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rrent Issue

Forum for youth culture - Vol. 77

[ Article ]
Forum for youth culture - Vol. 0, No. 62, pp. 145-171
Abbreviation: RCKYC
ISSN: 1975-2733 (Print)
Print publication date 30 Apr 2020
Received 17 Feb 2020 Revised 17 Mar 2020 Accepted 23 Mar 2020
DOI: https://doi.org/10.17854/ffyc.2020.04.62.145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 그루밍(Grooming, 길들이기) 판례분석
한숙희1) ; 정희진2) ; 조아미3)
1)명지대학교 청소년지도학과 박사 수료
2)명지대학교 청소년지도학과 박사 수료
3)명지대학교 청소년지도학과 교수, 교신저자

Analysis of Grooming Stages from Precedents Related to Children and Adolescents sexual crime
Han, Sookhee1) ; Jung, Heejin2) ; Cho, Amy3)
1)Myongji University Department of Youth Education and Leadership, Ph.D. Candidate
2)Myongji University Department of Youth Education and Leadership, Ph.D. Candidate
3)Myongji University, Department of Youth Education and Leadership, Professor Corresponding author.

초록

본 연구는 최근 10년간의 아동⋅청소년의 성범죄사건 판결문을 통해 그루밍 성범죄의 요소가 드러나는지를 분석하고 시사점을 도출하여 향후 개선책을 모색하고자 하였다. 이를 위해 아동⋅청소년 성범죄사건으로 형이 확정된 총 117건의 사건들 중 판결문의 내용분석이 가능한 7건을 최종적으로 선정하여 분석하였다. 분석결과 첫째, 판례 7건 모두 그루밍의 단계가 가진 특성을 3가지 이상 가지고 있었다. 둘째, 판례 7건에서 ‘범죄의 지속성’, ‘비밀 유지’, ‘제3자의 의한 신고’가 공통적으로 도출되었다. 셋째, 판례 속 피해자의 공통된 특징은 모두 취약한 환경에 놓인 아동·청소년이었다. 위 연구결과를 통해 도출된 시사점은 다음과 같다.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자 처벌의 감형사유를 적용하면 안 되며, 신고의무제도를 확대 및 실시해야한다. 관련기관 종사자와 관계자 등을 대상으로 그루밍 성범죄에 대한 예방교육을 지속적으로 진행해야 한다. 취약계층 아동 청소년을 위한 보호체계의 보완이 필요하다. 또한 지원체계에 있어서도 다른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성적 동의 연령을 상향하는 방안을 고려해봐야 한다.

Abstract

This study analyzed grooming stages through precedents related to children and adolescents sex offences in the last 10 years. And proposed the relevant implications in order to contribute to establish measures for prevention. For the research, 117 sexual crimes against children and adolescents sentenced by the Supreme Court were collected and finally 7 cases were selected. According to the result of this study, first, at least 3 or more traits of sexual grooming stages revealed in each 7 cases. Second, 3 factors were extracted from the 7 cases; ‘Continuity of crime’, ‘Confidentiality’, ‘Declaration by the 3rd party’. Third, common features of victims were vulnerable and disadvantaged children and adolescents.

Findings of this study suggests followings. The commutation for the child molesters should not be applied when sentenced in the Supreme court. Reporting duty system of sexual crime should be expanded as well. A delivery program and a prevention program about the stages of sexual grooming highly needed to carry out constantly for authorities and workers in related organizations. The protection system for adolescents in vulnerable environment should be supplemented in order to prevent sexual grooming abuse. The intervention of experts is also needed to support young victims. At last, the age of sexual consent should be raised.


Keywords: Grooming crime, Precedents, Child sexual abuse, Child sex crime
키워드: 아동청소년성범죄, 그루밍성범죄, 성범죄판례분석, 아동청소년성범죄판례

Ⅰ. 서 론
1. 연구의 필요성 및 목적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는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다. 특히 아동·청소년이라는 피해 대상은 연령적, 환경적, 정서적으로 취약성을 가지고 있어 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범죄는 쉽게 드러나지 않고 지속적인 경향을 보인다. 가해자가 성인일 경우 피해자가 겪게 되는 피해의 정도가 성인 피해자보다 더 지속적이고 높을 수 있다(최정호, 박미랑, 2016).

우리 사회에서는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발생하는 성범죄를 예방하기 위해 가해자 처벌강화, 재범방지수단 도입, 신고의무제 실시 등 다양한 정책적 방안을 도입하였으나,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는 계속해서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여성가족부, 2018). 여성가족부에서 발표한 아동청소년대상 성범죄 동향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한 해 동안 아동·청소년 성범죄는 총 4,201건으로 13세 미만 아동 대상으로 한 성범죄는 835건(19.9%),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는 3,250(77.4%)으로 나타났다(여성가족부, 2018). 위 보고서에 따르면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 가해자 연령은 성인이 3,835명(91.3%)으로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아동·청소년 성범죄에서 피해자와 가해자와의 관계를 살펴보면, 전혀 모르는 사람은 1,516명(36.1%), 가족 및 친척 이외 아는 사람 1,970명(46.9%)으로 전혀 모르는 사람보다 가족 및 친척 이외 아는 사람의 비율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여성가족부, 2018).

성인 가해자가 피해 아동 및 청소년과 면식이 있거나 이미 아는 사이일 경우에 발생하는 성범죄의 경우는 몇 가지 공통된 특징을 보인다고 학자들은 지적해 왔다. 가해자들의 공통적 특성이 대부분 성인남성이며, 많은 경우 범죄가 한 번으로 끝나지 않으며, 피해자에게 위력을 행사하지 않고도 범행이 이루어진다는 점이다(Belknap, 2007; Gomes Schwartz, Horowitz, & Carearelli, 1990; Kohn, 1987). 학교 내 교직원이 아동 및 청소년을 대상으로 저지른 성범죄를 분석하였을 때, 발생횟수는 평균 10.76건, 지속기간은 평균 5.75개월이며 피해자의 연령이 어릴수록 반복적인 범행에 취약하다고 하였다(최정호, 박미랑, 2016). 특히 가해자가 피해자를 직·간접적으로 아는 사람이기 때문에 피해자를 유인할 때 위계를 이용한 언어만 사용한 비율이 가장 높게 나타났다. 또한 피해자를 유인하기 위해 물질적 환심 유도, 애정칭찬, 놀이 등의 방법도 사용하였다(최정호, 박미랑, 2016). 가해자 성인들은 연령이 어린 피해 대상에게 물질제공, 정서적 지지 등의 관계 맺기를 통해 범죄가 지속될 수 있도록 하는 수법을 사용한다. 이 경우, 피해자 스스로 자신의 피해를 인지하기 어렵고, 강하게 저항하기 어렵게 만든다. 또한 피해자의 발달 특성 상 성착취 행위를 범죄로 인식하거나 즉각적으로 신고하는데 어려움을 가질 수 있어 범죄 행위를 적발하기 어렵다.

피해자의 취약점을 이용하여 아동·청소년의 성착취를 수월하게 하기 위해 가해자가 사용하는 통제와 조종기술을 그루밍(Grooming, 길들이기)이라고 한다(McAlinden, 2012). 신뢰 및 안정감을 바탕으로 피해자를 길들여 상대의 심리를 이용해 성폭력을 행사하고, 상대를 통제하는 과정을 그루밍 성폭력이라고 한다. 그루밍은 가해자에 대한 피해자의 신뢰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마치 피해자가 자발적으로 참여했다는 인식을 주기도 한다(신현주, 2019). 그루밍은 일시적이든 지속적이든 간에, 아동을 성적학대 환경에 계속 노출시키거나, 범죄자가 학대의 기회를 잡기 위해서나, 성범죄가 드러나지 못하게 하는 역할을 한다(McAlinden, 2012).

그 결과, 아동, 청소년을 대상으로 발생하는 성범죄에 대한 수사 재판 과정에서 그루밍의 특성을 간과하여 피해사실을 입증하는데 어려움이 있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예를 들어 2014년 15세 여중생이 연예기획사 대표인 가해자 남성에게 성폭력을 당하였으나, ‘사랑’이라는 말로 포장되어 무죄를 받은 사건이 있었다(대법원 2014.11.13. 선고 2014도9288 판결). 대구에서는 40대 삼촌이 조카(19세)를 상대로 성관계를 맺고 ‘연인사이’였다고 주장하여 무죄를 선고받은 바 있다(헤럴드경제, 2018. 7. 25)

따라서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 사건에서는 그루밍 요소가 작용하였는지 피해자와 가해자가 처한 조건을 면밀히 살피고 고려해야 할 필요가 있다. 현재 그루밍이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와 관련된 국내 선행연구는 거의 없다. 그리고 아동·청소년 성범죄에서 그루밍의 요소가 포함되어 있는지, 어떻게 작용하고 있는지 분석한 연구도 거의 없다.

실제 성범죄 피해자를 연구대상으로 선정하는데 한계가 있으며 선정하는데 매우 조심스럽고 모집에도 제한이 있다. 그러므로 본 연구에서는 객관적인 사건이 기술되어 있는 판례를 활용하고자 한다. 판례연구는 실제 사건의 객관적인 증거와 과정을 기록한 것이기 때문에 사건에 대한 내용을 해석하고 적용하며 탐구할 수 있다. 판례분석은 법학적 견지에서 논리적 모순이 없고 법률적 체계를 해하지 않는 견지에서 심층적 내용분석을 해야 함에 매우 심도 있는 질적 연구방법이다(박연주, 김정우, 2014). 다른 분야의 판례연구에서는 법적인 관점에서 양형이나 법의 허점을 지적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본 연구에서는 내용분석을 추가하여 지난 10년간 아동·청소년 성범죄 판례를 토대로 그루밍의 요소가 포함되어있는지 분석하고자 한다. 또한 연구결과를 통해 아동과 청소년을 그루밍 성범죄에서 보호하기 위한 방안은 무엇이 있는지 논의하고자 한다.


Ⅱ.이론적 배경
1. 그루밍(Grooming)의 개념

최근 그루밍(Grooming)의 개념이 언론에 보도되고 사회적으로 조금씩 강조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개념은 사회학적, 범죄학적, 심리학적 측면에서는 충분히 논의되지 못하였다. 현재까지 그루밍을 합법적으로 평가하는 심리학적 방법은 없다고 알려져 있다(Natalie Bennett &William O’Donohue, 2014). 그루밍의 개념이 명확하지 않은 것은, 실제 아동·청소년 성범죄에서 성적인 그루밍(sexual grooming)은 성 착취 행위(또는 학대 행위)가 있기 전까지는 쉽게 확인되지 않기 때문이다(Winters & Jeglic. 2016). 그루밍은 우리 사회에 갑자기 등장한 것으로 보이지만, 유사한 형태의 사건들은 과거에도 있었고 아동·청소년 성범죄에서 흔히 나타나는 과정이다(신현주, 2019).

그루밍이라는 정확한 용어를 사용하지는 않았지만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에 관한 선행연구에서는 가해자의 공통적 특징에 대하여 지속적으로 논의되어 왔다. Groth와 Burgess(1977)는 가해자가 아동에게 성폭력을 행할 때, 아동을 사랑의 대상으로 여긴다고 하였다. Wyre(1987)의 연구에서는 소아성애자가 대상을 유혹하는 과정에서 아동들을 사랑하고 보호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고 했으며, Lanning(1992)은 선물이나 애정으로 아동들을 유혹한다고 표현했다. Canter(1998)는 아동·청소년 성범죄에서 가해자와 피해자의 상호작용 유형을 적대성, 통제성, 몰두성의 3가지로 분류하였다. 적대성은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과도한 힘, 폭력, 공격성을 사용하여 성범죄를 저지르는 가해자의 유형을 의미한다(Canter, 1998; Groth, 2007). 통제성은 피해자를 무생물과 같이 여겨 상대를 지배하려는 욕구를 바탕을 갖는다(Canter, 1998). 여기에는 피해자를 묶거나 무기를 사용하는 것과 같은 행위를 포함하여 성범죄를 저지르는 가해자 유형이다(Wyre, 2000). 몰두성(Involvement)은 피해자와 친한 상호작용을 하는 유형이며, 가해자는 피해자를 사람으로 대하고 관계를 발전시키기 위해 노력한다고 하였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몰두성 유형의 가해자는 피해자와의 관계를 성인 간의 성관계와 유사하게 여긴다고 하였다. 몰두성 유형은 피해 아동에게 전형적으로 가벼운 성적인 말, 입맞춤, 피해자 안심시키기 등을 사용한다(Canter,1998).

선행연구에서 보이는 그루밍과 관련 된 정의는 아래 <표 1>과 같다.

<표 1> 
그루밍 성범죄의 논의
NO Author Definition of Grooming
1 Sgroi (1982) 일반적으로 낮은 키, 강요하지 않는 패션, 재미있는 게임이나 무언가로 활동을 소개한다. … 보상이나 뇌물이 제공될 것이다.
2 Salter (1995) 애정과 신뢰의 확립 그리고 궁극적인 배반을 의미한다. 아동 성추행범이 아이들과 상호 작용하는 데 있어 중심 역할을 합니다. 과정은 가해자와 같이 보이지만, 크게 감정적인 유혹을 사용하여 아이들을 효과적으로 조작한다.
3 Howitt (1995) 소아성애자들이 피해자를 유혹(함정에 빠뜨리기)하기 위한 행동은 성인에게 하는 구혼과 비슷한 방식이다.
4 Leberg (1997) 가해자는 희생자가 저항을 할 수 없도록 만든다. 피해자는 가해자가 하는 행동에 대해 알지 못하거나, 피해자가 도움을 받을 가능성을 낮춘다. 아이들은 이 상황을 모르고 학대당한다.
5 Gallagher (1999) 함정: 물질의 배열, 불법 및 감정적인 사용 아동을 학대할 수 있는 상황으로 유도하고, 공개가 어렵게 만든다.
6 Brackenridge(2001) 가해자가 의도한 것을 준비하는 과정
7 Gillespie (2002) 학대자와 아이가 친구가 되어가는 과정이다. 자신감과 신뢰를 얻으려고 시도한다. 아동은 학대 행위에 동의한다. 학대자가 아동에게 접근할 수 있는 명확한 전제조건이다.
8 Berson (2003) 비폭력적인 접근을 통해 피해자와 성적인 만남을 가진다. 신뢰를 구축하는 과정이며, 그루밍은 아이가 아직 잘못된 신호라는 것을 인식하지 못한다. 가까운 유대관계형성을 통해 많은 희생자를 만들어낸다.
9 O’Connell (2003) 소아성애자가 스스로 제정한 행동과정이다.
10 Spiegel (2003) 성적학대를 위한 복종과정이다. 미묘한 상호작용과 혼동과정
11 Craven, Brown, and Gilchrist (2006) 한 사람이 아이를 학대하기 위한 환경을 만드는 과정이다. 접근이 용이하고, 아이가 순응할 수 있도록 하고, 공개를 하지 못하도록 비밀을 만든다. 이 프로세스는 가해자의 패턴을 정당화하기 위해 만든다.
12 Knoll (2010) 성 범죄자가 아동과의 성적 학대관계를 조심스럽게 시작하고 유지하는 과정이다. 가해자는 신중하고 조심스럽게 계획하고, 성행위를 허용하고 비밀유지를 하는데 목표를 가진다.

그루밍(Grooming)은 아동 성범죄 분야에서 논쟁의 중심에 있는 행동 중 하나이다. 이 용어는 성적 학대 초기 단계에서 가해자의 행동을 설명하기 위해 사용되어 왔다(McAlinden, 2012). 아동 청소년대상 성범죄에서 전형적으로 나타나는 특성 중 하나인‘그루밍(Grooming, 길들이기)’은, 아동·청소년 성범죄자들이 대인관계 및 사회적 환경이 취약한 대상을 상대로 신뢰를 쌓고, 성적 가해 행동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피해자의 범죄폭로를 막으려고 하는 모든 과정을 의미한다(McAlinden, 2012). 실제 미성년 성폭력 피해자 상담사례를 살펴보면 그루밍에 의한 성폭력이 많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탁틴내일, 2017).

일반적으로 그루밍은 잠재적인 가해자가 아동 또는 다른 사람들의 신뢰를 얻음으로써 학대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고, 학대가 쉽게 이뤄지도록 하며, 후에 학대가 폭로되는 것을 막는 일련의 과정으로 해석한다(Fernandez, 2006). 그루밍은 짧은 기간에 걸쳐 일어날 수 있지만, 대부분은 아동이 관계를 유지하여 편안함을 느낄 수 있도록 오랜 기간에 걸쳐서 일어난다(Mcalinden, 2006). Thornton(2003)은 그루밍에 대해 아동 성학대의 일반적인 특징 중 하나라고 주장하고 있는데, 이에 대한 담론은 크게 두 가지 패러다임으로 나타난다. 하나는 낯선 사람에 의해서 온라인상에서 이뤄지는 학대, 다른 하나는 아동보호시설에서 신뢰할 수 있는 위치의 사람에게서 발생되는 학대로 본다(Gillespie, 2001, 2004a).

그루밍은 단순히 성범죄자들이 미래의 희생자들에게 접근하고 학대를 따르도록 준비하기 위해 사용하는 과정 또는 방법으로 이해된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이 과정이 정확히 무엇을 수반하는지, 그리고 그것이 어떻게 정상적인 성인-아동 간 상호작용과 명확하게 구별되는지, 정확한 의미와 범위에 있어서는 아직 합의된 바가 없다. 왜냐하면 그루밍의 개념을 정의 하는데 다음과 같은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다.

첫째, 그루밍은 단기적이고 일시적인 과정이기에 언제 시작되고 언제 끝났는지 알아내기 어렵다. 둘째, 인터넷이나 온라인 행위와 연관이 있다고 보지만 대부분 학대는 낯선 사람보다 아는 사람에 의해 일어난다(McAlinden, 2012).

이처럼 그루밍에 대한 정의를 내리기에는 복잡하고 모호한 면이 있어 개념이 명확하지는 않다는 어려움이 있다. 하지만 많은 학자들의 견해를 종합하여 본 연구에서 그루밍과 그루밍 성착취 개념에 대해 정리 해보면 다음과 같이 정의를 내려 볼 수 있다.

그루밍이란 성을 착취하고 폭로를 방지하기 위한 목적을 가지고, 대인관계 및 사회적 환경이 취약한 대상에게 신뢰를 쌓아 성적 가해 행동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도록 하기 위한 심리적인 통제 기술이다.

2. 그루밍의 요소(단계)

그루밍은 단계적으로 이루어질 수도 있고, 동시적으로 이루어질 수도 있다. 그루밍의 단계는 가해자가 피해자를 전략적으로 길들이기 또는 유혹하는 과정이다. 그루밍의 단계에 대하여 여러 학자들이 제시하였으나 본 연구에서는 대표적으로 Welner(2010)가 제시한 6단계의 내용을 살펴보고 적용하고자 한다. 탁틴내일(2017)에서는 Welner(2010)의 6단계를 활용하여 사례를 적용한 세부 행동양상을 단계별로 정리하였다.

1단계는 피해자 고르기 단계이다. 피해자 고르기에서는 피해자가 될 대상의 욕구를 파악하기, 취약점 파악하기 유형이 있다. 욕구파악은 가해자가 피해자의 취미나 관심사, 진로, 종교, 성적호기심 등의 욕구를 탐색하는 것을 의미한다. 취약점 파악하기는 피해자의 외로움, 가출, 빈곤, 지적장애, 폭력, 방임, 저연령 등 피해자의 궁박한 상황을 인식하는 과정이다(탁틴내일, 2017). 부모의 보호와 감시가 소홀한 아동이 가해자에게는 더 선호하는 대상(prey)이 된다(Welner, 2010).

2단계는 대상을 관찰하고 어떻게 필요를 채워줘야 하는지 피해자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는 과정이다. 이 과정에는 부모와의 친분 만들기도 포함되고, 숙련된 가해자일수록 의도와 기술을 파악하기 어렵다(Welner, 2010). 피해자의 신뢰 얻기 단계로 여기에는 관심나누기와 친분 만들기가 있다(탁틴내일, 2017).

3단계에서는 욕구충족 시켜주기로 가해자가 피해자의 인생에 중요한 인물이 되거나 이상적인 사람이 되어가는 과정이다(Welner, 2010). 칭찬하기, 선물, 놀이공원 데려가기, 취미공유, 진로상담, 성에대한 정보 제공, 경제적 지원 등 물질적 정신적인 요구를 충족시켜주는 것이 해당된다(탁틴내일, 2017).

4단계 고립시키기에서는 피해자와 단둘이 있는 상황을 만들기 위해 특별한 관계로 발전시킨다(Welner, 2010). 예를 들어 아이 돌봄이, 교육(코칭), 비밀 만들기, 가해자에 대한 의존성 키우기(탁틴내일, 2017)가 이에 해당된다.

5단계 관계를 성적으로 만들기에서는 피해자(아동)의 자연스러운 성적 호기심을 이용하여그것이 발전할 수 있도록 자극하고 성적인 관계를 만든다(Welner, 2010). 사진찍기, 대화하기, 상황 연출하기, 함정 만들기, 학습시키기, 훈련시키기, 속이기 등의 수법이 들어간다(탁틴내일, 2017).

마지막 6단계에서는 통제유지하기이다. 비밀유지, 조종하기, 체념시키기, 협박하기, 의존성 강화 등이 포함된다(탁틴내일, 2017). 성적인 착취가 일어나면 가해자는 비밀유지와 비난하기를 사용하여 피해자가 침묵을 유지하고 관계를 계속하도록 한다(Welner, 2010). 상대방과 관계를 유지하고 싶어 하는 피해자는 관계를 상실하는데 두려움을 느낀다. 반면 상대와 관계를 더 이상 원하지 않는 피해자는 관계가 노출되었을 때 당할 수 있는 수치스러운 결과를 두려워한다(Welner, 2010).

Welner(2000)와 탁틴내일(2017)이 정리한 그루밍 6단계는 아래 <표 2>와 같다.

<표 2> 
그루밍의 과정 및 단계(6단계)
1단계 피해자
고르기
ㆍ욕구파악: 취미, 관심사, 진로, 종교, 성적호기심 등
ㆍ취약점 파악: 외로움, 가출, 빈곤, 지적 장애, 폭력, 방임, 저연령 등
2단계 피해자의
신뢰 얻기
ㆍ관심 나누기
ㆍ친분 만들기
3단계 욕구 충족
시켜주기
ㆍ칭찬하기, 선물주기, 놀이공원에 데려가기
ㆍ취미공유: 게임레벨 상승, 아이템 거래
ㆍ성에 대한 정보 제공
ㆍ진로상담, 기회제공, 일자리 제공
ㆍ경제적 지원
4단계 고립
시키기
ㆍ비밀 만들기
ㆍ가해자에 대한 의존성 키우기
5단계 관계를
성적으로
만들기
ㆍ함정 만들기: 신체사진 주고받기, 성적인 대화 나누기
ㆍ학습시키기: 포르노그라피 보여주기, ‘다른 사람들도 그렇게 해’, ‘원래 연인 간에 이런 행동은 당연한 거야’ 등
ㆍ훈련시키기: 성적인 행동에 익숙하게 함
ㆍ속이기: ‘너를 사랑해서 이러는거야’, ‘이건 마사지 하는 거야’, ‘병원 놀이 하는 거야’ 등
6단계 통제
유지하기
ㆍ비밀유지
ㆍ조종하기: 거부하지 못하게 하기
ㆍ체념시키기: ‘이야기해도 아무도 도와주지 않을거야’, ‘아무도 네 말을 믿지 않을 거야’ 등
ㆍ협박하기: ‘둘 사이에 있던 일을 부모님께 이야기 할거야’
ㆍ의존성 강화
Michael Welner(2010). Stages of sexual grooming
탁틴내일(2017). 아동·청소년 성범죄 속 그루밍(Grooming), 어떻게 볼 것인가?. p19.


Ⅲ. 연구방법
1. 분석방법 및 절차

판례분석은 법학적 견지에서 논리적 모순이 없고 법률적 체계를 해하지 않는 견지에서 심층적 내용분석을 해야 함에 매우 심도 있는 질적 연구방법이다(박연주, 김정우, 2014).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아동청소년성보호법과 관련된 법원 판결을 심층적으로 분석하여 그루밍에 해당하는 요소를 찾아보기 위해 판례분석방법을 선택하였다.

본 연구에서는 선행연구를 토대로 각 판례의 사건번호, 피고, 법원 판단 등 사실관계를 정리하였고, 판례의 사실관계와 주요내용, 쟁점사항을 중심으로 그루밍의 단계를 적용하여 심도 있게 분석하였다. 그리고 각 판례에서 드러나는 그루밍의 요소를 발견하고 시사점을 파악하였다.

2. 자료수집 방법

본 연구의 분석대상 판례는 대한민국법원(종합법률정보) 홈페이지(https://glaw.scourt.go.kr/)에서 2009-2019년까지 「아동·청소년의성보호에관한법률위반」으로 검색하여 나오는 총 117건의 판례 자료를 수집하였다. 판결 결과만 게시되어 내용분석이 불가능한 90건을 제외하여 1차적으로 27건의 판례를 선별하였다. 이후 청소년 활동 전문가, 성교육 전문가, 상담 전문가로 이루어진 10인이 판결문을 전수 검토하였다. 주로 아동·청소년에 대해 성폭력 판결이 이루어진 내용을 바탕으로 본 판례가 연구에 적절한지 여부에 대해 논의하고 자료를 선정하였다. 최종적으로 판례의 사건내용과 개요가 전문 포함되어있어 분석이 가능한 7편의 판례를 선별하였다. 본 연구의 분석대상 판례 개요를 정리하면 <표 3>과 같다.

<표 3> 
분석대상 판례 개요
판례 1 사건번호 : 2009노861
개요 12세 가출청소년을 협박하여 술을 마시게 하고 세 차례 간음
판결 피고인1 : 징역 4년, 정보공개 5년
피고인2 : 징역 3년 6개월, 정보공개 5년
피고인3 : 징역 3년 6개월, 정보공개 5년
판례 1 사건번호 : 2009노861
양형
이유
피고인들은 겨우 12세에 불과한 청소년이 가출하여 방황하고 있음에도 옳은 길로 선도하지는 못할망정 위력으로 간음하거나 강간하여 죄질이 상당히 나쁜 점, 이 사건으로 인해 왜곡된 가치관을 가질 우려가 있음, 적지 않은 정신적 고통을 입게 된 점.
판례 2 사건번호 : 2009고합64
개요 13세미만 장애청소년을 대상으로 강제 추행함
판결 징역 1년, 집행유예 3년, 160시간 사회봉사, 40시간 성폭력치료강의 수강, 정보공개 5년
양형
이유
피고인은 피해자가 정신지체장애인으로 세심한 보호와 배려가 필요한 사회적 약자임을 알고도 강제추행
판례 3 사건번호 : 2010고합987, 2010전고18
개요 11세의 피해자를 약 6개월간 수회에 걸쳐 강간 및 강제추행
판결 징역 5년, 정보공개 5년
양형
이유
피고인이 자기 딸의 후배인 피해자가 집에 놀러온 것을 기회로 삼아, 11세 피해자를 약 6개월간 수회에 걸쳐 강간 및 강제추행한 것으로서 죄책이 무거운 점, 강간에 대해 피해자의 착오에 의한 것이라고 주장하며 책임을 회피하고 진지하게 잘못을 반성하지 않음.
판례 4 사건번호 : (춘천)2010노87, (춘천)2010전노9(병합)
개요 12세 딸에 대한 지속적 성추행
판결 징역 9년 (감형), 정보공개 5년, 위치추적 장치부착 6년
양형
이유
12세 초등학생이자 친딸인 피해자를 항거불능 상태를 이용하여 수십차례에 걸쳐 지속적으로 간음, 피해자 및 피고인의 아내가 피고인에 대하여 강력한 처벌을 탄원하고 있는 점. 별다른 전과가 없고 가족들을 부양해 왔으며 범행을 반성범행 후의 정황 등 권고형량 범위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원심의 형을 감형
판례 5 사건번호 : 2011노 1399, 2011전노174
개요 14세 친딸 수차례 강제 추행
판결 피고인 : 무죄 피고인 : 2년 6월 (원심 파기)
양형
기준
강제추행죄에 있어서 폭행에 해당한다고 할 것임에도 이를 항거하기 곤란한 폭행에 해당하지 않는다. 나이 어린 친딸을 성적 대상으로 삼아 수 회 추행한 것으로 그 죄질이 매우 불량함. 반인륜적인 범행으로 이에 사회적으로 비난 가능성도 매우 큰 점.
판례 6 사건번호 : 2012고합 1050, 2012전고59(병합)
개요 16세 청소년을 모델 활동을 미끼로 유인 및 추행
판결 피고인 : 징역 8년, 정보공개 10년, 위치추적장치 부착 10년
양형
기준
피해자 중 1명은 만 14세, 다른 1명은 만 16세로 각 미성년자로 피고인이 피해자들에게 모델을 시켜주겠다며 유인한 후 강제추행하고 강간함.
판례 7 사건번호 : 2018고단 3767
개요 중학교 선생님이 중학교 3학년 재학 중인 피해자를 대상으로 추행
판결 징역 1년 6개월, 아동학대 치료프로그램 40시간, 취업제한 3년
양형
이유
피고인은 교육자의 지위를 사용하여 피해자를 육체적·정신적·정서적으로 도움을 주어야 하는 책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지위를 망각한 채 아동인 피해자를 자신의 성적 욕구를 충족하려는 대상으로 삼음.


Ⅳ. 연구결과
1. 판례 기본현황 분석

연구 분석 대상인 7편의 판결문에서 보이는 피해자의 특징, 가해자의 특징, 그리고 피해자와 가해자의 관계는 아래 <표 4>와 같다. 피해자는 모두 10대 여성청소년 이었으며 가해자들은 성인 남성이었다. 가해자는 아버지 지인 1건, 친구의 아버지 1건, 친부인 경우가 2건, 인터넷 카페 구직사이트 1건, 학교 선생님 1건이었다.

<표 4> 
가해자 및 피해자 특성
구분 피해자 특징 가해자 특징 관계 비고
판례 1 여, 12세 남, 성인 3인 - 가출
판례 2 여, 13세 남, 성인 아버지 지인 장애
판례 3 여, 11세 남, 성인 친구의 아버지 -
판례 4 여, 12세 남, 성인 친부 -
판례 5 여, 14세 남, 성인 친부 -
판례 6 여, 16세 남, 성인 인터넷 카페(구직) -
판례 7 여, 15세 남, 성인 학교 선생님 -

2. 판례의 사실 관계 및 내용분석

분석 대상 판결문의 내용을 분석하여 그루밍 성범죄의 요소가 드러나는지를 살펴보았다. 그루밍 성범죄의 단계는 피해자 고르기, 피해자의 신뢰 얻기, 욕구 충족 시켜주기, 고립시키기, 관계를 성적을 만들기, 통제 유지하기가 있다. 각 단계별로 판례를 분석하였고, 그 결과는 다음과 같다.

1) 피해자 고르기

판례의 내용에 보이는 가해자는 피해자의 다양한 취약점을 인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피해 대상 아동·청소년은 부모의 관리·감시를 받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또한 연령과 환경면에서 취약한 상황에 놓여 있음을 알 수 있다. 예를 들면, 이혼가정이면서 가출한 상태, 연령이 어림, 장애를 가지고 있음, 지속적으로 가정폭력에 노출되어 있음, 진로에 대한 관심이 많고 꿈에 대한 지지가 필요상태 등의 다양한 환경에 놓여 있었다. 가해자는 피해자 고르기 단계에서 위와 같은 정보를 파악하고 접근하는데 전략으로 사용한 것으로 분석해 볼 수 있다.

(판례1) 피해자의 부모는 이혼하였는데, 어머니는 연락이 되지 않고 아버지는 재혼하였기 때문에 피해자가 새엄마와 살기를 원치 않아 할머니와 생활하고 있는 사실(중략)⋯ 겨우 12세에 불과한 어린 청소년이 가출하여방황하고 있음에도,
(판례2) 피고인과 피해자의 부친은 평소 절친한 관계로, 피고인이 기초생활 수급자인 것을 알고 무료로 살 수 있는 집을 소개 (중략) 피해자가 정신지체 장애인으로 세심한 보호와 배려가 필요한 사회적 약자임을 알고 있으면서도...(중략)
(판례4) 피해자는 1998. 1. 17.생 여자 아동으로서 이 사건 범행 당시 초등학교 6학년에 재학 중...(중략) 12세에 불과한 초등학생이자 친딸인 피해자를
(판례5) 전처와 2000년경 이혼을 하고, 친딸인 피해자(여, 14세)와 함께 거주하면서 피해자의 가출 등을 이유로 상습적으로 피해자에게 손찌검을 하고 몽둥이로 구타하는 등 폭행을 가하여 피해자가 피고인에게 반항할 수 없는 상태에 있음을 이용
(판례6) 인터넷 모델나라 카페에 모델 지원서를 제출하는 등 모델 활동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을 추행할 목적으로 전화를 걸어
(판례7) 2011년경 위 중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인 피해자가 부모와 갈등, 진로 문제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을 당시...(중략) 방과 후 수업으로 통기타를 배우며 피고인이 피해자의 부모가 반대하는 가수의 꿈을 지지하고 격려하자..(중략)

2) 피해자의 신뢰 얻기

피해자의 신뢰 얻기 단계는 관심을 나누거나 친분을 만드는 것을 의미한다. 아래 네 개의 판결문에서 살펴보면 피해자의 신뢰를 얻기 위한 가해자의 행동양상을 살펴볼 수 있다. 가해자가 피해자와 지속적으로 친분을 유지함으로서 피해자가 자신의 피해사실을 오랜 시간동안 인지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가해자가 피해자의 집에 자주 드나들거나, 피해자를 자신의 집에 불러 경계를 낮추게 하고 친분을 형성하기도 하였다. 한 가출 청소년의 경우 피해자에게 머무를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는 등 피해자의 수요를 충족시켜주기도 하였다. 또는 같은 관심분야에 대해 나누며 신뢰를 제공하는 방식도 있었다.

아래 판결문의 대부분의 피해자가 피해당시 자신의 상황을 인지하지 못하였다고 명시되어 있다. 그 이유는 가해자가 피해자와 친분을 만들거나 신뢰를 얻기 위해서 노력하는 과정을 거쳤기 때문이라고 분석해 볼 수 있다.

(판례1) 그 후 피해자가 자필로 작성하여 원심 법원에 제출한 합의서에서도‘피고인들과 친하게 지내며 악감정 없이 잘 지내왔다. 피고인들의 처벌을 원치 않음을 다시 한 번 확실히 한다.’는 취지로 기재함.
(판례2) 피고인은 위 집(피해자의 집) 앞에 컨테이너를 설치하고 주로 그곳에 거주하면서 평소 피해자의 집에 자주 드나들었다.
(판례3) 친딸의 후배인 피해자(여, 11세)를 서울 관악구 신림1동에 있는 피고인의 집에 데려와 함께 자도록...(중략)
(판례6) 본인을 ○○○이라고 가명으로 소개한 다음 인터넷 쇼핑몰을 운영하는데 모델을 선발할 예정이니 면접을 보러 오라고 하였다.
(판례7) 피해자의 부모가 반대하는 가수의 꿈을 지지해주고 격려하자 피고인을 신뢰하며 편지, 문자메시지, 전화 등으로 자주 연락을 하게 되었다.

3) 욕구 충족 시켜주기

욕구 충족 시켜주기 단계는 주로 칭찬이나 선물 제공, 취미공유, 경제적 지원 등을 제공하는 단계를 의미한다. 이는 생활 또는 경제적인 지원과 같이 물질을 제공하는 것 뿐 아니라 정서적인 결핍에 대한 욕구를 충족시켜 주는 것도 포함된다. 아래 판례에서도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소액의 금전을 제공하는 것, 피해자가 원하는 진로를 핑계로 기만하거나, 정신적인 지지를 이용하여 피해자의 욕구를 충족시켜 주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판례2) 피해자가 혼자 마당에 놀고 있는 것을 발견하고 피해자에게 9,000원을 주고 집 안으로 들어갔다. 피고인의 피해자의 방 앞에서 10,000원을 주겠다고 하면서 문을 열라고 하였다.
(판례6) 지난번에는 포즈가 적극적이지 못했다. 이번에는 만나서 적극적으로 포즈를 취해 보자”라고 하여 수원역으로 오게 한 다음 “내가 운영할 쇼핑몰의 모델에 선발이 되었다. 조금 있으면 직원들이 촬영을 올 것이다. 조용한 곳으로 가서 포즈 연습을 하자”
(판례7) 꿈을 지지해주고 ...(중략)... 2011년 피고인은 피해자와 인천 여행을 다녀오고, 스터디카페, 노래방, 카페 등을 다녀오면서 사적인 만남을 가지고 친밀해 지게 된 것을 계기로 호감을 나타내며(중략)

4) 고립시키기

고립시키기 단계에는 비밀 만들기, 가해자에 대한 의존성 키우기 등의 전략이 해당된다. 가해자는 직접적으로 피해자에게 비밀유지를 요구하기도 하고, 간접적으로 피해자를 심리적인 위축상태로 만들어 주변에 도움 청하는 것을 어렵게 만든다. 가해자는 자신의 행동이 잘못된 것을 드러내지 않기 위해 아무렇지 않게 평소와 같이 행동하거나, 피해자에게 강한 위력을 행사하여 심리적으로 위축되게 만들었다. 또 두려움을 느끼게 하여 신고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이게 만들어 고립시켰다.

(판례4) 2월 말일 밤 11시에 집에서 아빠가 나의 바지와 팬티를 벗긴 후 아빠의 성기를 내 성기에 삽입한 후 바로 화장실로 가셨고, 그로 인해 내 성기가 간지럽고 어떨 때는 뭔가 이물질이 들어오는 것처럼 찢어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 다음날 아빠가 전화해서 비밀로 하라고 하고, 머리 자르러 갔을 때는 차 안에서 나에게 재밌냐고 그랬다.
(판례5) 피해자는 만 14세에 불과한 청소년으로서 평소 무서워하던 피고인과 단둘이 있었고, 주변에 도움을 청할 만한 사람도 없었으며, 피고인의 전적인 보호를 받고 있는 입장으로서 심리적으로 위축되어 있는 상태에서 (이하 생략)
(판례7) 피해자의 친구 김OO은 “당시 피해자로부터 무서웠다고 들었다”(중략)... 연인관계에 있다가 자연스럽게 헤어진 상태라면 괴로워하며 친구들에게 위와 같이 말할 이유가 없는 점

5) 관계를 성적으로 만들기

관계를 성적으로 만들기의 단계는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함정 만들기, 학습시키기, 훈련시키기, 속이기 등을 통해 성적 행위를 실행하는 것을 뜻한다. 판례에서는‘할 말이 있으니 오라’고 함정을 만들어 성적인 행동으로 연결하는 것이나, 피해자에게 직접적인 성행위를 실행하는 것, 야한 비디오를 같이 보자고 요구하며 성행위로 연결하는 것, 피해자의 몸에 영양크림을 발라주는 척 하며 추행하는 것, 모델을 하려면 사이즈를 재야한다고 속이며 신체부위를 만지는 것 등의 다양한 방법으로 성적인 관계를 만드는 것을 볼 수 있었다.

(판례 1) 2008. 6. 초순 01:00경 ...(중략)... 피해자 공소외 2(여, 12세)를 들고 침대로 데려가 옷을 강제로 벗기고 몸으로 누르는 등의 위력을 사용하여 피해자를 1회 간음함으로써, 2008. 7. 하순 일자 불상 18:00경 위 자신의 자취방에서, 할 말이 있으니 오라는 피고인의 요구에 따라 그곳에 온 피해자를 갑자기 침대 위로 끌어당긴 후 반항하는 피해자의 입을 틀어막고 피해자의 옷을 벗긴 후 강제로 1회 간음 ...(중략)... 피고인 3은 2008. 6. 하순 일자 불상 20:00경 위 자취방에서 이불을 뒤집어씌워 반항을 억압한 다음 피해자의 옷을 벗기고 1회 간음함으로써...
(판례2) 피해자에게 방바닥에 앉으라고 하면서, 피해자의 어깨를 잡아 피해자가 반항하지 못하도록 한 후, 피해자의 옷 위로 가슴을 만지고 피해자의 음부에 손가락을 집어넣어 피해자를 강제로 추행하였다.
(판례3) 처음에는 텔레비전을 보다가 갑자기 야한 비디오테이프(외국인 여자랑 남자가 옷을 다 벗고 나오는 것)를 틀더니 같이 보자고 하였다. 그러더니 자신(피해자)의 손을 잡고 피고인의 성기를 만지게 하고, 자신을 바닥에 눕힌 다음 상의를 들어 올리고 팬티까지 내리더니 피고인의 성기를 자신의 음부 안에 억지로 넣었다 빼는 행위를 약 10분 정도 하였다.
(판례4) 자신의 성적 욕구를 만족시키기 위하여 ...(중략)...그녀가 잠을 자고 있는 항거불능 상태를 이용하여 수십 차례에 걸쳐 지속적으로 간음하여 상해를 입게 하였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 피고인의 작은 딸이 지켜보는 상황에서 피해자를 강간하기까지 한 사안으로서...
(판례5) 23:40경 같은 장소에서 손으로 피해자의 가슴 등을 수 회 만지고 엎드려 있는 피해자의 몸 위에 올라타 성기를 그녀의 엉덩이에 대고 문지르면서 사정을 하고, 피해자의 엉덩이에 영양크림을 발라주면서 손으로 가슴과 음부를 수회 만지고 피해자의 몸 위에 올라타 1회 간음함
(판례6)“모델을 하려면 허리 사이즈부터 재야한다”고 말하며 피해자를 속이고 그녀의 허리를 손으로 만지고, 연인포즈를 연습한다고 속여 피해자의 가슴과 성기, 다리 부분을 만져 추행하였다.
(판례7) 2011년 6월 속옷 위 음부를 만짐(중략), 2011년 여름경 도서관 앞에서 햄버거를 사주겠다고 하며 차량에 태워 팔을 만지며‘여기를 만지면 가슴이랑 촉감이 똑같다’라고 말함 (중략) 2011년 7월-8월경 자취방에서 키스를 하고 음부를 입으로 빨고, 옷을 벗기고 자위행위를 하게해 사정함. (중략) 2011년 7-8월경 차 안에서 옷 안에 손을 넣어 가슴을 만짐 (중략)...

6) 통제 유지하기

통제 유지하기 단계에는 비밀유지, 조종하기, 협박하기, 체념시키기 등의 방법이 있다. 이는 피해자가 피해 사실을 폭로하는 것을 막고 성적관계를 지속하기 위해 가해자가 주로 사용하는 방법이다. 피해자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대상이 없다는 것을 협박을 통해 인식시킨다.

피해자는 가해자에게 협박을 당하거나 지속적 폭력을 당하여 두려움을 가지게 된다. 이로 인해 자신의 상황을 정확히 인지하지 못하거나 도움을 청하지 못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아래 판결문의 판례들이 대부분 피해 당시에 신고 되지 않고 몇 년이 지난 후, 또는 제 3자에 의해 신고된 것으로 보아 통제 유지하기 단계가 작용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판례1) 원심 법정에서 피고인들의 처벌을 원치 않는다고 진술하였고, 처벌을 원하지 않는 이유에 대하여 “일이 이렇게 크게 문제될 줄 몰랐고, 피고인들이 구속되어 있는 사실이 부담스럽습니다.”라고 대답한 사실
(판례3) 당시 자신은 성관계가 무엇인지도 몰랐는데, 지금 생각해 보니 그때가 첫 성관계였다.
(판례5) 2009년경에 나무로 된 기다란 막대기로 종아리와 허벅지 등을 맞았는데, 자신이 맞을 만한 잘못을 했기 때문에 맞았던 것이지 아무 이유 없이 피고인이 때렸던 것은 아니다’라는 취지로 진술하는 등 피고인의 체벌이 부당하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임
(판례7) 피고인은 피해자가 중학교 과학교사로서, 방과 후 수업으로 피해자에게 수업을 알려주며 선생님으로서 피고인을 사랑하기 때문에 성폭행을 감내해야 한다고 생각하였으나 혼란스러웠다....(중략)


Ⅴ. 결론 및 제언

본 연구는 최근 10년간의 아동⋅청소년의 성범죄사건 판결문을 통해 그루밍 성범죄의 요소가 드러나는지를 분석하고 시사점을 도출하여 향후 개선책을 모색하고자 하였다. 이를 위해 아동⋅청소년 성범죄사건으로 형이 확정된 총 117건의 사건들 중 판결문의 내용분석이 가능한 7건을 최종적으로 선정하여 분석하였다. 또한 연구방법론 중 하나인 내용분석을 활용하여 각 판결문에서 드러난 그루밍 성범죄 요소를 검증하고 이를 구체적으로 살펴보고자 하였다. 분석을 통하여 도출된 주요 결과는 다음과 같다.

판례 7건 모두 그루밍의 단계가 가진 특성을 3가지 이상 포함하고 있었다. ‘판례 3’, ‘판례 4’에서는 3단계 이상, ‘판례 1’,‘판례 2’,‘판례 5’,‘판례 6’에서는 4단계 이상, 마지막 ‘판례 7’에서는 6단계의 요소를 모두 포함하고 있었다. ‘판례 7’처럼 모든 단계의 그루밍의 요소가 있는 경우도 있지만 그렇지 않다고 해서 그루밍 성범죄가 아니라고 할 수 없다. 그루밍 성범죄는 가해자가 본인의 성착취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시도하는 모든 점진적이고 계산된 과정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Welner, 2010). 또한 판례에서는 모든 범죄과정이 구체적으로 제시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이 과정에서 드러나는 요소에 대해 이해관계를 면밀히 살펴봐야 할 필요성이 있다.

판례 7건에서 ‘범죄의 지속성’, ‘비밀 유지’, ‘제 3자의 의한 신고’가 공통적으로 도출되었다. 판례를 통해 본 사건들은 범죄 행위가 1회성으로 끝난 사건이 없었다. 대부분의 사건이 2회 이상 지속성을 가지고 있었다. 이는 아동과 관계를 잘 유지하는 가해자의 경우 한번으로 성폭력이 끝나는 경우가 없다는 Belknap(2007)kohn(1987)의 주장과도 일치한다. 범죄 행동이 한차례 일어난 후 즉각적으로 피해자에 의해 신고가 된 사건은 한 건도 없었다. 피해자 본인이 성폭력을 인지하고 신고하기 보다는 제 3자에 의해 인지되거나 발견되어 신고를 하고, 시간이 오래 지나서야 범죄를 인지하고 신고를 하게 된 사건들이었다. 이는 아동들은 보통 성폭력 피해를 잘 드러내지 않으며, 비밀로 하는 일이 많다는 Belknap(2007)의 연구와 같은 맥락으로 해석해 볼 수 있다. 아동·청소년 성범죄에서 본인이 신고를 즉각적으로 하지 않거나, 지속적인 성착취를 당한 대상의 사건에 대해서는 그루밍의 요소를 반드시 적용해봐야 한다.

판례의 피해자의 공통된 특징은 모두 취약한 환경에 놓인 아동·청소년이었다. 가해자는 피해자가 가진 정보를 파악하고 상대를 범죄의 대상으로 삼았다. 피해자의 상황은 저연령, 가정폭력, 장애, 가출 등으로 다양했는데 이런 상황에서 보호자 및 주변 성인들의 관리감독이 부족한 경우, 욕구충족이 되지 않은 청소년은 그루밍에 쉽게 노출 될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 성적인 것에 정확한 의사결정을 하기 힘든 아동·청소년의 경우 그루밍이 위험한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본 연구의 결과를 바탕으로 연구의 시사점을 도출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에서는 감형사유를 적용하면 안 된다.

그루밍 성범죄의 경우 피해자가 가해자에게 그루밍을 통해 성행위에 동의하고 가담한 것으로 보일 수 있기 때문에 이 부분이 감형사유가 되기도 한다. 이는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명시적으로 그루밍 성범죄를 적용하여 가중처벌 하는 것에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는 피해자가 13세 미만 아동일 경우 성적 자기결정권이 미흡하기 때문에 성적행위와 관련해서는 무조건 보호의 객체로 보고 있어 감형 하지 않는 것이 대부분이다. 또 가정 내에서 은밀하게 이루어지는 성범죄의 경우, 법정형은 형량이 높게 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가해자, 피해자의 상호관계(엄마, 자식, 아버지의 관계)를 이유 로 실제 판결에서는 법정 형량보다 훨씬 낮게 선고 되고 있다(김한균, 2013). 하지만 아동과 성인의 사건의 경우 대등한 관계가 아니라 위계와 위력이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을 인지해야 한다. 성인 가해자에 대해서는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일반적인 감형사유를 적용하지 않는 방향으로 처벌 강화 방법을 고려해 볼 수 있다. 또한, 동의여부, 위력의 정도여부가 감형조건으로 작용하는데, 청소년 역시 그루밍 성범죄의 대상이 될 수 있는 보호가 필요한 계층이라고 보고 의제강간⋅강제추행의 객체로 범위를 확대하여 보아 감형사유를 적용하지 않아야 한다.

둘째, 아동·청소년의 성범죄의 예방을 위해 신고의무제도를 확대 및 실시해야한다.

아동과 청소년의 성폭력 피해를 인지한 성인의 경우 반드시 신고해야하는 의무를 가지는 신고의무제도라는 것이 운영되고 있다. 하지만 아동·청소년 관련기관, 학교, 교육현장 등에서 신고의무제도에 대해 신청하는 기관에 한해 교육을 제공하고 있으며, 그 외에 공공기관, 일반 사기업은 해당되지 않는다. 2019년 아동·청소년 대상기관 성범죄자 취업실태 점검 결과, 점검 대상은 전년 대비 4만130개 기관, 66만8389명으로 증가(26.7%)했으나, 성범죄 경력자 적발 기관은 58개 기관, 적발 인원은 55명이 감소(33.7%)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적발 인원(108명)의 기관 유형별 비율은 사교육시설(30.56%), 체육시설(23.15%), 경비업 법인(11.12%)의 순으로 나타났다. 이는 공공 기관 및 청소년 시설 등에서는 보호 체계가 갖추어져 있으나 사교육 시설, 체육시설 등으로 교육의 범위를 확대하여 교육하고 운영할 필요성이 있다는 것을 반증한다.

셋째, 아동·청소년의 관련기관 종사자, 관계자 뿐 아니라 일반 기업체 등을 대상으로 그루밍 성범죄에 대한 예방 교육이 지속적으로 진행되어야 한다.

관련기관 종사자들은 주변에 있는 아동·청소년의 상황을 파악하고 그루밍에 대한 잠재적 위험성에 대해 인식하고 면밀히 살펴볼 수 있어야 한다. 전문기관에서 성교육 강사 또는 전문가 양성과정을 운영할 경우 통해 그루밍에 대한 개념을 교육하고 이에 대한 교육 방안을 마련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넷째, 취약계층 아동·청소년을 위한 교육 및 지원 등의 보호체계 보완이 필요하다.

청소년과 아동들에게 그루밍과 관련한 범죄예방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현재 일선 현장에서 하는 성교육은 또래성폭력 예방, 성평등 교육, 낯선 사람에 의한 범죄예방 수준으로 진행되고 있다. 그루밍과 관련하여 직접적인 교육이 이루어지는 경우가 거의 없다. 따라서 이와 관련한 교육자료를 개발하고 체계적으로 교육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그루밍 성범죄 행위의 단계를 구분할 수 있는 지에 대한 일반 성인의 아동·청소년에 대한 친절한 행동과 가해자의 유혹 단계를 구분하기 어렵다는 연구가 있었다(Georgia M. Winters & Elizabeth L. Jeglic. 2016). 그만큼 그루밍 성범죄의 경우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강간이나 폭력적인 성범죄 보다 기간이 길고 더 은밀하게 행해지는 특징을 나타낸다. 또한 이웃 간의 선의의 친절을 잠재적 그루밍 범죄행위로 볼 수도 없다. 그루밍 성범죄는 범죄 행위가 일어난 이후에 대처할 수밖에 없는 한계점이 있다. 그러므로 그루밍 성범죄의 예방체계에 대한 후속적인 연구가 필요하다.

다섯째, 아동·청소년 성범죄에 따른 피해자 지원체계에 있어서도 아동·청소년에게는 성인의 범죄와는 다른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

아동청소년의 피해자의 경우 사건에 대해 깨닫기 시작한 순간부터 수치심을 느끼고, 사건을 빨리 잊길 원하며 피해경험으로 자신이 비난받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크다고 하였다(Russell, 1984). 이에 법적지원, 상담지원, 치료지원 등을 통해 가해자의 지배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아동·청소년 피해자의 연령을 고려한 전문적 지원체계를 마련하여 자신의 피해상황을 인지하는 순간부터 트라우마를 극복할 수 있도록 전문적이고 장기적인 개입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또한 아동·청소년 성범죄 피해자를 만나는 전문가, 관련업계 종사자의 경우 그루밍에 대한 정보와 사례에 대해 교육을 진행해야 한다. 그리고 이에 대한 심각성을 인지하고 연구하여 그루밍과 관련한 전문적인 역량을 갖추는 것도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성적 동의 연령 기준을 높이는 것도 필요하다. 국제적 권고기준인 만 18세로 성적 동의 연령을 상향하는 것을 고려해봐야 한다. 우리나라는 13세 이상 19세미만 청소년의 경우 의제강간연령에 해당하지 않는다(여성가족부, 2018). 성범죄가 실제 발생하였지만 그루밍의 과정에서 금전적 또는 물질적인 제공이 있었을 경우 성매매로 해석되어 피해자도 동시에 처벌되는 경우도 발생한다. 다행인 것은 최근 아동청소년성보호에 관한 법률 개정안에‘16세 이하 청소년의 궁박한 상태를 이용하여 성관계(성매매)를 할 경우, 이는 동의가 있더라도 처벌 받는다’라는 내용이 신설되었다(국가법령정보센터, 2019). 새로운 법이 신설되어 보호체계가 강화되는 것은 환영할 일이지만 법의 정서와 일반적인 인식사이에서 여전히 논란의 여지가 있다. 따라서 성적 동의 연령 상향에 대한 인식변화와 방안에 대해서도 고민해봐야 할 것이다.

본 연구는 이미 형이 집행되고 있는 최종 판결문을 통해 사례를 분석하다 보니 피해자와 가해자의 보다 구체적인 상황을 연구자들은 적극적으로 파악하지 못하고 협소한 관점에서 문서를 분석했다는 한계를 가진다. 성범죄를 저지른 후에 가해자와 피해자 간의 합의로 사건이 끝난 경우에는 법정까지 가는 과정을 거치지 않는다. 이 때문에 판결문으로도 자료가 남아있지 않은 경우도 상당히 많이 존재할 것으로 생각된다. 공개된 판례 117건의 자료를 수집하였으나, 연구로 활용할 수 있는 판결문은 7건에 불과하였다. 많은 사건을 다양한 방법의 내용분석을 통해 판결문을 검토할 필요성이 있다는 점에서 제한점을 가진다. 이에 후속 연구에서는 더 많은 자료를 수집하여 분석하거나, 판결문 외의 가해자와 피해자의 사건을 객관적으로 분석해볼 수 있는 질적 연구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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