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search Center for Korean Youth Culture
[ Article ]
Forum for youth culture - Vol. 40, pp.33-60
ISSN: 1975-2733 (Print)
Print publication date Oct 2014
Received 01 Sep 2014 Revised 15 Sep 2014 Accepted 22 Sep 2014
DOI: https://doi.org/10.17854/ffyc.2014.10.40.33

A Study on the Representation of Youth Culture in Korean Teenage Films

KimEunjung*
Ph.D Candidate at Ewha Woman’s University
한국 청소년영화에 나타난 청소년문화 연구

This study examined time difference of youth culture and sociocultural meaning in teenage films, regarding them as the way of representing youth culture in Korea. Teenage films that targeting teenagers as main audience reveal the perspective of the society on the appearance and the culture of adolescent most efficiently. In this study, author divided the period decennially from 1970s through 2010s, and selected the most popular films of that time. It is observed what teenage culture is and analyzed the time difference of youth culture and sociocultural causes represented in the films.

In this study, it is appeared that Korean teenage films reflect both the political social circumstances of the time and issues that directly related to the adolescent. Thus, teenage films reproduce different youth types by periods; romantic youth as in high teen movies in 1970s, distressful youth with competitive college admission as in high school movie in 1980s, and confused youth by class education crisis in 1990s. It is also noted that films show the youth as main host of cultural enjoyment and consumption since 2000.

초록

이 연구는 한국 사회의 청소년문화를 읽어낼 수 있는 텍스트로 청소년영화에 주목하여 이에 재현된 한국 사회 청소년문화의 시기별 차이와 그 사회문화적 함의를 살펴본다. 청소년을 주 관객층으로 하고 청소년과 관련된 주제를 담은 청소년영화는 우리 사회가 바라보는 청소년의 모습과 그들의 문화를 가장 잘 드러내고 있는 자료이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1970년대부터 2010년대까지 제작·상영된 청소년영화 중에서 가장 흥행이 되었던 작품들을 시기별로 선정하여 영화 내에서 주되게 다루어지는 청소년문화가 무엇인지 살펴보고, 영화에 재현된 청소년문화의 시기별 차이 및 사회문화적 원인에 대하여 분석하고자 하였다.

연구 결과, 청소년영화는 당시 정치·사회적 상황 및 청소년에 직접 관련된 이슈들을 예민하게 반영하여 청소년문화를 재현하고 있던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한국 청소년영화는 각기 1970년대 ‘하이틴영화’를 통한 낭만적 청소년, 1980년대 ‘고교생영화’를 통한 입시지옥에 고통 받는 청소년, 1990년대 붕괴된 교실과 그로 인한 혼란에 봉착한 청소년, 2000년대 이후 문화향유 및 소비의 주체자로서의 청소년 등 시대별로 뚜렷한 차이를 가지고 다른 청소년상을 나타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Keywords:

Adolescent, Teenage Films, Youth Culture, 청소년, 청소년문화, 청소년영화

Ⅰ. 서 론

전통적으로 청소년에 대한 개념 정의는 “개인적 삶의 과정 중 한 시기, 특수한 행위양식을 갖는 집합적 사회구성체, 불완전한 사회적 신분, 세대단위를 구성하는 역사적 세력 혹은 집단(김영화 외, 2012)”등으로 다양한 차원에서 개념 정의가 이루어지고 있다. 생애주기에 따라 청소년을 구분하는 개념은 과거에 많이 쓰였으나 청소년들이 구성하는 문화에 대한 이해의 폭이 넓어지면서 청소년을 삶의 한 시기에 속한 유사 연령대의 집합으로만 파악하는 시각은 점차 줄어들고 있다.

전상진(2006)은 청소년기는 고정되거나 불변하는 사회적 사실이 아닌, 문화적·사회적 맥락에 따라 다르게 생성될 수 있는 “사회적 구성물”로 간주될 수 있음을 주장하면서 청소년의 주체성을 지키면서 그들의 실제 문화에 근접하게 바라보기 위해서는 청소년 연구자들이 기존 청소년상에 대한 지배적 이데올로기에 대해 비판적으로 접근·수용하는 자세가 필요함을 이야기하고 있다.

청소년을 “사회가 자신의 정체성을 만들어내고 유지하는 전반적인 실천 중 하나”(서동진, 2000)로 정의한다면 청소년문화 역시 한 사회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방식으로 규정되어온 사회적 의미의 한 형태라고 할 수 있다.

청소년영화는 사회의 한 집합적 구성체인 청소년 집단을 특별히 염두에 두고 그들의 이야기를 적극적으로 담아내는 영화의 하위 장르다. 따라서 청소년영화는 다른 어떤 대중영화에서 나타나는 청소년의 모습보다도 그들만의 문화에 대한 적극적이고 본격적인 재현을 해낸다는 측면에서 청소년문화를 읽어낼 수 있는 가장 적절한 문화텍스트로 볼 수 있다.

청소년영화는 “주 관객층을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영화, 혹은 주인공이 청소년인 영화로 청소년과 관련된 소재나 주제를 담은 영화”(신강호, 2000)로 정의될 수 있으며, 시대와 상황에 따라 ‘하이틴영화’, ‘십대영화’, ‘고교생영화’, ‘얄개영화’ 등으로 명명되거나 연령층을 확장하여 ‘청춘영화’, ‘청년영화’, ‘대학생영화’ 등의 명칭으로도 불려왔다(정영권, 2012).

청소년영화의 최초 시작을 어디에서부터 볼 것인가에 대해서도 여러 의견이 나누어진다(신강호, 2000; 박민정, 2002; 정민아, 2011; 계운경, 2012; 정영권, 2012). 1970년대 '진짜 시리즈'나 ‘얄개 시리즈’를 기점으로 청소년을 주인공으로 하고 그들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들이 ‘하이틴영화’로 명명되었다(박민정, 2002). 이와 같이 청소년을 주인공으로 하여 그들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가 시리즈물로 제작되는 방식은 이후 1980년대의 ‘고교생영화’, 1990년대와 2000년대 ‘학원물’ 등으로 명칭과 형식을 변주하며 ‘하이틴영화’의 계보를 이어나갔다. 또한 ‘하이틴영화’는 영화의 흥행을 통해 당시 청소년문화에 영향을 미쳤다는 점(박민정, 2002; 엄준석, 2012) 등을 들어보았을 때에 1970년대 ‘하이틴영화’를 청소년영화의 시작 지점으로 보는 데에 무리가 없을 것이다.

근래에 들어서는 청소년이 등장하는 대중영화에 대해서도 ‘청소년영화’라는 명칭으로 장르를 구분하지 않게 되었으나, 청소년을 주인공으로 하거나 그들과 관련된 주제를 다루는 영화들이 여전히 과거 청소년영화의 명맥을 잇고 있다. 청소년영화에 대한 명칭은 시대에 따라 변화를 맞이하며 바뀌거나 사라지더라도 ‘청소년영화’라는 장르는 추상적으로 구성된 이론적 구조 내에서는 얼마든지 다시 호명되어 사용될 수 있으므로(정영권, 2012), 이 연구에서는 ‘청소년영화’라는 장르 구분이 사라진 이후에 생산된 영화일지라도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거나 주인공이 청소년인 영화들을 모두 ‘청소년영화’에 포함시켜 논의하기로 한다.

한편 ‘청소년문화’는 청소년의 정체성을 나타내는 전면적인 생활양식으로서의 문화를 의미하는데(서동진, 2000), 이런 맥락에서 보면 청소년문화는 시대, 지역, 계층, 연령대, 성별에 이르기까지 각 변수들에 따라 매우 개별적이고 다양한 형태로 존재하는 것이 가능하다. 청소년기 개념이 사회적으로 만들어지는 것이듯 청소년문화 역시 마찬가지로 한 사회의 구조적 변화나 시대의 흐름에 따라서 달라질 수 있다.

청소년영화 안에서 나타나는 청소년문화는 대개 입시, 이성교제, 교우관계, 학교폭력 등 몇 갈래 항목으로 나뉜다. 이는 실제 청소년이 일상에서 인지하는 방식과는 다른 일종의 예술적 표현 형태이며, 동시에 당시 사회상 및 지배 이데올로기에 대한 순응적/저항적 반영이기도 하다. 따라서 청소년영화 속에서 쟁점화 되는 청소년문화는 실제 청소년문화에 대한 객관적 기록이라기보다는 영화가 제작, 상영되는 해당 시기에 발생하는 사회적 상황이나 청소년과 관련된 이슈들에 의해 결정된 사회적 구성체라고 할 수 있다.

재현은 한 개인의 내면을 넘어 시대와 사회의 내면, 즉 그 사회의 이데올로기를 담는 역할을 한다. 따라서 청소년영화에서 주되게 등장하는 청소년문화를 짚어봄으로써 우리 사회가 어떤 청소년문화에 주목해왔는지 추적할 수 있다.

청소년영화라는 특화된 영역을 통해서 표현되는 청소년문화를 짚어본다면 당대 사회가 우리 청소년들에게 무엇을 요구하였고 청소년들은 그러한 시대적 요구를 어떠한 방식으로 수용, 저항, 혹은 다른 방식으로 재생산해나갔는지 알아볼 수 있을 것이다. 더불어 각 시대가 대중영화라는 문화적 텍스트를 통해 어떻게 시대의 요구를 그려내고 있으며, 혹은 시대의 청소년을 반영하고 있는지 여부에 대한 파악이 가능하다.

그간 청소년영화와 사회와의 관계 등에 대한 청소년영화 관련 연구들은 있어왔지만(박민정, 2002; 정민아, 2011; 오진곤, 2011; 계운경, 2012; 정영권, 2012), 1970년대 시작된 하이틴영화에서부터 2010년대에 이르기까지 청소년영화에서 재현되는 청소년문화를 통해 한국 사회에서의 청소년의 위치 변화를 분석한 연구는 미미한 수준이다.2)본 연구는 한국 청소년영화를 통시적으로 살펴봄으로써 그 안에서 나타나는 청소년문화의 시대적 변화 양상을 밝혀내고자 한다.

따라서 이 글에서는 청소년 문화를 읽어낼 수 있는 문화적 텍스트로 청소년영화를 선택하고 여기에 나타나는 청소년문화와 사회와의 관계를 짚어보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를 위해서 1970년대부터 2010년대에 이르기까지 청소년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청소년영화’에서 재현하는 청소년 문화의 형태를 분류하고, 이들이 당대 한국 사회의 구조적 변동이나 기타 사회문화적 현상과는 어떤 관계를 이루고 있었는지에 대해서 살펴볼 것이다.


Ⅱ. 이론적 배경

디지털 테크놀로지의 발전과 그에 따른 기술의 대중적 보편화는 자본주의를 근간에 둔 글로벌라이제이션 달성의 기술적 토대가 되었다. 이런 과정에서 생성된 주류 미디어 및 대중영화의 강력한 목소리는 각 지역 및 개인이 가지는 다양성과 특수성을 포괄하지 않으며, 오히려 지배 권력집단에 비교하여 차이를 지닌 집단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사회적·정치적·문화적 배제를 시도한다.

이는 테크놀로지의 발달로 인해 촬영 및 영상기술 등이 대중적으로 보편화됨에 따라 대중의 생활영역 곳곳에서 영화를 포함한 다수 미디어에 노출된다. 이 과정에서 권력을 가진 미디어와 콘텐츠에서는 각 개인의 개별성이나 다양성에 대한 존중보다는 주류적으로 추구되는 가치를 더 적극적으로 확대 생산함으로써 비권력 집단이 권력집단에 의해 사회적·정치적·문화적으로 은근한 배제를 당할 수 있는 가능성을 의미한다.

이는 또한 사회에 속한 각 개인의 정체성 형성 과정에 있어서도 “진실된 자아”를 발견하기 어렵게 만든다는 문제점을 동반한다. 주류 미디어에서 제시되는 범주 내에서 자아상을 탐색하는 수동적 태도로 이루어진 주체 형성 과정에서는 자신을 제한된 이미지 및 사고 틀에 스스로를 맞추려 하는 방식으로 이어지고 이는 그 안에서 각자가 처해있는 현실적 상황이나 타고난 조건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지 못하고 ‘누군가와 같은’, 혹은 ‘누군가와 비교하여 (상대적으로) 어떠어떠한 상태’로 자신을 판단하게 되어, 외모나 성격, 삶의 방식 등에 있어서 주류 미디어에서 제시하는 근거를 기준으로 상대와 자신, 나아가서 사회 전체에서 각 개인이 횡적으로 가져야 하는 자아상을 종적으로 위계화 시킬 가능성을 가진다.

이와 같이 자신의 현실적 상황이나 조건에 어울리는 자아상을 스스로 만들어갈 능력을 획득하지 못하여 성공적인 자아상을 확립하는데 실패한다면 결과적으로 사회적 활동에 있어서의 좌절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획일적으로 주입되는 방식의 미디어 커뮤니케이션은 비단 건강한 자아상 확립에 실패할 수 있다는 개인적 수준의 문제를 넘어, 이에 노출된 대다수의 대중이 지배집단의 시각을 그대로 답습하여 재현되는 ‘우리’와 ‘그들’, ‘너’와 ‘나’ 사이를 가르며 형성되는 경계에 대하여 아무런 비판이나 자아검열의 과정 없이 그대로 학습하여 내재화할 수 있는 위험성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이와 같이 청소년영화를 통해 재현되는 청소년문화의 궁극적인 영향력은 청소년들이 스스로 영화에 담긴 이데올로기를 무비판적으로 내재화하여 왜곡된 자아상을 형성할 수도 있다는 데에 있다.

전상진(2006)은 청소년상은 청소년의 역할과 지위에 대한 정의이며, 청소년상의 정의는 청소년기의 사회적 구성과 더불어 청소년들의 삶에 결정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게 된다고 설명한다. 이들은 문화권에 따라 상이한 방식으로 인식되며, 역사적으로 변화해왔다. 현재 청소년들이 살고 있는 현실세계는 문화사회적 성장조건이며, 청소년기는 청소년은 무엇이어야 한다는 현재의 지배적인 이념의 당위적 관념이다. 청소년기에 대한 우리의 이념은 실제 청소년들의 삶에 대한 인식과 해석을 조정한다. 요컨대 청소년기는 청소년 성장의 사회사와 그것에 대한 사회적 담론의 역사가 결합하여 만드는 사회적 구성(social construction)이다. 청소년상은 청소년의 역할과 지위에 대한 정의이며, 청소년 담론에서 나타나는 상징적 투쟁은 결국 지배적인 정의권력(definitionsmacht)을 둘러싼 투쟁이라 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청소년상은 하나의 상(像)일뿐 청소년의 실재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단 형성된 청소년 상은 청소년 본인들의 자기이해를 규정짓는 방식으로 작동할 수 있다. 이와 같이 청소년 각자의 내면에서 자기 통제력의 근원이 되면서 사회적 구성물이었던 청소년상이 실제로 청소년 개개인을 통해서 실체화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청소년 상의 형성은 매우 중요하다.

오늘날 지배적인 청소년상은 오래전부터 역사를 가지고 전승되어온 것들이다. 이러한 청소년상은 이 사회에 의해 요구받은 변하지 않는 진실로 무조건적 수용할 성질의 것이 아니라, 이와 같은 형태로 생성된 청소년상의 역사적, 사회적 맥락을 간파하여 그 청소년 상에 담긴 함의를 바로 읽어내야 할 것이다.

1980년대 및 1990년대에 이르기까지 한국에서는 청소년에 관한 연구들은 대부분 범죄와 비행의 주체로 청소년을 바라보거나, 청소년 행동과 문화에 영향을 주는 유해환경을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연구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강명구, 1992). 이는 청소년들을 문제적 대상 혹은 개도적 대상으로 보는 시각에서 크게 달라지지 않은 상태이다.

1990년대 청소년 담론은 포스트모더니즘이 대두되면서 무엇보다도 ‘다양성’과 ‘복합적 이질성’이라는 새로운 시대적 요청을 마주하였다(정유성, 1998). 한편 영국 하위문화연구 영역에서는 1980년대 후반부터 청소년문화를 설명하는 데에 하위문화 개념이 적절한지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는 포스트 하위문화연구가 등장한다. 이들은 1990년대 이후 뉴미디어와 소비문화의 영향력이 증대해가면서 청소년문화가 파편화되는 측면을 비판하고, 기존 하위문화 개념보다 더 일시적이고 유동적인 개념으로 대체할 것을 제안한다(윤경원, 2009). 이와 같이 새로운 지형 속에서 청소년 담론은 문제 담론에서 문화담론으로 거듭 변화해왔다.

2000년대 초반으로 접어들 무렵 청소년들은 ‘문화적 존재’로 거듭 등장하는데, 여기서 문화는 포괄적인 인간의 삶, ‘성향 또는 성향체계’, 상징적인 상호작용 등의 총체적인 산물을 말하기도 하지만(Fornas, 1995), 다른 한편, 대중문화를 포함한 구체적인 오늘날 청소년들의 문화 담론의 표상과 이미지를 말하기도 한다(정유성, 1998). 이와 같이 청소년문화 담론은 바로 청소년들의 삶과 문화에 대한 이해라는 시대적 맥락에서 이들 자신의 표현과 표상은 말할 것도 없고 이를 둘러싼 다양한 사회·문화적 관계들이 뒤얽힌 상호작용의 결과들이다.


Ⅲ. 연구대상 및 연구방법

1. 연구방법

1970년대부터 1980년대, 1990년대, 2000년대 이후 등 십년 단위로 각 시대의 흥행성이 높았던 청소년영화들을 흥행 순위대로 선정하고, 그 영화들에서 청소년문화가 어떤 양상으로 나타났는지 살펴보고, 나아가 그를 통해 어떤 담론들이 형성되었는지 추적하고자 하였다.

흥행 영화는 당시 사회 및 사회 구성원들이 가지고 있던 유무형적인 요소들을 많은 부분 반영하고 있으므로 해당 시대에 생성된 담론을 살펴보는 데에도 용이하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1970년대의 '진짜 시리즈'나 ‘얄개 시리즈’, 1980년대 후반부터 1990년대 초반에 나타나는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를 필두로 한 ‘고교생영화 시리즈’는 당시 많은 아류작을 양산시켰다.

시대별 청소년영화에 나타난 청소년문화 담론들과 실제 사회 사건들을 대조하여 이들 간에 어떤 관계가 성립되었는지 알아보려 한다. 더불어 이러한 ‘재현’을 가능 혹은 불가능하게 했던 영화산업 측면에서의 제도적 변화가 있었는지에 대해서도 알아보고, 그 영화들에 나타나는 청소년문화를 당시 사회문화적 맥락 내에서 점검한다. 또한 시기별 청소년영화에서 재현되는 지배적 청소년문화 담론들을 키워드로 구분하고, 이를 중심으로 다시 청소년영화들을 재배열하여 이들이 구성한 청소년영화 장 내의 이들의 지위를 파악한다. 동시에 통시적으로 청소년영화에 재현되는 청소년문화 담론의 양상을 분석한다.

2. 분석시기

청소년영화의 분석 시기는 ‘하이틴영화’가 대중적으로 큰 인기를 끌고 그에 따라 청소년문화와 관련된 담론이 많이 생성되었을 것으로 판단되는 1970년대에서부터 2010년대까지 한정한다. 특히 1990년대 초반 이후로 청소년이 새로운 문화 소비의 주체세력으로 부상하면서 청소년관련 담론이 급증하였고 이들이 추구하는 대중문화를 분석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언론과 학계연구를 통해서도 다양하게 시도되었던 1990년대 후반 이후를 중점적으로 바라보고자 한다.

청소년영화는 1970년대 '진짜 시리즈'를 필두로 <얄개 시리즈>로 인기를 이어가면서 ‘하이틴영화’라는 하위 장르를 확실히 구분할 수 있게 하는 장르화 경향을 보였고, 이와 같은 경향은 1989년 제작된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 시리즈에서 유사하게 나타난다(오진곤, 2011).

또한 1980년대 중반 이후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되었던 입시문제로 인한 청소년 자살 문제가 본격적으로 영화에 등장한 1989년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를 기준으로 이후 유사 장르의 영화들을 1980년대의 범주에 포함시켜 분석하도록 한다.

1990년대에는 청소년영화로 이름 붙일만한 영화들이 많이 제작되지 않았다. 1990년대 중반 이후 이른바 “교실 붕괴”, 즉 기존 교육체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졌고 우리 청소년들은 입시 중심으로 운영되는 학교 교육체제로는 그들의 문화와 요구를 수용하지 못한다고 주장하면서 억압적인 입시문화와 권위체계에 대항하여 교실 붕괴, 등교 거부, 심지어는 학업을 그만두기까지 함으로써 학교 규칙 및 교사의 억압적인 학습 방법에 반기를 들었는데(윤철경·이인규·박창남, 1999; 김은정, 2009 재인용), 이러한 당시의 상황이 영화를 통해 가장 두드러지게 표현된 것이 1998년 제작된 <여고괴담> 시리즈의 첫 번째 작품이다. 이후 <여고괴담>은 2009년에 이르기까지 다섯 편의 시리즈로 제작되었는데 여기서는 <여고괴담>을 필두로 교육 붕괴 담론과 관련한 1990년대의 학교, 교육현장을 배경으로 설정한 영화들을 중심으로 살펴보도록 할 것이다.

2000년대 이후 청소년문화는 포스트모더니즘으로 설명된다. 이 시기 청소년문화의 변화에 있어서 가장 큰 특징은 매체의 전환과 큰 관련이 있다. N세대로 명명되는 이 시기 청소년들은 인터넷, 휴대전화를 비롯한 쌍방향 통신매체를 자연스럽게 사용하며, “사이버 세계를 당연한 현실로 받아들이는 경향(박길성 외, 2005)”을 보인다. 인터넷의 생활화는 단순히 기기문명의 변화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간 소극적으로 활동했던 청소년들이 인터넷 사이버 공간을 통하여 자신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표명하고, 의견이나 취향, 가치관 등이 유사한 커뮤니티를 온라인 내에서 조직하는 등 학교라는 물리적 공간을 벗어나 폭넓게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수단을 획득하게 되었다는 점에서 유의미하다고 할 수 있다. 이 시기 이후의 청소년들은 UCC(User Created Contents)3)를 제작, 유포, 공유하는 데에 있어서 자유로운 환경을 갖게 되고 이는 곧 사회에 있어서의 영향력으로 연결된다.

3. 분석 대상 영화

‘청소년영화’라는 장르의 명칭은 학문적 편이를 위하여 붙인 구분일 뿐이고 사실상 청소년들이 등장하는 영화에 대한 호칭은 시기별로 다르게 나뉜다. 1970년대에는 주로 ‘하이틴영화’로, 1980년대 후반 등장한 영화 시리즈에는 ‘고교생영화’로, 또 1990년대 후반 <여고괴담> 외에 학생들이 등장하는 호러 영화 장르는 ‘학원공포물’로 장르화 되었다. 2000년대 이후 영화의 산업적 이해관계에 의하여 “청소년물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전종혁, 2013)”지만 여전히 청소년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영화들은 제작, 상영되고 있다.

이 글에서는 각 시대별로 가장 흥행한 작품들을 분석대상으로 선정하였다. 흥행성은 대중적 인기 및 관심도가 높았다는 점을 방증하는 지표다. 흥행작이라고 하여 해당 영화에 재현된 청소년문화가 반드시 대표성을 가진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영화의 인기를 통해 당시 청소년과 관련된 이슈를 사회적으로 환기시킴으로써 역설적으로 그 시기 사회적으로 관심을 가지는 청소년문화를 드러낸다는 점에서 타당성을 가지고 있다.

이런 기준으로 선정된 영화들은 1970년대에 ‘진짜 시리즈’ 및 ‘얄개 시리즈’, 1980년대에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 시리즈, 1990년대에 <여고괴담>을 위시한 학원공포물, 2000년대에 독립영화 영역에서 생산된 청소년영화들 중 독립영화의 ‘흥행 스코어’라는 1만 관객 이상의 영화들을 선정하여 분석대상으로 하였다.

시기별 청소년영화


Ⅳ. 시기별 청소년영화 및 청소년문화

1. 대중문화사회로의 진입과 ‘하이틴’의 등장

1970년대 초부터 한국사회는 본격적인 산업사회로 들어서면서 도시인구 비율이 절반을 넘은 도시사회가 되었다. 1970년대 중반 이후에는 소득분배구조가 악화되면서 부의 편중화와 경제력 집중이 심화되었다. 이 시기 정치적 환경은 ‘권위주의적 정치’로 특징지어진다. 1970년대 초부터 적극적으로 추진된 가족계획사업이 성공하면서 인구증가율은 낮은 수준으로 유지되어, 가족 구조는 이후 꾸준히 소가족화, 핵가족화, 평등화의 방향으로 진행되어왔다. 또한 고학력 사회가 되면서 엘리트문화 역시 양적·질적으로 꾸준히 발전하기 시작하였다. 대중문화는 엘리트문화보다 더 빠른 속도로 확산되면서 급속한 산업화·도시화 및 대중문화의 확산과 같은 요소들은 한국사회를 본격적인 ‘대중사회’로 변화시켰다.

‘대중사회’ 이전에 1970년대는 유신정권 시대라는 한 마디로 가장 확실하게 표현될 수 있을 것이다. 1970년대에는 국가주도의 급진적인 근대화가 진행되었고, 이의 일환으로 국가는 건전한 사회 건설을 위한 사회정화운동을 추진했다. 이는 유신정권의 퇴폐풍조 추방과 궤를 같이 하며 대중의 일상생활을 통제하는 광범위한 지배 담론으로 남는다(송은영, 2011).

1970년대 당시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하이틴’ 담론이 등장한 것도 이런 통제 전략의 영향에서 거리가 멀지 않다. 청소년의 학업, 연애, 문화생활과 일탈 및 범죄 등에 이르기까지 일상과 비(非)일상 전반에 걸쳐 그를 더 효과적으로 관리 및 통제하고자 했으며, 청소년은 이런 사회상황에서 통제 및 판매 전략적 대상으로 더욱 적극적으로 담론화 되었다. 영화산업은 당시 “불황시대를 돌파해 가는데 필수요건”으로 청소년 관객을 염두에 두었고, 국가 또한 20대 이상 청년보다 모범적이고 긍정적인 의미를 띤 청소년을 대중문화의 주체로 끌어들이는 데에 다른 문제제기를 하지 않았다(엄준석, 2013).

‘하이틴영화’라는 용어는 <진짜 진짜 잊지마>가 개봉된 1976년부터 본격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했다. 이와 같은 사회 분위기 속에서 등장한 하이틴영화는 1976년 <진짜 진짜 잊지마>부터 중고생들로부터 폭발적 인기를 얻었다. 당시 개봉관에서만 5만이 넘는 관객을 들였으며, 이의 여파로 1976년에만 25편의 하이틴영화가 제작되었고 그중 10여 편이 흥행에 성공하였다(호현찬, 2000, 박민정; 2002 재인용). 이외에도 1970년대 후반에는 고등학교를 주요 사건이 전개되는 공간으로 설정하고 고등학생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하여 그들의 생활을 그려낸 영화들이 일군을 이루어 형성되는데, 그 중에서 <고교 얄개>는 대중과 평단 양쪽으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으면서 역시 하이틴영화 제작 돌풍에 일조했다. 당시 함께 등장한 영화들이 <진짜 진짜 좋아해>, <진짜 진짜 미안해> 등과 같은 이른바 ‘진짜 시리즈’가 있고, 다른 한 편에는 <고교 얄개>, <고교 거꾸리군 장다리군>, <얄개 행진곡>으로 이어지는 ‘얄개 시리즈’가 자리 잡았다.

‘하이틴영화’는 당대의 영화산업, 영화 관련 정책은 물론, 동시대의 정치, 경제, 교육, 사상, 문화 등 한국영화계 안팎으로 자리한 현실적 환경이 토양으로 자리하여 만들어 낸 결과물이다. 1973년 제정된 ‘유신영화법’을 통해 영화에 대한 검열과 통제가 대폭 강화되었으며, 검열제도를 포함하여 국산영화제작에 대한 사전신고, 영화상영 허가, 일정 사유 발생 시 허가 취소 또는 상영정지 명령권, 영화상영 전 검열제도와 검열기준이 제정되어 시행되는 등 영화에 대한 정부의 강력한 규제와 통제가 여러 분야에서 광범하게 이루어졌고(김동호 외, 2005), 또한 같은 시기에 영화사 등록제가 다시 허가제로 변경되었으며, 모든 영화는 유신 이념을 구현하도록 요구받았다(박민정, 2002). 이런 제도적 한계를 고려했을 때 그 시절 많은 하이틴영화가 제작될 수 있었던 것이 단순히 흥행 성공으로 고무된 결정이었을 뿐 아니라, 까다로운 시나리오 심의나 사후 검열에서도 비교적 자유로울 수 있었다는 제작사의 의도와도 연결되어 있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박민정, 2002). 하이틴영화는 십대의 문화적 감수성을 형상화하고 고등학생을 관객층에 편입시키며 한국영화의 새로운 흥행돌파구를 찾는데 성공했다는 점(박민정, 2002)에서 한국영화계에 기여한 업적으로 평가받지만, 영화가 담고 있는 내용 면에서는 결론적으로 대부분 방황을 멈추고 기성세대가 만들어 놓은 세계의 질서를 긍정하고 복종하는 주인공을 보여줌으로써 기존 지배 이데올로기에 순응하는 청소년 상을 공고히 하는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런 까닭으로 1970년대 영화에서 교사는 “체불의 주체도, 억압의 상징도, 참다운 교육의 대변자도 아니었(정영권, 2012)”던 등장인물로 묘사되며, 학생들 역시 학교, 교실이라는 ‘신성한’ 공간 안에서 특히 민감한 사회적 문제를 질문한다거나, 자신의 삶과 닿아 있는 문제를 진지하게 고민하는 모습으로 그려지지는 않았다. 그래서 당시 1970년대의 하이틴영화들에 대해서는 “권위적, 수직적이다 못해 폭력적이던 70년대 사회와 기성세대를 스크린에서 지워버리고, 그 자리에 합의로 충만한 수평적 사회상을 판타지로 대체해 놓았다(배경민, 2004)”는 평가가 일반적이다(박민정, 2002; 정영권, 2012; 정민아, 2011).

1970년대 한국의 학교와 교육제도를 소재로 하는 대중영화들 중 구조적 폭력에 대해 진지하게 접근한 영화가 많지 않은 이유 중 하나는 당시 영화 정책적으로 실행된 사전 검열의 어두운 그림자 때문으로도 볼 수 있다. 따라서 1970년대 학교시리즈는 한국영화를 주도하며 흥행에도 성공하였으나 대부분 유신정권의 사회·정치·문화적 맥락과 연계되면서 청소년들의 삶을 성찰하기 보다는 단순한 상업영화로써 통속성의 범주를 벗어나지 못했다(계운경, 2012).

그런 가운데 ‘진짜 시리즈’와 ‘얄개 시리즈’라는 두 개의 굵직한 흥행 시리즈로 대표되는 하이틴영화에는 당시 ‘하이틴 스타’로 부상한 스타들이 양산되었고, 그들의 극중 역할은 또래 청소년들에게 커다란 인기를 얻게 되면서 청소년 상을 형성하였다. 그러나 이들이 재현한 청소년상은 사실상 당시 시대적 상황 아래서 하이틴영화가 받을 수밖에 없었던 제약을 고려하여 생각되어야 한다. 그런 상황 속에서 하이틴영화는 각자의 위치를 재배치하며 잠시나마 현실에서 도피하거나 재구성하며 안식의 공간을 가진다(박민정, 2002).

‘안식처’에서 묘사되는 청소년상은 당시 정부가 추구했던 ‘명랑성’이라는 이데올로기에 근접한 인물들을 구현하고자 하였다(권은선, 2010). 가령 ‘진짜 시리즈’에 등장하는 여주인공들은 자신이 사랑하는 남자를 위해 헌신하거나 욕망을 다스리면서 육체적 순결을 지키는 방식으로 ‘여고생의 순수성’을 강조하면서 ‘여고생’과 ‘순수’라는 두 단어 사이에 등호를 성립시키는 ‘이미지’를 창출한다. 이런 건전한 ‘명랑성’은 시공간적 배경에도 역시 함께 적용되는데, ‘진짜 시리즈’에서 그들을 둘러싼 주변 인물이나 학교 등의 배경은 그들의 우정과 사랑을 지켜주거나 방해하거나 혹은 그 범위를 규정하는 역할로 기능하는 데에 머문다(오진곤, 2011).

2. 입시전쟁과 청소년 자살

1980년대 한국사회의 가장 큰 특징은 소비자본주의 시대로의 진입이라고 할 수 있다. 1988년 사회 지표 조사에서 주관적 계층의식이 처음으로 조사되었는데 응답자 중 60.6%가 자신을 스스로 중산층이라고 생각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강준만, 2003). 대다수 국민들의 주관적 계층의식이 이러한 가운데 마이카, 증권투기, 부동산 투기 등에 대한 욕구가 가세되어 소비자본주의 시대는 궤도에 오르기 시작한다.

이러한 경제성장을 바탕으로 고등학교 진학률이 전에 없이 증가하게 되었으며, 대학진학률 역시 1980년에는 40만 명, 1988년 4년제 대학생 100만 명의 시대가 열리게 되었다. 한편 1980년대 초반 시행된 중고생 교복 및 두발 자율화와 함께 학교 내 보충수업 금지 및 사교육 금지 조치가 시행되었다. 1980년대 후반 무렵부터 대중교육이 보편화되면서 청소년 대부분이 중·고등학생의 ‘신분’을 가지게 되어 이전에 소수의 십대가 소지하고 있던 ‘학생’이라는 엘리트적 이미지가 소멸되기 시작한 시점 역시 이 무렵이다(김은정, 2009).

이후 대중교육의 보편화로 대부분의 십대가 학교에 머물게 되면서 입시를 목표로 하는 교육 방식과 주입식·암기식 교육 방식이 초래한 문제점들에 대한 논란이 본격화되면서 십대를 이미 ‘학생’이라는 용어에 배인 의미와 같이 ‘공부하는 기계’처럼 소모되거나 인지적 발달만을 강요당하는 존재로만 취급해서는 안 된다는 논의가 제기되기 시작하였다. 이와 같은 논의 진행 과정에서 ‘학생’에 상대되는 개념으로 ‘청소년’이 도입되었다. 이는 ‘학생’이라는 개념에 기성세대가 사회에서 원하는 순종적이고 학업지향적인 가치를 우선시하는 요구가 들어있다면 ‘청소년’은 학생다운 몸을 강요하는 학교의 통제에서 벗어나서 대중문화를 주체적으로 소비하는 문화적인 감수성을 가지고 개성적인 자아를 추구하므로 한국사회에서 학생과 청소년이 분명히 서로 다른 이미지의 정체성을 가진다는 전제를 바탕으로 한 것이다(조용환, 1995; 김은정, 2009에서 재인용).

즉 이 시기에 제안된 ‘청소년’ 개념은 기존에 ‘학생’이라는 용어 안에 숨어 있던 엘리트적 이미지, 입시만을 목표로 사는 삶, 학교라는 공간 안에 한정된 생활 등 많은 억압적 의미를 부수고, 학교 바깥에서 대중문화를 적극적으로 즐기고, 내면의 개성을 존중하는 방식으로 생활을 영위하는 등 비교적 더 자유로운 상(像)의 맥락에서 도입된 개념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미 1988년에 절반 이상의 국민이 스스로를 중산층 계급으로 상정하고 그에 알맞은 계급적 가치를 실현해나가고 있었다. 중산층의 일반적인 특성은 개인 혹은 직계가족 범위의 소규모 집단의 무사안녕을 추구하는 개인주의, 사회 수직이동에 대한 강한 열망, 공정한 경쟁관계의 성립과 교육에 의한 업적주의로 대변되는 기회 평등에 대한 신념, 시민권과 정치적 자유의 확대 추구로 설명될 수 있다(정영권, 2012). 이는 1980년대 한국 사회에서 ‘학생’의 개념에 녹아 있는 입시 억압으로부터 탈피하여 다양한 삶의 공간에서 문화적 감수성을 발달시키는 청소년 상을 제시한다는 것이 비현실적인 제안일 수 있는지에 대한 근거가 되어준다. 이 시기 한국 사회에서 중·고등학생을 자녀로 둔 ‘중산층’ 부모들은 여전히 명문대 진학을 통한 수직 이동, ‘내 아이’의 안녕과 성공만이 관심사인 개인주의적 발상, 교육에서의 성취를 통한 더 나은 기회 획득을 향한 강한 바람으로 인해 ‘학생’이 ‘청소년’이 되는 것을 달가워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한국 사회의 학력주의적인 사회구조는 대학 입학이 이후 취업기회나 인맥 형성 등의 중요한 사회생활을 위한 기회, 나아가서 수직 상승을 통한 사회 이동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게 만들고 있다. 이러한 사회적 기회의 정도는 한 개인이 앞으로 살게 될 삶의 질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되므로 우리 청소년들에게 대학 입학은 대단한 중대사로 여겨질 수밖에 없다.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한국일보 등 국내 4대 일간지에 실린 청소년 자살기사를 분석한 결과 성적비관, 대학입시에 대한 중압감 등이 자살의 원인으로 지목된 사례 중 35%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온다(김기환·천명희, 2000). 이는 여전히 청소년들이 대학입시와 학교 성적으로 인한 스트레스, 그리고 그를 둘러싼 경쟁체제에 얼마나 많은 영향을 받고 있는지 나타내주고 있으며, 이러한 중압감이 자살이라는 극단적 행동으로 연결되는 일들이 이미 많이 발생하고 있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리고 이러한 청소년들의 억압과 그로 인한 극단적 선택을 가능하게 한 사회 구조 변화와 그에 따른 가치의 실현과도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겠다. 따라서 이 시기에 제작된 청소년영화들을 바라볼 때에는 교육민주화 문제, 입시제도 문제, 그리고 이 바탕에서 작동하는 중산층의 대두 및 소비자본주의 형성이라는 종합적이고 다각적인 관점에서 논의해야 할 것이다.

1984년 영화법의 개정으로 영화제작의 자유화가 실현되었고, 각본 사전심의제도가 폐지되어 소재 선택과 표현의 자유가 이전에 비해 훨씬 폭넓게 보장되었다. 이전 시대의 하이틴영화가 정부가 요구하는 당위적 이념을 영화적으로 담아내느라 실제 청소년들의 문제의식이나 생생한 삶의 문제와는 거리를 둔 채 환상성을 유지했었다면, 1980년대 하이틴영화는 이런 제도적 변화를 발판으로 삼아 청소년들의 고민을 영화에 담고, 당시 사회문제도 적극적으로 반영하는 방식으로 제작되었다.

이 시기 다시 청소년영화의 부활을 알리며 등장한 영화가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1989)이다. 1989년 개봉 이후 15만 명의 관객을 동원한 이 영화는 “기획이라는 개념을 처음 한국 영화산업에 도입”한 작품으로, 이전 영화들에 비해 상업적인 방식으로 기획 제작되었다. 이 영화는 1980년대 한창 사회적 이슈로 떠올라 화제가 되었던 입시경쟁과 청소년 자살이라는 화두를 들고 이를 소재화하여 “1000만 학부모와 500만 청소년”의 관심에 호소하려는 의도로 만들어졌다(오진곤, 2011).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1989)는 여러 측면에서 이전 시대의 하이틴영화와는 다른 그림을 그리는데, 먼저 위에 언급한 바와 같이 실제 사건을 소재화한 만큼 현실에서 청소년들이 가질법한 실질적인 고민들을 영화에 담아냈다는 점이 가장 큰 차이점일 것이다. 이 연장선상에서 1970년대에서 재현되는 학교라는 공간은 분석한 바와 같이 현실성을 배제하고 오히려 환상성을 부여한 공간이었다면, 이 시기 청소년영화를 통해 재현되는 1980년대 학교라는 시공간은 학생은 물론 교사들과의 현실과도 밀접히 맞닿아 있는 배경 설정으로 이해된다.

가령 이 영화에서 등장하는 교사들은 일부를 제외하고서 대부분 학생들과 적대적 관계를 형성한다. 학교라는 공간과 스승과 제자 간의 관계를 이상적이고도 낭만적으로 재현했던 1970년대 하이틴영화들과 달리, 이 영화에서는 1980년대 학생들과 교사들이 학교에서 다른 이해관계를 통해 대립각을 세운다는 설정과 같은 사실적인 재현이 특징이다(정민아, 2011). 또한 1970년대 하이틴영화가 학교와 가정을 사랑과 우정, 낭만이 가득한 곳으로 묘사한 반면, 1980년대 후반의 하이틴영화는 학교를 물리적, 상징적 폭력이 일상적으로 관철되는 곳이라는 것을 자각한 최초의 상업영화이기도 하다.

정영권(2012)은 이 영화가 가지는 중요한 특징은 교장과 교감으로 대표되는 관료적인 교사들과 억압적인 군사문화를 상징하는 체육·교련 교사들을 한 편에 두고, 다른 한 편에는 학생들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고 기존에 잘못 진행되어오던 교육 방식을 바로잡으려 노력하는 교사들을 마주서서 대립하도록 형상화한 점이라고 말한다. 이는 과중한 입시 스트레스로 인한 청소년 자살 문제가 1980년대 중반 즈음부터 미디어를 통해 심각한 사회문제로 제기되었던 분위기를 반영하는 것이며, 교사들 간의 대립과 학생들의 지지 양상 등은 1989년 전교조의 창립과 함께 이에 관련된 교사들을 잇달아 해직하는 사건 등 당시에 교육현장에서 일어난 사건들이 투영된 결과로, 다소 단편적인 차원에서나마 당대의 사회적 분위기를 염두에 둔 설정이라고 설명한다.

이와 같이 1980년대의 청소년영화에서는 ‘입시지옥’으로까지 불리던 과중한 입시 경쟁 체제 하에서 여전히 ‘학생’의 정체성에서 한 발짝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청소년상이 지배적으로 재현되고 있는 가운데, 소비자본주의시대로 접어든 양상이 군데군데에서 재현된다. 그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청소년들이 당시 적극적으로 즐기기 시작한 대중문화의 소비다. 모든 것이 공부와 등수에 맞추어져 있는 현실에서 극장, 성당, 패스트푸드점, 시장은 그들이 심리적 자유를 만끽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공간으로 기능한다. 이 시기 하이틴영화들에는 교회, 패스트푸드점, 극장, 공원, 팝송, 라디오, 엽서보내기가 중요한 장르적 코드로 등장한다(정민아, 2011). 또한 교복자율화 시대를 맞아 사복이라는 코드를 통해서 획일성을 벗어나고자 했으며, 패스트푸드점, 팝송, 댄스, 대중가요 등 대중문화를 적극적으로 소비·감상하는 문화가 영화적으로 재현되었다. 이와 같이 청소년은 입시경쟁에 시달리는 사회 구조의 무력한 희생자인 동시에, 막 꽃을 피우기 시작한 자본주의적 소비문화의 선봉에 선 수혜자라는 양가적인, 그러나 매우 현실적인 모습으로 재현된다.

3. ‘교실붕괴’

1990년대 중반부터 “우리의 교육체제가 붕괴하기 시작(조혜정, 1996)” 했다는 우려가 언론과 학계를 통해 끊임없이 쏟아져 나왔다. 이른바 교실붕괴, 즉 기존 교육체제를 유지하던 큰 기둥인 입시 위주의 교육에 대한 반발로 학교생활 전반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이를 거부하는 의사를 표현하는 방식으로 학생들이 자체적으로 등교를 거부하거나, 대안학교를 선택하고, 극단적으로는 교사폭행에 이르기까지 기존에 학교를 중심으로 한 교육체제를 지탱하고 있던 기본적 가치체계들에 붕괴가 시작된 것이다.

이 시기 청소년영화들에서는 이러한 사회적 징후들이 잘 포착된다. 이를테면 <여고괴담>에서 등장하는 유령은 곪아가는 교육체제 안에서 멍들어가는 청소년상을 상징적 차원에서 재현하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학교를 떠나지 못하고 배회하는 귀신이 입시 경쟁 체제의 경쟁자들과 그러한 교육체제 하에서 앞장서서 학생들을 괴롭히던 교사들을 복수의 대상으로 삼고 처참한 방식으로 죽음으로 이끄는 시나리오는 충분히 기존 교육체제에 대한 도전적인 메시지를 내포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또한 학생들이 교사들에게 폭행당하는 장면이 재현됨으로써 그간 공공연히 이야기되어오던 학교에서의 체벌에 대해 새로운 논의를 가능하도록 담론의 장을 열어주었다.

또한 이런 맥락 안에서 학교는 1970년대 하이틴영화에서의 낭만적 공간으로 작용하지도, 1980년대의 현실에 가까운 공간도 아닌, 섬뜩하고 음기서린 공포의 공간으로 그려지고 있다. 개인의 다양성을 무시하고 일률적인 입시 교육만을 강요하는 학교의 풍경을 공포의 시선에서 바라본다는 것이 크게 어려운 일은 아닐 것이다. 또한 이와 같이 교육체제라는 시스템의 문제와 더불어 학교라는 공간 자체에 대해서도 공포의 덫을 씌우는 것은 학교가 부조리한 사회 구조를 더욱 단단하게 재생산하는 주된 역할을 수행해왔기 때문일 것이다.

부르디외(1997)는 한 사회의 불평등과 지배관계가 어떤 방식으로 지속될 수 있는지에 대한 답변으로 상징폭력이라는 개념을 가져온다. 이는 피지배계급이 사회질서에 ‘자발적으로’ 복종한다는 전제 하에, 그 폭력의 자의성을 알지 못하거나 오인하는 사람들이 모여서 행사되는 비가시적 폭력을 의미한다(올리브지, 2007). 1990년대에 시작되어 2000년대까지 ‘학원공포물’ 장르로 연결되는 청소년영화들은 학교에서의 상징폭력의 의미가 어떤 방식으로 변화, 재생산되는지 한국사회의 변화상과 연관 지어 살펴볼 수 있는 좋은 텍스트이다.

1990년대 들어 정권의 성격이 변화하는 동안 상징폭력의 방법은 점점 더 교묘하고 간접적인 방법을 통해 발전되었다. 정치적 어려움이 생기면 과거의 물리적 폭력이 재등장하면서 정치적 해결을 시도하였는데, 이러한 한국사회의 모습은 실제로 사회 각 영역에 미시적으로 나타나고 있었고 학교와 교육제도에도 이런 사회상이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즉 학교 안팎을 둘러싸고 일어나는 변화는 청소년영화에서 확인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서 한국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상징폭력의 변화 양상들을 관찰할 수 있다.

그러나 한국 교육현장에 대한 영화적 재현의 모습은 조금 다르게 나타난다. 상징폭력이 계속적으로 증가하고, 그에 반해 물리적 폭력이 감소되는 치밀한, 그러나 더욱 교묘해진 방식의 폭력 형태가 아니라, 오히려 물리적 폭력이 증가하는 형태로 재현되었다(이승환, 2002).

이와 같이 학교라는 공간이 새롭게 공포의 공간으로 사유되면서 그 안에 있는 학생들 역시 단면적으로 선하거나 혹은 악하기만 한 성격으로 묘사되지 않는다. 학생들 간의 관계에 있어서도 계층적 상황에 따른 차별 행위가 일어난다. 예를 들어 ‘무당’의 딸이라는 이유로 교사에게 무시와 차별을 당하는 인물은 다른 학생들에게도 경계 혹은 무시의 대상이 되는 식이다. 더 이상 영화에서 재현되는 청소년상은 1970년대 ‘하이틴’ 여고생처럼 끝도 없이 순진무구하고 맑은 캐릭터가 아니다. 현실의 고통에 짓눌려 스스로도 괴물이 되어가는 모습으로 재현된다. 극중 인물이 귀신이나 피의 복수라는 설정은 물론 상징적 차원에서 이해될 수 있는 것이지만 주인공 외에 주변 인물들을 통해 학교라는 공간 안에서 권력을 가진 교사와 그에 암묵적으로 동조하면서 교사가 자행하는 폭력을 방조하는 학생들, 그리고 거기에 희생되는 학생이라는 구조는 청소년들이 일상적 삶의 공간에서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차원의 설정으로 볼 수 있다.

<여고괴담> 시리즈가 학교 내에서의 폭력과 관계에 집중하여 청소년문화를 재현하고 있다면, <나쁜영화>와 <눈물>은 학교 바깥에서 일어나는 청소년들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다. 두 영화 모두 역시 교육체제가 붕괴되어가던 1990년대 중후반 시대에 대한 현실적인 모습들이다. 1997년에 제작된 <비트>는 입시와 학교 내 치열한 성적 경쟁에 떠밀리는 인물이 등장하기는 하지만 대부분 주요 장면들은 학교 바깥에서 일어난다. 세 영화 모두 학교라는 공간 안에서 소화되지 못하는 ‘청소년’들이 학교 바깥에서 생생하게 삶을 만들어가는 모습들을 재현한다.

이러한 학교 바깥 청소년들이 새롭게 재조명되는 방식 역시 흥미롭다. 1990년대 초반 제작되었던 <열일곱 살의 쿠데타>(1991), <지금 우리는 사랑하고 싶다>(1991), <스무살까지만 살고 싶어요>(1992) 등은 학교 바깥에서 일어나는 청소년들의 모습을 그린 영화들이었다. 당시에는 이 영화들은 다른 고교생영화에 비해 큰 관심을 받지 못했으며 따라서 학교 제도 외에 머무르는 청소년에 대한 담론 역시 활발히 생성되지 않았었다. 그러나 1992년 이후 주류언론이 젊은층을 세대로 구분하여 명명하는 세대론이 등장하게 된다. 이른바 신세대, X세대, N세대 등의 용어가 등장하게 된 것이 그 이후이다. 이는 1992년 대중음악을 중심으로 대중문화의 판도를 바꿔놓은 서태지와 아이들의 등장과도 깊은 관련이 있다. 서태지의 등장은 청소년들이 학교 바깥에서 뭔가를 꿈꿀 수 있는 것을 가능하게 했다(정영권, 2012). 1990년대 초반의 청소년영화에는 이러한 움직임이 크게 나타나지는 않았지만 1990년대 후반에 제작된 청소년영화에서는 이러한 학교 바깥 청소년에 대한 부정적이지만은 않은 시각의 전환과 함께 능동적으로 삶에 맞서는 모습으로 재현되기도 한다. 또한 이들은 학교 밖을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설정으로 인해 청소년 하위문화 코드를 재현해낸다. 영화 <비트>에서 남자 주인공은 오토바이가 이동수단이며, 학교에서 모범생으로 통하는 여자 주인공이 실제로 가장 자신을 드러내며 즐기는 공간은 나이트클럽이다. 물론 이는 대다수의 일반 청소년의 문화와는 거리가 있지만 학교 바깥의 문화를 재현해내는 데 현실을 충실히 반영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1990년대 청소년영화에서 재현된 청소년상은 크게 두 갈래로 나뉜다. 하나는 ‘교실붕괴’의 현실을 맞아 공포의 공간으로 변한 학교라는 제도 안에서 살아가는 ‘학생’ 정체성의 청소년상과, 다른 하나는 그런 학교의 상징적 폭력에 맞서거나 혹은 회피하는 방향으로 제도권 교육 현장을 떠나 사회의 뒷골목을 떠도는 학교 바깥의 청소년상이 그것이다. 이 두 갈래의 청소년상 모두 학교로 상징되는 기존 교육체제의 구조적 폭력으로 인해 상처 받은 희생양으로 묘사된다는 측면에서는 공통점이 있으며, 1980년대 고교생영화에서부터 이어져오는 입시경쟁과 계층적 갈등 구도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것 역시 공통된 측면이라고 할 수 있다.

4. 후기 자본주의적 소비문화와 청소년문화

한국 사회는 1960년대 후반 이후 산업 혁명기를 맞으면서 본격적으로 자본주의적 경제 체제를 발전시켰고 이러한 흐름을 타고 1990년대 초까지 한국 경제가 양적으로 꾸준히 성장해온 결과, 사회 전반적으로 소비문화가 형성될 수 있을 정도로 충분히 자본을 축적해왔다(최단옥, 1993). 이렇게 축적된 자본을 토대로 1980년대 중반 이후부터 본격적으로 소비문화가 생겨나기 시작하였다. 소득 규모의 증가에 따른 소비지출의 양적 증대, 소비수준 향상, 소비지출구조 변화 등을 통해 한국 사회의 소비규모는 이전에 비해 엄청난 규모로 확장되었다(백경미, 1998).

이러한 현상은 경제 영역에 한정되지 않고 일반인의 행동 양식이나 사고방식, 정체성 형성에 대한 소비의 영향력이 커지는 변화를 초래했다. 1980년대 후반부터 1990년대에 이르기까지 광고, 영화, 텔레비전, 라디오 등 각종 매체를 통해서 배출되는 문화산업의 생산물들은 한국 사회를 소비문화적 이미지로 넘쳐나게 했다(주은우, 1994).

1987년 이후 일정 정도 달성된 민주화와 그 결과로 인해 확장된 시민사회 공간은 그간 국가권력에 억압되었던 시민사회의 다양한 세력들에게 제한적으로나마 자유로운 분위기를 느낄 수 있게 되었다는 정치적 환경의 변화 역시 경제적 풍요에서 오는 소비문화를 뒷받침해주는 역할을 했다(송수영, 1998).

1980년대 후반 이후에는 개인의 생활수준과 정체성이 드러나는 현시적 소비4)로 소비의 중심적 패턴과 사회적 의미가 변화하게 되었다. 이는 한국사회 전반의 소비패턴이 기본적 생활영위와 관련된 생필품 소비보다는 외양적 과시와 관련된 외식, 문화생활, 교통통신 서비스 이용을 중시하는 방식으로 바뀌었음을 보여주는 결과로 한국사회의 소비문화가 후기 자본주의적 소비문화의 특성을 나타내고 있음을 의미한다.

1990년대 한국사회 전반에서 나타난 후기 자본주의적 소비문화 발달 과정에서 주목할 만한 현상은 청소년이 소비주체로서 부상했다는 것이다. 산업 자본주의 단계에서의 소비주체는 성인층에 국한되어 있었고 경제적 능력이 없는 청소년층은 중심 소비주체에서 밀려나 있었다. 그러나 새로운 패러다임의 소비문화가 등장하면서 청소년층은 매력적인 시장이자 소비주체로 주목받게 되었다. 1980년대까지 청소년은 활동범주가 학업에 국한된 근대적인 훈육대상으로 여겨졌었고 청소년들의 소비 영역 역시 학용품, 서적 등 학업과 관련한 항목에 한정되어 있었으나, 대량생산과 대량소비의 풍요로움을 당연한 조건으로 받아들이면서 성장해왔고, 이에 따라 소비문화 이데올로기를 자연스럽게 흡수하고 향유한 세대인 1990년대의 청소년은 당당히 소비주체로서 새로운 소비문화의 갈래를 만드는 세력이 되었다. 이재현(1993)은 1990년대 한국의 신세대 같은 집단은 대중소비사회의 단계에 진입한 발달한 자본주의 사회에서 출현한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따라서 신세대의 감성과 사고방식 생활양식은 철저히 소비주의 범주의 것들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청소년층이 소비문화에 쉽게 동화되는 또 다른 이유는 소비문화가 이들에게 또래문화 내에서 자신의 위상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코드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또래 집단을 중요한 준거집단으로 삼는 청소년층에게 소비문화의 유행을 따라가는 것은 기성세대의 유행문화와 다른 차원에서 이해되어야 하는 문제이다. 성인에 비해 비교적 활동범위가 제한되어 있고 학업을 강요당하는 억압적인 환경에 묶여있다는 환경적 특징으로 인해 청소년들은 소비활동을 통해 또래집단 내에서 이상적인 정체감을 확보하는 동시에, 그들이 속해 있는 지배 문화에 정서적, 물리적으로 편입할 수 있는 기제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또한 소비자가 제품을 현시적 소비의 목적으로 구매하는 경우에는 소비의 목표가 지식 획득이나 자아를 확장시키는 데에 있는 것이 아니라 소속집단에 동조하고자 하는 심리적 욕망과 관련이 있다. 따라서 현시적 소비의 근거를 파악할 때에는 준거집단의 영향력이 중요한데, 청소년기 소비생활에서 준거집단으로 제시되는 것은 대개 또래집단이다(Assael, 1984).

청소년은 학교교육의 억압에서 벗어나기 위한 소극적 도피의 방법으로 상업화된 대중소비문화를 수용하는 측면이 크다. 조혜정(1996)은 권위적인 입시 위주의 교육을 받고 가부장제의 사회에서 자라난 90년대 이후 한국 청소년들이 전통적 관습적 규범에서 탈피하기를 원한다고 지적했다. 억압적 상황에 대한 탈출구로 청소년이 가장 쉽게 선택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소비문화이며 또래의 소비문화 향유를 통해 심리적 해방감을 얻는다는 것이다. 이런 청소년의 소비문화는 옷이나 구두 등 일반적 상품의 구매 뿐 아니라 대중스타와 관련된 다양한 형태의 소비를 포괄한다.

1990년대 청소년의 이와 같은 경제적, 사회·문화적 특성이 소비문화에 편입되기 쉬운 잠재적 조건들이었다면 청소년층을 실제 소비 주체로 부상시킨 것은 전략적 소비담론을 만들어낸 독점자본이었다. 청소년 및 청소년문화가 사회적 이슈의 대상으로 떠오른 것은 1990년대 초반 자본이 만들어낸 X세대 담론의 유행에서 비롯됐는데, 이후 보다 어린 10대 청소년을 지칭하는 N세대 담론을 통해 본격적인 주목을 받았다.

N세대는 생산보다는 소비의 속성이 강하고, 문화를 향유하는 방식에 있어서 다른 사람과 다른 방식을 취하고 싶은 욕구가 강한 것으로 특징지어진다. 이들은 한국 사회의 소비 패턴이 ‘문화적 소비’로 들어선 시대에 성장한 최초의 세대이다(박길성 외, 2005). 경제적 풍요와 문화적 소비로 소비문화의 흐름이 변화해오면서 N세대는 기성세대와는 확연히 다른 월등한 소비감수성을 가지게 되었다. 이와 같이 청소년 담론을 통해 특별한 세대로서 사회적 관심의 대상이 된 청소년의 이미지는 자본이 만들어낸 다양한 상품들로 전이되면서 거대한 청소년 시장을 형성하게 되었다. 요컨대 청소년들에게 자본주의는 그들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데 있어서 가장 핵심적인 조건이자 기제로 작동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즉 그들에게 있어서 자본주의는 외적인 경제 원리를 넘어서 내적인 삶의 원리로, 소비문화는 가치관과 삶의 양식을 결정하는 기준으로 존재하는 것이다(황동일, 1994).

이러한 한국사회의 문화주의적 차원에서의 구조가 소비문화로 전환되는 것과 맥을 같이하며 청소년영화도 많은 부분 이전과는 다른 양상을 나타내게 된다.

첫째, 이전에는 없었던 장르인 ‘인터넷 소설’이 영화화되는 경향이다. 2000년대 이후로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연재되던 하이틴 로맨스 소설은 청소년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며 그 중 일부는 영화로 제작되기까지 하였다. <그놈은 멋있었다>, <내 사랑 싸가지>, <늑대의 유혹>, <제니, 주노> 등이 2004년-2005년에 걸쳐서 제작되었으며, 그중 <늑대의 유혹>은 가장 흥행에 성공한 작품이다. 하지만 이들 인터넷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일련의 청소년영화들은 과거 1970년대의 하이틴영화보다도 더 환상성을 추구하는 방식으로 전개된다.

다만 바뀐 것이 있다면 과거 등장인물의 성격에서 여성 캐릭터의 설정이 남학생들이 꿈꾸는 판타지에 가까운 순수하고 순결한 여학생을 그리는 데 치중했었다면, 인터넷 소설에 등장하는 남자 주인공 캐릭터들은 대부분 여학생들이 환상으로 그리는 이상형의 조합으로 그려진다는 점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대부분의 남자 캐릭터는 폭력적으로 세상을 대하는 ‘일진’에 속해있는 학교 ‘짱’이며, 여자 캐릭터는 이에 비해 너무나 평범해서 학교에서 전혀 주목받지 못하고 있다가 별안간 남자 주인공의 관심의 대상이 되면서 모든 이들의 주목을 받게 된다는 설정을 기본 골격으로 하고 있다는 점이다.

둘째, 청소년을 주인공으로 하는 영화가 독립영화 영역에서 상당히 많이 생산된 것이다. 이와 같이 독립영화 영역에서 청소년영화가 많이 생산된 배경에는 일단 독립영화 영역 자체가 기존의 사회운동적 성격에서 대중문화적 성격으로 많이 변모한 까닭이 가장 크다. 1980년대 영상사회운동으로 출발한 독립영화는 이후 다양한 변화의 과정을 거쳐 2000년대 이후에는 일상에서의 정치를 담아내는 다큐멘터리 및 극영화를 생산해내게 되었다. 또한 21세기로 접어들면서 포스트모던하고, 일상적이고 매우 개인적인 고민에 대해 주목하는 주제를 담은 영화를 생산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독립영화 영역에 많이 모이게 되면서 사회의 다양한 분야에 대한 다양한 시각이 작품으로 많이 생산, 배급되게 된 것이다.

한편 다른 배경에는 매우 현실적인 이해관계가 놓여 있다. 사실상 청소년영화라는 하위장르는 공식적으로 영화산업 체계 내에서 존재하지 않는다. 물론 이전에도 ‘청소년영화’라는 명칭은 학술적으로, 저널리즘적으로, 혹은 정책적으로 구분하기 위한 편의적 용어였을 뿐이지만, 근래에 들어서는 ‘청소년’을 주된 관객 대상으로 상정하여 제작되는 영화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5).

독립영화로 간 청소년영화는 청소년문화의 다양한 지점을 다양한 현실적 고민들과 함께 재현한다. 그 중에서 평단의 호평과 함께 흥행에서도 성공한 영화 중 하나는 2011년 제작된 <파수꾼>이다. <파수꾼>은 주요 배경이 학교이며 등장인물들이 모두 고등학생들이며, 그 속에서 학생들 간의 갈등을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이 영화 역시 현 시대의 사회나 교육시스템과 깊게 결부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2009년 제작된 <바람> 역시 학교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데, 두 영화 모두 남자 고등학생들이 학교 안팎에서 마주하는 폭력에 대해서 그리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폭력의 측면에서 보자면, <바람>은 학교 일진끼리의 싸움에 집중한 반면, <파수꾼>은 우정이라는 감정적 매개체를 두고 첨예하게 대립하는 친구들 간에 벌어지는 감정싸움의 외적 표현으로써의 폭력을 다룬다는 점에서 약간의 차이를 보이고 있다.

또한 <천하장사 마돈나>는 중학생의 성정체성 고민이라는 독특한 소재를 보여주는데, 이런 독특함으로 인해 주인공은 학교생활에서 많은 괴롭힘을 당하는 것으로 설정된다. 이와 같이 학교 폭력은 가시적이든 비가시적이든 간에 인물들 간의 관계에 있어서 지속적으로 작동하는 메커니즘으로 볼 수 있다.

2000년대 이후에도 청소년영화에서 재현하는 주요 공간은 대부분 학교이다. 완벽히 적응을 하여 우등생/승리자의 역할을 하든, 아니면 빠져나오지 못해 마지못해 남아있든, 학교는 청소년문화를 재현해내는 데 있어 여전히 많은 이야기들을 담고 있는 공간으로 그려진다. 학생이라는 정체성 역시 마찬가지다. 대부분 청소년들은 학교 바깥에서 의미 있는 일을 진행시킬지라도 학생으로서의 정체성을 유지하는 것으로 재현된다.

각 영화들은 각자 다른 방식으로 사회와 학교, 그리고 개인 간 갈등 구조를 파악하며 나름의 방식대로 드러낸다. <파수꾼>은 학교와 그 안팎에서 벌어지는 문제를 간접적인 방식으로 풀어갔고, <도가니>는 훨씬 직접적이고 강력한 방식으로 문제의 심각성을 제기하며, <완득이>는 다문화가족에 속해 있는 빈곤계층의 청소년이라는 제법 무거울 수 있는 문제를 다소 코믹한 터치로 접근한다. 이들 영화 모두는 인간관계에서 비롯된 갈등이 사회나 학교와 같은 구조적 문제와도 역시 연결되어 있다는 점에서 유사하다. 이 영화들에 재현된 2000년대 한국 청소년의 상황을 통해서 학교의 변천과정, 한국 사회의 정치·경제적 분위기, 학생들의 관계 및 인권 상황 변화 등을 관찰할 수 있다(계운경, 2012).


Ⅴ. 논의 및 결론

청소년영화가 재현하는 청소년문화는 시대별로 비교적 뚜렷하게 구분되어 왔다. 1970년대 하이틴영화에 재현된 청소년의 모습은 당시 사회상황으로 인하여 실제 청소년들이 감시와 통제의 그늘 안에 있었던 현실과는 다른 판타지의 영역으로 소화된다. 이런 배경에는 유신정권의 강력한 통제 체제에 의한 사전검열제도 등의 제도적 제약 역시 존재한다.

반면 1980년대 후반에 제작된 청소년영화들에서는 이전에 비해 훨씬 더 현실의 청소년상에 근접한 모습을 재현해낸다. 그들은 입시전쟁에 매달리는 부모와 개도하려는 교사, 그리고 경쟁하는 급우들 간의 긴장까지 모두 다 안고 있는 현실의 고등학생 모습에 가까운 방식으로 재현되었다. 또 1980년대 중반부터 불거진 청소년 자살문제라는 사회적 이슈를 영화 안에서 다룸으로써 영화의 인기와 함께 청소년 자살 문제에 관한 담론이 더 활발히 이루어지게 하는 역할을 하였다.

1990년대 후반 청소년영화에 등장하는 청소년들은 무너진 교육체제 안에 있는 학생들의 모습으로 재현된다. 이는 실제로 1990년대 중반 이후로 제기된 우리 교육체제의 문제와 그로 인해 파생되는 학교문제와도 직결된다. 이 시기 학교 바깥 청소년들의 모습을 다룬 영화들도 제작되는데, 이는 대중문화를 적극적으로 소비하는 청소년세대의 우상으로 서태지가 급부상한 것과도 무관하지 않다.

2000년대 청소년영화는 1990년대 후기 자본주의적 소비문화가 이미 상당 부분 안정적으로 진행되고 난 이후의 청소년들의 소비행태와도 관련을 보인다. 이들을 타깃으로 한 인터넷 소설의 영화화는 이들이 판타지를 가질 수 있도록 그에 맞는 캐릭터와 서사구조로 이들을 적극적 소비자로 맞이할 준비를 한다. 상업영화 영역에서는 여전히 1990년대 후반 공포의 공간으로서의 학교와 그 학교에서 희생되는 무력한 희생자로서의 학생이라는 구조를 가져오는 학원공포물이 맥을 잇고 있다. 이러한 학원공포물의 명맥이 유지되는 이유는 여전히 청소년들은 학생의 정체성에 머물러 있는 경우가 많으며, 그로 인해 수반되는 입시 스트레스와 경쟁 구도 속에서의 답답함 같은 현실적 문제들 역시 지속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또한 독립영화 영역에서 재현되는 청소년상은 비교적 자본의 간섭에서 자유로운 제작 기반을 가진 이유로, 기존 상업영화에서 재현되었던 방식에 비해 덜 전형적이라는 특징이 있다.

더불어 각 시대별로 구분한 특징대로 청소년상 역시 시대의 요구에 맞추어 재현된 것으로 보인다. 각 사회 영역마다 주도적인 청소년상은 다르게 존재할 수 있는데(전상진, 2006) 청소년영화에서도 시대를 거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청소년상은 폭력과 관련되어 있다. 이는 오랜 시간 동안 매스미디어를 통해 문제 청소년 담론이 지속적으로 생산, 재생산을 반복해온 사실과 무관하지 않다고 보인다.

청소년영화는 당시 정치사회적 상황 및 청소년에 직접 관련된 이슈들을 예민하게 반영하여 청소년문화를 재현하고 있었으며, 1970년대부터 2010년대에 이르기까지 한국 사회에서 지속적으로 진행되어 온 대중소비주의 문화의 맥락에 따라 청소년영화에서 재현되는 청소년문화 역시 그로 인해 새롭게 재편되는 소비문화, 권력관계 등을 드러내는 방향으로 변화하였다.

영화라는 매체를 통해 청소년들이 직면한 현실적 고민과 문제를 담담히 바라보고 재현해내는 역할을 해주는 것은 대중영화가 가지는 순기능일 것이다. 동시에 청소년영화에서 재현되는 청소년들의 문화와 청소년상 역시 그들 자신이 아니라 청소년이 아닌 다른 사람들에 의해서 타자화 될 가능성을 얼마든지 내포하고 있다는 점을 인지하고, 영화 속 재현되는 청소년문화나 청소년상에 대해 이데올로기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자세가 필요할 것이다.

Notes

2) 오진곤(2011)은 “1970년대와 1980년대 한국 고교생영화의 관계성 연구”를 통해 1970년대와 1980년대에 제작, 상영된 청소년영화들 간의 유사점과 차이점을 분석하였고, 정영권(2012)은 1980년대 후반엣 1990년대 초반을 ‘민주화 이행기’로 명명하고 이 시기 청소년영화들을 분석한 바 있다.

3) UCC는 User Created Contents의 약자이며, 이는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들이 휴대전화, 인터넷, 디지털 카메라 등의 기기를 통해서 콘텐츠를 제작, 유포할 수 있게 되면서 생겨난 용어이다. 한국에서는 청소년들이 온라인 공간을 통해 자신이 제작한 콘텐츠를 자유롭게 업로드하고, 또 다른 또래집단의 콘텐츠를 감상할 수 있게 되었다.

4) 현시적 소비(conspicuous consumption)는 Veblen의 <유한계급론>에서 최초로 사용되었다. 현시적 소비란 ‘하나의 물건을 사용하면서 얻는 기능적인 가치에서 만족을 얻기 위하여 물건을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그런 제품을 소비할 수 있는 능력을 가졌다는 것을 타인에게 보임으로 인해 자신의 부를 과시하여 만족을 얻는 소비행태’를 의미한다.(한국청소년개발원, 1997)

5) “과거에는 한국영화 자체가 한국시장에서조차도 할리우드 영화의 틈새시장을 공략하는 하나의 장르에 불과했던 것 같다. 그리고 비용 구조도 지금과 달라서 작은 예산으로 특정 대상만을 타깃으로 한 영화를 만들더라도 수익을 낼 수 있는 구조였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지금은 일반적인 상업영화의 목표 관객을 100만 명으로 가져가는 영화는 거의 없다. 순 제작비도 상승했지만 그보다 P&A의 상승으로 일반 상업영화의 예산이 적어도 150만 명 이상에서 형성되고 있는 것을 고려하면, 잘되면 100만 명대 시장인 청소년층만 타깃으로 한 영화는 상업적으로 고려되기 힘든 현실이다. 지금은 19금 이상을 위한 영화나 15세가 봐도 되는 영화, 12세 혹은 전체가 봐도 되는 영화가 있을 뿐이지 10대만을 위한 영화는 없다. 앞으로도 이는 힘들 것으로 본다. 물론 저예산영화로는 가능할 수 있다. 영화의 다양성이라는 관점에서는 아쉬운 점이 없지 않으나, 현실적으로 청소년영화의 시장성에 대해서 긍정적으로 보긴 어렵다”며 고민한다. 오늘날 청소년물이 없어진 이유에 대해서는 “현재 청소년시장은 거의 없다. 이들이 영화를 소비할 수 있는 공간은 극장만이 아니다. 디지털 플랫폼 환경에 의해 온라인 비오디 등을 활용할 수 있다. 게다가 영화 외에도 문화를 소비할 수 있는 공간이 많아졌다. 예전과 달리 청소년들은 이미 성인화됐는데 성인의 눈높이와 거의 같다고 본다. 디지털과 게임에 익숙해진 세대라서 CG가 많이 사용된 할리우드 영화나 SF 블록버스터에 큰 관심을 갖는다. 그런 면에서 예전에 제시했던 청소년물에는 상대적으로 매력을 못 느낀다. 또 한편으로는 요즘 학생들은 극장에 가서 영화를 볼 정도의 시간이 없는 것도 문제이다. 사회적인 혹은 경제적인 트렌드도 함께 가기 마련인데, 이들이 소비하는 이야깃거리가 바뀌었다. 다만 이들이 즐기는 것은, 여전히 웹툰이다. 이들을 타깃으로 할 경우 소재를 웹툰에서 많이 가져올 수밖에 없다.” (전종혁,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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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 1>

시기별 청소년영화

제작시기 영화명(시리즈)
1970년대 <여고졸업반>(1975), <진짜 진짜 잊지마>(1976), <진짜 진짜 좋아해>(1977), <고교얄개>(1976), <고교 우량아>(1977), <고교결전 자! 지금부터야>(1977), <고교유단자>(1977), <고교 고단자>(1978), <푸른교실>(1976), <우리들의 고교시대>(1978) 등
1980년대-
1990년대 초반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1989), <꼴찌부터 일등까지 우리반을 찾습니다>(1990), <그래 가끔 하늘을 보자>(1990), <있잖아요 비밀이에요>(1990), <열일곱 살의 쿠데타>(1991), <지금 우리는 사랑하고 싶다>(1991),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1992), <스무살까지만 살고 싶어요>(1992) 등
1990년대 후반 <여고괴담>(1998), <여고괴담-두 번째 이야기>(1999), <비트>(1997), <나쁜영화>(1998), <세븐틴>(1997) 등
2000년대 이후 상업영화 <친구>(2001), <화산고>(2001), <두사부일체>(2001), <어린신부>(2002), <품행제로>(2002), <클래식(2002), <몽정기>(2002), <여고생 시집가기>(2004), <그놈은 멋있었다>(2004), <내 사랑 싸가지>(2004), <늑대의 유혹>(2004), <말죽거리 잔혹사>(2004), <제니, 주노>(2005), <다세포소녀>(2006), <백만장자의 첫사랑>(2006), <스승의 은혜>(2006), <고사: 피의 고사>(2008), <고사: 두 번째 이야기>(2011), <4교시 추리영역>(2009), <도가니>(2011), <완득이>(2011), <써니>(2011), <화이트: 저주의 멜로디>(2011) 등
독립영화 <눈물>(2000), <고양이를 부탁해>(2001), <발레교습소>(2004), <천하장사 마돈나>(2003), <바람>(2009), <반두비>(2010), <파수꾼>(2011), <명왕성>(2012), <셔틀콕>(2013), <한공주>(2013)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