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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rum for youth culture - Vol. 54

[ Article ]
Forum for youth culture - Vol. 54, pp.223-259
ISSN: 1975-2733 (Print)
Print publication date 30 Apr 2018
Received 30 Nov 2017 Revised 18 Mar 2018 Accepted 26 Mar 2018
DOI: https://doi.org/10.17854/ffyc.2018.04.54.223

청소년자립생활관 청소년들의 자립과정에서의 저항과 자유갈망
조윤정1) ; 주경필2)
1)한국방송통신대학교 대학원 청소년교육학과 석사
2)한국방송통신대학교 청소년교육과 조교수, 교신저자

Resistance and aspiration of freedom in the process of independence among adolescents in Youth Independence Shelter
Cho, Yunjung1) ; Joo, Kyoungphil2)
1)Master. Dept of Youth Education Studies, Korea National Open University Graduate School
2)Assistant Professor, Dept. of Youth Education Studies, Korea National Open University, corresponding Author
Correspondence to : 2)Assistant Professor, Dept. of Youth Education Studies, Korea National Open University, corresponding Author


초록

본 연구의 목적은 청소년자립생활관에 거주하는 청소년들의 자립과정에 영향을 미치는 문화적 요소를 탐색함으로써 범죄소년과 요보호청소년들의 사회적 이해를 높이고, 청소년자립생활관 거주 청소년들의 특성에 맞는 자립지원 방안 및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질적 연구방법 중 문화기술지 접근법을 활용해서 방법론적 틀을 구성하고, 동부지역 청소년자립생활관에서 연구참여자 24명을 대상으로 참여관찰, 인터뷰, 문서수집을 통해 자료를 수집하였다. 수집된 자료는 Spradley(1980)의 질적 자료 분석 절차에 따라 분석하였다. 연구결과는 크게 ‘범죄를 통한 저항의 표출’, ‘새로운 사회화 속 자유갈망’, ‘이탈의 쉼표와 마침표’라는 대주제 영역에서 다양한 문화현상과 함께 기술되었다.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학문적 측면에서 청소년자립생활관에 거주하는 무의탁 범죄소년의 자립문화를 다룬 본 연구와 같이 무의탁 범죄소년의 실제 삶을 조명하는 탐색적 연구가 추가적으로 필요하다는 점과 기관 운영측면에서 이와 같은 청소년들을 위한 진로경력개발 프로그램의 필요성을 제시하였다. 또한 다양한 정책적 함의도 논의되었다.

Abstract

The purpose of this study is to explore various cultural factors of an independence living shelter in order to advance understanding of criminal youth and youth in need of protection. Accordingly, this study aims at suggesting desired ways of supporting youth residing at youth independence shelters. An ethnographic research method was used to understand the lives of juvenile offenders at the center. This study analyzed the qualitative data drawing upon Spradley(1980)’s ethnographic data analysis process. The data was collected by carrying out participatory observation of 24 male youth and individual interviews with youth and volunteers in a Korean youth independence shelter. The results are as follows: 'a display of resistance through crime', 'a longing for freedom in the face of new socialization', 'pauses and the full stop of breaking away'. Based on the research results, several implications are suggested. It is meaningful in the academic aspect that this study investigates the culture of independence among criminal adolescents residing in youth independence shelter. In addition, there is the need for practical vocational education and career development for those youth residing in youth idpendence shelters.


Keywords: Youth Independence Shelter, Juvenile Offenders Resilience, Independence, Ethnographic Study
키워드: 청소년자립생활관, 무의탁 범죄소년, 자립, 문화기술지

Ⅰ. 서 론

가정에서 부모나 보호자는 자녀 또는 피후견인이 안전하게 생활하고 타고난 잠재성을 개발하여, 스스로의 힘으로 살아갈 수 있는 능력을 함양함으로써 자립에 이르도록 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황성재, 2002). 하지만 시설청소년, 가출청소년, (무의탁)범죄소년들은 부모나 보호자의 심리적·정서적 지원뿐 아니라 경제적 지원도 받지 못하고 고립되거나 방치됨으로써 자립을 위한 사회화 과정을 온전히 경험하지 못한다. 그렇기 때문에 성인기에 이르러서도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살아가는데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국가는 아동과 청소년의 보호와 자립기능을 올바로 수행하지 못하는 가정을 대신하여, 이들을 보호·지원하기 위한 법률과 정책을 마련해 왔다.

국가는 ⌜아동복지법⌟상 아동양육시설, ⌜청소년복지지원법⌟상 청소년쉼터, ⌜보호소년 등의 처우에 관한 법⌟상 청소년자립생활관을 설치하여, 가정이나 학교에서 보호와 교육의 기능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아동이나 청소년들의 보호와 자립을 지원하고 있다. 이처럼 국가가 법률과 정책을 만들어 요보호청소년들의 삶을 지원함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건전한 성장을 통해 성인이 되어 사회와 통합되는 데에는 여러모로 한계가 있다는 점을 선행연구들은 지적해 왔다(강복정, 2002; 김명성, 2013; 최순종, 2011).

더욱이 소년원 출원자, 소년원학교 졸업자, 보호관찰 대상자 등의 범죄소년들은 심각한 사회적 편견과 차별로 인해 자립에 큰 어려움을 겪게 된다. 전체범죄자 대비 소년범죄자의 비율은 2012년까지 꾸준히 증가하다가 2013년부터 감소하고 있으나(청소년백서, 2016), 여전히 범죄소년의 74.2%가 1년 이내에 재범을 저지르는 것으로 보고되었다(대검찰청, 2015). 특히, 4범 이상 소년범의 비율이 2010년 10.7%에서 2015년 15.2%로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청소년백서, 2016). 이는 청소년범죄에 대한 사회적 관리가 효과적으로 이루어지지 않고, 범죄를 저지른 청소년들은 범죄소년으로 낙인 찍혀 갱생의 기회를 얻지 못한 상태로 범죄를 반복하는 경향이 짙어짐을 나타낸다. 청소년들이 범죄를 반복하는 악순환은 결국 성인범죄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집중적인 사회적 관심이 절실하다.

범죄소년들의 재범을 예방하고 자립을 지원하기 위해 국가는 ⌜보호소년 등의 처우에 관한 법률⌟ 제6장 제51조에 따라 (재)소년보호협회를 설치운영하도록 하고 있다. 그리고 소년보호협회에서는 청소년자립생활관을 위탁 운영하여 소년원을 퇴원한 청소년이나 보호관찰 중인 청소년이 무료로 숙식하면서 자립을 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청소년자립생활관에 거주하는 청소년들이 진정한 의미의 자립을 하기에 많은 제약이 있다. 다수의 청소년들이 청소년자립생활관에서 퇴소하고 있지만 심각한 심리적 문제와 자립훈련 제공의 미흡으로 안정적인 취업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며(장희라, 2010) 불안정한 직업과 고용상황은 이들 청소년들의 삶을 어렵게 만들어 다시 범죄에 빠지게 되는 경우가 많이 발생하고 있다(한영선, 2011).

범죄를 저지른 청소년들에게 보다 효과적인 자립지원을 통해 범죄의 굴레에 지속적으로 빠져드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 주고, 그들이 긍정적인 사회인으로 성장하도록 지원하는 일은 사회통합과 국가 인적자원개발에 있어 매우 중요한 일이다. 또한 이들이 건강한 성인으로 자립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은 범죄율을 낮춰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을 줄이고, 청소년 시기의 우발적인 범행이 평생 족쇄로 작용하지 않도록 하는 사회정의를 실현한다는 점에서 보다 큰 관심과 활발한 논의가 필요하다.

무의탁 범죄소년이란 부모의 사망, 유기 등의 이유로 가정이 없거나 있어도 가정불화와 해체 등으로 그 기능을 상실한 가정의 자녀로서 죄를 저지른 경험이 있는 자를 말한다. 지금까지 취약계층 청소년들의 자립을 주제로 한 연구는 다방면에서 실시되어 왔으나, 무의탁 범죄소년을 대상으로 한 연구는 소수에 불과하다(서은경, 윤옥경, 2008; 이종수, 2002). 특히 무의탁 범죄소년을 대상으로 한 선행연구는 사회의 사각지대를 조명하였다는데 의의가 있으나, 그들의 자립에 영향을 미치는 문화적 요소와 과정을 이해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청소년자립생활관에 거주하는 무의탁 보호소년들의 일상에 접근함으로써 그들만이 공유하고 있는 언어와 행동, 입주생들 간 관계와 갈등해결 과정 등을 직접 관찰하여 청소년자립생활관 청소년들의 자립과정에 영향을 미치는 사회적․문화적 환경과 그 청소년들이 형성해가는 문화를 연구하였다. 이를 위해 질적 연구방법 중 문화공유 집단의 문화를 기술하는 접근법인 문화기술지로 방법론적 틀을 구성하여 자료를 수집하고 분석하였다.


Ⅱ. 선행연구 고찰
1. 청소년자립생활관

무의탁 범죄소년의 자립을 지원하는 시설은 법무부 산하의 (재)소년보호협회에서 운영하는 청소년자립생활관이다. 청소년자립생활관은 전국에 8개가 있고, 각 시설마다 12~20명의 무의탁 범죄소년이 거주할 수 있어, 총 130명 정원으로 운영 중이다. 대상자는 만 12세~24세까지의 청소년으로 무의탁 출원생과 요보호청소년이다. 청소년자립생활관의 설립목적은 무의탁 범죄청소년과 요보호 청소년들에게 그룹홈(group home) 형태로 가족애를 느끼고, 안정된 사회정착을 도와 일탈과 비행을 예방하고 연계성 있는 자립지원시스템을 구축하여 건강한 사회인으로 성장하도록 하는 것이다(소년보호협회, www.kjpa.or.kr). 이를 위해 숙식과 직업훈련 제공, 학업 지원, 자립관련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한다(소년보호협회 www.kjpa.or.kr). 요컨대 청소년자립생활관은 입주 청소년들에게 인간으로서의 기본적인 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고, 그 안에서 다양한 체험과 프로그램을 통해 자립을 지원하고 있다.

청소년자립생활관 관련 주요 선행연구들은 청소년자립생활관의 현황, 청소년자립생활관 안에서의 생활 개선을 위한 입주 청소년들의 경험, 퇴소 이후의 사회복귀 과정 등을 다루고 있다. 이종수(2002)는 무의탁 보호소년의 사회복귀 과정에 관한 단일사례 연구에서 소년원을 퇴원한 무의탁 보호소년이 사회에서 자립해 가는 과정을 심도 있게 다루었다. 장희라(2010)는 청소년자립생활관에 거주하고 있는 청소년을 중심으로 사회복귀과정을 연구하였다. 보호관찰수강명령을 받은 후 청소년자립생활관에 거주한 경험이 있는 청소년들의 생활과 적응과정을 살피고, 그곳에서 어떠한 장을 열어가며 살아가고 있는가를 심층적으로 이해하여 사회복귀과정을 근거이론 연구방법을 통해 탐색하였다. 서은경, 윤옥경(2008)의 경우는 퇴소청소년(소년교도소, 소년원학교 퇴원 청소년)을 위한 자립지원시설의 현황과 개선방안에 대한 연구를 수행함으로써 자립시설에 대한 근거와 현황, 그리고 자립지원프로그램을 탐색하였다. 고윤순(2014)은 보호관찰청소년을 위한 대학생의 집단멘토링 경험에 관한 질적 연구를 통해 청소년자립생활관에 거주하는 보호관찰청소년들에게 집단멘토링 프로그램을 실시한 대학생을 대상으로 그 경험과 멘토링 성과를 탐구하였다.

청소년기에는 또래를 포함하여 부모, 친구 등 주변인들과의 관계가 사회화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배규환, 2016). 즉, 청소년기는 또래의 영향을 많이 받고, 또래를 포함한 타인과의 관계를 통해서 사회화에 대한 기술을 익히는 시기이다. 따라서 청소년자립생활관에 거주하는 무의탁 범죄소년들은 자립이라는 발달과업을 목적으로 함께 생활하고 있으므로 그들이 상호 간 또는 어른인 시설 종사자 및 봉사자들과 어떤 문화를 만들어 가며 관계를 형성하고 있는지 살펴보는 일은 선행연구들이 다룬 청소년자립생활관에 대한 지식을 확대하는 일이다.

2. 청소년자립생활관 청소년들의 자립

청소년들이 건강한 자립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청소년기에 습득해야 할 삶의 기술과 영역이 있다. 자립준비를 위한 삶의 기술은 크게 유형의 기술과 무형의 기술 두 가지 영역으로 구분된다(Cook, 1986: 조규필, 2013 재인용; Maluccio, Krieger & Pine, 1990: Alfreda, 1995에서 재인용). Cook(1986)은 자립준비 기술로서 ‘자기관리기술’과 ‘자원관리기술’을 제시하였다. 자기관리기술은 일상생활을 할 수 있는 기본생활능력과 정서적 자립능력으로 개인위생, 주변정리, 가사 관리, 음식준비, 자신감, 대인관계, 책임감 등이 포함된다. 한편 자원관리기술은 사회적, 경제적 자립능력으로 사회와 주변에서 자신에게 필요한 자원을 찾아내고 그것을 적절하게 이용하는 능력이다. Maluccio, Krieger & Pine(1990)은 자립을 위해 습득해야 할 기술을 ‘유형 또는 구체적인 기술(hard skills)’과 ‘무형 또는 내적인 기술(soft skills)’로 구분하였다. 유형의 구체적인 기술들은 직업을 찾고 유지하는 기술, 집을 구하고 돈을 관리하는 기술 등이며, 무형의 내적인 기술은 생각과 정서의 영역으로 의사결정하기, 목표세우기, 책임감 등의 기술이다(Alfreda, 1995: 신혜령, 2001에서 재인용). 유형의 구체적 기술들은 외적인 요소로 일정한 자격을 취득하고 배움을 수반하는 것들로 충분한 시간을 투자하고 노력해야 얻을 수 있는 기술들이다. 무형 또는 내적인 기술은 주로 정신이나 마음의 작용에 관한 내적 요소이다.

청소년자립의 영역 또한 매우 다양한데 다수의 선행연구에서는 이를 크게 경제적, 정신적, 사회적 측면으로 구분하고 있다(김희성, 2004; 노혁, 2004; 신혜령, 2001, 장경희, 2008; 조규필, 2013). 선행연구들에서 다룬 각각의 측면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경제적 자립이다. 경제적 자립이란 스스로 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수입을 얻고 지출하고 돈을 모으는 등의 활동이다. 둘째, 정신적 자립은 자신의 정서를 느낄 수 있으며 스스로 생각하고 통제와 판단을 할 수 있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청소년들의 정신적 자립에 회복탄력성이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고되었다(김경희, 주현주, 2013; 성동제, 2015; 안소정 외, 2013; 임정미, 이유진, 오레지나, 2009). 셋째, 사회적 자립이다. 사회적 자립은 다른 사람들과 잘 어울리고, 친밀한 관계를 쌓으며 함께 조화롭게 살아가는 것이다. 특히 사회에서 자신이 필요한 것을 찾아내고 그것을 얻고 활용할 줄 아는 것이다. 노혁(2010)은 기본적인 생활습관과 사회생활기술의 습득을 사회적 자립의 하나로 보았다. 사회성을 연구한 선행연구에서는 갈등해소능력과 사회적 지지가 사회적 자립에 긍정적 영향을 준다고 하였다(김기홍, 김경주, 2015: 김미연, 2010; 신혜령, 2001; 신혜령, 김성경, 안혜영, 2003; 장윤정, 2013).

청소년자립을 위한 주요 기술과 영역은 청소년자립생활관 청소년들의 자립에도 적용된다. 하지만 그들은 성장과정에서 정상적인 가정의 기능과 역할의 부재로 자립을 위한 최소한의 보호와 성장 지원마저도 받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특히 가정해체와 부모·친지 간 불화 등의 경험으로 심리적 불안을 지닌 경우가 많다(강복정, 2002). 여기에 더해 일정 연령이 되면 퇴소해야 한다는 압박은 그들을 더욱 불안하게 만드는 요소이다. 청소년의 심리적 불안은 사회성 발달에도 악영향을 미쳐(최순종, 윤옥경, 조남억, 2009), 청소년자립생활관 내에서 긍정적으로 인간관계를 형성하는데 장애가 된다.

청소년자립생활관 청소년의 주요 자립의 요소로 경제적 자립, 정신적 자립, 사회적 자립을 보고자 한다. 첫째, 경제적 자립의 측면으로 직업준비와 소비습관이다. 청소년자립생활관 청소년 대부분은 경제적인 도움을 받기 어려워 아르바이트나 취업을 통해 돈을 벌기를 희망한다. 하지만 취업준비가 미흡하고, 자신의 수입을 고려하지 않은 채 무계획적으로 소비하는 경향이 있어(장희라, 2010) 경제적 어려움에 처할 우려가 있다. 특히 과거 범죄 경험이 있는 청소년의 경우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게 되면 쉽게 범죄로 눈을 돌릴 수도 있다.

둘째, 정신적 자립의 측면에서는 어려운 상황에 대한 극복 및 적응과 관련된 회복탄력성이다. 청소년자립생활관이라는 같은 공간과 비슷한 환경에서도 어떤 연구참여 청소년은 만족감을 느끼며 적응을 잘 하는가 하면 어떤 연구참여 청소년은 불평과 불만으로 가득 차서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다. 청소년자립생활관이라는 곳에 들어와서 생활하고 있는 청소년들이 경험하는 어려운 상황을 어떻게 극복하고 그로 인해 자립에 어떻게 나아가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셋째, 사회적 자립의 측면에서 갈등해결방법과 사회적지지이다. 범죄청소년 대부분은 극심한 경제적 어려움과 상대적 박탈감, 가정불화 등이 분노를 품게 만들었고 이러한 분노의 표출은 갈등을 초래한다(최순종, 윤옥경, 조남억, 2009). 또한 지금까지 생활해온 방식과 다른 청소년자립생활관에서의 엄격한 규칙과 규율은 스트레스를 유발하고 있다. 실제로 청소년자립생활관 기관교사와 연구참여 청소년의 갈등, 연구참여 청소년과 연구참여 청소년 사이의 갈등이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장희라, 2010). 이러한 갈등상황이 발생되었을 때 원만하게 해결하지 못하고 그 결과 이탈하게 되면 최소한의 생활마저 보장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범죄에 연루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전술한 바와 같이 청소년들에게 사회적 지지는 자립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들이 기관 종사자 또는 함께 생활하는 동료, 그리고 자원봉사자 등과 같이 그들과 상호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들로부터 어떠한 지지를 받고 있는가는 그들의 사회적 자립을 이해하기 위해 필요한 요소라 할 수 있다.

청소년의 진정한 자립을 위해서는 자립의 기술들과 영역들이 통합적으로 완성·유지되어야 한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통합적인 자립 영역과 다양한 기술을 감안하되, 경제적 자립측면에서 직업준비와 소비, 정신적 자립측면에서 회복탄력성, 사회적 자립측면에서 갈등해결 능력과 사회적 지지를 청소년자립생활관 청소년들의 중요한 자립 요소로 고려하였다. 또한 결핍된 욕구가 충족되면서 자립 요소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연구자료 수집 시 중요한 부분으로 삼았다.


Ⅲ. 연구 설계
1. 방법론적 틀

본 연구에서는 청소년자립생활관 청소년의 자립에 관한 경험의 의미를 파악하여 그들의 집단생활이 가지는 역동과 문화를 경험한 청소년들의 관점과 연구자(제3자)의 관점을 오가며 기술하기 위한 목적으로 문화기술지(ethnography) 접근법을 방법론적 틀 구성의 기초로 삼았다. 문화기술지 연구에서는 한 문화, 집단, 체계에 대한 배경, 환경적 특성, 상호작용을 아무런 가공 없이 자연스러운 상태에서 연구한다(유기웅 외, 2012). 즉, 문화기술지 연구는 집단의 문화를 있는 그대로의 언어로 서술하는 연구로써 어떤 집단의 구성원이 삶을 영위하고 유지하는 방식을 깊이 있게 탐색하기 위해 실시한다(Glesne, 2017). 청소년자립생활관 관련 연구가 매우 미흡하고 청소년자립생활관이라는 기관과 그곳에 거주하는 청소년들이 처한 상황조차 사회에 널리 알려져 있지 않다. 따라서 무의탁 범죄소년과 요보호청소년들이 거주하는 청소년자립생활관이라는 독특한 문화와 그 문화 경험을 통해 자립에 영향을 미치는 과정을 탐색함으로써 돌아갈 가정이 없는 청소년들이 소년원 퇴소 후 또는 보호관찰 중으로 청소년자립생활관에서 머무는 과정을 심도 있게 탐색하였다.

2. 자료 수집 및 분석
1) 연구 참여자

본 연구의 연구참여자는 청소년자립생활관에서 생활하고 있는 남자 청소년 약 20명이다. 연구참여자는 가정이 없거나 있어도 가정의 불화나 해체 등으로 돌아갈 곳이 없는 가정의 청소년으로 범죄를 저지른 경험이 있는 무의탁 범죄소년이다. 연구가 이루어지는 청소년자립생활관의 총 정원은 18명이나 연구기간 중 이탈하거나 새로 입주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총 관찰대상이 된 연구참여 청소년은 24명이다. 24명이라는 인원은 집단으로서의 역동과 문화를 탐색하기에 적정한 인원이다. 참여관찰자의 인적사항은 <표 1>과 같다.

<표 1> 
참여관찰자 인적사항
사례 이름(가명) 연령 의뢰인/보호자 거주기간 학력 비고
1 민윤기 23 00보호관찰소 3년 9개월 대학졸업 취업/인터뷰참여
2 정호석 22 00소년원 3년 6개월 고졸(검정),
대학휴학
H대학교/헤어숍스텝/인터뷰참여
3 박지민 21 00소년원 3년 6개월 고등재학중 S고등학교
4 김태형 19 00소년원 3년 1개월 고등재학중 H고등학교/인터뷰참여
5 전정국 23 00소년원 2년 6개월 00당구장 알바
6 동영배 20 00소년원 2년 7개월 고졸(검정) 알바/ 취업희망
7 나도균 21 00소년원 2년 1개월 검정고시준비
8 비범 22 00소년원 2년 5개월 헤어숍 알바
9 강대성 23 00소년원 2년 1개월 고졸(검정) 헤어디자이너/인터뷰참여
10 정윤호 21 00소년원 2년 1개월 고졸(검정),
대학휴학
핸드폰가게 알바/ H대학교
11 김재중 20 보호관찰소 1년 2개월 고졸(검정) 취업희망
12 박유천 20 00소년원 1년 7개월 헤어숍 알바
13 김준수 20 00소년원 1년 7개월 헤어숍 알바
14 심창민 19 00청소년학교 1년 3개월 고등재학중 H고등학교
15 이창섭 22 00소년원 1년 2개월 취직
16 임현식 22 00소년원 1년 2개월
17 임세준 20 00소년원 1년 헤어숍스텝
18 이민혁 20 00소년원 1년 고졸(검정) 취업했으나 해고됨
19 서은광 18 00소년원 1년 중졸(검정) 고등 검정고시준비
20 정일훈 18 00고등학교 10개월 고등재학중 H고등학교
21 육성재 20 00소년원 8개월 고졸(검정) 취업희망
22 김성규 20 00소년원 7개월 고등재학중 C고등학교
23 장동우 22 00소년원 5개월 고졸(검정) 취직예정/대학진학예정
24 남우현 18 00소년원 5개월 중학교중퇴 검정고시준비

자료수집을 담당한 책임연구자는 청소년자립생활관에 주 1회 이상 방문하여 연구참여 청소년들의 얼굴을 익히고 이름을 불러주기 위해 노력하였으나, 잦은 입주와 이탈로 변동이 많기 때문에 친밀감을 형성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게다가 유독 낯가림이 심한 청소년의 이름을 잘못 불러 라포 형성이 되지 않는 일도 있었다. 그럼에도 연구자가 연구참여 청소년들이 신뢰하고 있는 희망(가명)봉사단체의 봉사자로 들어갔기에 청소년들의 거부감이 적었다. 연구참여자 중 인터뷰 대상자(민윤기, 정호석, 김태형, 강대성)는 기관장으로부터 추천 받았다. 또한 상황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해 청소년자립생활관 청소년들을 장기간 만나고 있는 봉사자 3명(김도연, 김세정, 유연정)과의 인터뷰를 추가적으로 실시하였다.

2) 자료 수집

본 연구에서 활용한 자료 수집 방법은 참여관찰, 인터뷰, 문서수집이다. 참여관찰은 2016년 3월부터 2017년 5월까지 약 15개월간 월 약 3~4회 방문하여 총 50회를 진행하였다. 연구자 중 한 명이 생활 자원봉사로 관찰을 시작하였고, 두 명의 연구참여 청소년들(H대학교 대학생)에게 학습 멘토를 주 1회 해주면서 조금 더 깊이 있게 그들의 일상을 파악할 수 있었다. 관찰은 청소년자립생활관 안에서의 생활뿐만 아니라 외부 행사와 체험학습 등에 참여함으로써 다양한 장소에서도 그들의 문화와 상호작용, 언어 등을 파악하고자 하였다. 참여관찰 초기에는 일상생활을 그대로 관찰하여 그들만의 행동이나 언어 속에서 독특한 의미를 찾고자 하였고, 어느 정도 파악한 이후에는 연구주제인 자립에 중심을 두고 관찰하였다. 특히 매달 발생하는 신입생의 입주를 통해 그들이 어떠한 과정을 통해서 적응해가고 집단 속에서 어떠한 변화가 발생되는지를 탐구하였다.

연구참여자들과의 1:1 집중 인터뷰는 2016년 11월부터 2017년 2월까지 총 7회 실시하였다. 초기 인터뷰단계에서는 비구조화 된 인터뷰 형식으로 자유로운 분위기로 내용을 제한하지 않고 진행하였으며, 어느 정도 연구가 진행된 후에는 반구조화 된 인터뷰로 연구 주제를 고려하여 그들의 인식과 경험에 대한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누었다. 인터뷰 시간은 약 1시간~1시간 30분 정도이며, 인터뷰 장소와 시간은 인터뷰 참여자들이 가장 편안하게 느끼는 곳에서 그들이 원하는 시간에 진행하였다.

이 연구에서 추가적으로 고려한 연구 자료는 문서로, 기관 서류, 인터넷 밴드, 자전적 도서 등을 통해 문서수집이 이루어졌다. 자전적 도서 “꿈(가명)”은 약 4년 전인 2013년 10월부터 2014년 9월까지 진행된 인문학강좌에서 10년 후 나의 모습을 쓰는 “자서전 쓰기” 프로그램의 성과물이다.

3) 자료 분석

질적 연구에서 자료 분석이란 그동안 수집한 자료들을 토대로 해석할 수 있는 단위로 나눈 후 그 자료 안에 숨어 있는 의미를 찾아내는 작업이다(Creswell, 2015: Glesne, 2017). 수집한 자료를 반복해 읽으면서 연구에서 필요하고, 가치와 의미가 있는 자료들을 찾아내어 순환적 코딩과 범주화로 주제를 생성하는 작업을 수행하였다. 본 연구에서는 문화기술지의 대표적 학자인 Spradley(1980)의 영역 분석(1차 코딩), 분류 분석(2차 코딩), 주제 분석(3차 코딩)으로 자료 분석 소프트웨어인 MAXQDA-12를 활용해서 자료 분석을 실시하였다. 연구참여 청소년의 자립경험은 입주 전, 시설거주 중, 퇴소시점에 따라 세 가지 주제 영역으로 수렴되었고, 6개의 하위주제가 발견되었다. 자료 분석 결과를 표로 정리하면 아래 <표 2>와 같다.

<표 2> 
자료 분석 결과의 분류와 내용
분류 대주제 영역 하위주제영역
(분류 분석)
주요개방코드
내용
1 범죄를 통한
저항의 표출
● 소외와 차별 경험 -열악한 가정환경
-어른에 대한 불신, 거부
-사람들의 시선
-물질만능
● 탈출구로서의 일탈 -저항의 표출
-범죄소년이 되다
2 새로운 사회화 속
자유갈망
● 새 터전에서의
   자유갈망, 이탈과
   되돌아오기
-청소년자립생활관 입주
-자유갈망의 이탈
-또 다른 자유를 위해 되돌아오기

-내가 있어야 할 곳
● 다양한 인간관계와
   새로운 역할 경험
-다양한 사람들과의 상호작용
-새로운 역할
-그동안 보아오지 못한 사람들
3 이탈의
쉼표와 마침표
● 멀기만 했던 꿈 -미래를 위한 학업
-직업을 위한 준비
-바라던 꿈
● 이전 삶의 방식과
   현실의 벽
-갈등과 저항
-머무는 자와 떠나는 자
-열악한 노동환경

3. 윤리적 고려 및 질 제고

질적 연구로서 본 연구를 위한 자료수집 및 분석 과정에서 윤리성을 담보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조치를 취하였다. 본 연구의 시작 전 기관장에게 연구진은 연구의 취지를 설명하고 자료수집에 대한 공식적인 허락을 받았다. 또한 기관장과 상의한 결과 청소년들의 특성을 고려하여 개인사는 묻지 말 것과 인터뷰 참여청소년들 이외의 청소년들은 모르게 진행해줄 것을 당부 받았고, 이를 자료수집의 전 과정에서 이행하였다. 인터뷰 참여 청소년과 봉사자에게 인터뷰 시작 전 연구에 대한 설명과 녹음을 해야 하는 이유를 설명하고 자발적으로 동의서를 작성하도록 하였다. 연구자는 심층면담의 녹취내용과 녹취록, 관찰일지가 외부에 유출되지 않도록 관리하였으며, 연구가 끝난 후 모두 폐기하였다.

질적 연구에 있어서 질 제고를 위한 전략은 매우 다양하지만 본 연구에서는 자료의 다각화(data triangulation), 연구참여자 확인법(member check), 장시간 관찰법(long‐time observation), 동료 검토법(peer examination)을 적용하였다(유기웅 외, 2013). 구체적으로, 참여관찰, 인터뷰, 문서수집의 다양한 방법으로 자료를 수집하였으며, 자료를 분석 시 인터뷰 연구 참여자, 청소년자립생활관 기관장과 기관교사, 자원봉사자에게 분석내용이 제대로 해석되었는지 확인하였다. 또한 1년 3개월이라는 장기간 동안에 이루어졌으며, 연구의 오류를 검토하기 위해 질적 연구를 먼저 수행한 경험이 있는 교수와 동료 연구자로부터 주제, 연구방법에 대한 의견을 듣고, 청소년자립생활관 기관장에게는 기관과 관련한 오류와 해석, 청소년교육을 전공한 동료 연구자들에게는 청소년의 특성을 반영하여 분석내용의 오류에 대한 검토를 요청하였다. 이를 통해 연구진 사이에서 충분히 해석되지 못했던 문화적 맥락에 대해서 이해할 수 있었고, 그것을 최종 연구결과 도출에 반영하였다.

연구진 중 책임연구자는 청소년자립생활관에 봉사자로서 연구참여 청소년들과 직접 대면하고 소통하였다. 책임연구자는 청소년교육 전공자로서 평소 상담을 통해 소외 청소년을 만나 왔음에도 불구하고, 청소년자립생활관이라는 특수한 목적을 가진 청소년들의 생활공간에서 범죄소년을 만나는 것에 대한 우려가 있었다. 하지만 연구가 진행되면서 청소년들이 차츰 마음을 여는 모습에 보다 적극적으로 청소년들과 소통할 수 있었고, 이를 통해 연구목적에 부합하는 자료를 관찰, 인터뷰 등을 통해 수집할 수 있었다. 연구의 진행과정에서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기 위해 내부자적 관점으로 청소년자립생활관 관계자 및 청소년들과 상호작용하였으나, 동시에 수집된 자료에 대한 1차적인 분석과 해석은 연구진이 공동으로 외부자적 관점에서 의미를 도출하여 문화기술지 연구로서의 질 제고를 위해 노력하였다.


Ⅳ. 연구결과
1. 범죄를 통한 저항의 표출
1) 소외와 차별 경험

연구참여 청소년들은 사회의 기초적인 단위인 가정에서 어려움을 겪었다. 이러한 어려움은 부모의 조혼과 이혼, 폭력 등 가정의 해체 등 불안한 가정환경 때문이었다. 강대성은 자신의 불행했던 성장과정에 대해 자전적 도서인 ‘꿈’에서 다음과 같이 이야기하였다.

3살 때 부모님이 이혼하시고 절에 맡겨졌고, 그러다가 다시 할머니 댁으로 가면서 할머니와 지내게 되었습니다. 7살 때는 보육원으로 가게 되었고, 난 어디를 가나 눈칫밥 먹으며 ...... 신고식이라고 맞고 또 지내면서 온갖 심부름과 괴롭힘을 당하면서 지냈고 ...... 보육원 형들이 우리또래끼리 막 싸움시키고 서열정리 시키는 것이 너무너무 두렵고 짜증나고 정말 싫었습니다.
                                                                                                                                (강대성, 2014년 자전적 도서 꿈)

가정의 구조적 결손으로 인해 위탁 시설에 맡겨진 아이는 다른 아이들과의 서열 싸움을 강요당한 적도 있었다. 강대성은 가정과 위탁 시설에서 폭력에 노출 되었고 그러면서 폭력을 삶의 한 부분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영유아기 때 받은 충분한 사랑과 보살핌은 사람에 대한 사랑과 믿음을 주고 삶을 살아가는데 영양분이 된다. 하지만 연구참여 청소년들은 가정 해체와 불화로 인해 부모나 주 양육자로부터 거부와 버려진 경험을 안고 있었다. 부모의 이혼은 자녀의 바람이나 의사와 상관없이 어른들에 의해서 이루어지는 것이므로, 어린 나이에 마주한 상황은 믿었던 부모에 대한 배신감과 원망, 미움의 감정으로 이어졌다. 가정이 아닌 보육원에서 생활한 성재는 보육원 선생으로부터 폭력수준의 가혹한 양육을 경험하여 타인을 믿지 못하고 일정한 거리를 두는 경향이 있었다. 기관장은 특정 보육원 출신 아이들은 사람들과의 친밀감을 표현하는데 있어서 다른 아이들보다도 더 어려워하고 어른에 대한 분노가 크다고 말하였다. 아래 내용은 참여관찰 과정에서 기관장과 나눈 대화의 내용을 기록한 것이다.

석진이는 눈이 오는 게 싫다고 한다. 자기는 눈에 대한 안 좋은 일이 있다고 한다. 어려서 산속에 있는 보육원에 있을 때 눈이 많이 오면 나가서 실컷 놀았는데 옷 버렸다고 혼나고, 눈을 뭉친 것을 두 손에 들고 하루 종일 벽을 보고 서있는 벌을 받았다. 그곳은 잘못한 아이들에게 캄캄한 곳에 혼자 4시간씩 있게 하였다...
                                                                                                                                                          (2017. 2. 22. 관찰)

아이들의 분노는 공포감에 대한 방어기제의 표현으로 볼 수 있다(한성희, 2002). 어린 시절의 가혹한 처벌을 양육시설에서 경험하여 극심한 공포감을 느낀 석진이의 경우 사람에 대한 신뢰를 상실하였고 특히 어른에 대한 불신과 분노를 키워왔다.

연구참여 청소년에게 남들과 다른 가족 형태는 또래와 구분 짓는 원인이 되기도 하였다. 호석이는 부모님과 함께 살지 않는다는 이유로 받게 된 소외와 차별의 경험을 자전적 도서인 ‘꿈’에서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었다.

학교생활은 힘들었다. 나는 선생님이 싫었다. 애들도 싫었다. 엄마, 아빠 얘기를 꺼내지 않아도 어디서부터 소문이 난건지 내 이야기는 어느 순간 다들 알고 있었다. 선생님들은 눈치도 없이 수업 도중 그 많은 아이들 앞에서 엄마, 아빠 질문을 던진다. 아이들은 우물쭈물하는 나를 향해 더욱 짓궂게 물으며 수치심의 끝자락까지 나를 몰아간다. 부모님이랑 같이 살지 않는 것이 난 아무렇지 않은데 아이들과 선생님들은 나를 불쌍하게만 여긴다.
                                                                                                                                     (정호석, 2014년 자전적 도서 꿈)

부모가 없거나 떨어져 사는 것은 숨겨야 하는 일이고 부끄러운 일이었다. 왜냐하면 친구들로부터 놀림의 대상이 됨과 동시에 불쌍한 존재가 되기 때문이다. 부모가 함께 살지 않거나 없다는 이유로 막 되먹은 아이, 위험한 아이라는 편견과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며 거리를 두려 하는 것이다. 따라서 또래들과 어울리는데 어려움이 있었고 학교교육에 있어서도 소외되었다.

연구참여 청소년은 청소년자립생활관에 입주하기 전 경제적 빈곤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기도 하였다. 은광이와 대성이는 거리 소년으로 생활하면서 며칠씩 굶주렸고, 병원이나 아파트 계단에서 잠을 자는 등 기본 생활을 위한 욕구가 충족되지 못하였다. 이처럼 돈이 없어서 받게 된 고통으로 돈에 대한 집착과 간절함이 커졌다. 또한 한국사회에서 대중매체나 미디어를 통해 보여 지는 물질만능주의와 합세하여 돈이 최고의 가치라는 신념을 굳히게 되었음을 관찰을 통해 알 수 있었다.

돈만 벌면 되고 돈만 있으면 된다. 나보다 못나가던 애들이 돈 팍팍 쓰고 차타고 여자애들이랑 잘 나가는 것 보면 열 받는다.
                                                                                                                                                                (2016. 9. 1. 관찰)
돈만 있으면 된다. 힘든 일도 돈만 있으면 해결되잖아요.
                                                                                                                                                               (2016. 10. 8. 관찰)

하지만 연구참여 청소년들은 많은 돈을 벌고 싶어 하면서도, 돈을 귀하게 여기지 않고 쉽게 써버리는 경우를 자주 목격할 수 있었다. 사람에 대한 신뢰를 잃어, 사람과의 관계를 꾸려나가는 방법을 모르는 까닭에 돈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게 되었다. 그러나 돈을 모으기 위해서는 저축과 합리적인 소비가 중요하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하여 돈을 모으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을 몰라 실천이 어려웠다

2) 탈출구로서의 일탈

자아가 강해지기 시작하는 중학생이 되면서 대성이는 자신이 처한 상황이 남들과 다르고 자신의 힘으로는 개선할 수 없다는 것을 인지하게 되면서 현실에 대한 억울함과 답답함을 겉으로 표출하기 시작하였다. 대성이는 청소년기 자신의 잘못된 행동에 대해 자전적 도서 ‘꿈’에서 다음과 같이 이야기 하였다.

중학교 1학년 올라가면서부터 난 천천히 계속해서 망가지기 시작하였고, 소위 일진이라고 불리는 불량 서클에 가입하게 되었습니다. 동갑 애들과 후배들을 폭력과 갈취해가면서 무단결석도 정말 밥 먹듯이 하였고, 학생부에도 많이 끌려가고 또 보육원 선생님이 학교에 불려가는 일도 많았습니다.
                                                                                                                                         (강대성, 2014년 자전적 도서 꿈)
밤에는 친구들이랑 몰려다니면서 사고치고 또 매일 술을 먹으며 사고를 치면서 지냈습니다. 한번은 제 지역에 갔다가 술 먹고 싸워가지고......한번은 그 때 들어갔었고. 근데 소년원에서 나온 지 얼마 안 돼가지고 다시 소년부로 넘어갔어요.
                                                                                                                                                 (2016. 11. 3. 강대성 인터뷰)

대성이에게 폭력은 자신의 답답한 환경을 해소하기 위한 수단이 되어 친구를 괴롭히거나 필요한 물품을 빼앗는데 이용되었다. 폭력은 자신을 지켜주고 편안하게 해주는 수단으로 폭력에 대한 거리낌이 없었다. 호석이는 아버지의 재혼으로 집을 나와 친구들과 몰려다니며 술을 마시고 오토바이를 타는 등 일탈 행동을 하며 재미와 우월감을 느끼기도 하였다. 친구들이 있어 외롭지 않아 좋았다. 잘못을 통제하는 사람이 없고 불량한 행동을 부추기는 또래의 영향은 비행행동을 더욱 대범하고 과격하게 하였다.

가출 청소년 대부분이 그러하듯이 처음부터 범죄를 저지를 생각이 없었으나 돈이 떨어지고 돈벌이도 어려워지자 생존을 위해 절도를 하게 되었다. 호석이와 윤호는 비행의 결과 절도범, 폭력범이라는 범죄자의 신분이 되었다. 특히 대성이는 폭력이 습관적으로 작동하여 재범으로 연결되고 있었다.

2. 새로운 사회화 속 자유갈망
1) 새 터전에서의 자유갈망, 이탈과 되돌아오기

범죄소년들은 소년원이나 보호시설을 퇴소한 이후의 삶에서 더 많은 관심과 꾸준한 관리를 받음으로써 재범을 예방할 수 있다(이미경, 2015). 하지만 연구참여 청소년들은 소년원퇴소나 보호관찰 만료 후 돌아갈 곳이 없었기 때문에 퇴소 후 어디에서 지내고 어떻게 먹고 살아야 하는지와 관련된 생존권마저 보장되지 않는 열악한 현실에 처해 있었다. 호석이는 소년원 퇴원 시의 막막함을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이야기 하였다.

...... 소년원에 나올 시기가 됐어요. 그래서 소년원 퇴소를 해서 나가야 되는데 갈 데가 없는 거예요. 엄마아빠랑 연락 안 되지 ...... 얼떨결에 여기 생활관이랑 연락이 돼서 갑작스럽게 생활관에 들어오게 되었죠.
                                                                                                                                                 (2016. 11. 3. 정호석 인터뷰)
(보호관찰)만기 다 채워서 나갈 땐데 거기서 여기 가라고 그래가꼬 처음엔 싫다고 안간다고 했는데 가라고 해가지고 가면 좋대요. 자격증도 딸거 많고 그런다고 해서 왔죠.
                                                                                                                                                    (2017. 2. 4. 김태형 인터뷰)

호석이와 태형이는 소년원을 퇴원할 때 가족이 있어도 연락이 끊어져 돌아갈 곳이 없었다. 이처럼 가정으로 돌아갈 수 없거나 가정이 없는 경우 다른 대안이 없기 때문에 청소년자립생활관에 들어오게 되었다. 일차적인 양육주체인 가족이 있는 청소년의 경우 소년원을 퇴원하기 이전에 가족과 연락을 시켜주는 국가의 노력이 필요해 보였다.

청소년자립생활관에서 생활하게 된 연구참여 청소년들은 소년원에서 갖지 못한 자유로움과 최신식 시설에 만족해하였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이탈을 하기도 하였다. 청소년자립생활관에서의 이탈은 대부분의 연구참여 청소년들이 한번 이상은 경험하고 있는 매우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이들은 이탈과 재입주를 반복하면서 서서히 청소년자립생활관의 생활에 적응을 하고 있었다.

연구자는 연구참여 청소년들을 청소년자립생활관이라는 시설에서 만나게 되었는데 이들은 가정의 결손이나 파괴를 경험한 청소년들이었다. 특히 이러한 가정의 결손이나 붕괴를 통해서 청소년기에 무규범과 방임된 삶을 살게 되었고 그러한 환경을 청소년기에 자유로운 삶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대성이는 인터뷰에서 청소년자립생활관에 입주하기 전의 시간에 구애받지 않았던 생활을 다음과 같이 이야기 하였다.

(청소년자립생활관에) 10시까지 들어와야 하고..... 저는 그런 거 없이 살았거든요. 맨날. 아, 너무 (몇 초 있다가) 내가 놀고 싶은 대로 못 논다는 것만 그때는 싫었던 것 같아요.
                                                                                                                                                   (2016. 11. 3. 강대성 인터뷰)
...... 내가 문제가 아니라 이제 문제는 생활관이 문제다. 생활관 규칙이 힘들었죠. 외출할 때 허락받아야 되는 거, 몇 시까지 들어와야 된다는 거 그니까 쫌 억압된다고 해야 하나 자유롭지 못하다는 게 힘들었어요.
                                                                                                                                                   (2016. 11. 3. 정호석 인터뷰)

하지만 청소년자립생활관은 약 20명의 남성청소년들이 집단으로 거주하는 곳으로써 지켜야 할 엄격한 규칙이 있었다. 연구참여 청소년들은 이전의 삶에서 경험하지 않았기 때문에 틀에 맞춰진 생활 자체를 몹시 힘들어 하였다. 어느 누구의 통제 없이 마음대로 살았던 방식대로 살고 싶어하고 그것이 옳다고 생각하였다. 특히 밤 10시까지 귀가해야하는 규칙을 힘들어 했는데 이의를 제기해도 전혀 들어주지 않고 있어 불필요한 이탈을 발생시키는 셈이 되기도 하였다.

연구참여 청소년은 이탈을 하면 자유롭고 답답한 마음이 시원해질 것 같았지만 그렇지 못하였다. 세상에 나와 보니 마음처럼 자유롭게 살 수 없는 현실을 마주하게 되면서 자신이 처한 상황을 바로 볼 수 있는 눈이 생겼고, 어떻게 삶을 꾸려가야 하는지에 대한 현실적인 고민을 하게 되었다고 하였다. 자유를 찾아 나오지만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게 많지 않다는 것을 느끼고 되돌아왔었다. 연구참여 청소년 중 이탈과 재입주를 빈번하게 반복하고 있는 호석이의 인터뷰에서 ‘이탈하면 좋을 것 같지만 그렇지 않았다’는 것을 들을 수 있었다.

연구자: ...... 한번 나갔다오면 해소가 돼?
호석: (생각) 아니요
연구자: 그럼 어때? 나갔다 오면
호석: 해소가 되지는 않아요. 근데 이 생활관이 좋은걸 느껴요.
연구자: 어떤 점이 또 생각이 나서 들어오게 되는지?
호석: 여기서는 하고 싶은 것 할 수 있으니까
                                                                                                                                                    (2016. 11. 3. 정호석 인터뷰)

호석이는 이탈을 통해 그동안 지각하지 못한 보호와 지원을 받아 왔다는 것과 일정한 규칙 속에서 누릴 수 있는 자유가 더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연구참여 청소년들은 이전의 삶의 습관을 쉽게 버리지 못하여 이탈과 재입주를 반복하게 되었다. 이러한 현상을 보았을 때 이탈과 재입주를 반복할수록, 규칙에 적응하는 성향이 강해지고 있어 이탈을 문제 행동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그들이 적응해가는 하나의 과정으로 해석할 수 있었다.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생활하던 내가 생활관에서의 규칙적인 생활이 적응이 안 되어 처음엔 생활관에 있는 게 너무 싫고 빨리 나가고만 싶은 생각이었지만 생활하면서 점차 내가 이렇게 보호 받으며 좋은 교육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공간은 어디에도 찾을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고 어느 순간엔가 그곳이 나의 집이라고 생각하기로 하였다.
                                                                                                                                              (민윤기, 2014년 자전적 도서 꿈)

윤기는 입주 초기에는 억압된 생활이 싫어서 벗어날 생각을 했지만 청소년자립생활관에서의 생활을 통해 의식주의 해결뿐만 아니라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했던 보호자의 존재를 경험하게 하였다. 또한 청소년자립생활관에서 제공하는 서비스를 통해 성장을 위한 초석으로 삼고자 하였다.

2) 다양한 인간관계와 새로운 역할 경험

청소년자립생활관에 거주 하는 청소년들은 기관을 통해 봉사자, 인문학 강의교수 등 다양한 사람들과 상호작용을 하고, 이전에 맡아보지 못했던 역할을 수행하고 있었다.

대체 가정의 기능을 하는 청소년 기관에서는 외부봉사자들로 인해 청소년들이 상처를 받게 될 것을 우려하여 도움을 반기지 않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시설에 거주하는 청소년들은 외부 사람들을 접할 기회가 일반적으로 적다. 하지만 청소년자립생활관의 기관장은 연구참여 청소년들이 사회와 동떨어져 지내는 것이 좋지 않다는 생각에서 외부인들의 방문을 적극 반겼다. 부모와 사회로부터 버림 받은 자신들을 찾아오는 사람이 있으리라는 기대를 하지 못했던 연구참여 청소년들은 외부인들이 들어오자 초기에는 혼란스러워 하였다.

아이들 눈빛이 굉장히 경계하는 눈빛이었어요. 과연 여기에서(봉사를) 오래지속해서 할 수 있을까 하는 막연한 두려움이 있었는데, 그 중에 한 아이는 대놓고 저 사람들 왜 왔어요? 이렇게 말하더라고요...... 식사를 하면 아이들이 과묵하고 어두운 표정으로 말도 없이 정말 밥만 먹고 빨리 사라져 버리는 거예요. 웃음기도 하나 없고 아이들이 빨리 이 자리를 벗어나야지 하는 듯 보였고, 질문을 해도 대답하는 아이들이 별로 없었다고 봐야죠.                                             (2016. 11. 11. 봉사자 김세정 인터뷰)

봉사자 김세정은 4년 전 처음 마주하게 된 연구참여 청소년들에게서 외부인에 대한 경직되고 경계하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이처럼 청소년자립생활관 청소년들에게는 취업도 중요하지만 우선적으로 선행 되어야 하는 일상 경험의 회복이 필요함을 알려주고 있었다. 따라서 연구참여 청소년들은 기관에 머물며(보호관찰로 아예 못나가는 경우도 있음) 외부봉사자와 봉사자 가족, 인문학 강의 교수 등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다. 연구참여 청소년들은 1년 동안 꾸준히 찾아오는 봉사자들로부터 진정성을 느끼면서 경계를 풀었다.

처음엔 몰랐단 말이예요. 내가 왜 여기서 그걸(인문학 강의를)해야 되나 그랬는데 그걸 하면 할수록 좀 학교에서 생활하는 거나 여기서 생활하는 거나 도움이 되긴 되더라고요. 모르는 단어들도 막 많이 배우고, 동영상 같은 거 보면서 어쩔 땐 강의도 해주시니까 느끼는 점이 많았어요.
...... 희망봉사회원들을 보면 신기해요. 왜 일당 같은 것도 안 받는데 봉사하시는지, 고맙고 오셔가지고 밥도 해주시고 어떨 땐 같이 풀도 뽑고 어떨 땐 생활관의 저희 이불빨래도 같이 해주시고 모든 면에서 다 감사한 것 같아요.
                                                                                                                                                       (2017. 2. 4. 김태형 인터뷰)

태형이는 그들이 오는 것이 반갑고 도움을 주고 있는 그들에게 고마운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고 말하고 있어 사람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또한 봉사자들은 연구참여 청소년들이 하는 다양한 행사에 함께 하였고, 봉사자들이 진행하는 행사에는 연구참여 청소년들을 초대하였다. 봉사자 한 명이 기관장에게 “힘드시면서 왜 이렇게 체험을 많이 가세요?” 하고 물어보니 “아이들에게 하나라도 더 알려주고 싶어서 힘들어도 간다”고 하였다. 기관장의 이러한 생각은 봉사자와 연구참여 청소년들이 함께 하는 시간이 많아져 친밀해질 수 있게 하였다.

청소년자립생활관은 연구참여 청소년들과 직원을 포함하여 약 20여 명이 생활하는 곳으로 공동체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각자가 수행해야 할 역할들이 있다. 그 역할은 나이에 따른 형 역할, 동생 역할, 봉사자 역할, 최고참 형인 반장 역할, 손님(외부인)을 대하는 주인으로서 역할, 공동체를 위한 역할 등이다. 역할은 고정되어 있지 않고 시간의 흐름에 따라 동생은 중간형이 되고 큰 형이 되어 반장역할도 수행하게 된다.

반장은 기관교사와 동생들 사이의 조율자 역할, 동생들을 관리하고 때로는 통제 하는 역할 등을 하며 처음 해보는 역할에 시행착오를 겪고 있음을 윤기의 인터뷰를 통해서 알 수 있었다.

..... 제가 동생도 없고 외동이라서 그런지 몰라도 애들을 많이 혼내고 그랬던 게 많아요..... 선생님들이 얘기를 하면 애들이 말을 잘 안 듣거든요. 왜 또 저러지 그러고 마는데 제가 말을 하면 잘 들어요. 선생님들도 애들 혼낼 때는 저에게 말씀을 하시고 선생님도 저에게 말하고 저렇게 해라 그래요. 그래서 그런지 애들이 제 말을 잘 듣고 잘 따라줘요.
                                                                                                                                                       (2016. 11. 8. 민윤기 인터뷰)

반장이라는 처음 해보는 역할로 인해 책임감을 갖게 되고 사람들을 통솔하기 위해서는 힘만으로 되지 않는다는 것과 동생을 대하는 태도와 기관교사를 대하는 태도 그리고 외부인들을 대하는 태도를 익히게 된다. 이러한 역할수행은 집단생활에서 얻을 수 있는 장점 중 하나로 역할에 맞는 태도와 언어, 타인과의 관계에 대한 자신감, 맡은 일에 대한 책임감을 갖게 하였다. 하지만 집단생활에서 나이어린 입주생은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 어렵고 수동적으로 끌려가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었다. 이는 소년원에서의 서열문화가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여 집단의 건강성을 위해서는 관심을 가져야 할 부분이었다.

청소년자립생활관은 혈기 왕성한 청소년들이 생활하는 곳으로 다양한 사건 사고들이 끊임없이 발생하였다. 그들은 기관교사들과 함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같이 있어주기’, ‘말리기’, ‘맞붙어 폭력 쓰지 않고 참기’, ‘뒷정리하기’ 등 스스로 공동체유지를 위한 행동을 하였다. 또한 연구참여 청소년들은 봉사를 하면서 자신도 누군가에게 나눠줄 것이 있고 도움이 되고 있다는 사실에 보람을 느꼈다. 봉사자의 역할은 기쁨과 뿌듯함을 느끼게 하였다는 것을 봉사에 함께 참여했던 봉사자 김세정의 인터뷰를 통해 알 수 있었다.

밴드공연도 1회 2회 접하면서 그 걸 접하면서 이 공연이 다른 누군가에게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그 말을 들었을 때 ...... “오늘 힘이 들었는데도요 저는 매일 봉사만 받았잖아요. 봉사를 받다가 저희가 하니까 오히려 너무 좋았어요. 그리고 어르신들이 일 잘한다 잘한다 하니까 저 이일 계속 할 거예요”.
                                                                                                                                           (2016. 11. 11. 김세정 봉사자 인터뷰)

이러한 역할수행의 과정은 사회에서 사람들과 어떻게 관계를 맺고 유지하며 자신의 위치를 어디에 선정할 것인지에 대한 능력을 신장시키고 있었다.

연구참여 청소년들은 청소년자립생활관에 거주하면서 그동안 만나왔던 사람들과는 다른 모습의 사람들을 만나고 있었다. 타인의 삶을 위해 애쓰는 사람들, 봉사자 부부의 정다운 모습, 자신을 편견 없이 대해주는 사람들, 엄마처럼 따뜻하게 보듬어 주는 기관장 등은 새롭게 접하는 성인 역할 모델이었다. 다음은 참여관찰 시 입주한지 며칠 안 된 동우가 기관장에게 말한 내용에 대한 기록이다.

.... 봉사자들이 많이 함께 하고 있다는 게 놀랍다. 많은 사람들이 이기적으로 살고 있는데 남을 위해 봉사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에. 나중에 여유가 되면 남을 위해 봉사를 하고 싶다.
                                                                                                                                                                           (2017. 1. 25. 관찰)

봉사자들은 남을 위해서 주 1회 이상 3년 이상의 장기간 오고 있으며, 더욱이 많은 수의 사람들이 왔다. 태형이는 돈이 많아 보이는 것도 아니면서 와서 돈을 쓰고, 시간을 쏟고, 힘쓰는 일을 아무런 대가도 바라지 않고 하는 것이 신기하게 보였다고 한다.

연구참여 청소년들은 가까이 있는 사람들의 건강한 모습을 보면서 그들이 살아가는 모습과 가치관을 닮아가고 있었다. 봉사자들을 보면서 남을 위해 사는 삶, 다른 사람과 어울려 살아가는 삶, 나누는 삶에 대한 생각의 기회를 제공하였고, 특히 사람에 대한 불신을 회복하고 있었다.

3. 이탈의 쉼표와 마침표
1) 멀기만 했던 꿈

연구참여 청소년이 성장과정에서 제때에 받아야 했던 자극과 교육을 받지 못하였다는 것을 고려할 때 이들의 작은 변화도 큰 의미가 있다. 연구참여 청소년들은 청소년자립생활관에 입주 시 모두 학업을 중도에 포기한 상태였으나, 학업을 마치고 원하는 직장에 취업하기를 꿈꾸었다.

대부분의 연구참여 청소년들은 불안정한 가정환경과 경제적 빈곤 등 그들을 둘러싼 열악한 환경에 의해 어쩔 수 없이 학업을 그만 둔 경우였다. 오래전에 그만둔 공부가 자신 없었고 나이 어린 동생들과 공부하기는 두려웠다. “공부는 왜해, 돈만 벌면 되지” 라는 말은 공부를 할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에서 자신을 위로하기 위해 하는 말이기도 하였다. 공부를 할 수가 없으니 공부할 시간에 돈을 벌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청소년자립생활관에 거주하고 있는 연구참여 청소년들은 고등학교까지의 학력을 갖추는 것을 점차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그들은 학업을 그만 둔지 오래되어 공부하는 것에 겁을 냈지만 기관의 지지와 지원에 힘입어 검정고시 준비를 하였고 합격할 때까지 계속 시험을 봤다. 호석이와의 인터뷰를 통해서 고등학교 졸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 수 있었다.

연구자: 검정고시는 필요성을 느껴서?
호석: 당연히 검정고시 고졸은 따야 되니까
연구자: 고졸 학력은 있어야 될 것 같아서?
호석: 그냥 어렸을 때부터 그렇게 들어와서 고졸은 해야 지라고 생각했던 것뿐이예요.
                                                                                                                                                           (2016. 11. 3. 정호석 인터뷰)

이러한 결과 대부분의 연구참여 청소년들이 고등학교 학력을 갖추게 되었다. 초등학교 졸업이나 중학교 졸업의 학력만 가지고 있었던 연구참여 청소년들이 고등학교 졸업의 학력을 갖추자 자신감을 얻었고 대학까지 바라보는 연구참여 청소년도 생겼다. 윤기는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서 2015년 전문대학교에 입학하였다. 다음은 윤기가 인터뷰 중 자신의 꿈에 대해서 이야기한 내용이다.

...... 난 생활관에 남아 공부를 해서 대학에 가는 것 그것이 첫 번째 목표로 삼았었다. 내 꿈을 이루기 위해서 꿈과 관련된 대학과 학과에 입학하여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2016. 11. 8. 민윤기 인터뷰)

입주자 내의 대입 성공사례는 다른 입주자들에게 대학이라는 ‘불가능을 가능’으로, ’나도 할 수 있다‘는 희망을 품게 하였다. 연구참여 청소년들은 할 수 없을 것 같았던 학업을 다시 시작하게 되었고, 그럼으로써 당당해지고 더 나아가 미래에 대한 꿈을 꾸게 되었다.

연구참여 청소년들은 취업을 원하지만 직업을 갖기 위한 학력, 자격증, 태도 등의 준비가 미흡해 보였다. 고등학교까지의 학력은 대부분 갖추었고 대학교 진학에 성공한 연구참여 청소년은 18명 중 3명 있었다. 자격증과 관련한 활동은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었는데 이는 자신이 무엇을 잘하고 좋아하는지 등의 자기 이해가 안 되어 있어서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자격증 준비로 이어지지 않고 있었다. 또한 무슨 일을 하고 싶은지에 대한 고민보다는 기관장이 취직을 시켜 줄 것이라는 수동적인 자세를 보이기도 하였다.

직업 탐색은 주로 주변인의 직업으로 한정되었다. 그 직업으로는 헤어디자이너, 요리사, 사회복지사, 건축설계사 등이다. 특히 헤어디자이너라는 직업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 이유는 소년원에서 접해본 경험이 있었고 함께 거주하는 입주생 중 헤어숍에서 일하는 청소년이 많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청소년자립생활관에 입주하기 전 연구참여 청소년들은 하루하루 먹고 잠자는 문제를 해결하기에도 힘겨웠기 때문에 하루 앞도 생각하지 못하는 근시안적 삶의 태도를 가지고 있었다. 꿈이라는 단어 자체가 너무나 사치스럽고 멀게만 느껴졌다. 하지만 청소년자립생활관 안에서의 안정된 생활로 미래에 대한 생각을 하기 시작했고, 하고 싶은 일이 생겨 계획을 세우고 꿈을 꾸기 시작하였다. 연구참여 청소년들 중에는 3년 전 계획했던 꿈을 이루어낸 사례가 있었다. 한 명은 요리사, 다른 한 명은 헤어디자이너다.

저는 더 이상 꿈만 꾸고 싶지 않습니다..... 저도 진정한 저의 삶을 살고 싶습니다. 10년 뒤에는 멋진 헤어디자이너가 되어 있을 것입니다. 번듯한 제 미용실도 갖고 있을 것이고.....
                                                                                                                                                    (강대성, 2014년 자전적 도서 꿈)

자신의 삶에 주인이 되겠다는 생각과 그러기 위해서는 행동으로 자신의 꿈을 이루어야 한다는 강한 의지가 엿보였다. 대성이는 자격증을 취득하고 스텝 과정을 거쳐 드디어 2016년 12월 디자이너가 되었고 2017년 5월에는 자신이 원하는 높은 수입도 얻게 되었다. 소년원에서는 헤어자격증을 취득하고 헤어디자이너가 된 첫 사례였고 성공사례로 소년원에서 강의를 하게 되었다. 대성이는 소년원에 있을 때 자신도 저렇게 강의를 하고 싶었는데 그 꿈을 이루게 되어 기쁘다고 하였다. 이러한 성공 경험은 대성이에게 자신감을 주었다.

요리사의 꿈을 꾸었던 윤기는 두 번의 검정고시를 보고 경기도에 있는 대학교의 호텔요리학과에 입학하였다. 대학생활 동안 과대표를 하고 장학금을 받는 등 학교생활에 충실했고 졸업 전인 2016년 12월 대형 음식점의 요리사로 취직을 하였다. 요리사와 헤어디자이너는 높은 학벌을 갖추지 않아도 실력만 잘 갖춘다면 타 직종에 비해 전문가로서 인정받을 수 있다. 따라서 윤기는 자신이 처한 현실을 감안할 때 최선의 직종으로 생각하고 있음을 인터뷰 시 알 수 있었다.

..... 그 때 제가 현실적으로 생각했을 때는 적합한건 요리라고 생각을 했고, 어쨌든 내가 흥미도 있고 내가 갈 수 있는 가장 근접한 위치에 있는 게 요리여서.....
                                                                                                                                                            (2016. 11. 8. 민윤기 인터뷰)

이러한 성공사례는 기관에서의 안정된 생활과 끊임없는 지지와 지원이 수반되었기에 가능하였다. 윤기와 대성이는 다른 입주생들과 달리 기관장과의 신뢰가 무척이나 두터웠다. 둘 다 기관과 법무부로부터 성공사례로 촉망받고 특별한 대우를 받고 있다는 것을 알았고 그러한 기대에 부응하려 노력하였다. 처음 받아보는 무한한 신뢰와 끊임없는 지지는 자신감을 갖게 하여 꿈을 이루어내는 강력한 힘으로 작용하였다. 윤기는 청소년자립생활관 생활을 통해서 통제력이 생겼다고 인터뷰에서 이야기 하였다.

제가 변했다는 건 약간 경제관에서 돈을 쓰고 모으는 것에서 많은 변화가 있었어요. 돈을 원래 많이 쓰고 자주 쓰고 마구 쓰고 하는 습관이 많이 변했고 ...... 자제력도 내가 하고 싶으면 끝까지 해야 되고 그래야 되는데 하고 싶어도 그만할 때를 알게 되는 제가 술을 대게 좋아하는데 한 번 먹으면 끝까지 먹고 새벽 내내 먹고 그랬는데 그걸 중간에 끊고 집에 가요.
                                                                                                                                                             (2016. 11. 8. 민윤기 인터뷰)

전체 연구참여 청소년들 중 자신이 계획한 꿈을 이룬 청소년은 약 10%에 해당하는 적은 숫자이나 비슷한 처지에 있는 형들이 그 꿈에 다가가고 이루는 것을 지켜본 다른 연구참여 청소년들에겐 ‘앞이 보이지 않는 칠흑같이 캄캄한 밤의 한줄기 빛처럼 희망을 주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2) 이전 삶의 방식과 현실의 벽

청소년자립생활관 생활에 적응을 잘하는 연구참여 청소년도 있고 그렇지 못하고 입주 이전의 삶의 태도를 유지하면서 기관과 어려움을 겪는 연구참여 청소년도 있었다. 또한 연구참여 청소년들이 맞이한 노동현실은 열악하고 고용은 불안정하였다.

입주생 중에는 청소년자립생활관에서의 적응이 힘든 연구참여자도 다수 있었다. 입주 초기부터 무조건 저항을 하거나 폭력을 자신의 욕구해결 수단으로 이용하는 입주생이 있었다. 다음은 참여관찰시 연구자가 기관교사와의 대화 중 들은 내용으로 성재의 저항을 가늠할 수 있었다.

기본적으로 선생님들에 대한 분노가 있어요. 그래서 선생님들이 하는 말에는 무조건 반항하고 분노하는 경우가 많아요. 제주 소년원에서도 너무 감당이 안돼서 내보냈어요.
                                                                                                                                                                               (2017. 1. 22. 관찰)

제주 소년원은 소년원 내에서 ‘유배지’로 불리는 곳으로 반항이 심하고 통제가 안 되는 소년원생을 보내 자숙의 시간을 갖게 하는 곳이다. 제주 소년원에 보내졌다는 것으로 성재의 저항과 반항의 수위가 매우 심각했음을 가늠할 수 있었다.

연구참여 청소년들 중에는 입주하기 이전의 삶의 방식인 폭력을 사용하여 원하는 것을 취하려고 하는 경우가 있었다. 따라서 대인관계의 어려움과 범죄에 연루될 가능성이 높았다. 특히 폭력을 많이 사용하고 있는 비범, 윤호, 창섭이의 경우 소년원에서 원대장을 한 전력이 있었다. 원대장은 교도관이 소년원생 중에서 힘이 세고 싸움을 잘하는 소년원생을 선발하여 소년원생을 통제하는 역할을 시켰다. 원대장이라는 역할을 수행함으로써 교도관들로부터 특별한 혜택을 받았다고 한다. 소년원에서 소년원생을 쉽게 통제하기 위해 만든 잘못된 관행이었다. 원대장 역할을 경험한 청소년은 폭력과 협박을 통해 편안함과 원하는 것을 얻게 되자 폭력행동이 더욱 강화되었다. 이러한 경험으로 폭력은 삶을 살아가는 방법으로 고착화 되었다.

그로 인해 갈등이 발생되고 친밀한 인간관계를 맺기 어렵다는 것을 고려하지 않았다. 우현이와 윤호는 기관에서 발생된 갈등을 기관교사의 도움으로 해결하였고, 외부에서 발생된 갈등도 스스로 해결하지 못하여 기관에 도움을 요청하였다. 반면 윤기와 대성이는 귀가가 늦어져 규칙을 어기게 될 때면 기관에 전화로 양해를 구하여 갈등상황을 잘 해결하였다. 태형이는 갈등이 발생하면 어떻게 해결하는지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이야기 하였다.

처음엔 저 혼자 조용히 생각 좀 하다가 만약에 싸웠다면 걔랑 일단 둘이 얘기를 해요. 만약 걔가 동생이면 그래도 형이니까 내가 먼저 사과하고, 형이랑 얘기할 때는 저가 죄송하다 그렇게 말하고.....
                                                                                                                                                                   (2017. 2. 4. 김태형 인터뷰)

이처럼 폭력을 자주 사용하는 연구참여 청소년은 그렇지 않은 연구참여 청소년보다 갈등을 많이 발생시키고 있었다. 하지만 스스로 갈등을 해결하는데 어려움이 있었다.

청소년자립생활관에 입주한 청소년은 ‘머무는 자’와 ‘떠나는 자’로 나누어 볼 수가 있었다. ‘머무는 자’ 중에는 적응을 잘한 청소년과 함께 부적응한 청소년도 있었다. ‘떠나는 자‘의 원인은 다양하지만 주로 청소년자립생활관의 규칙이나 가치가 맞지 않을 때 발생하였다.

기관에서는 입주생들에게 교육과 체험을 통해 학력, 태도, 사회성을 길러 더 안정된 직업을 갖게 하려 하였다. 이러한 기관의 가치와 잘 맞는 윤기는 이해하고 잘 따라갔으나 당장 돈이 급한 입주생은 불만이 컸고 이는 갈등으로 종종 이어졌다. 윤호는 돈벌이를 제재하는 ‘기관에 머무는 시간’을 버려지는 시간으로 인식하였다. 하지만 이처럼 기관에 대한 불만이 있어도 떠나지 않았는데 이는 기관에 머물러 있음으로써 보호와 지지, 음식과 잠자리, 다양한 체험, 의료비 지원 등을 제공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호석이는 청소년자립생활관으로부터 여러 가지의 혜택을 받고 있는 것을 알지만 교육보다는 돈을 벌고 싶은 자신의 처지를 알아주지 않는 기관에 대한 불만이 쌓일 때마다 이탈과 재입주를 반복하고 있었다.

도균이는 보호관찰 중에 이탈을 하였는데 그 이유는 책임져야할 가족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가장이 되어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입장에 처한 청소년은 이탈을 하였다. 왜냐하면 청소년자립생활관에서는 교육과 체험을 우선시 하고 있어 일을 하는데 제재가 많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탈하여 자신이 처한 상황에 맞게 스스로의 삶을 꾸려가고 있었다.

때때로 기관에서는 다른 입주생들에게 나쁜 영향을 준다고 판단될 경우 강제퇴소를 시켰다. 특히 윤호는 자신과 비슷한 성향의 입주생들과 몰려다니며 문제를 일으키고 동요되는 아이들이 증가하자 기관에서는 퇴소를 결정하였다. 윤호의 갈등과 저항은 참여관찰 시에도 자주 드러났었다. 다음은 기관교사와 봉사자에게 말하는 것을 관찰하고 적은 내용이다.

내 돈 내놓으세요 ...... 우리 아빠가 보내달라는데 왜 안보내주세요.
                                                                                                                                                                               (2016. 10. 27. 관찰)
여기는 사람 장사하는 곳이다. 자기들 과시하기 위해서 대학교 다니는 애들 있다 말하기 위해 ...... 대단해요 훌륭해요.
                                                                                                                                                                               (2016. 11. 17. 관찰)

이처럼 저항과 폭력이 습관화된 청소년이 기관에서 벗어나가게 됨으로써 무방비 상태가 되고 그로 인해 범죄에 연루될 가능성이 더욱 높아지고 있었다. 기관에서 퇴소하게 된 청소년에 대한 관심과 대책이 필요해 보였다.

대다수의 연구참여 청소년들은 돈벌이를 하고 있었다. 취업을 한 몇 명을 제외하고 주로 아르바이트를 했으며 업종과 업무는 건설현장 막노동, 각종식당의 서빙, 헤어숍 보조 등 주로 힘을 쓰거나 단순한 일에 집중되어 있었다. 고등학교졸업의 학력과 전문적인 기술이나 자격을 갖추고 있지 않아 그들이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았다. 일하는 시간도 꾸준하지 않 아 한 달 수입은 용돈정도에 그치는 경우가 많았다.

또한 근무 환경이 열악하여 일을 오래 하기도 어려웠다. 성재는 일하는 장소가 너무 멀고 휴일도 없이 늦은 시간까지 일을 해 힘들어서 그만 두었다. 지민이도 하루 종일 쉬는 시간 없이 일을 해 며칠 일하고 그만두었다. 윤호는 막노동을 나갔다가 다음날에 몸이 아파 일을 나가지 못하기도 하였고, 은광이는 이유 없이 해고를 당하기도 하였다. 연구참여 청소년은 부당한 처우와 불안정한 고용, 낮은 임금에 대해 깊이 생각하지 않았고 개선해야 한다고 느끼지 못했다. 자신이 처한 노동 환경을 그대로 받아들였고 어떻게든 일만 하려고 하는 경향이 많았다. 따라서 노동의 경험이 기술을 배우거나 자격취득을 하려는 노력으로 연결되지 않아 계속 단순 노동을 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 머물러 있었다.

경제적 어려움은 재범으로 연결될 가능성을 높인다고 하였듯이(연성진, 2013) 연구참여 청소년이 경제적으로 일정한 수입을 얻는 것은 재범 예방 차원에서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청소년자립생활관 청소년들의 고용 현실은 이처럼 열악하고 불안정하였다. 따라서 퇴소 이후의 삶이 순탄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청년실업 문제가 심각한 한국의 현 상황에서 비단 이들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가볍게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들은 기관을 퇴소한 이후에는 더 이상 보호와 도움을 받을 수 없는 상황이다. 따라서 고용이 안정되지 않으면 삶을 꾸려가기가 매우 어렵게 된다. 연구참여 청소년들의 열악하고 불안정한 고용 개선을 중요한 문제로 인식할 필요가 있었다.


Ⅴ. 논의 및 시사점
1. 논의

본 연구는 특수한 보호시설 환경에서 생활하는 청소년들이 자립해 나가는 과정의 문화를 탐색적으로 분석하였다. 그 결과 그들이 입주하기 전, 입주 후, 퇴소 시점에 따라 나타났던 의미 있는 자립요소와 그에 영향을 미치는 문화적 의미를 도출하고 해석하였다. 이렇게 도출한 여러 가지 다양한 의미들이 지닌 가치에 대하여 사회구조적인 관점과 개인심리적 관점에서 논의해 볼 수 있다. 또한 경제적․사회적․정신적 자립이 균형 있게 이루어져야 한다는 관점에서 연구참여 청소년들의 통합적 자립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1) 사회의 지지 부재의 본질

연구참여 청소년들이 범죄를 저지르게 된 과정에서 주요한 원인은 가정의 결손과 연관이 있었다. 청소년 비행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가정에서의 정서적인 안정과 가정기능 회복이므로 부모의 역할이 강조되었는데(박용성, 2015), 청소년자립생활관의 청소년들이 온전한 가정발달 환경에서 성장하지 못한 것은 그들이 사회와 통합하지 못하고 비행이나 범죄를 저지르는데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그들이 경험한 가정의 결손은 단순히 가정 내에서만 아니라 사회적 편견과 인식으로 인해 가정 밖에서도 부정적인 발달환경이 조성되는 데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이들이 범죄를 저지르게 되기까지의 과정을 가정과 개인의 문제만으로 볼 수 없다. 우리나라는 날로 치열해지는 경쟁사회로 인해 불평등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이정전, 2017). 불평등 현상은 신자유주의 경제 정책으로 심화되었는데 이러한 불평등의 심화로 인해 부모의 배경이 성공의 주요한 요소로 작용하여 부모의 부와 신분이 자녀에게 세습되고 있다(김태훈, 2017). 부모로부터 지원을 기대할 수 없는 소외계층 청소년들은 자신의 노력만으로 평등한 경쟁조건을 갖추기 어렵다는 것을 느끼고 박탈감과 억울함을 가지게 되었다.

따라서 가정환경과 개인 요건이 취약한 상황에 있는 연구 참여자들과 같은 청소년을 보호하기 위하여 외부인들과의 관계와 역할 수행이 일련의 관계들을 만들어 내고 사회적 지지의 바탕이 되는 신뢰하는 인간관계를 만들어 낼 수 있도록 국가의 적절한 개입이 필요한 부분이다.

2) 자립생활관 청소년들의 욕구위계

청소년자립생활관에 입주하는 청소년들은 주 양육자가 없고 일정한 거처가 없이 생존에 필요한 기초적인 욕구가 결핍된 상태에서 입주를 한다. 청소년자립생활관에서의 청소년자립 문화를 Maslow(1908~1970)의 욕구위계를 통해 살펴보면 욕구가 발전하는 경우와 기본 욕구에 머물러 있는 경우로 구분할 수 있다.

Maslow의 욕구 위계에 따라 욕구가 발전하는 연구참여 청소년의 경우 청소년자립생활관에 머물면서 자아실현욕구를 충족하고자 하였다. 청소년자립생활관에서의 안정감이 기관에 머물게 하였고 기관에서의 다양한 교육과 경험을 통해 소속감과 자신감을 가지게 되었다. 이를 바탕으로 자신의 미래에 대한 계획을 세우고 이를 이루기 위한 행동으로 이어졌다(대성, 윤기, 태형). 하지만 청소년이 기본 욕구에 머물러 있는 경우에는 기관을 이탈하기도 하였고, 기관에 머문다하더라도 상위 욕구가 발현되지 않았다. 청소년자립생활관에서의 기본 욕구 충족의 경험은 이탈했던 청소년에게 생존과 안전에 위협을 느끼면 다시 되돌아오게 하는 강력한 기제가 되기도 하였다(호석, 윤호).

연구참여 청소년들에게 안전의 욕구에 해당하는 심리적 안정감이 기관에 머물게 하는 중요한 욕구로 나타났다. 심리적 안정감은 의식주의 해결과 더불어 일정한 수입을 얻을 때 또는 교육과 체험을 통해 미래에 더 큰 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믿음이 있을 때 충족되고 있었다. 즉 심리적 안정감은 즉각적으로 채워지는 욕구로 충족되기도 하고,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가지게 되는 동력이 되기도 하였다.

3) 경제적·정신적·사회적 자립의 통합

청소년자립생활관 연구참여 청소년들은 대부분 경제 활동과 그에 대한 준비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들의 경제활동은 저임금의 아르바이트가 대부분이었고, 몇 명은 회사원, 요리사, 헤어디자이너로 일을 하고 있다. 주로 단순하거나 힘을 쓰는 육체노동에 집중되어 있으며 임금수준도 매우 낮았다. 직업을 찾고 유지하는 기술은 충분한 시간의 투자와 노력이 수반되어야 한다(Alfreda, 1995: 신혜령, 2001에서 재인용). 이들이 안정되고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직업으로 이행하지 못한 것은 비행 청소년에 대한 가정과 사회의 비우호적인 환경에 따라 원활한 자립준비가 이루어지지 않아서이다. 또한 선진국 중에서 한국은 불평등이 심한 사회로(조효석, 2017), 양극화가 심하고 계층 이동이 불가능하다는 보고에서 알 수 있듯이(김혜영, 2017), 좋은 일자리는 연구참여 청소년과 청소년자립생활관의 노력만으로는 개선되기 어려운 사회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었다. 취업 준비와 교육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하는 사회적 지원이 이루어 지지 않은 결과 연구참여 청소년들은 저임금의 단순 노동자로 살아가도록 내몰리게 되었다.

정신적 자립의 측면에서 연구참여 청소년들은 부모로부터의 폭력, 부부싸움, 부모의 이혼, 비행과정에서의 사고 경험 등으로 심리적 불안과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었으나 치유 받지 못한 채 생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심리적 불안을 경험하는 청소년은 불편해 하면서도 치유할 생각은 하지 않았다. 연구참여 청소년은 의사결정을 할 때 기관장의 의견에 따르는 청소년, 자신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고 결정하는 청소년, 주위사람의 말에 휘둘리는 청소년 등으로 나뉘었다. 이탈한 연구참여 청소년 중에는 자신이 처한 상황에서 최선의 방법으로써 이탈을 선택하였다는 점에서 정신적으로 자립했다고 간주할 수 있다. 하지만 집단생활의 서열문화에서 나이 어린 연구참여 청소년들은 자신의 주장과 선택에 제한을 받고 있었다. 연구참여 청소년들은 청소년자립생활관에서의 다양한 경험을 통해 자신감과 판단력 등을 높이고 있었다. 각자가 맡은 역할의 수행, 밴드나 검정시험, 진학 등의 성취경험은 자신감을 주었다. 인문학 강의나 직접적인 체험을 통한 교육으로 보고 듣는 것이 많아지면서 판단력이 높아지고 깨달음을 얻었다. 또한 가정으로부터 이탈하였다는 심리적 불편감과 사회에서 낙오되었다는 생각에 무기력함을 가지고 있었던 연구참여 청소년들은 다른 입주생들의 성공경험을 통해 도전의식을 가지게 되었다.

사회적 자립의 측면에서 청소년자립생활관 청소년들은 기관장과 기관교사, 자원봉사자들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사회적 지지를 받고 있었다. 특히 연구참여 청소년에게는 기관장으로부터 받는 사회적 지지의 영향이 가장 크게 작용하였다. 기관장으로부터 지지를 받는다고 느끼는 연구참여 청소년일수록 자신감이 있고 적응을 잘했다. 반면 기관장의 지지를 덜 받는다고 느끼는 연구참여 청소년은 자신감이 없어 보이고 필요한 것에 대한 요구도 잘하지 못하였다. 기관장의 지지를 덜 받는다고 느끼는 연구참여 청소년은 기관장으로부터의 지지를 받고 싶어 하지만 그것이 어려운 경우 대체적인 방안으로 봉사자, 기관교사 등 다른 어른들로부터 지지를 받고 싶어 하는 것이 관찰되었다. 이러한 현상은 기관의 가치에 적극 동조하는 연구참여 청소년들은 기관장의 지지를 받았으며, 봉사자나 기관교사가 주도하는 활동에 내재한 가치에 적극 동조하는 청소년들은 봉사자나 기관교사의 지지를 받고 있었다.

현재 청소년자립생활관 연구참여 청소년들 중에서 경제적․정신적․사회적 세 가지 자립의 측면을 고루 갖추고 있는 경우는 매우 드물었다. 일부 청소년은 높은 사회적 지지와 개인 심리 측면의 회복탄력성, 본인 스스로의 변화 의지, 성취 경험으로 얻은 높은 자존감, 자격증 취득과 취업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 통합적으로 자립이 이루어졌다. 이들은 자립을 스스로 돈을 버는 것 이상의 의미로 받아들이고 실현한 청소년들이었다.

반면 통합적으로 자립이 이루어지지 않은 청소년은 개인차가 있었지만 경제적․정신적․사회적 세 가지 자립의 측면에서 다음과 같은 특성을 나타냈다. 경제적 자립이 부족한 연구참여 청소년들은 돈이 없어 쩔쩔매면서도 돈을 과시적, 즉흥적으로 쓰는 경향이 많았다. 선행연구(장희라, 2010)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소비 기술이 매우 부족한 것으로 드러나 합리적인 소비를 위한 교육이 필요하였다. 또한 연구참여 청소년들 다수는 자신의 흥미와 적성 등에 대한 자기이해의 부족으로 무엇을 해야 하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았다. 취업과 관련한 정보를 얻는데 제한적이었고 자격증을 준비하는 경우도 드물었다. 이런 경우 취업준비가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고 있어 안정된 직업으로의 이행이 어려웠다. 정신적 자립이 부족한 청소년은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거나 기관에 많은 불만을 가지는 둥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었다. 또한 타인의 결정에 의존하거나 음주, 폭력 등의 사고를 낸 후 스스로 해결하지 못하고 기관의 도움을 받았다. 이는 이들이 입주 이전에 경험한 상처와 트라우마를 치유하지 못해 심리가 불안정하고 자기 통제력이 약하기 때문이다. 사회적 자립이 부족한 경우 다른 사람과의 갈등상황을 자주 관찰할 수 있었다. 변화 의욕이 없는 연구참여 청소년은 이전 삶의 방식인 저항과 폭력을 사용하면서 갈등을 발생시켰지만 그 해결 방법은 잘 모르고 있었다. 따라서 다른 사람과의 관계가 원만하지 못하였다. 특히 연구참여 청소년 중에는 폭력과 저항하기, 과시적 돈쓰기 등을 남성다움으로 인식하고 있어 타인과의 잦은 마찰과 기관 생활의 부적응, 경제적 어려움을 더 많이 겪고 있었다. 잘못 인식하고 있는 남성성이 이들의 자립을 방해 하고 있었다.

이 외에 청소년자립생활관을 이탈한 청소년의 경우에도 통합적 자립을 이루기 어려웠다.이들은 청소년자립생활관에서의 생활을 통해 이전 삶에서의 결핍된 욕구를 충족하고 최소한의 학벌을 갖추며 또래를 포함한 타인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새로운 자극과 자립을 위한 발판의 기회를 갖지 못하고 있었다.

2. 시사점

이 연구를 통해서 청소년자립생활관 청소년들의 자립과정에서 도출된 다양한 문화적 의미 요소들이 갖는 시사점을 학문적·기관운영적·정책적 측면에서 논의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본 연구가 지닌 학문적 의의는 청소년자립생활관에 거주하는 무의탁 범죄소년의 자립문화를 다루었다는 점이다. 우리사회에서 범죄소년에 대한 편견과 차별을 없애는 방법 중 하나는 연구를 통해 그들에 대한 이해를 높임으로써 가능하다. 자립은 오랜 시간에 걸쳐 이루어지기 때문에 현재 자립의 과정에 있는 청소년들이 어떻게 자립을 이루어 가고 있는지에 대한 지속적인 연구가 필요하다. 연구 결과 청소년자립생활관을 중도에 이탈하거나 강제퇴소하게 되는 청소년들은 사회로부터 더욱 소외되고 있다. 또한 그들의 반복적인 일탈은 사회구조적인 지원의 불충분함에 기인한다는 점에서 무의탁 범죄청소년들의 현실적인 삶의 모습이 조명된 연구들이 다방면에서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둘째, 기관 운영 측면에서 청소년자립생활관에 거주하는 청소년들은 선행 연구(장희라, 2010)와 같이 취업준비에 있어서 매우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취업과 관련된 교육은 대부분 비정기적으로 이루어지며, 기관 바깥에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아 접근성이 떨어진다. 따라서 기관 안에서 그리고 정기적인 직업준비 프로그램의 제공이 필요해 보인다. 그들이 단순히 직업을 갖는 것에서 더 나아가 생애 전반에 걸친 경력을 계획하고 준비할 수 있는 생애경력개발 교육 프로그램과 맞춤형 진로개발 프로그램이 마련되어야 한다. 더불어 전술한 바와 같이 진정한 의미의 자립을 위해서는 경제적 자립뿐만 아니라 정신적 자립과 사회적 자립의 측면 또한 결핍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 회복탄력성 향상 기술, 의사소통 기술, 갈등해결 기술 등의 프로그램이 필요해 보인다.

셋째, 정책적 측면에서 가정이 제 기능을 상실했을 때, 사회에서의 차별이 발생할 때 국가에서의 적절한 개입의 필요성을 시사하고 있다. 현재 취업은 기관장의 인맥을 통해 주로 이루어지고 있어 취업자의 수나 노동 현장의 질 측면에서 제한적이다. 따라서 청소년들에게 고용의 질과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서 이들의 직업교육에 대한 국가적 지원이 필요하다. 예를 들면 일반 성인들에게 제공되는 직업프로그램을 같이 받을 수 있는 자격을 제공하는 것이 유용할 것이다. 청소년자립생활관 거주 청소년들은 심리적으로 불안정하고 상처를 안고 있어 더욱 많은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지만 기관의 부족한 인력으로 인해 개별 청소년에게 관심을 기울이기가 현실적으로 어려운 실정이다. 따라서 원활한 운영을 위해 예산 지원 확대와 수행 인력 확충이 필요하다. 아울러 청소년자립생활관을 이탈하거나 강제 퇴소당하는 청소년들은 청소년자립생활관에서 생활하는 청소년들보다 더 열악한 환경에 처한 청소년들이 있다는 것을 의미하고 있다. 이처럼 보호와 자립지원의 사각지대에 놓인 청소년자립생활관 이탈 범죄 청소년을 지원하는 사회적 관심과 추가적인 정책이 필요하다. 예를 들면 이탈자나 강제 퇴소자에 대한 즉각적인 파악과 이들이 거주하는 지역 내에서 역량이 있는 지역 주민이나 청소년 전문가를 연결시켜 사회에서 고립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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