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기 자아정체감과 진로정체감의 종단 연구
초록
본 연구의 목적은 청소년의 자아정체감과 진로정체감의 변화추이를 파악하고 나아가 자아정체감의 변화양상에 따라 진로정체감의 변화양상이 어떠한지 종단관계에서 살펴보는 것이다. 구체적인 연구문제는 자아정체감 및 진로정체감이 시간의 경과에 따라 증가하는지 살펴보는 것이며 자아정체감 및 진로정체감이 시간의 경과에 따라 관계가 달라지는지 살펴보는 것이다. 이를 위해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에서 실시한 아동․청소년 패널조사(KCYPS) 중1 패널 3차, 5차, 6차년도 자료를 활용하였으며 2,272명을 대상으로 잠재성장모형을 이용하여 분석하였다. 연구결과는 다음과 같다. 첫째, 시간의 경과에 따른 자아정체감의 변화추이와 진로정체감 변화추이 모두 증가하는 경향으로 나타났다. 둘째, 자아정체감의 초기는 진로정체감의 초기에 유의한 영향을 미쳤으며 진로정체감의 변화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셋째, 시간의 경과에 따른 자아정체감의 증가는 진로정체감의 증가에 영향을 미쳤으며 진로정체감의 증가하는 경향에 지속적으로 자아정체감이 증가하는 것이 필요함을 확인하였다. 마지막으로 이러한 결과를 토대로 시사점을 제시하였다.
Abstract
The purpose of this study was to investigate changes of ego-Identity and career-Identity of adolescents', and examine the change of career-identity according to the change of ego-identity in a longitudinal approach. The research question aimed to figure out to examine whether the ego-identity and career- identity increase with time, and to examine whether the relationship between ego-identity and career-identity changes with time. For this purpose, 3rd, 5th and 6th year data(from 14 to 19 year olds) of Korea Child Youth Panel Survey were used and analyzed by using latent growth model for 2,272 children. The result of this study were as follows: First, the change of ego-identity and the change of career identity with time increased. Second, the early stages of ego-identity had a significant effect on the early career-identity and did not affect the change of career-identity. Third, the increase of ego-identity over time had an effect on the increase of career-identity, and it was necessary to continuously increase ego identity to the trend of increasing career-identity. Based on this findings, the implications of this study were discussed.
Keywords:
Ego-Identity, Career-Identity, Latent Class Growth Modeling Analysis, Korea Child Youth Panel Survey키워드:
자아정체감, 진로정체감, 잠재성장모형, 한국 아동․청소년 패널자료Ⅰ. 서 론
청소년기는 진로에 대한 자신의 적성과 흥미를 폭 넓게 탐색하고, 자신에게 적합한 진로를 선택하기 위한 역량을 가꾸어 나가는 준비시기이다(허균, 2012). 청소년은 자신에게 적합한 진로를 고민할 때 흥미, 적성, 성격, 가치관 등을 총체적으로 고려해야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대학입시를 위한 교과목 위주의 교육, 진로 발달에 맞는 진로지도의 부재, 성적에 따른 대학 진학 및 전공 선택 압력(위성애, 2012; 한미희, 2011)으로 인해 자신에 대한 충분한 이해를 하지 못한 채 진로선택의 부담을 느끼게 된다.
최근 여성가족부와 통계청이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중·고등학교 시기 청소년은 성적과 적성을 포함한 ‘공부(49.5%)’가 가장 큰 고민거리이며, 이를 반영하듯 청소년 자살의 주된 이유 중 ‘성적과 진학문제’가 39.3%로 1위를 차지하여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통계청, 2015). 더불어 성적과 유망 직종에 따른 진로를 결정해야함에 따라 많은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는데(임은미, 박승민, 엄영숙, 2009), 평생직장의 개념보다 이직 또는 실직 등 진로에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현대사회(심희준, 이상희, 2016)에서 청소년들이 흥미, 적성, 성격, 가치관 등에 일치하는 진로선택을 하지 못하면 대학생이 되어서도 여전히 자신의 진로를 탐색하는데 시간을 허비하거나 전공에 쉽게 적응하지 못하는 등 진로에 대한 혼란을 장기적으로 경험하게 된다(양명희, 박명지, 김희정, 2010). 따라서 청소년들의 진로에 대한 근본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청소년기에 자신의 진로에 대한 올바른 정체감 형성을 돕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청소년의 진로발달에서 정체감을 설명하는 내용으로 진로정체감을 제시할 수 있다. 진로정체감은 직업 영역과 관련된 자아정체감으로 개인이 직업에 대해 가지고 있는 자신의 목표, 흥미, 능력에 대한 명확하고 안정적인 청사진을 의미한다(서유란, 이상희, 2012; Holland, 1985 재인용). 청소년기의 진로정체감과 관련하여 자아정체감(이희선, 선우현정, 2015), 사회적 위축(김보영, 장은비, 2015), 학업성취도(임선아, 2013), 부모양육태도(박지영, 정현숙, 2016) 다양한 요인과 관련된 선행연구가 진행되었다. 이 중에서 자아정체감은 진로정체감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진로정체감의 형성에서 자기 자신을 이해하는 일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서유란, 이상희, 2012). 자신의 진로를 선택하고 결정하는 일은 개인의 삶 전체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일이며 개인에게 진로는 자아실현의 수단이다(양명희 외 2010; 임선아, 2012). Super(1990)는 진로발달과정에서 청소년의 자아정체감 확립이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하였다(양지웅, 2014 재인용). 자아정체감을 확립하면 진로 선택에 있어서 안정적이며 진로성숙에 있어서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이송이, 2014, 최윤희, 김순자, 2011). 청소년의 진로결정이 어려운 것은 진로정체감이 아직 형성되지 않은 것(어윤경, 2011)과 관련된다. 진로정체감이 형성되지 않았다는 것은 자신의 성격, 흥미, 능력과 같은 개인의 특성에 대한 객관적 이해와 다양한 직업세계에 대한 객관적인 이해가 부족함(김헌수, 장기명, 이난, 2004)을 의미한다. 따라서 진로정체감의 확립은 분명한 진로의사결정에 있어서 명확하며(Holland, Gottfredson & Power, 1980), 진로 선택 과정에 있어서 순조롭고 진로 결정에도 자신감을 갖는다(Gushue, Scanlan, Pantzer & Clarke, 2006). 이와 같이 자아정체감의 확립과 진로정체감의 확립은 청소년기 진로발달에 필수적인 요소임을 알 수 있다(이종화, 김현숙, 2012).
그러나 진로정체감은 자아정체감 영역 중 하나에 포함되지만(Erikson, 1963; Porfeli, Lee, Vondracek, & Weigold, 2011), 직업적 영역에 한정하여 적용한 개념(서유란, 이상희, 2012)으로 자아정체감과 다소 다른 특성을 보인다. 따라서 자아정체감과 진로정체감은 분리하여 각각의 특성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Tiedman과 O'Hara(1963)는 진로정체감 형성에 앞서 자기 자신을 이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하였으며 진로정체감 확립을 위해서 자아정체감 확립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서유란, 2011; Super, 1984). 이는 자아정체감과 진로정체감의 발달이 동일한 시기에 이루어지지 않음을 의미하는 것으로 실제로 정체감의 각 영역에 있어서 동일한 수준의 발달이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점은 선행연구에서도 지적된 바 있다(박아청, 1993; 이상인, 2001; Skorikov & Vondracek, 2007; Waterman, 1985).
한편 진로발달 과정은 시간과 경험에 따라 변화하고 성숙하는 지속적인 것이며(최윤미, 이문희, 2011), 평생에 걸쳐 이루어지는 발달 과업이므로 시간에 따라 변화하는 양상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이응택, 이은경, 2015). 따라서 진로발달 변인으로써 자아정체감과 진로정체감 역시 시간에 따라 변화하고 성숙할 것이라 예측되며 이에 따른 변화양상을 살펴보고자 한다. 그러나 이와 같이 자아정체감과 진로정체감이 진로발달상에 있어서 서로 긴밀한 관계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두 변인에 대한 기존의 연구들은 횡단적인 측면에 집중되어 있었다(김우리, 박영희, 김정섭, 2014; 이희선, 선우현정, 2015). 즉, 기존의 연구들은 한정된 시점에서의 관계를 보여줄 뿐 자아정체감과 진로정체감 두 변인만의 구체적이고 지속적인 발달적 양상을 보기에는 한계가 있다(서유란, 이상희 2012). 한 개인의 진로발달에 변화와 성장은 장기적인 안목에서 파악할 때 보다 적합하게 이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종단 연구의 필요성이 제기되며, 종단연구에서는 시간적 선후관계를 고려한 연구가 가능하므로 변인들 간 인과관계를 이해할 때에도 강점을 가진다고 볼 수 있다(박현정, 이진실, 2013).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기존 연구의 한계점을 보완하여 시간에 따른 진로발달의 변화 양상에서 자아정체감과 진로정체감이 어떤 양상으로 발달하고 변화하는지 확인하고, 두 변인의 관계가 종단적으로 어떠한 의미를 지니는지 파악하여 미래를 준비하는 청소년들의 위한 실질적인 기초자료로써 개입 방안에 대해 논의하고자 하였다.
구체적인 연구문제를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연구문제 1: 중학교 3학년, 고등학교 2학년, 고등학교 3학년 시기에 이르는 시간의 변화에서 자아정체감과 진로정체감 관계는 어떠한가?
연구문제 2: 중학교 3학년, 고등학교 2학년, 고등학교 3학년 시기에 이르는 시간의 변화에서 자아정체감의 변화에 따른 진로정체감의 변화는 어떠한가?
Ⅱ. 이론적 배경
1. 자아정체감과 진로정체감의 관계
개인에게 있어서 정체감 형성은 청소년기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계속되는 과정이지만, 특히 청소년기에 중요한 발달과업이다(박진희, 이상희, 2013). Erikson(1968)은 자아정체감이란 ‘연속성 있는 자기 자신에 대한 지각’으로 정의하며 개인은 자아정체감을 통해 자신의 역할, 신념, 존재방식 등을 정할 수 있게 된다고 하였다. 일관성 있는 자아정체감 형성은 청소년기 주요한 심리적 발달 과제로 제시되고 있다(Erikson, 1968; Super, 1984; Waterman, 1985). 진로정체감이란 직업 영역에 있어서 자아정체감으로(서유란, 2011; Porfeli et al, 2011), Holland(1985)는 개인이 직업에 대해 가지고 있는 자신의 흥미, 능력, 목표에 대해 명확하고 안정적인 상(picture)으로 정의하였다. 진로정체감은 개인의 진로발달에 있어서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치는 청소년기 진로선택에 기본 토대(이상인, 2001)이며 자아정체감과 함께 청소년기 주요한 심리적 발달 과제라 할 수 있다(Erikson, 1963).
한편, 청소년을 대상으로 자아정체감, 진로정체감 및 그 밖의 진로 관련 변인 간 연구가 다양하게 이루어져왔다. 신미자(2002)는 중학생을 대상으로 자아정체감과 양육태도가 진로의식 성숙에 어떠한 영향을 주는지 연구한 결과 진로성숙도에 대한 자아정체감의 설명변량은 매우 높았으며, 홍향현과 유태명(2008)은 중학생을 대상으로 진로성숙도에 영향을 미치는 변인을 분석한 결과 전체 진로성숙도에 가장 영향을 많이 미치는 변인은 자아정체감으로 나타났다. 또한 김종운과 최미숙(2011)은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가족기능 및 자아정체감이 고등학생의 진로의사결정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를 실시한 결과, 가족기능 및 자아정체감이 고등학생의 진로의사결정에 영향력이 있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이미애, 최명숙과 최성열(2011)은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가족기능, 자아정체감, 심리적 독립감과 진로결정수준 간의 구조적 관계를 연구한 결과, 자아정체감의 하위영역은 진로결정수준의 하위영역인 진로결정과 가장 높은 상관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청소년기 올바른 진로결정을 하기 위해서 자아정체감 형성이 중요함을 살펴볼 수 있다. 다음으로 유수필(2013)의 청소년을 대상으로 진로정체감과 진로결정수준이 진로성숙도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에서 진로정체감이 높은 학생들이 더 높은 진로결정수준을 지니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조세연과 김기찬(2014)은 청소년의 진로정체감, 진로결정수준이 진로성숙도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았는데 진로정체감은 진로성숙도 및 진로결정수준과 유의한 정적상관을 보였다.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진로정체감과 진로결정수준의 관계를 살펴본 연구에서 역시 진로정체감 수준이 높을수록 진로결정수준이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윤영란, 2009; 이상인, 2001). 진로정체감을 높게 지각하고 선호하고 있는 분야에 확신을 가지고 있는 학생일수록 진로미결정 조건에 낮게 영향을 받으며 진로결정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청소년기 올바른 진로결정을 하기 위해서 진로정체감 형성 역시 중요함을 살펴볼 수 있다. 그 밖에도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자아정체감과 진로정체감 연구를 살펴보면 자아정체감과 진로정체감은 정적으로 유의한 관계를 보였으며(김우리 외 2014; 손연아, 신수지, 손은령, 2014; 이희선, 선우현정, 2015), 두 변인은 진로결정에 있어서 중요한 영향력을 지니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정애경, 김계현, 김동민, 2008). 선행연구들을 통해 자아정체감과 진로정체감이 함께 발달하는 것의 정적인 관계를 기대할 수 있으며 청소년의 진로에 있어 중요한 두 변인의 발달 양상을 더욱 살펴볼 필요가 있다.
2. 청소년기 자아정체감과 진로정체감의 발달
진로선택은 진로발달 과정 중 어느 한순 간에 갑자기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며 시간과 경험에 따라 변화하고 성숙하는 지속적인 것이다(신효정, 이문희, 2011; 최수미, 2009; 최윤미, 이문희, 2011; Ginzberg, 1951; Super, 1957). 또한 다양한 발달 과업과 더불어 변화와 성숙의 진로발달 과업을 성취해야 하는 청소년기는 진로발달 이론가들에 의해 중요한 시기로 여겨지고 있다(Crites, 1974; Super, 1990). 특히 Super(1957)의 진로발달이론에 따라 탐색기에 해당하는 중·고등학교 시기의 진로발달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시기 청소년들은 진로 선택을 위한 고민, 직업 정보 탐색, 학업 매진과 준비 등을 동시에 병행하기 때문이다. 청소년기 진로 발달 과정에 있어서 자아정체감과 진로정체감 확립이 필수적이므로(이종화, 김현숙, 2012) 두 변인의 발달을 더욱 살펴볼 필요가 있다.
Erikson(1968)은 자아정체감 발달이 출생 초기부터 시작되어 일생동안 계속되는 것이라 하였다. Marcia(1980)는 자아정체감을 역동적인 체계로 보았는데, 개인의 자아구조는 정적인 것이 아니라 점진적으로 발달되고 변화하는 동적인 개념으로 보았다. Waterman(1982)도 자아정체감은 한 지위에 고정되어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니라 발달의 패턴이 있음을 주장하였다. 따라서 자아정체감 형성은 자신에 대한 의식이 시작되며 이루어지고 일생동안 지속되는 발달과정으로 보아야 한다(서유란, 2011).
한편, Tiedman과 O'Hara(1963)는 진로발달이란 고정된 것이 아니라 진로정체감을 계속적으로 형성해나가는 유동적인 과정이라 하였으며, 이상길(2006)과 권기옥(1997)은 진로정체감은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점차 증가하는 개념이라고 하였다. Crocetti, Rubini, Luyckx와 Meeus(2008)도 진로정체감 지위를 성취하였다 하여도 현재의 관여에 따라 이를 수정할 수 있다고 하였으며, Adams와 Fitch(1982)는 종단연구를 통해서 진로정체감의 발달궤적을 살펴본 바 있다. 이처럼 진로정체감 형성 역시 자아정체감과 마찬가지로 동적인 개념으로 일생동안 이루어지는 발달과정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이렇듯 동적인 개념으로써 일생동안 발달하는 자아정체감과 진로정체감을 두고 시간에 따라 변화하는 양상을 기대할 수 있으며 본 연구에서는 선행 연구의 한계점을 보완하기 위해 잠재성장모형(Latent Growth Modeling)을 사용해 살펴보고자 한다. 잠재성장모형은 시간의 흐름에 따른 변인들의 변화 정도에 있어서 개인 간 차이의 유무만을 볼 수 있는 자기회귀 교차지연 모형과 다른 관점에서 변화를 파악한다(류은수, 서민원, 2015). 잠재성장모형은 개인들의 변화 추정치를 전부 모아 초기 값과 변화율을 평균적으로 계산하여, 이를 통해 시간의 경과에 따른 개인 내 변화와 이러한 변화가 개인 간 차이가 있는지 모두를 종단적으로 통찰할 수 있는 연구 방법이다. 또한 개인의 진로 발달 또는 변화는 단기 내에 일어나기 어려워 장기에 걸쳐 반복적으로 추적조사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최수미, 2009). 잠재성장모형은 3회 또는 그 이상의 패널자료나 종단자료를 활용하여 개인 또는 집단 평균에 대한 변화량을 확인 할 수 있게 해준다(김계수, 2009; 허균, 2009; Duncan, Duncan, Strycker, Li & Alpert, 1999; Merdith & Tisak, 1990 재인용).
Ⅲ. 연구방법
1. 연구대상
본 연구에서는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에서 조사한 아동·청소년 중1 패널자료(Korea Child Youth Panel Survey, KCYPS)를 활용하였다. 중 1패널은 2010년 중학교 1학년을 조사시점으로 2016년 고등학교 3학년까지 조사되어 총 6차년도 자료가 조사되었다. 하지만 본 연구에서는 자아정체감과 진로정체감의 변화와 관계를 살펴보기 위해 자아정체감과 진로정체감을 측정한 중학교 3학년, 고등학교 2학년, 고등학교 3학년 자료만을 활용하고자 하였다. 연구대상은 중학교 1학년 당시 2,351명을 대상으로 조사하였으나 본 연구에서는 중학교 3학년, 고등학교 2학년, 고등학교 3학년 자료 모두에 결측치가 있는 대상은 제외하였다. 본 연구에서 사용하고자 하는 3개년도 자료의 결측치는 79명이었으며 이를 제외한 2,272명을 최종 연구대상으로 선정하였다. 3차년도 자료에서 성별에 체크하지 않은 학생은 13명이었고, 남학생은 1,140명(50.5%), 여학생은 1,119명(49.5%)으로 확인되었다.
2. 측정도구
자아정체감 척도는 송현옥(2008)의 자아정체감 척도를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에서 수정, 보완한 총 8개 문항으로 사용하였다. 이 척도는 미래확신성 1문항‘나는 뚜렷한 삶의 목표를 정해놓고 있다.’, 목표지향성 2문항 ‘나는 한 가지 일에 꾸준히 몰두하지 못한다.’,‘나는 계획한 대로 일을 끝까지 실행한다.’, 주도성 3문항, 친밀성 2문항으로 구성되어 있다. 채점방식은 전혀 그렇지 않다(1점)부터 매우 그렇다(4점)까지의 4점 리커트 척도로 점수가 높을수록 자아정체감이 높은 것을 의미한다. 본 연구에서 확인된 Cronbach α값은 중3 .629, 고2 .670, 고3 .714로 확인되었다.
진로정체감은 공인규(2008)의 진로정체감 척도를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에서 수정, 보완한 총 8개 문항으로 사용하였다. 각 문항은 ‘장래에 내가 꼭 하고 싶은 직업 분야가 있다’, ‘부모님이 내가 원치 않은 전공학과를 강요하더라도 따르지 않을 것이다’, ‘나는 장래에 어떤 인생을 살 것인가에 대해 대체로 방향을 정했다’ 등의 문항들로 구성되어 있다. 채점방식은 전혀 그렇지 않다(1점)부터 매우 그렇다(4점)까지의 4점 리커트 척도로 점수가 높을수록 진로정체감이 높은 것을 의미한다. 본 연구에서 확인된 Cronbach α값은 중3 .890, 고2 .882, 고3 .888로 확인되었다.
3. 연구모형
연구문제에 따라 연구모형을 제시하면 다음 <그림 1>과 같다. 우선 자아정체감과 진로정체감의 변화율을 확인 한 후 두 변인의 초기와 기울기 값의 관련성을 파악하고자 하였다.
4. 분석방법
본 연구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SPSS 통계프로그램을 이용하여 기술통계 및 상관분석을 실시하였으며 AMOS 통계프로그램을 이용하여 모형검증을 실시하였다. 그리고 잠재성장모형을 이용하여 시간에 따른 청소년의 자아정체감과 진로정체감의 발달적 변화를 살펴보고자 하였다. 결측치는 최대우도법(Maximum Likehood)을 사용하여 보완하고자 하였으며 연구모형의 적합도는 X2, TLI, CFI, RMSEA를 통해 평가하였고 각 경로계수는 유의수준 .05에서 통계적으로 유의성을 확인하였다. TLI, CFI의 지수는 .90이상이면 모델의 적합도가 양호한 것을 의미하며, RMSEA는 .1이하 보통, .08이하 양호, .05이하 좋은 적합도 지수로 볼 수 있다(우종필, 2012).
Ⅳ. 연구 결과
1. 각 변인의 기술통계
주요 변인에 대한 평균과 표준편차는 <표 1>에 제시하였다. 자아정체감 수준은 중학교시기보다는 고등학교 시기에서 높았으나 고3시기의 정체감 수준은 고2시기보다는 조금 낮아지는 경향이 있었다. 진로정체감은 중학교 3학년시기 이후 고2, 고3으로 올라가면서 점차 상승하는 경향을 보였다. 이어 모든 변인의 왜도와 첨도를 확인한 결과 정규성의 문제를 보이진 않았다.
2. 주요 변인의 상관관계
주요 변인의 상관관계는 <표 2>에 제시하였다. 중학교 3학년 시기의 자아정체감과 진로정체감은 r=.424 , 고등학교 2학년 시기의 자아정체감과 진로정체감은 r=.487 , 고등학교 3학년 시기의 자아정체감과 진로정체감은 r=.473 로써 정적인 상관을 보였다(p<.01). 각 시점에 따라 자아정체감과 진로정체감 모두 정적상관을 나타냈다.
3. 자아정체감과 진로정체감의 시간에 따른 변화 추이
자아정체감과 진로정체감의 발달변화를 파악한 결과는 다음 <표 3>, <표 4>에 제시하였다. 먼저 표 3에서 자아정체감의 1차 함수 모형의 적합도는 TLI = .971, CFI = .995, RMESA = .057로 무변화 모형의 적합도보다 좋은 것으로 나타났다. 진로정체감의 1차 함수 모형의 적합도 역시 TLI = .951, CFI = .992, RMESA = .064로 무변화 모형의 적합도보다 좋은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두 변인 모두 1차 함수 모형을 최종적으로 선택하였다.
그리고 <표 4>에서는 1차 함수 모형의 평균, 분산, 공분산을 파악하였다. 자아정체감의 경우 시간 변화에 따라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나 학년이 올라갈수록 자아정체감은 증가하였다. 분산은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것으로 확인되었으나 공분산의 경우 유의미하지 않았다. 이는 개인에 따라서 자아정체감의 변화추이가 다름을 의미한다.
진로정체감의 경우 시간 변화에 따라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학년이 올라갈수록 진로정체감은 증가하였다. 또한 분산과 공분산 모두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것으로 확인되었으나 공분산의 경우 부적부호를 나타냈다. 이는 진로정체감의 변화추이가 개인에 따라 다름을 의미하며 초기 진로정체감이 낮은 집단은 감소율이 둔화되지만 진로정체감이 높은 집단은 감소율이 빠름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4. 자아정체감과 진로정체감의 관계
자아정체감과 진로정체감 간의 종단적 변화 양상에 어떤 관계가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다변량 잠재성장모형을 적용하여 분석하였으며, 우선 모형의 적합도를 확인 한 결과, TLI .910, CFI .966, RMSEA는 .085로 나타나 종합적으로 모형의 적합도는 보통 수준을 나타내었다(홍세희, 2000).
모형의 적합도가 준수하여 추정된 계수를 확인한 결과는 표 5에 제시하였다. 자아정체감의 초기는 진로정체감의 초기에 정적으로 유의하였다(β= .728, p< .001). 또한 자아정체감의 변화율은 진로정체감의 변화율에 정적으로 유의하였다(β= .846, p< .001). 즉, 청소년의 초기 진로정체감에 있어 초기 자아정체감이 유의미한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고, 동시에 진로정체감의 변화에 있어 자아정체감의 변화가 유의미한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자아정체감의 초기는 진로정체감의 변화율에 통계적으로 유의미하지 않았다.
Ⅴ. 논의 및 결론
본 연구의 목적은 자아정체감과 진로정체감의 변화추이를 파악하고, 시간 흐름에 따른 진로정체감과 자아정체감의 관계를 파악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한국 아동·청소년 중1 패널자료 3차, 5차, 6차년도 자료를 활용하였고 연구대상은 2,272명이었다. 또한 두 변인의 종단관계를 규명하기 위해 잠재성장모형을 이용하여 분석하였으며 연구 결과는 다음과 같다.
첫째, 중3에서 고2, 고3시기의 자아정체감과 진로정체감의 변화추이를 확인한 결과, 학년이 올라감에 따라 자아정체감과 진로정체감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는 학년이 올라갈수록 자아정체감이 높아진다(이훈표, 1996; 전용철, 2011)는 연구결과와 진로정체감이 높아진다(양승권, 2004; 윤삼희, 2004)는 연구결과와 일치한다. 이는 중3시기 자아정체감과 진로정체감이 높으면 고2, 고3시기에도 자아정체감과 진로정체감이 높을 가능성을 의미한다. 그러나 자아정체감과 진로정체감의 변화추이에 있어 개인차가 존재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청소년의 자아정체감과 진로정체감에 있어 개인 내적·외적으로 다양한 변인들의 영향력이 존재할 수 있으므로 이를 개인차로 고려해야 할 것이다(가영선, 2015; 최윤화, 2003). 이어, 진로정체감의 경우 공분산이 부적부호로 유의하게 나타났다. 이는 중3시기에 진로정체감이 높은 학생일수록 고3시기로 성장함에 따라 진로정체감의 수준 증가 정도가 작으며, 반대로 초기에 진로정체감 정도가 낮은 학생일수록 성장하면서 진로정체감 수준 증가 정도가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반면 자아정체감의 경우 공분산이 통계적으로 유의미하지 않았다. 이는 자아정체감의 초기치와 변화율 간에 통계적인 관련성이 없음을 의미한다(김효수, 2009).
둘째, 중3시기의 초기 자아정체감은 같은 시기 초기 진로정체감에 있어 긍정적으로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는 초기에 자아정체감을 명확하게 형성할수록 진로정체감 역시 초기에 명확하게 형성한다는 연구결과(김은석, 2011; 윤삼희, 2004)와 진로정체감 형성은 자아정체감 형성으로부터 비롯된다(이상인, 2001; 이형국, 2007)는 결과와 동일한 맥락으로 볼 수 있다. 즉, 자아정체감의 초기치가 높은 학생들은 진로정체감의 초기치도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진로를 결정하는데 있어서 청소년이 그에 앞서 자아개념을 명확히 할수록 진로결정에 대한 책임감도 증진하기 때문에, 초기 자아정체감은 진로정체감 형성에 중요한 기초요인이라고 할 수 있겠다(서경희, 2002 재인용, 조한익, 김영숙, 2016). 그러나 자아정체감의 초기치는 진로정체감의 변화에 있어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이는 초기에 높은 자아정체감만으로는 진로정체감을 지속적으로 변화시키는데 한계가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셋째, 중3에서 고2, 고3시기의 자아정체감의 정적인 변화는 같은 시기 진로정체감의 정적인 변화에 있어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자아정체감의 변화가 진로정체감의 변화에 정적으로 영향을 미친다는 횡단연구(이상인, 2001)의 결과와 부분적으로 일치한다. 진로정체감의 변화에는 자아정체감의 변화가 관련되어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 이는 직업적 자아정체감의 변화는 개인의 자아정체감 변화의 전개로부터 영향을 받는다(서경희, 2002 재인용)는 주장과 맥락을 함께한다고 볼 수 있겠다. 또한, 시간의 흐름에 따른 자아정체감의 긍정적 발달은 진로정체감의 발달 역시 긍정적으로 이끌 수 있다는 연구결과와도 관련된다(김충기, 2001; 조한익, 김영숙, 2016).
이상의 결과를 토대로 본 연구의 시사점을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청소년의 자아정체감과 진로정체감 관계를 종단적으로 규명하였다. 자아정체감과 진로정체감의 대한 기존 연구들은 횡단적으로 두 변인을 살펴보아 종단적 관점에서 체계적으로 규명하는데 한계가 있었다. 이에 따라 본 연구는 청소년이 초기 진로정체감을 형성하는데 있어 동일시기 자아정체감이 영향을 주고 있음을 명확하게 하였다. 또한 시간에 따라 자아정체감이 변화하는 것은 마찬가지로 진로정체감이 변화하는 것에 영향을 주고 있음을 밝혀 자아정체감과 진로정체감의 관계를 종단적 관점에서 확장하여 설명하였다. 즉, 기존 연구들과 달리 본 연구는 자아정체감과 진로정체감이 고정되어 머무르는 특성이 아님에 주목하여 이들을 종단적으로 살펴보고자 하였고, 시간에 따른 두 변인의 양상은 이들의 고유한 특성에서 비롯된다는 점을 구체화 하였다.
둘째, 청소년의 초기 자아정체감 자체는 진로정체감 변화에 영향을 주지 않았고, 자아정체감이 변화해야 진로정체감의 변화에 이룰 수 있었다. 이는 앞서 밝힌 자아정체감의 변화가 진로정체감이 변화에 영향을 주고 있다는 결과를 보다 구체적으로 뒷받침 하는 내용이다. 또한, 자아정체감과 진로정체감이 고정되어 머물러 있는 변인이 아니라는 점을 다시 한 번 강조하는 내용이며(Adams & Fitch, 1982; Waterman, 1982), 초기에 형성된 자아정체감도 시간에 따라 변화하기 때문에 이와 관련지어 진로정체감 발달을 살펴보아야 한다는 것을 제시하였다. 궁극적으로, 청소년의 바람직한 진로를 위해 두 변인을 보다 종단적 관점에서 바라보고 꾸준하게 개입할 필요가 있음을 시사한다.
셋째, 청소년의 진로정체감 증가를 위해서 지속적으로 자아정체감의 증가를 위한 개입의 필요성이 제기되었다. 진로정체감은 자아정체감과 관련이 있는 개념임을 지지하며(김충기, 2001; 서경희, 2002; 이상인, 2001), 진로정체감의 증가는 자아정체감의 증가가 선행되어야 함을 제시하였다. 따라서 자아정체감의 증가는 진로정체감 증가에 매우 중요한 과제이므로 추후 진로정체감 관련 연구들은 자아정체감을 우선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겠다. 이와 더불어 자아정체감 역시 역동적인 속성임을 고려하여 증가를 위한 개입을 지속적으로 하는 것이 진로정체감 증가에도 보다 도움이 되겠다.
끝으로, 청소년의 자아정체감과 진로정체감의 시간에 따른 변화 양상에 개인차가 반영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중3시기에서 고3시기 청소년의 현실적 교육 상황을 고려할 필요와 더불어, 청소년 자아정체감에 부모와 가족(서진숙, 이동혁, 2009)의 영향이 크다는 점을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음을 시사한다. 진로지도 및 진로상담자는 이를 염두 한 지속적인 개입 방안을 가져야 할 것이다.
본 연구의 제언은 첫째, 자아정체감과 진로정체감의 관계를 파악하였으나, 이 두 변인에 미치는 영향력 있는 변인들을 통제를 하지 못하였다. 따라서 후속연구에서는 자아정체감과 진로정체감에 미치는 요인을 통제하여 두 변인의 영향력을 고려할 필요가 있으며, 나아가 자아정체감과 진로정체감에 영향을 미치는 다른 변인들 간의 관련성을 파악할 수 있는 연구가 진행될 필요가 있다. 둘째,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에서 조사한 아동·청소년 패널자료는 특정 영역과 주제에 대한 조사가 아니라 문항의 수가 많은 편이다. 따라서 모든 문항을 매년 조사하기 어렵기 때문에 문항별 특성과 중요도에 따라 조사 간격이 다르게 설정된 문항이 있는데 자아정체감과 진로정체감 항목이 이에 해당한다. 이에 본 연구에서 자아정체감과 진로정체감이 조사 된 중1패널의 3차, 5차, 6차년도 자료만 이용되어 고등학교 1학년 시기인 4차 년도를 포함하지 못한 점이 제한점이라 할 수 있겠다.
Acknowledgments
이 연구는 2016년도 산업통상자원부(연구번호:10069083)와 연구재단(연구번호:2016M3C1B6929313)에 지원을 받아 수행한 과제임(제6회 한국 아동·청소년패널 학술대회 발표논문을 수정·보완한 연구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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