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청소년·청년 대항문화와 대안문화의 기원과 전개양상에 관한 연구
초록
본 연구는 그동안 개별적으로 탐색되어진 청소년·청년 대항문화 및 대안문화가 서로 연계되거나 접점을 이룰 수 있는지에 대한 문제의식으로부터 시작되었다. 이를 위해 서구 유럽을 중심으로 청소년·청년 대항문화 및 대안문화의 기원과 특징, 전개방향과 양상 등을 탐색하였다. 연구를 통해 서구 유럽 청소년·청년 대항문화와 대안문화의 출발점에는 세대 간 갈등 및 계층·계급갈등이 놓여 있으며, 이는 지배문화의 가치와 지배계층이 주도하는 문화적 흐름에 의문을 제기한 일련의 과정이자 동시에 새로운 시대정신의 문화적 실천임을 밝혔다. 시대별로는 히피와 펑크(1970-1980년대), 스킨헤드와 훌리건(1980-1990년대), 그리고 시민사회와 사회참여(2000년-현재)를 영국과 독일, 프랑스 사례를 중심으로 다루었다. 본 연구를 통해 서구 청소년·청년세대의 대항문화와 대안문화의 사례들은 문화적 에너지의 주체이자 문화적 실천의 표상임을 밝히고, 이와는 다른 시대적 상황과 사회적 배경에서 형성·전개된 한국의 청소년·청년세대 대항문화와 대안문화가 갖는 독특성을 밝히고 그 의의와 과제를 논의하였다.
Abstract
This following paper focuses on the problematic of interfacing the youth counter-culture with the alternative culture which had been individually exploring in the youth culture studies so far. The main topics covers the genesis and streams, characteristics which are based on the inter-generational and the conflict of classes in the stratified post-war European society. This paper shows how European youth counter- and alternative culture had been a leading process which put new thoughts, attempts and actions against main cultural values and norm. Hippies and Punk(1970-1980), Skinhead and Hooligan(1980-1990), social engagement in the civic society(2000-present) have been periodically hot topics in case of Great Britain, Germany and France.
Through this study, it turns out that European youth counter and alternative cultures have been playing essential roles in cultural and social changes in the European society. Besides Korean youth counter and alternative culture's authenticities and assignments are discussed in the Korean youth culture studies.
Keywords:
youth culture, youth counter culture, youth alternative culture, European youth culture키워드:
청소년문화, 청소년 대항문화, 청소년 대안문화, 유럽 유스컬쳐I. 들어가며
청소년 대항문화(counter-culture)는 기성문화에 대한 청소년 세대의 저항과 대항적인 태도를, 대안문화(alternative culture)는 현실사회의 어떤 문제에 대한 대안(代案)적 해결방안을 모색하는 청소년의 참여활동을 떠올리게 한다. 그러면 청소년 대항문화와 대안문화, 도대체 무엇이고 어떻게 다르며 그 접점은 어디인가? 국내 청소년 문화연구에서 대항문화의 개념은 반문화(反文化)와 혼용되거나 혹은 일탈문화의 차원에서 주로 다루어져 왔기에 이미 용어 자체에서부터 반사회적인 의미가 담겨있다(박진규, 2002; 정재민, 2007). 반문화는 자칫 주류문화에 대한 전면적인 거부의 성향으로만 간주될 수 있고, 일탈문화는 보편적으로 비행이나 폭력 등이 동반되는 일탈행동의 동의어가 되었다. 이를 역으로 본다면 청소년 대항문화가 갖는 다양한 의미, 이를테면 청소년세대가 기성세대 혹은 부모세대의 문화로부터 자신들을 구분하고, 고유의 ‘다름’ 혹은 ‘특징’을 보이면서 직접 참여하고 발전시키며 성숙해 갈 수 있는 문화적인 흐름과 해석을 탐색하기보다는, 청소년의 반사회적 일탈문화라는 관점아래 기성세대가 보호하고 관찰해야 하는 ‘미숙한 문화’라는 인식이 지배적임을 부인할 수 없다.4) 즉 청소년 대항문화 탐색의 기저에는 청소년들이 삶의 규범에 벗어나지 않도록 선도해야 한다는 육성의 관점이 놓여있는 것이다. 반면 청소년 대안문화는 정치사회적 차원에서 성장세대의 사이버커뮤니티 활동, 지역사회활동, 정치참여 등을 토대로 다루어져 왔다. 이처럼 대항문화와 대안문화를 보는 상이한 시각의 차이로 인해 청소년 문화연구에서 이 두 문화의 연계와 접점을 찾고자 하는 연구는 거의 그리고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본다면, 청소년문화는 대항문화에서 시작되어 대안문화를 비롯한 다양한 청소년 하위문화들이 전개되고 발전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대항문화의 출발지라고 할 수 있는 서구유럽의 사례에서 분명하게 드러난다(Harouel, 1994). 서구사회에서 대항문화가 다양한 하위문화의 양상으로 발전하기까지는 한 세대의 현실과 환경에 대한 불만족, 이로 인한 구성원 간의 갈등이 중심에 있었다. 이는 청소년 및 청년세대로 하여금 지배문화의 가치와 지배계층이 주도하는 문화적 흐름에 의문을 제기하게 하였을 뿐 아니라, 기술 및 문명의 진보가 야기한 상업주의, 기술종속에 따른 노동윤리 및 인간성 상실 등 새로운 형태의 자본주의적 착취와 문화적 불평등에 저항하기 위해 새로운 시대적 문화정신을 실천하고자 했던 일련의 과정이었다(Bennnett, 2012; Bourseiller·Penot-Lacassagne, 2013).
서구사회에서 확인된 대항문화의 전개 및 실천양상은 대척지점에 있던 주류문화와 저항문화 간 갈등을 풀어나가기 위한 대안적인 하위문화의 형식으로 발전되었는데, 이는 세대적 정체성이 내면화되고 특정지게 되어진 ‘코헤르트(cohort)’의 개념에서 분명하게 드러난다.5) 즉 기성세대와 신세대 사이의 세대 간 갈등과 계층 및 계급갈등으로 서로 얽히어 나타난 다층적인 문화갈등의 장이 바로 유럽사회의 대항문화와 대안문화가 전개되는 공간이 되었던 것이다(Harouel, 1994; Lacroix, 2015). 물론 이 공간에서 일련의 일탈문화현상 역시 보이면서 폭력과 청소년세대의 집단문화가 등장한 것도 사실이다. 노동계급 출신 청소년들이 주도하기 시작한 이 청소년 하위문화는 우선 도발적인 복장과 장신구로 자신들만의 외형적인 스타일을 만들어갔고, 고유의 언어적 특징과 일탈적 행위 등을 통해 자신들의 존재를 사회에서 각인시켜 갔다. 이와 같은 일탈적 하위문화가 동시대에 전개·발전된 이유는 첫째, 사회에 대한 불만족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표현하고자 했던 노동계급 출신의 청소년·청년세대의 결집 혹은 연대가 뚜렷하게 나타나기 시작했고, 둘째, 이들은 사회적 자의식과 소속감 및 정체성 형성을 나름의 소속집단을 통해 확립하려 했으며, 셋째, 이들의 사회에 대한 반감이 지배적인 문화를 변용하거나 저항적인 실천을 통해 집단 고유의 특정한 양식으로 표출되었기 때문이다(Farin, 2001; 2002; Schröder, 2003; Sturzbecher, 2001). 서구유럽 청소년 대항문화의 전개에서 분명하게 드러난 점은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이처럼 다양한 청소년 하위문화를 낳게 했다는 점인데, 이에 대한 의의는 다음과 같다. 첫째, 청소년 대항문화는 새로운 시대정신과 생활양식을 전환하거나 매개하는 역할을 하며 이들 세대의 능동적인 사회참여를 가능하게 했고, 둘째, 이는 세대 간 계층갈등과 계급 간 충돌의 양상으로 전개되면서 다양한 문화현상을 탄생시켜 종국에는 청소년 문화연구의 지평을 확장시키는데 기여했다.
한편, 청소년 대안문화는 정보사회 편입과정 중 사회참여문화라는 차원에서 신세대의 영향력을 가늠케 하는 문화적 역량을 주목하게 하였다. 이는 국내 청소년문화 연구에서 대안문화가 대항문화보다 더 빈번하게 언급되고, 활발하게 연구가 진행되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첫째, 정보통신과 인터넷 문화연구라는 새로운 연구 지평이 열렸고(김미윤, 2003, 2006; 김형주, 2012; 양수형, 2006), 둘째, 청소년 사회참여와 연대가 인터넷이라는 사이버문화공간에서 가능하게 되었으며(김기석, 2017; 김용석, 2011; 모상현·이창호, 2012; 이윤주, 2015), 셋째, 이와 같은 새로운 사회상은 자율성과 상호교류의 용이함을 담보함으로써 새로운 참여방식을 활성화시켰고(배상율·이창호, 2016; 오현주·김영찬, 2010; 조민식, 2017; 최윤진·박신영, 2010), 마지막으로 이를 통해 그간 간과했던 청소년 권리에 대한 주장이 사이버공간을 빌려 효과적으로 펼쳐졌기 때문이다(김경준·박정배, 2004; 김명정, 2010; 김현경, 2014; 이창호·모상현, 2010, 2012; 유혜영, 2014; 이윤주·유혜영, 2016; 조남억·이광호, 2009).
본 연구는 유럽사회에서 보였던 청소년 대항문화 및 대안문화의 기원과 전개양상을 탐색함으로써 국내 청소년문화의 개념과 범위를 확장할 수 있는 가능성을 살펴보는데 그 목적을 두었다. 즉, 국내 청소년 문화연구에 있어 대항문화와 대안문화에 대한 분절적 개념과 연구시각 등을 극복하기 위해 유럽 청소년 대항문화와 대안문화의 기원과 전개양상, 그리고 둘 간의 접점 가능성을 주요 문화현상 중심으로 살펴보았다. 이에 프랑스와 영국, 독일을 중심으로 시기별로 히피와 펑크(1970년대-1980년대), 스킨헤드와 훌리건(1980년대-1990년대), 글로벌 시민문화(2000년대 이후) 등을 주요 사례로 삼아 문헌연구를 통해 살펴보았다. 본 연구에서 삼은 사례들은 선행연구들을 통해 이미 유럽사회 청소년·청년문화의 주요 대항문화 사례들로 다루어진 바가 있다(Harouel, 1994; Bourseiller·Penot-Lacassagne, 2013). 물론 이외에도 선행연구들은 대항문화의 또 다른 상징으로 아방가르드(avant garde), 아나키즘(anarchism) 등 다양한 주제들을 다루고 있지만 청소년·청년세대와 밀접한 문화현상으로 이들 다섯 사례를 선정해 살펴보았다. 아울러 각 문화현상들이 함의하는 의미와 문화적 의의들은 각각의 사례에서 이를 대표하는 선행연구들을 근거로 하여 논의를 전개하였다.
지금까지 청소년 대항문화와 대안문화 연구가 청소년학의 하위 연구범주에서 다른 연구주제에 비해 비교적 활발하게 진행되지 않았던 이유는 무엇보다도 이 주제가 청소년 일탈문화의 영역에서 한정되어졌다는 점과 함께, 문화연구의 차원에서 드러나는 개념과 이론 설정이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한 오늘날 청소년문화를 구분할 수 있는 연령범주와 그 특징이 점점 해체되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이제 이 문화가 일종의 ‘젊은 삶의 스타일’로 간주되어 다양한 세대가 주도하고 향유하며 발전시키는 하나의 문화적 트렌드가 되었다는 점은 청소년학 연구를 특정 연령범주의 분야로 한정하는 것 자체가 연구의 폭을 제한할 수 있기 때문이다.6) 이와 같은 난제에도 불구하고 국내 청소년 문화연구의 이론적 토대를 구축하고 연구방향 및 연구영역을 제시하고자 하는 시도는 간헐적으로 이루어져 왔다(김미윤, 2002; 김민, 2009; 김옥순, 2010; 은지용, 2002; 정재민, 2007; 조혜영, 2016; 최윤진, 1998, 2002; 추병식, 2010). 그러나 청소년학의 다른 하위연구범주에 비해 아직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것은 아니다.
본 연구의 핵심질문은 다음과 같다.
첫째, 대항문화와 대안문화는 무엇인가?
둘째, 유럽사회에서 등장한 청소년·청년 대항문화와 대안문화의 기원과 특징은 무엇이고, 전개양상은 어떠한가?
셋째, 유럽사회에서 나타난 대항문화와 대안문화의 문화적 실천은 어떻게 사회운동과 문화운동으로 변모했는가?
이 연구는 청소년·청년 대항문화와 대안문화의 사회·문화적 실천과 그 의의를 유럽사회 대항문화와 대안문화의 전개양상을 통해 살펴보고자 하는 작은 시도이다. 특히 청소년문화에서 대항문화와 대안문화를 같이 다루는 경우가 드물다는 사실을 고려할 때, 한국사회의 청소년 대항문화 및 대안문화는 서구의 그것과 비교해 어떤 변화경로와 차이를 보여 주는지, 나아가 한국 청소년 대항문화와 대안문화의 현실과 과제가 무엇인지를 고민해 보고자 한다.7)
II. 대항문화와 대안문화에 대한 이해
1. 대항문화와 하위문화
대항문화란 ‘~에 대항하는 문화’로써 한 사회의 지배적 문화에 반대하고 적극적으로 도전하는 성향을 갖는 문화를 말한다. 도전의 대상은 사회규범이나 가치관, 특정한 예술성향 혹은 시대적 문화기류에 반대하는 정신문화 영역 혹은 기술이나 산업과 같은 물질문화의 영역일 수도 있다. 대항문화란 용어는 1969년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교 역사학 교수 테오도르 로스자크(Theodore Roszak)가 “대항문화 만들기”(The making of a Counter Culture)라는 저서에서 처음으로 사용한다. 로스자크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고도성장과 함께 급진적인 사회변동을 맞이한 서구 후기산업사회로의 이행과정에서 기술 관료시대에 대한 경종을 울리며 새로운 사회‧정치‧교육‧문화와 인간관계의 총체적인 변화에 주목하였다. 즉 거대한 기계의 부속품으로 전락해가는 획일적인 인간성을 거부하고, 비인간적인 현대문명의 위기에 대항하는 꿈, 환상, 에토스, 유토피아 등을 일종의 ‘시대정신’으로 간주하여 광범위한 사회운동의 대안으로서 대항문화를 제시한 것이다(Roszak, 1969).
이후 대항문화라는 용어는 지배문화의 가치에 의문을 제기하는 한편, 이에 대항하고 저항하며 대안적인 실천을 주도하고자 하는 문화흐름과 집단을 총칭하게 된다. 서구 사회‧문화사에 처음으로 등장한 대항문화의 주체는 제2차 대전 직후에 태어난 서구의 베이비붐 세대였다. 이 세대는 현대 자본주의 발전과 산업사회의 고도화, 이에 따른 물질적 풍요와 교육기회의 확대 속에서 성장한다. 전쟁을 경험한 부모세대의 구시대적인 사회관습과 도덕, 권위주의와 보수주의는 변화를 갈망했던 이 세대의 새로운 시대정신 및 자유로운 사고방식과는 절충될 수 없었다. 이들에게는 사회의 구조적인 변화와 새로운 가치관이 필요했지만, 부모세대는 신세대의 시대적 요구를 들어주기에 너무나 전통적이고 보수적이었던 것이다. 기존 사회구조의 변화에 대한 요구와 함께 베트남 전쟁의 참혹함은 결국 이 신세대의 반감을 불러일으켜 평화와 반전을 위한 시위로 이어지고, 나아가 보수적인 사회구조 전체에 반항하는 대대적인 반사회적 시위를 주도하게 된다. 바로 이것이 ‘정신적 혁명’으로 불려지는 68혁명의 근본동기가 되었으며, 이 혁명의 주역들은 반전과 세계평화, 진보적인 시대정신, 정치적 이상주의, 여성해방, 남녀평등과 같은 새로운 이념을 본격적인 사회운동으로 발전시켜 나갔다.
이처럼 서구 대항문화의 출발은 주류문화의 가치와 지배계층이 주도하는 문화의 흐름에 의문을 제기하고, 자본주의와 문명의 발전이 야기한 소비주의, 상업주의, 빈부격차의 심화, 기술종속에 따른 노동윤리 및 인간성 상실 등에 저항하고자 했던 새로운 시대적 문화정신과 실천을 의미했다. 동시에 이 문화적 흐름은 기존 ‘엄숙주의’(Pietism) 문화로부터 반기를 둔 - 당시 기성세대의 시각으로 보자면 - 사회 일탈적이고 대항적인 의도를 함의한다. 이 젊은 세대의 반사회적이고 반규범적인 성향은 기존 사회규범과 가치관에 대항하는 다양한 문화현상을 낳았는데, 대표적으로 히피와 펑크를 들 수 있다. 이 문화적 실천들은 당시 주류집단에 비해 소수집단으로 간주되던 신세대의 시대적인 가치와 신념을 분명하게 보여주고 반성적이고 성찰적인 태도가 담겨있으며, 새로운 사회상에 대한 비전과 유토피아적인 환상을 추구한 면도 없지 않아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다른 한편에서 이 대항문화는 노동자계층 출신 청소년‧청년들의 상황적 불만에 따른 분출구의 역할도 했는데, 이는 스킨헤드나 훌리건처럼 폭력과 알코올, 떼거리집단 등을 동반한 일탈적 하위문화 현상으로 나타기도 했다.
여기에서 대항문화와 하위문화 간의 상관관계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이 시대적 상황에서 대항문화가 다양한 하위문화를 낳은 것인지, 혹은 대항문화를 하위문화의 하나로 간주해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이 제기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항문화의 개념 자체가 지배문화에 대한 견제와 저항의 의미를 담고 있듯이, 이를 주도하는 집단은 주류문화의 흐름에 대항하고자 하는 자신들의 의도와 역할 및 이에 대한 지적인 정당화와 설명을 수반하게 되는데, 하위문화 역시 지배문화에 대항하여 다양한 하위집단의 욕구나 저항이 담긴 ‘문화적 실천’이라는 점에서는 공통점이 있다. 여기서 하위집단이란 계급, 성, 세대라는 각기 다른 속성을 통해 집단적 정체성이 구분되는 집단을 말하며, 이들의 하위문화는 각 집단의 정체성 및 속성과 관계한다. 청소년 하위문화이론의 대표적인 학자인 코헨과 쇼트에 따르면, “자신들의 지위에 좌절감을 느낀 하층 노동계급 청소년들이 자주 갱 집단과 같은 일탈 하위문화에 가담”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으며, 이런 하위문화는 “중간계급의 가치를 거부하고 그것을 일탈과 반항을 찬양하는 규범으로 대체”시킨다고 주장한다(Cohen‧Short, 1958; 기든스, 2009: 552 재인용). 영국과 독일 등 서구사회에서 나타난 청소년‧청년 하위문화는 노동계급 출신 청소년‧청년의 저항적이고 도발적인 다양한 스타일과 패턴, 폭력적인 집단문화를 통해 지배문화의 모순들을 해소하거나 그에 저항하면서 자신들의 입장을 표현하려는 ‘일탈적 문화현상’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이는 계급적 대항을 넘어 문화적이고 인종적인 대립과 모순까지 보여 주었다. 동시에 다양한 청소년‧청년 하위문화는 이 세대의 사회적 지위를 확보하게하고 정체성을 확립시키며, 이들만의 준거 틀을 만들어가는 ‘대항적인 대안문화’의 양상으로 나타난 것도 사실이다. 바로 이 점에서 청소년‧청년 하위문화는 이 세대의 문화적 지형을 보여주는 지표라는 점과 그것이 꼭 ‘저항’만 하는 하위문화라고 단정 지을 수 없다. 에드거와 세즈윅의 주장대로 청소년‧청년문화가 급진적인 하위문화 사이에 노골적으로 대립된다면 이 두 문화가 “합류하는 지점을 인식하는데 실패”할 수 있고 따라서 “그 자체가 적절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상기해야 한다(에드거‧세즈윅, 2007: 476).
2. 대안문화
대안문화는 말 그대로 ‘대안(代案)적’인 문화이다. 다양한 사회·문화·정치의 흐름 속에서 기존의 것을 대신할 수 있는 다른 안(案)을 제시하는 대안의 의미로 상업적이거나 세속적인 목적과는 전혀 다른 독립적인 사회문화현상을 말한다. 문화에 대한 접근방식에 있어 집단 구성원이 공유하고 있는 상징과 의미체계로써의 문화개념을 중점에 둔다. 특정상황이나 사건에 참여하고 있는 구성원들은 벌어지고 있는 일련의 행위나 사건들에 의미를 부여하며 공유하게 된다. 의미는 단일한 것이 아니며 의미의 층위는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다. 이때 동일한 문화적 상황이나 사건에 대해 기존과 다른 의미를 상징하거나 제시하고, 또 그에 따른 새로운 문화적 상황이나 사건을 창출해 내는 것이 바로 대안문화이다.
대안문화는 지역사회나 개인, 혹은 단체가 조직하고 주도하는 문화로서 대항문화와는 달리 주류문화와 꼭 갈등관계에 있는 것은 아니다. 대안문화의 특징은 비상업적인 목표를 추구하는 한편, 사회와 정치역역에서 ‘참여문화’의 형태를 띠면서 공동체문제에서부터 지역문제, 환경문제, 국가차원의 문제에 이르는 다양한 현안에 대한 해결책을 공동으로 모색하고자 하는 운동 혹은 경향을 말한다. 예를 들면 인권운동, 환경운동, 반전반핵운동, 소수자 문화운동, 제3세계 구호활동, 동물보호운동, 지역문화운동, 독립예술운동 등을 대표적으로 꼽을 수 있다. 이러한 면에서 김신일(1992)은 젊은 세대의 대안문화가 한 사회의 생동적 발전을 위해 매우 중요한 활력소 역할을 한다고 논의하였다.
이러한 대안문화의 움직임은 성찰적이고 자생적이며 비정치적 성향이 강하게 드러난다. 무엇보다도 대안문화의 참여는 자발적인 행동과 행태로 이루어지고, 이에 참여하는 개인 혹은 단체들은 인류애적인 차원에서 같이 살아가는 사회를 추구한다. 이와 같은 사회참여는 행위의 결과가 정치적 이슈를 야기할 수도 있지만 전통적인 정치참여와는 분명한 선을 긋는다.
오늘날 청소년세대의 대안문화는 정보통신기술의 발달에 따라 용이하게 되었으며 참여형태의 자율성과 다양성은 더욱 강화되었다. 민족과 국경을 초월한 지구촌 네트워크는 상호교류와 청소년 사회참여 및 연대를 강화시키는데 기여하였으며, 권리에 대한 주장을 효과적으로 펼칠 수 있는 기회 역시 증가하고 있다.
III. 유럽사회 청소년·청년의 대항문화와 대안문화의 기원
1. 유럽사회 신세대 문화의 출현
서구에서 유스컬쳐(youth culture)는 이전에 문화·사회학적으로 한 번도 언급된 적이 없었던 신세대(new generation) 개념과 함께 등장한다.8) 이 신세대는 제2차 대전 직후에 태어난 베이비붐세대로 현대자본주의의 고속성장 속에서 ‘영광의 30년’(Les trente glorieuses)과 함께 새로운 소비양식과 생활양식의 수혜자가 된다.9) 부모세대와는 판이하게 다른 진보적인 사고방식과 개방적인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하는 이 신세대는 자신들의 소비적, 문화적, 정신적 욕구를 충족시켜줄 수 있는 고유의 유스컬쳐를 주도하기 시작한다. 에드거와 세즈윅에 따르면 유스컬쳐가 나타날 수 있는 배경조건은 첫째, 젊은이들이 충분히 큰 동기집단(cohort)을 형성할 때, 둘째, 급속한 사회변화가 이루어질 때, 셋째, 사회에서 증가하는 다원주의가 새로운 생각들과 라이프스타일들에 대한 자극을 제공할 때이다(에드거·세즈윅, 2007: 405).
이 조건들은 당시 베이비붐 세대의 상황 및 배경과 상응하는데,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이 세대는 동시출생 집단으로 그 규모와 잠재력의 파급효과는 전 세대에 비해 엄청나게 증가했고, 더불어 사회·문화적 배경이 동기집단을 형성하는데 있어 보다 용이하게 작용했다. 둘째, 후기산업시대의 도래는 거대한 사회변동을 가져왔다. 무엇보다도 구매력과 소비영역에서 계층 간의 차이가 현저하게 감소하는데, 이는 노동자 계층이 중산층으로 진입하면서 경제적 풍요가 전 계급으로 확장된 것과 관계한다.10) 셋째, 이 사회변동의 양상은 일원적인 사회상에서 다원주의적 사회로 변모하면서 ‘새로운 삶의 양식’으로 보다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구체적으로는 상업주의와 소비주의의 상징이 된 세탁기, TV, 전축 등 가전제품의 혁신적 발달과 자동차의 대중화로 인한 생활세계의 총체적인 변화, 나아가 로큰롤, 광적인 춤, 미니스커트와 조인 청바지, 풀어헤친 와이셔츠와 세미정장 패션 등과 같은 새로운 문화현상을 들 수 있다.11) 당시 획기적인 라이프스타일은 베이비붐 청소년‧청년세대의 외형적·내형적인 특징을 짓게 하였으며, 이 세대의 새롭고 다양한 사고양식과 행위, 가치관을 형성시키게 된다.12)
종합해보면 ‘사회적 영역’에서는 중간계층의 확장에 따른 계층 간의 희석이 이루어졌고, ‘정신적 영역’에서는 전통적이고 보수적인 윤리 및 가치관에서 진보적이고 개방적인 사고와 태도로 보다 유연해졌으며, ‘문화적 영역’에서는 유스컬쳐의 다양성을 토대로 한 다채로운 대항문화와 하위문화가 등장함으로써 이 신세대를 특징짓게 하였다.
2. 유럽사회 초기 대항‧대안문화의 특징: 시대정신과 하위문화
제2차 대전 이후 서구 신세대가 주도하던 대항‧대안문화는 기존사회에 대한 대항과 일탈, 대안적 성격을 골고루 보여준다. 즉 반항정신을 토대로 하여 반규범적, 반사회적인 가치를 추구하면서 이에 대한 나름의 해결책 및 분출구를 찾기 위한 일종의 문화적 흐름이었다. 이 흐름은 음악을 비롯해 예술분야, 도덕과 종교 영역부터 취미와 오락의 영역까지 생활세계 전반에 영향을 끼친 시대정신이 되었다.
한편, 이 시대적 흐름은 서구사회의 인구‧사회학적 사회‧문화사의 변동을 분명하게 보여 준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첫째, 공업도시 주변에 거주하는 노동자계급의 자아의식 형성 및 강화를 들 수 있다. 이 노동자계급은 부르주아적 시민사회의 중심이 되는 중상층과는 분명한 거리를 두되, 노동자 고유의 정체성과 계급의 자긍심을 찾고자 했다. 즉 자신들만의 계급적 소속감을 추구하고 “보수적 시민계급의 사회규범과 도덕에 대항하면서 프롤레타리아적이고 반시민적인 가치”에 우선을 두며 자기표현과 독창성, 문화적 감수성을 표현하였다(이영란, 2007: 129). 둘째, 다수의 노동자계급이 산업화와 자본주의의 수혜자가 되어 도시의 중류층 소시민이 되어 떠난 자리에 외국인노동자가 대거 유입되면서 나타나기 시작한 문화적 다원화 현상을 들 수 있다. 영국의 경우 인도, 파키스탄, 자메이카 및 서인도제도 출신의 노동이민자가 다수를 차지했고, 독일의 경우 터키출신이, 프랑스의 경우 마그레브 출신 노동이민자들이 주를 이루었다. 이들은 백인 노동자계급이 떠난 자리를 채우며 ‘본의 아니게’ 이들만의 주거 게토화를 이루었고, 유럽사회의 전통 기독교문화와는 본질적으로 다른 이질적인 문화적 특성으로 인해 서구 시민사회와 동화되지는 못했지만 나름 새로운 사회구성원으로서 출신문화에 대한 가치를 보존하고자 했다.
이와 같은 문화적 다원화 현상은 다음의 상반된 결과를 낳았다. 첫째, 우선 기존 노동자계급은 새로운 사회구성원인 이민자집단과 - 계급적 정체성이 같은 노동자 계급임에도 불구하고 - 거리두기를 분명히 하면서 이들을 견제하고 대항하는 반시민적이고 반사회적인 다양한 하위문화를 만들어 나가기 시작했다. 둘째, 백인주류사회에 소수집단으로 등장한 노동 이민자들은 출신문화의 자긍심과 주체성을 내세우면서 자신들의 정체성을 지키고 자신들의 사회적 위치에 대해 나름의 저항적 에너지를 분출하고자 했다.13) 셋째, 종전 이후 등장한 신세대는 기성세대에 견주어 사회소수집단으로서 이 세대의 신념, 가치, 도덕, 사회윤리, 세계관 등을 적극적으로 보여주려는 일종의 ‘문화적 실천’을 이루고자 했다. 이 실천은 독특한 예술적 기술과 퍼포먼스부터 단순한 오락과 재미, 나아가 형이상학적인 정신적 신념과 종교까지 아우르면서 하위문화, 일탈문화, 틈새문화 등으로 자리하게 된다. 나아가 평화, 반전, 환경 등 사회참여의 원동력이 되는 대안문화의 출발점이 되었다.
3. 유럽 사회변동과 대항‧대안문화의 방향 : 영국과 독일의 경우
그러면 이 신세대의 등장과 새로운 문화변동에 따른 시대의 변화는 구시대에 대한 대항인가 시대적 단절인가, 혹은 새로운 시대의 출현인가 아니면 두 시대의 연결인가? 이에 대한 대답은 그리 간단치 않다. 왜냐하면 당시 신세대 문화는 각 국의 사회·문화·역사적 환경에 따라 상이한 방식으로 발전해 왔고, 그 수용의 양상 역시 다양하게 진행되었기 때문이다. 영국과 독일이 바로 단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1960년대부터 런던, 맨체스터, 버밍엄 등 산업 대도시 주변에 거주하던 노동자계층이 중심이 되어 본격적으로 등장한 영국의 청소년·청년 대항‧대안문화는 “중상층으로 대변되는 부르주아적 시민사회에 대항하며, 영국사회의 새로운 구성원인 이주노동자 계층과도 거리를 두어 자신들만의 정체성과 계층적 소속감을 추구하려는 동기에서 시작”되었다(이영란, 2007: 129). 다시 말하면 영국 청소년·청년 하위문화는 노동자 계급의 긍지와 정체성을 추구하고 중상계층의 규범과 도덕에 맞서는 일종의 대항문화의 형태를 보여준 것이다.
한편 독일(정확하게는 서독)은 영국과 비교해 노동자 계급의 가치와 신념보다는 시민적 규범과 도덕에 맞서는 경향이 더욱 눈에 띠게 나타났다. 이는 독일 시민사회의 발생배경과 발전과정이 영국의 그것과 상이하게 진행된 사실과 관계한다. 즉 영국의 시민사회가 정치적, 경제적, 기술적, 사회적 사실 등의 발전에 따른 자국에 대한 긍지와 인류 진보에 대한 자부심으로 이루어졌다면, 독일 시민사회는 사회발전 사실 자체보다는 정신적, 예술적, 종교적, 철학적 업적에 따른 정신적 진보, 즉 문화민족의 개념에서 출발하였고, 이에 따라 독일 시민사회는 정신적인 사회규범과 도덕을 더욱 강조하는 경향이 있었다(Elias, 1969). 따라서 독일 청소년·청년의 대항‧대안문화는 이러한 경직된 사회분위기로부터 일탈하고자 하는 반사회적‧반시민적인 형태를 보인다. 영국적 상황에서 보자면 신세대와 대항문화의 등장은 기존 중상층 부르주아사회에 대한 저항이자 노동자 계급 고유의 성장을 포괄한 두 시대의 연결로 보아야 하는 것이 타당하지만, 독일적 상황에서 보자면 신세대와 대항문화는 영국처럼 계층적 갈등이라기보다는 시민사회의 정신적 규범과 도덕에 대한 대항과 단절이 새로운 시대의 추구와 함께 뒤엉켜 나타난 것이다.
그러나 간과해서 안 될 점은 유럽의 사회변동과 함께 하는 대항‧대안문화는 각 사회의 상이한 특징과 환경에서도 그 세대의 시대정신을 반영하고 있고, 권위주의, 위계질서주의, 규율주의 등과 같은 기존의 엄숙한 사회질서에 전면적으로 대항하고자 하는 신세대의 요구가 분명하게 보여 진다는 사실이다. 이후 유럽사회는 주지하다시피 동서이념의 몰락과 신자유주의, 정보사회라는 거대한 사회변동을 거치면서 사회의 다원화, 청소년‧청년 하위문화의 다양화, 소수집단 정체성 강화 등과 함께 보다 더 개방적이고 분리적이며 구체적인 대항‧대안문화의 흐름을 보여주게 준다.
IV. 유럽사회 청소년·청년 대항‧대안문화의 전개양상
1. 1970-1980년대 대항적인 대안문화: 히피와 펑크
히피문화는 1960년대 후반에 출발해 1980년대 초반에 이르기까지 유럽사회의 문화·예술사 및 사회의 시대정신을 아우르는 문화현상이었다. 68운동이 사회·정치적 차원의 정신문화혁명을 추구했다면, 히피문화는 자아실현과 공동체, 그 이상향에 대한 추구를 부각시켰고, 인류애와 평화를 추구하는 삶의 모습을 핵심 모티브로 하는 히피문화의 특징을 잘 보여 준다. 히피문화는 무엇보다도 자본주의와 성공, 문명의 이기로 표현되는 현대사회와는 분명한 선을 긋는다. 이와 함께 소비만능에 대한 비판을 견지하면서 전통적인 사회규범과 정치적 현실을 외면한다. 다시 말하면 히피의 목적은 권위주의에 반대하고 계급의 차이와 성공의 규범, 억압, 전쟁, 서열적인 세계 등의 가치관에 대항하는 것이다. 현실에 대한 이들의 저항적인 태도는 독특한 의상과 꽃으로 장식한 액세서리로 상징되며 기성세대의 보수적인 문화흐름에 반기를 두었다.14) 히피운동의 사회·정치적인 정점은 “전쟁이 아닌 사랑을 하자”(Make Love, Not War)란 모토로 베트남 전쟁 반대를 이끌었을 때이다. 내적 사유방식과 부드러움, 자연 사랑을 강조하는 히피문화는 1970년대 후반 펑크문화가 등장하면서 그 영향은 급격히 감소하기 시작한다. 한편 오늘날 히피운동의 영향을 받은 대안적이고 실험적인 시대정신은 아직도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으며, 40년이 지난 오늘에도 하나의 ‘틈새문화’로 남겨져 있다.
뉴욕과 런던을 중심으로 생겨난 펑크문화는 펑크(punk)란 단어의 기원에서부터 사회규범과 가치에 대항하는 개념을 포함한다.15) 일반적으로 펑크운동(punk mouvement)이라고 하면 허무주의와 아나키스트 운동을 비롯해 반순응주의, 반군대주의, 여성해방, 채식주의, 독립주의 등과 같은 기존의 정치적, 사회적, 사상적 대세에 대한 대항을 상징한다. 동시에 당시 사회규범과 가치에 반하거나 터부시되는 주제들에 대해 적나라하고 자유분방하게 자신들의 의사를 표현한다.16) 펑크문화의 화두는 ‘모든 순응적인 것에 대한 반항’이다. 이 순응적인 것에는 소비사회, 시민사회, 보수적인 세계관 등 당시 사회의 모든 규범과 가치를 포괄한다. 그래서 대부분의 펑크들이 좌파적 성향을 가진 것처럼 보여 지는 것도 사실이다.17) 그러나 펑크족은 정치적 좌파들의 국가주의에 대해서도 반항하기 때문에 꼭 펑크=좌파란 등식은 성립되기 어렵다. 즉 펑크는 특정 정치적 성향이 전혀 보이지 않는 집단부터, 허무주의 집단, 좌파적 성향을 가진 집단까지 다양하게 존재했다고 보는 것이 옳다.18)
펑크를 상징하는 모토는 “스스로 하라”(Do it yourself, 이하 DIY)인데, 그 이유는 펑크족이 독립적이고 자발적인 참여를 지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디어를 증오하지 말고 스스로 미디어가 되라”는 펑크의 참여방식은 그들만의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 고유의 음반, 콘서트, 잡지, 펑크패션 등을 스스로 제작할 수 있어야 한다는 ‘독립성’을 강조한다(Moran, 2010). 문화적 흐름으로써의 펑크는 새로운 에너지의 출연과 창조, 자유와 동의어로 불려 지며, 정치적, 사회적, 예술적, 철학적인 영역에서 하나의 시대정신을 만드는 한편, 젊은 세대에게는 주류사회에 대항하는 사상적 기반이 된 문화현상이었다. 오늘까지도 펑크문화는 음악을 비롯해 다양한 분야에 적용되고 있고, 그 핵심이 되는 강력한(vital) 예술적인 형태는 여전히 남아있다. 나아가 다원화된 사회의 기본적인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 문화적 토대까지는 아니더라도 이미 확립된 음악, 예술, 라이프스타일을 다시 상이한 방식으로 경계지울 수도 있고 새로운 장면을 생성하는데 일조하기도 한다. 또한 미니멀리즘, 자발성, 제도에 대항하는 태도, 포스트자본주의에 대한 견해, 거리문화와 등 펑크의 문화적 아이디어는 지금까지 다양한 예술에 영감이 되고 있는 것 역시 부정할 수 없다.
2. 1980-1990년대 일탈적인 대항문화: 스킨헤드와 훌리건
1980년대 들어와 유럽의 경제부흥 30년 시대가 끝나고 대량실업, 공장폐쇄 및 장기 파업, 이로 인한 노동계급과 공권력의 대치 등 혼란한 경제침체가 나타났다. 특히 영국, 독일 및 프랑스를 위시한 유럽사회는 경제호황기에 비숙련 노동인력이 대거 필요했던 상황에서 노동이민을 수용함으로써 노동력 부족을 해소했지만, 저 성장기에 들어서면서부터 이주노동자 집단이 기존 노동자계층의 일자리를 차지한 주범으로 비추어졌다. 이 같은 상황에서 구직의 어려움, 계급격차의 심화, 사회에 대한 불만 등이 혼합되어 나타난 청소년‧청년 하위문화의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스킨헤드와 훌리건 등과 같은 폭력적 일탈문화현상이었다.
당시 서구, 특히 서유럽 하층계급 출신 청소년·청년들은 사회와 주변 환경에 의해 기만당하는 것처럼 느꼈고, 이에 대한 탈출구로 새로운 패션과 음악, 알코올 등의 약물 소비 등을 함으로써 자신들이 처한 환경을 표현하고 또 벗어나고자 했다. 무엇보다도 이들은 불완전한 개인, 반항적인 허무주의, 비순응주의 등을 표출하고자 했고, 이는 어떤 ‘혐오스러운 대상’을 통해 이 사회에 도발적인 무엇인가로 시도되기 시작한다. 바로 이 시점에서 스킨헤드가 등장한다.19) 스킨헤드는 단어에서도 보여 지듯이 살이 드러날 정도로 짧게 깍은 머리모양에서 유래하는데, 노동계급 출신 청소년‧청년들은 저렴한 이민자 노동력에 의해 자신들의 일자리까지 침해받는다는 위기의식과 함께 이방인을 타깃으로 폭력을 휘두르고, 따라서 외국인을 분노의 대상으로 삼는 경우가 빈번해지면서 극우적 성향의 집단으로 조명되어졌다. 그러나 분명한 점은 스킨헤드와 극우성향 정치집단이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사실이다. 다시 말하면 외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스킨헤드의 집단적 폭력은 우파건 좌파건 사상적 배경을 꼭 갖고 있지는 않다는 점이다. 영국과 프랑스, 독일을 위시한 서구유럽사회에서 극우적 성향의 정당이 들어선 것은 1960년대 후반부터 1970년대 중반에 들어서인데, 이 정치집단들은 이민자들로 인해 생기는 사회‧경제문제를 부각시켜 자신들의 정치적 입지를 새롭게 확보하려는 목적이 분명하게 있었다.20) ‘이민자의 정치화’ 문제는 당시는 물론 오늘까지도 노동계급이 자신들의 사회적 위상과 직업적 안정이 저렴한 이민노동자에 의해 무너지기 시작한다는 두려움에서 극우정당을 지지하게 되고, 때마침 스킨헤드집단의 외국인대상 폭력은 이 시점에서 부각된 것이다. 이에 대해 이영란은 다음과 같이 주장한다.
분명한 사실은 극우적 성향을 띠는 소수의 스킨헤드집단과 대다수의 스킨헤드 청소년들과는 분명한 구분을 해야 한다는 점이다. 왜냐하면 극우이데올로기는 민족중심적인 인종주의, 반유대주의, 외국인혐오증, 파시즘 등으로 다양하게 보이지만, 대부분의 스킨헤드 청소년 집단에게는 뭐라고 딱히 꼬집을 수 있는 통일된 극우적 이데올로기는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스킨헤드 집단의 폭력이 꼭 극우적 배경을 가지고 있지는 않다는 것이다. 이들은 조직이나 특별한 구심점 없이 스킨헤드 몇 명씩 떼를 지어 다니면서 단지 재미로 사람이 모이는 술집, 지하철, 축구장 등에서 난동과 폭력을 휘두르거나,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난폭한 행동을 통해 자신들의 존재를 각인시키고, 자신들만의 집단적 정체성을 강화하며, 나아가 사회의 모든 엘리트적인 형태와는 분명한 선을 긋는 하나의 청소년 하위문화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이영란, 2007; 130-131).
특히 통일 이후 독일 스킨헤드가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면서 서유럽 극우 이데올기의 확산이 화두가 되었는데, 독일헌법수호 연방사무소에 따르면 “극우정당들과 스킨헤드 집단들은 민족주의적이고 인종주의적 관점에서 출발한다는 공통점에도 불구하고 사상이나 활동교류가 있었던 적은 매우 예외적”이라고 분명히 밝히고 있으며, 나아가 “극우정당들은 오히려 비조직적이고 비규율적인 스킨헤드 집단의 활동과 문화에 대해 매우 강하게 비판”하는데 그 이유는 “폭력적이고 비조직적인 스킨헤드 문화는 부지런함, 규율, 질서 등의 미덕을 엘리트 정치행위로 추구하는 극우정당의 목표와 전혀 부합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보고하고 있다(Bundesamt fuer Verfassungsschutz, 1998: 24. 이영란, 2007; 145-146 재인용). 한마디로 스킨헤드 집단의 비순응적인 태도는 사회의 지배적인 사고와 태도, 체제와 제도에 대한 반항인 한편, 자신들의 분노를 자신들보다 약하다고 생각되는 외국인이라는 타인을 희생양으로 삼고자 하는 편파적인 시각이 수반된다. 나아가 이들의 폭력적인 성향은 자신들의 존재를 사회에 각인시키는 한편, 이를 통해 자신들의 정체성 및 소속감을 찾고자 하는 반사회적, 반규범적 청소년‧청년의 일탈적 대항문화현상이었다. 이들은 사회적 자존감과 정체성 형성의 어려움을 자신들이 속한 집단을 통해 훨씬 용이하게 이루고자 하며, 이에 따른 집단적 소속감의 강화는 자신을 정의하는 중요한 기준이 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한마디로 1980년대에서 1990년대에 걸쳐 서구 유럽사회에서 눈에 띠게 나타나기 시작한 스킨헤드문화는 특정 청소년‧청년 집단의 사회 일탈적 대항문화로 간주되어야 한다.
청소년·청년세대의 훌리건은 스포츠, 특히 축구경기와 팬덤(fandom)으로 나타난 일종의 조직적인 폭력문화이다. 최초로 축구 훌리건이 등장한 곳은 바로 영국인데, 1960-1970년대 미디어는 훌리건을 폭력적인 축구 팬 현상으로 묘사하면서 축구와 훌리건, 폭력의 삼각관계가 점점 대중적으로 각인되기 시작했다. 훌리건은 자기 팀을 상징하는 아플리케를 의복에 새기거나 팀의 깃발 등을 사용함으로서 일반 축구팬들과는 분명한 선을 긋는다. 훌리건 문화의 특징은 폭력을 하나의 ‘의식’으로 집행하는 것과 ‘공격성의 미’를 추구한다는 것이다. 폭력은 훌리건에게 있어서 하나의 마약과도 같은 의미인데, 왜냐하면 일상의 피곤함과 의무에서 탈출할 수 있는 유일한 통로일 뿐 아니라 ‘폭력’은 강력한 남성들의 ‘상징’으로 간주되기 때문이다(Brown, 1998). 훌리건이 정치적인 성향을 띠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어서 ‘우파적 행동’ 혹은 ‘좌파적 행동’이라는 정치적 분류는 큰 의미가 없다. 영국과 독일, 프랑스 훌리건의 인구‧사회학적인 특징은 사회 하위계층 출신, 특히 실업자이고, 맥주와 같은 알코올을 일상적으로 소비하며, 대부분 20세 전후의 남성들로 구성되었다는 점이다(Reid, 2000). 훌리건은 축구 팬클럽을 중심으로 축구 경기 도중 혹은 경기가 끝난 후 상대 팀 훌리건을 대상으로 난동과 폭력을 일으키는데, 그 이유는 첫째, 경기결과에 대한 불만족, 둘째, 스포츠를 통한 일종의 ‘의식적인 행사’와 ‘공격적인 미’에 대한 찬양, 셋째, 지지하는 축구클럽에 대한 특이한 애정 및 관심표시, 넷째, 사회저층 출신 청소년의 잠재되어 있는 사회적 불만에 대한 표현, 다섯째, 집단적 행위를 통한 자아만족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Braun, 2008; Couzelas; 2015; Farin, 2001, 2002; Mignon, 1995, 1998). 다시 말하면 훌리건 문화는 영국, 독일, 프랑스를 위시한 서구 유럽사회에서 사회저층 출신 청소년들의 청소년 일탈적인 하위문화로서 사회적이고 심리적이며 문화적인 이유들이 복합적으로 나타난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3. 2000년대 글로벌 시민문화: 대항문화와 대안문화의 접점 찾기
지난 반세기 동안 유럽사회에서 보여준 대항적이고 대안적인 문화흐름은 지배문화의 규범과 가치에 의문을 제기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하였고, 이에 대항하는 가치와 신념, 태도와 행위들은 성찰적이고 미래지향적인 의지와 서로 맞물려 있었다. 동시에 당시 사회가 당면했던 문제에 대한 현실적인 해결책과 대안을 찾고, 이를 적극적으로 해결하고자 하는 노력은 자연스럽게 청소년·청년집단의 직접적인 사회참여로 이어졌다. 이와 같은 문화적 흐름은 2000년대 들어와 전 지구적인 현상으로 확산되어 새로운 청소년‧청년 하위문화의 탄생으로 이어져 오늘날 글로벌 시민사회의 토대가 되는 시민정신 형성에 기여하였다.21) 특히 신자유주의가 주도하는 세계경제와 세계 거대자본의 지배에 대항하고자 하는 사회‧문화적 흐름은 시민사회를 보다 확장하고 그 속도를 가속화시키는 기제가 되는데, 구체적으로는 나가 아닌 우리 안에서 인류공동체의 문제에 참여하고 해결책을 공동으로 모색하고자 하는 자발적인 사회·정치참여의 양상이 눈에 띠게 나타난다. 여기에는 1인 미디어(스마트폰) 등의 뉴미디어 탄생과 멀티미디어의 발전, 그리고 다양한 정보통신망의 구축이 유리한 환경 변인으로 작용하여, 이른바 청소년참여에 있어서도 디지털 민주주의와 온라인 행동주의(online activism) 양상을 극대화시켰다. 한국사회도 예외는 아니어서 기존의 관객 민주주의(spectator democracy)의 한계를 극복하는 핵심으로 디지털 민주주의를 꼽는가 하면(김영인·최윤진·구정화, 2014), 2002년 효순 미선 장갑차 사망사고 이후 2016년 촛불집회에 이르기까지 오프라인의 참여행동은 온라인 행동주의에 대한 결과로 이어져 왔다. 이론적 장면에서도 청소년은 의존적 존재인가 자립적 존재인가에 대한 새로운 존재의의에 대한 담론이 재 점화되기 시작했고(최윤진, 2016), 청소년참여를 역사적 장면과 운동(movement)의 차원에서 자발적 의식화의 과정으로 살펴보기도 하였다(김민, 2016).
바로 여기에서 대항문화와 대안문화, 시민사회는 상호보완적으로 작동하게 된다. 왜냐하면 시민사회에서는 사회구성원이 민주주의 의식과 시민의식함양을 통해 사회적 역할과 참여를 자발적으로 모색하고 실천하는지가 관건이며, 그 기저에는 주류적인 문화지배와 흐름에 대한 의문이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항문화를 주도하는 집단은 지배가치에 대항하는 분명한 가치와 신념, 태도와 행위로써 자신들의 성찰적이고 미래지향적인 의지를 피력하고자 한다. 특히 글로벌 시대의 대안적 사회참여는 다양한 기회와 자발적인 조직을 통해 용이하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제도적‧비제도적 차원에서 대안을 제시하고 해결책을 도모함으로써 보다 나은 사회를 만드는데 기여하고자 한다. 이 점에서 21세기 청소년‧청년의 대항 및 대안문화의 범지구적 흐름은, 근본동기와 사회참여의 방식은 다르지만 현실세계와 사회문제에 대한 성찰적인 반응이라는 차원에서 그 접점이 나타난다. 한마디로 ‘대항적 대안문화’는 다원화된 현대사회에서 ‘나’와 ‘사회’와의 관계를 재정의함으로써 대항문화와 대안문화의 경계를 허물 수 있게 된 것이다.22)
V. 대항적 대안문화의 새로운 지평을 열며
본 연구는 서구 유럽을 중심으로 청소년·청년 대항문화 및 대안문화의 기원과 전개양상 등을 고찰하면서 청소년·청년 대항문화와 대안문화가 서로 연계되거나 접점이 이루어지는 과정을 탐색하였다. 서구 유럽 청소년·청년 대항·대안문화의 출발점에는 세대 간 갈등 및 계층·계급 간 갈등이 놓여 있으며, 이는 지배문화의 가치와 지배계층이 주도하는 문화적 흐름에 의문을 제기한 일련의 과정이자 동시에 새로운 시대정신의 문화적 실천임을 밝혔다. 구체적으로 히피와 펑크문화는 ‘자유로움’과 ‘새로운 사회적 이상’을 추구하는 사회‧문화현상이자 ‘대항적 대안문화‘의 사례로, 한 사회의 시대정신을 아울렀다. 스킨헤드와 훌리건은 지배문화에 대항하고 계급적, 경제적, 정치적 착취에 대한 ‘반 성향의식’을 폭력이라는 도구를 통해 표출했다는 점에서 ‘대항문화의 일탈적 문화현상’으로 간주될 수 있음을 밝혔다. 21세기 글로벌 시민사회에서 대항문화와 대안문화는 ‘대항적 사회참여 대안문화’라는 점에서 그 접점이 교차되고 있다. 즉 청소년·청년 대항문화와 대안문화는 지배문화의 규범과 가치에 의문을 제기하게 하는 원동력이 되어 사회현실의 문제를 타개하려는 의지와 함께 사회체계 안에서 새로운 방향을 설정할 수 있게 한다. 서구유럽의 청소년·청년세대의 대항문화와 대안문화의 기원과 전개양상은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다양한 청소년·청년 하위문화(subculture)를 발생하게 했고, 나아가 현실세계와 사회문제에 대한 성찰적인 반응임을 탐색하였다.
이는 그간 대항문화와 대안문화를 분절적인 개념으로만 살피고 청소년 문화연구 장면에서도 두 문화 간 접점과 연계 가능성을 살펴보지 않았던 우리에게 적지 않은 시사점을 제공한다. 사실 한국의 청소년‧청년세대 역시 대항문화와 대안문화라고 간주할 수 있는 일련의 양상이 시대별로 나타났는데, 그 특징을 간추려보면 다음과 같다.
한국에서 청년세대 개념은 1970년대 대학가에서 처음 나타났는데, 서구 68혁명과 히피문화의 ‘자유로움’을 추구하는 경향이 청바지, 장발, 생맥주, 통기타 등의 하위문화 현상으로 등장하게 된다. 이 하위문화 현상에는 “권력층에 대한 정치적 저항” 뿐 아니라 “경제적으로는 경제성장으로 인한 청년시장의 등장, 문화적으로는 서구식 교육과 문화 속에서 성장한 세대의 일본식 문화 세대에 대한 거부감” 등이 어우러졌다(김창남, 2009: 269). 당시 기성세대 입장에서 ‘퇴폐’와 ‘방종’으로 간주되기까지 했던 일련의 청년문화양상은 비록 서구의 영향을 받은 하위문화이기는 했지만 대학이라는 지성공간을 중심으로 나름 고유의 ‘반문화’가 ‘처음으로’ 형성된 것이다. 1980년대에 들어와서 대학가의 청년문화는 보다 이념적이고 투쟁적으로 민중과 민주주의, 통일과 계급이념에 대한 사회담론을 주도하게 된다. 이는 유신과 독재로 얼룩졌던 당시의 억압적 사회상황에서 군사정권에 대항할 수 있는 기제가 되었을 뿐 아니라, 나아가 민주화과정의 원동력이 되면서 참여민주주의 및 시민사회 형성의 뿌리가 되었다.
본격적인 소비만능주의사회에 진입하게 된 1990년대는 한국 사회·문화사에서 처음으로 ‘X세대’로 불리는 ‘신세대’가 등장하면서 청소년 문화지형의 판도를 바꾸게 된다. 당시 이 신세대의 대항문화 혹은 저항문화의 대표적인 상징으로 간주되던 ‘서태지의 문화권력’은 한국사회의 대항문화와 대안문화, 소비문화와 대중문화 사이에서 굴곡 된 양상으로 나타나게 된다.23) 즉 신세대담론과 문화권력은 이전 세대의 대항문화와 대안문화의 패러다임을 총체적으로 바꾸면서 1990년대 이전의 학생운동과는 질적으로 다른 차원에서 대중문화 영역의 ‘대항문화 지형’을 마련하게 된 것이다.
21세기 디지털시대에 들어와 기성세대의 상상을 초월하는 청소년 세대의 정보력이나 통신방법은 블로그 문화, SNS문화, 팬덤문화 등을 통해 사회참여의 혁신을 가져왔다. 즉 디지털 청소년세대는 사회구성원으로서 자아 찾기를 네티즌이라는 방법과 수단을 통해 가능하게 되고, 이는 이미 확보한 청소년 대항문화와 대안문화의 접점을 확장시키는 역할을 수행한 것이다.
이처럼 한국의 청소년‧청년세대 대항문화와 대안문화의 전개양상과 특징을 살펴보면, 유럽과 마찬가지로 사회의 전통적이고 권위적인 규범과 부당한 정치권력에 대한 저항을 토대로 다양한 대안문화적 양식들을 마련해 왔고, 그 문화적 양식은 오늘날 다양한 형태와 방식으로 진화되어 왔음을 알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체로 우리 문화연구는 이들 문화적 흐름을 대항문화 혹은 대안문화의 어느 한쪽의 틀에만 맞춰 탐색하려는 경향을 갖고 있어 왔다. 따라서 유럽 청소년·청년세대 대항문화와 대안문화의 접점과 연계가능성을 통해 다양한 하위문화연구들이 전개되고 있는 것처럼 우리 역시 다양한 청소년·청년 대항문화 및 대안문화를 분절시키지 않는 상태에서 상호 연계와 접점가능성을 토대로 삼아 시대별로 구체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한편, 한국 청소년‧청년세대의 대항문화와 대안문화의 전개양상 및 일련의 특징은 유럽사회와 비교했을 때 그 동기와 사회배경에서부터 근본적인 차이가 있음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즉 유럽사회에서 신세대문화는 새로운 시대정신을 추구했던 문화·사회적 실천이었고, 사회현안과 이슈에 대해 직접적인 참여를 유도하고자 대항적이고 대안적인 양상으로 나타났다면, 한국사회에서는 권위주의와 군사독재에 따른 사회·문화적 억압과 정치적 포악성에 대항하는 실천으로 나타났으며, 나아가 급진적인 자본주의 발전에 따른 소비자본주의의 ‘문화권력’이라는 독특한 사회현상을 낳았다. 이는 이전 대학가를 중심으로 형성되었던 사회참여적인 청년문화와 이후 소비문화와 대중문화로 상징되는 청소년세대의 문화, 즉 세대 간의 간극을 더욱 크게 했다고 할 수 있다. 이처럼 유럽사회 신세대의 대항 및 대안문화의 현실과 비교했을 때 한국사회 청소년·청년 대항문화와 대안문화의 현실적 상황과 한계는 극명하게 나타난다.
이 맥락에서 청소년문화와 시민사회에 대한 원론적인 질문, 즉 이 시대에 ‘왜’ 하필 청소년 대항문화와 대안문화이며, 21세기 사회에서 청소년세대의 사회·문화적 역할이 어떻게 해석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문제가 제기된다. 오늘의 청소년문화는 학교 ‘안’ 과 학교 ‘밖’을 넘나들며 시민사회와 떨어질 수 없는 상관관계 속에서 형성되고 있다. 시민사회가 민주적 가치를 근간으로 한 민주시민으로 구성된 사회라는 간단한 정의를 놓고 볼 때, 시민사회에서의 청소년세대는 민주시민으로서의 윤리적 자질과 가치를 내면화시키고 궁극적으로 이를 실현하는 사회적 행동으로 이어나갈 수 있어야 한다. 이 사회적 행동의 방식은 청소년세대 고유의 대항문화의 형태로 나타날 수 있고, 사회참여라는 대안문화의 형태로도 보일 수도 있다. 유럽의 사례에서 살펴봤듯이 이들 세대의 저항과 그에 따른 대항문화를 단순히 터부시하고 부정적인 그것으로만 볼 필요는 없다. 오히려 대항문화와 대안문화는 문화적 에너지의 주체로서 다양한 문화현상을 탄생시켰고 능동적인 사회참여를 통한 시민사회발전을 가능하게 했다는 점을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따라서 21세기 글로벌 시민사회에서 ‘대항적 대안문화 찾기’는 새로운 문화연구의 지평을 열게 해 주며, 이 대항문화와 대안문화의 접점이 바로 청소년문화의 가능성과 미래라고 할 수 있다.
Acknowledgments
본 논문은 순천향대학교 학술연구비 지원으로 수행되었음.
Not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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