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의 디지털미디어 사용과 심리적 적응의 관계에서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과 부모중재의 조절효과
초록
본 연구는 청소년의 디지털미디어 사용이 청소년의 심리적 적응에 해당되는 생활만족도와 공격성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고, 이 관계에서 학교의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 경험과 부모의 미디어 중재가 유의미한 조절효과를 나타내는지 검증하는데 목적이 있다. 이를 위해 2020년 전국 초등학교 4-6학년에 재학 중인 청소년과 학부모를 대상으로 실시한 ‘청소년 미디어 이용 실태조사’의 데이터 중 학생과 보호자가 모두 응답한 2,454명의 자료를 분석에 적용하였다. 분석 결과, 첫째, 청소년의 디지털미디어 사용은 청소년의 생활만족도에 부적 영향을 미쳤으며, 공격성에는 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둘째, 청소년의 디지털미디어 사용이 생활만족도에 미치는 부적 영향과 공격성에 미치는 정적 영향은 디지털 리터러시 학교교육 경험에 의해 완충되었다. 셋째, 청소년의 디지털미디어 사용과 심리적 적응 관계에서 부모의 미디어 중재는 본 연구에서 유의한 조절효과를 나타내지 못하였다. 본 연구의 이러한 결과를 바탕으로 청소년의 디지털미디어 사용에 있어서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의 필요성에 관한 정책적·실천적 함의를 제시하였다.
Abstract
The present study examines the influence of adolescents' digital media usage on their psychological adaptation, specifically regarding life satisfaction and aggression. Additionally, the study examines whether the digital literacy education experience at school and parental media mediation have significant moderating effects on this relationship. To achieve this objective, data from the "Adolescent Media Use Survey" conducted in 2020 targeting adolescents in grades 4-6 of elementary schools nationwide, along with their parents, were analyzed. The dataset included responses from 2,454 pairs of students and guardians. The analysis revealed several key findings. First, adolescents' digital media usage negatively influenced their life satisfaction and positively influenced their aggression. Second, the adverse effects of digital media usage on life satisfaction and aggression were mitigated by the presence of digital literacy education experiences in school. Third, parental media mediation did not demonstrate a significant moderating effect on the relationship between adolescents' digital media usage and psychological adaptation. Based on these results, this study provides policy and practical implications regarding the necessity of digital media usage and digital literacy education for adolescents.
Keywords:
adolescents' digital media usage, digital literacy, parental mediation, life satisfaction, aggression키워드:
청소년 디지털미디어 사용, 디지털 리터러시, 부모의 미디어 중재, 생활만족도, 공격성Ⅰ. 서 론
정보통신기술의 비약적 발전과 더불어 코로나19로 인한 팬데믹 사태는 사회경제적으로 디지털 시대로의 전환을 가속화시켰다. 본격적인 디지털 시대의 도래는 청소년을 둘러싼 환경에도 큰 영향을 미쳤는데, 가정과 학교 환경에서 디지털미디어의 보급과 활용이 크게 확대되었을 뿐만 아니라, 교육, 여가, 대인관계 등 청소년의 전반적 활동에서 디지털미디어는 중요한 매체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몇 년간 아동과 청소년의 디지털미디어 사용 시간과 용도는 점차 증가하고 있다. 2018년에 정보통신정책연구원에서 실시한 조사자료에 의하면, 국내 초등학생의 스마트폰 보유율은 90%에 육박하고, 2015년 대비 초등학생의 스마트폰 이용 시간은 73%나 증가했다고 보고된다(김윤화, 2019). 이는 코로나 사태 이후 가속화되고 있는데, 2023년 여성가족부 청소년 통계에 따르면, 십대 청소년의 인터넷 주 평균 이용 시간은 2018년 17.8시간 대비 2023년 24.3시간으로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여성가족부 보도자료, 2023).
이와같이 디지털 세대로 불리는 오늘날의 청소년은 일상에서 다양한 디지털미디어와 상호작용하고 있다. 디지털미디어는 정보 접근성 및 학습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뿐만 아니라 청소년의 소통과 네트워크 확장 측면에서도 많은 이점을 가지고 있다. 반면에 청소년의 디지털미디어에 대한 과다 사용과 의존 현상에 대한 우려 또한 적지 않다. 디지털미디어에 대한 과도한 노출은 정상적인 학업 활동을 방해할 뿐만 아니라 가치관의 혼란, 자기통제력 상실, 대인관계 및 정신건강 문제 등 다양한 심리·정서적 발달 문제를 유발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김진영, 2021; 오대영, 이정기; 2014; 최혜민, 2020; Barry et al., 2017; McCrae, Gettings, & Purssell, 2017). 따라서 지금까지의 연구들은 주로 아동과 청소년에 대한 디지털미디어 사용에 따른 부정적 영향에 주목하면서 그 해결책도 인터넷과 스마트폰을 비롯한 다양한 디지털미디어의 사용 제한에 목적을 두고 부모의 적절한 감독 및 국가적 차원에서의 접근 제한 정책을 강조하는 데 초점을 두어 왔다(이환수, 2015).
그러나 급변하는 정보통신과 디지털미디어 환경에 게임이나 인터넷, 스마트폰과 같은 특정 미디어의 사용을 억제하고 차단하는 방법이 과연 얼마나 실효성 있는지는 의문시된다. 특히 오늘날과 같이 다양한 미디어 매체 간의 높은 대체성은 특정 미디어의 차단이 큰 의미가 없음을 보여준다. 텔레비전이나 영화는 인터넷을 통해 시청이 가능하고, 컴퓨터를 통해 할 수 있었던 인터넷 접속은 스마트폰으로 언제 어디서든지 접속할 수 있어서 개별 미디어에 대한 통제는 한계에 다다랐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이환수, 2015).
또한 개인과 가정에서의 높은 미디어 보급률과 활용은 더 이상 국가적 차원에서의 통제를 무색하게 하였다. 이는 「청소년보호법」에 근거하여 청소년을 유해환경 및 유해매체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도입되었던 셧다운제가 지난 10년 동안 명맥을 유지하다가 2022년 결국 폐지의 수순을 밟게 된 배경과도 무관하지 않다. 인터넷게임 셧다운제의 폐지로 결국 청소년의 디지털미디어에 대한 통제권과 책임은 온전히 부모에게로 넘겨지게 되었다. 실제로 많은 연구는 부모의 통제 및 중재 방식이 청소년의 인터넷이나 스마트폰과 같은 특정 디지털미디어의 과다 사용으로 인한 부작용에서 중요한 보호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보고하고 있다(안정임, 서윤경, 김성미, 2013; 염정윤 외, 2016; Helsper & Smahel, 2020). 그러나 디지털미디어의 융합시대(이환수, 2015)에 특정 미디어 사용에 대한 부모의 통제가 현실적으로 가능하며 이것이 과연 실질적인 보호 요인으로 작용하는지에 대해서는 면밀한 검증이 필요하다. 전술한 바와 같이 오늘날 청소년들은 게임, 스마트폰, 유튜브 등 다양한 디지털미디어를 중복해서 사용하고 있으며, 특정 미디어에 대한 통제는 다른 미디어의 사용을 가중시킬수 있는 환경에 있다. 따라서 이처럼 변화된 디지털미디어 환경을 반영한 연구가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이러한 전체 디지털미디어의 사용이 청소년의 심리적 적응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부모의 통제와 중재가 여전히 유의미한 보호 요인으로 작용하는지에 관해서 통합적으로 살펴본 연구는 아직까지 미흡하다.
청소년의 디지털미디어의 사용을 최대한 통제하려는 전통적인 입장과 더불어 아이러니하게도 또 한편에서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미래 사회가 요구하는 핵심적인 역량으로 디지털미디어를 잘 활용할 수 있는 디지털 리터러시 역량을 중요하게 강조하고 있다. 디지털 리터러시는 오늘날의 디지털 사회에서 디지털 시민으로 살아가기 위해 필수적인 생존 기술로 여겨지고 있다(Eshet, 2004). 최근 정책적으로도 디지털 전환 시대에 적극적이고 유연하게 대응하기 위한 일환으로 교육부에서는 학교에서 디지털 기초 소양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교육혁신을 추진하고 있다(이현숙 외, 2022). 교육부에서 정의하는 디지털 소양은 ‘디지털 지식과 기술에 대한 이해와 윤리의식을 바탕으로 정보를 수집, 분석하고 비판적으로 이해, 평가하여 새로운 정보와 지식을 생산, 활용하는 능력’을 말한다(교육부 보도자료, 2023). 따라서 디지털 리터러시는 단순히 디지털 기술의 이해와 활용을 넘어, 안전하고 책임감있는 디지털미디어의 사용과 의사소통 및 협업 등의 시민의식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청소년의 디지털미디어 사용으로 인한 부정적 영향을 완충해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처럼 디지털 리터러시에 대한 중요성이 인식되면서 최근 들어 관련 연구들이 나오고 있는데, 지금까지는 연령별, 계층별 디지털 리터러시 수준의 차이를 측정한 연구(안정임, 2013; 이현숙 외, 2022; 정부만, 민성준, 남길수, 2020)와 디지털 리터러시 능력을 정보격차적 관점에서 본 연구(오주현, 2017) 등이 주를 이루어 있으며,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이 청소년의 심리적 적응에 미치는 영향을 검증한 국내 연구는 미흡하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청소년의 디지털미디어 사용이 심리적 적응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고, 이 관계에서 선행연구에서 유의미하게 검증된 부모의 중재가 여전히 보호 요인으로 작용하는지에 대해 살펴볼 것이다. 또한 최근에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는 학교에서의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의 영향력에 대해서도 검증하고자 한다. 지금까지 청소년의 디지털미디어 사용과 심리적 적응의 관계에서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과 부모 중재의 조절효과를 비교 검증한 연구는 없었으며, 이를 통해 오늘날 급변하는 디지털미디어 환경에 적합한 실효성 있는 실천적, 정책적 제안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Ⅱ. 이론적 배경
1. 청소년의 디지털미디어 사용과 심리적 적응의 관계
정보통신기술(ICT)의 융합으로 특징지어지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살고 있는 오늘날의 청소년은 소위 ‘디지털 세대’로 어릴 적부터 다양한 디지털 환경에 노출되어 성장해왔다. 더욱이 코로나 범유행으로 인해 디지털미디어는 청소년의 교육환경에까지 깊숙이 영향을 미치면서 일상 속에서 디지털미디어의 평균 이용 시간은 크게 증가하였다. 이처럼 청소년의 디지털미디어 이용 시간이 늘어나면서 이로 인한 부정적 영향에 대한 우려 또한 적지 않다. 2023년 여성가족부의 청소년 통계 발표 자료에 따르면, 청소년(10~19세) 10명 중 4명은 스마트폰 과의존 위험군으로 이는 전년 대비 3.1% 증가한 수치이다(여성가족부 보도자료, 2023). 특히 초등학생의 스마트폰 과의존이 38%를 차지하고 있어서, 디지털미디어의 과다 사용 문제가 점점 더 저연령화되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서론에서도 밝힌 바와 같이 청소년의 인터넷 주 평균 이용 시간은 햇수를 거듭할수록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인데, 조사 청소년의 98%가 유튜브를 비롯한 영상 시청을 위해 인터넷을 활용하고 있으며, 그 밖에 메신저가 97%, 게임이 94%를 차지하고 있어 청소년들이 다양한 디지털콘텐츠를 중복적으로 사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여성가족부 보도자료, 2023).
배상률(2014)은 청소년들에게 디지털미디어는 오늘날 새로운 사회적 자본(social capital)을 형성하고 발전시키기 위한 중요한 도구임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의 시각은 모순적임을 지적하고 있다. 즉, 청소년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우려하면서도 디지털미디어의 활용으로 인한 발전과 성장에 대한 기대감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결국은 디지털미디어의 사용 자체가 문제라기보다는 청소년이라는 특성과 더불어 디지털미디어가 가지고 있는 몰입과 중독의 특성이 결합하면서 부정적 영향을 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가 지배적인 것으로 보인다. 컴퓨터라는 미디어가 대중화되기 시작한 1990년 초반에 Ghani와 Deshpande(1994)는 인간과 컴퓨터 사이의 상호작용을 설명하는 핵심 요인은 몰입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이는 단순히 미디어 자체가 가지고 있는 속성이라기보다는 디지털미디어를 통해 구현할 수 있는 다양한 디지털콘텐츠의 영향이 적지 않다. 오늘날 넘쳐나는 디지털콘텐츠(게임, SNS, 동영상, e-book 등)와 이들 콘텐츠 간의 상호작용은 디지털미디어에 대한 몰입을 가중시킬 수 있다(김창수, 이성호, 오은해, 2011).
지금까지 스마트폰이나 인터넷게임 등과 같은 특정 미디어의 과다 사용이 청소년의 심리적 적응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검증한 연구들은 많다. 최근 연구에서는 특히 스마트미디어 사용의 영향에 관한 연구들이 제시되고 있는데, 먼저 최혜민(2020)은 중학생을 대상으로 조사한 연구에서 스마트미디어의 사용이 청소년의 공격성을 유의미하게 증가시킬 수 있음을 확인하였는데, 그는 스마트미디어를 통해 폭력적이고 자극적인 장면을 포함한 다양한 콘텐츠 및 정보와의 접촉은 사회학습이론에 근거하여 공격적이고 폭력적 성향을 관찰 및 모방 학습할 수 있다고 보았다. 김진영(2021)의 연구에서도 중학생의 스마트미디어 사용이 공격성을 유의미하게 증가시키고, 이러한 공격성은 사이버불링 가해경험에 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나, 스마트미디어의 사용에서 사이버불링으로 이어지는 경로에서 공격성의 매개 역할을 확인하였다. 그 외에도 많은 연구에서 청소년의 과다한 미디어 사용이 공격성 및 폭력성을 유의미하게 증가시킨다는 결과를 제시하였다(오대영, 이정기, 2014; Barry et al., 2017). 박용한(2014)은 상업적인 미디어 환경을 고려할 때 점점 더 자극적이고 폭력적인 미디어 콘텐츠들이 출시되고 있으며, 프로이드의 정신분석학적 관점에서 볼 때 아직 원초아적 성향이 강한 청소년기에는 이러한 콘텐츠에 더 쉽게 노출될 수 있고, 이것이 실생활에서의 공격적 성향이나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음에 대해 경고하고 있다.
디지털미디어의 과다 사용은 청소년의 생활만족도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Twenge과 Campbell(2019)은 22만 명의 빅데이터를 활용하여 스마트폰, 컴퓨터, 소셜 미디어, 게임, 인터넷 등의 디지털미디어를 많이 사용하는 청소년들이 더 불행하다고 느끼는 등의 심리적 안녕감이 감소하고 자살사고도 높아진다는 것을 검증하였다. 생활만족도는 주어진 환경 속에서 개인이 느끼는 주관적인 지각이며, 개인의 정신건강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인(Medley, 1976)이다. 이는 자신에 대한 자아상과 태도, 감정과 관련이 있으며(최혜민, 2020), 청소년에게 있어서 생활만족도 수준은 결국 학교 및 가정환경에서의 심리적 적응력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국내에서는 최정아(2022)의 연구에서 초등학생 4학년 패널을 활용하여 스마트폰 의존이 청소년의 생활만족도를 유의미하게 감소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허윤선과 정의준(2023)의 연구에서는 게임에 과몰입된 청소년들의 삶의 만족도가 그렇지 않은 청소년에 비해 유의하게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에 최혜민(2022)의 연구에서는 청소년의 스마트미디어 사용과 생활만족도 간의 상관관계가 나타나지 않아 서로 엇갈리는 연구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이 두 연구는 모두 스마트폰이나 게임 등 특정 미디어에 국한하여 조사하였고, 아직까지 다양한 디지털미디어 매체를 포함한 전반적인 디지털미디어 사용이 청소년의 생활만족도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본 국내 연구는 없다. 이는 전술한 공격성에 관한 선행연구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청소년의 전반적인 디지털미디어 사용 정도와 청소년의 심리적 적응에서 중요한 요인인 공격성과 생활만족도 간의 관계를 살펴보고자 한다.
2. 디지털 리터러시의 개념과 영향
1997년에 Gilster(1997)가 그의 책에서 처음으로 사용한 ‘디지털 리터러시’라는 용어는 디지털미디어를 통해 생산된 정보를 이해하고 사용하는 능력을 의미한다. 이후 많은 학자에 의해 개념이 확장되어 현재는 기술적 측면에서의 미디어 사용 능력을 넘어서, 정보를 비판적으로 이해하고, 사회적 관계를 기반으로 한 의사소통과 협업을 강조하는 등 디지털 리터러시는 디지털 시민으로 갖춰야 할 핵심소양으로 여겨진다(오주현, 2017; Eshet, 2004). 이에 정부에서도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디지털 혁신국가로의 도약을 위해 디지털 시민으로서의 양성을 위한 디지털 리터러시 포용적 확대 및 향상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김태준, 2022). 이처럼 오늘날 디지털 리터러시는 안전하고 책임감 있는 디지털미디어의 사용과 디지털 시민의식, 디지털 윤리가 강조되고 있다(이현숙 외, 2022).
지금까지 디지털 리터러시에 관한 연구는 연령별, 계층별, 지역별 수준 차이를 확인하기 위한 실태조사와 이와 관련해서 정보격차에 초점을 둔 연구가 주를 이루고 있다. 그 결과, 우리나라는 디지털미디어 접근성은 비교적 높으나 이용 능력과 활용의 수준에는 연령별, 지역별, 경제적 수준별로 격차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정부만 외, 2020). 그 중의 청소년을 중심으로 한 연구를 살펴보면, 초·중학생을 대상으로 조사한 이현숙 외(2022)의 연구에서는 2019년 이후 학생들의 디지털 리터러시가 뚜렷하게 증가하였으며, 학년이 올라갈수록 수준이 조금씩 향상되는 것으로 보이나, 학교가 소재한 지역별 인프라에 따라 디지털 리터러시 수준에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2022년 기준으로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에 대해 교사를 대상으로 인식조사를 실시한 결과, 전체 조사 학교에서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이 편성되지 않는 학교가 23%이고, 연간 수업시간이 34시간 미만인 학교가 62.8%를 차지하고 있어(이현숙 외, 2022), 아직까지는 초보적 수준에서 최소한의 교육이 진행됨을 짐작할 수 있다. 아울러 현재 진행되는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들은 대부분 ‘미디어 제작 및 활용’이나 ‘네티켓’교육 등에 치우쳐져 있으며, 디지털미디어 콘텐츠에 대한 비판적 판단 및 분별력, 그리고 소통을 강조한 교육은 부족한 실정이다(배상률, 2014).
이와 같이 디지털 리터러시에 대한 정책적 필요성과 학문적·실천적 관심이 증대되는 가운데, 아직까지 디지털 리터러시의 시민성 부분에 초점을 두고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 경험이 디지털 이용자의 심리적 적응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검증한 연구는 국내에서 미흡하다. 김태준(2022)은 현재까지 우리나라에서는 디지털 관련 하드웨어 구축이나 콘텐츠 개발에 더 집중하는 경향이 있으며, 디지털 문화가 파생하는 정체성, 윤리성, 심리적 문제에 대한 논의가 부족함을 지적한 바 있다.
반면 국외 연구에서는 디지털 혹은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이 전통적으로 중요한 보호 요인으로 알려진 부모의 중재와 더불어 아동 및 청소년의 온라인 위험을 유의미하게 감소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Helsper & Smahel, 2020; Livingstone et al., 2017). 특히 앞서 서술한 디지털미디어의 대표적인 부정적 영향 중 하나인 공격적 행동을 감소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Seçkin-Kapucu et al., 2021). 또한 아동·청소년에 대한 불충분한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은 자기통제력의 감소와 관련이 있으며, 이것이 사이버 세계에서의 일탈로 이어질 수 있음을 지적한다(Higgins et al., 2014). Purnama 외(2021)의 최근 연구에서는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디지털 리터러시와 부모의 중재가 자기통제력을 매개로 온라인 위험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비교 검증한 결과, 디지털 리터러시는 유의미하게 자기 통제력을 높여서 온라인 위험을 줄이는 것으로 나타난 반면에 부모의 중재는 자기통제력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론적으로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는 디지털 리터러시가 청소년의 디지털미디어 사용으로 인한 위험요인을 유의미하게 조절하는지 검증한 연구는 부족하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디지털미디어의 사용이 청소년의 심리적 적응에 미치는 영향에서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이 조절효과를 보이는지 검증하고자 한다.
3. 부모의 디지털미디어 사용 중재 방식과 영향
부모의 양육태도는 청소년의 삶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특히 그동안 많은 연구는 인터넷이나 스마트폰, 게임 등의 특정 디지털미디어의 사용으로 인해 야기되는 위험 및 중독 예방에서 부모의 양육 태도 및 중재 방식이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검증해왔다. 그 결과, 아동기에 이루어지는 부모의 적절한 미디어 사용 중재는 자녀의 부정적 미디어 사용을 예방하는 보호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안정임 외, 2013; 염정윤 외, 2016; Helsper & Smahel, 2020).
한편 최근 복잡한 미디어 환경에서는 부모의 중재 방식이 오히려 청소년에게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주장 또한 제기되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조사(2019)에 따르면, 우리나라 부모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중재 방식은 미디어의 사용 시간을 제한하고 통제하는 제한적 중재 방식인데, 이러한 중재 방식은 청소년 자녀와의 갈등과 대립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이창호, 2020). 또한 이환수(2015)는 그의 연구에서 가정 내 미디어에 대한 통제가 청소년의 미디어 이용 시간 감소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부정적 정서를 가중시킬 수 있다는 결과를 제시하고 있다. 그는 디지털미디어 시대에 과도한 통제는 부모와 자녀 간의 갈등을 증폭시킬 뿐만 아니라 또 다른 방식의 미디어 몰입 및 중독을 유발할 수 있음을 경고하고 있다. 최윤정과 이종혁(2021)의 연구에서도 부모의 제한적 중재는 학년이 올라갈수록 효과가 약화되었으며, 오히려 자녀의 유튜브 능동적 이용을 증가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최근 연구에서는 부모들 역시 자녀에 대한 미디어 중재 방법을 적극적으로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증거들이 제시되고 있다. 배상률과 이창호(2020)의 연구에서는 초등학생 4-6학년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디지털미디어의 부적절한 콘텐츠를 제한하는 부모의 비율은 전체 대상자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신지형 외(2020)의 연구에서도 스마트 기기 이용을 중재하는 가구는 7.5%에 불과했으며 시간이 갈수록 부모의 디지털미디어 중재가 감소하였다.
이처럼 오늘날 디지털미디어가 넘쳐나고 매체 간 대체성이 높은 환경에서 전통적인 보호 요인인 부모 중재에 관한 주장이 엇갈리는 가운데, 부모의 중재가 디지털미디어 사용으로 인한 청소년의 심리적 적응 여전히 유의미한 보호 요인으로 작용하는지에 대해 검증해 볼 필요가 있다. 특히 디지털미디어 사용을 제한하는 방식과는 상반되는 올바른 디지털 문화와 사용을 강조하는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과 비교하여 디지털미디어가 청소년의 심리적 적응에 미치는 영향에서의 조절효과를 살펴보고자 한다.
Ⅲ. 연구 방법
1. 연구대상
본 연구는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에서 2020년에 전국의 초등학교 4학년에서 6학년에 재학 중인 청소년과 그들의 학부모를 대상으로 실시한 ‘청소년 미디어 이용 실태조사’의 데이터를 활용하였다. 조사 모집단은 2020년 4월 교육통계 DB기준의 전국 초등학생 현황을 기초로 학교 구분과 17개의 지역구분을 층으로 설정한 층화집락추출법으로 표본을 추출하였다. 구체적으로 각 층에서 일차추출단위인 학교는 학생 수를 기준으로 확률비례추출법으로 선정하고 추출된 표본의 학교에서는 학급을 랜덤하게 선정한 후에 학생을 조사하여 2단 집단추출방식을 적용하였다(배상률·이창호, 2020). 본 연구에서는 학생과 보호자가 모두 응답한 최종 2,454명의 자료를 분석에 적용하였다.
3. 측정도구
본 연구의 종속변수는 생활만족도와 공격성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중에 청소년의 생활만족도는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장근영 외(2013)의 청소년이 행복한 마을 지표 개발 및 조성방안 연구를 참고로 개발한 척도를 사용하였다(배상률, 이창호, 2020). 총 9문항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대표적인 문항은 ‘전반적으로 현재의 내 삶은 행복하다’,‘나 자신에 대해 긍정적 태도를 가지고 있다’,‘우리 가족은 함께 즐거운 시간을 자주 보낸다’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응답은 ‘전혀 그렇지 않다(0)’에서 ‘매우 그렇다(4)’의 5점 척도로 측정되었으며, 신뢰도 계수는 .825이다.
공격성은 여성가족부(2013)의 청소년의 인터넷게임 이용 실태조사에서 발췌한 신체적 폭력 허용도 및 공격성에 관련된 문항을 참고로 개발한 척도를 사용하였다(배상률, 이창호, 2020). 총 2문항으로 ‘또래친구가 내게 시비를 걸면 신체적 폭력을 행사해도 된다’,‘문제해결을 위한 신체적 폭력은 상황에 따라 허용될 수 있다’로 구성되었고, 응답은 ‘전혀 그렇지 않다(0)’에서 ‘매우 그렇다(4)’의 5점 척도로 측정되었으며, 신뢰도 계수는 .705이다.
본 연구의 독립변수는 디지털미디어에 대한 사용으로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김지연, 도영임(2014)의 부모세대와 청소년세대의 온라인게임에 대한 인식 차이 연구논문을 토대로 자체적으로 작성한 척도를 사용하였다(배상률, 이창호, 2020). 총 6문항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대표적인 문항은 ‘디지털기기를 사용할 때 나는 시간가는 줄 모른다’,‘평소 인터넷 연결망에 접속이 안 돼 있으면 기분이 안좋다’,‘나는 새로운 디지털기기나 앱을 발견할 때 몹시 흥분된다’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응답은 ‘전혀 그렇지 않다(0)’에서 ‘매우 그렇다(4)’의 5점 척도로 측정되었으며, 신뢰도 계수는 .776이다.
본 연구의 조절변수는 디지털 리터러시 학교교육 경험 여부와 부모의 자녀 미디어 중재이다.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은 학교에서의 교육경험 여부를 묻는 질문으로 구성되었고, 교육내용은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에서 구성한 척도를 사용하였다. 총 7문항으로 ‘인터넷을 통해 원하는 정보를 찾는 방법에 관한 교육’,‘미디어가 제공하는 드라마나 영상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을 갖는 교육’, ‘뉴스기사가 공정하고 정확하게 취재되고 보고되었는지를 판단하는 교육’,‘온라인상에서 제공된 정보가 사실인지 아닌지를 구분하는 방법에 관한 교육’,‘온라인상에서 자신의 개인정보(예: 전화번호, 계정, 비밀번호 등)를 보호하는 방법에 관한 교육’,‘온라인상에서의 예절(네티켓)교육’,‘방송국, 신문사, 영화사 등 미디어 산업에 관한 교육’으로 구성되었다. 응답범주는 경험있다(1)와 경험없다(0)로 구성되었고, 신뢰도 계수는 .711이다.
부모의 미디어 중재 정도는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에서 배상률(2015)의 청소년 문화 활성화를 위한 소셜 미디어 활용 연구의 일부를 활용하여 개발한 척도를 사용하였다(배상률, 이창호, 2020). 문항은 총 18문항으로 자녀의 스마트폰 이용에 대한 통제가 4문항, 온라인/모바일 게임 이용에 대한 통제는 7문항, 유튜브 이용에 대한 통제는 7문항으로 구성되었다. 자녀의 스마트폰 이용 통제에 관한 문항은 대표적으로 ‘이용 규칙을 마련하여 정해진 시간/요일에만 이용하도록 한다’,‘특정 앱이나 프로그램을 통해 이용시간을 제한해 놓았다’ 등으로 구성되었고, 온라인/모바일 게임 이용에 대한 통제는 ‘자녀의 게임 이용시간이나 이용량을 정해 놓는다’,‘자녀에세 폭력적이거나 나쁜 게임의 문제점에 대해 설명해준다’등으로 구성되었다. 마지막으로 자녀의 유튜브 이용에 대한 통제 방식은 ‘평소에 자녀가 유튜브를 얼마나 하는지 확인한다’,‘자녀 나이에 이용하기 부적절한 유튜브 영상물을 절대 이용하지 못하게 한다’ 등으로 구성되었다. 응답범주는 ‘아니다(0)’와 ‘그렇다(1)’로 구성되었으며, 신뢰도 계수는 .840이다.
본 연구에 포함된 통제변수는 청소년의 성별, 학년, 가정의 월평균 소득이다. 성별은 남자를 ‘1’, 여자를 ‘0’으로 부호화하였고, 학년은 초4, 초5, 초6의 범주형 변수로 구성되었다. 가정의 월평균 소득은 부모의 응답을 토대로 ‘200만원 미만’,‘200만원 이상-300만원 미만’,‘300만원 이상-400만원 미만’,‘400만원 이상-500만원 미만’,‘500만원 이상-600만원 미만’,‘600만원 이상-700만원 미만’,‘700만원 이상-800만원 미만’,‘800만원 이상’으로 구성되었다.
4. 분석방법
본 연구에서는 먼저 청소년의 디지털미디어 사용이 심리적 적응에 해당되는 생활만족도와 공격성에 미치는 영향을 검증하기 위해 다중회귀분석을 실시하였고, 이후에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 경험과 부모의 미디어 중재의 조절효과를 비교하기 위해 Hayes(2018)의 PROCESS macro분석에서 조절효과 모형을 활용하였다. Hayes의 PROCESS macro는 경로분석에 기반하여 다양한 매개 혹은 조절모형을 정확하고 용이하게 검정하기 위해 개발된 프로그램이다. 본 연구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연구변수들에 대한 기초통계분석 후, 독립변수와 조절변수의 상호작용 효과를 검증하였다. 아울러 pick-a-point approach를 통해 특정값(Mean, M+/- SD)에서의 X가 Y에 미치는 조건부효과를 계산하고 추론검정을 실시하였다. 본 연구에서는 결과의 해석을 용이하게 하기 위해 모형에 대해 평균중심화를 실시하였다(Hayes, 2018). 본 연구의 모든 분석은 SPSS와 Hayes의 PROCESS version 4.2 프로그램을 활용해서 실시하였다.
Ⅳ. 연구 결과
1. 연구대상자의 인구사회학적 특성
연구대상자의 인구사회학적 특성은 <표 1>에 제시된 바와 같다. 본 연구의 주요 대상자는 남자가 50.4%(1236명), 여자가 49.6%(1218명)를 차지하였다. 학년은 초4가 35%(860명), 초5가 32.2%(791명), 초6이 32.7%(803명)로, 학년간 분포가 비교적 고른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가구의 월평균소득은 평균적으로 400만 원이상에서 500만 원 미만인 것으로 나타났다.
본 연구의 독립변수인 디지털미디어 사용은 평균 9.75(sd=4.52)이고 종속변수인 청소년의 생활만족도는 평균 24.86(sd=5.87), 공격성은 평균 1.96(sd=1.85)으로 나타났다. 본 연구의 조절변수인 디지털 리터러시 학교교육 경험은 평균 3.05(sd=1.92), 부모의 미디어 중재정도는 평균 29.08(sd=4.54)로 나타났다.
2. 청소년 디지털미디어 사용과 심리적 적응의 관계
청소년의 디지털미디어 사용이 심리적 적응에 해당되는 생활만족도와 공격성에 미치는 영향을 검증하기 위해 다중회귀분석을 실시하였고, 그 결과는 <표 2>와 같다. 청소년의 디지털미디어 사용은 생활만족도에 부적 영향을 미쳤고, 공격성에는 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디지털미디어를 더 많이 사용하는 청소년이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생활만족도가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β=-.116, p=.000). 또한 디지털미디어를 많이 사용하는 청소년일수록 공격성 또한 유의하게 높았다(β=.252, p=.000).
통제변수 중에서는 가구의 월평균 소득이 생활만족도에 정적 영향을 미쳤다. 가구의 월평균 소득이 높을수록 생활만족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β=.264, p=.000). 공격성에는 성별과 학년이 통계적으로 유의한 영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남학생일수록(β=.129, p=.000), 학년이 올라갈수록(β=.110, p=.000) 공격적 성향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3.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의 조절효과
다음은 청소년의 디지털미디어 사용이 청소년의 생활만족도와 공격성에 미치는 영향에서 디지털 리터러시 학교교육 경험의 조절효과를 확인하기 위해 PROCESS macro 프로그램을 이용한 조절효과 분석을 하였고, 그 결과는 <표 3>에 제시하였다. 먼저 청소년의 생활만족도에 대한 전체 모형의 R2값은 0.047이고 F값은 18.75로 이 모형의 효과는 통계적으로 유의하였다(p=.000). 이 모형에서는 청소년의 디지털미디어 사용과 청소년 생활만족도의 관계에서 디지털 리터러시 학교교육 경험의 조절효과가 통계적으로 유의한 것으로 나타났다(B=-.175, p<.001). 또한 상호작용항 추가에 따른 R2의 증가량 역시 .003으로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나타났다(p=.006). 이는 청소년의 디지털미디어 사용이 청소년의 생활만족도에 미치는 부적 영향은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경험에 의해 완충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두 번째 모형은 청소년의 공격성에 대한 모형으로, 이 모형의 R2값은 .11이고 F값은 48.50으로 이 모형의 효과는 통계적으로 유의하였다(p=.017). 이 모형에서는 청소년의 디지털미디어 사용과 공격성 간의 정적 관계에서 디지털 리터러시 학교교육 경험이 유의한 조절효과를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B=-.010, p<.05). 또한 상호작용항 추가에 따른 R2의 증가량 역시 .002로 통계적으로 유의하였다(p=.017). 이러한 결과는 청소년의 디지털미디어 사용이 청소년의 공격성에 미치는 정적 영향은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디지털 리터러시 경험 정도에 따라 달라짐을 의미한다.
두 모형에서 제시된 조절효과를 그래프로 살펴보면 <그림 2>와 같다. 그래프상에서 나타나는 바와 같이, 동일한 디지털미디어를 사용한 경우에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경험이 더 많은 청소년들이 그렇지 않은 청소년보다 생활만족도도 높고 공격성도 유의미하게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Ⅴ. 결론 및 제언
본 연구에서는 청소년의 디지털미디어 사용이 청소년의 생활만족도와 공격성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고, 이 관계에서 학교의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경험과 부모의 미디어 중재가 유의미한 조절효과를 나타내는지 검증하였다. 본 연구의 주요 결과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청소년의 디지털미디어 사용은 청소년의 생활만족도와 공격성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디지털미디어를 더 많이 사용하는 청소년일수록 생활만족도는 떨어지고, 공격성은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는 선행연구에서 청소년의 과도한 디지털미디어 사용이 부정적 발달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주장을 뒷받침한다(김진영, 2021; 최정아, 2020; 최혜민, 2020; Twenge & Campbell, 2019). 물론 디지털 시대를 살아가는 오늘날의 청소년에게 있어서 디지털미디어는 사회적 자본을 형성하고 발전시키기 위한 중요한 도구이며(배상률, 2014), 새로운 지식을 추구하고 학습하는데 필수적인 매체로 작용하는 등 디지털미디어의 사용으로 인해 얻을 수 있는 장점이 많지만, 여전히 디지털미디어의 올바른 사용과 긍정적 영향을 위한 노력과 개입이 필요함을 인식할 수 있는 결과로 판단된다.
둘째, 청소년의 디지털미디어 사용이 생활만족도와 공격성에 미치는 영향에서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 경험은 통계적으로 유의한 조절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청소년의 디지털미디어 사용이 생활만족도에 미치는 부적 영향은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 경험에 의해 완충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또한 디지털미디어 사용이 공격성에 미치는 정적 영향 또한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 경험에 의해 완충될 수 있음을 본 연구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이러한 결과는 몇몇 국외 연구에서 아동과 청소년의 디지털 리터러시 수준이 디지털미디어의 사용으로 파생되는 부정적 영향에 대한 중요한 보호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주장과 일맥상통한다(Helsper & Smahel, 2020; Livingstone et al., 2017; Seçkin-Kapucu et al., 2021). 특히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은 아동과 청소년의 자기통제력을 증가시킴으로써 온라인상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줄이는 것으로 알려졌다(Purnama et al., 2021). 본 연구에서는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 경험의 조절효과만을 살펴보았는데, 향후 어떤 경로에 의해 보호 요인으로 작용하는지와 더불어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의 하위범주에 따른 효과를 세부적으로 살펴보는 추가적인 연구들이 필요할 것으로 사료 된다.
셋째, 본 연구에서는 그동안 많은 선행연구에서 중요한 보호 요인으로 알려진 부모의 미디어 중재가 통계적으로 유의한 조절효과를 나타내지 못했다. 이는 이환수(2015)의 연구에서 주장한 바와 같이 오늘날 디지털미디어가 넘쳐나고 매체 간 대체성이 높은 융합적 미디어 환경에서는 전통적인 보호 요인인 부모의 중재가 더이상 효과적이지 않을 수 있다는 결과를 지지한다. 즉, 가정 내 디지털미디어에 대한 통제는 또 다른 미디어의 사용을 증가시킬 수 있고, 오히려 부모와의 갈등과 부정적 정서를 가중 시킬 수 있음을 뒷받침한다(이창호, 2021; 최윤정, 이종혁, 2021). 그러나 본 연구의 결과는 부모의 중재가 모두 의미가 없음을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자녀의 디지털미디어 사용에 대한 부모의 중재방식은 다양할 수 있는데, 우리나라에서 주로 사용하는 제한적 중재방식 외에도 올바른 사용을 알려주는 설명형 및 함께 사용하는 공동 사용형 등의 중재방식 등 다양한 형태의 중재방식이 최근에 주목받고 있다(안정임 외, 2013, 조은호 외, 2022; Helsper & Smahel, 2020). 이러한 중재방식은 부모의 디지털 리터러시 수준과도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따라서 향후 부모의 디지털 리터러시 수준과 관련해서 새로운 중재방식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고 이에 따른 영향력을 전통적인 제한적 중재방식과 비교하여 정교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본 연구에서 도출된 이러한 결과들을 바탕으로, 향후 정책적, 실천적 제언을 하면 다음과 같다. 먼저 본 연구를 통해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의 중요성이 확인된 만큼, 아동과 청소년에 대한 보다 적극적인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서론에서도 언급한 바와 같이 이미 정부에서는 디지털 리터러시를 디지털 전환 시대에 적극적이고 유연하게 대처하기 위한 필수적 소양기술로 인지하고 이를 강화하기 위한 혁신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정책의 대부분이 인프라 구축 및 교육 콘텐츠 개발에 더 집중된 경향이 있다(김태준, 2022). 이론적 배경에서 전술한 바와 같이 디지털 리터러시에는 디지털 시민성 강화 부분이 중요한 하위 범주로 포함되어 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이에 대한 논의가 아직 부족하며 향후 디지털 정체성, 소통, 권리 및 책임에 관한 정책 및 실천을 구체화시킬 필요가 있다.
둘째, 우리나라 아동 및 청소년의 디지털 리터러시 수준에 대한 정확한 조사와 연구를 기반으로 한 체계적인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 시스템을 구성할 필요가 있다. 배상률(2014)의 연구에서도 현재 이루어지는 디지털미디어 교육들이 주로 ‘미디어 제작 및 활용 교육’과 ‘네티켓 교육’ 등에 치우쳐져 있으며, 디지털미디어 메시지나 콘텐츠에 대한 비판적 판단과 소통을 강조한 교육은 매우 미흡하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디지털미디어가 전달하는 메시지나 콘텐츠는 청소년의 가치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강력한 도구이기 때문에 이를 비판적으로 수용하고 분석하는 능력은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에서 매우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따라서 청소년의 정확한 수준에 기반한 맞춤형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이 이루어져야 하며 이에 대한 효과성 또한 체계적이고 과학적으로 검증되어야 할 것이다.
셋째, 디지털 전환 시대의 구성원은 비단 청소년뿐만 아니라 부모와 교사를 모두 포함한다. 안전하고 책임 있는 디지털미디어 환경을 조성하고 청소년을 올바르게 지도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부모와 교사에 대한 이해와 역량 강화가 필요하다. 본 연구의 결과에서도 제시된 바와 같이 복잡하고 다양한 디지털미디어가 존재하는 환경에서 부모에 의한 제한적 중재방식이 더 이상 청소년의 온라인 위험을 줄일 수 있는 보호 요인으로 작용하지 않을 수 있다. 부모 역시 디지털미디어 환경에 대한 이해와 활용 방식, 콘텐츠 구별 능력 등에 대한 역량을 갖춤으로써 자녀의 올바른 사용에 대해 지도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아울러 교사들에 대한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의 역량을 강화하는 것도 중요하다. 대부분의 교사들이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인지하고 있으나, 구체적인 교육내용과 교육의 효과성에 대한 이해는 여전히 부족한 편이다(이현숙 외, 2022). 따라서 향후 부모와 교사의 향상된 디지털 리터러시 역량을 기반으로 한 올바른 중재방식과 교육에 대한 가이드가 제시되어야 할 것이며, 본 연구는 이러한 필요성을 인식하기 위한 기초자료로 의미가 있다고 본다.
마지막으로 본 연구의 한계를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본 연구는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에서 2020년에 조사한 ‘청소년 미디어 이용 실태조사’를 활용하였는데, 이 자료는 횡단자료이기 때문에 독립변수와 종속변수의 인과관계를 설명하고 이 결과를 일반화하는 데 한계가 있다. 향후 종단자료를 사용하여 청소년의 디지털미디어 사용과 심리적 적응과의 관계에서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의 조절효과가 시간의 흐름을 고려하고서도 여전히 유의한지에 대한 재검증이 필요하다. 둘째, 본 연구는 2차 자료의 한계로 인해 통제변수와 주요변수들의 구성에 있어서 한계가 있었다. 특히 전술한 바와 같이 부모의 디지털 리터러시 수준에 따라 중재 방식 또한 달라질 수 있는데, 향후 이를 고려한 세분화 된 중재 방식의 영향력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러한 한계점에도 불구하고 본 연구는 복잡하고 고도로 발달된 디지털미디어 환경을 고려하여 하나의 미디어에 국한하지 않고 통합적인 디지털미디어의 사용이 초기 청소년의 심리적 발달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지를 규명하였고, 아울러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 경험과 부모의 미디어 중재 방식이 유의한 조절역할을 할 수 있는지를 검증함으로써 향후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에 대한 효과성 연구에 대한 필요성을 강조하였으며, 이를 기반으로 청소년의 디지털미디어 사용에 대한 부정적 결과를 예방할 수 있는 보다 현실적인 대안을 제시하였다는 점에서 연구의 의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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