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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rum for youth culture - Vol. 48

[ Column ]
Forum for youth culture - Vol. 48, pp. 135-140
Abbreviation: Forum for Youth Culture
ISSN: 1975-2733 (Print)
Print publication date Oct 2016
DOI: https://doi.org/10.17854/ffyc.2016.10.48.135

다름은 축복이다
박찬열
마포 청소년문화의 집 관장


얼마 전 근무하고 있는 시설 내부를 리뉴얼했다. 사무실의 위치도 바꾸고, 휴게공간도 확장하고, 몇 개의 방을 철거해서 공간도 넓혔다. 그리고 5층에 있는 청소년문화카페도 2층으로 내렸다. 그리고 문화카페에 있는 20여개의 의자를 모두 색깔이 다르거나 모양이 다른 의자로 교체했다. 초등학생이 카페를 둘러보더니 묻는다.

여기 의자는 왜 모두 틀려요?
모두 틀린 게 아니고 모두 다른 거야.
그럼 여기 의자들은 왜 모두 달라요?
의자의 모양과 색깔이 모두 꼭 같을 필요가 있을까?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청소년이 다시 말을 잇는다.
생각해 보니 꼭 같을 필요는 없겠네요..
그리고 함께 온 옆의 친구에게 말을 건넨다. 그런데 왜 학교에서는 모두가 같은 의자에 앉는 거지?

짧은 대화 속에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다름과 틀림의 구분에 대한 이야기는 이제 새로운 논제가 아니다. 오히려 진부한 느낌이 들 정도이다. 하지만 인식의 측면이 아닌 삶에서 이를 어떻게 수용하고 실천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부족한 면이 많다. 다름에 대한 생각들이 머리에서 가슴으로, 가슴에서 손과 발로 전달되는 데에 시간이 더 많이 투자되어야 한다.

‘문화역량 개념 틀 및 지표 구축연구’(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2014)에서는 문화역량을 개인적 차원과 사회적 차원으로 구분하고, 사회적 차원을 공감, 소통, 관용으로 영역을 나누었다. 이 가운데 관용은 문화개방성과 문화포용성을 지표로 삼고 있다.

청소년문화를 대표하는 다양한 긍정적 표현이 있지만, 그 가운데 생동감과 다양성을 꼽을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청소년을 위한 정책의 추진, 공간의 조성, 활동프로그램의 기획과 운영과정에서 보다 체계적이고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 이에 청소년현장에서 다양성을 확보하기 위해서 필요한 과제가 무엇인지 제언을 하고자 한다.

첫째, 청소년활동공간의 다양성이 필요하다.

청소년시설에 방문하여 둘러보다 보면, 상당수 시설들의 공간구성과 용도가 비슷하거나 판박이처럼 똑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청소년시설이 속해있는 지역적 특성과 그 안에 살고 있는 청소년들의 특성이 다양함에도 불구하고, 공간의 하드웨어가 비슷하다는 것은 다양성에 대한 적절한 대응이라고 할 수 없다.

또한 청소년들이 향유하는 놀이문화는 짧은 주기로 많은 변화를 보이고 있음에도 이에 대해 신속하게 대응하지 못하고 있고, 나아가 그들의 놀이문화를 주도하기에 현장의 움직임은 더디기만 하다.

15년 전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설립된 청소년문화의집에 근무한 바 있다. 당시 청소년업무를 관장하던 문화체육부 장관이 의지를 가지고 청소년문화의집 설치 확대를 지시하였다. 그 후 전국의 수많은 지자체와 청소년시설에서 문화의집 설치를 추진하기 위해서 기관을 방문하였다. 그들에게 청소년문화의집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노하우를 전수하고, 앞으로의 개선사항을 전달하는 것이 주요 업무일 정도로 많은 사람들의 방문이 줄을 이었다. 놀라운 점은 그 후 필자가 근무했던 청소년문화의집과 공간명과 콘텐츠가 거의 유사한 청소년문화의집이 전국에 설치된 점이다. 심지어 최초로 설치된 문화의집에서 청소년들의 수요가 사라져 가고 있는 콘텐츠마저 그대로 복사되어 설치되고 있었다.

속도전과 효율을 강조하는 상황에서 다양성은 주요한 준거가 되지 못했다. 그들이 피하고 싶은 것은 실험적으로 새로운 것을 설치하는 과정에서 받게 되는 지적과 비난이지, 기존의 것을 답습한 것에 대한 부담이 아니었다.

지금도 많은 청소년문화의집에 가면 동아리방, 창작공방, 다목적실, 인터넷부스, A.V부스, 댄스연습실, 음악연습실 등의 명칭이 사용되고 있다.

다양한 청소년들이 다양하지 못한 청소년시설을 이용하고 있다는 사실이 놀라울 뿐이다.

둘째, 청소년활동을 위한 구체적 내용에서도 다양성이 필요하다. 청소년활동이 청소년들의 특성과 환경에 변화에 따라 다양한 형태와 내용으로 전개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으나, 실상은 현실적인 한계에 부딪혀 그렇지 못한 면이 있다.

특히, 정책적으로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지역 간 불균형이 벌어지고 있고, 각 시설이 가지고 있는 여건에 따라 격차가 발생하고 있다. 정부에서 실시한 청소년수련시설 종합평가 결과에 따르면, 일부 청소년시설은 자체적으로 청소년사업비를 확보하고 있지 못하고, 오로지 중앙정부와 지자체에서 정책적으로 추진하는 사업이나 공모사업을 통해서만 청소년사업비를 확보하고 있다.

예를 들어, 청소년운영위원회, 공공청소년수련시설지원사업, 청소년방과후아카데미지원사업 등 정책사업 외에는 청소년사업비가 마련되지 못한 시설이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은 청소년활동을 추진함에 있어서 청소년들의 요구와 특성을 감안한 사업추진을 어렵게 할 뿐만 아니라, 청소년시설이 청소년들로부터 외면 받게 되는 상황으로 몰리게 한다.

청소년수련활동인증제의 경우에서도 제도의 시행초기에는 인증 받은 청소년수련활동은 4년간 매해마다 인증 받은 활동을 추진해야 만 했다. 이러한 규정으로 인해 인증수련활동 개발당시와 그 이후에 제반환경이 변함에도 불구하고, 매해마다 해당 인증수련활동을 실시해야만 했던 것이다. 하지만 제도 시행 과정에서 상당수의 청소년시설이 사업의 경직성을 경험하게 되었고, 나아가 인증수련활동에 대한 신청을 포기하는 상황에 이르게 되었다. 이러한 문제점을 인식하여 최근에는 인증신청 시 인증유지 기간을 개발자가 선택하게 하도록 운영규정이 개선됨으로써 제기된 어려움은 상당부분 해결되었다. 하지만 국가적으로 추진되는 정책사업의 과정에서 청소년시설이 정책전달체계로 활용되는 한 이러한 사례가 반복되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이러한 청소년활동의 다양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청소년들의 요구와 특성에 기반 한 홛동이 펼쳐지도록 일정수준의 예산이 수반되어야 하며, 정책을 입안하고 추진하는 관점에서도 이러한 상황을 고려하여 추진할 필요가 있다.

저출산 고령화와 복지수요의 폭발적인 증가로 인해, 지방정부는 예산의 수립과 집행과정에서 어려움이 발생하고 있는데, 이러한 현실이 청소년활동현장에서도 그대로 나타나고 있고, 이는 청소년활동의 경직성을 초래하게 될 가능성이 있으므로 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

세째, 세대 간 다름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

세대 간 다름은 분야가 아니라 삶의 시간이 다른 사람과 사람 간에 생기는 차이 이며 다름이 총화되어 외면으로 나타나는 대표적 현상이다.

최근 통계청에서 발표한 ‘2015 인구주택 총조사’에 따르면, 우리사회를 구성하는 연령대의 폭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이전 보다 앞으로 살아가야 할 세상은 세대 간의 간극이 더 벌어질 것을 예고하고 있는 것이다. 냉정하게 말하면 우려가 아닌 현실이다.

우리 사회를 구성하는 다양한 세대들이 서로 다른 삶의 궤적을 갖고 있고, 그로 인해 세대 간의 생각의 차이가 있고 생활의 방식이 다른 것은 당연한 일인데 이를 갈등으로 몰아가는 것은 너무 부정적인 면만 강조한 측면이 있다. 오히려 세대 간의 다름으로 인해 상호간에 얻게 될 긍정적인 측면을 더 찾아보는 노력이 필요하다. 청소년들이 어르신들과 자주 만나게 되면서 삶의 경험에서 오는 지혜를 얻게 되기도 하고, 어르신들은 청소년들과 만나는 과정에서 자신의 삶을 반추하면서 자기통정감이 생기기도 한다.

청소년기는 다른 세대와의 실질적인 이해관계의 충돌이 발생하지는 않는다. 국민연금의 수령, 세금의 부담, 일자리에 대한 분담 등 청년이후로는 실질적 이해관계의 소용돌이 빠지게 된다. 때문에 청소년기에 세대 간 소통과 이해를 위한 노력과 접근이 필요하다.





이제까지 청소년활동현장에서 다양성에 기반 한 활동을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를 제시하였다.

모든 청소년의 요구와 수요를 반영하고 다양성에 기반 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우리가 다름의 가치를 존중하고 다양성에 대한 중요성을 가지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다름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그 폭과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존재해왔다. 이제는 일상에서 존재하는 다름을 어떻게 해석하고 생산적으로 승화시킬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이고 실천적 노력이 필요할 때이다.

다름은 축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