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문화 연구 동향 분석과 발전과제
초록
본 연구는 청소년학과 유관 학문 분야에서 수행되었던 청소년문화 연구 동향을 살펴보고, 어떠한 흐름으로 진행되어 왔는지 분석을 시도하며 향후 발전과제를 제시하고자 하였다. 이를 위해, 청소년학이 출범하는 시점인 1991년부터 2015년까지 수행된 연구들 중 등재후보와 등재지에 게재된 학술지 논문들을 분석의 대상으로 삼았다. ‘청소년’과 ‘문화’를 주요 검색 키워드로 활용하여 검색된 논문 중 적절한 논문으로 선정된 101개를 대상으로 게재된 학술지 분포, 연구방법별 분포, 주제별 분포를 살펴보았다. 청소년문화 관련 연구의 학술지 분포에서는 전체 논문의 56% 이상이 청소년학 분야의 학술지에 게재되어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연구방법별로는 문헌연구가 주를 이루고 있었으며, 다음으로는 양적연구로 나타났고, 질적연구는 가장 적게 활용되고 있었다. 연구주제별 분포를 살펴보면 청소년문화 개념 및 이론과 관련된 연구, 청소년문화를 개관하는 연구, 하위문화와 관련된 연구, 청소년들의 생활세계와 관련된 연구, 매체환경 변화와 청소년문화를 관련지어 살펴보는 연구, 글로벌화와 관련된 연구 등으로 구분할 수 있었으며, 각 범주에 따른 동향을 분석하였다. 이러한 분석을 토대로 향후 청소년문화 관련 연구의 이론적 논의 활성화를 위한 과제를 제시하였다.
Abstract
This study attempted to explore the trends of youth culture studies in the academic field of youth studies and related areas and to suggest issues for future development. For the analysis, journal articles were selected from the data base registered in Korea Citation Index from the year 1991, when youth studies were started, to 2015. 101 articles were chosen based on the main key words ‘youth’ and ‘culture.’ Through the articles, journal titles, research methods and research topics were explored. More than 56% of youth culture study articles were published in the journals dealing with youth studies. In terms of research methods, literature analysis was used the most frequently, followed by quantitative research methods. Qualitative research method was applied the least. For the analysis in terms of research topic, the articles were categorized and analyzed based on the concept and theory, overviews, and whether it had relations with subculture, youth everyday life worlds, media environment, and globalization. Based on this analysis, several issues in order to activate theoretical discussion on youth culture study were proposed in this study.
Keywords:
youth culture study, trends, suggestions키워드:
청소년문화 연구, 동향, 발전과제I. 서 론
한국사회에서 청소년학이 응용학문으로 자리 잡고 명맥을 이어온 지 20여년이 지났다. 청소년을 연구 대상으로 하는 학과가 자리 잡게 되었고, 청소년의 건전 성장을 위해 청소년 관련 정책연구와 기초연구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하지만 해마다 증가하고 있는 다양한 분야의 청소년 연구에 비하여 청소년문화에 대한 연구는 지극히 소수이다. 특히 청소년들의 일상생활, 청소년들이 드러내거나 만들어가고 있는 다양한 문화적 산물과 문화 생성 과정에 대한 심층 분석과 이론화에 대한 논의는 거의 부재한 실정이다. 청소년문화에 대한 심층 기술과 이론 수립에 대한 연구보다는 청소년집단을 대상화하여 이들의 생활실태를 파악하고 전반적인 성장 지원, 문제 개선을 위한 정책 연구가 주를 이루어왔다.
청소년문화 연구의 부진은 청소년학의 탄생 배경이 정책적, 실용적 욕구에 기반하고 있다는 것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한국에서 청소년연구가 태동한 배경을 살펴보자면, 1989년에 정부출연연구기관으로 청소년연구원(현,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설립되었고, 1990년대 초반을 기점으로 청소년관련학과가 고등교육기관에 설치되어 청소년학의 학문적 정체성을 수립하기 위한 시도들을 해 왔다는 점을 들 수 있다. 하지만, 실용적 목적에서 출발하였기에, 청소년학은 지나치게 정책수행 부서의 움직임에 좌우되는 경향이 강했고, 청소년학의 교과 영역도 청소년지도사나 청소년상담사 등 국가검정자격증의 이수 교과로 내용이 채워져왔다. 이러한 경향은 청소년학에 대한 이론적 연구토대가 그만큼 부실함을 드러내는 것이다(김민, 2009).
더욱이 청소년문화 연구는 명확한 경계를 가진 독자적인 영역이라기보다는 다양한 학문 분야에 걸쳐서 여러 가지 관점과 접근 방법을 가지고 시도되어 온 연구 분야이다. 이는 문화연구의 속성과 청소년학의 탄생 및 발전 배경을 고려한다면 당연한 과정일 것이다(김옥순, 2013). 이와 함께 우리 사회의 학문 풍토는 청소년문화 연구의 심화 및 확산과는 거리가 멀다. 실증주의적 학문 전통에 입각한 증거 기반 학문적 담론은 여전히 오늘날의 학계나 연구 분야에 팽배해 있다. 후발 학문으로 탄생하게 된 청소년학도 이론이나 현상에 대한 심층적 논의보다는 양화된 기술(description)과 분석(analysis)에 치중하고 있다(윤경원, 2009).
청소년문화 연구의 부진은 청소년에 대한 개념과 문화 개념 정의의 다양성과 모호함으로 더욱 가중된다. 청소년문화에 대한 개념 정의는 논란의 여지없이 청소년이라는 세대 또는 발달과정에서의 특정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공유하는 문화라고 정의된다(조혜영, 2015). 하지만 청소년의 개념과 문화의 개념이 각각 다양하게 정의되고 있으므로 청소년문화 연구의 범위를 어디까지 설정할 지에 대해서는 명쾌한 가이드라인을 얻기 힘들다. 청소년기에 대한 개념 정의는 생물학적, 심리학적, 사회학적 정의가 분화되어 있으며, 국가별, 시대별, 적용 목적별로 다양하게 사용되어 왔다.
문화에 대한 개념 역시 시대별로 변천하여 왔으며, 학문 분야에 따라서도 다양하게 정의되어 왔다. 광의의 문화 개념은 특정한 사회집단이 드러내는 모든 행위·생활양상, 생산해내는 온갖 종류의 물질과 도구들, 지식체계, 신념과 가치관 등 특정한 인간집단이 살아가면서 드러내는 적응체계의 총합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개념 정의를 따르자면 청소년문화 연구는 광범위하게 청소년을 둘러싼 다양한 사회문화적 현상, 청소년의 심리, 문제, 복지영역, 정책 영역 등을 거의 모든 분야를 포괄적으로 다룰 수 있다(최윤진, 1998). 보다 협의의 의미로는 청소년 생활세계의 이해, 청소년들이 공유하거나 생산해가는 문화현상이나 문화적 산물에 관한 연구라고 할 것이다.
이 연구에서는 청소년학 분야와 유관 학문 분야에서 다루어져 왔던 청소년문화 관련 연구 동향을 분석하고, 청소년문화 관련 논의들은 어떠한 흐름으로 진행되어 왔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기존에 이루어진 청소년문화 연구 동향 파악을 위한 연구는 최윤진(1998)의 연구와 김미윤(2002)이 수행한 학위논문을 중심으로 본 청소년문화 연구의 변화 등 극히 소수이다. 본 연구에서는 청소년학이 출범하는 시점부터 최근까지 수행된 청소년문화 연구 동향을 살펴보고 향후 청소년문화 연구를 위한 새로운 관점과 이론화를 모색하고자 한다. 청소년의 건전 성장에 대하여 사회적, 국가적 관심은 지속되어왔지만, 청소년 관련 연구들은 주로 청소년과 관련된 심리적, 사회적 문제 개선과 정책적 개입에 강조를 두어왔다. 바람직한 정책 개입을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청소년문화에 대한 심도 깊은 이해가 필요할 것이다. 이에, 청소년문화 연구 동향을 살펴보고, 주로 청소년문화와 관련하여 어떠한 연구들이 이루어져왔는지 분석을 통하여, 향후 청소년문화 연구의 활성화 방안과 과제를 제시하고자 한다.
II. 이론적 배경
1. 청소년문화의 개념 및 이론화
청소년기가 생애주기의 어느 시점에 해당되는 지를 정의하는 것은 학문 분야냐 시대, 국가나, 정책 목표 등에 따라 다양하게 규정되어왔다. 생물학적으로 청소년기는 아동과 성인 사이에서 성숙과정에 있는 시기라고 정의될 수 있겠지만, 문화적, 사회적 개념은 매우 다양하게 적용된다. 즉 청소년기는 생애주기 상 보편적 시기라고 할 수 있으나 그 경험 방식은 문화적, 정치적, 개인적으로 동일하지 않을 것이다. 특히 사회마다 아동과 청소년, 성인을 구분하는 시기가 다르며, 청소년기 내에서도 교육기관에의 소속이나, 직업 유무 등과 관련해서 갖는 경험들이 다르다(Wulff, 1995). 예컨대, 학생기의 연장은 연령에 상관없이 성인으로 접어드는 시기를 늦추고 있다. 또한 사춘기의 보편적 특성이라고 여겨졌던 질풍노도의 모습도 산업화 과정에서 나타난 서구 사회의 특성이지 비서구 사회의 청소년들은 다른 특성을 보여 왔다. 일례로 마가렛 미드는 사모아 사회의 청소년연구를 통해 미국의 청소년들의 ‘이유 없는 반항’이 청소년기의 보편적인 특성이 아님을 보였다(Mead, 1928; 조혜영, 2015, p. 24 재인용).
문화의 개념도 매우 다양하다. 문화의 개념을 가장 중요한 핵심 기반으로 삼는 인류학에서는 이미 수십 년 전에 클로버(Alfred Kroeber)와 클러크혼(Clyde Kluckhohn)이 그간 이루어졌던 다양한 정의들을 종합하여 하나의 표준을 제시하고자 하였다. 그들의 공저 「문화: 개념과 정의의 한 비판적인 검토」(1952)에서 문화에 대한 175개의 정의들을 검토하여 종합적인 정의를 시도하였으나, 결론적으로 얻은 문화의 정의마저 결국 또 하나의 추가적인 정의로 끝나고 말았다(한상복 외, 1985). 또한 저명한 문화이론가인 레이먼드 윌리엄스(Raymond Williams)는 자신의 명저 「Keywords」(1982)에서 문화를 ‘영어에서 가장 복잡한 의미를 갖는 두 세 단어 중의 하나’라고 했다(조혜영, 2015, p. 13 재인용). 그만큼 문화를 정의하는 일은 복잡하고 다양한 방식으로 진행될 수 있다.
청소년문화에 대한 연구들이 태동하기 시작한 것은 1950년대부터이며, 대부분 사회학자들에 의해 연구되었다. 청소년문화라는 용어를 처음으로 도입한 학자는 탈코트 파슨스(Talcott Parsons, 1942/1964)이며, 그 의미는 나이와 성별에 따른 특정 역할에 의해 구조화되어진 독특한 세계를 뜻하는 것이었다. 이 개념은 이성과의 데이트를 즐기며, 성인으로서의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움을 만끽하는 미국 중산층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도입되었다(Wulff, 1995; 조혜영, 2015, p. 24재인용).
한국사회에서 보편적으로 통용되어온 청소년문화의 정의를 따르자면, 청소년문화는 청소년세대가 공유하는 생활양식 및 사고방식이다. 여기서 청소년세대는 연령집단이나 생애단계를 의미하며, 역사적 경험을 공유하는 사람들의 의미이다. 그리고 특정 사건에 대해 동일하게 반응하여 동일한 정체성이 체화된 집단으로 ‘공통된 의미지평(common horizon of meaning)'을 공유하고 있다(박재흥, 2002; 오찬호, 2009).
1990년대 이후 청소년세대를 기성세대와의 비교를 통하여 파악한다면 주로 정보화, 디지털, 글로벌 환경과 결합되어 특징지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정치적 성향으로는 탈정치화의 특징을 지님을 알 수 있다. 청소년세대의 특성은 신세대, X세대, N세대, G세대 등 시대상을 반영하여 부여되는 명칭으로 표현되기도 하였다. 이 명칭들은 미디어나 광고회사, 보험회사, 통신업체들이 주도적으로 사용해 온 상업화된 언어로 청소년세대의 복잡한 지형을 단순화시켜왔다. 이러한 경향은 청소년 집단이 단일한 특성을 지닌 연령 집단이라는 가정에 기반을 두어 있으며, 이들 호칭을 사용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사회화과정을 단순화시키는 폐단을 낳았다.
이처럼 청소년기를 연령집단으로 보는 가정은 청소년기를 생물학적 발달단계의 한 특성으로 파악하는 전통에서 유래한다. 청소년기를 ‘질풍노도의 시기’로 파악한 스탠리 홀(G. Stanley Hall)이 대표적이며, 이후 연구자들은 청소년은 사춘기의 공통성을 지닌 연령 집단이라고 전제해 왔다. 이 전제 하에 청소년의 공통적 특징을 유형화하고 성인과의 차별점을 찾거나 규정하는데 주력해 왔다. 청소년을 단일 범주로 파악하는 이러한 경향은 ‘청소년주의(youthism)'3) 이라 불린다(Cohen, 1997; 원용진·이동연·노명수, 2006 재인용).
청소년들이 비슷한 생애주기 단계에 있다고 하더라도 이들이 같은 사회 경험을 가진 것으로 보아서는 안 된다. 부모의 사회경제적 배경, 성별, 지역차 등은 청소년 집단 내의 분화를 이끌고 있다. 결국 청소년문화를 이해하고자 할 때 청소년들의 공유된 시대 경험과 의식을 파악하는 것과 함께 청소년이라는 범주 내에 존재하는 다양한 하위 범주, 개별적인 주체의 행위 양상 등도 함께 고려하여야 할 것이다.
특정한 연령 범주가 공유하는 문화로 청소년문화를 바라보는 접근은 사회구조 및 거시 환경 변화와 관련하여 정교화 된다. 청소년세대의 문화를 노동계급 청소년들의 생활양식과 관련하여 이론화해 낸 영국 버밍햄대학의 현대문화연구소(University of Birmingham, Centre for Contemporary Cultural Studies)를 중심으로 한 연구자들의 하위문화이론이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이 연구소는 2002년에 문을 닫았지만 그간 문화연구 분야에서 문화가 단순히 사회구조의 반영이라는 시각을 넘어서 문화 자체에 대한 독자적인 접근을 시도하였다. 즉, 문화 영역의 자율성을 인식하고 문화와 사회의 유기적 관계에 주목하며, 이 과정에서 계급이나 사회 구조에 대해 수동적 적응이 아닌 적극적으로 타협하거나 저항하는 행위자들의 주체적인 모습에 대해 주목한다(윤경원, 2009).
주로 1970년대 하위문화 연구는 문화연구자들의 영향으로 기존에 관심을 갖지 않던 청소년들의 생활 모습과 표현 양상들에 관심을 보이게 되며, 이들이 표출하는 언어, 복장, 일탈적 행위 등에 의미를 부여한다. 이들은 전후 영국사회 경제 구조 재편 과정에서 노동 계급 청소년들에 대하여 다양한 스타일을 통해서 지배계급에 저항하는 주체로 그려냈다. 노동계급에 속한 청소년들이 만들어내는 하위문화는 두 가지 문화형태들에 대한 반발을 통해 생성된 것으로 본다. 하나는 그들의‘부모문화’에 대항하여 기존에 유지되고 있던 전통적인 윤리의식과 규범에 반대하는 것이고, 다른 한편으로는 부르주아 지배문화에 저항하여 경제적, 정치적 착취와 그로 인한 문화적 불평등에 대한 거부이다(헵디지, 1998). 이들의 노동계급 청소년문화에 대한 연구는 여성청소년에 대한 관심 부재(McRobbie, 1991), 하위문화 내의 다양성과 역동성에 대한 고려 취약(Jenkins, 1983) 등 몇 가지 측면에서 비판을 받기도 하지만 사회구조와 상호작용하는 청소년 하위문화를 부각시키는데 기여하였다.
포스트 하위문화 연구에서는 하위문화 연구에서 간과되었던 국가간 교류, 대중매체의 역할과 상징적 문화 코드 등의 발달에 주목하고, 문화의 계급 관련성이 약화됨을 주시하고 있다. 즉, 포스트 하위문화 연구는 청소년문화 형성과정에서 계급 위주의 구조주의적 접근보다는 인종, 문화, 지역적 이슈 등에 주목해야 함을 강조한다(Bennett & Kahn-Harris, 2004). 이를 위해 기존의 하위문화 연구에서 취약했던 다양한 집단들에 대한 심층적 민속지학 방법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게 된다(윤경원, 2004).
포스트 하위문화 연구에서는 대중문화 요소들이 청소년문화 형성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음을 주시한다. 하위문화는 청소년들이 모여 사회구조에 저항하는 과정에서 자생적으로 만들어지는 것이라기보다는 그 사회의 대중매체와 문화산업의 관련성 속에서 형성되는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특정 스타일이나 음악적 취향, 대중문화적 자원들을 향유하는 과정에서 기존의 ‘공동체(혹은 집단)’가 단순히 유지되거나 강화되는 것이 아니라, 문화적 취향 공유 과정에서 계급, 나이, 교육적 배경 등의 범주를 가로질러 집단문화를 만들어간다는 것이다. 예컨대, 음악이나 스타일에 기반을 둔 청소년 집단의 형성은 ‘취향 문화(taste culture)’를 공유하는 집단이라고 이해될 수 있다(Lewis, 1992; Bennett & Kahn-Harris, 2004, p. 10에서 재인용).
포스트 하위문화 연구에서는 청소년문화 내의 다양성, 변화가능성, 청소년문화 간의 경계 약화 등을 강조하게 된다. 지식정보사회에 이르러 하위문화로 특징지어졌던 기존의 청소년문화는 그 범주 내에서 단일하거나 동질적인 것이 아니며, 또 일정한 경계를 가지고 지속적으로 유지되기 보다는 다양한 특성들과 스타일을 가지고 끊임없이 해체되거나 다시 통합되고 있다(Mallan & Pearce, 2003; Wyn & White, 1997). 오늘날 청소년문화의 구성요소는 매우 다양하며, 표현 스타일, 음악적 취향, 청소년 정체성의 상호 관련성은 점차 느슨해지고 있다. 하위문화적 구분은 점차 여러 갈래로 나뉘고 있으며, 다양한 취향과 스타일들은 지속적으로 서로 뒤섞여서 끊임없이 새로운 문화적 구성요소를 만들어내는 것이다(Bennett & Kahn-Harris, 2004). 이러한 맥락에서 청소년문화에 대한 탐구는 거시적 차원에서 이루어지는 하위문화 탐구가 아닌 보다 구체적이고 개별적인 라이프스타일 탐구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최윤진, 2002).
나아가 포스트 하위문화 연구는 하위문화적 접근에서 취했던 입장인 연령범주로서의 청소년에 대한 관점을 비판한다. 하위문화 연구에서는 청소년들을 연령범주(16세부터 21세)로 파악함으로써 청소년문화를 연령에 귀속되는 것으로 보았다. 즉, 청소년문화가 특정 연령범주를 벗어나 향유되는 점, 청소년 스타일의 상징적 가치 및 대중문화적 자원으로 기능하는 점 등 청소년문화를 이념적 범주로 보지 못했다. 청소년은 인생에서 생물학적 연령으로 특정 시점에 해당되기 보다는 정신 상태 혹은 마음 자세라고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청소년의 특성은 오늘날 더욱 부각된다. ‘청소년’ 세대가 성인, 심지어는 중년이 되어도, 젊음을 유지하는 수단으로 음악, 스타일, 여러 가지 형태의 기록물들을 사용함으로써, 성인세대에 속하는 것을 거부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Bennett & Kahn-Harris, 2004; Sefton-Green, 1998; 조혜영·김종길, 2005, p.12 재인용).
2. 글로벌화와 청소년문화
청소년문화는 글로벌화를 적극 반영하며, 글로벌화를 드러내는 대표적인 창이다(Maira, 2004). 지구화 과정 및 국경을 넘는 교류와 관련해서 청소년문화는 최전방에 서있다고 할 수 있다. 청소년문화는 글로벌 문화와 경제에서 문화지형(cultural landscapes)(Appadurai, 1991)을 형성하는 과정에 큰 역할을 하는 주체들로 위치 지워진다. 청소년의 아이디어와 관련 상품들은 쉽게 국경을 넘는다. 청소년들은 새로운 문화요소들을 받아들여 기존의 것과 혼합하여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데 능숙하다(Suarez-Orozco, 2004; Wulff, 1995). 하지만, 기존의 논의는 초국적 연망이나 관계에 대한 관심이 부재했으며, 주로 국가 내의 세대의식과 사회경제적 배경에 따른 하위문화 형성에 관심을 두었다.
글로벌화의 영향으로 형성되는 지역 청소년들의 행위 양상들은 ‘청소년지형’(youthscape)4) 이라는 새로운 개념으로 설명이 시도된다(윤경원, 2009; Maira, 2004). 이 청소년지형(youthscape)의 개념은 아파듀라이가 글로벌화를 설명하는 개념인 지형(scape)을 활용한 개념이다. 아파듀라이는 전지구적 문화 흐름이 일어나고 있는 양상을 지형 혹은 장(scape)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한다. 다양한 민족 집단이 국경을 넘어 형성하는 민족지형(ethnoscapes), 기술이 국경을 가로질러 존재하는 기술지형(technoscapes), 자본지형(finanscapes), 매체지형(mediascapes)과 이념지형(ideosacpes)으로 구분하여 설명한다. 이러한 지형(scape)들은 국가-민족-문화-자본 등이 서로 하나의 경계 안에서 일치한다고 보았던 근대국가의 개념을 넘어선다. 즉, 이들 지형들은 국경을 넘어서 형성되는 것이며 각 지형의 경계도 일치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불일치하는 것이라고 본다. 결국 민족이나, 기술, 자본, 미디어나 이념 등 다양한 종류의 흐름을 따라 문화 요소들은 국경을 넘나들게 된다(Appadurai, 1990, 1991).
이러한 흐름을 모두 포괄하여 존재하는 범주가 청소년이며, 청소년들은 국경을 가로질러 다양한 요소들을 공유하고 있고, 이는 청소년지형(youthscape)이라고 개념화된다(Maira, 2004). 청소년지형(youthscape)은 시공간적인 장을 넘어서 사회적·정치적 장을 포함하는 공간이며, 나아가 글로벌시대의 내셔널리즘과 대중문화가 얽혀있는 분석의 장이라고 할 수 있다. 청소년들은 국가와 지구화 과정에서 주된 역할을 하는 주체들(key players)인 것이다(Maira & Soep, 2005). 이처럼, 청소년들은 다양한 흐름들을 가로지르며, 문화적 실천을 하고 있으며, 나름대로의 정체성을 형성해 가고 있다(Lam, 2004).
특히, 국가 간 이주민 증가로 글로벌화의 흐름은 청소년의 일상에 접목되고 있다. 청소년들 스스로가 국경을 넘는 이주를 하는 경우 뿐 아니라 일상 거주지에서도 국경을 넘는 네트워크와 관련되어 있다. 국경을 넘어 일자리를 찾아 나선 부모들을 둔 자녀들의 경우, 부모 자녀 관계는 국경을 넘어 이루어지게 되며, 이주민을 받아들이는 사회의 청소년들은 이주민들이 생산해내는 다양한 결과물이나 노동의 가치를 소비하게 된다(Maira & Soep, 2005). 글로벌화 관련하여, 청소년은 글로벌 시장에서 주로 소비자로 위치를 부여받고 있다. 2차 대전 이후 떠오르는 대중 소비의 주체, 중산층화의 주체로 청소년이 부각되어 왔으며 주요 소비주체로 담론화 된다(Kjeldgaard & Askegaard, 2006).
세계화에 대응해나가는 청소년들의 일상에 대한 민속지적 연구(ethnographic study)가 증가하고 있다. ‘혼종화(hybridization)’라고 불리는 세계와 지역의 다양한 문화적 결합 과정 속에서 청소년들이 어떠한 문화적 정체성을 형성하고 있는지에 대한 연구들이 증가해왔다. 혼종성은 ‘문화를 넘나드는(transcultural)’정체성으로도 불린다. 직접적인 이주를 통해 이주 청소년들이 기존의 문화, 새로 이주해 간 사회의 문화, 지속적으로 만들어지는 글로벌 청소년문화를 가로지르며 문화를 형성해 간다. 또한 이주민을 받아들이는 사회의 청소년들도 이주 청소년들로부터 다른 시각이나 문화 요소를 습득하여 문화적 지평을 넓혀간다(Suarez -Orozco, 2004).
한편, 직접적인 이주를 경험하지 않더라도 청소년문화는 글로벌화의 양성을 띄고 있다. 정보화의 가속화로 청소년들의 삶은 지구화의 흐름을 반영하게 된다. 사이버공간 경험은 청소년들의 삶에서 ‘시 공간의 제약을 극복하는’ 소통 공간으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 인터넷의 확산과 더불어 본격화된 사이버 공간에 대한 일상 의존도 증가 과정에서 청소년들은 행위 양상의 다양성과 체험의 독특한 특징을 보인다. 사이버 공간은 기존의 시간적 공간적 한계를 넘어서 자아를 변형시킬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으며, 청소년들은 규범적 테두리에서 벗어나 훨씬 다양하고 풍성한 가치관이나 태도를 습득하게 되었다. 특히 사이버 공간에서 경계를 넘어 새로운 자아를 만들어내면서 정체성을 만들어간다(김미윤, 2003; 김종길·김문조, 2004). 이러한 사이버 공간에서 시도하는 새로운 정체성은 청소년의 사회화 과정에 글로벌화를 반영하고 있다. 그리고 한 국가 내에서도 다양한 집단의 청소년들은 글로벌 대중문화 수용과정에서 다양한 모습으로 하위문화를 드러낸다(윤경원, 2004).
3. 청소년기의 연장과 청소년문화의 탈 연령화
아동기와 성인기 사이에 놓인 청소년기는 아동기의 단축(실종)으로 또 다른 한편으로는 성인기 진입의 지연으로 확장되는 경향이다(Bukingham, Bragg & Kehily, 2015). 고등교육 기간이 늘어나게 되고, 결혼과 자녀 출산 연령이 높아지고, 구직 불안정성과 경제적 자립이 취약해지면서 미국이나 유럽 등 산업화된 사회에서 성인기로의 이행이 지연되고 있다. 과거에는 10대 후반에 성인기 진입이 본격화되었다면 이제는 20대 중․후반까지 연장되고 있다. 이러한 시기에 대하여 어떻게 개념화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도 등장한다.
성인기 이행 지연 시기에 대해 단순히 ‘연장된 청소년기(extended adolescence)’로 볼 수 없으며, 새로운 생애기간이 도래했다고 보는 시각이 있다. 이 시기에 대하여 심리적으로 과거 청소년기의 전형적인 특성과는 전적으로 다르다고 보며, 발현성인기(emerging adulthood)라고 지칭하는 미국의 심리학적 전통이 있다(Arnett, 2004; Arnett, 2007;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2010). 하지만 이 개념의 보편적 적용에 대해서는 반론이 제기된다. 이 개념은 서구 생활양식으로 ‘정상적인 삶’을 사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다는 것이다. 중산층 출신으로 고등교육을 받고 있는 젊은이에게 주로 적용될 수 있는 반면, 그 외의 집단에 적용시키기에는 어려움이 있다고 지적된다. 성인기로의 진입 과정은 이보다 다원화되고 있으며, 특히 대학교육을 받지 않은 17세에서 20세의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는 심지어 현재 서구 사회에서도 ‘발현성인기’적인 특성이 일관되게 나타나지 않음을 보이고 있다(Hendry & Kloep, 2010). 지연되고 있는 성인기로의 진입을 설명하기 위해 도입된 발현성인기 개념은 18세에서 29세까지의 산업사회의 연령집단을 설명하기에는 유용하지만 그 외의 지역에 대해서는 적절하지 않다는 것이다(Blatterer, 2007;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2012에서 재인용).
한편, 성인기 이행과정의 심리적 특징 보다는 사회구조와 환경에 관심을 두는 연구 전통이 있다. 청소년기에서 성인기로 이어지는 이행 과정에 영향을 주는 ‘거시적’ 환경 변화, 특히 사회제도와 정치 및 경제 상황 변화에 관심을 두는 영국적 연구 전통이 이에 해당된다. 이러한 이행연구 전통에서는 성인기 이행을 정치경제학적으로 접근하며, 이행 지연을 하나의 치료되어야 하는 문제로 간주한다. 그에 따라, 이행이 지연되는데 영향력을 행사하는 구조적 요인들을 분석하고 정책적 개입을 시도한다. 1980년대까지 거시적 이행연구는 주로 교육과 노동시장 문제에 집중하였고, 1990년대 이후로는 청소년들의 성인기 진입과정에서 나타나는 라이프스타일, 여가, 소비, 여행 등을 조사하기 시작하였다. 이들의 주요 관심은 이행과정에서 청소년들이 겪는 경험보다는 환경적 측면에 대한 파악이었다(윤경원, 2009; Bynner, 2001; Bynner & Parsons, 2000; Roberts, 2003).
한편, 청소년문화와 특정 연령대의 결합이 해체되고 있는 현상이 부각되고 있다. 청소년문화가 특정 연령대에만 국한되어 나타나는 것이 아님을 주목해야 한다는 것이다. 청소년문화에서 보였던 스타일이나 표현 양식들은 점차 여러 세대에 걸쳐 나타나고 있다(Bennet, 2011). 청소년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컴퓨터 게임이나 대중음악도 여러 세대들이 향유하고 있는 실정이다. 매체나 상업광고들은 성인들에게도 젊은이의 취향, 젊음의 감수성(sense of youthfulness) 등을 누릴 수 있음을 설파한다. 청소년기의 경험이 단지 청소년 연령대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문화적 의미가 되어 다양한 세대에 걸쳐 향유되는 것이다(Bukingham, Bragg & Kehily, 2015). 즉, 청소년문화는 특정 연령범주에 국한되어 나타나는 행위나 표현양상이라기보다는 청소년기에 향유되었던 일련의 미적 스타일, 미학적 실천 감수성 등을 설명하는 개념으로 전 생애주기에 나타날 수 있다고 본다. 그에 따라 여가 패턴이나 선호하는 라이프스타일 등으로 세대를 구분하는 경계는 점차 모호해 지고 있다(Bennet, 2011).
이상으로 청소년문화 연구 동향을 살펴보기 전에 청소년문화와 관련된 주요 이론적 배경을 개관하였다. 다음 장에서는 주요 이론적 배경과 관련하여 청소년문화 연구 동향을 살펴보고 분석하고자 한다.
III. 자료 분석
1. 분석 대상 및 방법
청소년문화 연구 동향을 분석하기 위해 사용된 자료는 학술지 논문으로 한정하였다. 학술지 논문은 관련 학계의 연구동향을 파악하기에 적절하며, 심사과정을 거침으로써 일정정도 질 관리가 이루어진다는 점을 감안하였기 때문이다. 논문 검색을 위한 도구는 한국교육학술정보원이 제공하는 학술연구정보시스템(RISS)을 이용하였다. 논문명의 검색 키워드를 ‘청소년’과 ‘문화’5)로 설정하고, 발행 연도는 1991년부터 2015년까지로 지정하였다. 1991년은 청소년기본법이 제정 시행된 해이며, 청소년학계의 학술지가 발간된 초기 시점으로 청소년학의 출범 시기로 볼 수 있으므로 시작년도로 설정하였다.6) 언어 종류는 한국어, 주제 분류는 사회과학으로 설정하였으며, 검색대상 학술지는 KCI등재와 등재후보로 한정하였다. 검색결과 187건이 검색되었으나, 논문 주제를 재검색하여 청소년문화 연구와는 다소 거리가 먼 연구물들은 제외하였다. 여기서 분석 대상으로 포함한 연구는 청소년문화의 개념과 관련하여 청소년세대가 공유한 생활양식 혹은 청소년 집단이 만들어가거나 표현하는 문화현상이나 문화적 산물 등으로 적용한 연구들로 한정하였다.7)
예컨대, 키워드 검색으로 ‘청소년’, ‘문화’를 검색하였을 때 다문화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연구들이 다수 포함되었다. 다문화청소년 관련 연구물들은 2005년 이후 급증하기 시작하였다. 넓은 의미로 다문화 청소년 관련 연구물들도 청소년문화 연구의 한 하위주제가 될 수 있지만, 다문화 배경 청소년들의 적응과정 상의 심리적 문제, 복지욕구, 낙인현상, 일탈현상, 일반 청소년의 다문화수용성 등 다문화 배경 청소년들에 대한 세부적 이슈나 적응지원, 교육 프로그램 개발을 위한 연구 등은 제외하였다. 그리고 청소년정책을 통하여 추진되어 온 사업을 중심으로 하는 청소년 문화존, 청소년문화의집 활성화 방안, 청소년 문화 활동 참여 활성화 방안 등 정책이나 프로그램 개발 관련 연구들은 제외하였다. 또한, 학술지에 포함되어 검색되었지만, 단순 문화 비평이나, 현장 에세이, 기고문 등 연구논문 성격과 다소 거리가 있는 저술들은 제외하였다.
키워드 검색을 한 뒤 이론적 배경에서 살펴본 연구 주제와 관련하여 글로벌화와 청소년문화를 살펴보기 위하여 ‘청소년’,‘문화’와‘한류’8)를 키워드로 넣고 관련된 논문을 검색하고 추가하여 최종 분석에는 101편의 논문을 활용하였다.
선정된 논문들은 학술연구정보시스템의 내보내기 툴을 이용하여 엑셀에 정리하고, 논문 분석을 위하여 해당 논문의 원문을 빠르게 검토하여 주요 내용을 숙지하였다. 그 과정에서 논문의 연구방법과 주제, 주요 내용 등을 분류하였다. 주제 분류를 위해서는 귀납적 방법으로 유사한 내용이나 주제를 가진 논문들을 같은 그룹으로 범주화하고, 하위범주들은 주제의 연관성에 따라 재분류하여 상위 범주로 통합하였다.
2. 학술지별 게재 분포
청소년문화 관련 논문이 게재된 학술지 분포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먼저 청소년학 분야에서는 한국청소년연구를 비롯하여 총 7개의 학술지에 분포되어 있다. 청소년학 이외의 연구 분야에서는 교육학이나 사회학, 언론학, 심리학 등 사회과학으로 아우를 수 있는 학술지에 게재되었다. 그리고 인문학과 예술체육 분야의 학술지에도 청소년문화 관련 연구가 분포되어 있었다. 전체 논문의 56%이상이 청소년학 분야의 학술지에 게재되어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주요 학술지 목록과 게재편수는 아래의 <표 1>에 제시하였다.
2. 연구방법별 분포
청소년문화 관련 연구에서 사용한 연구방법을 살펴보았을 때 문헌연구가 47편으로 가장 많이 나타나고 있다. 문헌연구에서도 기존 통계 등 2차 자료를 활용하는 연구를 포함하면 그 편 수는 56개로 증가하여 절반 이상을 차지하게 된다. 그리고 설문조사를 활용한 논문이 24편이며, 질적 조사 논문은 19편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질적 연구와 양적 연구를 혼용한 연구는 2편으로 나타났다.
3. 주제별 분포
청소년문화 연구 동향 분석을 위해 주제별 분포는 <표 3>과 같이 분류하였다. 저 하위 주제들을 코딩하여 상위범주로 분류한 결과, 청소년문화 개념 및 이론과 관련된 연구, 청소년문화를 개관하는 연구, 하위문화와 관련된 연구, 청소년들의 생활세계와 관련된 연구, 매체환경 변화와 청소년문화를 관련지어 살펴보는 연구, 글로벌화와 관련된 연구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논문의 제목과 주요 내용을 중심으로 분류하였으며, 한 논문에 두 개 이상의 주제가 포함된 경우도 있어 범주별 상호배타적인 구분을 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보다 비중이 높다고 여겨지는 주제로 분류하였다.
IV. 연구결과 : 청소년문화 연구 동향
1. 청소년문화 개념 및 이론 관련 연구
청소년문화 관련 연구 중 먼저 청소년문화에 대한 개념과 이론, 청소년문화 연구방법, 접근 시각 등을 다루는 연구들을 살펴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청소년문화에 대한 개념과 이론을 살펴보는 연구는 그리 많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초창기의 청소년문화와 관련된 논의들은 주로 다음과 같이 특징져져 왔다. 청소년문화는‘미숙한 문화’, ‘비행문화’, ‘하위문화’, ‘대항문화(반)문화’, ‘새로운 문화’ 등으로 성격이 규정되어왔다(김신일, 1992; 박진규, 2002). 이러한 청소년문화의 특성을 대부분 수용하여 후속 연구들에서도 청소년문화에 대한 일반적 특징으로 ‘미숙한 문화’, ‘비행문화’, ‘저항문화’로 개념화하고 있다(정재민, 2007).
청소년문화의 개념과 이론에 대한 연구는 1990년대에 이루어진 ‘청소년과 문화’(권이종, 1996), ‘청소년문화 연구의 동향과 과제’(최윤진, 1998), ‘청소년문화 담론 형성을 위한 시론’(정유성, 1998) 등이 있으며, 주로 청소년문화의 개념 정의, 문화연구의 방향성 모색 등을 제시하고 있다. 1990년대 후반에서 2000년대에 들어서는 청소년문화 연구를 위한 이론을 살펴보는 연구들이 등장하고 있다. 영국의 청소년문화 연구 이론을 살펴보는 연구(윤경원, 2009)와 청소년문화 이해에 기존의 문화연구 이론을 적용하여 논의하는 연구(정재민, 2007; 추병식, 2010)가 등장하였다. 그 밖에 학위 논문을 중심으로 청소년문화 연구 동향을 살펴보는 연구(김미윤, 2002)와 청소년문화의 개념을 연구자의 이론적 시각으로 고찰하고자 하는 연구(변윤언·이광호, 2007) 등이 있다.
청소년문화의 개념이나 이론화와 관련된 연구로 1990년대 이후 발간된 논문은 10개 이내에 그치고 있어 활발한 개념이나 이론화 논의가 부족한 실정이다. 이와 함께 청소년문화에 대한 연구방법을 다룬 연구들이 있다. 이러한 연구도 1990년대와 2000년대 초에 걸쳐 소수가 이루어졌다. 1990년대에 청소년문화에 대한 인류학적 접근이나 질적연구방법론에 대한 논의가 있었으며(박성희, 1992; 황창순, 1992; 조용환, 1993), 2000년대에는 청소년연구에 대한 민속지학의 활용에 대한 연구(윤경원, 2004)와 대안적 접근을 모색하는 연구(은지용, 2002)가 이루어졌다.
요컨대, 청소년문화 연구를 위한 개념이나 이론적 논의, 방법론에 대한 연구들은 1991년부터 2015년까지 25년 동안 겨우 13편 가량 수행된 것으로 나타나 그다지 활발한 연구가 이루어졌다고 평가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2. 청소년문화 개관
보편적으로 통용되는 청소년문화에 대한 정의는 청소년들이 공유한 생활양식이나 사고방식을 의미한다. 청소년문화 파악을 위해서는 청소년들은 어떠한 행동양상, 생활양식, 태도, 의식, 가치관 등을 보이고 있는지를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청소년 세대의 생활 모습을 전체적으로 살펴보기 위해서 이들의 삶에 대해 총체적 거시적으로 조사하는 연구가 이루어져 왔다. 거시적 접근의 경우 문화 개념의 총체적 접근, 보다 포괄적 접근 방식에 해당된다고 할 것이다. 주로 생활실태 조사, 가치관 조사, 의식실태 조사, 청소년의 성인기 이행관련 연구 등이 이러한 연구에 해당된다. 이들 연구는 주로 청소년 전반에 대한 실태 파악 및 정책 개발을 위한 목적으로 수행되었으며, 학술지 논문보다는 연구총서나 보고서의 형태로 발간되었다.
청소년문화에 대한 전반적인 실태 조사성 연구의 선구자는 한국정신문화연구원(1992)의 ‘한국 청소년문화’ 연구 총서가 있다. 이 연구는 도시와 농촌지역을 구분하여 중학교 2학년생과 고등학교 2학년생 1300명을 대상으로 의식구조, 가치관, 정신건강, 언어생활, 여가활동과 일탈 행동 등에 대해 다섯 가지 영역별 조사를 실시하였고 청소년문화에 대한 종합적 이해를 시도하였다. 이러한 연구경향은 이후에도 다양한 실태조사 성의 연구들로 이어져 오고 있다. 거시적인 조사 연구는 주로 학술지 논문 보다는 출연연구기관의 연구보고서를 통해 살펴볼 수 있다. 예컨대, 청소년들의 일상생활과 의식을 파악하기 위해 대규모로 조사를 실시한 연구로 전국청소년생활실태 조사가 있다(한국청소년개발원 2000, 2004). 조사 대상은 10세부터 20세 이하 청소년들이며, 조사 영역은 생활영역, 생활과정 및 관계, 의식․가치관 등을 포함하고 있다. 생활실태 연구의 주요 조사 내용은 개인 및 자아, 가족, 학교, 노동, 지역사회, 국가관 등이며, 생활과 관련된 내용으로는 청소년 활동, 가사, 학습, 근로, 교류, 여가활동, 사회관계 등이다. 한편, 청소년들의 의식 및 가치관 조사연구들이 이루어졌다. 주로 인생관, 가족 및 결혼관, 진로 및 직업관, 학교 및 친구관, 사회 및 국가관, 다문화의식, 통일관 등이 조사되었다(국가청소년위원회, 2007; 보건복지가족부․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2009; 여성가족부․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2010; 특임장관실․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2011).
한편, 분량의 제한이 있고, 세부 주제나 이슈에 대해서 보다 심화된 논의를 해야 하는 학술지 논문의 특성상, 거시적 총체적 연구 보다는 청소년문화나 생활실태의 부분적 기술에 치중하고 있는 경향이다. 주로 청소년문화의 경향이나 특성에 대해 살펴보면서 다른 문화와의 관련성을 논하거나, 문화정책이나 복지를 추구하는 연구들이 진행되었다. 예컨대, 종교문화의 맥락에서 청소년문화를 바라보는 연구(정진홍, 1991), 민족문화의 관점에서 청소년문화정책의 방향을 모색하는 연구(장석민, 1993), 인성교육의 차원에서 청소년문화를 검토하는 연구(이항재, 1997) 등이 수행되었다.
정책이나 복지 차원에서 청소년문화 형성과정과 지원 방안 검토를 위하여 수행된 연구들로 청소년문화복지 실태 연구(김민정, 2003), 청소년기 웰빙문화 정착을 위한 연구(박동규 외, 2004), 청소년 문화역량 함양을 위한 조사 연구(김민영, 2012)등이 수행되었다. 그리고 청소년문화 형성과정에서 청소년들의 심리적 문제 관련성 요인을 살펴보는 연구(곽금주 외, 1999)가 수행되었으며, 청소년문화의 전반적인 특성에 대해 영화를 통해 살펴보거나(김은정, 2014), 부모세대와의 차이와 갈등을 통해 살펴보는 연구(박영균, 2009)도 수행되었다. 청소년 또래문화조사 연구(이희연, 1994)나 문화실천 사례를 통해서 청소년들이 문화 참여에 부여하는 의미를 살펴보는 연구(김미윤, 2006) 등도 수행되었다.
청소년문화를 개관하는 연구들은 주로 청소년 집단 내에 존재하는 다양한 하위 집단들의 구분 없이 청소년문화의 전반적인 경향성을 상정하고 그 특성을 다른 문화 영역이나, 타 세대 문화, 혹은 지역별로 중·고생들을 표집 하여 살펴보는 특징을 보이고 있다.
3. 하위문화 관련 연구
청소년집단의 하위 문화적 특성에 대한 연구들은 기성세대의 문화 혹은 주류 문화와는 차별성을 보이며 청소년들이 표출하는 나름대로 독특한 행위 및 표현 양상을 살펴보는 연구들이 있다. 먼저, 청소년들의 대중음악이나 의복 패션에 대한 연구(엄소희, 1995; 이주연·이수인, 2000), 하위문화로서 펑크문화를 고찰한 연구(안관수, 1997), 청소년 비보잉에 대한 연구(민현주, 2010), 청소년의 엽기문화 연구(정철상, 2008) 등이 이루어졌다.
다음으로 청소년들의 거주 지역이나 사회경제적 배경에 따른 하위문화 특성을 살펴보는 연구들이 있다. 여기서 개관하는 하위문화 연구들은 영국의 하위문화 연구 전통에서 비롯된 계급이나 세대 등 사회 구조에 대한 저항문화로서의 청소년문화 형성을 이론화하는 논의보다는 지역이나 부분으로서의 하위문화를 다루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지역별로 청소년문화의 특성을 살펴보는 연구로 서울지역 청소년들의 문화향유 실태에 대한 조사연구(이강일, 2007), 부산지역의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 가정 청소년의 빈곤문화에 대한 연구(전귀연·이성기, 2006), 전북지역의 청소년문화활동 실태를 살펴보는 연구(이경한, 2007), 경기도 지역의 다문화가정과 일반가정 청소년의 생활실태를 살펴보는 연구(전경숙, 2008)와 경기도 지역 청소년들의 문화간 역량에 대하여 살펴 본 연구(김옥순, 2010) 등이 있다. 그리고 북한 청소년들의 생활과 문화를 살펴보는 연구들이 이루어졌다(길은배, 2005; 김윤나, 2008; 도흥렬, 1994).
이와 함께 청소년 하위문화의 범위를 보다 좁혀 특정 생활유형과 관련된 청소년들의 문화실태를 살펴보는 연구들이 있는데, 주로 가출 청소년의 생활과 문화에 관련된 질적 연구들이 이루어졌다(김영지, 1995; 현온강·이흥숙, 2001).
다음으로 하위문화에 대한 이론적 논의와 함께 청소년집단의 문화를 하위문화적 특성으로 살펴보는 연구들이 있다. 하위문화에 대한 일반적 개념과 이론적 논의를 시도한 연구(김창남, 1995)와 학교교육에 대한 저항으로서의 청소년 하위문화를 살펴보면서 교육적 의의를 찾아야 한다는 논의(안관수, 1998)가 있다. 그리고 청소년 집단을 단일한 범주로 보기보다는 청소년 집단 내 여러 또래 집단이 보이는 행위양상의 다른 특성을 살펴보는 연구들이 등장한다. 다양한 또래집단의 정체성 정치를 다룬 연구(조성남·박선웅, 2001)나 청소년 집단 내의 따돌림 문화에 대하여 고찰하는 연구(박진규, 2010)가 있다.
한편, 한국 사회 문화의 변화와 함께 청소년집단의 다원화, 개인주의화, 청소년기의 경계 모호성 증가 등으로 하위문화적 논의에서 벗어서 라이프스타일로서의 청소년문화 탐구를 제안하는 연구가 있다(최윤진, 2002).
하위문화와 관련된 연구들의 특성은 하위문화의 생성에서 계급이나 사회구조에 대한 저항이나 상호작용 과정을 분석하기 보다는 특정 지역이나 하위 집단에서 보여지는 부분문화의 특성을 살펴보는 연구가 주를 이루고 있었다.
4. 생활세계와 청소년문화
다음으로 청소년 생활세계와 관련해서 청소년문화를 살펴보는 연구들이 있다. 주로 청소년들의 일상을 구성하는 학교나 교육문화와 관련된 연구들, 여가생활과 관련된 청소년문화 연구, 청소년 언어문화와 관련된 연구들로 구분해 볼 수 있었다.
교육과 청소년문화를 다루는 연구들에서는 청소년문화의 특성을 살펴보고 이들 문화의 탐색을 통해서 교육적 의미를 모색하는 연구들(김민, 2005; 김영철, 1999; 정유성, 1999)이 수행되었다. 그리고 학교문화의 특성을 고찰하는 과정에 청소년들의 문화와 갈등하거나 충돌하고 있는 지점에 대해 조명하고 있으며, 청소년들이 처한 교육 상황에서 청소년들이 만들어가는 문화에 대해 살펴보는 연구들이 있다(권재원, 2005; 이기범, 2009; 이채식, 2012; 조경진·김은정, 2009). 이와 함께, 교육환경의 특징을 살펴보면서 청소년들이 드러내는 학습문화의 특징은 무엇인지 개관하는 연구들이 이루어졌다(신태진, 2007; 이용호, 2002).
청소년 대부분이 학생이며 학업을 본분이라 여기고 있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학업 이외의 여가 시간에 드러나는 문화는 어떠한지에 대한 연구가 일부 이루어져왔다. 1990년대에 이루어진 청소년들의 여가활동실태는 어떠한지를 살펴보는 연구(권일남·박광민, 1998)가 있고, 2000년대에 와서는 월드컵 개최 기간 중 청소년들의 거리 응원 경향을 살펴보고 향후 청소년 여가정책에 대한 함의를 얻고자 하는 연구(이경상, 2003)가 이루어졌다. 그리고 정보화의 진행과 관련하여 청소년들의 여가문화 실태는 어떠한지 살펴보는 연구들이 진행되었다(권재원, 2004; 김미숙, 2004). 이와 함께 청소년 여가문화를 활성화하기 위해 청소년들이 여가를 향유하는 실태를 조사하고 향후 지원방안에 대해 살펴보는 연구들이 있다(이경훈, 2004; 최샛별, 2006). 한편, 소비사회에서 청소년들의 선물문화를 살펴봄으로써 구매행동의 특성과 소비문화를 살펴보는 연구(안길상·이경희, 1999)와 여가시간에 즐기는 청소년들의 놀이와 신체활동 관련하여 이루어지는 소비문화에 대하여 살펴보는 연구(전정우, 2007)가 이루어졌다.
청소년들의 일상문화와 관련하여 2000년대에 대두된 이슈는 청소년의 언어사용이다. 정보화의 진전으로 청소년들의 언어사용 방식이나 의미가 통신이나 사이버 상에서 어떻게 변형되거나 새롭게 창조되어 사용되고 있는지 살펴보는 연구들이 있다(변윤언·이광호, 2004; 오창석, 2010). 그리고 새롭게 생산되는 비속어나 은어 등이 청소년들의 일탈인지 일상 의례인지를 살펴보는 연구(길은배, 2014)가 있으며, 청소년 언어사용의 문제점을 교육의 관점에서 접근하고자 하는 연구(전숙경, 2014), 청소년 언어사용 양상을 언론에서는 어떻게 재현하고 있는지를 살펴보는 연구가 이루어졌다(김은성, 2014).
이처럼 청소년들의 생활세계를 구성하는 주요 영역이나 환경과 관련하여 청소년들의 생활모습은 어떠한지, 또 언어나 행위 양상으로 어떻게 표출되고 있는지를 보이는 연구들이 주를 이룬다.
5. 매체환경 변화와 청소년문화
청소년문화의 표현방식이나 관심분야는 매체환경의 변화와 밀접한 관련성을 갖는다. 특히, 대중문화의 전성기로 대두되는 1990년대에 등장한 신세대 논의는 우리 사회에서 청소년 세대에 대한 관심을 증폭시키는 계기가 되었으며, 청소년에 대한 새로운 이해가 필요함을 제기하게 되었다(김종길·김문조, 2006).
1990년대 이후에는 영상시대의 도래와 함께 청소년문화의 특성을 살펴보는 연구들이 등장하였다. 정보화의 진전으로 기존 전통 매체인 TV나 영화 등을 넘어서 인터넷과 모바일의 확산은 청소년문화의 형성과 변화에 큰 영향을 미쳐왔다. 먼저 매체 환경의 변화와 관련하여 영상시대의 도래로 청소년문화에 어떠한 영향을 보이고 있는지를 살펴보는 연구(정용교, 1998)가 있으며, 인터넷 보급으로 사이버 환경이 청소년들의 일상세계로 자리 잡게 됨으로써 사회관계 및 커뮤니티 형성 등 청소년문화를 구성하는 요소들은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를 살펴보는 연구들이 등장했다(구종상, 2003; 김미윤, 2003; 윤선희, 2000; 정유성, 2003; 조혜영, 2006). 그리고 청소년들이 미디어를 통해 자신들의 일상을 표출하는 모습을 살펴보는 연구들이 있다. 미디어에 나타나는 청소년들의 패션의 의미를 살펴본다거나(김소영·양희영, 2008), UCC나 미니홈피, 블로그 등 청소년들이 만들어가는 매체문화의 특성들에 대한 연구들도 이루어졌다(김영란·김민, 2006; 윤명희, 2008).
한편, 매체환경의 변화로 청소년들의 여가와 일상문화에서 온라인 게임이 차지하는 비중이 확대되었다. 청소년의 온라인 게임문화 실태를 분석하는 연구들(양철진, 2006; 이춘호·김태용, 2007; 조민식, 2012)이 등장하였으며, 청소년들이 온라인 게임에 몰입하게 되는 과정을 심층적으로 살펴보는 연구(성윤숙, 2003)와 온라인 게임의 교육적 활용을 통한 학습문화 형성과정에 대해 살펴보는 연구(조민식, 2015)등이 있다.
나아가, 모바일 기기의 확산은 청소년의 생활양식과 상호작용 방식에 큰 영향을 주게 된다. 컴퓨터를 기반으로 하는 인터넷의 확산을 넘어서 모바일 기기가 청소년의 일상 환경으로 자리 잡히면서 모바일 문화를 살펴보는 연구(이승형·강기수, 2015; 이영주, 2005)가 수행되었다.
한편, 현실에서 드러나는 청소년문화를 기술하거나 분석하는 차원을 넘어서서 개선방안이나 교육적 개입을 모색하는 연구들이 등장한다. 매체환경의 변화와 관련하여 건전한 청소년문화를 만들어가기 위하여 기성 매체의 역할을 제고하거나(정승재, 1998) 교육적 함의(최운실, 2002) 및 정책적 지원 방안(김형주, 2012)등을 살펴보는 연구들이 있다.
매체환경의 변화는 청소년문화의 새로운 지형 형성에 지대한 영향을 끼쳐왔다. 하지만 2010년대 현재의 주류 담론은 매체환경과 관련된 청소년문화의 분석보다는 주로 매체환경의 부정적 측면을 부각시키고 있다. 인터넷과 모바일의 확산, 전자 게임 이용의 확산 등이 청소년들에게 미치는 폐해와 문제들에 관심이 집중되어 있는 경향이다.
6. 글로벌화 청소년문화
글로벌화와 관련하여 국경을 넘는 문화간 교류와 청소년문화의 지형 변화 등을 이론적 차원에서 살펴보는 연구들은 그리 활성화되지 않아왔다. 그나마 국경을 넘는 문화간 수용과 영향을 살펴보는 연구들은 1990년대와 2000년대에 걸쳐 수행된 연구들로 주로 일본 대중문화의 수용양상과 한국 청소년문화에 미치는 영향에 대하여 살펴보았다(구정화, 1999; 노홍국, 2009; 장용걸, 2005; 정문성, 1992; 조영달·구정화, 1997).
그리고 한국의 청소년문화로 대표되는 대중문화가 국경을 넘어 다른 나라 청소년들에게 향유되고 있는 현상을 살펴보는 연구들이 있다. 주로 아시아권에서 한류가 청소년문화의 요소로 수용되는 모습을 살펴보고 있다. 중국 청소년들의 한류 향유 실태와 관련된 연구들(김익기, 2012; 이병환, 2005; 조혜영, 2003)이 있으며, 대만 청소년들의 한류의식을 한국청소년들의 의식과 비교한 연구(조금주 외, 2013)와 필리핀 청소년들의 K-pop소비 실태를 분석한 연구(임학순, 2012) 등이 있다. 그리고 일본 청소년들의 한국 대중문화 수용 현상을 살펴보는 연구(윤경원·나미수, 2005)와 유럽 청소년들의 케이팝 수용 실태를 살펴보는 연구(윤선희, 2013)가 수행되었다
한편, 글로벌화와 관련하여 청소년문화의 이론화를 시도하는 연구들은 거의 이루어지지 않아왔다. 초창기에 이루어진 연구로 세계화와 관련하여 사회 환경 전반에 걸쳐 일어나는 변화에 대하여 청소년들의 의식과 태도는 어떤 모습을 보이는지 살펴보는 연구(이원봉, 1995)가 있다. 이 외에도 글로벌화와 관련된 연구들은 청소년분야에서는 국제교류 관련 연구, 다문화 청소년의 증가와 적응실태와 관련된 연구들이 지속적으로 증가해 왔지만, 청소년문화 연구의 차원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V. 논의 및 결론 : 발전 과제
이 연구에서는 청소년학과 유관 학문 분야에서 수행되었던 청소년문화 관련 연구 동향을 살펴보고, 어떠한 흐름으로 진행되어 왔는지 분석을 시도하였다. 청소년학이 출범하는 시점인 1991년부터 2015년까지 수행된 연구들 중 등재후보와 등재지에 게재된 학술지 논문들을 분석의 대상으로 삼았다. ‘청소년’과 ‘문화’를 주요 논문 검색 키워드로 활용하여 검색된 논문 중 적절한 논문으로 선정된 101개를 대상으로 학술지의 게재분포, 연구방법별 분포, 주제별 분포를 살펴보았다.
청소년문화 관련 연구의 학술지 분포에서는 전체 논문의 56%이상이 청소년학 분야의 학술지에 게재되어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연구방법별로는 문헌연구가 주를 이루고 있었으며, 다음으로는 양적연구로 나타났고, 질적 연구는 가장 적게 활용되고 있었다. 연구주제별 분포를 살펴보면 청소년문화 개념 및 이론과 관련된 연구, 청소년문화를 개관하는 연구, 하위문화와 관련된 연구, 청소년들의 생활세계와 관련된 연구, 매체환경 변화와 청소년문화를 관련지어 살펴보는 연구, 글로벌화와 관련된 연구 등으로 구분할 수 있었다.
청소년문화 연구를 위한 개념이나 이론적 논의, 방법론에 대한 연구들은 1991년부터 2015년까지 25년 동안 겨우 13편 가량 수행되어 활발한 연구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청소년문화를 개관하는 연구들은 주로 청소년 집단 내에 존재하는 다양한 하위 집단들의 구분 없이 청소년문화의 전반적인 경향성을 상정하고 그 특성을 다른 문화 영역이나, 타 세대 문화, 혹은 지역별로 중·고생들을 표집 하여 살펴보는 특징을 보이고 있었다. 하위문화와 관련된 연구들은 비교적 많이 이루어졌다. 이 연구들의 특성은 하위문화의 생성에서 계급이나 사회구조에 대한 저항이나 상호작용 과정을 분석하기 보다는 특정 지역이나 하위 집단에서 나타나는 부분문화의 특성을 살펴보는 연구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리고 청소년들의 생활세계를 구성하는 주요 영역이나 환경과 관련하여 청소년들의 생활모습은 어떠한지, 또 언어나 행위 양상으로 어떻게 표출되고 있는지를 기술하는 연구들이 주를 이루었다. 청소년문화의 새로운 지형형성과 관련하여 변화하는 매체환경을 주요 배경으로 삼는 연구들이 이루어져왔다. 하지만, 새로운 청소년문화의 형성이나 변화의 특성을 다루기보다는 주류 담론은 인터넷과 모바일의 확산, 전자 게임 이용의 확산 등이 청소년들에게 미치는 폐해와 문제들에 관심이 집중되어 있는 경향이다. 한편, 글로벌화와 관련하여 국제교류, 다문화 청소년의 적응과 관련된 연구들이 이루어져왔지만, 청소년문화의 이론화를 시도하는 연구들은 아직 미흡한 실정이다.
이상의 동향 분석을 토대로 청소년문화 연구의 이론적 논의 활성화를 위한 향후 과제를 제안하고자 한다.
첫째, 글로벌화와 관련된 논의의 활성화이다. 글로벌화는 청소년들이 직접 국경을 넘는 이주 뿐 아니라, 유무선 통신 등으로 연결되는 글로벌 네트워킹으로 인한 청소년 일상문화의 변화도 포함한다. 이와 관련하여 윤경원(2009, p. 4)은 전자를 ‘지리적 이주’(geographic mobility)에 관한 연구로 칭하고, 후자를 ‘상상적 이주’(imaginary mobility)라고 칭하며 청소년들이 대중문화나 상품 등을 통해 상상적으로 지구화에 참여하는 과정으로 보았다. 청소년분야 전반의 글로벌화 경향은 이미 주지의 사실이며, 오늘날 청소년의 삶은 글로벌 이슈를 반영하는 삶을 살고 있다. 청소년연구도 더 이상 지역적이거나 한 국가 내의 상황에 국한되지 않고 있으며, 글로벌화의 특성이 청소년 연구 분야에 증가하고 있음이 지적된다. 다문화 관련 주제, 외국 청소년 사례, 해외 한인 청소년 연구, 북한 청소년, 외국인 유학생 연구 등 청소년학 분야에 글로벌화와 관련된 연구가 증가하고 있다(천정웅, 2014). 증가하는 이주배경 청소년들의 한국 사회 적응과정, 한국 청소년들의 직·간접적 이주 경험 등은 청소년문화의 새 지형 형성 촉진에 기여하고 있다. 이에 비해 글로벌화와 청소년문화의 동향을 연계하여 분석하거나 이론화하려는 논의는 미흡한 실정이다.
둘째, 청소년문화의 탈연령화 논의에 대한 연구과제가 제기된다. 청소년문화가 고유한 영역으로 스타일과 미학적 취향을 발달시킴에 따라 연령에 상관없이 향유된다는 것이다. 특히, 대중매체와 문화산업은 성인들의 문화적 취향에 대해 젊음의 감수성을 부여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아동이나 청소년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애니메이션이나 피규어, 다양한 캐릭터나 음악 등을 성인세대들이 향유하는 키덜트(Kidult)9) 문화의 확산이 그 예일 것이다. 즉, 청소년문화는 특정 청소년시기에 부여되는 문화라기보다는 청소년문화에 대한 특정 세대의 기억과 정통성을 부여받는 과정에서 형성되는 것이다(Bennet, 2011). 청소년이라는 의미는 사회적으로 부여되고 역사적으로 재구성되는 것이기에 ‘청소년문화’에 대한 개념 정의는 지속적으로 변화하고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Bukingham, Bragg & Kehily, 2015). 기존 청소년문화에 대한 논의는 청소년집단의 다양성과 분화에 대한 강조와 함께 청소년문화의 분화와 다원화에 초점이 맞추어져 왔다. 그리고 청소년문화의 영역별 특성에 따라 경제 영역에서는 청소년기가 연장되는 모습, 문화생활 영역에서는 청소년기가 단축되는 모습에 대하여 논의되었다(최윤진, 1998). 이제 청소년문화는 연령에 국한된 문화로서 탐구되는 것을 넘어서 연령과 영역을 넘어서는 경계 분화에 대한 논의가 활성화되어야 할 것이다.
셋째, 매체환경의 변화와 청소년문화의 변화에 대한 연구이다. 영상시대의 도래, 디지털 환경의 변화, 모바일 확산 등 매체환경의 변화는 청소년들의 일상 환경 변화를 초래했지만, 청소년문화에 대한 논의보다는 매체의 유해성이나 부정적 측면에 대한 연구가 주를 이루어 왔다. 미디어에 의해 매개되는 청소년문화에 대한 연구는 인터네 중독이나, 게임 중독, 온라인 커뮤니티와 관련된 하위문화 등을 넘어서야 할 것이다. 끊임없는 네트워크와 연결로 구성되는 일상 문화의 중요성을 인식해야 할 것이며, 그 안에서 청소년문화의 핵심 요소라 할 수 있는 정체성과 관계 맺기에 대하여 새로운 탐구가 필요할 것이다(Bukingham, Bragg & Kehily, 2015). 즉, 청소년문화 형성과정에서 탈영토화에 대한 논의가 심화되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매체환경의 변화와 관련하여 청소년문화에 대한 이해과정에서 뉴미디어를 통한 자료수집 방법에 대한 논의가 확산될 필요가 있다. 청소년들의 일상으로 보편화된 뉴미디어 사용과 청소년을 연구하는 환경의 변화로 새로운 방식의 자료 수집 방법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Pascoe, 2012). 예컨대, 온라인상에서 이루어지는 인터뷰나 SNS상에서의 의견 수렴 등 매체를 통한 질적 자료 수집 방법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즉, 매체환경은 청소년문화 연구의 대상이자, 연구 방법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한 학계의 담론이 활성화되어야 할 것이다.
넷째, 청소년문화 연구의 방법론으로 질적 연구의 확산과 연구과정에 청소년들이 직접 참여하는 연구가 이루어져야 한다. 그동안 양적 조사 위주로 이루어진 청소년 전반의 생활양식과 의식에 대한 경험적·실증적 연구가 청소년 집단의 의식들을 제대로 조명했는지에 대해 문제가 제기되고 있으며, 질적 연구를 통한 심층 연구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김옥순, 2013). 그리고 청소년문화에 대한 연구는 당사자들이 직접 자신들의 관점에서 기획부터 자료수집 분석과정에 참여함으로써 더 의의를 가질 수 있다(Cohen, 2003; Roberts, 2003; Wyn, 2005). 즉, 청소년들에 대한(on, about) 연구에서부터 청소년들이 참여하는, 청소년들과 함께하는(with) 연구가 수행되어야 한다. 청소년들과의 연구는 이들의 삶을 이해하고 개선하는 데에 중요하며, 이론적 논쟁을 심화시킬 수 있고, 그 결과물은 연구되어지는 사람들 및 그와 유사한 상황에 있는 사람들의 삶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매우 중요하다(Fraser, 2004; Lewis, 2004; 조혜영 2007에서 재인용). 특히 청소년문화 연구에서 내부자 연구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부각되고 있다. 접근하기 어려운 영역의 청소년문화 연구에서 내부자에 의한 연구의 장점에 대해 부각되는 반면, 자료 수집과 해석 과정에 개입되는 내부자 시각의 균형에 대한 논의도 다루어지고 있다(Bennet, 2011). 그리고 청소년들이 직접 수행하는 자신들의 일상문화에 대한 연구와 함께 현장 개선을 위하여 수행하는 참여적 실행연구 방법도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Kirshner, Pozzoboni & Jones, 2011; Nieuwenhuys, 2004).
한편, 이 연구에서는 청소년문화 연구 동향을 분석하고 향후 과제를 제시하는 과정에 있어 다음의 한계를 노정하고 있다. 먼저 한국학술정보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하는 과정에서 주요 검색 키워드로 ‘청소년’과 ‘문화’를 사용함으로써 제목에 청소년문화가 드러나지 않은 논문은 제외되었다는 점이다. 제목에 해당 단어가 포함되지 않더라도 청소년문화에 대한 연구가 이루어진 논문들이 제외된 점은 일부 연구를 누락시키고 연구 동향을 파악하게 되었다는 한계를 지닌다. 그리고 연구의 대상을 학술지 논문으로 한정함으로써 그 외의 청소년문화 연구와 관련된 학위논문이나 연구기관의 연구보고서, 학술저서가 포괄적으로 포함되지 못한 점이 한계로 지적된다. 청소년문화 관련 포괄적 주제를 다루거나, 대규모 실태조사의 경우 연구기관의 보고서가 주를 이루고 있다는 점은 이 연구의 한계이며, 추후 연구기관의 연구보고서와 학술저서 위주의 추가 분석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또한, 연구주제 분류과정에서 두 개 이상의 주제가 복합적으로 다루어진 연구의 경우 연구자의 코딩 과정에서 한 가지 주제 아래로 분류를 할 수 밖에 없었다는 점이다. 앞에서도 밝혔듯이 주제 분류 과정에서 각 주제들이 상호배타적이 아닌, 여러 영역에서 중첩되는 경우들이 있기 때문에 특정 주제에 보다 많은 연구가 이루어진 것처럼 보이는 한계가 나타났다.
Acknowledgments
이 논문은 2015년 공주교육대학교 자유연구과제 연구 지원을 받아 작성되었음.
Not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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