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밖 청소년의 성인기 이행과정에 대한 질적 종단연구: 학력 취득과 일 경험을 중심으로
초록
본 연구는 학교 밖 청소년들의 성인기 이행과정에서 학력 취득과 일 경험을 중심으로 삶의 궤적이 어떻게 변화되었는지 살펴보고자 수행되었다. 연구참여자들은 2013년 양적 조사인 학교 밖 청소년 실태조사에 참여한 바 있으며, 2018년부터 2022년까지 심층 면접에 참여한 20대 중후반 학업중단 경험자 13명이다. 질적 자료 분석은 2018, 2019, 2021, 2022년에 이루어진 인터뷰 전사 자료를 토대로 이루어졌다. 그에 따른 주요 결과는 다음과 같다. 우선, 이들의 진로궤적은 학업중단 후 단기적으로 직업형, 무업형, 학업형 등으로 범주화되었으나, 10여년의 시간 흐름 속에서 초반의 진로 유형은 학력 취득과 일 경험에서 개별적 변화를 보이고 있었다. 진로 유형에 상관없이 1명을 제외하고는 고졸 이상의 학력을 취득하였다. 고졸 학력 취득 배경으로는 가족과의 약속 이행, 진로 모색과정에서 필요성 인식, 학력에 대한 사회의 기대 반영 등이 작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학학력 취득의 배경으로는 학교 중단 이력에 대한 상쇄 노력, 가족의 기대에 대한 부응, 자신의 관심 분야에 대한 공부 등을 들 수 있었다. 일 경험과 관련해서는 청소년기부터 지속적인 아르바이트와 다양한 일 경험, 그에 따른 개별 대처능력 습득, 가족적 지원 차원에 따라 달라지는 자립 수준을 드러냈다. 일 경험에서 이들의 사회관계가 활용되고 있었으며, 취업에 도움이 되는 제도는 고용노동부의 지원 등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연구결과와 관련하여 학교 밖 청소년 지원방안에 대한 시사점을 제시하였다.
Abstract
This study was conducted to explore the changes of life path of out-of-school youths in transition to adulthood after they left school, focusing on their school degree achievements and work experiences. Research participants were 13 mid-or late twenties who participated in the 2013 survey on out-of-school youth and series of in-depth interviews held from 2018 to 2022. Qualitative data analysis was proceeded based on the transcribed interview data collected in the year 2018, 2019, 2021 and 2022. Major results were as follows. First, while their career paths were categorized as a type of working, NEET or studying in the short term after school drop out, they have shown various individual changes in terms of school degrees and work experiences in the more than 10 year-time period. Regardless of career type, all the participants except one achieved high school diploma. Backgrounds of high school diploma achievement were shown as keeping promise with their family, awareness of high school degree needed in pursuit of their career, and reflection on social expectation on high school graduation. Backgrounds of college degree achievement were compensation for their school drop out career, meeting to family expectation, and studying about their own interests. In terms of work experiences, they showed continuous part time jobs, various work experiences, learned individual coping strategies and differentiated independence level according to family support. In the work career building, social network were utilized and services of Ministry of Employment and Labor were revealed as helpful resources. Related to these results, this study provided several suggestions of support strategies for out-of-school youths.
Keywords:
out-of-school youth, transition to adulthood, qualitative panal study, school degree, work experiences키워드:
학교 밖 청소년, 성인기 이행, 질적 종단 연구, 학력 취득, 일 경험I. 서 론
2014년 ‘학교 밖 청소년 지원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고, 이 법률에 따라 본격적인 학교 밖 청소년 지원사업이 시작된 지도 9년여 시간이 지나고 있다. 또 해당 법률에 따라 학교 밖 청소년에 대한 실태조사도 여러 번 수행되면서 학교 밖 청소년들이 왜 학교를 그만두었는지, 어떠한 특성과 지원 요구를 가지고 있는지 점차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직접적으로 지원사업을 제공하는 경우가 아니면, 심지어 유관기관, 지자체, 지역사회 전체, 정부 부처, 그리고 일반 대중들의 학교 밖 청소년들에 대한 이해는 깊지 않으며, 여전히 사회 전반적으로는 부정적인 인식이 자리하고 있다는 점은 기존 여러 연구들을 통해서도 드러난 바 있다(이지연, 조아미, 2021; 정경희, 최정호, 2020; 하여진, 2022).
학교 밖 청소년은 단적으로 정의할 수 없을 정도로 넓은 스펙트럼을 갖고 있다. 이들은 다양한 이유로 학교를 떠났고, 각자 다른 모습으로 현재를 살아가고 있다. 각 청소년의 경험은 제각각 다르며, 그래서 필요로 하는 지원도 개별 청소년의 상황과 욕구에 부합되어야 할 것이다. 이는 학교 밖 청소년들의 다양한 특성과 상황에 주목하고 필요한 지원을 실효성 있게 제공하여야 함을 시사한다. 즉, 공교육 체계에서 학생 청소년들 각자의 개성과 특성, 재능 등을 고려하여 우리 사회의 건강한 구성원으로 성장하도록 교육에 지원하는 것처럼, 학교 밖 청소년에게도 이에 상응하는 충분한 지원이 수반되어야 함을 의미한다. 학생 청소년과 비교했을 때, 학교 밖 청소년에 대한 지원 수준은 매우 미흡하다. 학교 밖 청소년을 위한 자원 및 재정 지원은 일반 학생 청소년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실정으로, 2021년 기준 학생 1인당 연간 투자액은 천사백십사만 원 정도인 것에 비해, 학교 밖 청소년의 1인단 투자액 87만원 내외로 나타났다(교육부 http://eduinfo.go.kr/m/theme/studentTap1Page.do; 뉴스핌, 2022; 조혜영, 김희진, 2023). 이외에도 학교 밖 청소년은 진로 관련 정보 취득에 있어서도 학교 교사로부터 관련 내용을 얻을 수 있는 학생 또래들에 비해 정보를 얻을 수 있는 통로가 매우 제한적임을 토로하고 있다(김희진, 서고운, 김은정, 2021). 더욱이 이들의 어려움은 사회에 나와 진로를 개척하는 과정에서 부딪히는 사회적 편견과 부정적인 인식으로 더욱 가중되고 있음도 여러 연구들에서 지적된바 있다(김미옥, 조아미, 2020; 김희진, 장근영, 이동훈, 윤철경, 2020; 남부현, 2021; 육성필 외, 2017; 유진이, 신효민, 2018; 이은자, 송정아, 2017; 이지연, 조아미, 2021; 장근영, 윤철경, 서고운, 이동훈, 2019; 허소정 외, 2022).
우리 사회는 청소년들이 잘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할 의무가 있으며, 이는 청소년들의 권리이기도 하다. 학교 밖 청소년 지원을 확대하고 관련 인프라를 강화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학교 밖 청소년들의 수요에 부합하는 지원이 지속적으로 강조될 필요가 있다. 학교 밖 청소년들이 필요로 하는 요구에 적절히 대응하고, 실질적으로 지원하기 위해서는 이들의 현재 모습뿐 아니라 과거와 현재, 그리고 지향하는 미래에 대한 통합적인 관점을 가지고 지원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단기적 차원을 넘어서 보다 장기적 차원에서 학교 밖 청소년들의 성장 과정을 추적하며, 심층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학교 밖 청소년의 경우 부모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학교를 떠난 사례가 많아, 스스로의 결정에 대한 준비 및 향후 대응에 대한 임기응변식 대응을 하거나, 적절한 지원 서비스나 관련 정보를 찾지 못하여 홀로 고군분투하거나 고립되어있는 경우도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김희진 외, 2021). 대부분의 동일 연령대 청소년들이 제도권 교육을 받는 ‘학생’이라는 우리사회 특수성을 고려할 때, 본 연구 대상인 학교 밖 청소년들의 경우 더이상 학교 체계 내에서 보호받지 못하고 스스로 삶을 개척하며 성인기 이행 경험을 해야 한다는 점에서 우리 사회는 더욱 적극적으로 학교 밖 청소년 지원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학교 밖 청소년들이 학교 중단 이후 10여 년이 넘는 시간 동안 삶의 모습이 어떠했는지를 파악하는 것은 학교 밖 청소년 지원정책 수립과정에서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차원에서 학업중단 후 학교 밖 청소년들의 성인기 이행과정에 대한 종단적이고 심층적인 질적 정보가 제공할 수 있는 함의는 매우 크다. 그동안 학교 밖 청소년의 진로 실태 관련 연구는 청소년의 학교 중단 이후 단기적 시점에서 이루어져 온 반면, 종단적 차원에서 진로궤적 변화에 대해 살펴본 연구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기존에는 주로 실태조사를 통한 양적 분석이나, 질적 횡단 분석 등을 통한 정책 대안 제시가 주를 이루었기에 단기적 시각에서의 요구에 대한 대응, 결핍에 대한 보충 등의 정책 대안을 모색해왔다.
반면에, 본 연구는 학교 밖 청소년들이 학교 중단 이후 성인기로 진입하는 과정에서 보다 장기적 차원에서 삶의 궤적이 어떻게 변화되었는지 살펴보고자 수행되었다. 학교 중단 이후 궁극적으로 온전한 사회 구성원으로 기능하며 스스로 삶을 책임지기 위해서는 이들의 진로와 자립 과정에 대해 장기적 차원에서 살펴볼 필요성이 제기된다. 이에 본 연구에서는 학교 중단 이후 10여년 이상의 시간을 보낸 성인기에 진입한 연구참여자들을 대상으로 장기 종단연구를 수행하였다. 특히, 이들의 자립과정의 중요한 배경으로 작용하는 학력 취득과 일 경험을 중심으로 삶의 궤적을 살펴보고자 하였다.
II. 이론적 배경
1. 학교 밖 청소년의 성인기 이행: 학력 취득과 일 경험
학교 밖 청소년들 중에는 고등학교 시기 학교를 그만두는 사례가 가장 많은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2021년 학업중단 청소년 집단의 학교급별 구성비를 살펴보면 초등학교급 36%, 중학교 16.9%, 고등학교 급에서 47.1%를 차지하고 있다.1) 이는 학교를 그만둔 많은 청소년들이 10대 중·후반 연령대에 있고, 곧 성인기로 이행을 앞두고 있음을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성인기 이행은 청소년이 학교 교육을 마치고, 직업을 구하여 자리를 잡고, 결혼 상대를 찾아 원가족을 떠나 자신의 가족을 구성하는 등 스스로의 삶에 대한 책임을 전제로 하는 격동의 과정이라 할 수 있다(MacArthur Research Network on Transition to Adulthood, 2005). 하지만, 근래에 성인기 이행은 더욱 불확실성과 다양성을 보이고 있으며, 원가족을 떠나 자립하는 시기는 점점 지연되고 있다고 지적된다. 이러한 현상은 한국 사회 뿐아니라, 전 세계적인 추세라고 할 수 있다(김기헌, 배정희, 김창환, 성재민, 2021; Berlin, Furstenberg, & Waters, 2010; Rumbaut & Komaie, 2010; Settersten, Furstenberg, & Rumbaut, 2005).
학교 밖 청소년의 성인기 이행 관련 연구는 찾아보기 힘든데, 그 배경으로는 학교 밖 청소년에 대한 연구 대부분이 학교 중단 배경 요인과 학교 중단 이후 비교적 단기간에 걸친 진로 구성과 생활 경험을 살펴보는 연구들이 주를 이루기 때문이라 지적된다(권지성 외, 2022; 이혜은, 배영광, 2022). 학교를 떠난 후 비교적 단기간에 나타나는 청소년들의 변화를 살펴보는 연구들에 따르면, 시간경과에 따라 개인이 경험하는 정서나 반응이 달라짐을 보이고 있다. 학교를 그만 둔 시점에서 갈등이나 방황을 하며 불안을 느끼는 등 부정적 정서를 보인다는 연구결과도 있는 반면(김영희, 2015; 이은자, 송정아, 2017), 학교 중단 결정에 대하여 만족하며 긍정적 정서를 느끼는 사례들을 보고하기도 한다(육성필 외, 2017). 그리고 학교 중단 직후에는 해방감을 느끼지만, 시간이 흐름에 따라 불안감이나 주변의 낙인, 혹은 아쉬움 등으로 부정적 정서를 갖게 됨을 보이는 연구들도 있다(조아미, 이진숙, 2014; 황연경, 홍은영, 2018).
본 연구에서는 보다 장기적 차원에서 진로궤적을 살펴봄으로써 학교 중단 과정과 그 이후 어떠한 개인적, 사회적 자원들을 활용하여 어떻게 진로를 개척해나가는지, 특히, 학력 취득과 일 경험은 어떠한 배경에서 지속되고 변화되어왔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학업중단이라는 선택은 갑자기 이루어진 이벤트가 아니기에 개인의 선택에 작용하고 있는 관련 배경 요인들은 학업중단 이후 생애과정에도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기존 연구들에서도 학교를 그만두는 배경으로 작용했던 요인들인 학교 부적응이나 가족 내 갈등, 개인적·심리적 문제 등이 학업중단 이후에도 지속되거나 더 악화되는 경향임을 보이고 있다(명소연, 조진옥, 2016; 이은자, 송정아, 2017; 조혜영, 김영란, 2018; Feldman, Smith & Waxman, 2017). 학업중단 과정에서 작용한 요인들의 상호작용 결과는 생애과정에서 축적된 궤적에 의해 설명될 것이며, 학업중단이라는 선택과정, 그리고 그 이후의 삶의 과정에도 지속적으로 개입이 된다고 볼 수 있다. 이는 ‘생애과정관점’으로 설명될 수 있으며, 이 이론은 ‘발달의 과정이나 결과는 개인이 지속해 온 삶의 궤적에 의해 설명된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Rumberger, 2011, 윤철경 외, 2013). 생애과정관점에 따른 학업중단 청소년들의 삶의 궤적에 작용하는 중요한 변수들은 개인적, 관계적, 제도적 수준에서 작동하게 된다. 개인적 수준에서는 개별 청소년의 심리 정서적 특성과 건강상태 등을 포함한다. 관계적 수준은 학교와 가정으로 구분되며, 학교에서는 교사와 또래와의 관계, 가정에서는 부모와의 관계를 의미한다. 제도적 수준은 공식적, 비공식적 사회화 기관을 의미하며, 가정, 학교, 지역사회를 포함하고 있다(윤철경 외, 2013).
한편, 학업중단 이후의 삶의 궤적은 학업과 일 경험을 중심으로 유형화된다. 선행연구에서는 학교 밖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조사 시점 이전 13개월 동안의 경험 혹은 학업중단 이후부터 조사시점까지의 기간 동안에 주로 경험한 활동들을 중심으로 몇 가지 유형을 제시하였다. 먼저, 학업형은 복학, 대안학교, 검정고시 공부를 하는 경우를 의미하며, 직업형은 직업기술을 배우거나, 아르바이트, 취업하여 일하는 경우를 의미하고, 니트형(무업형)은 아무 일도 하지 않는 경우, 비행형은 가출을 하거나 시설 거주로 범주화하였다(윤철경 외, 2013). 이러한 유형에 대한 단기 변화를 살펴본 연구들에서는 비교적 초기의 특성이 유지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3년 유형화된 학교 밖 청소년들의 삶의 궤적 변화를 살펴본 2015년 연구에 따르면, 무업형의 경우 개인적 차원, 부모의 관심 차원, 진로 관심이나 미래에 대한 낙관성이 낮은 것으로 보고하고 있으며, 직업형의 경우 자아탄력성이 높으며, 개인의 심리정서적 측면이 건강하고, 타 집단에 비해 돈을 벌고 싶다는 욕구, 진로탐색활동, 교육기대수준이 높은 것으로 보고하였다. 그리고 학업형의 경우 자아탄력성은 직업형보다 낮지만, 게임이나 스마트폰 중독 수준, 비행성향, 학교 규칙 위반 수준 등이 낮으며, 학교 중단 후 검정고시를 통한 졸업장 취득에 대한 의지가 크고, 진로탐색활동과 교육 기대수준, 미래에 대한 낙관성, 학력 중시 태도 등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윤철경 외, 2015) 학교 밖 청소년 이행경로별 특성을 분석한 2016년 연구에서도 비교적 유사한 결과를 보고하고 있다. 학업형의 경우 대체로 긍정적 경로를 유지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으며, 직업형의 경우 경로 전환이 많은 편으로, 무업형의 경우 거의 변화가 없는 것으로 보고하고 있었다(성윤숙, 2016).
이상에서 살펴본 선행 논의를 배경으로 본 장에서는 학교를 중단한 단기적 시점에서 구분된 진로유형에 따른 삶의 궤적은 보다 장기적 시간 흐름을 거치는 동안 어떻게 진행되어왔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학교 중단 이후 10여년 이상 시간이 흐르는 동안 단기적 차원에서의 진로 유형이 장기적 차원에서 어떠한 생애과정을 거치면서 변화하고 있는지를 탐색하고자 한다. 주요 삶의 궤적은 학력 취득, 일 경험, 진로와 취업 현황, 가족 및 거주형태 등 다양한 변화과정을 중심으로 나타나겠지만, 본 연구에서는 성인기 자립을 위한 기본 전제 중 중요한 요인인 학력과 일 경험에 초점을 두고 살펴보고자 한다.
2. 질적 종단연구
사회과학연구에서 질적 종단연구의 잠재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경향은 단순히 결과보다는 그 과정과 변화에 대한 이해 및 개인의 삶의 궤적에 대한 초점을 반영하고 있다(Thomson, 2007). 질적 종단연구는 특정 인구집단에 영향을 주는 요인들을 확인하고, 어느 정도로 발생하는지를 측정하기보다 ‘어떻게’ 그리고 ‘왜’ 변화가 일어났는지를 더 깊은 수준으로 이해할 수 있게 한다(Molloy, Woodfield, & Bacon, 2002). 또한 사회문제가 어떻게 개인의 문제로 되어가는지를 탐색할 수 있고, 프로그램의 개입 효과와 작동 원리를 파악할 수 있으며, 계량적으로는 의미가 없을 수 있는 소수의 다양한 의견들에 대해 의미 있는 이론적 통찰을 제공할 수 있다(Farrall, 2006; 최현수 외, 2011).
그동안 학교 밖 청소년 연구 분야에서는 양적 자료 수집을 위한 패널조사 및 종단연구가 대규모로 다양하게 수행되었으며, 질적 종단 자료 수집이 이루어진 사례는 많지 않다. 통계치를 통해 보여줄 수 있는 계량화된 연구결과에 비해, 더욱 깊이 있고 풍성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질적 종단자료는 조사대상자의 시간의 흐름에 따른 변화 뿐아니라 개인을 둘러싼 다차원적인(multi-dimensional) 환경적 측면들까지 고루 살펴볼 수 있다는 점에서 장점이 있다. 이에 더해, 질적 자료가 맥락(context)과 특이점(particularities)에 집중하여 검증하는 과정에 적절하다고 할 때, 질적 ‘종단’ 연구는 시간 흐름에 따른 변화와 사회적 맥락에서의 과정을 조사하고 해석하는 데 근거가 될 수 있다(Holland, et al., 2006). 그러나 이러한 장점에도 불구하고, 연구에 투입되어야 하는 인적·물적 자원이 큼에 따라 일정 규모 이상의 질적 종단연구들은 전문연구기관들을 중심으로 수행된 바 있으며, 그마저도 사례가 많지 않다.
일련의 선행연구들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우선, 시간 경과에 따른 변화상황과 역동을 살펴보는데 큰 장점이 있는 질적 종단자료 수집을 병행하여 다양한 저소득층의 일상과 인식, 경험에 관한 깊이 있는 연구가 수행된 바 있으며(김미곤 외, 2012; 김미곤 외, 2013; 최현수 외, 2011), 탈북이라는 힘든 경험을 한 이후, 한국사회 적응이라는 도전에 직면한 탈북청소년을 인터뷰하여 이들의 정착단계와 청소년의 성장단계를 고려한 정책제안들을 제시하는 연구들도 수행되었다(김정원 외, 2016; 김정원 외, 2018; 김지수 외, 2017; 김지혜 외, 2019). 그리고 중학교로의 교급 전환이라는 중요한 단계를 경험한 중학교 1학년을 대상으로 이들의 학교생활을 포함하여 성장과정을 깊이 있게 파악하고, 교육기회, 관계의 문제, 교육격차 등의 주요이슈에 대한 대안들을 제시하는 연구들도 수행되었다(김경애 외, 2016; 김경애 외, 2017; 김경애 외, 2018; 정미경 외, 2019).
여러 기관에서 질적 종단연구를 설계하여 수행하면서 의미 있는 연구결과들을 도출해 왔으나, 장기간 추적 조사를 수행한 연구를 찾기 힘들다. 국외의 대표적 연구로는 호주의 생활 유형(Life Patterns) 연구가 있으며, 고등학교를 졸업한 청소년을 대상으로 1991년부터 지금까지 양적, 질적 연구방법론을 모두 활용한 혼합연구 성격의 대규모 종단조사이다. 이 연구에서는 첫 번째 코호트 대상으로 2~3년 주기로 50~100명이, 2005년에 구성한 두 번째 코호트는 2년 주기로 30~50명이 면접에 참여하고 있다.2) 또한 영국의 “The Inventing Adulthoods Data”는 1996년에 당시 11~17세 청소년 100명을 대상으로 면접을 실시하면서, 이들이 21~29세가 된 2006년까지 10여년에 걸쳐 생애사 면접, 회고록 및 초점집단 인터뷰 등의 질적 자료를 수집하였다(Thomson, 2007).
추적 조사와 질적 종단연구가 전환기 청소년 지원을 위해 이들이 당면한 어려움 및 관련된 일련의 복잡한 상호작용을 검증하는 효과적인 방법이 될 수 있다고 할 때(Ward & Henderson, 2003) 학교 밖 청소년들의 삶의 경로에 대해서도 장기적으로 추적, 조사할 필요가 있다. 특히, 제도권 교육 밖에서 개별적으로 성장과정을 거쳐 온 학교 밖 청소년들의 자립과정에 대한 파악은 학교 밖 청소년이 겪게 되는 어려움과 그에 대한 대응과정에 대한 심층적 이해를 가능하게 할 것이다. 이를 통해, 제도권 교육을 떠난 청소년들의 건강한 성장·발달에 기여하고, 이들이 우리 사회의 구성원인 책임감 있는 성인이 될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한 정책 마련에 기여 할 수 있을 것이다.
III. 연구방법
1. 연구참여자
분석 대상으로 선정된 연구참여자들은 2013년에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에서 수행한 「학업중단 청소년 패널조사 및 지원 방안 연구Ⅰ」의 양적 패널로 구축된 이래, 2018년부터 2022년까지 질적 패널 연구에 참여한 학교 밖 청소년들이다. 당초 양적 패널 연구의 연구참여자였던 이들은 해당 연구사업이 종료된 다음해인 2018년에 재 접촉과정을 거쳐 향후 5년간 진행될 질적패널연구에 대한 연구참여 동의 절차를 마치면서 질적 종단연구에 참여하게 되었다. 이 때 가능한 여러 특성의 대상자를 해당 종단연구에 포함시키기 위해, 성별과 거주지역의 규모(특별시·광역시, 중소도시, 읍면지역), 이행경로 유형(학업형, 직업형, 무업형)을 기준으로 할당, 선정하였고, 연구참여에 동의한 이들을 대상으로 1차 면접조사를 실시하였다. 1차 면접은 본 연구참여자 13명을 포함한 총 60명이 대상이였고, 이후 조사회차가 거듭되면서 점차 연구참여자의 군입대와 접촉 무응답, 면접참여 태도 문제 등의 이유와 연구사업관련 변화 등을 거치면서 그 수가 축소되었으나, 2022년 면접조사에 참여한 27명의 연구참여자들의 특성은 여전히 성별과 지역규모, 이행경로 유형에 다양성을 유지하였다(김희진 외, 2022).
2018년부터 주기적으로 인터뷰에 참여해 온 학교 밖 청소년들 대부분은 이제 20대 중후반에 이르러 후기 청소년기 혹은 성인기로 접어들고 있다. 이들은 2022년 현재 학교 중단 이후 학교 밖에서 10여년이 넘는 기간 동안 여러 가지 경험을 하며 삶의 궤적을 지나왔다. 위에서 최대한 여러 차례 면접에 참여한 질적 패널 중 본 연구를 위한 참여자 선정은 목적표집에 의거하였다. 애초에 목적표집은 인터뷰 참가자를 섭외할 때 연구 주제에 부합하는 참가자를 선정하기 위한 방식이지만, 본 연구에서는 방대한 인터뷰 자료에 대한 질적 종단 분석을 하는 것은 여러 가지 여건상 불가능하였으므로, 진로궤적을 중심으로 2013년에 수행된 양적 패널조사에서 적용된 진로유형인 직업형, 학업형, 무업형으로 범주화된 청소년들로부터 선정을 시작하였다. 당시 학교를 그만둔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학업중단 이후 경로를 조사하였는데, 복학·대안학교·검정고시 준비 청소년은 학업형으로, 직업훈련·아르바이트·취업 사례는 직업형, 아무 일도 하지 않는 청소년들은 니트형(또는 무업형)으로 구분하고 이를 기준으로 분석한 결과, 학업형은 42%, 무업형은 23%, 직업형은 17.9% 등으로 조사된 바 있다(윤철경 외, 2013).
학교 밖 청소년의 유형, 즉 학교를 그만둔 이후 이행 경로와 관련하여 선행연구들에서는 진학지향형, 취업지향성, 방임형(이경상, 조혜영, 2005)으로, 또 학습지향, 취업/알바형, 무업(NEET)형, 비행형(윤철경, 류방란, 김선아, 2010) 등 여러 유형으로 구분하였다(윤철경 외, 2013). 그러나 본 연구는 2013년에 학업중단 청소년 패널조사 및 지원 방안 연구에 참여했던 청소년들의 2018년 이후 질적자료를 분석하여, 학교를 그만둔 직후와 이후 성인기 이행과정, 또 성인기에 이르기까지의 삶의 궤적을 분석하는데 초점을 두고 있음에 따라 해당 연구결과를 참고하였다. 즉, 이들이 학교를 그만둔 직후의 초기 이행경로 유형에 기초하여 연구를 수행하고자 하였다. 그리고 가능한 다양한 생애경험을 한 사례들을 포함하고자 결혼 등 자신의 가족을 이룬 참가자들을 포함하였는데, 참가자들의 배경을 살펴보면 남자 7명, 여자 6명, 결혼(혹은 동거)한 참가자 4명이다. 출생년도는 1994년부터 1997년으로 2022년 현재 만 나이는 25세부터 28세에 이른다.
2. 자료수집 및 분석
분석에 사용된 인터뷰 자료는 2018년, 2019년, 2021년과 2022년까지 총 4개 년도의 파일로 구성되어 있다. 4개 년도에 걸쳐 인터뷰가 이루어졌으며, 질문지는 구조화된 형태이지만, 응답자의 응답 내용에 따라 파생되는 질문들이 달라졌기에 반구조화 된 인터뷰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인터뷰는 연구진과 교육학, 청소년학, 사회복지학, 상담심리 등 관련 분야 석·박사과정 이상의 면접원에 의해 수행되었다. 심층 인터뷰, 특히 종단자료 수집의 특성을 고려할 때, 라포를 형성한 동일 면접원을 통해 인터뷰를 지속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다. 하지만 본 인터뷰 자료 수집이 2018년부터 현재까지 여러 해에 걸쳐 진행되면서 연구진의 퇴직 및 변경, 면접원 일신상의 변화 등으로 계속 동일 면접원을 통한 자료수집이 불가능하였다. 그러나 연구 참여자의 인터뷰 거절 또는 면접원의 개인 사정 등의 이유를 제외하고, 가능한 동일 면접원을 배정하여 안정적으로 인터뷰를 진행하도록 조율하였다.
본 연구에 참여한 13명을 대상으로 인터뷰를 진행한 면접원은 2018년에는 4명, 2019년에는 6명(2명은 2018년과 동일), 2021년에는 6명, 2022년에는 3명(1명은 전년도와 동일)이었다. 연구참여자 기준으로 4차례에 걸친 면접에서 1명은 2명의 면접원을 만났으며, 7명은 3명의 면접원을, 나머지 5명의 연구참여자는 매번 다른 면접원을 만났으나, 녹취자료와 이후 면접원의 필드노트, 또 연구참여자들의 지난 여러 차례의 면접 경험에 대한 긍정적인 회고 내용을 볼 때(김희진 외, 2022), 비교적 안정적으로 자료 수집이 이루어졌던 것으로 판단된다.
인터뷰는 2018년과 2019년에는 연구참여자가 희망하는 장소에서 대면방식으로 이루어졌으며, 코로나19의 확산이 심각했던 2021년과 2022년에는 Zoom을 활용한 온라인 화상방식으로 진행되었다. 면접 과정은 연구참여자의 동의를 받고 녹음되었다. 녹음된 자료는 전사되었으며, 인터뷰 전사자료에 대한 분석은 사례연구(Yin, 2003) 및 반복적 비교분석법(constant comparative analysis)(유기웅 외, 2018; Ezzy, 2002; Glaser & Strauss, 1967)을 활용하였다. 사례연구를 통해서는 개별 참가자들의 학업중단 이후 단기적 시점에서의 대응유형(직업형, 학업형, 무업형)에 따른 삶의 궤적 변화를 살펴보고자 하였다. 이 과정은 1차 분석으로 개별 사례들의 인터뷰 전사 자료를 시계열적 흐름에 따라 이해하고자 하였다. 주로, 학력 취득과 일 경험을 중심으로 개별 참가자별로 시간 흐름에 따른 변화과정을 구체적으로 살펴보고자 하였다. 먼저, 현재적 시점에서 이들이 어떠한 삶을 살고 있는지를 파악하기 위한 목적으로 2022년 자료를 정독하며 읽은 뒤 2018년, 2019년, 2021년 자료에 대한 내용 파악을 하였다. 각 연도별 인터뷰 자료를 통해 학교 중단 후 1차 조사(실태조사) 시점인 2013년부터 1차 심층면접 시점인 2018년까지 5년간 진로와 관련된 주요 경험들에 대해 정보를 수집하였다. 진로 경험은 학업중단과 관련된 주요 사건, 학교 중단 이후의 학력 취득, 취업 준비, 일 경험, 가족이나 개인 신상과 관련된 주요 이슈에 대하여 살펴보았다. 그리고 2018년, 2019년, 2021년 각 년도 진로상황과 관련된 주요 이슈와 변화 등은 각 년도의 인터뷰 시점을 중심으로 파악하고자 하였다.
개별 사례들의 종단적 궤적에 대한 1차 분석 후 2차 분석은 사례들 간의 분석을 시도하였다. 사례들을 종합하는 과정에서 주요 주제들을 도출하기 위하여 반복적 비교분석법을 적용하였다. 반복적 비교분석법의 과정은 면접 전사자료 반복 읽기부터 시작하여‘개방 코딩’, ‘범주화’, ‘범주 확인’ 과정을 거쳐 주요 주제를 도출하게 된다(유기웅 외, 2018). 각 사례들을 종합하여 생애과정에서 주요하게 개입된 요인들을 중심으로 주제 분석을 시도하였다. 각 사례들을 반복적으로 비교하면서 이들의 학력 취득과 일 경험, 취업, 독립적 가족 형성과정에서 중요하게 기여한 자원과 배경 등은 무엇인지 살펴보고 그 시사점을 도출하고자 하였다. 이들의 성인기 이행과정에서 중요하게 부각 되는 개입 요인들을 개인적 차원, 가족적 차원, 제도적 지원 차원을 중심으로 핵심적 특징을 도출하고자 하였다.
한편, 질적 자료 분석의 엄격성을 도모하기 위해 삼각검증 과정을 거쳤다. 이들에 대해 분석하였던 기존 연구 보고서를 통해 본 연구 분석의 핵심 주제와 기존 자료 분석에 활용된 주제를 비교하여 분석의 일관성을 유지하고자 시도하였다. 이와 함께 기존에 수행된 학교 밖 청소년의 경험에 대해 다루는 주요 논문들에서 분석한 핵심주제들에 대해 살펴보며, 본 연구의 자료 분석과정에서 도출된 하위 주제들과 비교함으로써, 핵심 주제 분포의 치우침이나 누락이 없는지 주의를 기울였다. 그리고 질적 자료 분석과정에서 관련분야 전문가 자문 및 토론을 거침으로써 범주화 과정의 왜곡을 줄이고자 시도하였다.
IV. 연구결과
1. 개별 참가자들의 삶의 궤적
2013년 학교 중단 이후 진로 유형에 따라 장기적으로 어떠한 삶의 궤적을 거쳐 왔는지 진로 변화를 중심으로 시계열적으로 살펴보았다. 10여 년 동안 이들의 삶의 궤적을 살펴보는 작업은 풍부한 삶의 맥락을 단순화시킬 소지가 있기에 매우 조심스러웠지만, 지면의 한계를 고려하여 진로궤적에서 중요하게 여겨지는 학력 취득, 일 경험을 중심으로 살펴보았다.
직업형 청소년들의 경우 1명을 제외하고는 고등학교 졸업 학력을 취득하였다. 2013년에 직업형으로 범주화되어 다양한 일 경험을 하였던 안○준은 가족을 이루고 자녀를 한 명 두게 되었으며, 장모의 지인을 통해 지역의 대기업 계열 생산 공장에 취업하게 되었다. 진로 궤적에서 새로 형성된 가족은 그의 삶에서 주요한 의미로 자리 잡고 있었다. 가족을 위해 일을 해야 하고, 자녀 양육에 대한 책임감이 크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역시 직업형이었던 박○혁, 서○빈, 강○든은 모두 고등학교 졸업 학력을 취득하였으며, 강○든은 학사학위도 취득하였다. 학교 중단 후 단기적 시점에서 일 경험이 있기에 직업형으로 범주화되었지만, 10여년의 삶의 궤적에서 이들의 진로 과정은 개인적 요인 및 가족 요인 등과 상호작용하면서 순탄치 않게 전개되어왔다. 직업형이라는 단기 진로 선택도 그 배경은 다양하게 나타났다. 가정의 경제여건 때문에 빨리 돈을 벌어야 한다는 인식으로 학교를 그만 둔 경우(박○혁), 검정고시 취득 후 별 생각 없이 지내다 직업 적성을 찾아 진로를 모색한 경우(서○빈), 아버지와의 갈등으로 가출 후 학업중단을 한 뒤 아르바이트를 전전했던 경우(강○든) 등 그 배경은 각기 달랐고, 그 이후의 진로궤적도 개인과 가족 배경과 관련하여 다양하게 나타남을 알 수 있었다.
무업형이었던 청소년들도 학업중단 이후 단기적 시점에서는 일을 하거나 학업 계획이 없었지만, 장기적으로는 학력을 취득하고 일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강 ○과 최○연은 결혼을 하고 자녀를 한 명 이상 두고 있었다. 강 ○의 경우 대학 졸업까지 하고 안정된 삶의 기반을 이루었다. 다만 최○연의 경우 검정고시로 고졸 학력을 취득하였으나, 자녀 육아로 자신의 진로 모색에 어려움을 겪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이들 모두 자신의 집을 마련하였으나, 주거 마련 과정에서 부모의 도움을 받기도 하였고, 대출을 이용하기도 하였다.
무업형이었던 조○빈은 간호조무사 자격증을 취득하여 일을 하면서, 학점은행제를 통해 학사학위 취득도 진행하고 있었다. 무업형이었던 오○석과 안○하도 모두 고등학교 졸업 학력을 취득하였으며, 오○석은 학점은행제를 통한 학사를 취득하였다. 학업중단 이후 단기적 시점에서는 무업형이었으나, 이들의 진로 궤적에서 나타난 진로포부와 대응방식은 첨예하게 다름을 알 수 있었다. 오○석은 국비유학을 꿈꾸다 실패하였고, 서울의 4년제 대학 컴퓨터관련 학과 전액 장학금 수령을 꿈꾸며 대학 수학능력시험을 준비해 왔지만 그마저 실현되지 않았다. 그 대안으로 학점은행제로 학사를 취득하고 학원 수학 강사로 일하고 있으며, 안○하는 진로에 대한 별 관심이 없었지만. 어머니의 간곡한 부탁으로 직업학교 기숙사 생활을 시작하게 되었고, 관련분야 기능사 자격증을 취득하여 생산직 일을 하고 있었다. 이들의 삶의 궤적은 학업중단 이후 다양한 일 경험, 학력 취득, 동반자와의 만남, 새로운 진로 모색 등이 병행되고 있었다.
학업형이었던 청소년들은 모두 대학 재학 이상의 학력을 취득하고 있었다. 이들은 학업중단 이후 단기적 시점에서 고등학교 졸업 학력을 취득하였지만, 고졸 학력 취득 후 모두 대학 진학에 뜻을 둔 것은 아니었다. 박○원의 경우는 심리적 어려움 때문에 방송통신고를 대안적으로 선택하였고 관련 기술 분야 대학까지 진학하였으나, 졸업을 미뤄두고 있었다. 장○이의 경우는 고등학교 졸업 학력 취득만을 염두에 두고 대학진학은 고려하지 않고 있었으나, 일을 하는 과정에서 동료의 무시와 비하 발언을 경험하며 대학 학력 필요성을 느끼고 대학을 다니게 되었다. 안○린과 성○연의 경우는 고졸 검정고시 점수를 활용하여 수시 입시로 대학에 진학하였다. 하지만 관련 전공이 취업으로 이어지지는 않았으며, 성○연의 경우 별도의 취업지원제도를 통하여 취업을 하였고, 안○린은 아르바이트와 대학원을 병행하고 있었다. 이들의 진로궤적 중 학력 취득 및 근로 경험과 관련된 주요 사항은 아래의 <표 2>와 같이 정리하였다.
2. 사례 간 분석: 학력 취득과 일 경험의 궤적
(1) 고졸 학력 취득 배경
학교 밖 청소년들은 1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고등학교 졸업 학력 이상을 취득하였다. 이들은 검정고시나 방송통신고등학교, 혹은 2년제 고등학교 진학을 통해 고졸 학력을 취득하였다. 이들이 고등학교 졸업 학력 취득의 계기는 다음과 같다.
① 가족과의 약속 실행
먼저 고등학교를 자퇴하면서 가족과의 약속으로 검정고시를 통한 고졸 학력 취득을 전제로 하고 자퇴를 한 사례들이 있었다. 학교에 다니기보다 일찌감치 취업 전선에 뛰어들어 경제활동을 하고자 했던 박○혁(직업형), 학교에 나가기 귀찮다는 이유 등으로 학교를 자퇴한 장○이(학업형), 특성화고에서 자신의 진로 관심과 교우 관계 어려움 등으로 자퇴한 안○린(학업형), 고등학교 성적이 예상 외로 부진하여 학교를 그만둔 성○연(학업형) 등은 고등학교 졸업 학력 취득과 관련하여 가족과 다짐을 하고 학교를 그만두었다. 이들은 가족의 만류나 우려를 잠재우기 위해 나름대로 계획을 가지고 가족들을 설득시키는 과정을 거쳤다.
처음에 부모님한테 얘기를 드리고, 부모님이 그러면 그만두고 1년 안에 검정고시를 합격하라고 했었거든요. 그러면 자퇴를 하고, 하고 싶은 거를 해도 괜찮다고, 약간 이런 식으로 얘기를 하셔서, 그리고 자퇴를 하고 또 1년 안에 합격을 해서 그 후로는 따로, 아마 그때부터 제가 뭐를 하든 상관 안 했던 것 같아요. 알아서 잘 하니까 (박○혁, 2021).
학교에서 제가, 아빠한테 끌려서 학교에 갈 때 죽어도 안 가겠다고 반 안 찾겠다고 그랬거든요. 그런 와중에서도 아빠가 따라오라고 했는데 밖으로 막, 안 가려고 도망갔어요. 그런 모습을 보고 아빠가 얘가 진짜 학교 가기 싫구나 느끼지 않았나. 그리고 얘기를 하다가 검정고시 어떻게 볼 거고 계획이 어느 정도 있으니까 그냥 믿어주신 것 같아요. (성○연, 2018)
② 개인적 진로 모색을 위한 전제 조건
학교 밖 청소년들은 학교를 벗어난 뒤에 진로를 모색하는 과정에서 관심 분야 취업을 위해서 자격증이 필요하고 그 자격증 취득을 위한 전제 요건은 고등학교 졸업 학력임을 깨닫게 된다. 이에 검정고시를 통해 학력을 취득한 사례도 있었다. 중학교 3학년 시기에 집단 따돌림을 경험하고, 친한 친구들 중 일부가 먼저 학업을 중단한 것을 목격한 조○빈(무업형)의 경우 중학교를 자퇴하였다. 친구들과 어울리는 생활을 하던 중, 쉼터에 입소하게 되었고, 중학교 졸업 검정고시를 통해 중졸 학력을 취득하였다. 이후 다양한 아르바이트 경험 속에서 자신이 취업 가능한 분야로 간호조무사를 염두에 두었는데 이 자격증을 취득하기 위해서는 고졸 학력이 필요함을 알게 되었고 검정고시를 통해 고졸 자격을 취득하였다.
제가 미용실 같은 데나 알바는 학력에 제한이 없는데, (중략) 그런데 직업에 들어가거나 자격증 같은 걸 따는 부분에서 학력이 필요하더라고요. (중략) 자격증 같은 것도 편하게 딸 수 있는 건 아니지만 간호조무사나 그런 것들도, 사회복지사 이런 거 다 고졸 학력 이상해야 응시 자격 자체가 있더라고요. (조○빈, 2018)
고등학교를 자퇴한 뒤 우연한 기회에 관심 분야 흥미를 발견하고 관련된 분야의 학업을 이어갈 수 있는 고등학교에 진학한 사례도 있었다. 강 ○(무업형)의 경우 보호관찰 중 바리스타 교육을 받으면서 조리나 제과 제빵 등 관련 분야에 관심을 키우게 되어 지역의 2년제 특성화고등학교에 진학하였으며, 서○빈(직업형)의 경우 인문계고등학교를 그만두고 커피 바리스타 자격을 취득하고 일을 하던 중 다시 학교에 돌아가고 싶은 마음에 제빵 분야 학과가 있는 특성화고등학교를 진학하였었다. 하지만, 강 ○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관련 분야 전문대에 진학하였지만, 서○빈의 경우는 학교의 분위기에 적응하지 못하고 그만두게 된다.
그 전에 사고 친 것들 때문에 보호관찰이 떨어졌었는데, 보호관찰에서 전 학교도 안 다니고 몸도 아프고 그러니까 바리스타를 추천을 했어요. 가르쳐줬어요. 그냥 무상으로. 저희는 보호관찰에서 두 명 정도 뽑혀서, 다른 애들은 돈 내고 받는 강의를 전 무료로 받았죠. 시험을 쳤는데 합격을 하고 좀 재미있었던 것 같아요. 그때 공부가 처음으로 재미있어서 학교를 복학하고.(강 ○, 2018)
학교 그만두고 나와서 그때 아무 것도 안 하고 있다가 엄마가 바리스타 자격증 따보는 거 어떻겠냐고. 그때 한창 카페 많이 생길 때였거든요. 그래서 바리스타 자격증 따려고 들어가서 하는데 재미있는 거예요. 그래서 시험 보고, 거기 카페에서 매니저로 일도 하고. 그런데 친구들 오는 거 보고 부럽고 교복 다시 입어보고 싶다 이런 생각도 들고, 이번에 가면 제대로 해 봐야겠다 해서 실업계 들어갔거든요. 그런데 실업계는 인문계보다 공부를 덜 하잖아요. 그러니까 담배 피우고 안 좋게 노니까 부모님도 걱정 많이 하시고, (중략) 괜히 시간만 어영부영 보내느니 차라리 빨리 나와서 다른 걸 찾아보는 게 낫겠다 싶어서 그만두고 검정고시 공부를 했죠. 고등학교 졸업장은 필요하니까, (서○빈, 2018)
③ 대안적 선택으로서 방송통신고등학교
개인적 배경에 따른 특수성으로 인하여 일반 고등학교에 진학하지 않고, 주말에만 등교가 가능한 방송통신고등학교로 진학하여 고졸 학력을 취득한 사례들도 있었다. 박○원(학업형)의 경우 초등학교 5학년 때 경험한 학교폭력 피해로 스트레스성 정신과 치료, 틱장애 등을 겪어왔고, 중학교 과정에서 힘든 학교생활을 하였다. 이에 따라 부모의 권유로 일반고에 진학하기보다는 방송통신고에 진학하였고, 이 때 D직업학교 1년 과정을 병행하였다.
중학교 졸업하고 고1 때부터 D직업학교도 다니고 방통고는 2주에 1번씩 주말에만 가니까 평일에 직업학교 1년 과정이고 (중략) 일반고에 가고 싶었지만 엄마가 일반고에 가면 좀 더 힘들 수도 있고 학업적인 스트레스가 더 클 수 있다고 말씀하시면서 제가 평소에 로봇 만지는 것도 좋아했고 기계 관심 있었으니까 컴퓨터도 관심 있어서 그쪽으로 진로를 개척해보라고 하셔서 해봤는데 좋더라고요. (박○원, 2019)
안○하(무업형)의 경우도 이주배경을 가진 청소년으로 10세 때 한국에 입국한 뒤 학교에 지속적으로 다니지 못하였다. 더구나 부모는 이혼을 하였고, 자신은 아버지와 함께 지방에서 거주하다, 다시 어머니와 살기 위해 수도권으로 이주한 경험도 있다. 수도권 이주 후 이주민지원센터의 도움 등을 받으며 초등학교 졸업 검정고시를 취득하였고, 직업학교에서 자격증을 취득한 뒤 검정고시를 통해 중학교 졸업 자격을 얻었으며, 고등학교는 방송통신고를 통해 학력을 취득하였다. 주중에는 일을 하고 있으며, 일하는 과정에서 이력서를 써야 할 경우 채워야 하는 내용이 너무 없다는 것을 깨닫고 중학교 학력과 고등학교 학력을 취득하고자 했으며, 추후에 기회가 되면 대학까지 다니고 싶어하였다.
이력서 쓸 때 너무 낮으면 그런 게 있더라고요. 옛날엔 일만 잘 하면 되지 생각했었는데 아니더라고요. 그래서 조금씩 채우려고 지금 고등학교까지 하고 있고, 대학교는 시간 되면 가고. (중략) 공부는 지금 방통고등학교만 하고 있기 때문에 도움은 졸업하기 위한. 학력 올리는데 도움이 된다. (안○하, 2018)
옛날 어릴 때는 학력이 중요하다고 생각을 안 했었는데 취업 할 때도 마찬가지이고 학력이 있더라고요. 이게 너무 낮으니까 고등학교도 할까 말까 하다가 시간도 안 되고 어려우니까 그냥 방통고등학교로 일단 계기는 저는 필요해서 땄어요. (안○하, 2021)
④ 학력에 대한 사회적 인식 반영
학교 밖 청소년들은 고등학교 재학 중 학교를 중단하였지만, 고졸 학력에 대해서는 기본적으로 필요하다는 인식을 갖고 있었다. 학교 중단 직후 무업형이었던 최○연의 경우 친구들과 어울리는 과정에서 학교를 그만두었고, 그 친구들이 검정고시를 보고 고졸 학력을 취득하고자 하여 함께 취득하였다. 고졸 학력 취득의 이유에 대해서는 자녀의 어린이집 서류 제출시 부모의 학력을 기재하는 경우 적어도 ‘고졸’학력은 되어야 한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서○빈과 강○든의 경우도 주변의 시선을 고려할 때, 중졸은 부족한 것 같고 고등학교 졸업은 당연한 요건이라 인식하고 있었다.
검정고시는, 고등학교 졸업장이 있어야 되니까 (중략) 중졸보다는 고졸이 나으니까, 애기 엄마다 보니까 그래도 뭐 작성을 하면 중졸이 아니어서 다행이다 생각해요. 고졸을 적을 수 있으니까. 어린이집에 엄마 아빠 학력 적는 게 있는데 고졸이라고 하면 기본 평타는 치니까, 대학교 안 나왔어도. (최○연, 2018)
아무래도 중학교 졸업은 아닌 것 같아서, 고등학교라도 졸업은 해야 되니까, 그때 그래서 (서○빈, 2021)
그냥 친구들이 놀리는 게 기분 안 좋아가지고. 스무 살 때 친구들은 다 대학교 들어갔는데 저보고 너만 중졸이다 이렇게 놀리니까 (강○든, 2018)
기본적으로 고등학교까지는 나와야 되지 않나 싶어서, 자격을 가지고 있어야 되지 않나 싶어서 당연하게 생각하고 따게 된 것 같아요. (강○든, 2021)
(2) 대학 학력 취득 배경
연구참여자들 중 일부는 고등학교 졸업 학력을 취득한 뒤 대학 졸업 학력을 취득하였다. 대학 졸업장을 취득하고자 하는 의미는 우선 학교를 그만 둔 청소년들에 대한 편견 극복의 의미, 가족 등 주변에서 대학 졸업까지는 마쳐야 한다는 기대에 부응, 취업 시장에서의 경쟁력 확보, 자신의 관심 분야에 대한 공부 등을 들 수 있었다.
① 학업중단 청소년에 대한 편견 대응 전략
고등학교를 그만 둔 후 고졸 검정고시로 학력을 취득하고 아르바이트를 하는 과정에서 학업중단 청소년에 대한 무시를 경험하고 자신의 역량이 폄하되는 것에 대한 반감으로 대학에 입학한 사례도 있었다. 장○이는 대학 진학 계획이 없었지만, 아르바이트를 하는 일터에서 서울권 사립대에 재학 중인 동료로부터 고등학교도 졸업하지 못하였다는 비하 발언을 들었는데, 그 경험은 자신의 엄마가 당했던 학력 무시 경험과 유사했으며, 그 사건을 계기로 대학 진학까지 실행하게 되었다. 안○린도 학업중단자의 경우 더더욱 대학을 졸업해야 무시당하지 않는다는 말을 어머니로부터 들어왔고, 자신의 학업중단 이력에 대한 상쇄가 필요하다는 생각으로 대학을 진학하게 되었다.
자퇴하고 바로 생각은 안 했는데 자퇴하고 바로 직장을 구했는데 엄마가 얘기했던 걸 그대로 당한 거예요. 근데 그것도 직장 상사들은 다 괜찮았는데 그런 걸로 무시 안 하고 하고 싶은 대로 해, 일단 경험하는 게 좋지 라고 하셨는데 어떻게 보면 직장 동료, 선배가 저한테 그런 무시하는 발언을 한 거죠. 그래서 무시 안 당하려면 일단 공부해야겠구나. (장○이, 2019)
큰 사건이라고 하면 대학에 들어가게 만들어준 애가 하나 있었어요. 원래 같이 일하던 사람이었는데 걔가 제 심기를 건드려서 저를 깎아내리더라고요. (중략) 무시당하는 걸 못 참아서 대학 들어갔고 (장○이, 2022)
(어머니는) 대학교는 꼭 가야 된다고 검정고시를 보고 대학교를 가야 된다고 했고 네가 자퇴했다고 하는 게 평생 너의 주홍글씨가 될 거라고 네가 책임져야 된다는 말씀을 하셨던 것 같아요. (안○린, 2019)
사실 제가 어쨌든 고등학교를 안 다녔잖아요. 그래서 조금 더 좋은 학력을 갖추고 싶다 이런 마음은 분명히 있는 것 같고. 그리고 항상 입학 같은 거 준비하면 제 실력이 안되지만 좀 더 좋은 학교 가고 싶다 그런 걸 고등학교 자퇴한 걸 좋은 학교에 가서 상쇄하고 싶다 약간 이런 마음이 있는 것 같아요. (안○린, 2022)
② 학력에 대한 주변 기대에 부응
성장과정에서 가족들로부터 대학 졸업의 중요성에 대하여 들어왔던 일부 연구참여자들은 고등학교 중퇴 이후 고졸 학력을 넘어서 대학 입학에 대한 압박감을 가지고 있었다. 어떻게든 자신의 학교 중단 선택을 만회하기 위해서는 대학 진학이 실현되어야 했고, 이를 위해 검정고시 점수를 활용해 수시 입학을 한 사례들도 있었다.
가족들한테도 보여줘야 될 것 같고 그만큼 믿음을 주신 거니까. (중략) 어렸을 때부터 주변에서 대학은 나와야 된다 그런 식의 얘길 많이 듣다 보니까 대학은 나와야 나중에 돈도 더 잘 벌 수 있다 이런 게 그때는 머리에 자리잡았던 것 같아요. 그래서 대학 나오는 걸 당연하다고 생각을 했고. 꿈이 있다기보다는 해야 하는 거라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성○연, 2018)
제가 고등학교 자퇴하고 어쨌든 가족들한테도 그렇고 사촌들한테도 그렇고 제가 큰 파장을 일으킨 거고 뭔가 어느 정도 그런 상처를 주는 부분이라고 생각이 들어서 뭔가 그것 때문에 좀 더 촉박한 것 같아요. 보여줘야 되는 게 있어야 될 것 같고 제가 잘 돈 벌고 사회생활을 잘 하고 있다. 이런 모습을 보여줘야 된다는 강박, 압박감이 있는 것 같아요. (성○연, 2019)
저는 사실 그 학업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 사람이라서, 사실 사회복지사도 그렇고 보육교사도 그렇고 전문대 가도 딸 수 있고 심지어는 학점은행제로도 딸 수 있잖아요. 제가 자퇴하고 검정고시를 보지 않았다면 그런 동기부여가 없었을 것 같고, 엄마랑 너무 저의 상황을 싫어하셔서, 그런 상황이 싫어서 대학교를 열심히 다녀야겠다 라고 생각하게 된 계기였던 것 같고. (안○린, 2018)
③ 관심 분야에 대한 공부
대학 진학 배경에는 고등학교 중퇴라는 사건을 상쇄하고자 하는 계기도 있지만, 이와 함께 자신의 관심분야에 대하여 보다 심층적인 공부를 하고자 하는 목적도 함께 작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학업중단 이후 우연한 기회에 관심 분야를 찾게 되었고 관련된 전공을 찾아 대학에 진학하거나 자신이 구상한 진로 분야에 진출하기 위해 대학 공부를 선택한 사례도 있었다.
일단 제가 공부를 했고, 조리 공부를 했잖아요. 알아봤죠, 인터넷으로. 보건대학교도 있고 GJ대학교는 커피만, 바리스타과만 있고. 서울에도 많은데, 그리고 J도 내에선 없더라고요. 아, WS대 있고. 그런데 별로, 그냥 WG이 끌려서 거기로 간 것 같아요. (강 ○, 2018)
이게 그냥 공부가 아니고 저는 제가 하고 싶은 거. 제가 좋아하는 거 그거를 공부한다고 아까 말씀 드렸잖아요. 제가 커피를 너무 좋아해서. 커피 공부를 했었어요. 그리고 커피 공부를 하다 보니까 커피 자격증을 따고 이제 대학교도 가고 싶고 그래서 고등학교도 복학을 했었고 그리고 대학교를 가려고 준비를 했고. 대학교 가서도 다른 공부. 요리 쪽 공부를 했고. 커피 공부를 한 게 제일 터닝포인트라고 생각해요. (강 ○, 2019)
일단 저는 사람을 좋아하긴 하는데 멘탈이 너무 쿠크다스라서. 그니까 제가 사회복지 전공하고도 취업을 못한 이유가 너무 낯가리고 이래서 뭔가 사람을 만날 때 너무 무서운 거예요. 근데 상담은 뭔가 그 매개체 같은 느낌이 들어서 상담은 뭔가 내가 이거를 공부해서 좀 사람을 만나면 좀 잘 할 수 있지 않을까? 약간 이런 게. 그리고 저 학교 다닐 때 그 상담과도 있었는데 심리상담 한다고 해서 서로 얘기하고 이러는 게 되게 재미있어 보여 가지고 뭔가 나도 저런 걸 해 보고 싶다. 이런 생각이 들어서. (안○린, 2021)
(1) 청소년기부터 지속적인 아르바이트 경험
연구참여자들은 학업중단 직후 범주화된 진로 유형에 상관없이 대체로 아르바이트 경험을 하였다. 학교에 다니고 있는 시점부터 아르바이트를 꾸준히 해 온 경우도 있었고, 학교를 그만 둔 뒤 본격적으로 다양한 일 경험을 하게 된 경우도 있었다. 생활비나 용돈을 마련하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해야 했던 청소년들은 학교 밖에서 다양한 일들을 하는 과정에서 대인관계 기술이나 참을성을 배우게 되었다. 매우 다양한 일 경험을 가진 안○준의 경우 학교를 나오자마자 이웃 도시에 가서 과일 판매부터 시작해서 술집 서빙, 유흥주점 서빙, 불법콜 아르바이트 등 다양한 일을 하였다. 좌충우돌하며 일을 하는 과정에서 사람을 대하는 스킬과 자신의 화를 다스리는 방법, 여러 가지 생활기술 등을 익히게 된다. 힘든 일을 하며 어렵게 돈을 버는 과정에서 돈의 소중함을 알게 되었고 결혼 후에도 가족 부양을 위해 게임장 근무, 생수배달 아르바이트 등 닥치는 대로 일을 하였으며, 아내와 자녀 부양을 위해 억척스럽게 돈을 벌고 모아야 한다는 생각이 컸다.
성격이 OO장사(과일 판매) 시작하면서 성격이 확 그렇게 적응된 거 같아요. (중략) 처음에 하기 전에 되게 쪽팔렸어요. OO들고 17세 나이에 제 생각에 너무 쪽팔렸어요. 그런데 각오했어요. 돈 벌어야 하니까. 하다 보니까 재미있고. (중략) 그걸 몇 달 하니까 살았어요. 형 누나한테 파니까. (중략) 사주시면 안 되느냐 하고 조용히 말했어요. 하다 보니까 모르는 사람한테 ‘형님’ 하게 되고 일단 깎고 먹이고. 그렇게 되니까 적응이 됐어요. 비위 맞춰주는 게. (안○준, 2019)
그때 아기 가져서 2잡 하는데 집 사고 돈 다 날라가서. 돈이 수중에 없어서 다시 모으려고. 밤일 하고 낮일 하고 밤에 알바하고 낮에 알바 하고. 확 그때 오더라고요. (중략) 낮에 카센터에서 타이어 옮기고 타이어 껴주고. 저녁에는 노래방 나와서 서빙하고. (안○준, 2019)
와이프랑 아기가 진짜 고맙고 소중하죠. (중략) 어려워도 버팀목 같은 거, 일해야 되는 이유 같은 게 되니까 (중략) 일단 먹여 살려야 되니까 (안○준, 2021)
고등학교 재학시절부터 아르바이트로 용돈을 벌어온 장○이의 경우도 다양한 일 경험을 하였다. 아르바이트를 하여 모은 돈으로 대학 등록금을 충당하였으며, 용돈을 모아 유럽여행과 일본여행을 다녀오기도 하였다. 대학을 졸업한 뒤 병원 코디네이터로 일하던 장○이의 경우 학교를 중단하고 일을 했던 경험들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었다. 일반적으로 사회에서 인식하는 학교 밖 청소년에 대한 이미지는 부정적이지만, 자신은 다양한 일 경험을 통해 많은 것들을 얻었기에 그것이 자랑거리라고 하였다.
큰 전환점이었던 것 같아요 솔직히. 일반적인 아이들이랑 다르게 나와 있는 상태다 보니까. 그런 애들이 경험하지 못한 걸 전 많이 했잖아요. 그러다 보니 솔직히 저는 별, 저는 자랑거리라고 생각해요. 공부 검정고시도 안 보고 대학도 안 나왔다면 솔직히 지금 양아치 이런 애들? 양아치라고 하기 좀 미안하긴 한데 그런 애들과 별반 다를 게 없다면 그 인생은 별로라고 보거든요. 그런데 지금 난 잘 살고 있으니까 행복하니까 (중략) 솔직히 여행자금도 혼자 벌어 갔었고, 제일 잘했던 건 대학 등록금 벌어서 간 거. 알바 할 거 다 하면서 시험을 잘 봤던 거 이런 느낌. 공부를 했다는 거 (장○이, 2018)
그리고 다양한 일 경험을 통해 사람들을 접하는 과정에서 나름대로의 대응 방식을 익히게 된 점을 학업중단 이후 일 경험을 통해 얻어진 긍정적 측면이라고 언급하고 있다. 이러한 경험들이 축적되면서, 주변 사람들로부터 사회생활을 잘한다는 ‘사회생활 만렙’이라는 평판을 얻게 되었다.
이런 경우에는 이렇게 대처하면 되겠구나, 이렇게 하면 안 되겠구나, 이런 걸 많이 배웠던 것 같아요. (중략) 예를 들면 사람마다 성향이 있으면 조금 나쁜 사람한테는 이렇게 해야 되고 아니면 말하는 게 심한데 보면 은근히 챙겨주는 사람들도 있잖아요. 그런 사람들은 이 사람은 이런 성향이니까 내가 따라 가면 알아서 잘 해 주겠구나 파악을 잘 하게 됐어요. (장○이, 2019)
지금은 그때랑 다르기 때문에 사회생활은 주변인들 평판을 들어보면 사회생활 ‘만렙’이라는 소리를 많이 들어요. 그 정도로 사람들이랑 잘 지내기도 하고 웃으면서 아, 네 이러다가 속으로 ‘미친’이러고 그렇게 넘기는 것 같아요. 지금은 넘길 수 있는 게 생긴 것 같아요. (장○이, 2021)
중학교 1학년 때부터 아르바이트를 시작한 박○혁의 경우도 시간이 날 때마다 일을 하며 생활비를 충당해 왔다. 기초생활수급자 가정이기도 해서 자신은 돈을 벌어야 한다는 인식이 강한 것으로 보였다. 재학 중인 고등학교도 특성화고에서 인문고로 전환을 앞두고 있어서 무의미하게 학업을 지속하느니 빨리 돈을 벌어야겠다는 생각으로 그만두었다.
갈빗집 이런 데서 서빙이나 (중략) 학교를 그만두게 된 계기가 일이 하고 싶었어요. 전부터도 했었고 (중략) 알바보다는 하루 일당으로 하는 거 있잖아요. 인력사무실 (중략) 밭일 같은 거도 하고 비닐하우스 (중략) 계속 했죠 군대 가기 전까지. 군대 갔다 와서도 했어요. (중략) 놀지 않고 계속 하다가 밭 같은 데 많이 다니고 하다 보니까 그 때부터 귤을 떼어 와서 팔았어요. (박○혁, 2018)
제가 중학생 때부터 알바를 해서, 그때부터 생활비는 원래 안 받았었고, 알바를 하면서 제가 벌었었고 핸드폰 요금 같은 경우도 다 제가 했었고, 따로 크게 터치 같은 거는 없었어요. (박○혁, 2021)
(2) 일 경험과 가족의 지원
① 경제적 지원
학교 밖 청소년의 일 경험에서 가장 큰 자원은 가족의 경제적 지원 수준이라 할 수 있다. 학교를 그만두고 자립하는 과정에서 가족의 경제적 지원은 창업이나 주거 마련에 큰 기여를 하고 있었다. 즉, 다른 출발선을 만든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강 ○의 경우, 가족이 운영하는 치킨 체인점을 하나 인수하여 운영하기 시작하였고, 거주지도 부모집을 전세로 임대받아 살고 있었다. 가족 사업을 인수받아 비교적 안정된 삶의 기반을 갖게 된 것이다.
직접적인 경제적 지원은 아니지만, 부모의 사업체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거나, 향후에 부모의 가업을 이어받을 수 있다는 점 등 진로에 대한 안전판을 염두에 두는 경우도 있었다. 강○든의 경우, 양육과정에서 강압적이고 폭력적이라 느껴왔던 아버지와의 갈등으로 가출을 감행하고 학교도 그만두었지만, 궁극적으로는 아버지의 사업체를 물려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가지고 있었다. 그에 따라 아버지 사업체에서 필요로 하는 기술을 배울 수 있는 직업학교와 기술대학을 졸업하였다.
군대 갔다 오고 나서 두 달 정도 진짜 일도 안 하고 놀지도 않고 집에만 틀어박혀 있었는데 그때 생각 드는 게 아버지 쪽으로 내가 배워서 가면 삶이 나쁘진 않겠구나 이런 생각이 들어서 욕심이 생기더라고요. (강○든, 2018).
② 심리 정서적 지원
일부 연구참여자들은 가족으로부터 지속적으로 얻은 심리 정서적 지지에 기반하여 일 경험을 이어가고 있었다. 가족으로부터 경제적 지원을 받지 못하지만, 자신의 원가족에 대하여 자신을 믿어주고 지속적인 정서적 지지를 얻을 수 있는 원천이라 여기고 있었다. 빨리 일을 하여 돈을 벌어야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학교를 그만 둔 박○혁의 경우 몇 년간 일을 하며 부모님의 대출금을 대신 갚아주었으며, 부모와의 관계가 원만하였다. 자신이 하는 일을 묵묵히 믿고 지지해 주는 부모에 대한 신뢰를 보였다.
중학교 시절 경험한 성폭력 피해로 심리적 트라우마와 학교 적응에 어려움을 겪어왔던 서○빈의 경우도 부모가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상담센터를 연계하였으며, 지속적인 지지원의 역할을 하였다. 학교를 그만 둔 후 바리스타 과정을 배우거나 다시 특성화고를 진학했다가 그만 두었을 때도 부모가 정서적으로 지지를 하였으며, 큰 도움이 되었다고 회고한다.
정서적인 게 제일 큰 것 같아요 일단. 그게 제일 커서, 안 좋은 그런 게 생각나서 그럴 때 긍정적인 쪽으로 말해주고 얘기도 잘 들어주시고. 항상 잘 될 거야, 잘 할 수 있어, 넌 정말 대단한 사람이야 이렇게 항상 말해주시거든요. 그래서 정서적인 게 크고, 지금 일을 안 하고 있는데 엄마 아빠는 왜 일을 안 하고 있는지, 어떻게 된 건지 다 아시니까 경제적인 것도 필요하면 말하라고 도와주시고. (서○빈, 2018)
연구참여자들은 부모가 양육과정에서 경제적으로 어렵지만 자식들을 위해 희생하고 있다는 것에 대해 고마움을 느끼고 있었으며, 자신도 그러한 희생에 보답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오○석은 이혼한 어머니가 혼자 형제를 양육하고 있는 상황에서 자신이 취업을 하여 어머니의 부담을 줄여드려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으며, 안○준의 경우도 어려운 여건에서 자식들을 위해 고군분투하던 아버지에게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
(어머니는) 평범한데 뭐 계속 생각하는 게 너무 고생을 많이 하시니까 조금 그렇죠. 제가 좀 더 안정되어 있으면 부담도 줄고 더 도움을 드릴 수 있을 텐데 얼른 취업을 해야겠죠. (오○석, 2021).
(아버지를) 닮아가는 거 같아요. 봐온 게 있어서. 가족한테 손을 한 번도 안 댔어요. 욕은 가끔 하셔도. 아버지 회사에 부도가 났었는데 나중에 아버지가 어린 분한테도 그때는 욕을 뒤지게 먹으면서도 하시는 거 보면 먹여 살리려고. 그런 게 고마웠어요. 그나마 봐온 게 있어서. (안○준, 2019)
(3) 일 경험과 사회적 관계 활용
연구참여자들은 일과 관련된 정보와 구직 기회를 찾는 과정에서 사회적 관계를 활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 비정규적인 아르바이트의 경우 지역사회 지인이나 과거에 지속적으로 알던 지인의 연계로 일을 얻고 있었다. 취업준비과정에서 주변 지인으로부터 취업성공패키지에 대한 정보를 얻거나, 직접적으로 일을 하는 과정에서 지인의 도움을 얻기도 하였으며, 일과 관련하여 보다 유용한 정보를 얻기도 하였다. 사회적 관계를 통한 진로와 구직 정보의 경우 이들이 상호작용하는 인적 네트워크의 범위나 성격이 이들의 구직 경로에 결정적 역할을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면접자: 그럼 취업 패키지는 누가 소개해줬어요?
최○연: 좀 친한 언니인데 남편하고도 아는 그쪽이고, 애기도 똑 같은 나이고. 편한 언니가 있어요. (2018)
면접자: 어떤 경로로 그 직업이 보이기 시작하신 거예요?
안○준: 제가 어른들 위주로 만나다 보니까, 화물차 같은 거 하면 많이 받을 수가 있으니까 운반 같은 거 하면. 그렇게 받을 수 있는 사람이 많으니까 (2018)
(편의점 아르바이트) 17살 때부터 했던 것 같아요. (중략) 여기 사장님이 착하시고 저 15살 때부터 뵌 분이라서 12년 정도 뵌 분이라서 친하게 잘해 주셔서 편안하게 잘하고 있어요. (강○든, 2022)
배달일은 인천 쪽에 아는 지인 친구가 배달일을 하면 그냥 다른 사람들이랑 맞부딪히는 일이 그런 상황이 별로 없고 자기가 혼자 배달을 다니는 거기 때문에 살짝 자유로운 심리 상태도...사무직보다는 억압된 분위기가 적고 그리고 자기 혼자 배달을 묵묵히 잘 하면 누가 뭐라 할 사람이 없기 때문에 (중략) 어쨌든 친구 지인 소개로 저한테 잘 맞을 것 같기도 하고 시작하게 됐습니다. (박○원, 2022)
주변에서 말을 하더라고요 직업훈련학교 가서 기술을 배우라고, 한번 알아보라고. 그래서 알아보니까 P기술대학이 있어서 (박○혁, 2018)
(4) 구직과정에서 활용한 제도적 지원
① 고용노동부의 직업훈련 제도
학교 밖 청소년들 중 일부는 고용노동부 사업을 통해 직업 훈련을 받고 취업을 하였다. 기술과정을 배우기 위해 P기술대학의 전문기술과정에 입학하여 기술을 배우고 취업으로 연계된 사례도 있었다. 박○혁의 경우도 학교 중단 이후 다양한 일을 하는 과정에서 지인의 소개로 직업훈련학교 과정에 대해 알게 되었고 전기 기술을 익혔다. 그리고 취업을 하여 일을 하는 과정에서도 보다 고급 기술을 익히기 위하여 국비 지원 사업을 알아보고 이용하고 있었다.
그런데 지금도 솔직히 잘 몰라서 그렇지 찾으면 엄청 많거든요. 국비로 지원 받을 수 있는 것도 많고, 그리고 또 지금 보면 국비카드가 나오잖아요. HRD에서 카드를 발급 받을 수 있는데, 거기서는 자기가 배워 보고 싶은 거를 국비카드로 배울 수 있는 식으로 되어 있어서, 그게 충분히 지금도 많이 있는 것 같기는 해요. 지원 받을 수 있는 게 (박○혁, 2021)
서○빈의 경우 인문계 고등학교 자퇴 후 바리스타 자격을 가지고 카페 일을 하다 다시 특성화고로 갔지만 학교를 그만 둔 뒤 내일배움카드를 활용하여 직업적성검사를 받고 세무관련 업무를 배우고 자격을 취득하였다. 세무관련 자격증을 통하여 세무사 사무소에서 지속적으로 경력을 쌓았으며, 인지도 있는 회사로 이직한 경험도 있다.
제 목표가 검정고시였는데 그것까지만 생각을 했었거든요 그 이후로는 아무 생각도 없이. 그런데 막상 붙고 나니까 할 게 없잖아요. 매일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고 이렇게 하다가 내일배움카드를 누가 알려줘서 적성검사 이런 거 하잖아요. (서○빈, 2018).
그때 카페 알바도 했었고, 초밥집 알바도 했었고, 그러다가 고용센터의 직업훈련 있잖아요. 거기에서 설문조사 같은 거 해 보고 이것저것 다 잘 하실만한 사람이다. 제일 하고 싶은 거 하세요. 이렇게 말을 하니까 저도 잘 모르잖아요. 그러면 여자가 제일 무난하게 할 수 있는 일이 뭐냐고 하니까, 세무, 회계죠. 이렇게 해서 이쪽 학원 다니고 자격증 따서 일을 시작한 거거든요. (중략) (학원비 국비 지원) 그거는 많이 도움이 된 것 같아요. (서○빈, 2021)
② 취업성공패키지
취업성공패키지 프로그램은 유형에 따라 학업중단 청소년들을 위한 지원 사업으로 활용되고 있다. 해당 사업은 유형I에 해당되며 주로 만 18세부터 64세 이하의 생계급여수급자, 차차상위 이하 저소득층 구직자를 대상으로 하지만, 학교 밖 청소년, 가출이나 폭력, 학대 피해 등 위기에 노출된 청소년들은 만 15세부터 24세도 참여가 가능하다(윤철경 외, 2016). 성○연의 경우 대학에서 사회복지를 전공하였지만, 4학년 재학 중에 취업성공패키지를 활용하여 전산회계 관련 자격증을 취득하고 이 분야로 취업을 하였다. 재학 중 근로 장학생으로 회계 업무를 담당했었는데 이 분야에서 일을 잘 한다는 칭찬을 받으며, 흥미를 느끼게 되었다. 그 후 전공보다는 세무회계 관련 분야로 진로를 추진하게 된 것이다.
중간에 근로장학생으로 일을 했을 때 거기가 출판업이었는데 제가 거기서 실장님 밑에서 일을 하게 됐는데 하게 된 일이 회계 쪽이었어요. 근데 그게 너무 재미있고 주변 사람들도 너무 잘한다고 이쪽으로 취업하라고 말을 정도였으니까 뭔가 거기서 바로 취업하는 것 보다 거기서 바로 취업을 하면 제 전문성이 없을 것 같아서 이걸 공부하자고 이것과 관련된 걸 갖추자고 바로 자격증을 한 거죠. (성○연, 2019)
면접자: 그때 그런 선택을 한 게 만족스러우세요? 지금도?
성○연: 네, 너무 만족스러워요. 세무회계로 전공을 제가 따로 공부를 하고 아예 이쪽으로 전공이랑 다르게 직장을 옮기게 된 거에 대해서는 전혀 후회가 없이 너무 만족스러워요. (2021)
대학에서 아동복지를 전공한 안○린의 경우도 취업준비 과정에서 자격증 취득을 위해 취업성공패키지 과정을 이용한 사례이다. 궁극적으로 자격증 취득이 관련된 취업으로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취업과 관련하여 준비가 필요하다는 생각, 대학 졸업 후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가족의 시선 등으로 자격증 취득 공부를 하게 되었다.
전 아동복지학과 졸업했는데, 복지로 갈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복지관에 사람 상대하는 업무가 있고 행정적인 업무가 있잖아요. 전 사람 상대하는 업무 말고 행정적인 업무를 하고 싶은데 그럼 보통 회계업무를 많이 뽑길래 그거 중심으로 해야겠다 해서 준비하게 됐고, 많이 찾아보니까 국비지원 이런 거 떠가지고 취업성공패키지 통해서 하게 됐어요. (안○린, 2018)
③ 취업사관학교
학업중단 청소년들을 위한 고용노동부의 위탁 교육 사업인 취업사관학교를 이용하여 직업훈련을 받고 취업으로 이어진 경우도 있었다. 기숙사 생활을 하며 소정의 지원금도 지급받을 수 있는 취업사관학교인 D직업학교에서 기술교육을 받고 P기술대학으로 연계하여 진학한 사례도 있으며, 취업으로 연결된 사례도 있었다. 박○원의 경우 초등학교 재학시 학교폭력 피해 경험, 틱장애 등 심리정서적 어려움이 이어져 중학교를 졸업하고 일반고에 진학하지 않고 방송통신고에 진학하였고, 고등학교 1학년 시절 직업학교를 병행하였다. 안○하의 경우도 초등학교를 중단한 상황에서 방황이 이어지고 있었고, 어머니의 권유로 직업학교 생활을 시작하게 된다. 뚜렷한 목적 없이 학교생활을 시작하였지만, 결과적으로 이 학교를 통해 검정고시와 취업까지 이어져서 자신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전환점이 된 시기라고 평가하고 있었다.
제가 고등학교 1학년 때 병행학습을 했어요. 방송통신고등학교랑 D직업전문학교라는 데를 갔거든요. (중략) 거기서 기계 자격증을 하나 땄어요. 기계 조립 기능사라는 자격증을 따고 나서부터 기계가 너무 좋아져서 관심도 많아지고, 찾다 보니까 P기술대학이 있었고. 그래서 대학에 들어가서 컴퓨터 응용 밀링 기능사랑 컴퓨터 응용 선반 기능사라는 자격증을 실기까지 붙어놓은 상태라서, 그래서 공부를 더 재미있게 할 수 있는 계기가 된 것 같아요. (박○원, 2018)
처음에는 직업학교에, 학교도 안 가고 말썽을 피우니까 거기로 어머니가 보내줘 가지고. 직업학교가 취업하기 위해서 있는 학교잖아요 기술 알려주고. 거기로 보내준 건데 괜찮더라고요. 그래서 지금까지 쭉 온 거고요. 특히 기술 배워서 뭘 하겠다라는 그런 것도 없었고 그냥 일단 가서 생활해 보고 괜찮으면 있어봐라 했는데 괜찮더라고요. (안○하, 2018)
V. 결론 및 제언
본 연구는 학교 밖 청소년들이 학교를 중단한 이후 성인기 진입 과정에서 삶의 궤적이 어떠했는지를 보다 장기적 차원에서 살펴보고자 하였다. 이를 위해 2013년에 학교 밖 청소년으로 설문조사에 참여하였고, 2018년부터 2022년까지 심층 면접에 참여해 온 20대 중후반 참가자들의 진로궤적에 대해 살펴보았다. 특히, 성인기 자립과정의 중요한 배경으로 작용하는 학력 취득과 일 경험을 중심으로 어떠한 변화과정을 거쳐왔는지에 대해 초점을 두었다. 학교 밖 청소년의 진학과 취업 과정에 대한 많은 선행연구들이 있지만(김가영, 이경양, 전하람, 2023; 명소연, 조진옥, 2016; 유진이, 신효민 2018; 홍지선, 2020 등), 대부분 단년도 자료를 활용한 횡단분석이라는 점에서, 본 연구는 수년간 연구참여자들을 추적하여 이들의 생애과정과 삶의 궤적을 풍부한 질적 자료를 통해 살펴볼 수 있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이에 주요 결과와 관련 논의를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연구참여자들은 학교 중단 이후 시점인 2013년에 각각 직업형, 무업형, 학업형 등으로 범주화되어 다른 진로 유형을 보였으나, 10여년의 시간적 흐름 속에 초반의 진로 유형은 변화를 보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초기에 범주화된 유형과는 달리 생애 궤적에서 전환점이 되는 사건이나 요인들의 상호작용 과정에서 진로목표를 새롭게 설정하는 사례들이 등장하고 있었으며, 그 과정에서 경제적, 정서적, 정보적 지원 개입 정도에 따라 자립 기반 마련 방식에도 차이를 보임을 알 수 있었다. 즉, 질적 종단자료 분석을 통해 연구참여자들의 당초 확고한 진로의식의 유무, 자격증 취득 의지와 그 결과, 가족과 친족의 지원 유무, 정부의 지원정책 프로그램에의 적극적 참여 여부가 결과적으로 현재 성인기의 삶에 어떠한 결과(outcomes)를 가져왔는지를 보다 분명히 확인할 수 있었다. 아울러 20대 후반에 접어드는 참가자들은 결혼을 하여 자신의 가족을 이루고 가장으로서의 책임과 역할이 진로궤적 변화에 작용하고 있는 사례들도 있었다.
학력 취득과 관련해서는 2013년 진로유형과 상관없이 1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고등학교 졸업 학력을 취득하였다. 일부는 학사학위나 2년제 대학 학위를 취득하였고, 1명은 대학원 과정에 재학하고 있었다. 학교를 그만 둔 단기적 시점에서는 명확한 목표를 설정하지 못한 무업형의 경우도 일정 시간을 보낸 뒤 고등학교 졸업 자격을 취득하고, 진로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 모색을 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우연한 계기에 관심분야를 찾고 관련 분야를 공부하기 위해 대학에 진학한 경우도 있었다. 또한 학교 중단 이후 1년 이내에 고등학교 졸업 학력을 취득한 학업형으로 범주화된 청소년들의 경우도 학력 취득 후 다양한 아르바이트를 하며 돈을 모으거나, 대학에 진학하고도 장기간 휴학을 하며 아르바이트를 이어가는 경우도 있었다. 직업형의 경우 다양한 아르바이트 경험을 이어가는 과정에서 직업훈련과정 등 제도적 지원을 활용하는 경우 자격증 취득 등을 통해 보다 안정적 취업을 하는 경우도 있었고, 학업을 위해 대학에 진학하는 경우도 있었다. 이러한 장기적 차원의 진로 궤적 변화는 단기적 차원에서 유형별 주요 변화가 적음을 제시하였던 연구결과(윤철경 외, 2015; 성윤숙, 2016)와는 다르다는 점에서 시사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학력 취득과 일 경험에 대한 사례들간의 분석을 살펴보자면 다음과 같다. 먼저 고졸 학력 취득 배경으로는 학교 중단 이후 고등학교 졸업 학력을 취득해야 한다는 가족과의 약속 이행을 위해 검정고시를 통한 졸업 자격 취득 사례들이 있었다. 기존 연구들에서도 학업중단 결정과정에서 부모들은 반대 입장을 보이며, 자녀들과 갈등과 대립을 하는 사례들을 보고하고 있듯이(윤철경, 2017; 이경은, 2021), 본 연구참여자들의 경우도 부모의 학업중단 반대에 대응하는 전략으로 고졸 학력 취득을 선택하였다. 그리고 개인적 진로 모색 과정에서 자격증 취득을 위한 전제 조건이나, 관심 분야에 대한 학업 필요성으로 고등학교에 다시 다니게 되는 경우도 있었다. 한편, 개인적 여건으로 일반 고등학교보다는 방송통신고 진학을 통한 고졸 학력을 취득을 모색하기도 하였으며, 고졸 학력 취득에 대한 배경으로 사회가 가지고 있는 학력에 대한 기대 수준은 적어도‘고졸’이라는 인식을 반영하여 고졸 학력을 취득하고자 하였다.
진로 유형에 상관없이 고졸 학력을 넘어서 대학 학력을 취득하기도 하였다. 대학 학력 취득의 배경으로는 학교를 그만 둔 청소년들에 대한 사회적 편견에 대한 대응, 자신의 학교 중단 이력에 대한 만회 노력, 가족 등 주변에서 대학 졸업까지는 마쳐야 한다는 기대에 부응, 자신의 관심 분야에 대한 공부 등을 들 수 있었다. 학교 밖 청소년의 대학 진학 배경으로 기존 연구에서 제시한 내용은 주로 사회의 차별과 편견 극복이라고 보고하고 있으나(김가영 외, 2023), 본 연구에서는 그 외에도 향후 취업과 관심 분야 진로 모색을 위한 대학 학력 취득을 모색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일 경험의 주요 내용을 살펴보자면, 학교 중단 청소년들은 학교를 그만 둔 후 공통적으로 아르바이트 경험을 하고 있었다. 일부 청소년들은 학교에 재학 중일 때부터 아르바이트 경험이 있었고, 학교를 그만 둔 뒤에는 본격적으로 다양한 아르바이트 등 일 경험을 하였다. 다양한 일 경험을 통해 모아진 수입은 당장 필요한 생계유지 뿐 아니라, 대학 학비, 여행 경비 자금으로 사용되기도 하였다. 그리고 다양한 일 경험을 통해 경제적 자립 뿐 아니라 청소년들은 사회생활에서 필요한 인내심, 사회관계 기술 등을 익히기도 하였다.
가족적 배경은 학교 밖 청소년의 학업중단뿐 아니라, 일 경험에도 여러 차원으로 관련이 되고 있었다. 가족으로부터 적절한 지원이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 자립에 대한 부담이 더 크게 자리잡아 학업 지속보다는 빨리 돈을 벌어야 한다는 압박감을 감당해야 했다. 한편, 가족 경제적 지원이 가능한 경우에는 자립 과정이 훨씬 빠르게 이행되었다. 부모로부터 창업과 주거 지원을 받은 경우 20대 중반에 이미 안정된 삶을 꾸리게 된 사례도 있었다. 한편, 경제적 지원 여력이 충분하지 않더라도 가족의 심리 정서적 지지는 학교 밖 청소년들의 자립 과정에서 기여를 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가족의 긍정적 지지와 신뢰가 주어진다면 기존 연구들에서도 제시되었듯이(이재희, 이경상, 2018; 조선경, 2017), 학교 밖 청소년들이 비교적 안정적인 자립과정을 거치는 것으로 보고되었다.
다음으로 학교 밖 청소년들의 진로궤적에서 취업을 위한 중요한 제도적 지원은 고용노동부에서 제공하는 사업들이 주를 이루었다. 고용노동부의 국비 지원 직업훈련학교, 내일배움카드를 활용한 자격증 취득, 취업성공패키지, 취업사관학교 등을 통해 직업훈련을 받고 취업으로 이어진 사례들이 있었다. 심지어는 대학을 졸업하고 관련 전공으로 취업하지 않고, 취업성공패키지에서 취득한 자격증을 활용하여 취업한 사례도 있었다. 현 시점에서 이들의 자립 과정에서 이러한 제도가 의미 있게 활용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이들의 진로궤적을 살펴보고 학교 밖 청소년의 종단적 삶의 유형을 몇 가지로 유형화하여 설명하기는 어려움이 있다. 학교 중단이라는 생애 사건도 참가자에 따라 매우 부정적인 정서로 남아있기도 하지만, 또 다양한 삶의 경험 중 하나일 뿐이라는 인식도 있었다. 이러한 인식 차이의 스펙트럼은 개별 참가자가 처한 상황이나 진로 욕구, 개인적 성향 등 다양한 요인들의 상호작용으로 설명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들의 경험을 통하여 성인기 이행 과정에서 지원이 이루어져야 하는 제도와 정책은 무엇인지 시사점을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학교 중단 지원 관련 단기적 정책으로는 학교 중단이라는 결정 이전 그리고 이후에 다양한 안내와 연계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이들이 학업을 그만두는 시점에서는 학업중단숙려제가 본격화되기 이전이므로 시범 운영되거나 적용되지 않았던 사례가 대부분이었다. 이들은 학업중단 숙려기간에 보다 다양한 안내와 진로 연계, 학교 밖에서 이용할 수 있는 지원 제도에 대한 안내 등이 이루어졌다면 방황하는 시간이 줄었을 수 있다고 말한다. 현재, 학업중단숙려제가 운영되고 있지만, 형식적 운영으로 그치지 않기 위해서는 보다 세심한 안내와 개별 맞춤형 지원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보다 다양한 선택지, 지원 창구, 이용 가능한 지역사회 자원 등에 대한 촘촘한 정보 제공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둘째, 학교 중단 직후 및 단기적 차원에서의 지원방안으로 지역사회 청소년기관의 역할 및 접근성 강화도 중요하다. 일부 참가자들 중 지역사회의 청소년시설 프로그램을 이용하던 청소년들은 학업을 중단한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관련된 지원제도를 이용하거나 다양한 활동 기회를 찾아 참여하고 있었다. 학교를 그만둔 청소년들은 관계 형성 기회가 줄어들고, 관심 분야 활동에 참여할 기회도 드물기 때문에 성인기 이행과정에서 요구되는 사회성 및 문화 자본 형성에도 어려움을 겪을 우려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지역사회 청소년시설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고, 다양한 청소년활동에 대한 홍보와 참여 기회 등을 확산시킴으로써 학교에 재학 여부와 상관없이 이용할 수 있는 여건 개선이 필요하다.
셋째, 학교 중단 이후 단기 및 중장기적 지원방안으로 진로 및 취업 지원이 보다 확대되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국비 지원 직업 훈련 및 취업 준비 기회를 보다 유연하게 적용할 필요가 있다. 참여 청소년들은 국비 직업훈련과정과 취업사관학교, 취업성공패키지 등을 통해 자격증을 취득하고 취업한 것에 대해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었다. 하지만, 일부 참가자들의 경우 지원 조건의 제약을 좀 더 유연화할 필요가 있음을 제안하고 있다. 또한 이러한 직업 훈련과정과 취업 지원에 대한 정보 제공 채널이 보다 확산되어야 할 것이다. 참가자들은 아르바이트를 하던 중 주변에서 우연히 듣거나 개인적으로 어렵게 검색을 하여 관련된 정보를 찾고 있었다. 성인기 자립과정에서 경제적 독립은 무엇보다 중요하며, 이 과정에서 직업훈련과 취업연계가 무엇보다 중요한 개입임을 알 수 있으므로, 이에 대한 정보가 보다 원활히 제공되고 확산 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모색해야 할 것이다.
넷째, 개별 청소년의 건강한 성인기 이행을 위한 보다 중장기적이고 복합적 지원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학업중단이라는 개별 사건은 단지 독립적인 사건이라기보다는 개별 청소년이 처한 가족 차원의 문제, 성장과정에서 경험하는 심리 정서적 문제, 학교에서 누적되는 어려움 등 여러 차원의 문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가운데 발생하는 사건 중 하나이다. 그에 따라 학교 밖 청소년을 위한 지원이 보다 복합적인 방향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가족의 구조와 기능상의 문제, 개별 청소년의 건강한 심신 발달을 위해 지속적으로 치료와 돌봄이 주어져야 하는 상황, 또래관계에서 발생하는 문제 등 다양한 차원에서 얽힌 문제들 속에서 학교 중단이라는 사건이 나타남을 알 수 있었다. 기존 연구들에서도 학교 중단 이후 심리적 불안, 진로 준비 등 혼자 감당해야 하는 과정에서 꿈드림 등 지역사회 서비스 지원이 큰 지지체계가 되고 있음을 보인 바 있다(김나영, 김광병, 2023; 김민선, 2022; 홍지선, 2020). 그에 따라, 위기 취약 청소년을 위한 종합지원을 병행하는 방식으로 지원 서비스가 강화되어야 할 것이다.
다섯째, 또 다른 차원의 중장기 정책으로는 학업중단자들에 대한 사회 전반의 인식 개선 사업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학업중단 청소년들의 진로포부가 학교중퇴라는 사건 때문에 지속적으로 약화되는 사례들이 있었다. 물론, 청소년기에 진로탐색과 진로 수정이 특별한 사례는 아니지만, 학업중단이라는 생애 사건으로 진로 가능성이 무력화되는 현실은 개선될 필요가 있다. 2018년에는 대기업반도체 공장 취업을 꿈꾸었지만, 2021년에는 휴대폰 대리점에서 근무하다 2022년에는 배달 아르바이트를 하는 사례도 있었으며, 간호사 혹은 경영학도를 꿈꾸다 잠정적으로 포기한 사례도 있었다. 취업하기 위해 이력서를 제출할 때마다 고등학교 이력을 묻는지를 살피며 위축되는 사례도 있었다. 인식 개선이 단시간에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학업중단 청소년들의 성공적인 진로 사례들에 대한 홍보 등을 통해 인식 변화를 시도할 필요가 있다. 사회적 낙인의 문제를 개인이 극복해 나가는 과정에서 스스로 열등하다는 이미지를 내면화할 소지가 크다(김민정, 김순석, 2014; 조수민, 안은미, 정익중, 2020). 그렇기에 이를 개선하기 위한 전 방위적 홍보 노력이 확대되어야 할 것이다.
여섯째, 학교 밖 청소년으로 성장한 성인들의 멘토링 활동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 지속적으로 학교 밖 청소년 패널조사 인터뷰에 참가한 청소년들은 주기적으로 이루어지는 면접에 대해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었다. 자신의 경험에 대해 매해 관심을 갖고 이야기를 들어주는 누군가가 있다는 것에 대해 색다른 경험이라고 생각하고 있으며, 자신의 삶의 돌아보는 계기가 된다고 하였다. 이 과정에서 자신도 또한 비슷한 처지에 있는 후배들을 위한 멘토가 되어줄 수 있다고 말하기도 하였다. 학교를 그만두고 특별히 자신에게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을 찾아보기 힘든 가운데, ‘의미있는 타자’인 누군가가 학교 밖 청소년들에게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준다면, 삶에 대한 성찰과 진로에 대한 고민을 함께 나눌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였다. 즉, 학업중단 후기 청소년 멘토단을 구성하여 매칭 사업을 하고, 정기적인 연례행사 등 의미있는 활동을 통해 학교 밖 청소년들을 위한 길잡이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끝으로 본 연구의 한계 및 향후 후속 연구를 위한 제언을 하면 다음과 같다. 본 연구는 총 4개 년도에 걸친 방대한 인터뷰 자료 중 연구 주제와 관련된 일부만을 분석에 활용하였기에 보다 풍부한 삶의 궤적에 대한 맥락을 충분히 살리지 못하였다는 한계가 있다. 또한, 연구참여자들은 학교를 그만 둔 후 세 가지 진로 유형으로 분류되어 있지만, 이러한 유형은 연구참여자들이 양적 패널조사에 참여하면서 설정된 것으로 그 이후에는 명료하게 상호 배타적인 특징을 갖는다고 단정 지을 수는 없다는 점도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들이 학교를 그만 둔 시기는 학교 밖 청소년 지원에 관한 법률 제정 이전이며, 학업중단숙려제가 본격적으로 적용되지 않고 있던 시기이므로, 이들의 삶의 궤적 이해에 대한 기본 시대적 배경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그에 따라 학업중단 예방이나 학교 밖 청소년 지원 제도가 정비된 시점 이후에 학교를 떠난 청소년들과의 삶의 궤적에 대한 비교연구가 수행될 필요가 있다. 그리고 근래에는 보다 다양화되는 개인적 욕구에 따라 학교를 떠나거나 진학하지 않는 청소년들도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므로 이들에 대한 실태조사 및 심층 연구도 수행될 필요가 있다.
Acknowledgments
이 연구는 2022년도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의 연구과제인 ‘학교 밖 청소년 지역사회 지원방안 연구Ⅴ: 질적 패널조사를 중심으로’의 일환으로 수행된 질적 종단자료 분석 내용 일부를 발췌·보완하여 논문 형식으로 작성하였음.
Not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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