결정에 참여하고 있지 못하죠. 정치나 경제, 행정 뿐 아니라 지역사회의 많은 의사결정과정에 여성들이 희소해요. 행정의 가부장제도 완고하고, 돌봄과 육아 전담자로 여성을 대하는 한국사회의 경제적 사회적 현실도 여전히 젠더거버넌스를 행정의 보조역할로 치부하고 있어요. (참여자 11)
여전히 관, 공무원의 의지, 관점, 태도에 문제가 있죠. 각종 분야별 위원회 구성 등을 통해 협의체계를 만들고 정책참여단을 모집하는 등의 형식을 갖추려고 노력하지만 아직까지 의견 수렴 수준을 넘어서기 힘들어 보여요. 그러다보니 거버넌스는 일반 시민들에게는 또 다른 ‘동원’의 개념으로 받아들여지는 것 같아요. 결국 참여의 효용성과 효능감을 계속해서 떨어뜨리는 부작용을 낳게 되는 거죠. (참여자 7)
행정일선에 있는 공무원들에게 젠더를 말하거나 성인지 정책을 모니터 한다고 했을 때 “곧 없어질 제도”라는 둥 부정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거나 “해내야할 업무가 하나 더 쌓인다”는 생각을 하면서 민간에서 다가가는 것을 별로 반기지 않을뿐더러 일부러 피한다는 인상을 받을 때가 꽤 있지요. (참여자 2)
(2) 탁상공론 하는 전문가
젠더 거버넌스의 성공적 운영과 안착은 현장에 기반하고 있느냐의 여부에 달려있지만 전문가들은 현장에서의 작동원리와 상관없이 이미지와 관념에 기대어 활동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지역사회를 기반으로 하는 전문가가 부족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이기도 하다.
거버넌스는 행정에 여성이 동원되는 것이 아니라 대등한 두 주체가 정책에 관해 현장에서의 성인지적 평가를 통해 보다 나은 방법을 함께 모색하는 공동의 과정이거든요. 현장의 여성들이 없으면 불가능하고 그 여성들은 행정관점이 아닌 현장 관점을 갖고 있는 주체적 여성들이어야 하죠. (참여자 11)
실제 달성하기 위한 하부의 실행사업에서 현장이 어떻게 작동하는가 하는 고민은 하지 않죠. 우리는 이걸 고민했으니까 캠페인을 다녀온 이후에 다 만들었어요. 우리는 활동가니까 현장에서 워크샵을 해. 그러나 추진단은 현장의 작동원리를 잘 몰라. 정책사업이 환타지적인 거예요. 정책을 제안하는 사람들도 현장감이 떨어지니까 이미지와 관념으로만 설계를 해. (참여자 10)
(3) 공공성이 부족한 시민
거버넌스 과정에 자발적으로 참여해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젠더활동가를 찾기란 쉽지 않다. 주로 주도적 개인에 의해 사업이 운영되거나 관이 하부기관이나 유관기관에 시민활동가를 강제적으로 할당하는 경우도 상당하다. 하지만 이렇게 동원된 시민이 적극적으로 활동하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아쉬움이 있다면 모집 때 수가 안 채워지니까 할당제를 했어요. 그분들은 결국 처음에 모이는 날 오고 안 오시게 되고 이러더라고요. 그래서 주무관한테 그런 식으로 안 했으면 좋겠다 이야기했어요. 안 되니까 공무원들은 불안하잖아요, 숫자가 안 채워지니까.(참여자 6)
조심스럽기는 하지만 민(시민사회)이 항상 모든 주장에서 옳은 것만은 아니라는 점을 생각하게 되었어요. 이는 상당 부분 정보의 한계에서 기인하는 것일 거예요. 다만, 행정이 한 자리에서 구체적인 사업의 과정, 환경, 애로사항을 이야기하면 시민단체에서도 한계와 극복지점에 대한 이해가 높아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어요. (참여자 4)
활동가는 공무원이나 전문가에 비해 정보에 대한 접근력이 떨어지고 정책과정에 대한 이해가 적기 때문에 공공성이 부족하거나 실현가능성이 부족한 제안을 하기도 하였다. 때로는 젠더 관점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상태에서 강제적으로 동원되다보니 젠더이슈를 잘못된 방식으로 다루거나 소소한 수준, 즉 무시해도 큰 상관이 없는 수준이라고 여기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했다.
요구하는 자료를 제공받는 것에도 상당한 어려움이 있었어요. 단지 자신의 사업에 대한 비난이나 비평을 하려는 것으로 잘못 오해되고 있는 부분들이 있더라구요. (참여자 2)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구참여자들은 젠더거버넌스를 통한 젠더평등사회 실현에 대한 기대를 놓지 않는다. 시대적 요구가 그러하기 때문에, 거버넌스 외에는 현재의 문제들을 풀 수 있는 방안이 없기 때문에 지금의 상황이 문제투성이라 하더라도 종국에는 지역이 당면한 문제들을 거버넌스로 풀 수 밖에 없을 것이라 단언하였다. 그런 기대를 안고 장애물을 만날 때마다 해결방법을 찾으려 노력하면서 주변의 지역시민들을 양성하고 조직하고 연대하고 또 이런 가치들을 전승하면서 젠더평등사회 실현을 위해 노력하였다.
(1) 젠더거버넌스는 시대적 요구
다양성, 자율성, 창조성이 요구되는 현대사회에 국가중심의 단일하고 수직적인 정책결정방식이 걸맞지 않자, 국가 경쟁력 제고를 위해 새롭게 도입된 공공관리 전략이 거버넌스이다. 특히 지방분권이 점차 강화되고 있는 한국에서 거버넌스는 지역사회의 문제를 해결하기에 가장 시의적절한 정책결정방식이라 할 수 있다. 이 지점에서 연구참여자들은 종국에 거버넌스가 안착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 기대한다.
사회문제가 복잡해지고 하나의 해당실천영역에서 과제와 문제를 다 풀 수 없는 현상이 심화되고 있으니까. 특히 삶의 현장에서는 모든 의제가 복합적으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거버넌스로 풀 수밖에 없어요. (참여자 3)
그런데 이 사업은 계속 갈 거예요. 약간 시대적 흐름이기도 하거든요. 거버넌스라는 게 마을만 거버넌스를 이야기하는 게 아니에요. 정책적으로 계속 갈 거다. 왜냐하면 문제는 계속 발생하고 지역이나 사람들의 욕구가 연령이든 소득수준이든 장애가 있냐 없냐 부양가족이 있냐 없냐 결혼을 했냐 안 했냐 이런 것들이 그 사람이 속한 사회가 어떤 지원제도를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서 개인의 문제가 달라지고. 국가의 자원은 되게 제한적이고 민간의 자원을 확장해서 생각하고 있고. 예전에는 가족 중심의 자원이었지만 이제 핵가족중심으로 바뀌면서 지역 중심의 자원으로 바뀌어 가고. 그것이 거버넌스, 지자체에 제도라는 것으로 같이 가는 거죠. 지자체 제도가 계속 가는 한 사회가 발달하는 한 문제는 가속화되고 다양해지기 때문에 이 흐름은 계속 갈 거다. 정책의 제목이 바뀔 뿐이지, 이 기조는 계속 갈 수밖에 없다. 국가가 모든 걸 해결해 줄 수 없기 때문에. 보편적으로 해결할 거와 제도는 바뀌는 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즉자적으로 욕구를 해결할 수 있는 건 지역자원이니까. (참여자 8)
거버넌스는 이미 추세이고 나는 한 번 이런 걸 시민들이 경험을 해 보면 국민들의 눈높이가 높아지기 때문에 역행하지는 않는다고 봐요.. (중략) 국가단위에서 시민주도가 될 수 있을까? 국가 정책의 특수성이라는 게. 국가 단위에서는 노사정이 대표적 모델일 수 있죠. 지방정부가 다루는 정책들은 시민의 생활문제인데 거기서의 전문가는 학자가 아니라 시민이 전문가일 수밖에 없는 특수성이 있는거고. 단위가 밑으로 내려갈수록 훨씬 지역주민참여를 하죠. 예를 들면 구 단위는 훨씬 더 주민들이 참여하죠. 거버넌스는 지역으로 내려갈수록 더 실효성이 있어요. (참여자 5)
(2) 한걸음만 더
젠더거버넌스가 지역사회 문제 해결에 효과적이라는 것을 이미 경험한 연구참여자들은 누구의 지시나 명령에 의해서가 아니라 자발적으로 지역문제를 발굴하고 젠더거버넌스를 활용해 이를 해결하고자 노력하고 있었다.
우리시에 성범죄자가 12명이 사는 동네가 있어요. 초등학교 3개 주변에. 제가 만나는 엄마들한테 이야기를 하죠. 내 아이의 공간이 위험한 공간이라는 거를. 안전한 공간으로 바뀌어야 하는데. 우리시가 그리 안전한 곳이 아니에요. 성범죄도 시의 규모나 위상이나 시스템에 비해서 높고, 위험하다고 느끼는 주민들의 불안도도 상대적으로 높고. 마음으로 내가 편안하게 활보해도 누군가가 내 몸을 건드리거나 위해를 하지 않을 거라는 확신이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아서. 교육 부분이라든지 생각을 가지고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과 함께 하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어요. 지역 내에서 할 일이 뭔가를 발굴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참여자 6)
이번에 여성친화도시로 같이 일했던 주무관님은 오히려 자료들을 찾아가지고 와서 “이런 거 어떠시냐”고 하고, 제가 “다른 데는 어떻더라” 말하면 바로 접목을 시키는 것도 있고요. “이런 거 하면 어떨까요?” 이런 제안을 해요. 다른 분들은 이런 제안을 드리면 죄송한 표현이지만 “이거는 다른 데서 하고 있는데”, “우리 비슷한 사업이 뭐가 있는데” 이렇게 하시잖아요. 그런데 ○○○주무관님은 “다른 데서도 하지만 우리 거로 어떻게 할 수 있는지 찾아볼게요”, “이런 자료 올라왔던데, 해외사례도 이런 거 있던데 우리 시로 어떻게 할 수 있을까” 해요. “이런 거 뚫어보자” 이런 이야기를 하니까 너무 좋은 거예요. 공무원이라고해서 틀에 박힌 게 아니라 본인도 생활 속에서 들은 이야기, 느낀 이야기, 다른 시도에서 하고 있는 이야기 제안하시고. (참여자 6)
그리고 이들은 한 목소리로 이야기한다. 거버넌스 실현을 위해 무엇보다 시민들의 참여가 강화되어야 한다고, 지역여성의 관점을 존중하고 보장해야 한다고.
거버넌스는 시민들의 참여를 전제로 성립되고 강화될 수 있어요. 그럼에도 (지금까지) 관련 제도나 정책을 확대하는 데에 시민사회는 주로 관심을 기울여 왔지요. 제도나 정책은 거버넌스로 가는 문턱을 낮추고 문을 넓히는 데 기여하지만, 그 문을 지나가기 위해서는 시민사회의 또 다른 노력이 필요해요. 하지만 주로 제도와 정책을 마련하는 데에 힘을 기울이다보니 정작 일반 시민들의 참여가 일어나지 않고 주로 전문가와 전업적 활동가들만의 참여와 영향력 강화로 귀결되곤 하죠. 이렇게되면 결국 우리 사회의 거버넌스가 확대·강화되는 것이 아니라, 또 다른 엘리트 그룹의 영향력만 강화시키는 것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고 봐요. (참여자 7)
“일반여성시민”의 참여와 관점을 존중하고 보장하는 것이 필요해요. 일상생활의 구체적인 경험이 반영된 정책설계와 운영 그리고 평가-피드백이 필요한데, 전문가 중심의 거버넌스 정책은 제도적 추상성이 높아 생활전반의 변화를 꽤하기 어렵거든요. (참여자 3)
성주류화 정책의 혁신성의 달성은 풀뿌리 시민사회의 임파워먼트에 달려있다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변화의 구체적 힘은 바로 여성 시민들에게서 만들어져야 해요. (참여자 7)
지금 당장은 지역문제 해결을 위해 젠더거버넌스를 활용하지만 궁극적으로 이들이 바라는 상은 사회 모든 분야에서의 젠더평등 가치 실현이다. 아직은 여성정책에 한정되어 있지만 향후 모든 사업에 젠더평등 관점이 적용된 젠더거버넌스가 도입되길 희망하고 있었다.
젠더거버넌스는 단순히 여성정책만이 아니라 모든 사업에 성평등 관점이 있는 걸 목적으로 해요. 그러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모든 부서에서의 협력과 성인지감수성이 필요하죠. 광역 차원의 모든 정책에 여성들의 참여가 확대되어 건설과 교통, 협치와 복지 모든 분야에 성평등한 가치가 실현되어야 해요. 기초는 광역의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광역의 변화가 매우 중요하구요. 한편에서는 기초 조직을 통해, 1년 만에 바뀌는 담당 공무원의 열악한 조건 속에서도 계속 환류를 지켜보고 이에 목소리를 내는 여성조직들을 통해 변화를 모색해야 해요. 참여의 확대는 참여하는 사람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관여하는 사안의 문제이기도 해요. 여성정책만이 아니라 모든 분야에서 성평등 가치가 실현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의미에서의 젠더거버넌스 운영이라 할 수 있을 거예요. (참여자 11)
(3) 씨앗 키우기
이들이 바라는 것은 뛰어난 몇몇이 당장의 문제들을 빨리 해결해내는 것이 아니었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더 많은 사람들이 젠더관점을 가지길 바라고 더 많은 사람들과 권력을 나누길 바랐다. 그래서 성장을 위해 교육하고 실행을 위해 조직하고 확산을 위해 네트워크하려 노력하였다.
지역여성조직들이 더 성장하고 네트워크 되어야 할 거고 지역마다 튼튼하게 역사성을 갖고 뿌리 내려야해요. 성평등을 목적으로 한 여성단체들이 지역에 자생적으로 성장하면 자연스럽게 지역의 다양한 정책에 관여하고 참여할 것이고 그러면 기울어진 운동장같은 한국의 불평등한 지방행정과 정치참여 등에 변화가 올 거예요. (참여자 11)
Ⅴ. 결론 및 제언
본 연구는 젠더거버넌스에 참여하고 있는 시민활동가의 경험을 두 가지 축에서 분석하였다. 한 가지는 시민활동가 개인의 젠더감수성 발달 과정에 대해 추적하는 것이고, 다른 한 가지는 젠더거버넌스가 갖는 의미와 현행 운영방식의 한계를 분석하는 것이다. 각각의 분석축은 청소년의 젠더감수성 개발 방안에 대한 시사점을 찾기 위해, 그리고 청소년을 둘러싸고 있는 젠더불평등 문화를 개선하기 위해 우리 사회가 해야 할 역할에 대한 제안점을 찾기 위해 설계되었다. 이를 통해 본 연구는 청소년들의 젠더평등문화 확산에 기여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였다.
연구 참여자들의 경험을 분석한 결과, 시민활동가의 젠더감수성 발달과 젠더거버넌스 참여 경험에 대한 주제와 의미는 5가지 본질적 주제와 14개의 주제묶음으로 도출되었다. 첫 번째 본질적 주제인 ‘자각: 성인지감수성 개발’은 길들여져 몰랐던 불평등, 막연한 불편함, 언어를 만나 드러난 실체 등 3가지 주제묶음으로, 두 번째 본질적 주제인 ‘시작: 젠더활동의 첫걸음’은 좋은 나 되기, 더 나은 세상을 위한 행동 등 2가지 주제묶음으로, 세 번째 본질적 주제인 ‘전개: 젠더거버넌스 활동으로 확장’은 더 큰 변화를 위한 시도, 지식, 확장하고 공유하기, 조직하고 연대하기 등 3가지 주제묶음으로, 네 번째 본질적 주제인 ‘성장: 젠더거버넌스를 방해하는 장애물 대응’은 관성에 젖은 공무원, 탁상공론 하는 전문가, 공공성이 부족한 시민 등 3가지 주제묶음으로, 마지막 다섯 번째 본질적 주제인 ‘기대: 젠더평등사회 실현을 위한 지속적 노력’은 젠더거버넌스는 시대적 요구, 한걸음만 더, 씨앗 키우기 등 3가지 주제묶음으로 도출되었다.
주변에서 다들 그러니까, 일상 속에서 너무 익숙해져 있어서 당연하다고 생각해왔던 젠더불평등이 사실은 문제 상황임을, 변화의 대상임을 알게 된 계기는 다양했다. 어떤 이는 대학에서 수업을 들으면서, 어떤 이는 대학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어떤 이는 학생회활동을 하면서, 어떤 이는 시민단체 활동을 하면서, 또 어떤 이는 극명한 성차별 문제를 직접 경험하면서 젠더불평등에 대해 자각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들의 젠더감수성 개발에는 교육이라는 공통분모가 있었다. 수업이든, 학생자치활동이든, 시민단체 활동이든 교육을 통해 젠더불평등을 실체화할 수 있는 언어를 만날 수 있었고 그렇게 젠더불평등에 대해 자각할 수 있게 되었다. 사회문제에 별다른 관심이 없었던 연구 참여자들은 젠더감수성을 가지게 되면서 더 나은 내가 되기 위해, 그리고 내 주변 사람을 위해 자신을 헌신하기로 결정하면서 다양한 시민활동을 시작하였다. 이들의 시민활동 참여는 개인적 성장이나 주변인의 삶 개선에서 시작되었지만 결국 지금보다 나은 사회 건설에 일조하고 싶은 마음에서 출발하였다. 지금 개인이 경험하고 있는 불평등, 부당함이 사회구조적 문제에서 발생한 것이라는 문제의식이 있었기에 궁극적으로 이들은 시민행동을 통해 사회를 변화시켜야 한다고 생각했다.
옳다고 생각하는 일을 하려고 시작한 시민활동은 나 자신뿐 아니라 주변인을 성장시켰다. 그리고 이런 성장을 경험한 연구 참여자들은 사회문제를 개선하여 더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활동 영역을 확장해나갔다. 젠더거버넌스를 통해 정책 결정 및 집행 과정에 직접 참여하면서 이전보다 시민들의 요구가 정책으로 훨씬 더 많이 구현될 수 있었다. 거버넌스 활동을 통해 일정의 결정권을 행사하면서 시민활동가들은 지역사회에 더 큰 관심과 책임감을 갖게 되었고, 더 많은 사람들과 함께 사회를 바꾸기 위해 본인의 경험을 나누고 함께 교육을 받으면서 젠더감수성을 강화하고 거버넌스에 대한 이해를 높여나갔다. 젠더거버넌스 실현의 핵심에 지역주민들의 실질적 참여가 있다는 것을 간파한 젠더활동가들은 지역주민들의 역량을 강화시키고 이들을 조직하여 지역 활동가로 활약하게 하는 것에 주력하였다.
하지만 이들의 젠더거버넌스 운영과정이 장애 없이 평탄하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거버넌스는 기본적으로 참여자들 간의 동등한 파트너십을 전제로 하지만, 표방된 언어가 거버넌스일뿐 실제 운영에서 관은 주요 결정권을 행사하면서 민과 전문가를 동원의 대상이나 형식적 참여자로 대하는 경우가 많았다. 정부의 성향이나 리더의 의지에 따라 거버넌스에 호의적인 환경이 조성되기도 했지만 정부가 바뀌거나 리더, 담당자가 교체되면 거버넌스가 와해되는 경험도 했다. 내용적으로는 젠더관점에 대한 이해와 실천이 없는 참여자들로 인해 오히려 내부적으로 젠더불평등을 경험하는 상황이 펼쳐지기도 했다.
그럼에도 이들은 여전히 젠더평등사회의 실현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가까운 미래에 젠더거버넌스가 안착될 것이라 기대하고 있었다. 그것은 거버넌스가 시대적 요구이기 때문이기도 했고 현재 지역이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면서 젠더평등사회를 실현할 수 있는 유일한 열쇠가 젠더거버넌스라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런 기대 속에서 이들은 젠더거버넌스 참여 과정에서 여전히 장애물을 만나고 있었지만 이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나아가 지역시민들을 양성하고 조직하고 연계하면서 더 많은 사람들이 젠더관점을 가지고 권력과 책임을 함께 나누어가지길 희망하고 있었다.
본 연구는 이와 같은 젠더활동가의 거버넌스 활동 경험에 대한 분석을 바탕으로 청소년들의 젠더감수성 개발과 젠더평등문화 확산을 위한 지역사회의 역할로 다음의 제안을 하고자 한다. 지역사회의 역할은 크게 두 가지 측면으로 구분될 수 있다. 한 가지는 청소년 대상 지원이고, 다른 한 가지는 청소년을 둘러싸고 있는 환경 지원이다.
우선 청소년을 대상으로 지역사회가 해야 할 일은 다음과 같다. 청소년 대상 지원과 관련해 시사점을 줄 수 있는 연구 결과를 살펴보면, 본 연구에 참여한 젠더활동가들의 젠더감수성 개발에 교육이 큰 몫을 차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시민활동가들은 수업을 통해, 학생자치활동을 통해, 시민단체활동을 통해 젠더평등교육을 받으면서 젠더불평등을 실체화할 수 있는 언어를 만날 수 있었고 그렇게 젠더감수성을 기를 수 있었다. 이는 청소년들의 젠더감수성 개발을 위한 일차적 도구로 교육이 활용되어야 함을 보여준다. 교육이 효과성을 가지기 위해서는 시민활동가의 경험이 그랬듯 일차적으로 현실을 자각할 수 있는 언어를 만나는 것, 즉 일상에서의 불평등을 명명하는 작업(네이밍. naming)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 불평등이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젠더 구분짓기에 따른 사회구조적 문제임을 깨닫게 해줘야 한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시민활동가들은 내 경험이 개인적인 문제가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경험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확인했을 때 두려움이 사라지고 한걸음 더 성장할 수 있었다. 나의 불평등 경험이 특별한 것이 아니라 수많은 사람들이 경험하고 있는 공통문제임을 확인하고 문제발생의 원인을 사회구조적으로 찾아낼 수 있을 때 젠더민감성은 개발될 수 있다.
다음으로 교육과 함께 병행되어야 하는 부분은 청소년 개인이 젠더평등문화를 경험해 볼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교육이 강사를 통한 일방적 강의에 그치게 되면 일상에서의 구체적 변화를 이끌어내기 힘들다. 젠더평등문화 경험은 실제적이고 구체적이어야 한다. 청소년들이 젠더불평등 문제를 경험하는 타인의 상황에 공감할 수 있도록 구체적 상황을 제시하고 그동안 인지하지 못했던 젠더불평등 문제를 가시화하고 정치적으로 옳은 행동에 대해 함께 고민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 즉 일상에서 만날 수 있는 구체적 상황 속에서 젠더감수성에 기반해 사고하고 올바른 행동에 대해 고민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한다. 이런 경험의 기회는 일차적으로 교육 현장에서 가상적 상황을 통해 제공하고 이후 실체 현장에서 제공할 때 효과를 높일 수 있을 것이다. 본 연구의 결과에 따르면 시민활동가들은 시민운동을 하면서 만난 동료들을 통해서 젠더민감성을 발전시킬 수 있었다. 지역사회에서 높은 젠더감수성을 가진 롤모델을 만나고 이들의 일터에서의 경험을 가시적으로 확인시켜주어 새로운 문화 체험이 가능하도록 하되, 연구 참여자들의 경험에서 드러났듯 비슷한 처지에 있는 주변 청소년들과 경험을 공유할 수 있도록 연결해주면 동료와 경험을 나누면서 일상에서의 변화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을 것이다.
다음으로 청소년을 둘러싸고 있는 환경과 관련해 시사점을 줄 수 있는 연구결과는 다음과 같다. 첫째, 청소년들이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학교 환경의 개선과 관련한 부분이다. 젠더평등교육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교육의 내재적 요소에만 집중해서는 안되며 교육환경 개선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본 연구의 결과에 따르면 시민활동가들은 학창시절 만난 교사들로부터 상당한 영향을 받았다. 교사들의 일상 태도가 청소년에게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점에 대해서는 기존 연구들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 바, 최윤정 외(2019: 158-159)에 따르면 양성평등교육을 담당하는 교사뿐 아니라 일상적으로 만나는 교사들의 성평등 의식이 높으면 청소년들의 양성평등교육의 효과가 높아지는 반면, 학교에서 성희롱이나 성차별적 경험을 한 경우 교육의 효과가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양성평등교육의 효과가 교육시간·강사의 자질·교육방식·교육형태 등 교육의 내재요인이 아닌 외 학교환경·교육풍토·문화 등 외재요인의 영향을 받고 있음을 보여준다. 젠더평등교육을 담당하는 교사만이 아닌 모든 교사들이 젠더문제에 대해 각성할 필요가 있다. 학교 교직원 대상 젠더교육이 형식적으로 이루어지지 않고 내실 있게 진행되려면 교직원 대상 젠더교육의 교육내용, 강의방식, 운영방식 등에서 총제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둘째, 사회 환경의 변화를 가장 빠르게 이끌어낼 수 있는 방식이 정책의 변화인 만큼 청소년이 젠더차별 없이 개인 그 자체로 존중받고 개인의 자질을 개발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서는 교육정책 결정과 운영 과정에 젠더감수성을 가진 역량 있는 행위자들의 참여가 필요하다. 역량이라는 것이 빠른 시일 내에 갖출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긴 호흡을 가지고 거버넌스 행위자를 교육하고 투자해야 할 것이다. 물론 그 역량에는 거버넌스 역량은 물론이거니와 젠더감수성 역량도 포함되어야 한다. 자율적인 개인의 권리와 책임을 존중해야 하는 현대사회에서 젠더와 거버넌스는 매우 시의적절하고 중요한 개념이다. 평등, 수평적 관계, 다양성, 참여, 상호연대 등을 기본원칙으로 가정하는 거버넌스와 기존 거대권력에 의해 소외받고 배제당하는 소수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을 전제로 하는 젠더평등은 상호 간 호혜성을 가지면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 젠더거버넌스의 안정적 구축에 대한 지속적 관심과 투자가 필요하다.
셋째, 청소년이 일상에서 젠더불평등을 경험하지 않도록 사회 다각도에서 노력해야 할 것이다. 가족과의 관계가 젠더평등 할 수 있도록, 친구들과의 일상이 젠더평등 할 수 있도록, 주변 이웃 등 대면하는 어른들과의 관계가 젠더평등 할 수 있도록, 매일 마주치는 미디어가 젠더평등할 수 있도록 청소년 문화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지역사회의 협력이 필요하다. 부모들을 대상으로 하는 부모교육, 지역주민을 대상으로 하는 다양한 교육에 성인지 관점이 반영되어야 할 것이고, 성폭력, 성추행, 성희롱 등 젠더폭력에 대한 감시와 예방은 온오프라인 모두에서 이루어져야 하며, 미디어 콘텐츠에 대한 지속적 모니터링도 필요하다. 일상의 변화는 주입식 교육으로 불가능하다. 지역사회가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하되, 그 방식이 폐쇄적이고 강제적인 방식이 아닌 개방적이고 자율적이며 창의적인 방식이도록 지역주민의 역할이 확대되어야 한다. 이는 지역주민에게 상당한 의사결정권을 부여할 때 가능할 수 있다. 물론 역량을 갖춘 지역주민의 양성이 선행되어야하겠지만 언제까지고 역량있는 시민의 등장을 기다리며 의사결정권 부여를 주저해서는 안될 것이다. 충분한 역량을 가지고 있지 않더라도 작은 부분부터 시작하면 시행착오가 있겠으나 그 과정에서 역량은 더 길러질 수 있다. 지역주민들이 그 지역의 주체가 되어 지역청소년들에 대한 책임감을 가질 수 있도록, 그리하여 청소년들을 둘러싼 일상이 변할 수 있도록 지역주민에게 더 많은 결정권을 주는 것이 필요하다.
Acknowledgments
이 논문은 교육부와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수행 된 연구임(NRF-2017S1A5A8022227).
This work was supported by the Ministry of Education of the Republic of Korea and the National Research Foundation of Korea (NRF-2017S1A5A8022227).
Not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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