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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rum for youth culture - Vol. 38

The disease and treatment experiences of adolescent with depression 청소년의 우울과 치료경험에 대한 질적연구

Author: Chung, JiYoung *Affiliation: *Ewha Womans University Graduate School of Social Welfare Dept
Author: Kang, HyangSook **Affiliation: ***Ilsanpaik Hospital Department of Psychiatry MD
Author: Park, EunJin ***
Correspondence: **Namseaul University Child Welfare Professor

Journal Information
Journal ID (publisher-id): RCKYC
Journal : Forum for youth culture
ISSN: 1975-2733 (Print)
Publisher: Research Center for Korean Youth Culture
Article Information
Received Day: 28 Month: 02 Year: 2014
Revised Day: 19 Month: 03 Year: 2014
Accepted Day: 21 Month: 03 Year: 2014
Print publication date: Month: 04 Year: 2014
Volume: 38
First Page: 91 Last Page: 123
Publisher Id: RCKYC_2014_v38_91
DOI: https://doi.org/10.17854/ffyc.2014.04.38.91

Abstract

The purpose of this study is to understand deeply about the disease and treatment experiences of adolescent with depression. To achieve this goal, 7 adolescents who were diagnosed with depression and also treated for it were included in the study, and the researcher explored subjective meaning structure about the experience of depression and treatment. In detail, the data was collected by in-depth interviews using qualitative research method, and researcher performed categorization analysis and subject analysis. According to the result, six categories and fifteen sub-categories were extracted: 1) The breathless world, 2) Loosing my footing, 3) Reaching the limit of my body and mind which is out of control, 4) Undesirable naming as a melancholiac, 5) Going through with recovery, 6) Getting more effect in relationship than expected. Based on the results of this study, the findings suggest the practical guideline to improve social work interventions for mental health of adolescent.

Abstract, Translated

본 연구의 목적은 우울증을 겪고 있는 청소년들의 우울과 치료경험을 이해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우울증으로 치료를 받고 있는 7명의 청소년에 대한 심층 면접 내용을 바탕으로 우울과 치료 경험에 대한 주관적 의미구조를 탐색하였다. 구체적으로, 질적 연구 방법을 활용하여 심층면접을 통해 자료를 수집하고, 수집된 자료를 가지고 범주화 분석과 주제 분석을 수행하였다. 분석결과 우울증 청소년의 우울과 치료경험은 ‘숨 막히는 세상’, ‘설 자리를 잃음’, ‘내 몸과 마음조차 뜻대로 되지 않는 한계에 부딪힘‘, ’달갑지 않은 우울증 환자‘, ’더디고 무거운 발걸음으로 걸어가는 회복의 길’,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치료 이상의 효과를 얻음’ 등 6주제와 15개의 하위 주제로 나타났다. 이러한 연구결과에 근거하여 청소년기 우울증을 예방하고, 우울증을 겪고 있는 청소년들의 정신건강을 증진하기 위한 실천적 개입 방안에 대해 제언하였다.


Keywords: Adolescent depression, Depression and treatment experience, Qualitative research, 청소년의 우울, 우울과 치료경험, 질적연구

Ⅰ. 서 론

청소년기의 정신건강문제는 청소년기를 넘어 성인기 정신건강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그 중요성이 점차 크게 인식되고 있다. 청소년기는 인간 발달의 연속선상에서 신체적·심리적·사회적 그리고 인지적으로 많은 변화를 겪는 시기이므로 발달 변화에 따른 스트레스 상황에 처할 가능성이 증가하여 여러 가지 정신장애에 대한 취약성이 높고, 우울증에 걸리는 빈도가 높다(오윤선, 2006). 청소년기의 우울은 가정생활과 학교생활에서의 부적응과 자살, 문제행동, 그리고 성인이 된 후의 정서장애와 높은 관련성을 나타내므로 그 심각성이 크다(이은숙, 2002). 특히, 한국사회의 청소년들은 성적, 입시 등으로 인한 과도한 학업 스트레스, 학교 친구들의 괴롭힘과 폭력, 부모 이혼과 가정 폭력 등으로 인한 가족상실과 같이 우울감을 유발할 수 있는 다양한 환경에 노출되어 있다(이지은·윤지현·권지성, 2013). 이러한 현실을 반영하듯, 청소년건강행태온라인조사 결과(질병관리본부, 2012)에 의하면, 최근 1년 동안 2주 내내 일상생활을 중단할 정도로 슬픔이나 절망감을 느꼈다고 보고하는 청소년은 30.5%, 최근 12개월 동안 심각하게 자살을 생각한 적이 있다고 보고하는 청소년은 18.3%를 차지하였다. 또한, 서울시 소아청소년광역정신센터가 2010년 서울 시내 중고교생 3만 786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우울증 학생 선별검사’에서도 17.2%가 평소 우울감을 느꼈고, 이중 심한 우울증이 의심 돼 병원치료를 권장 받은 학생 수는 4.6%에 달했다. 그러나 2010년 서울에서 우울증으로 병원 치료를 받은 청소년 수(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 기준)의 비율은 전체의 0.47%에 그쳤다. 우울증이 심각하지만 전문 치료기관을 찾지 않아 공식 통계에 잡히지 않는 ‘숨은’ 청소년이 훨씬 더 많은 셈이다(경향신문, 2011). 또한, 건강보험심사평가원(2011)에 의하면, 우울증 환자로 등록된 19세 이하의 환자 수는 2009년 36,497명, 2010년 35,639명에 불과하여 실제 우울감을 호소하는 청소년과 전문적 치료가 이루어지고 있는 청소년 사이에는 상당한 간극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처럼 우울증을 앓고 있는 청소년들 중 매우 소수만이 치료적 도움을 받고 있는데, 적절한 치료가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성인기까지 지속되어 만성화될 위험은 2-4배에 이르고(Bhatia & Bhatia, 2007), 이후 다른 정신장애를 발달시킬 가능성은 20배 증가 하며(Angold & Costello, 1993), 자살과도 높은 상관관계가 있다(Puig-Antich, Goetz & Davies, 1998). 하지만 청소년기의 우울증은 성인에 비해 자신의 감정 상태를 정확하게 인식하고, 이를 언어로 표현하거나 전달하는 능력이 떨어지며(김세원, 2010), 성인과 달리 가면우울이라 하여 간접적이고 숨겨진 양상으로 표현되기 때문에(오경자, 1995) 조기발견이 어려워 방치될 우려가 많다(유재순·손정우·남민선, 2010). 결국, 정신건강에 문제가 있는 청소년의 규모가 점차 증가하는 추세에도 이들이 제도권 내에서 적절한 도움을 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기에(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2012) 그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우울증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청소년들을 제도권 내에서 조기에 발견하고,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무엇보다도 시급하다 하겠다.

한편, 지금까지 청소년 우울과 관련된 선행 연구을 살펴보면, 청소년 우울증의 특성(김은정·오경자, 1992; 강경미, 1994; 김세원, 2010; 최인숙, 2012), 우울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배미예·이은희, 2009; 남윤주·이숙, 2008; 문창희·박제일·전정옥·천성문, 2010), 우울이 미치는 영향(김명식, 2008; 박영숙·권윤희, 2013) 등을 파악하고, 이들 요인간의 관계를 파악하는(배정이·김윤정, 2009; 김진아·이형실, 2011; 손병덕, 2009)연구가 주를 이루고 있다. 이러한 연구들은 주로 양적연구로서 청소년기 우울의 특성이나 우울에 미친 영향 요인간의 관계를 규명하는 데에는 기여하였으나 실제로 우울증을 경험하고 있는 청소년들의 관점에서 심층적인 탐구는 이루지 못하였다. 특히, 심각한 우울증상이 있음에도 치료기관을 찾지 않은 숨은 청소년들이 많고, 치료가 적절히 이루어지지 않을 때 만성화, 다른 정신장애로의 발달, 자살과의 관계성 등을 고려해 볼 때 우울증 청소년들에 대한 적절한 개입 방안의 마련이 매우 절실하다. 이를 위해서는 우울증을 경험하고 있는 청소년들의 관점에서 그들의 경험을 더욱더 세심하고 심층적으로 이해하는 연구가 필요하다 하겠다. 구봉은(2008)은 신경정신과에 입원한 우울증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그들의 경험을 탐구하였다. 연구결과 우울증 청소년들은 의미 있는 타인과의 갈등, 충동조절의 어려움, 불면증, 호흡곤란, 두통 등의 신체적인 증상으로 입원을 하였고, 뒤쳐진 학업과 정신과 환자에 대한 친구들의 시선을 걱정하였다. 그러나 이 연구는 입원기간 동안에 이루어진 연구이기 때문에 실제 우울증 청소년들이 일상생활 속에서 학업수행이나 친구들의 시선을 어떻게 경험하였는지에 대한 탐구를 이루지 못한 한계가 있다. 더욱이 우울증은 오랜 치료기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우울증을 겪고 있는 청소년들의 일상생활 속에서의 경험을 더욱 깊이 파악할 필요가 있겠다.

따라서 본 연구는 우울증 청소년들을 직접 만나 심층면접을 실시하여 그들의 경험을 깊이 있게 파악 해 보고자 하였으며, 이를 통해 우울증 청소년들이 제도권 내에서 적절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데 기초 자료를 제공하고자 한다. 이러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민감하고 정서적으로 깊이 있는 주제와 관련한 연구 대상의 복잡한 세계를 전체적인 관점에서 알리고, 역동적인 실체를 파악할 수 있는 질적 연구 방법(Deborah & Padgett, 2008)을 활용하였다.


Ⅱ. 문헌검토
1. 청소년 우울의 특성 및 실태

청소년기는 흔히 ‘질풍노도’로 표현되는 부적응의 시기로 독특한 요구와 도전을 함축하고 있기 때문에 특별한 관심을 필요로 하는 시기이다. 이 시기는 아동기에서 성인기로 이행하는 시기로서 신체적인 변화와 성적인 성숙, 부모로부터의 심리적 독립, 가치관 정립 등으로 인한 갈등과 좌절을 겪으며, 학업성적이나 진로문제 등 다양한 정서·행동 문제가 흔히 발생한다(Torsheim & Wold, 2001). 특히, 청소년기는 인지·정서적 발달로 인해 자신을 성찰하게 됨으로써 자기비판이나 부적 자기 평가가 가능해지고, 자신의 정서적 감정에 대한 지각은 물론 타인의 정서적 감정을 지각하는 능력이 성숙하게 되면서 우울한 느낌과 생각을 경험하게 될 확률이 높아지게 된다(김은정·오경자, 1992).

일반적으로 우울증은 기분의 저하, 의욕이나 흥미의 상실, 죄의식이나 무가치감, 수면장애, 식욕의 장애, 에너지의 저하, 집중력의 저하를 보이며 일상생활이나 사회생활에 심각한 지장을 주는 상태로 정의할 수 있다(WHO, 2009). 하지만 청소년의 경우 성인 우울증과는 달리, 가까운 지인에 대한 짜증, 학업에 대한 흥미저하, 자신감저하, 자포자기의 사고방식, 음주, 약물중독, 가출, 성적 문란 등의 부정적 행동으로 나타나게 된다. 특히 충동성은 증가하지만 이를 통제할 수 있는 제어력과 정신적 성숙이 뒷받침 되지 않기 때문에 쉽게 폭발하여 자해나 자살, 타인에 대한 폭력이 일어날 수 있다. 이 때문에 아동과 청소년의 우울증을 가면성 우울증이라고 한다(연합뉴스, 2009). 또한 죄의식을 많이 느끼고, 자존감이 저하되며, 인지적 장애가 심해 스스로를 형편없는 존재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Cantwell & Baker, 1991). 이러한, 청소년기 우울증은 중요한 발달시기에 있는 개인의 대인관계 기능과 학업성취에 악영향을 미침으로써(Rohde, Lewinsohn & Seeley, 1994), 청소년의 전반적인 성장과 발달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또한, 청소년기의 우울증이 성인기까지 지속되어 만성화될 위험은 2-4배에 이르고(Bhatia & Bhatia, 2007), 자살과 높은 상관관계가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신의진, 2003; 김지수, 2012; 강희양·양경화, 2013) 있기 때문에 사회적 관심이 더욱 절실하다 하겠다.

일반적으로 우울증 유병율은 학령전기 아동의 1% 미만으로 시작해서 6세-12세 사이의 아동에서는 2-3%로 증가하고, 청소년기(13-20세)에는 6-9%정도로 증가한다(Dumas & Nilsen, 2003). 국내의 유병율을 살펴보면, 중학생의 경우 남학생의 22.4%, 여학생의 33.8%(김명식, 2008), 고등학생의 경우 남학생의 29.2%, 여학생의 39.6%에서 우울을 경험하는 것으로 나타나(박형수·박종, 2013) 남학생 보다 여학생이, 중학생 보다 고등학생의 유병률이 더 높은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이처럼 높은 유병률을 보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울증을 경험하는 사람의 65-75%가 전문적인 치료나 도움을 찾지 않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는데(Malone & Lartey, 2004), 이는 대부분의 사람이 우울증에 대한 지식이 부족하거나 부정확하게 알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고(Parslow & Jorm, 2002), 정신질환자에 대한 낙인(stigma)을 우려하여 정신과적 도움을 찾지 않는 것과 관련한다는 지적이 있다(Möller-Leimkühler, 2002). 특히, 앞서 살펴본 청소년기 우울증의 독특성은 청소년기의 발달적 특성이라고 간주 해버리거나 우울증으로 인식하지 못하는 경향이 높고, 정신질환에 대한 사회적 편견으로 인해 우울증 청소년들이 더욱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 그러나 청소년의 우울증은 사회적 스트레스에 매우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경향이 크며, 환경이 좋아지면 우울증세도 호전하는 수가 많고(민성길, 1999), 우울증을 조기에 발견하여 적극적으로 치료하면 80-90%에서 치료 효과가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Malone & Lartey, 2004).

2. 청소년 우울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

청소년 우울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개인적 요인, 가정환경적 요인, 학교환경적 요인, 또래관계 요인들로 나누어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먼저, 개인적 요인으로는 자아통제감이 낮을수록(배미예·이은희, 2009), 자아존중감이 낮을수록(김갑숙·전영숙·이철우, 2009), 완벽성향이 높을수록(김현정·손정락, 2006; 임성택·김진호·정의석, 2011) 우울수준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자아존중감은 청소년 우울을 예측하는 가장 강력한 요인(김갑숙·전영숙·이철우, 2009; 이경님, 2002)이기도 하지만, 우울의 결과로 낮은 자아존중감을 갖게 되기도 하였다(오명희, 2003). 두 번째, 가정환경적 요인으로는 부모의 무관심이나 과잉간섭(김보경·민병배, 2006), 어머니의 통제적 양육행동(최인숙, 2012), 부부갈등(김진아·이형실, 2011) 등이 청소년의 우울에 영향을 미쳤다. 특히 부부갈등은 직접적으로는 자녀에게 스트레스를 주고, 간접적으로는 자녀의 부적응 문제를 유발하여(Grych & Fincham, 1990) 자아개념 및 또래관계, 우울에 영향을 미친다(문창희·박제일·전정옥·천성문, 2010). 또한 가정의 재정적인 어려움, 잦은 음주, 그리고 폭력적 가정에서 자라는 청소년에게서 우울수준이 높게 발견되는 경향이 있다(김보경·민병배, 2006). 세 번째, 학교환경적 요인을 보면 학업적 유능성(신현숙, 2009)이나 학업에 대한 자아개념(남윤주·이숙, 2008), 학교적응수준(이영미·민하영, 2004)이 낮을수록 우울수준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즉, 학교생활과 환경에 잘 적응하고 흥미를 느끼는 청소년들은 자아존중감이 높으며 대인관계도 원만하고 학업성취도도 높아 심리적으로 건강한 것으로 나타난 반면, 그렇지 못한 청소년들은 교사나 또래와의 관계도 원만하지 못하고 학업성취도도 만족스럽지 못해 우울을 느끼고 문제행동을 할 가능성이 높다(심희옥, 1997). 마지막으로 또래 관계 역시 우울과 많은 연관이 있는데, 또래관계가 부정적일수록 외로움, 사회적 회피, 학업성적이 낮고(김윤경·이옥경, 2001), 또래애착수준이 높을수록 우울수준이 낮은 것으로 보고되었다(김성경, 2008). 또한, 우울한 집단은 비우울 집단에 비해 남과 어울리지 않고, 또래친구 간에 인기가 없고, 자신을 이해해 주는 또래 친구가 없다고 느끼는 등 대인관계에 소극적이고, 자기비하, 대인기피증 같은 부정적인 특징을 나타내었다(박은조, 2000).

이상과 같은 연구들은 각각의 단편적인 변인들이 청소년 우울에 미치는 영향력을 밝히는데 주력하였다. 최근에는 아동 및 청소년기에 경험할 수 있는 심리적 문제들이 다양한 수준에서 동시에 발생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그들이 경험하는 삶의 여러 영역을 함께 살펴봐야 한다는 견해에 동의하여 여러 요인들을 포괄적으로 다룬 연구들을 찾아 볼 수 있다(배정이·김윤정, 2009; 김진아·이형실, 2011; 이정선·이형실, 2012; ). 배정이·김윤정(2009)은 개인적 요인, 가정환경적 요인, 학교 및 친구, 교사 요인과 같은 사회·심리적 요인을 모두 포함하여 파악하였다. 그 결과 자아개념이 가장 큰 영향 요인이었고, 학업성취도 및 학교적응정도가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으며 부모의 양육태도(수용성, 자율성), 친구 및 교사의 지지는 매개변수를 통하여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쳤다. 김진아·이형실(2011)은 부모와의 관계, 부부갈등, 또래 관계와 또래괴롭힘의 영향을 파악하였는데 또래괴롭힘이 가장 큰 영향을 미쳤고, 부모와의 관계 수준이 낮을수록, 부부갈등이 심할수록 우울을 더 많이 경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정선·이형실(2012)은 자아존중감, 또래친구관계, 부모와의 관계, 부모 감독, 부부갈등 등이 남녀 청소년의 우울과 어떠한 관련성이 있는지를 분석하였다. 그 결과 여자청소년이 우울을 더 많이 경험하였고, 자아존중감이 우울을 가장 잘 예측하는 요인이었으며 또래친구관계, 부부갈등 등이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외에도 박형수·박종(2013)은 스트레스를 많이 느낄수록, 흡연의 경험이 있는 경우, 음주의 경험이 있는 경우, 신체활동을 많이 한 학생일수록 우울을 많이 경험한다고 하였다.

이상의 결과들을 종합해볼 때, 청소년기의 우울은 청소년 자신뿐만 아니라 가정, 학교 및 사회 환경이 중요한 요인이며 또한 이들 요인들이 상호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므로 청소년의 삶의 전반적 특성과 연관된 우울 특징을 이해하려면 청소년이 경험하는 삶의 여러 영역을 함께 고찰할 필요가 있다(Zdanowicz & Reynaert, 2006).

3. 청소년의 우울경험

청소년기 우울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청소년들의 우울경험을 직접적으로 탐색한 연구는 제한적이다. 국외에서는 2000년대 이후 다양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신경정신과에 입원한 우울증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구봉은(2008)의 연구만을 찾아 볼 수 있었다. 먼저, 국외의 연구결과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도록 하겠다. Farmer(2002)는 우울증 청소년들의 증상에 초점을 두었는데, 우울증 청소년들은 분노, 피로감, 대인관계의 어려움을 경험하고, 특히, 사소한 자극에도 폭발하기 쉬운 분노를 지속적으로 경험한다고 하였다. Wisdom와 Green(2004)은 우울증 진단을 받은 청소년들이 그들의 진단에 대해 어떠한 태도를 보이는지에 대해 연구하였다. 그 결과 우울증 청소년들은 우울증을 변할 수 없는 그들의 성격의 한 부분으로 받아들이는 정체감 주입자(Identity Infusers), 우울증 진단을 그들이 회복을 시도하는데 있어 도움을 주는 분류기준으로 받아들이는 분류자(Labelers), 우울증에 대한 의학적 관점과 일치하는 환자의 역할을 취하는 의학자(Medicalizers) 중 하나의 태도를 보인다고 하였다. 우울한 십대와 그들에게 중요한 성인 간의 상호작용에 초점을 둔 Draucker(2005)는 우울증 청소년들은 그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개인적 관계망이 부재하였고, 우울증을 극복한 청소년들은 적어도 한명 이상의 중요한 사람과 의미 있는 관계를 가진 경험이 있다고 강조하였다. 또한 우울증상과 치료를 종합적으로 탐구한 McCarthy, Downes와 Sherman(2008)은 우울증 청소년들은 정신건강전문가(전문상담가, 심리학자, 사회복지사) 또는 정신과 의사에게 이야기(상담)하는 것이 매우 가치 있고, 이를 통해 완화를 느꼈다고 보고하며 상담가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하였다. Laura 외(2005)는 맥시코계 미국 청소년의 우울과 도움 요청에 대한 지식과 관점에 대해 연구하였다. 그 결과 청소년들은 우울증에 대한 도움을 요청하는 것에 대해 낙인감을 갖고 있고, 우울증에 대한 지식이 부족했으며, 우울증을 혼자 책임져야 한다는 믿음이 강한 것으로 보고하였다. 국내의 연구를 살펴보면, 구봉은(2008)은 신경정신과에 입원한 우울증 청소년들의 경험을 심층 탐색하였다. 우울증 청소년들은 부모, 또래, 선생님 등 의미 있는 타인과의 갈등 속에 불면증, 호흡곤란, 두통 등의 신체적인 증상과 충동조절의 어려움을 경험하였고, 입원에 이르렀다. 그들은 병원에서 비슷한 상황에 처한 또래와 관계를 형성하고, 부모와 대화를 시도하면서 회복을 경험하기도 하였다. 하지만 우울증 청소년들은 수업불참과 성적부진으로 또래들 보다 뒤쳐져 있음을 고민하였고, 퇴원 후 학교로 돌아갔을 때 친구들이 미친 사람 취급을 하거나 무시할 것 같아 걱정하였다. 이러한 결과는 우울증 청소년들은 질병 자체의 회복뿐만 아니라 학업 수행이나 사회적 낙인에 대한 어려움이 동반되고 있고, 이에 대한 개입이 필요하다는 것을 시사한다.

이상과 같이, 우울증 청소년에 대한 경험은 아직까지 대부분 국외 연구를 중심으로 이루어졌으며, 국내 연구는 매우 제한적이다. 따라서 우울증을 겪고 있는 청소년들에 대한 효과적인 개입전략을 마련하기 위해 우리나라의 사회문화적 특성을 고려한 연구가 활발하게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Ⅲ. 연구방법
1. 질적 연구

이 연구는 우울증을 겪고 있는 청소년의 우울과 치료경험을 이해하고자 그들의 경험을 심층적으로 드러낼 수 있는 질적 연구방법을 활용하였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우울증을 겪고 있는 청소년들의 우울과 치료에 대한 주관적 경험은 아직까지 알려지지 않은 측면이 많기 때문이다. 둘째, 이 연구가 객관적인 상태를 파악하기 보다는 현상을 경험한 청소년들의 주관적인 의미에 초점을 두었기 때문이다. 즉, 발달 과정에 놓여 있는 청소년기에 우울증 경험에 대한 주관적 의미는 무엇이고, 그들이 생활하고 있는 일상생활의 사회적 맥락 속에서 이들의 우울과 치료가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고, 서로 어떻게 연결되어 있으며,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를 세밀하게 파악하고자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들은 양적 접근보다 질적 접근의 필요성에 대한 타당한 근거가 될 것이다. 따라서 이 연구는 질적 연구방법을 선택하였고, 질적 자료를 수집하기 위해 일대일 심층면접을 수행하였으며, 수집된 자료를 가지고 의미단위-하위범주-범주-주제 순으로 이어지는 귀납적 분석을 실시하였다.

2. 연구 참여자 선정

본 연구의 참여자는 청소년 시기, 즉 중고등학교 시기에 우울증으로 진단 받은 후 6개월 이상 치료를 하고 있는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였다. 대상자 선정 기준에 있어 6개월 이상의 기준을 둔 것은 급성기의 우울 증상이 어느 정도 안정된 이후에야 우울과 치료경험을 자유롭고, 풍부하게 표현할 수 있을 것이라 판단하였기 때문이다.

본 연구의 주제에 대한 가장 적절하고 풍부한 자료를 제공해 줄 수 있는 연구 참여자를 선정하기 위해 소아청소년정신과에 홍보물을 게시하여 자발적인 참여자를 모집하였고, 최종 연구 참여자는 7명이었다(<표 1> 참고). 총 7명의 참여자들 중에 중학생 3명, 고등학생 4명이었고, 남학생은 6명, 여학생이 1명이였으며, 치료기간은 8개월에서 2년 4개월로 평균 1년 6개월이었다. 본 연구 기간 중 최초 연구 참여인원은 9명(남자 6명, 여자 3명)이었으나 2명은 면담 도중 참여 포기 의사를 밝혀 이를 존중하였다.

<표 1> 
연구 참여자의 특성
연구참여자 성별 나이(학년) 가족관계 치료기간
참여자a 17(고3) 부모, 여동생 2년
참여자b 17(고2) 부모, 누나 1년 7개월
참여자c 16(중2) 부모 8개월
참여자d 18(고3) 부모, 여동생 1년 3개월
참여자e 16(중3) 부모 1년 5개월
참여자f 18(고3) 부모, 여동생 2년 4개월
참여자g 15(중3) 부모, 형 1년 2개월

3. 자료수집 및 분석방법

본 연구는 우울증 청소년의 주관적인 치료경험을 드러내기 위해 심층면접을 통하여 자료를 수집하였으며, 자료수집 기간은 2012년 1월부터 3월까지였다. 면접은 연구참여자에 따라 2-5회에 걸쳐 병원 상담실이나 조용한 커피숍에서 이루어졌으며, 1회당 1시간-1시간 30분가량의 시간이 소요되었다. 심층면접은 다음의 두 가지 기본 질문으로 시작되었다. 즉, ‘어떻게 우울증 치료를 받게 되셨습니까?, ‘우울증을 겪어온 경험에 대해 말씀 해 주십시오.’ 등이다. 실제 면접과정에서는 비구조화된 개방형 질문으로 시작하여, 참여자가 우울증을 겪으면서 경험한 이야기를 자유롭게 하는 형식으로 진행하였으며, 이 과정에서 연구자들은 본 연구의 목적과 관련된 사항에 대해 추가 질문을 하였다. 면접은 연구자들이 직접 심층 인터뷰를 실시하고, 빠짐없이 기록하기 위해 참여자의 동의하에 녹음하였고, 인터뷰 과정에서 연구자의 느낌과 생각을 필드 노트에 기록하였으며 이를 분석에 활용하였다.

자료 분석은 질적 연구접근에서 일반적으로 많이 사용하는 기본적인 분석방법을 활용하였다. 먼저 연구자들은 녹음한 면접 파일을 모두 축어록으로 작성한 뒤 여러 차례 듣고, 읽고, 생각하며 의미 단위를 찾아내었고, 유사한 의미 단위들을 묶어서 하위범주로, 다시 하위범주들을 묶어서 범주화하는 작업을 진행하였다. 이러한 과정은 구체적인 것에서 추상적인 것으로 변환해 가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범주화가 이루어진 다음에는 연구참여자들의 경험 세계에 있는 의미구조를 파악하는 주제를 찾는 작업을 진행하였다. 이 과정에 연구자들이 각자 작업을 한 뒤에 분석 결과를 모아 놓고 논의하면서 재구성하는 작업을 통해 의미단위-하위범주-범주-주제의 순환적 분석 단계들을 실행하였다. 이러한 주제 분석은 청소년의 우울과 치료 경험을 구성하는 의미단위와 범주들을 넘어서는 통합적인 구조를 발견하려는 것이다. 그 결과는 연구자들은 6개의 주제를 발견하였고, 주제-하위주제로 구분한 뒤 각 하위 주제별로 내용을 기술하고 적절한 인용문을 제시하는 방식으로 연구결과를 작성하였다.

4. 연구의 질 검증과 윤리적 이슈

본 연구의 질을 검증하기 위해, 자료 수집과 분석 과정에서 연구참여자의 기술에 최대한 충실하였고, 연구자로서의 자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노력하였다. 연구자들은 정신보건실천 현장에서 우울증 청소년에 대한 치료적 개입을 하였기 때문에 이들에 대한 이해를 보다 잘 할 수 있는 반면, 자칫 참여자의 경험과 감정을 그대로 드러내지 못하고, 상담자 혹은 치료자로 연구자의 관점이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이에 연구자들은 우울증 청소년에 대한 연구자의 관점이나 태도에 대해 판단중지하고 객관적인 관점에서 경청하고 분석하기 위해 노력하였다. 또한, 연구자 A는 박사학위 과정 동안의 질적연구방법론을 이수하였고, 질적연구와 관련된 세미나와 연구회에 참여하였으며 질적연구방법론을 적용한 연구수행에 참여하였다. 연구자 B는 질적연구방법으로 박사학위 논문을 집필하였으며, 다수의 질적 연구에 참여하였다. 이에 더하여 연구자들은 연구가 진행되는 동안에도 연구자로서의 자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관련 문헌과 서적을 탐독하였다.

또한, 질적 연구의 신뢰성과 타당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으로 연구참여자 검토와 자료의 삼각화를 적용하였다. 연구자들은 인터뷰가 끝난 뒤에도 객관적인 판단이 어려운 경우 전화나 추후 면접을 통해 연구 참여자들에게 재확인 작업을 하였고, 공동 연구의 장점을 살려 연구자 2명 이상이 심층면접과 분석과정에 참여하였고, 분석 결과를 몇 차례 회람하며 공통된 분석을 수행하였다. 또한, 질적연구 경험이 있는 사회복지학과 교수에게 여러 차례 조언을 받아 협의하여 수정하는 과정을 거쳤다. 자료의 삼각화는 우울증 청소년에 대한 인터넷이나 방송매체 등 다양한 기록물들을 활용하여 비교하였다.

질적 연구에서 고려해야 할 윤리적 이슈로는 연구에 대해 밝히기, 자발적 참여, 고지된 동의, 연구 참여로 인한 피해, 연구 참여에 대한 보상, 비밀보장 등이 있다(주소희·이경은·권지성, 2009). 연구자들은 연구를 시작하기 전에 우울증 청소년과 그 보호자에게 연구에 대해 간략히 소개하였으며, 자발적인 참여와 고지된 동의를 얻었으며, 연구 참여자들에게 소정의 사례를 제공하였다. 연구 참여자들의 비밀을 보장하기 위해 가능한 사적인 정보가 노출되지 않도록 주의하였고, 연구과정에서 연구 참여로 인한 피해는 없는 것으로 파악되었다.


Ⅳ. 연구결과
<표 2> 
우울증 청소년의 우울과 치료경험
주제 하위주제
숨 막히는 세상 소통되지 않는 가족
자신 없는 공부, 가기 싫은 학교
멀어져가는 친구들
설 자리를 잃음 비교 속에 움츠러듦
혼자만의 세계로 고립
내 몸과 마음조차 뜻대로 되지 않는 한계에 부딪침 통제 안 되는 감정
몸으로 나타나는 이상반응
달갑지 않은 우울증 환자 우울증 환자로 살게 됨
우울증 환자라는 사실을 거부함
더 깊은 우울로 빠짐
더디고 무거운 발걸음으로 걸어가는 회복의 길 귀찮음과 불편함에도 불구하고
호전과 악화의 반복 속에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치료 이상의 효과를 얻음 관계 안에서 위로 받음
평범함에 안도함
서로를 향해 노력함
하고 싶고, 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대감

본 연구의 연구 참여자들은 우울증을 진단받고 치료를 받으면서 학교생활과 일상생활을 유지 하고 있는 청소년들이다. 우울증 치료를 받게 된 동기는 다양하지만 인터뷰 시점까지 평균 1년 6개월의 기간 동안 우울증 치료를 받고 있었다. 이들과의 심층 면접 자료를 분석한 결과 이들의 우울과 치료경험은 ‘숨 막히는 세상’, ‘설자리를 잃음’, ‘내 몸과 마음조차 뜻대로 되지 않는 한계에 부딪힘‘, ’달갑지 않은 우울증 환자‘, 더디고 무거운 발걸음으로 걸아 가는 회복의 길’,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치료 이상의 효과를 얻음’ 의 6가지 주제로 범주화되었다(<표 2>참고).

1. 숨 막히는 세상
1) 소통되지 않는 가족

연구 참여자들이 속해 있는 가장 중요한 환경은 바로 가정이다. 화목한 가정에서 애정과 신뢰를 기반으로 한 부모와의 관계가 ‘질풍노도의 시기’인 청소년기의 참여자들에게 가장 중요할 것이다. 하지만 참여자들은 가정에서, 부모와의 관계에서 많은 스트레스를 경험하였다. 대부분의 부모는 참여자들이 어릴 때부터 자주 다투었고, 때에 따라 폭력적인 행동이 있었으며, 그 상황에 그들은 그대로 노출되었다. 그들은 무서웠고, 불안하였다. 부모의 싸움이 언제 시작될지 모르는 긴장감 속에 눈치를 살펴야 했고, 부모의 이혼을 걱정하였으며, 부모와의 관계는 점점 멀어져갔다. 또한, 그들이 아무리 싸움을 말려도 상황이 변화되지 않음에 무력감을 경험하기도 하였다.

“처음 부부싸움 하셨을 때 되게 무서웠죠. 그것 때문에 팍 박힌 거 같아요. 초등학교 1, 2학년 때 쯤 이었는데 크게 싸웠어요. (중략)맨날 무슨 이유로 싸우는지 모르겠어요. 어렸을 때는 걱정을 많이 했죠. 이혼하시면 어떡하지? (중략)가끔씩 아버지가 화를 주체 못 하시면 (어머니를)때리신 다거나” (참여자b)

“둘 중에 한 명이 기분 나쁜 일이 있거나 제가 잘 못 했으면 막 싸우세요.”(참여자 e)

“처음에는 왜 싸우냐고 울었던 것 같아요. 그게 계속 오래 되다보니까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내버려 둔 것 같아요. 초반에는 말렸죠. 근데 점점 갈수록 무덤덤해졌죠.”(참여자 a)

부모의 갈등은 자녀와의 애착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자녀의 사소한 문제가 부부싸움의 원인이 되거나 부모의 부정적인 감정이 자녀에게 투사되는 결과로 이어지기도 하였다. 참여자들은 부모의 간섭과 통제, 비교, 비난, 체벌, 무관심 등으로 힘들었고, 그러한 상황을 바꿔보고자 항변 해 보기도 하지만 반항으로 치부되곤 하였다. 참여자들은 부모와 소통되지 않음에 답답하였고, 믿어주지 않음에 억울함을 느꼈다.

“내가 잘못한 일이 있으면 먼저 왜 그런 일 했는지 이유를 물어보고 또 제가 생각한 걸 물어보고 그런 다음에 혼내면 저도 괜찮을 텐데 무조건 제 애긴 안 듣고 혼내고 또 다른 애들이랑 비교하니까”(참여자 e)

“맨날맨날 하루도 빠짐없이 오늘은 뭐 했냐면서 다 말하라고 그러고. (중략) 무조건 안 된다고 하고, 무슨 말을 해도 다 핑계인줄 알고, 절대 안 믿어요.”(참여자 d)

“아빠 술 드시면 쌓였던 거, 손으로 하신 적도 있고, (중략)중1때 까지 맞았는데 심하게 맞았어요. 나무 막대로 엉덩이를.... 포경 수술한 다음날 맞은 적도 있었어요.”(참여자 g)

한편, 부모는 자녀가 경쟁사회에서 성공하기를 기대하며 성적에 대한 압력을 가하였다. 초등학교 때까지는 상위권이었던 성적이 중학교 이후 떨어지면서 부모의 통제와 간섭이 점점 심해지고, 부모와의 갈등은 고조되었다.

“(아빠는)근데 성적이 높았을 때도 1등이 아니면 다 싫어했어요. 무조건 1등 이어야 하고 무조건 100점이어야 했어요."(참여자 c)

“성적표 가져오면 어, 너는 왜 그릇이 큰데 막 이것 밖에 못하냐면서, 이 성적 가지고 나중에 커서 뭐해 먹고 살 거냐고.”(참여자 e)

“저한테는 성적이 중요하지 않은데요. 엄마아빠가 공부 공부 하니까, 성적이 좀 못나오면 뭔가 불안하고..”(참여자 f)

이렇게 지속된 갈등 속에서 참여자들은 부모에 대한 미움, 원망, 적개심, 분노심 등이 쌓여갔고, 이러한 상황은 아무리 노력해도 절대로 변화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에 이들은 가슴이 답답하고 숨이 막히는 경험을 하였다.

2) 자신 없는 공부, 가기 싫은 학교

참여자들은 학생이다. 학업 경쟁이 치열한 우리 사회에서 학생은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하고, 잘해야 인정받는다. 참여자들도 공부를 잘해서 부모의 기대에 부흥하고 싶고, 인정받고 싶었다. 하지만 공부는, 성적은 만만치가 않다. 열심히 노력해도 1등이 있고, 꼴찌가 있을 수 밖에 없다. 초등학교는 성적의 격차가 눈에 띄지 않지만 중학교는 다르다. 학급 등수, 전체 등수가 과목마다 보여 지는 숨 막히는 공간이다. 참여자들은 나름대로 공부를 잘하기 위해 노력 해 보았지만 학년이 높아지면서 공부가 어려워지고, 생각보다 성적이 잘 나오지 않아 좌절하였다. 하지만, 어느 누구도 참여자를 위로 해 주거나 격려 해 주는 사람은 없었고, 대신에 비교와 비난만이 쏟아졌다. 이런 분위기는 공부를 하고 싶다는 의욕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무참히 짓밟아 버렸다. 그들은, 괜히 어설프게 공부해서 성적이 안 나오느니 그냥 포기해 버리는 것이 더 낳을 것 같고, 그게 더 쉬워 보였다. 공부에 자신이 없는 그들은 학교가 싫어졌다. 결국 한번, 두 번의 조퇴와 결석을 하게 되고, 학교는 점점 낯설어졌으며 성적은 더욱 떨어졌다.

“선생님들의 말을 못 알아듣거나 마음대로 못하는 게 제일 힘들었어요. 그냥 수업 받기가 싫고, 졸립고, 지겹고, 재미도 없고, 그런 것 때문에 학교 가기 싫었어요.”(참여자 g)

“어느 정도 나온 걸로는 대학에 못 들어가니까, 한 번은 진짜 열심히 했는데도 잘 안 나오는 거예요. 그래서 아예 손을 놔버렸죠.”(참여자 b)

“학교에 가면 공부를 해야 하는데 집중이 별로 안 되고 공부도 하기 싫고 그러니까 자고.. 그러니까 그렇게 잘 거라면 집에서 자지 왜 학교에서 자나”(참여자 f)

3) 멀어져가는 친구들

참여자들은 친구들과 어울리고 싶었지만 친구관계는 쉽지 않았다. 어떤 참여자들을 왕따를 경험하기도 하였고, 자신이 왕따를 당했다고 느끼기도 하였다. 어떤 참여자들은 친구들이 그들을 싫어하는 건 아닌지, 이상하다고 생각하는 건 아닌지 등을 걱정하며 지나치게 친구들의 시선을 의식하였다. 이렇게 자신에 대한 확신 부족하고, 자신감 없는 모습은 원만한 친구관계를 형성하는데 장애가 되었고, 친구관계는 점점 멀어져 갔다.

“초등학교 때 거의 4,5,6학년 때는 거의 왕따를 당한, 반 정도는 왕따죠! (중략)어떻게 보면 제가 왕따를 당했다고 느꼈죠!”(참여자 b)

“이상하게 그냥 뭐 딴 애들이 나를 나쁘게 생각도 안하는데 ‘쟤가 날 나쁘게 생각하나?’ 하고, 적개심이 들고, 제가 막 정신이상자 같고, 나 자신이 그렇게 생각한 거예요. 딴 애들이 저한테 하는 말도 아니고, 다른 애들한테 하는 장난도 욕하는 것도 저한테 하는 것 같고”(참여자 f)

“항상 사람을 사귈 때, 저 혼자 걱정한 게 있어요. 사람이 절 싫어할까봐 엄청 걱정이 돼요.”(참여자 c)

2. 설 자리를 잃음
1) 비교 속에 움츠러듦

참여자들은 부모님과 선생님, 친구들에게 인정받지 못한다고 느끼며 점점 주눅이 들어갔다. 그들은 스스로 생각해 보아도 자신이 잘 하는 것도, 잘난 것도 없는 존재라 여기며 열등감, 박탈감, 무능력감에 빠졌다. 그들도 잘하고 싶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고, 노력해도 잘 안 될 것이라는 생각에 움츠러들었다.

“중학교 때 고민이 많았어요. 나보다 못했던 애가 나보다 잘하고 그래서 속상했어요.”(참여자 a)

“저를 어떤 애랑 비교했을 때 나는 못하는데 쟤는 어떻게 잘하지?”(참여자 e)

“내가 어떤 사람이 돼야지! 그런 생각도 없고, 내가 남보다 잘난 게 있을까(?)하는 생각도 들고 다른 애들은 다 치고 올라가는 것 같은데 나만 밑바닥에서 그냥 제자리에서 맴돌고, 올라갈 생각이란 걸 제가 해봐도 해답을 못 찾겠으니까”(참여자 b)

2) 혼자만의 세계로 고립

참여자들은 못 나고, 무능력한 자신이 싫었다. 모든 것이 귀찮고, 이 세상을 살아갈 자신이 없으며, 인생의 낙오자가 된 것 같았다. 또한, 그들의 고통을 아무도 이해하지 못할 것이고, 어느 누구도 도와주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에 혼자만의 세계로 고립되어 갔다. 무섭고, 냉혹한 세상을 피하기 위해 고립되어 갔고, 그럴수록 점점 더 깊은 우울의 늪으로 빠져들었다.

“그냥 싫어요. 내가 뭘 하는 거, 내가 밥을 이만큼 먹는 것도 싫고, 그렇다고 안 먹는 것도 싫고,(중략) 그래서 살고 있는 것도 싫어요. 그래서 진짜 다 싫어요.”(참여자 c)

“그냥 외부랑 차단시키고 저 혼자, 혼자만의 세계를 만들어서 뭐 그렇게 지낸 것 같은데, (중략)그냥 하루하루를 무의미하게 살아가면서 뭐라고 해야 할까 죽고 싶다기 보다 그냥 다 포기하고 싶었어요."(참여자 f)

“내가 지금 사라져도 내 가족들은 알까? 내 친구들은 알까? 누구는 알까?”(참여자 e)

“생각이나 의지 같은 게 다 떨어졌던 것 같은데 그래서 죽고 싶다는 생각도 들고 나가기도 싫고 뭐하기도 싫고”(참여자 b)

3. 내 몸과 마음조차 뜻대로 되지 않는 한계에 부딪힘
1) 통제 안 되는 감정

답답함, 불안함, 억울함, 속상함, 외로움, 분노심 등이 혼재하여 마음 속 깊이 쌓여가던 감정들은 연구 참여자들을 언제 폭발할지 모르는 시한폭탄으로 만들었다. 참여자들은 누가 조금만 거슬리게 해도 짜증을 내고, 극단적인 행동을 하기도 하였다. 참여자들 스스로도 자신의 그런 모습에 놀랐지만 감정은 좀처럼 통제되지 않았고, 부모와의 갈등은 점점 더 고조되었다.

“제가 화 낼 줄을 몰랐거든요 제가 자꾸만 속에다가 쌓아 놓다 보니까 그게 쌓여서 어느 순간 그렇게 된 것 같은데"(참여자 e)

“던지지는 않고 옷장 같은데 주먹으로 치면 부셔져서, 부셔지면 더 짜증이 나고, 밑에서 강아지가 짖으면 그냥 죽여 버릴 정도로 그러고, 어쩔 때는 그냥 짜증나면 밤에 걸어가고 있다가 코너에 돌면 고양이가 있으면 저걸 죽여 버려야지, 그런 생각할 때도 있었어요.”(참여자 d)

“충동적인 게 많았어요. (중략)그냥, 엄마 아빠도 당해봐라, 맨날 가출하면 안 찾겠다고 그랬는데, 반응을 알고 싶었어요. 반응도 보고, 나가고 싶었어요. 집 나가서 아파트 주차장에서 자고 밖에서 혼자 있고”(참여자 f)

“집에 엄청 늦게 들어가고, 집에 들어갔다 나와서 11시에 들어가고 그랬어요.”(참여자 c)

“참는 것이 잘 안됐어요. 하고 싶은 것이 있으면 당장 해야 돼요.(중략) 엄마가 저더러 ‘시한폭탄’같데요. 너무 짜증나서 거의 자살하려고 차에 끼어들었는데 애들이 말려서 못했거든요.”(참여자 d)

2) 몸으로 나타나는 이상 반응

참여자들은 신체적으로 이상반응을 경험하기도 하였다. 가슴 답답함, 호흡곤란, 편두통 등의 증상으로 여러 검사를 받아보기도 하지만 이상을 발견할 수 없었다. 또는 불면증으로 밤을 꼬박 세고 수업 시간에 잠만 자거나, 하루 종일 잠만 자느라 학교에 결석을 하기도 하였다. 그들의 일상생활은 점점 엉망이 되어갔고, 자신이 뭔가 큰 병에 걸린 건 아닌지 불안하기도 하였다. 하지만 부모님은 별다른 이상 없이 아프다고 하거나 결석을 하는 참여자들을 믿어주지 않았고, 이에 참여자는 서운함과 답답함을 경험하였다. 참여자들은 자신이 그렇게 아플 때, 부모 또는 누군가의 진심어린 관심과 애정을 기다렸지만 참여자들의 기대는 채워지지 않았다.

“다운될 때는 계속 혼자 누워있어요. 머리가 좀 아팠거든요.”(참여자 a)

“그냥 숨이 막히고 불안할 때가 많았거든요. 숨쉬기가 힘들고, 답답해서, 그래서 심장 검사를 받았는데 이상이 없데요.”(참여자 g)

“검사도 되게 많이 해보고 그랬거든요. 편두통이 지금도 심할 땐 심한데 오는 경우가 거의 정해져 있어요. 심하게 짜증이 난다거나 흥분을 한다거나 자고 일어났을 때가 제일 대부분 많이 오는데요. (중략)결론은 짜증날 때죠.”(참여자 b)

“무조건 이렇게 낮과 밤이 바뀌어 있는 상태라고 해야 되나 몇 달 동안 새벽에는 잠을 안자요. 학교에서 잠을 자는 거예요.”(참여자 f)

4. 달갑지 않은 우울증 환자
1) 우울증 환자로 살게 됨

참여자들은 불안정한 정서 상태와 신체적 이상반응 등을 한동안 경험하였다. 그 경험을 언제부터, 얼마 동안 하였는지 헤아리기는 어렵지만, 대부분의 참여자들은 상당히 오랜 기간으로 기억하였다. 참여자와 부모는 우울증이라는 것을 인식하지 못하였고, 나름대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갖은 방법을 동원하였지만 오히려 서로에게 더 많은 상처를 주고받기도 하였다. 마침내, 참여자와 부모가 그들의 힘으로는 해결이 안 된다는 것, 더 이상 그렇게 방치할 수는 없다는 것, 뭔가 도움이 필요하다는 것을 인식하였을 때, 그들은 정신과 병원을 찾았다. 참여자 a, d, g, c는 잦은 조퇴, 결석, 부정적인 감정표출 등으로 부모와의 갈등이 극에 달하였다가 어머니의 설득으로 병원을 찾았다. 참여자 b, g는 두통, 호흡곤란 등의 신체 이상으로 검사를 받은 후 정신과 상담을 권유 받았고, c는 학교상담 교사의 권유로, f는 무기력함이 견딜 수 없어서 부모를 설득하여 병원을 찾았다.

“좀 무기력해서, 학교생활도 안 되다 보니까 그러면서 학교생활도 안 되고, 친구관계도 문제가 생기니까, 이렇게 계속 지내면 안 될 것 같으니까 자진해서 가보고 싶다고”(참여자 f)

“처음에는 왜 학교 안가냐고 앉혀놓고 학교에 가야 하는 이유를 다 설명하시고, 그래도 계속 안가니까 좀 때리시기도 하다가 정 가기 싫으면 상담을 받아보자 그래서”(참여자 e)

“자꾸 짜증이 막 더, 일반 사람들처럼 살짝 짜증이 나는 게 아니라 심하게 막 화가 막 증오로, 너무 화가 나서, 그래서 엄마가..”(참여자 d)

2) 우울증 환자라는 사실을 거부함

병원을 찾은 참여자들은 상담만 받는 것이 아니라 약을 먹어야 한다는 사실에 자신이 마치 심각한 환자가 된 듯 한 꺼림칙함을 경험하였다. 다른 한편으로는 그토록 자신을 힘들게 했던 문제들이 우울증 때문이었음을 알게 되면서 억울한 누명을 쓰다가 진실이 밝혀진 것처럼 설움이 북받치기도 하였다. 하지만 정신과 치료에 대해 무관심 하거나 의지가 부족하다며 참여자를 비난하는 부모, 또는 기록으로 남겨질까봐 정신과 치료를 반대하는 부모로 인해 또 다른 서운함을 느끼기도 하였다.

“(정신과 치료가)솔직히 좀 꺼림직 했죠. 내가 뭐 문제가 심하게 있나, 그런 것 같이 느껴지고”(참여자 f)

“아빠가 근데 너는 사내 새끼가 그 딴 것 때문에 병원에 가냐고”(참여자 f)

“네가 정신병자냐(?)고 하면서 병원도 가지 말고 약도 먹지 말라고”(참여자 d)

“아버지는 약간 너 자신이 해낼 수 있는 것을 왜 굳이 약을 먹냐(?) 그런 말씀, 우울증이란 병 자체가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하시는 거죠.”(참여자 b)

“아빠가요 엄청 독설을 내뿜던데, 그 기억이 엄청 오래간다며 무슨 지장을 줄 거라며 막 그랬어요. 좀 섭섭하기도 하고”(참여자 c)

3) 더 깊은 우울로 빠짐

참여자도, 부모도 우울증을 인정하기 어려웠지만 참여자의 부모가 가장 먼저 한 일 중에 하나는 학교에 진단서를 제출하는 것이었다. 이는 담임교사로부터 참여자에 대한 이해를 촉구하기 위함이었고, 담임교사는 참여자의 조퇴와 결석에 관대해 졌다. 참여자들은 우울증이 꺼림직 하기도 했지만 반대로 부모의 잔소리나 조퇴, 결석에 대한 방패가 되기도 하였다. 한편, 담임교사가 참여자의 결석에 아무런 제제를 가하지 않거나, 결석하는 참여자를 옹호하는 모습 속에 친구들은 뭔가 이상한 낌새를 눈치 채고, 참여자를 피하거나 짓궂은 질문으로 관심을 표하기도 하였다. 어쩌면, 친구들은 참여자를 걱정하는 마음으로, 관심의 표현이었을지 모르지만 우울증을 숨기고 있던 참여자들에게는 이런 시선이 불편함으로 다가왔다. 이렇듯 우울증 치료 초기에 참여자들은 우울증이기 때문이라며 쉽게 조퇴와 결석을 하였고, 친구들과 더 서먹해지고, 학교 성적은 엉망이 되어갔으며, 더 우울해 지는 악순환에 빠져 들었다.

“그냥 담임선생님은 알고 계셨는데 다른 애들한테 00아프니까 건드리지 말라고, 그런 식으로 애기를 해주셨는데, 애들은 그냥 선생님 말대로 (저를) 좀 피했어요. 그러면서 ‘쟤! 어디 아픈가보다’하고, (중략)애들이 저를 다 이상하게 보고 있다. 이렇게 적개심이 드는 거예요. 다른 애들한테, 그러니까 저는 더 그렇게(우울)되고, 계속 악순환이 반복됐어요.”(참여자 f)

“학교를 자꾸 빠지다 나가면 ‘야! 쟤 학교 왔어’ 애들은 이유도 모르겠고, 맨날 오면 애들이 물어보는 거는 '야! 너 어디 아프냐?', '뭘로 그렇게 빠지냐?', '야! 너 졸업은 할 수 있겠냐?', 이런 식으로 물어보면 저의 입장에서는 아씨! 뭐, 그런 걸 물어봐! 짜증나게 그러면 또 기분이 틀어지고, 또 우울해지고, 그러면 그냥 집에 가버리고, 그럼 애들은 그게 더 신기한 거죠. ‘쟤는 뭔데 집에 막 가지?’ 하고”(참여자 b)

5. 더디고 무거운 발걸음으로 걸어가는 회복의 길
1) 귀찮음과 불편함에도 불구하고

참여자들은 우울증 치료를 받는 동안 주기적인 외래진료와 약물복용이 가장 힘들었다고 한다. 우울증 환자라는 사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을 뿐만 아니라 학교생활을 해야 하는 참여자들은 주기적인 병원 외래진료가 불편하고 부담스러웠다. 이 때문에 외래 진료가 불규칙적으로 이어지기도 하고, 부모가 대신하여 외래 진료를 받는 경우도 있었다. 또한 매일 아침, 저녁으로 복용해야 하는 약은 정신과 약이라는 꺼림칙함과 함께 약복용 후 멍함과 졸음 등의 부작용 때문에 약물 복용을 거부한 참여자들도 있었다. 그런 경우 의사나 부모, 특히 어머니는 참여자를 달래어 약을 먹도록 하였고, 참여자들은 자신을 향한 이러한 관심이 싫지 않기에 귀찮음에도 불구하고 치료를 이어나갔다. 또한 우울증이 약을 통해 치료할 수 있는 질병이라는 사실은 깊고 깊은 늪에서 빠져 나올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의미하기에 참여자들은 나아지고 싶다는 희망으로 힘든 치료과정을 견디어 갔다.

“치료 받으면서 가장 힘든 것은 (병원)가는 거였어요. 그것 자체가 가장 귀찮았죠. 그러니까 귀찮다는 것이 우울증의 한 표현일 수도 있지만 가는 것 자체가 제일 싫었어요. 왜? 내가 시간 낭비하고, 거기까지 가서 약 받아오고 해야 하나, 갔다 오면 피곤하고, 항상 병원 가는 날은 뭐든지 하기 싫어요. 그날은 완전히 그냥 버리는 날이라고 생각 했죠. 가는 길 자체도 멀고, 병원이라는 존재가 다 귀찮았죠.“(참여자 b)

“약 먹는 걸 자꾸 까먹어서 아예 안 먹는 건 아니었는데”(참여자 c)

“약 먹으니까 너무 많이 졸려요. 그래서 가끔 약 먹기 싫어요. 낮에도 밤에도 졸려요.”(참여자 a)

“(엄마가) 네가 환자라서 먹는 게 아니라 네가 좀 우울해서 이걸 빨리 고치고 더 낳은 생활을 하기 위해서 먹는 거라고 해서 받아들였어요.”(참여자 e)

“그러니까 여기서 끝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중략)이대로 계속 머물러 있을 수는 없다고”(참여자 f)

2) 호전과 악화의 반복 속에

약의 효과인지는 모르겠으나 서서히 불안감이 줄어들고, 수면 패턴이 조절되고, 짜증이 줄어가는 것을 경험하기도 하고, 약을 먹어도 쉽게 호전을 경험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 호전을 경험한 참여자들은 뭔가 나아진 것 같은 느낌에 자의로 치료를 중단하기도 하고, 우울증 치료를 반대하는 부모님으로 인해 치료가 중단되는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불안해 지고, 잠을 못자고, 짜증이 나고, 무기력해지는 등의 증상이 나타나 치료를 재개하기도 하였다. 이렇게 금방 좋아질 것 같던 우울증은 쉽게 호전되지 않았고, 오랜 시간 동안 호전과 악화의 반복 속에 참여자들을 괴롭혔다. 그런 와중에, 점차 마음의 안정을 이루어갔고 부모님 및 친구들과의 관계, 그리고, 학교 적응에도 조금씩 호전을 경험하였다.

“사람이 오면 막 두렵더라고요. 두려운 게 있었는데 또 근데 약 몇 달 먹으니까 그런 게 없더라고요. 애들이 다가 오는 게 두렵다거나 그런 게 없더라구요.”(참여자 f)

“숨을 크게 쉬어도 뻥 뚫리지 않는 건 그런 건 맨날 그랬고,,, 불안하고 그런 건 꽤 없어졌어요.”(참여자 g)

“약을 먹으면 기분은 나아져요. 약을 먹었다는 기분 탓인지 아니면 진짜 약의 효능인지는 저야 모르죠.”(참여자 b)

“한 세달 인가, 두 달 (약을)못 먹고, 그러다가 또 호흡곤란 일어나고, 짜증나서”(참여자 d)

6.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치료 이상의 효과를 얻음
1) 관계 안에서 위로 받음

치료를 받기 전, 참여자들은 그들의 생각이나 감정을 깊이 생각해 보거나 표현해 본적이 거의 없었다. 그들은 자신이 무엇 때문에 힘든지를 스스로도 잘 모르고 있었다. 그런데 치료를 받으면서 참여자들은 그들의 생각과 감정을 궁금해 하는 전문가에게 자신을 드러내 놓으며 새로운 체험을 하였다. 별로 중요한 것 같지 않았던 그들의 속내를 누군가 진지하게 들어주고, 공감 해 주는 것에 위로를 받고, 후련함을 경험하였다.

“적어도 치료를 받는 다고 하면 5분이라도 선생님이랑 대화를 하잖아요.”(참여자 d)

“상담을 받으면서 누군가한테 내 얘기를 하는 것이 이렇게 좋구나! 하는 생각을 했죠. 사실 그전에는 저의 얘기를 털어놓은 적이 없죠. 진지하게, 길게, 그냥 ‘힘드네’, ‘그래?’라고 단순히 생각했죠. 근데 상담을 받으면서 내 얘기를 진지하게 이야기하고, 들어주는 것이 좋았죠.” (참여자 b)

2) 평범함에 안도함

참여자들은 정신과에 가면 매우 심각한 환자들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가 비슷한 또래의 아이들을 보며 안도하였다. 병원에서 만난 또래 아이들을 관찰하면서 참여자들은 자신만이 이상한 것이 아니고, 자신도 다른 사람들과 비슷한, 평범한 청소년기의 한사람이라는 것에 안도하였다. 이 세상에서 자신이 가장 힘들고, 자신은 다른 사람들과 다르며, 아무도 자신을 이해하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에 변화가 일어나면서, 마음 속 깊이 숨겨 놓았던 우울증 환자라는 비밀을 친구에게 조심스럽게 털어놓기도 하였다. 그리고 자신을 이상한 눈으로 볼 것이라는 생각과는 다르게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 들여 주는 친구의 반응에 참여자들은 안도하였다. 참여자들은 학교나 친구들과의 불편감도 조금씩 덜어 내어 조퇴와 결석의 횟수가 줄어들고, 마음의 안정을 이루어갔다.

“나만 그런 건 아니구나! 일단 처음에 왔을 때 학생이 많아서 좀 놀랬어요.”(참여자 c)

“그러니까 장애인 같은 사람이 많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와보니까 또래 애들도 많고” (참여자 e)

“저처럼 되는 걸 보기가 싫어서 저는 되게 힘들고, 그런걸 아니까 너는 그러지마 해주고, 못 해주는 게 있으면 이렇게 해봐라, 누굴 찾아가봐라, 병원에 가봐라 하고 말해주죠.”(참여자 b)

“(아이들이 저를)알고 보니까 (제가)괜찮은 애고 그냥 다른 애들이랑 별반 다를 게 없구나! 그렇게 생각하니까 그냥 약 먹는 것도 그냥 그런가보다 생각을 하더라구요.”(참여자 f)

3) 서로를 향해 노력함

마음이 안정되면서 참여자들은 부모와의 관계를 되짚어보는 계기를 갖게 되었다. 부모를 원망하며 짜증내고 화냈던 자신을 돌이켜 보며 부모님에 대한 죄송한 마음과 함께 부모님을 이해하려고 노력하게 되었다. 부모 역시 점차 자녀의 우울증에 대해 수용하고, 자녀와의 관계를 개선시키고 기대 수준을 낮추어 가기 위한 노력을 하게 되었다. 정신과 외래 치료는 참여자에게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보호자도 함께 상담이 이루어지기도 하였다. 물론, 부모가 참여자의 치료에 관심을 갖고, 상담을 원해야 하지만, 참여자들의 부모는 외래 진료 시 동반하거나 참여자를 대신하여 외래진료를 받기도 하였다. 그 과정에 부모는 참여자의 증상을 이해하게 되고, 대처 방법을 상담 받으며 참여자의 치료를 위해 노력하였다.

“전에는 대화도 안하고 그냥 무섭다는 생각 밖에 안했는데 점점 늙어 가시면서 힘도 약해지시고 그러다 보니까 아버지가 그러는 것도 이해도 좀 가고 있고, 이제 (우울증이)의지로도 될 거 같기도 하고”(참여자 b)

“때린 거 미안하다고 아빠가 술 끊겠다고”(참여자 f)

“엄마가 저 때문에 많이 힘들어 했는데 엄마가 (의사)선생님하고 얘기하면서 많이 참으려고 했었던 것 같아요. (중략) 엄마도 선생님한테 가서 상담 받고 하니까 엄마도 조금씩 저한테 간섭을 덜하고, 그랬던 것 같아요."(참여자 a)

“너는 해야 되고, 유명해져야 되고, 부담감을 심어 주셨는데 그러다가 아버지도 가족이니까 애가 우울증 걸렸다는 사실을 알고 계시잖아요. 그 때 부터 혼란스러워지시죠. 애가 이런데 잘할 수 있을까? 시험성적도 잘 안 나오니까 점점 타협점이 밑으로”(참여자 b)

4) 하고 싶고, 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대감

참여자들은 짧게는 8개월, 길게는 2년 4개월 동안 우울증 치료를 받았고, 조금씩 변화를 경험하고 있다. 그동안, 참여자들은 번거롭고, 불편한 약에 대한 순응도가 향상 되었고, 의사, 부모, 친구들의 지지와 격려 속에서 우울증의 호전을 위해 노력하였다. 처음 치료를 시작할 때는 우울증을 인정하기 힘들었고, 치료가 되는 건지 알 수 없었으며, 언제까지 약을 먹어야 하는지 궁금했고, 치료의 끝을 예측할 수 없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자신이 어떤 때에 우울 증상이 찾아오고, 그럴 때면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어디까지 가야하는지를 조금은 알게 되었다. 또한, 우울증이 약으로만 치료 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의지와 노력, 그리고 주변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이제 우울증이 악화되지 않도록 노력하고, 치료에 순응하며, 자신과 타인 그리고 세상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하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여전히 우울증의 늪에 다시 빠져들 것이 두렵기도 하지만 이제는 뭔가 하고 싶고 할 수 있을 것 같은 의욕과 자신감을 갖게 되었다. 또한 부족하고 느리더라도 이를 감내할 용기가 생겼다.

“실제로 사람을 만나고, 보고, 듣고, 친하게 지내고, 그러면서 저는 제일 즐거웠던 것 같아요. 실제로 우울증이 잠깐 호전될 때가 있었는데, 그때 아 내가 주변에 사람이 있을 때 이렇게 내가 즐겁구나! 라는 걸 깨달았죠.”(참여자b)

“지금은 그냥 웹디자인하려고요. 고등학교 졸업하면 학원 다니려고 아르바이트하고 있어요.”(참여자 a)

“내 꿈을 가지면서 그래 해보자라는 생각을 하면서 자신감이 생긴 거죠” (참여자b)

“요즘은 공부에 집중할 수 있게 해달라고 기도해요.”(참여자 e)

“워낙 편하게 살았으니까 여태까지 (중략)힘들게 돌아가도 괜찮다고 생각해요.”(참여자 f)

“좀 걱정 되는 게 약을 안 먹으면 어지럽거나 그런 게 있잖아요. 또 그럴까봐. 또 재발할까봐”(참여자 g)


Ⅴ. 결론 및 논의

이 연구는 우울증을 겪고 있는 청소년들의 우울과 치료경험을 이해하고자 하는 목적으로 수행되었다. 이를 위해 연구자들은 우울증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심층면접을 통해 자료를 수집하였고, 이에 대한 질적 분석을 진행하였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도출된 청소년의 우울과 치료경험은 ‘숨 막히는 세상’, ‘설 자리를 잃음’, ‘내 몸과 마음조차 뜻대로 되지 않는 한계에 부딪힘‘, ’달갑지 않은 우울증 환자‘, ’더디고 무거운 발걸음으로 걸아 가는 회복의 길’,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치료 이상의 효과를 얻음’이라는 6개의 주제와 15개의 하위주제로 범주화되었다. 이러한 연구 결과에 근거하여 우울증 청소년들을 돕기 위한 실천지침들을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청소년의 우울증에는 개인적요인, 가족요인, 학교요인, 또래관계요인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본 연구의 참여자들은 가정에서 부모간의 갈등, 부모의 기대와 간섭, 부모의 폭력 등을 경험하였고, 학교에서는 학업에 대한 부담감, 좌절감, 학교적응에 대한 어려움 등을 경험하였으며, 또래와의 관계에서 어려움을 경험하였다. 또한, 연구참여자들은 자신에 대한 확신이 부족하였고, 자신을 부정적으로 인식하였다. 이러한 결과는 청소년 우울에 자아존중감(김갑숙·전영숙·이철우, 2009), 부부갈등(김진아·이형실, 2011), 부모의 기대와 요구, 학업성적, 공부독촉과 관련된 부모스트레스(우채영·정현희, 2013), 학업적 유능성(신현숙, 2009)이나 학업에 대한 자아개념(남윤주·이숙, 2008), 또래관계가 우울에 영향을 준다(김윤경·이옥경, 2001)는 선행연구결과를 지지하는 결과라 할 수 있다. 본 연구결과를 통해 청소년의 우울에 어떤 요인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서는 파악할 수 없으나, 청소년기에 경험할 수 있는 심리적 문제들이 다양한 수준에서 동시에 발생하기 때문에 그들이 경험하는 삶의 여러 영역을 함께 살펴봐야 한다(배정이·김윤정, 2009; 이정선·이형실, 2012)는 기존 주장을 확인할 수 있었다. 따라서 청소년의 우울증 예방과 개입에 있어 복합적인 요인에 대한 스크리닝이 이루어져야 하고, 이를 바탕으로 다면적이고, 포괄적인 접근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둘째, 우울증 청소년의 치료에 있어 부모 교육 및 부모 상담이 필수적이다. 연구 결과를 통해 정신과 치료에 대한 불편한 시선, 오랜 시간이 소요되는 외래진료, 매일 규칙적으로 먹어야 하는 약과 부작용 등이 치료의 지속에 있어 커다란 장애물임을 확인하였다. 그리고 그러한 장애물을 극복하는데 부모가 가장 큰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즉, 부모의 우울증 치료에 대한 이해와 협조 여하가 치료의 관건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증상의 호전과 악화의 반복 속에서 학교부적응, 학업 성적 저하, 부정적인 감정 표출 등의 문제는 이를 지켜보고 대처해야 하는 부모에게 많은 부담을 지울 것이다. 따라서 우울증과 대처 방법에 대한 교육뿐만 아니라 부모의 스트레스에 대한 상담도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즉, 부모가 우울증 청소년의 일차적인 지지체계로서 역할을 수행하고, 치료 동반자로서의 역할을 수행 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할 것이다.

셋째, 청소년 우울증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필요하다. 본 연구 참여자들은 부모와의 갈등, 학업에 대한 흥미저하, 집중력저하, 또래관계의 어려움, 무가치감, 의욕상실, 자신감저하, 감정조절의 어려움, 충동적인 행동과 가출, 불면증, 과다수면, 호흡곤란, 두통 등을 경험하였다. 이러한 모습은 자신과 주변 사람들에게 우울증으로 인식되어지기 보다는 사춘기적인 특성이나 의지부족, 반항아 혹은 신체적 질환으로 이해되어 참여자들이 전문적 치료를 받기까지는 상당한 고통을 경험한 이후였다. 따라서 성인기 우울증상과 구별되어지는 청소년기의 증상은 무엇이고, 사춘기적인 특성과는 어떻게 다른지에 대해 보다 심층적인 연구가 필요하고, 이에 대한 홍보와 교육을 통해 우울을 경험하는 청소년들을 조기에 개입하여야 할 것이다.

넷째, 우울증 청소년에 대한 교사의 올바른 이해와 대처가 필요하다. 청소년을 가장 가까이에서 접하는 교사가 청소년의 변화에 민감해야 하고, 적절한 대처를 해야 한다. 대부분의 연구 참여자들은 수업에 집중을 하지 못하고, 잠을 잔다거나, 친구들과의 관계가 소원해지면서 빈번하게 조퇴와 결석을 하는 등 학교 적응에 어려움을 보였다. 이러한 모습을 정해진 학교 규칙을 따르지 못하는 ‘문제아’라는 경직된 시선으로 바라본다면 청소년의 무한한 가능성을 차단시켜 버릴 수도 있다. 또한 이들의 부적응적 행동에 대한 소극적 대처나 우울증 진단 후의 배제적인 태도는 소통과 관심을 원하는 우울증 청소년에게 오히려, 단절과 고립을 야기 시키는 요인이 되기도 하였다. 특히, 교사의 대처는 학급아이들의 인식과 반응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교사의 올바른 이해와 대처가 우울증 청소년들을 돕는데 중요한 요소라 하겠다.

다섯째, 우울증 청소년이 정신건강전문가, 교사, 친구 등 의미 있는 타인과 정서적 관계를 맺을 수 있도록 다각적인 개입이 필요하다. 대부분의 참여자들은 그동안 자신의 얘기를 누군가에게 진솔하게 털어놓은 적이 없고, 타인과의 관계 형성을 어려워하였으며, 대인관계로 부터 고립되어 많은 시간을 혼자 보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치료를 받는 과정에 전문가와의 상담으로 위로를 받았고, 친구나 부모와의 관계가 개선되면서 심리적 안정을 경험하였다. 이러한 결과는 우울증 청소년들의 극복에 상담가의 역할을 강조한 McCarthy, Downes와 Sherman(2008)와 중요한 사람과 의미 있는 관계가 중요한 것으로 나타난 Draucker(2005)의 연구와도 일맥상통한 결과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우울증 청소년들이 정서적으로 고립되지 않도록 정신건강전문가와의 상담을 활성화 할 뿐만 아니라 부모, 교사, 친구들과의 정서적 관계망을 형성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할 것이다.

여섯째, 우울증 청소년의 자살위험성에 대한 개입이 필요하다. 본 연구의 참여자들은 ‘살고 있는 것도 싫어요’, ‘내가 지금 사라져도’, ‘죽고 싶다는 생각’, ‘자살하려고’ 등과 같이 자살을 암시하거나 충동적인 자살행동을 보이기도 하였다. 특히, Crumley(1979)는 우울과 관련된 자살징후로 청소년이 자기 스스로를 무가치하다고 생각하거나, 낮은 자존심을 가지고 있을 때, 스스로를 무능력하고 자기 주변에서 발생하는 일을 통제할 수 없다고 생각할 때, 세상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가지고 있을 때, 자신의 미래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할 때를 자살징후로 제시하였다. 이러한 자살징후는 본 연구 참여자들에서도 충분히 관찰되어지는 징후로서 자살의 위험성에 대한 개입이 반드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일곱째, 본 연구의 참여자들이 회복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에서 우울증 청소년들의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었다. 참여자들은 정신과에 대한 부정적 시선 속에 수동적으로 치료에 임하고, 투약 거부나 치료 중단을 시도 한 적도 있지만, 누구보다도 치열하게 우울증으로 부터 벗어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었다. 그들은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하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상대방을 이해하고, 관계 안에서 소통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었다. 이는, 우울증 청소년에게 다각적이고, 체계적인 개입이 이루어진다면 이들이 건강한 사회인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근거일 것이다. 동시에, 청소년기의 우울증을 실패나 병리적 관점에서 바라볼 것이 아니라 청소년기의 발달적 특성과 복잡하고, 경쟁적인 사회 분위기 속에서 청소년에게 부여된 가중한 과업으로 인한 부산물이라는 관점에 좀 더 초점을 두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우울증 청소년들이 우울증을 치료해 가는 과정 속에 중도탈락 되지 않도록 지원하는 것이 중요함을 확인하였다. 참여자들의 치료 기간은 평균 1년 6개월이었으며 지금도 치료 과정 중에 놓여 있다. 우울증을 조기에 발견하고, 개입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힘겨운 치료과정에서 중도 탈락되는 일이 없도록 개입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우울증 청소년을 포함하여 부모, 치료기관, 학교, 지역사회보건기관 등의 유기적인 관계 속에서 체계적이고, 총체적인 노력이 함께 이루어져야 할 것이며, 이를 위한 제도적인 보완이 필요하다.

본 연구는 질적 연구접근을 활용하여 우울증 청소년의 우울과 치료경험을 이해하고자 하였다. 특히, 그동안 선행연구들에서 거의 다루어진 적이 없는 우울증 청소년의 주관적인 경험을 그들이 속한 환경적 맥락 안에서 구체적으로 이해하고자 하였다는 점에서 의의를 갖고 있다. 이를 통해 우울증 청소년들이 제도권 내에서 적절한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다각적이고, 심층적인 제언들을 도출할 수 있었다. 하지만 본 연구는 정신과에서 우울증 진단을 받고, 6개월 이상 치료를 하고 있는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였으며, 대부분의 참여자가 남학생으로 이루어졌다는 한계를 갖고 있다. 그러므로 후속 연구에서는 우울의 중등도, 연령대, 성별의 차이 등을 고려한 다양한 배경의 참여자에 대한 연구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며, 경험의 본질탐구와 같이 질적 연구의 다른 장점을 살릴 수 있는 연구방법의 시도도 필요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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